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소리] 28일 민주당 당대표 ‘컷오프’ 전이 끝나 본선 3파전으로 좁혀졌다. 한 인물이 눈에 띄었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대항마가 누구일지 초미의 관심사였다. ‘강훈식’ 의원이 새롭게 등장했다. 그가 쓴 어법은 “파격”이었다.
“익숙한 대세”에 대항할 “파격” 이미지를 강조했다. “파격을 통한 승리”, 이게 그가 내세운 구호(口號)이자 본선 구상이다.
이번 컷오프 결과로 민주당 당권 경쟁은 이재명, 박용진, 강훈식 의원의 3자 대결로 압축됐다. 설훈 의원 등 비명계 중진들이 탈락하고 조응천 의원 등이 불출마한 자리에, 70년대생인 박용진·강훈식 의원이 나란히 안착한 것은 그 자체로 거대한 지각변동이다.
특히 강 의원이 들고나온 "파격"이라는 화두는 과거 한국 정치사를 바꿨던 굵직한 변곡점들을 연상시킨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젊은 시절 당의 고질적인 파벌 정치를 깨부수며 들고나왔던 역사적인 '40대 기수론'의 재림이다. 강 의원은 단순히 나이가 젊은 세대교체를 넘어, 당의 주류 세력인 '친명'의 단일 대오와 '이낙연·설훈'계로 대변되던 전통적 비명계 간의 감정적 골을 메울 유일한 대안이 자신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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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의원의 구상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는 민주당의 역사적 승리 방정식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DJP 연합'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보여준 극적인 통합의 정치를 소환했다. 현재 민주당이 당내 패권 다툼에 매몰되어 대중적 확장성을 잃어버렸다고 진단한 것이다. "안전하고 익숙한 대세론으로는 정권을 되찾아올 수 없다"며, 당 내부의 갈등을 봉합하고 외부 세력까지 과감하게 끌어안는 '파격적 연대론'을 제시했다.
결국 본선 무대에 오른 강 의원 앞에는 '박용진 의원과의 단일화'라는 현실적인 과제와 함께, '어대명'이라는 거대한 벽을 깨뜨릴 구체적인 파괴력을 증명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이 주어졌다. 익숙함에 안주해 서서히 침몰할 것인가, 아니면 낡은 문법을 깨부수고 파격적인 선택으로 재집권의 기틀을 마련할 것인가. 민주당 당원들과 국민의 시선이 그의 입을 향해 쏠리고 있다.
[참고문헌]
세상소리뉴스, "[뉴스VOW] 민주당 본선 3파전 확정… 강훈식이 던진 '파격'의 메시지" (2022.07.29)
더불어민주당의 6·1 지방선거 참패는 단순한 선거 패배가 아니었다. 대통령선거 패배 이후 불과 석 달도 지나지 않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또 한 번 국민의 냉정한 판정을 받았다. 국민의힘은 17개 광역단체장 선거 중 12곳에서 승리했고, 민주당은 경기·호남·제주를 포함한 5곳에 그쳤다. 대선 패배가 정권교체의 신호였다면, 지방선거 패배는 민주당의 내부 체질과 정치 방식에 대한 더 넓은 불신의 표출이었다.
선거가 끝나자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포함한 민주당 비대위 지도부는 총사퇴했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 전원이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도부가 물러나는 형식은 갖췄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누가 당을 수습할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패배를 평가할 것인가, 그리고 8월 전당대회까지 당의 권한을 누가 쥘 것인가가 곧바로 새 쟁점이 됐다.
민주당은 조기 전당대회보다는 예정된 8월 전당대회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공감대를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연달아 패배한 상황에서 서둘러 당권 경쟁으로 들어가면 내홍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당은 ‘혁신형 비대위’를 구성해 패배 원인을 평가하고 쇄신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정치에서 임시 지도부는 결코 단순한 임시 관리자가 아니다. 비대위가 누구의 손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패배 책임론의 방향도, 전당대회 판도도 달라질 수 있었다.
이때 당 안팎에서는 여러 수습론이 흘러나왔다. 그중 하나가 이낙연 전 대표를 둘러싼 역할론이었다. 이 전 대표는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와 끝까지 경쟁했던 인물이자, 민주당 내 비명·친문 성향 지지층이 여전히 기대를 거는 상징적 인물이었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지방선거 직후인 2022년 6월 7일 미국으로 출국했고, 당내 갈등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이들이 잘 해결하리라 믿는다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따라서 6월 5일 무렵의 이낙연 역할론은 공식화된 추대론이라기보다는, 대선과 지방선거 연패 이후 당의 균형추를 다시 세울 수 있느냐는 기대와 불안이 뒤섞인 관측에 가까웠다.
문제의 본질은 이름이 아니었다. 이낙연이냐, 우상호냐, 또 다른 중진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이 패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였다. 친명계는 대선 패배의 책임을 이재명 개인에게만 돌리는 흐름을 경계했고, 친문·비명계는 이재명 전 후보의 조기 등판과 인천 계양을 출마가 지방선거 전체에 부담을 줬다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지도부 공백은 곧 계파 간 계산표가 됐다. 누가 비대위를 이끄느냐는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8월 전당대회까지 어떤 책임론이 당의 주류 담론이 되느냐를 가르는 문제였다.
그런 점에서 8월 전당대회는 단순히 새 당대표를 뽑는 행사가 아니었다. 2022년 8월에 선출되는 당대표는 임기상 2024년 총선 공천 과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당권 경쟁은 곧 총선 공천권 경쟁이었고, 총선 공천권은 곧 차기 대선 구도의 출발점이었다. 민주당 내부의 갈등이 쉽게 가라앉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겉으로는 “쇄신”을 말했지만, 속으로는 “누가 다음 공천의 문을 지키느냐”가 걸려 있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집안싸움의 배경에 2024년 총선 공천권과 차기 대선 구도가 놓여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민주당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실 복잡하지 않았다. 왜 졌는지, 국민이 무엇에 등을 돌렸는지, 대선 패배 이후 무엇을 반성하지 않았는지부터 물었어야 했다. 그러나 정당은 패배의 순간에 가장 정직해지기 어렵다. 책임을 묻는 말은 곧 계파 공격으로 번지고, 쇄신을 말하는 순간에도 다음 권력의 위치가 계산된다. 민주당이 맞닥뜨린 위기는 바로 그 지점에 있었다. 패배를 분석해야 할 시간이 당권을 계산하는 시간으로 바뀌고 있었다.
특히 6·1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주당 지지층의 이탈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었다. 투표장에 나오지 않은 지지층, 호남의 낮은 투표율, 수도권의 싸늘한 민심은 민주당이 단순히 선거 전략에서 진 것이 아니라 지지 기반의 신뢰를 잃고 있었다는 신호였다. 경향신문은 당시 민주당 패인의 하나로 지지층 이탈과 반성·쇄신 없는 태도를 지목했다. 이것은 계파 구도보다 더 깊은 문제였다. 당 안에서는 친문이냐 친명이냐를 따졌지만, 당 밖의 유권자는 이미 “민주당이 달라질 수 있느냐”를 묻고 있었다.
그럼에도 민주당 내부의 시계는 빠르게 전당대회로 향했다. 누가 비대위를 맡을 것인가, 이재명 전 후보가 당권에 나설 것인가, 친문계가 대항마를 세울 수 있을 것인가, 이낙연 전 대표의 부재가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가가 정치권의 관심사가 됐다. 이 모든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민주당은 패배를 통해 바뀔 것인가, 아니면 패배를 계기로 권력 지형만 다시 짤 것인가.
윤호중 비대위의 총사퇴는 책임정치의 출발처럼 보였지만, 그것만으로 민주당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책임지는 지도부가 물러난 자리에 더 중요한 질문이 남았다. 누가 책임질 것인가보다 더 어려운 질문, 무엇을 책임질 것인가였다. 대선 패배의 책임인지,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인지, 공천 실패의 책임인지, 강성 지지층에 끌려간 정치의 책임인지, 민생보다 정쟁을 앞세운 태도의 책임인지가 정리되지 않았다. 책임의 항목이 정리되지 않으면 쇄신은 구호가 되고, 구호가 끝난 자리에는 다시 계파만 남는다.
2022년 6월 5일의 민주당은 바로 그 갈림길에 서 있었다. 비대위는 사퇴했고, 전당대회는 예정대로 다가오고 있었고, 이낙연 역할론은 희미한 관측으로 떠돌았으며, 이재명 책임론과 방어론은 당 안에서 충돌하기 시작했다. 패배한 정당이 다시 서려면 먼저 패배의 이유를 똑바로 봐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의 시선은 이미 다음 당권과 공천권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래서 이 시기의 민주당 내홍은 단순한 후폭풍이 아니었다. 그것은 대선 패배 이후에도 끝나지 않은 민주당 권력 재편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