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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3일 월요일

노무현 팔이? 노무현 정신?...곽상언의 ‘노무현’은 언제까지 정치적 면죄부가 될 것인가

 

곽상언 의원의 반대표와 노무현 정신 논란, 김민석·정청래 민주당 당대표 경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정치 뉴스 이미지
곽상언의 한 표가 던진 질문 — 노무현의 이름인가, 노무현의 정신인가.
 반대표를 계기로 노무현의 정치적 유산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김민석·정청래의 당권 경쟁까지 겹치며 민주당의 오래된
 ‘노무현 계승’ 논쟁도 현재진행형이다./gimage


민주당에서 노무현은 죽었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오래 살아남았다. 문제는 그 이름이 살아남은 방식이다. 노무현이 남긴 정치적 가치와 철학이 살아남은 것인지, 아니면 정치인들이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상징과 면죄부로서의 ‘노무현’만 살아남은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이 질문을 다시 던지게 만든 사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곽 의원은 지난 2월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한 이른바 ‘법왜곡죄’ 형법 개정안에 민주당 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본회의 전체 표결은 찬성 163명, 반대 3명, 기권 4명이었지만 민주당 의원 중 반대표를 던진 사람은 곽 의원 한 명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곽 의원이 왜 반대표를 던졌느냐이다. 그는 법왜곡죄의 취지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법률의 해석과 적용까지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법안의 구조가 사법권을 수사기관에 종속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률가 출신인 곽 의원에게는 정치적 손익보다 헌법과 삼권분립의 문제가 먼저였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그는 이 법안에 대해 정치적·현실적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헌법 질서 훼손 가능성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바로 이 대목에서 묘한 장면이 만들어진다. 노무현을 계승한다고 주장하는 민주당의 당론에, 노무현의 사위가 홀로 반대표를 던졌다. 이것만 놓고 보면 정치적으로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그러나 더 깊이 들어가면 단순한 아이러니가 아니다. 이것은 민주당 안에서 오래된 질문 하나를 다시 끌어낸다.

노무현을 따른다는 것은 노무현의 이름을 따르는 것인가, 아니면 노무현이 정치에서 보여준 태도를 따르는 것인가.

곽상언 의원은 후자라고 말한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도 노무현을 진짜 추모하고 기린다는 것은 반드시 참배하거나 이름을 반복해서 부르는 것이 아니라, 노무현이 생전에 했던 정치 행위를 현실 정치에서 실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노무현이 정치적 선택을 할 때 명분에 충실했고, 오히려 자신에게 불리한 선택을 하는 것이 바른 정치적 선택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질문은 훨씬 불편해진다. 오늘의 민주당은 노무현의 이름을 더 많이 부르는가, 아니면 노무현처럼 정치하는가. 이것이 핵심이다.

노무현은 민주당의 상징이지만 민주당의 전유물은 아니다. 노무현의 정치적 유산은 특정 정치인이나 특정 계파가 소유할 수 있는 사유재산도 아니다. 그런데 정치가 어려워질 때마다 ‘노무현 정신’을 호출하고, 상대방을 공격할 때 ‘노무현의 뜻’을 앞세우고, 자신의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무현과의 연결고리를 강조한다면 어느 순간 노무현은 정치적 가치가 아니라 정치적 면허증이 된다.

곽 의원이 강하게 문제 삼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나 이름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소비되는 현상을 비판해 왔다. 특히 노무현을 소환해 국민에게 일종의 죄책감을 주고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행태를 문제 삼으며, 민주당 안에서 노무현의 정치는 흔적만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곽상언 의원의 주장 자체가 곧 ‘노무현 정신’의 정답이라는 뜻은 아니다. 노무현의 정신을 누가 독점적으로 해석할 권리도 없다. 오히려 그것이 중요한 지점이다. 노무현을 계승한다는 정치인이라면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방패로 삼기보다 자신이 하는 정치가 노무현이 강조했던 원칙과 실제로 부합하는지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오래된 문제가 다시 현재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바로 김민석과 정청래의 당권 경쟁이다. 오는 8월 17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민석 전 국무총리, 정청래 전 대표, 송영길 후보가 본경선에 진출했고, 현재 경쟁의 중심은 사실상 김민석과 정청래 양강 구도로 좁혀지는 모습이다.

더구나 8월 1~2일 첫 주말 순회경선 결과를 보면 두 후보의 격차는 불과 0.99%포인트다. 정청래와 김민석 양측은 벌써부터 상대 진영의 조직력과 당심을 놓고 날카롭게 충돌하고 있다. 정청래 측은 ‘조직적 오더표’를 문제 삼으며 ‘당심이 조직을 이긴다’는 구도를 내세우고 있고, 김민석 측에서는 정청래가 대통령을 팔아 거짓말을 했다는 강한 반격까지 나왔다.

이쯤 되면 당대표 선거가 아니라 민주당의 주도권을 놓고 서로의 정치적 생존을 걸고 싸우는 전쟁처럼 보인다. 물론 당권 경쟁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정당은 원래 권력을 놓고 경쟁하는 조직이다. 서로 다른 노선이 충돌하고, 당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하는 것 역시 정치의 일부다.

문제는 무엇을 위해 싸우느냐다. 정청래 측은 ‘당심’을 강조하고 김민석 측은 대통령과 정부, 당의 원팀을 강조한다. 양측의 언어에는 모두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논리가 있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지켜보면 결국 또 하나의 질문에 도달한다.

이 싸움에서 노무현의 정신은 어디에 있는가. 노무현은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노무현의 모든 정치적 판단이 옳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자신의 정치적 손익을 넘어 명분과 원칙을 말하려 했던 정치인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오늘 민주당에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말은 과연 어떤 의미인가. 당론이 정해졌으니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것인가. 대통령과 여당의 성공을 위해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인가. 반대로 당론에 반대하는 것만으로 노무현 정신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인가.

둘 다 아니다. 노무현 정신의 핵심을 ‘반대’ 그 자체로 환원해서도 안 되고, ‘복종’으로 바꿔서도 안 된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불리할 때도 원칙을 말할 수 있느냐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곽상언의 반대표는 그 자체가 옳다는 선언이라기보다 민주당에 던진 하나의 질문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

“당론과 원칙이 충돌하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이 질문은 법왜곡죄 하나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사법개혁도 마찬가지이고, 검찰개혁도 마찬가지이며,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정치권력이 사법부를 통제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움직인다면 그것이 보수 정부일 때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진보 정부가 추진해도 위험하다.

노무현을 정말 계승한다면 바로 이런 상황에서 원칙이 작동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에서 ‘노무현’이라는 이름이 정치적 경쟁의 무기로 사용되기 시작하면 문제가 달라진다. 누가 더 노무현에 가까운지 경쟁하고, 누가 노무현을 더 많이 언급하는지 경쟁하고, 상대방에게 ‘노무현 정신을 배신했다’고 낙인찍기 시작하면 노무현은 어느 순간 정치적 성역이 된다.

성역이 된 정치적 상징은 질문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질문을 허용하지 않는 순간 민주주의는 약해진다. 그래서 ‘노무현 팔이’라는 표현이 불편하더라도 그 문제 제기 자체를 무조건 배척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민주당이 정말 노무현을 계승하려 한다면 누군가가 ‘노무현 팔이 아니냐’고 질문할 자유부터 인정해야 한다.

노무현이 살아 있었다면 자신을 정치적 성역으로 만들어 누구도 비판하지 못하게 하는 정치를 원했을까. 그렇지 않았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노무현의 정치가 가치가 있었다면 그것은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모든 판단의 기준이어서가 아니라, 권력과 다수에 맞서서라도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었던 정치적 태도에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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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다시 팬덤 정치와 계파 정치라는 오래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곽상언 의원은 이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아왔고, 특히 정치 유튜브와 팬덤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그리고 지금 벌어지는 김민석 대 정청래의 당권 경쟁은 그 문제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더구나 이번 경쟁은 단순한 당대표 한 자리를 놓고 벌이는 싸움이 아니다. 2028년 총선 공천권을 포함해 향후 민주당의 권력 구조를 누가 설계할 것인가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당대회를 앞두고 두 후보가 당심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왔고, 현재 초박빙의 순회경선 결과가 이어지면서 경쟁의 강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러니 서로 물어뜯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기서 민주당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정치적 경쟁은 치열할수록 좋지만, 정치적 적대는 치열할수록 위험하다. 김민석이 정청래를 이겨야 민주당이 사는 것도 아니고, 정청래가 김민석을 꺾어야 민주당이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당원들이 두 사람 가운데 누구를 선택하든 그 선택을 인정하고, 패배한 쪽도 당의 공동 목표를 위해 경쟁자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정당 민주주의다. 그런데 만약 이번 전당대회가 ‘내가 이겨야 한다’는 생존 경쟁으로만 변질된다면 민주당은 정권을 잡은 뒤에도 내부 권력투쟁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또 노무현이 호출될 것이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했다.” “노무현이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다.” “노무현을 배신했다.”

이제는 이 말을 그만 반복할 때도 됐다. 노무현을 그렇게 많이 호출하면서도 정작 노무현이 정치에서 보여주려 했던 원칙, 명분, 자기희생, 상대에 대한 인정, 다원주의, 그리고 불리할 때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실천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계승이 아니라 소비다.

그래서 곽상언의 반대표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져야 한다. 그가 노무현의 사위이기 때문에 반대표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노무현의 사위라는 이름을 빼도 자신의 정치적 판단을 설명할 수 있어야 특별한 것이다. 오히려 노무현의 사위라는 이유 때문에 그의 모든 정치적 판단에 노무현의 후광을 씌우는 것 역시 또 다른 ‘노무현 팔이’가 될 수 있다.

결국 곽상언과 민주당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노무현의 사위가 민주당에 반기를 들었다”가 아니다. “민주당이 노무현의 정신과 당론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했는가”가 훨씬 중요한 질문이다. 그리고 이 질문은 곽상언에게도 그대로 돌아간다.

당론에 반대하는 것만으로 노무현 정신이 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정치적 판단이 정말 공동선을 향하고 있는지, 자신에게 유리해서가 아니라 불리하더라도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다. 그래서 이제 민주당은 노무현을 놓아줄 필요가 있다.

노무현을 잊으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노무현의 이름을 너무 많이 불러서 더 이상 그 이름을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지 말자는 것이다. 참배할 때만 노무현을 찾지 말고, 선거 때만 노무현을 찾지 말고, 상대방을 공격할 때만 노무현을 찾지 말자는 것이다.

노무현이 정말 민주당의 정신이라면 그 이름 없이도 그 정신이 작동해야 한다. ‘노무현 팔이’와 ‘노무현 정신’의 차이는 결국 하나다. 전자는 노무현의 이름으로 나를 살리는 것이고, 후자는 노무현의 원칙 때문에 내가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다. 곽상언의 ‘홀로 반대표’가 던지는 질문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김민석 대 정청래의 당권 경쟁 역시 결국 이 질문을 피하기 어렵다. 누가 노무현을 더 많이 말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누가 노무현처럼 자기에게 불리한 순간에도 원칙을 선택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민주당에서 ‘노무현 팔이’와 ‘노무현 정신’이라는 두 축은 언제까지 정치적 역학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어쩌면 답은 간단하다. 민주당이 노무현의 이름을 권력의 자산으로 사용하는 동안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노무현의 이름을 내려놓고 원칙만 남기는 순간, 그 오래된 싸움도 비로소 끝날 수 있다.

그때가 되면 민주당은 더 이상 묻지 않아도 된다. “누가 진짜 노무현인가?” 정치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그런 질문 자체가 필요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1. 연합뉴스, 「법왜곡죄법 與주도 본회의 통과…재판소원제법 내일 표결 전망」, 2026.02.26. — 법왜곡죄법의 본회의 표결 결과와 곽상언 의원의 반대표 관련 사실관계.
  2. 연합뉴스, 「與 당대표 선거, 김민석·정청래·송영길 3파전 압축」, 2026.07.23. — 민주당 8·17 전당대회 당대표 본경선 구도와 후보 확정 과정.
  3. 연합뉴스, 「金 "반명에 말한마디 못하고"…鄭 "신천지 의혹 제기 사과하라"」, 2026.07.26. — 김민석·정청래 후보 간 당권 경쟁과 계파·당심 공방.
  4. 연합뉴스, 「金 "명청대전 지옥문 닫아야"…鄭 "盧배신이 최악의 자기 정치"」, 2026.08.01. — 김민석·정청래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정치적 계승 문제를 놓고 벌인 공방.
  5. 연합뉴스, 「鄭 "한번 배신하면 또 배신"…金 "盧, 돌아온 탕아 안아줘"」, 2026.08.02. —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노무현을 둘러싼 양측의 해석과 공방.
  6. 연합뉴스, 「鄭 "당심이 이겨"·金측 "대통령 팔아 거짓말"…호남구애 경쟁도」, 2026.08.03. — 1주차 순회경선 이후 김민석·정청래 양측의 초박빙 경쟁과 공방.
  7. 노무현재단, 노무현 관련 시민·추모 프로그램 및 기록 — 노무현의 정치적 유산과 시민참여·민주주의에 관한 자료.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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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20일 월요일

“500만원이 2,000만원으로” 기탁금 4배 논란에 李 대통령 참전…노무현 탄핵의 잣대는 어디 갔나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민주당 당대표 후보 사이에 놓인 2,000만원 기탁금 논란과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의 정치적 중립 논쟁
민주당 최고위원 예비경선 기탁금이 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인상되자
 이재명 대통령이 종전 수준으로 되돌릴 것을 제안하면서 당무개입과
 노무현 탄핵 당시 잣대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nate-maeilshinmun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의 핵심 화두가 느닷없이 ‘기탁금’이 됐다. 최고위원 예비경선에 출마하려는 후보가 내야 할 돈이 직전 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네 배 뛰었다. 만 39세 이하 청년 후보에게 50%를 감면해 준다고 하지만 그래도 1,000만원이다. 본경선 비용까지 포함하면 당대표 후보는 총 1억원, 최고위원 후보는 총 5,0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이번 전당대회 기준이다. 돈 없는 청년과 원외 정치인에게 민주당 지도부의 문은 열려 있는가. 기탁금 논란은 바로 이 단순하고도 불편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기탁금에는 명분이 있다. 무분별한 후보 난립을 막고 선거 관리비용을 분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네 배 인상에는 그에 상응하는 설명이 있어야 한다. 선거 관리비용이 1년 만에 네 배 늘었는지, 기탁금 산정의 객관적인 기준이 무엇인지, 재정이 충분한 거대 정당이 왜 후보자에게 비용을 전가해야 하는지부터 밝혀야 했다. 후보 등록을 불과 하루나 이틀 앞두고 액수를 알게 됐다는 후보들의 주장까지 사실이라면, 문제는 금액을 넘어 절차적 공정성으로 확대된다.

더욱 모순적인 것은 민주당 당규다. 당규는 당대표·최고위원 선거의 합동연설회와 토론회, 선거공보 발송을 비롯한 선거 관리비용을 중앙당이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령자와 장애인, 국가유공자, 만 45세 이하 청년 등에게는 최고위원회 의결로 기탁금을 감면할 수 있는 길도 열어놓았다. 선거공영제를 당규에 명시한 정당이 정작 청년 후보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기탁금을 요구했다면, 규정의 정신과 실제 운영 사이에 상당한 거리가 생긴 셈이다.

이 논란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사람은 2001년생 정민철 최고위원 후보였다. 그는 원외 청년 정치인이 후원회를 통한 충분한 정치자금 조달도 어려운 상황에서 2,000만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개인 계좌를 공개해 모금을 시도했다가 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자 돈을 반환하겠다고 밝히는 일까지 벌어졌다. 거액 기탁금이 깨끗한 정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후보자를 불투명한 자금 조달로 밀어 넣을 수 있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적이 설득력을 얻은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7월 19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탁금이 대폭 상향됐고 특히 청년 후보의 부담이 몇 배 늘었다며 종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고려해 달라고 했다. 자신도 노무현 정부의 ‘돈 안 드는 선거’ 개혁이 없었다면 정치를 꿈꾸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취지의 설명도 내놓았다. 대통령의 발언 이후 민주당은 7월 21일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를 열어 기탁금 감면 또는 조정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대통령의 한마디가 현실의 당 운영을 움직인 것이다.

여기까지 보면 대통령은 돈 때문에 정치 참여를 포기해야 하는 청년을 도운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문제 제기의 내용만 놓고 보면 틀렸다고 하기 어렵다. 최고위원 예비경선 기탁금을 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올리면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은 민주당의 결정이 먼저 잘못됐다. 대통령이 말하기 전에 당 지도부와 선거관리위원회가 문제를 바로잡았다면 당무개입 논란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옳은 말을 했다는 사실과 대통령이 그 말을 해도 되는가는 다른 문제다. 이재명이라는 개인 당원이 같은 말을 하는 것과 대한민국 대통령이 집권당 전당대회의 구체적인 선거규칙을 공개적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 무게가 전혀 다르다.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당원 의견이 아니라 공천과 예산, 인사와 국정 운영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권력자의 메시지다.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실제로 재논의에 착수한 것만 봐도 그 발언을 평당원의 의견과 같은 수준으로 볼 수는 없다.

민주당은 대통령도 당원이므로 의견을 낼 권리가 있고, 소셜미디어를 통한 공개적인 의견 표명은 밀실 공천 개입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은 금전적 부담으로 청년 정치인이 활동하지 못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당연한 문제의식이라고 했다. 민주당 대변인도 당직 선거는 정당 내부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영역이며 대통령에게도 당원으로서 의견을 개진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형식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대통령은 정당 가입이 금지된 일반 공무원과 달리 당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도 노무현 대통령 탄핵 결정에서 대통령이 정치적 헌법기관이며 정당의 당원으로 남아 특정 정당과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헌재는 동시에 대통령이 정치적 기관이라는 점과 선거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점은 별개의 문제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은 이 발언을 정청래 후보를 떨어뜨리려는 당무개입으로 규정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 대통령이 정청래 전 대표의 당선을 불안해하는 것 아니냐며 차라리 “정청래를 떨어뜨려 달라”고 말하라고 공격했다. 실제로 기탁금 문제를 먼저 크게 제기한 김민석·송영길 후보와 청년 후보 상당수가 이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로 분류되고, 정청래 후보는 강성 당원층과 친정청래계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정치적 해석이 뒤따랐다. 다만 이 대통령이 정청래 후보의 낙선을 목적으로 발언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현재 공개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정치적 의심과 입증된 사실은 구분해야 한다.

정청래 전 대표의 대응도 흥미롭다. 그는 자신의 후원금 계좌에 하루 만에 3억원 넘는 돈이 들어온 것을 당원들의 분노와 자신을 지키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기탁금에 대해서는 자신이 봐도 너무 많다며 종전 수준으로 낮춰야 하고, 재정이 충분한 민주당이 선거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문제 제기에 정면으로 반대하지 않고 오히려 수용한 것이다.

정청래 후보가 기탁금 인상 결정을 직접 주도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정청래가 청년의 출마를 막기 위해 기탁금을 올렸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자신의 막강한 후원금 모금 능력을 정치적 지지의 증거로 내세운 직후, 원외 청년 후보들이 1,000만~2,000만원을 마련하지 못해 출마 자체를 걱정하는 모습이 등장한 것은 민주당 내부의 정치적 양극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쪽에는 하루 만에 수억원을 모으는 당권 주자가 있고, 다른 쪽에는 기탁금 마련을 위해 개인 계좌까지 공개하는 청년 후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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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탁금 논란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소환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잘됐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의 선거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야당은 이를 포함한 여러 사유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국회는 2004년 3월 12일 탄핵안을 가결했다. 헌법재판소는 같은 해 5월 14일 탄핵을 기각했지만, 노 대통령의 특정 정당 지지 발언이 공직선거법상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판단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그 위법이 대통령을 파면할 만큼 중대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노무현 탄핵 사건과 이번 기탁금 발언은 법률적으로 동일하지 않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한 행위였고, 공직선거법상 정당 간 기회균등과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가 직접 문제 됐다. 이번 사안은 민주당 내부의 당대표·최고위원 선거규칙에 관한 발언이다. 국가기관을 선출하는 공직선거와 정당 내부의 당직 선거는 법적 성격이 다르므로, 이 대통령의 기탁금 발언을 곧바로 공직선거법 위반이나 탄핵 사유라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다. 헌법재판소가 설명한 선거중립 의무도 기본적으로 국가기관이 공직선거의 자유경쟁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법률적 차이가 정치적 형평성의 질문까지 없애주지는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은 여당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발언으로 실제 직무가 정지되고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섰다. 당시 민주당 계열 정당 내부에서도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존재했다. 그런데 2026년의 민주당은 현직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 선거의 비용 규칙을 직접 거론하고, 당이 곧바로 재검토에 착수했는데도 이를 단순한 당원의 의견이라고 설명한다.

대통령에게 당원의 권리가 있다는 민주당의 설명을 일관되게 적용하면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정당 정치에 관한 의견을 말할 권리가 있었다. 반대로 대통령의 말은 평당원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갖기 때문에 절제돼야 한다는 노무현 탄핵 당시의 논리를 적용한다면, 이재명 대통령의 기탁금 발언 역시 최소한 정치적 당무개입 여부를 따져볼 대상이 된다. 민주당은 두 기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자신들의 대통령에게만 당원의 권리를 넓게 인정하고 다른 정권 대통령의 당무 관여에는 ‘사당화’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그것은 원칙이 아니라 정파적 편의다.

물론 윤석열 정부 당시의 공천 개입이나 수직적 당정 관계를 거론한다고 해서 이번 문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전임 대통령이 더 심하게 개입했다는 주장은 현직 대통령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논리가 될 수 없다. 민주주의의 기준은 전임자보다 조금 덜 잘못하는 데 있지 않다. 권력을 잡기 전 자신들이 비판했던 행위를 권력을 잡은 뒤에도 같은 눈으로 볼 수 있느냐에 있다.

이 대통령의 기탁금 문제 제기는 내용상 타당하다. 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정치 참여가 막혀서는 안 되며, 후보 난립 방지를 명분으로 거액의 진입장벽을 세우는 것도 민주정당답지 않다. 민주당은 기탁금을 직전 수준으로 낮추고 인상 결정 과정과 비용 산출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 청년 후보에게만 일정액을 깎아주는 방식보다 선거공영제 원칙에 맞게 당이 공통 비용을 부담하고, 후보자에게는 실제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만 요구하는 것이 맞다.

동시에 이 대통령도 자신의 발언이 당원 한 사람의 의견으로만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대통령이 여당의 선거규칙을 공개적으로 바꾸라고 요구하고, 여당이 즉각 움직이는 구조가 반복되면 당은 대통령실의 하부 기관으로 보이게 된다. 좋은 목적을 가진 개입이라고 해서 언제나 좋은 선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음 대통령도 자신의 개입을 ‘공정한 경선을 위한 의견’이라고 포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첫 번째 책임은 아무런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기탁금을 네 배 올린 민주당에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이를 바로잡을 내부 자정 능력을 보여주지 못해 대통령이 직접 등장하도록 만든 당 지도부에 있다. 세 번째 질문은 대통령의 개입을 당원의 권리로 포장하면서 노무현 탄핵과 전임 대통령의 당무개입에 적용했던 기준을 얼마나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가에 있다.

기탁금은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다. 누가 당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지, 가난한 정치 신인에게도 도전의 문이 열려 있는지, 집권당이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지를 한꺼번에 보여주는 시험지다. 민주당이 2,000만원을 500만원으로 되돌리는 것만으로 모든 논란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왜 네 배 올렸는지, 대통령이 말하기 전에는 왜 고치지 않았는지, 대통령의 개입 한계를 어디에 둘 것인지까지 답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말로 탄핵심판대에 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여당 경선의 기탁금을 되돌려 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두 사건의 법률적 성격은 다르지만 대통령의 말이 당과 선거에 미치는 무게는 달라지지 않았다. 민주당이 진정 노무현의 정치개혁을 계승한다고 말하려면 그의 이름을 기탁금 인하의 명분으로만 빌릴 것이 아니라, 대통령 권력의 절제라는 불편한 교훈까지 함께 받아들여야 한다.


참고문헌

  • 연합뉴스, 「李대통령 가세 속 與전대 기탁금 이슈 부상…당 결정 주목」, 2026.07.19.
  • JTBC, 「최고위원 500→2000만원, 민주당 이번엔 ‘기탁금’ 논란」, 2026.07.19.
  • 연합뉴스, 「국힘, 李대통령 與전당대회 기탁금 지적에 ‘누가 봐도 당무개입’」, 2026.07.19.
  • 연합뉴스, 「與, ‘李대통령 당무개입’ 국힘 비판에…‘尹출장소 까먹었나’」, 2026.07.20.
  • 연합뉴스, 「정청래 ‘전대 기탁금은 낮춰야’」, 2026.07.20.
  • 더불어민주당, 「당규 제10호 당대표·최고위원 선출규정—제32조 선거공영제」, 2026.07.20 접속.
  • 헌법재판소·국가법령정보센터, 「대통령(노무현) 탄핵, 2004헌나1」, 2004.05.14.
  • 헌법재판소, 「분야별 주요판례—2004헌나1 대통령 탄핵」, 200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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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16일 목요일

정청래 뭘 잘못했나?...이재명 향한 '뿌리 깊은 무시'가 뇌관?… 송영길이 묻는 "진짜 죄(罪)"

 

국회의사당 단상을 배경으로 엇갈린 시선으로 서 있는 세 명의 정치인(이재명, 송영길, 정청래)의 흑백 실루엣 이미지
집권 여당의 당권 투쟁 이면에 자리한 복잡한 과거의 인연과 권력의 암투./gimages


집권 여당의 길 잃은 전당대회, 난무하는 막말과 저주

정당의 전당대회는 미래의 비전을 국민 앞에 제시하는 치열한 정책 경쟁의 장이어야 한다. 특히 집권 여당의 당권 경쟁이라면, 남은 국정 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고 대통령과 발을 맞춰 민생의 난제를 풀어갈 책임 있는 리더십을 증명하는 자리다. 그러나 오는 8월 17일에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는 건전한 노선 경쟁을 까마득히 벗어났다.

당의 원로이자 중진인 송영길 의원과 정청래 전 대표 간의 충돌은 이미 금도를 넘었다. 정책이 있어야 할 자리에 "옛날 같으면 역적으로 목을 잘라야 한다", "낙태했어야 했다"는 등 귀를 의심케 하는 원색적인 저주의 언어들만 가득하다. 하지만 이 낯뜨거운 이전투구의 표면적 막말을 걷어내고 나면, 그 심연에는 이재명 정부 치하에서의 복잡한 권력 지형과 헤게모니 싸움이 도사리고 있다. 그 중심에 바로 '정청래의 태도'를 둘러싼 당내 주류의 의구심이 자리한다.


도를 넘은 막말 시퀀스: 정치의 야만화

최근 며칠간 양측이 쏟아낸 발언의 수위는 우리 정치의 밑바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송영길, '역적 진압' 발언. 2026년 7월 14일: 전국호남향우회 총연합회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전 대표 간의 갈등을 뜻하는 이른바 '명청대전'을 비판하며, "옛날 같으면 역적으로 목을 잘라 진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맹비난했다.

정청래, '섬뜩하다' 반발. 2026년 7월 14일: 송 의원의 발언 직후, 정 전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전당대회 출마가 목숨까지 위태로운 일이냐. 섬뜩하고 무섭다"며 불쾌감을 표출했다.
송영길, '낙태' 비유 논란. 2026년 7월 15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정 전 대표가 지난 경기 평택을 재·보궐 선거 당시 공천을 후회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두고, "자기 아들한테 '내가 너 낙태했어야 하는데 낳았다'는 것과 똑같다"며 무책임함을 지적했다.

이러한 수사(修辭)들은 단순한 실언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정치인의 언어는 그의 세계관을 반영한다. 이견을 가진 상대를 타협의 대상이 아닌 '참수해야 할 역적'으로 규정하고, 선거의 공천 과정을 생명의 존엄성을 건드리는 '낙태'에 비유하는 것은 상대를 향한 맹목적인 적의(敵意)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송 의원 측은 "정 전 대표의 잔인한 이중플레이를 비판하기 위한 비유"라고 해명했지만, 대중의 귀에 꽂힌 것은 날카로운 혐오의 파편들뿐이다.

명청대전(明淸大戰)? 본질은 초조함과 헤게모니 싸움

이전투구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결국 이재명 정부 치하에서의 권력 지형과 당내 헤게모니 싸움이 자리 잡고 있다.

송영길 의원이 연일 거친 발언을 쏟아내는 배경에는 다분히 전략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송 의원은 정 전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을 깔아보는 느낌"이라며 당청 갈등의 프레임을 부각하고 있다. 임기가 4년이나 남은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당 대표는 위험하다는 논리다. 이는 선거 초반 우세를 점하고 있는 정 전 대표를 견제하고, 김민석 의원 등과 이른바 '반(反)정청래' 연대를 구축하여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3위 후보의 절박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때아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적통' 논란까지 끌어들여 정 전 대표의 정체성을 공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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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스스로를 갉아먹는 '독사과'와 같다. 당내 재선 의원들 사이에서도 "과유불급이고 오히려 도가 지나치다"는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친(親)정청래계인 최민희 의원이 "민주당 대표 경선은 왕조 조선이 아니라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일침을 가한 것은, 현재의 양상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지를 방증한다. 상대를 악마화하여 얻는 반사이익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


사라진 당원과 국민: 누구를 위한 권력인가

지금 당 밖의 현실은 어떠한가. 고물가와 고금리로 서민 경제는 벼랑 끝에 몰려 있고,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의 외교·안보적 과제는 산적해 있다. 집권 여당의 전당대회라면 마땅히 '이재명 정부 2년 차의 공과(功過)'를 냉정히 평가하고, 남은 4년 동안 국민의 삶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정책 토론이 벌어져야 한다.하지만 현재 민주당의 스피커에서는 민생(民生)이라는 단어가 완벽히 소거되었다.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누가 대통령에게 더 충성하는가", "누가 더 당의 정통성에 부합하는가"를 따지는 앙상한 계파 논리뿐이다. 권력을 향한 맹목적인 탐욕이 당원들의 자부심을 상처 입히고,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다.

"정청래는 이재명을 무시한다"… 과거의 인연이 만든 오만함

최근 송영길 의원이 정 전 대표를 향해 연일 거친 포문을 여는 핵심적인 명분은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을 깔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당정 갈등의 우려를 넘어서, 두 사람의 과거 정치적 체급 차이에서 비롯된 근본적인 불신을 저격한 것이다.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전 대표의 기저에 '과거의 관계'에 얽매인 우월감이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정 전 대표가 여의도 중앙정치에서 굵직한 스피커로 활동하며 당의 주류로 군림하던 시절,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이라는 변방의 기초단체장에 불과했다. 송 의원 측의 주장은, 정 전 대표가 여전히 그 시절의 프레임에 갇혀 현재 국가 최고 권력자가 된 이 대통령을 진정한 지도자로 예우하지 않고, 자신이 언제든 쥐락펴락할 수 있는 대상 혹은 '공동 주주'쯤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집권 여당의 대표가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자기 정치를 하려 든다면, 남은 4년의 국정 동력은 필연적으로 마비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송 의원의 논리다.

유시민의 직격탄, 그리고 묘한 스탠스의 정청래

이러한 갈등의 불씨에 기름을 부은 것은 야권의 핵심 외곽 스피커인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최근 행보다. 유 전 이사장이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 방식을 향해 작심하고 날 선 비판을 가했을 때, 당권 주자인 정 전 대표는 이를 적극적으로 엄호하거나 대통령을 방어하기는커녕 묘하게 동조하거나 묵인하는 듯한 스탠스를 취했다.바로 이 지점이 송영길 의원이 폭발한 결정적 도화선이다. 집권 여당의 유력한 당 대표 후보가, 외부의 날 선 비판으로부터 자당 출신 대통령을 지켜내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지렛대 삼아 비명(非明)계나 강성 지지층의 표심을 흡수하려 했다는 혐의를 둔 것이다. 송 의원 입장에서는 이러한 정 전 대표의 행보가 단순한 정치적 계산을 넘어, 대통령의 권위를 훼손하고 당을 사당화(私黨化)하려는 명백한 '해당 행위'로 비쳤을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정청래는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나

이쯤에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연 정청래 전 대표는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기에 "역적"이라는 끔찍한 비난까지 감수해야 하는가?냉정하게 정치 공학적으로만 본다면, 정 전 대표의 행보는 유력 당권 주자로서 대통령과의 적절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당의 독자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 무조건적인 '용산 바라기' 여당이 결국 민심의 외면을 받는다는 것은 정치사의 오랜 교훈이기 때문이다. 유시민 전 이사장의 비판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 역시,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하겠다는 유연함의 과시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하지만 문제는 '타이밍'과 '명분'이다. 지금은 정권 초기나 말기가 아닌, 이재명 정부가 핵심 국정 과제를 밀어붙여야 할 중차대한 시기다. 이 시점에 당 대표가 대통령의 리더십에 흠집을 내면서까지 자기 정치에 몰두하는 것은, 정권의 성공보다는 차기 대권이나 당내 권력 독점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송 의원이 제기하는 정 전 대표의 '진짜 잘못'은 바로 이 지점, 즉 여당 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책임감의 결여'와 대통령을 향한 '정치적 도의의 상실'에 있다.

진흙탕 싸움의 청구서, 결국 국민이 쥔다

누구의 명분이 더 정당한가를 떠나, 작금의 '명청대전(明淸大戰)'과 이를 둘러싼 핏빛 수사는 결국 민주당 전체의 자해 행위로 귀결되고 있다. "정청래는 이재명을 무시한다"며 날을 세우는 송영길 의원의 거친 입은 오히려 당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으며, 이에 맞대응하며 전당대회를 감정싸움으로 몰고 가는 정청래 전 대표 역시 여당 대표로서의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지금 당 밖의 현실은 매섭다. 팍팍한 민생 경제와 복잡한 외교 안보적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집권 여당의 전당대회는 마땅히 남은 4년 동안 국민의 삶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정책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권력에 대한 충성도'와 '과거의 서열'을 따지는 계파 논리에 함몰된 현재의 민주당 스피커에서는 민생이라는 단어가 완벽히 소거되었다.권력을 향한 맹목적인 탐욕이 빚어낸 이 진흙탕 싸움의 청구서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다. 남은 경선 기간 동안 민주당 당권 주자들이 국민에게 증명해야 할 것은, 상대를 찌르는 날 선 언어가 아니라 위기를 돌파할 '집권당다운 능력'과 '통합의 리더십'이다. 그것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이번 8·17 전당대회는 권력투쟁에 눈이 멀어 민심을 잃어버린 가장 뼈아픈 패착으로 기록될 것이다.


[참고문헌]

  • 조선일보, "송영길 '대통령과 싸워? 옛날이면 역적으로 목을…' 정청래 '섬뜩하고 무섭다'" (2026.07.14)
  • 경향신문, "유시민 작심 비판에 침묵한 정청래… 송영길 '정체성 의심된다' 직격" (2026.07.15)
  • MBC 뉴스, "송영길, '평택 공천 후회' 정청래 발언에 '낙태해야 했는데 낳았단 말'" (2026.07.15)
  • 매일경제, "송영길 '대선 불출마 선언한 정청래…누가 나가라고 했었나'" (2026.07.15)
  • 한겨레, "'노무현 적통 공세' 송영길, 정청래 전 대표에게 사과" (2026.07.30 - 주: 데이터상 기사 발행일 표기 인용)
  • 동아일보, "정청래 당권 행보에 쏠린 눈… '이재명 무시 프레임' 넘을까" (2026.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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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3일 금요일

곽상언 법왜곡죄 홀로 반대하더니 이번엔 정청래·유시민·김어준까지, ‘노무현 이름 장사’와 결별 선언

 

국회 발언대와 유튜브 마이크 이미지가 겹쳐진 화면 위로 민주당 내부 권력투쟁을 상징하는 붉고 푸른 조명이 비치는 장면
곽상언, 김어준 저격 ... 민주당 내부의 유튜브 권력과
 공천 질서를 둘러싼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newsis

[논평]

곽상언 의원의 이번 발언을 단순한 ‘김어준 저격’으로만 읽으면 반밖에 못 본다. 4월 3일 BBS 라디오에서 곽 의원은 진행자가 김어준을 직접 거론한 질문을 던지자, “그런 모습이 지금 정치권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했고, 더 나아가 일부 정치 유튜버가 실제로 정당 내부의 후보자 선정과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며 “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 그냥 방송 한 토막이 아니라, 당내 권력이 어디로 이동했는지를 겨눈 발언이다.

더 흥미로운 건 이 발언이 뜬금없이 튀어나온 게 아니라는 점이다. 곽상언은 지난 2월 민주당이 밀어붙인 이른바 ‘법왜곡죄’ 표결에서 민주당 의원 중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지며 주목받았다. 그는 그때도 “정치적·현실적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헌법 질서 훼손 가능성을 외면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당론에 줄 서기보다 자기 기준을 앞세우겠다는 신호였고, 이번 김어준·유튜버 비판도 그 연장선으로 읽힌다.

3월 행보를 보면 이 선은 더 선명해진다. 곽상언은 정청래를 향해 “노무현을 한낱 도구로 쓴다”는 취지로 비판했고, 유시민에 대해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둘러싼 국민의 죄책감을 자신의 주장과 이익을 위해 활용하는 인물 중 하나라고 직격했다. 즉 곽상언의 최근 정치는 ‘친명 대 반명’의 단순 프레임이 아니라, 노무현의 이름을 들고 당내 정당성을 선점하려는 세력 전체와 거리를 두는 방식에 가깝다. 이번 유튜버 발언도 그 흐름 위에 있다.



그래서 이번 발언의 정치적 목적은 오히려 꽤 분명하다. 첫째, 곽상언은 자신을 ‘노무현 사위’에 기대어 먹고사는 정치인이 아니라, 오히려 노무현을 정치 도구화하는 흐름과 싸우는 인물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그는 민주당 내부에 이미 형성된 ‘유튜브 권력’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리며 “공천과 당내 선거는 방송 스튜디오가 아니라 당의 공식 절차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명분을 선점하려 한다. 셋째,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과 차기 공천권을 둘러싼 신경전이 커지는 국면에서, 자신을 특정 계파의 하위 파트너가 아닌 독자 축으로 세우려는 계산도 읽힌다. 이 대목은 해석이지만, 최근 기사 흐름과 맞닿아 있다.

실제로 연합뉴스는 최근 여권과 그 지지층의 분화가 가속하고 있으며, 그 전면에 김어준과 유시민이 돌출해 있다고 짚었다. 같은 보도는 정청래가 김어준·유시민과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는 반면, 김민석 총리는 이들과 대립적 상태라고 전했다. 다시 말해 민주당 내부는 이미 ‘개혁 노선’ 논쟁만이 아니라, 누가 당심과 팬덤, 그리고 차기 전당대회 의제를 쥘 것인가의 싸움으로 들어가 있다. 그런 판에서 곽상언의 발언은 친명 공격도, 친문 결집도 아닌 제3의 카드처럼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곽상언은 김어준을 향해 불법을 확정적으로 단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알 만한 사람은 안다”, “정화돼야 한다”는 표현으로 당내에 이미 퍼져 있는 불만과 의심을 정치 언어로 끌어올렸다. 이건 법적 리스크를 피하면서도 메시지는 최대한 세게 던지는 방식이다. 즉, 실명은 사실상 깔았지만 칼날은 ‘김어준 개인’보다 더 넓은 ‘유튜브-당권 결합 구조’에 꽂은 셈이다.

결국 이번 발언의 진짜 의미는 이렇다. 곽상언은 지금 “노무현의 적통이 누구냐”를 묻는 것이 아니라, “노무현을 팔아 당내 권력과 방송 권력을 결합하는 정치가 과연 민주당의 미래냐”를 묻고 있다. 그래서 그의 칼끝은 겉으로는 김어준을 향하지만, 실제로는 정청래·유시민·친명·비명 모두가 얽힌 민주당 내부 권력지도 전체를 겨눈다. 뜨거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한마디는 사람 하나를 공격한 장면이 아니라, 전당대회와 공천, 그리고 차기 주자 구도까지 흔들 수 있는 ‘내부 경고장’에 더 가깝다.

참고문헌

  • 뉴스1/다음, 곽상언 4월 3일 BBS 발언 보도.
  • 뉴시스, 곽상언의 법왜곡죄 반대표 및 본인 설명.
  • 한겨레, 정청래의 노무현 소환에 대한 곽상언 비판.
  • 뉴스1/다음, 유시민 ABC론에 대한 곽상언 비판.
  • 한겨레, 여권 내 김어준 거리두기와 8월 전당대회 개입 의혹 보도.
  • 연합뉴스, 8월 전당대회와 차기 총선 공천권, 당내 당권 경쟁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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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29일 금요일

'40대 기수론'과 'DJP 연합' 소환한 강훈식, 민주당 전당대회 판도 흔들까




[세상소리] 28일 민주당 당대표 ‘컷오프’ 전이 끝나 본선 3파전으로 좁혀졌다. 한 인물이 눈에 띄었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대항마가 누구일지 초미의 관심사였다. ‘강훈식’ 의원이 새롭게 등장했다. 그가 쓴 어법은 “파격”이었다.

“익숙한 대세”에 대항할 “파격” 이미지를 강조했다. “파격을 통한 승리”, 이게 그가 내세운 구호(口號)이자 본선 구상이다.

이번 컷오프 결과로 민주당 당권 경쟁은 이재명, 박용진, 강훈식 의원의 3자 대결로 압축됐다. 설훈 의원 등 비명계 중진들이 탈락하고 조응천 의원 등이 불출마한 자리에, 70년대생인 박용진·강훈식 의원이 나란히 안착한 것은 그 자체로 거대한 지각변동이다.

특히 강 의원이 들고나온 "파격"이라는 화두는 과거 한국 정치사를 바꿨던 굵직한 변곡점들을 연상시킨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젊은 시절 당의 고질적인 파벌 정치를 깨부수며 들고나왔던 역사적인 '40대 기수론'의 재림이다. 강 의원은 단순히 나이가 젊은 세대교체를 넘어, 당의 주류 세력인 '친명'의 단일 대오와 '이낙연·설훈'계로 대변되던 전통적 비명계 간의 감정적 골을 메울 유일한 대안이 자신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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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의원의 구상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는 민주당의 역사적 승리 방정식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DJP 연합'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보여준 극적인 통합의 정치를 소환했다. 현재 민주당이 당내 패권 다툼에 매몰되어 대중적 확장성을 잃어버렸다고 진단한 것이다. "안전하고 익숙한 대세론으로는 정권을 되찾아올 수 없다"며, 당 내부의 갈등을 봉합하고 외부 세력까지 과감하게 끌어안는 '파격적 연대론'을 제시했다.

결국 본선 무대에 오른 강 의원 앞에는 '박용진 의원과의 단일화'라는 현실적인 과제와 함께, '어대명'이라는 거대한 벽을 깨뜨릴 구체적인 파괴력을 증명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이 주어졌다. 익숙함에 안주해 서서히 침몰할 것인가, 아니면 낡은 문법을 깨부수고 파격적인 선택으로 재집권의 기틀을 마련할 것인가. 민주당 당원들과 국민의 시선이 그의 입을 향해 쏠리고 있다.

[참고문헌]

  • 세상소리뉴스, "[뉴스VOW] 민주당 본선 3파전 확정… 강훈식이 던진 '파격'의 메시지" (2022.07.29)

  • 중앙일보, "민주 당대표 컷오프…이재명·박용진·강훈식 3파전 확정" (2022.07.28)

  • 한겨레, "강훈식 '익숙한 패배 대신 파격적 승리 선택해달라'" (2022.07.28)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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