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31일 일요일

박근혜가 움직이자 홍준표가 쏘았고, 유영하가 ‘배신자’로 되받았다 — 대구시장 선거, 보수의 오래된 원한이 터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구 지원 유세 이후 홍준표 전 시장과 유영하 의원이 충돌한 대구시장 선거 정국을 상징한 이미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추경호 후보 지원 유세를 계기로 대구시장
선거는 김부겸 대 추경호의 대결을 넘어 보수 내부의 배신자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ghostimages


대구시장 선거가 이상한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 겉으로는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의 지방선거지만, 실제 무대 위로 올라온 이름들은 따로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홍준표 전 대구시장, 그리고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다. 시장을 뽑는 선거가 어느새 보수의 혈통을 가르는 심판대가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6·3 지방선거를 사흘 앞둔 31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추 후보를 “대구 경제를 살리는 데 적임자”라고 평가하며 압도적 지지를 요청했다. 이미 지난 23일 칠성시장 유세에 나선 데 이어, 다시 대구 민심의 상징인 서문시장을 찾은 것이다.

이 장면이 단순한 지원 유세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는 대구의 판세 때문이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6~27일 대구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부겸 후보는 40%, 추경호 후보는 41%를 기록했다. 오차범위 안 초접전이다. 대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와 이 정도로 맞붙는 그림 자체가 이례적이다. 그래서 박근혜의 등장은 단순한 덕담이 아니라, 흔들리는 보수 표심을 다시 묶기 위한 마지막 동원령처럼 읽힌다.

문제는 여기서 홍준표 전 시장이 끼어들며 폭발했다. 홍 전 시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앞세운 투표가 대구의 미래를 더 암담하게 만들 뿐이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그는 자신이 김부겸 후보를 지지한 것은 진영을 넘어 대구의 미래 100년을 위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홍준표식 표현을 빌리면, 이것은 배신이 아니라 선택이고, 진영 이탈이 아니라 미래 판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보수 진영 안에서 그 말이 그렇게 곱게 들릴 리는 없었다.

가장 날카롭게 반격한 인물은 유영하 의원이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유 의원은 홍 전 시장을 향해 “참 가지가지 한다”고 받아쳤고, “먹던 우물에 가래침을 뱉어놓고 떠난 것”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이어 “역사는 배신자들의 말로가 어떠한지를 우리에게 똑똑히 가르쳐 주고 있다”며 “보수에서 더 이상 홍 전 시장이 설 땅은 없다”고 했다. 여기서 선거의 언어는 정책의 언어가 아니라 응징의 언어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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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의 아이러니는 너무 짙다. 한때 보수의 본진에서 함께 손을 들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서로를 향해 배신자라 부른다. 홍준표는 박근혜식 감성 동원을 낡은 정치라고 공격하고, 유영하는 홍준표의 김부겸 지지를 보수에 대한 배신으로 규정한다. 대구의 미래를 말하던 선거는 순식간에 “누가 진짜 보수인가”, “누가 우물을 더럽혔는가”, “누가 떠났고 누가 남았는가”를 묻는 과거 청산극이 됐다.

더 흥미로운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침묵과 존재감이다. 박 전 대통령은 길게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장 골목에 서는 것만으로도 선거 구도를 바꾼다. 2017년 탄핵 이후 첫 현장 유세라는 상징성은 여전히 대구 보수층에게 특별한 정서를 불러낸다. MBC는 지난 23일 칠성시장 유세를 두고 박 전 대통령이 탄핵 이후 처음으로 현장 유세에 나섰다고 보도했고, 김부겸 후보 측은 이를 “보수 결집” 전략으로 비판했다.

결국 이번 충돌은 추경호 후보에게는 기회이자 위험이다. 박근혜의 등장은 보수 결집에는 분명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대구시장 선거를 경제와 행정의 경쟁이 아니라 박근혜를 둘러싼 감정 선거로 바꿔버릴 수도 있다. 추경호가 말해야 할 것은 대구 경제인데, 유권자의 귀에는 박근혜, 홍준표, 유영하의 이름이 더 크게 들린다. 선거판에서 지원군이 너무 강하면, 후보는 오히려 배경이 된다.

홍준표 전 시장에게도 이 싸움은 쉽지 않다. 그는 스스로를 보수의 낡은 틀을 넘어선 현실주의자로 포장하려 한다. 그러나 대구 보수층 일부에게 그의 김부겸 지지는 정치적 결단이 아니라 감정적 이탈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움직인 상황에서 홍준표가 그 행보를 비판한 것은, 단순한 선거 논평이 아니라 친박 정서의 급소를 건드린 셈이다.

유영하 의원의 반격은 그래서 단순한 말싸움이 아니다. 그것은 박근혜 정치의 마지막 방어선에서 나온 선언문에 가깝다. “보수에서 더 이상 설 땅은 없다”는 말은 상대를 비판하는 문장이 아니라, 보수라는 성문 밖으로 밀어내는 추방의 언어다. 지방선거 막판 대구에서 벌어진 이 충돌은 대구시장 한 자리를 넘어, 보수 내부의 기억과 원한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선거는 미래를 고르는 절차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대구의 이번 선거는 미래를 말할수록 과거가 더 크게 소환되는 기묘한 장면을 보여준다. 박근혜가 시장 골목에 서자 홍준표가 비판했고, 홍준표가 비판하자 유영하가 배신자를 말했다. 시민은 시장을 뽑으러 가는데, 정치권은 아직도 누가 누구를 배신했는지를 심판하고 있다. 이것이 오늘 대구 선거판의 가장 장중한 아이러니다.

참고문헌

연합뉴스, 「박근혜, 서문시장서 추경호 지원 유세…‘대구 경제 살릴 적임자’」, 2026년 5월 31일.
뉴스1/다음, 「홍준표 ‘박근혜 내세운 투표, 대구 미래 더 암담’→ 유영하 ‘참 가지가지’」, 2026년 5월 31일.
MBC, 「[MBC여론조사] 대구시장, 김부겸 40% vs 추경호 41%…오차범위 내 경합」, 2026년 5월 28일.
MBC 뉴스데스크, 「탄핵 이후 첫 현장 유세 박근혜, 추경호 지원…김부겸 ‘보수 결집만 외쳐’」, 2026년 5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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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28일 목요일

정원오 우세 속 터진 5·18 논란… 강북의 변화, 강남의 결집... 서울시장 선거가 끓고 있다

 

정원오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전과 5·18 논란을 상징하는 서울 도심 선거 이미지
정원오 후보의 과거 사건 해명 논란과 스타벅스 5·18 논란이 맞물리며
 서울시장 선거는 기억정치와 도덕성 검증의 장으로 번지고 있다./ghostimages


서울시장 선거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도시의 교통, 부동산, 재개발, 복지, 청년 주거를 물어야 할 선거판에 5·18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가장 무거운 이름이 올라왔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과거 폭행 사건 해명을 둘러싼 논란, 국민의힘의 피해자 녹취 공개, 스타벅스 ‘5·18 탱크데이’ 논란을 둘러싼 이재명 대통령·정원오 후보와 오세훈 후보의 충돌이 한꺼번에 맞물리며 선거는 정책 경쟁에서 기억정치의 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정원오 후보에게 5·18은 위험한 이름이 되었다. 그가 과거 사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5·18 관련 언쟁을 언급한 순간, 사건은 단순한 폭행 전력 문제가 아니라 도덕성과 기억의 진정성 문제로 바뀌었다. 국민의힘은 피해자 녹취를 꺼내 “5·18 논쟁은 없었다”는 취지로 압박했고, 정 후보 측은 판결문과 당시 보도를 들어 허위·왜곡 네거티브라고 맞섰다. 이 장면에서 유권자가 보는 것은 법적 사실의 세부 항목만이 아니다. 한 정치인이 자신의 과거를 설명할 때 역사적 기억을 어떤 방식으로 불러냈는가, 그 이름이 방패였는가 아니면 맥락이었는가를 묻게 된다.

오세훈 후보도 이 논란을 놓칠 수 없다. 현직 시장으로서 그는 행정 안정과 경험을 내세우지만, 정권교체 이후 민주당 후보가 서울에서 강한 흐름을 보이자 선거 지형은 이미 방어전이 되었다. 오 후보에게 정원오의 도덕성 논란은 판세를 다시 끌어당길 수 있는 드문 균열이다. 특히 서울은 한 덩어리의 도시가 아니다. 강남권의 보수 결집, 강북의 변화 요구, 서남권의 생활 민심, 중도층의 피로감이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정치 지형이다. 정원오가 행정가 이미지로 서울 전역을 넓히려 한다면, 오세훈은 도덕성 검증과 현직 안정론으로 그 확장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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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장중한 아이러니는 여기에 있다. 5·18은 선거의 소품이 되기에는 너무 무거운 역사다. 스타벅스의 부적절한 표현이 비판받는 것은 당연하다. 기업이 역사적 상처를 마케팅 언어로 소비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그 비판이 선거판에서 후보 간 공격과 방어의 문장으로 바뀌는 순간, 기억은 다시 정치의 도구가 된다. 한쪽은 역사 존중을 말하며 상대를 몰아붙이고, 다른 한쪽은 과잉 비판을 말하며 역공한다. 모두가 5·18을 말하지만, 정작 그 이름 앞에서 조심스러움은 점점 사라진다.

서울시장 선거의 향방은 바로 이 지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정원오 후보가 이 논란을 단순 네거티브로만 치부하면 중도층의 질문에 충분히 답하지 못할 수 있다. 과거 사건, 해명의 정확성, 5·18 언급의 적절성을 차분히 정리하지 못하면 우세론은 쉽게 피로해진다. 반대로 오세훈 후보가 이 문제를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몰고 가면 역풍도 가능하다. 서울 유권자는 네거티브를 듣지만, 네거티브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도덕성 검증과 정치적 과잉 사이의 선을 넘는 순간, 공격자는 검증자가 아니라 선거 공학자로 보일 수 있다.

결국 이번 선거는 서울의 미래를 묻는 동시에, 정치가 기억을 다루는 태도를 묻고 있다. 정원오의 과제는 5·18을 방패로 삼았다는 의심을 지우는 것이고, 오세훈의 과제는 5·18을 칼로 쓴다는 인상을 피하는 것이다. 어느 쪽도 이 역사 앞에서 가벼워져서는 안 된다. 수도 서울의 선거가 품격을 잃는 순간, 도시의 미래도 후보의 구호 속에서 희미해진다.

서울은 지금 접전의 도시가 되고 있다. 여론의 흐름은 출렁이고, 권역별 민심은 재배열되고, 5·18 논란은 그 위에 도덕성의 불씨를 던졌다. 하지만 최종 질문은 여전히 하나다. 누가 더 크게 분노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이 도시를 더 책임 있게 이끌 것인가. 기억은 존중되어야 하고, 검증은 필요하다. 그러나 선거가 기억을 소비하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정책이고, 그다음은 품격이다.

참고문헌

  1. 연합뉴스, 「野 ‘5·18 논쟁없어’ 폭행 피해자 녹취…정원오 ‘판결문이 입증’」, 2026년 5월 14일.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의 피해자 녹취 공개와 정원오 후보 측 반박을 함께 보도했습니다.
  2. YTN, 「국민의힘, ‘정원오 피해자’ 녹취 공개…주진우 ‘5·18 관련 논쟁 없었다’」, 2026년 5월 14일. 같은 논란의 정치권 공방을 보도했습니다.
  3. 매일경제, 「오세훈 ‘정원오·李대통령, 적당히 하라…이 정도 때렸으면 됐다’」, 2026년 5월 24일. 스타벅스 5·18 논란을 둘러싼 오세훈 후보의 반격 발언을 보도했습니다.
  4. 한겨레, 「오세훈, 이 대통령·정원오 스타벅스 비판에 ‘이제 좀 적당히 하라’」, 2026년 5월 24일.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과 선거 공방의 확산을 보도했습니다.
  5. 뉴시스/다음, 「정원오 41.7% 오세훈 41.6%…서울시장 오차범위 내 초박빙」, 2026년 5월 22일. 에이스리서치 조사에서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 초접전이라는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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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명예회복, 이재명의 승리 설계…지방선거는 왜 다시 대통령들의 전쟁이 되었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의 지방선거 현장 행보를 상징하는 부산 시장과 선거 유세 이미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원 유세와 이재명 대통령의 영남권 현장 행보가
 맞물리며 지방선거는 전·현직 대통령의 상징전으로 번지고 있다./ghostimages


지방선거가 다시 대통령들의 선거가 되고 있다. 시장의 도로, 항만의 일자리, 강원 산간의 교통망, 부산의 산업 재편을 물어야 할 선거판에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의 그림자가 동시에 내려앉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부울경을 거쳐 강원으로 향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영남권 현장 행보를 이어갔다. 한쪽은 “선거의 여왕”이라는 오래된 이름을 다시 꺼내 들었고, 다른 한쪽은 집권 권력의 현장 장악력으로 선거의 흐름을 설계하려 한다. 지방선거는 지방을 말하지만, 정작 무대 중앙에는 다시 대통령들이 섰다.

박근혜의 등장은 단순한 유세 지원이 아니다. 그것은 보수 정치가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탄핵 이후의 공백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박근혜는 오래전 선거판에서 패배 직전의 보수를 일으켜 세웠던 상징이었다. 그 시절 그녀는 후보보다 큰 후보였고, 정당보다 강한 브랜드였다. 그러나 지금의 박근혜는 과거의 승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탄핵의 기억, 사면 이후의 침묵, 그리고 다시 시장 바닥으로 나온 몸짓이 겹쳐 있다. 그래서 그녀의 유세는 지지층에게는 명예회복의 신호이고, 반대편에게는 퇴행의 상징이며, 한국정치 전체에는 아직 끝나지 않은 과거의 귀환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행보 역시 단순한 민생 방문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현직 대통령이 지역 경제, 해양 산업, 시장 민심을 챙기는 것은 당연한 국정 행위일 수 있다. 그러나 선거 막판, 접전지, 영남권, 부산이라는 조건이 겹치는 순간 그 행보는 곧바로 정치적 의미를 얻는다. 청와대가 아무리 선거와 분리하려 해도, 후보들은 대통령의 방문을 자신의 동력으로 해석하고, 야당은 그것을 관권 선거라고 공격한다. 권력의 발걸음은 의도가 무엇이든 선거판에서는 언제나 표의 언어로 번역된다.

이 장면의 장중한 아이러니는 여기에 있다. 박근혜는 더 이상 권력을 갖고 있지 않지만, 여전히 보수의 기억을 움직인다. 이재명은 현직 권력을 갖고 있지만, 그 권력 때문에 선거 개입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쪽은 과거의 상징으로 현재를 흔들고, 다른 한쪽은 현재의 권력으로 미래를 설계한다. 그런데 정작 유권자가 선택해야 할 지방의 미래는 이 거대한 상징전 속에서 자꾸 뒷전으로 밀려난다.

보수는 박근혜를 통해 무엇을 회복하려 하는가. 단순히 몇 명의 후보를 당선시키려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진영은 정체성의 균열을 겪고 있다. 누구의 보수인가, 무엇을 지키는 보수인가, 탄핵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그 혼란 속에서 박근혜는 가장 손쉬운 결집 장치다. 복잡한 정책 논쟁보다 한 사람의 이름이 더 빠르게 지지층을 움직인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보수의 빈곤을 말해준다. 미래 비전이 약할수록 정치세력은 과거의 얼굴을 다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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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같은 질문이 향한다. 집권 권력은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국정 동력을 확보하려 한다. 그것은 정치적으로 자연스러운 목표다. 그러나 문제는 승리의 방식이다. 지역 발전의 약속이 대통령의 인기와 결합하고, 후보들의 경쟁력이 현직 권력의 후광에 기대기 시작하면,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의 하청 무대가 된다. 지방선거가 지역의 자율성을 묻는 선거가 아니라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또는 대통령을 위한 총동원전으로 변하는 순간, 지방은 또다시 중앙의 선거 포스터가 된다.

박근혜와 이재명은 서로 다른 시대의 권력이다. 박근혜는 산업화와 보수 결집, 탄핵과 복권의 기억을 품은 인물이다. 이재명은 대중동원형 정치, 실용경제, 강한 집행력의 이미지를 앞세운 현직 권력이다. 하나는 상징의 정치이고, 다른 하나는 동원의 정치다. 그러나 둘은 뜻밖에도 같은 질문 앞에 선다. 한국정치는 인물의 힘을 넘어 제도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가. 지역의 삶을 대통령의 이름 없이 말할 수 있는가. 유권자는 여전히 누가 왔느냐보다 무엇을 바꿀 것인가를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는가.

선거의 여왕이라는 이름은 화려하다. 그러나 그 이름은 이미 오래된 왕관이다. 그 왕관이 다시 빛나는 것은 보수의 생명력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보수가 새 얼굴을 세우지 못했다는 고백일 수도 있다. 반대로 이재명 대통령의 지역 행보는 강력한 집권의 자신감일 수 있지만, 동시에 지방선거를 대통령 선거의 연장전으로 만드는 위험한 유혹일 수도 있다. 과거의 왕관과 현재의 권력이 맞붙는 동안, 정작 미래는 아직 자기 이름을 갖지 못했다.

한국정치의 미래는 이런 방식으로 설계되어서는 안 된다. 박근혜가 유세장에 서면 보수층이 모이고, 이재명이 시장을 돌면 여당 후보가 힘을 얻는 구조는 선거 전략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정치의 성숙은 아니다. 성숙한 정치는 과거의 상처를 동원하지 않고도 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하고, 현직 권력의 후광 없이도 지역의 비전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선거가 진짜 지방의 선거가 되려면, 대통령들의 이름보다 도시의 미래가 더 크게 들려야 한다.

이번 선거가 남길 것은 승패만이 아닐 것이다. 박근혜의 등장은 보수가 아직 탄핵 이후의 언어를 찾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이재명의 행보는 집권 권력이 지방선거를 국정 동력의 시험대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두 장면은 서로를 비판하지만, 동시에 한국정치의 같은 병을 비춘다. 우리는 여전히 인물에 매달리고, 기억에 끌려가며, 지방을 중앙의 전쟁터로 만든다.

그래서 이번 선거의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박근혜가 보수를 살릴 수 있느냐, 이재명이 지선을 이길 수 있느냐가 아니다. 한국정치가 언제쯤 대통령들의 그림자 밖에서 지역의 미래를 말할 수 있느냐다. 선거의 여왕은 돌아왔고, 현직 권력은 시장을 돌았다. 그러나 국민이 기다리는 것은 왕관도, 권력의 행차도 아니다. 지방이 자기 목소리로 미래를 말하는 정치다.

참고문헌

  1. 중앙일보/다음, 「“경제는 이재명 짱” “박근혜로 보수 결집”…부산이 출렁인다」, 2026년 5월 28일. 부산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장 방문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장시장 지원 유세가 맞물린 현장 분위기를 다뤘습니다.
  2. 중앙일보/다음, 「‘이재명 vs 박근혜’ 마케팅 전쟁…전·현직 대통령 대리전 치닫다」, 2026년 5월 28일. 전·현직 대통령의 부산행과 PK 선거의 상징전 구도를 정리했습니다.
  3. YTN, 「박근혜, PK 선거 지원 총력…오늘은 강원행」, 2026년 5월 28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진주·울산·부산 유세와 강원 지원 일정이 정리돼 있습니다.
  4. MBC, 「‘탄핵 대통령 효과 없어’…‘관권 선거 중단해야’」, 2026년 5월 28일. 민주당의 박근혜 비판과 국민의힘의 이재명 대통령 지방행보 비판을 함께 전했습니다.
  5. CBS 노컷뉴스/다음, 김종인 인터뷰: ‘선거의 여왕’ 박근혜 효과 논란, 2026년 5월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거 영향력에 대한 비판적 평가와 ‘선거의 여왕’ 수식어의 현재성을 다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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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인가, 공소삭제 장치인가…공수처가 던진 위헌 논란의 칼날

 

공수처와 특검법 위헌 논란을 상징하는 법원, 국회, 공소장 이미지
공수처가 조작기소 특검법의 공소취소 가능 조항에 권력분립 위반 소지를
 제기하면서 특검법 논란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ghostimages


권력은 언제나 법의 언어를 빌린다. 상대를 겨눌 때는 그것을 정의라 부르고, 자신을 향한 칼날 앞에서는 그것을 조작이라 부른다. 그래서 법정은 자주 정치의 무대가 되고, 공소장은 때로 권력의 흉터가 되며, 판결은 진실보다 먼저 진영의 깃발로 소비된다. 민주당이 추진한 이른바 조작기소 특검법을 둘러싼 위헌 논란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단순히 특검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아니다. 조작기소 의혹을 수사하겠다는 명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특검이 이미 수사·기소·공소유지 중인 사건을 넘겨받아 공소유지 여부까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한 구조가 문제다. 말은 공소유지 여부의 결정이지만, 정치적 현실에서는 곧 공소취소의 문을 여는 장치로 읽힌다. 법률 문장 하나가 권력의 필요를 만나면, 그것은 어느 순간 법정의 문을 닫는 열쇠가 된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이 우려가 야당의 정치 구호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공수처마저 권력분립 원칙에 반할 여지가 있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공수처는 검찰 권한의 견제와 고위공직자 수사를 명분으로 탄생한 기관이다. 그런 기관이 특검법의 공소취소 가능성 앞에서 멈칫했다면, 이 논란은 단순한 보수 진영의 반발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견제기관이 보아도 선을 넘을 수 있는 법안이라는 신호가 켜진 셈이다.

민주당은 조작기소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윤석열 정권 검찰이 정치적 목적으로 수사권과 공소권을 남용했다면, 그 진상은 당연히 밝혀야 한다. 검찰이 무오류의 성역일 수는 없다. 문제는 조작기소를 바로잡겠다는 이름으로, 이미 법원에 올라간 사건의 운명까지 정치가 다시 쥐려 할 때 발생한다. 검찰의 오남용을 비판하면서 특검의 오남용 가능성에는 눈을 감는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권력의 방향만 바꾼 복수다.

법치의 핵심은 누구에게 유리하냐가 아니라, 누구에게도 같은 절차가 적용되느냐에 있다. 대통령의 사건이라고 해서 특혜를 받아서는 안 된다. 동시에 대통령의 사건이라고 해서 정치가 법정의 결론을 미리 다시 써서도 안 된다. 조작기소가 있었다면 증거로 다투고, 재판에서 깨고, 필요한 경우 재심과 책임 추궁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입법을 통해 공소 자체의 존폐를 특검의 손에 다시 쥐여주는 순간, 법정은 재판의 공간이 아니라 권력의 정리창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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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장중한 아이러니다. 한쪽에서는 윤석열 정권의 검찰권 남용을 비판하며 법치를 말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그 비판을 빌미로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 가능성을 말한다며 반발한다. 양쪽 모두 정의를 말하지만, 정작 국민이 보는 것은 정의의 얼굴을 한 권력의 계산이다. 검찰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특검을 만들고, 특검을 믿을 수 있다는 이유로 법원의 시간까지 중단시키려 한다면, 결국 믿을 수 있는 것은 어느 기관도 아니라 그때그때 다수 권력뿐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더구나 이 논란은 지방선거의 언어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지역의 삶과 행정, 경제와 민생이 논의되어야 할 선거판에서 중앙의 사법 전쟁이 다시 모든 의제를 삼키고 있다. 후보들은 지역의 도로와 일자리보다 특검법 입장을 먼저 묻고, 정당은 법치의 원칙보다 선거의 유불리를 먼저 계산한다. 공소장이 투표용지 위로 올라오고, 법원의 쟁점이 유세장의 구호가 되는 풍경이다.

독립 저널이 봐야 할 지점은 바로 이곳이다. 이 사안을 윤석열 방어냐, 이재명 공격이냐로만 소비하면 기존 언론의 확성기를 반복하는 데 그친다. 본질은 더 깊다. 대한민국 정치는 지금 사법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사법을 소유하려 한다. 자신에게 불리한 수사는 조작이고, 자신에게 유리한 특검은 정의이며, 자신을 향한 재판은 정치재판이고, 상대를 향한 재판은 역사적 단죄가 된다. 이 구조 속에서 법은 원칙이 아니라 무기가 된다.

공수처의 위헌 우려는 그래서 작지 않다. 그것은 특정 정당을 향한 편들기가 아니라, 법정의 마지막 선을 지키라는 경고에 가깝다. 수사는 다시 할 수 있다. 증거는 새로 밝힐 수 있다. 검찰의 남용은 추궁할 수 있다. 그러나 공소를 정치적 특검의 손으로 지우기 시작하면, 다음 권력도 같은 방식을 배운다. 오늘의 정의가 내일의 보복이 되고, 오늘의 특검이 내일의 삭제 장치가 되는 것이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조작기소를 바로잡겠다는 정치가 왜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지 못하는가. 검찰의 칼이 문제였다면, 그 칼을 감시할 제도를 세워야 한다. 그런데 또 다른 칼을 만들어 기존 재판의 목줄까지 쥐게 한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칼의 주인만 바꾸는 일이다. 법치는 칼을 많이 가진 쪽의 이름이 아니다. 칼을 뽑고 싶은 순간에도 절차를 지키는 쪽의 이름이다.

공수처가 던진 이 작은 문장은 그래서 무겁다. “권력분립 원칙에 반할 여지.” 건조한 법률 표현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한국 정치가 반복해온 낡은 습관이 들어 있다. 권력은 늘 자신이 옳다고 믿을 때 가장 위험해진다. 그리고 법은 늘 정의의 이름으로 가장 쉽게 훼손된다.

참고문헌

  1. 뉴스1/다음, 「공수처, 與 추진 ‘조작기소 특검법’에 ‘권력분립 원칙 반할 여지’」, 2026년 5월 28일. 공수처가 특검의 공소유지 여부 결정·공소취소 가능 조항에 대해 권력분립 원칙 위반 소지를 국회에 의견으로 제출했다는 보도이다.
  2. 연합뉴스, 「與, ‘檢조작기소’ 특검법 전격 발의…사실상 공소취소권 부여」, 2026년 4월 30일. 민주당 발의안의 사건 이첩 요구, 공소유지 여부 결정 조항, 최장 수사 기간, 여야 공방의 기본 구조가 정리돼 있다.
  3. 법률신문, 「검찰 기소를 특검이 취소?」, 2026년 5월 2일. 법조계에서 이 조항을 사실상 공소취소권으로 보고 사법독립·헌법 위반 우려를 제기했다는 내용이다.
  4. MBC, 「민주당 ‘조작기소 바로잡을 특검 필요’ vs 국민의힘 ‘셀프 면죄부’」, 2026년 5월 1일. 민주당의 특검 필요론과 국민의힘의 셀프 면죄부 비판이 함께 정리돼 있다.
  5. 대전MBC, 「‘조작기소 특검법’ 놓고 격돌…충청권 선거 쟁점 부상」, 2026년 5월 7일. 특검법 논란이 지방선거 이슈로 확산되고 있다는 보도이다.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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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윤석열 위증 무죄가 던진 법정의 폭탄

 

윤석열 전 대통령 위증 무죄 판결과 국무회의 논란을 상징하는 법원 배경 이미지
한덕수 재판 위증 혐의에서 나온 첫 무죄 판결은 특검 수사와
 정치권의 프레임 전쟁에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ghostimages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또 하나의 판결이 내려졌다. 그러나 이번 판결의 무게는 단순히 “무죄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재판에서 국무회의 개최 경위를 두고 위증했다는 혐의에 대해 법원이 1심 무죄를 선고하면서, 내란 정국을 둘러싼 사법 전선은 다시 복잡한 궤도로 들어섰다. 중요한 것은 이 판결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자체에 대한 무죄가 아니라는 점이다. 내란 본안 사건과는 별개의 위증 사건이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결코 별개의 사건처럼 소비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또 하나의 판결이 내려졌다. 그러나 이번 판결의 무게는 단순히 “무죄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재판에서 국무회의 개최 경위를 두고 위증했다는 혐의에 대해 법원이 1심 무죄를 선고하면서, 내란 정국을 둘러싼 사법 전선은 다시 복잡한 궤도로 들어섰다. 중요한 것은 이 판결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자체에 대한 무죄가 아니라는 점이다. 내란 본안 사건과는 별개의 위증 사건이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결코 별개의 사건처럼 소비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12·3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가 어떤 경위로 소집됐느냐는 문제였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한 전 총리의 건의 이전부터 국무회의를 계획한 것처럼 법정에서 말했다고 보고, 이를 허위 증언으로 판단했다. 말하자면 “처음부터 합법적 절차를 밟을 생각이 있었던 것처럼 꾸민 것 아니냐”는 의심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그 진술이 기억에 반하는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형사재판에서 위증죄는 정치적 의심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기억과 해석, 사실과 평가 사이의 좁은 틈을 검사가 입증해야 한다. 이번에는 그 틈을 특검이 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 대목에서 후폭풍은 두 갈래로 번질 수밖에 없다. 하나는 특검 수사에 대한 공격이다. 윤 전 대통령 측과 보수 진영은 이번 무죄를 “무리한 추가 기소의 실패”로 포장할 가능성이 크다. 내란 본안에서의 중형 선고와 별개로, 파생 사건 하나가 무죄를 받는 순간 정치적 메시지는 단순화된다. “특검도 틀릴 수 있다”는 문장이 만들어지고, 그 문장은 다시 “전체 수사도 정치적이었다”는 주장으로 확장될 수 있다. 법정의 판결문은 조심스럽지만, 정치의 확성기는 언제나 과장된다.

다른 하나는 법원의 판단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다. 위증죄는 원래 어렵다. 사람이 법정에서 말한 내용이 객관적으로 틀렸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사람이 자신의 기억에 반해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는 점까지 입증해야 한다. 특히 국무회의 개최 의사처럼 당시의 판단, 인식, 준비 정도가 뒤섞인 문제는 더욱 그렇다. 법원은 이 지점을 파고들어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으로는 답답한 판결일 수 있지만, 형사법적으로는 “의심스러워도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원칙의 표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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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 판결이 던지는 불편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 앞에서 국무회의가 사전에 실질적으로 기능했는지, 아니면 사후적으로 절차의 외피를 갖추기 위한 장치였는지는 여전히 핵심 쟁점이다. 무죄 판결은 그 의문을 해소한 것이 아니라, 위증죄라는 좁은 문으로 처벌하기에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말해 “정치적 책임이 없다”는 뜻도 아니고, “계엄 절차가 정당했다”는 뜻도 아니다. 이 선을 놓치면 판결은 곧바로 정치 선전물로 변질된다.

특검 역시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내란 본안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끌고 가는 과정에서 추가 기소 하나하나는 수사 전체의 신뢰와 연결된다. 특히 위증죄처럼 법리적으로 까다로운 혐의를 전면에 세웠다가 무죄가 나오면, 특검의 판단력에 대한 의문이 따라붙는다. 앞으로 항소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해도, 1심 무죄라는 정치적 파장은 이미 발생했다. 특검은 “왜 이 혐의를 기소했는가”뿐 아니라 “어떤 증거로 고의적 허위 진술을 입증하려 했는가”를 다시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정치권은 이 판결을 각자의 방식으로 소비할 것이다. 여권과 특검 지지층은 내란 본안과 위증 사건을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할 것이고, 반대 진영은 첫 무죄를 앞세워 사법 절차 전체의 정당성을 흔들려 할 것이다. 문제는 둘 다 절반만 맞다는 데 있다. 이번 판결은 내란 본안의 결론을 뒤집지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특검이 모든 전선에서 완벽하게 승리하고 있다는 인상도 깨뜨렸다. 법정은 정치의 전리품 창고가 아니다. 증명된 것만 남고, 증명하지 못한 것은 빠져나간다.

결국 이번 무죄 판결의 본질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주어진 정치적 면죄부가 아니라, 특검 수사와 법원 판단이 충돌한 첫 균열이다. 내란 우두머리 사건의 그림자는 여전히 짙다. 다만 그 그림자 안에서도 각각의 혐의는 따로 증명되어야 한다. 이것이 법치의 냉정함이다. 정치가 아무리 분노하고, 여론이 아무리 확신해도, 법정은 마지막 순간에 묻는다. “그 말이 거짓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가 거짓인 줄 알고 말했다는 것까지 입증했는가.”

이번 판결의 후폭풍은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된다. 특검은 다시 칼을 벼릴 것이고, 윤 전 대통령 측은 이 판결을 방패처럼 들 것이다. 그러나 시민이 봐야 할 것은 승패의 구호가 아니다. 내란의 책임을 묻는 재판과, 위증의 고의를 따지는 재판은 같지 않다. 하나의 무죄가 모든 책임을 지우지는 못한다. 동시에 거대한 사건이라는 이유만으로 작은 혐의까지 자동으로 유죄가 될 수도 없다. 그 간극을 견디는 것이 법치이고, 그 간극을 악용하는 것이 정치다.

그래서 이번 판결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법원은 특검에게 더 엄격한 입증을 요구했고, 정치권에는 더 위험한 프레임 전쟁의 소재를 던졌다. 내란 재판은 이제 법정 안에서만 진행되지 않는다. 판결문 한 줄이 거리의 구호가 되고, 무죄 하나가 진영의 깃발이 되는 시대다. 그러나 마지막에 남는 질문은 여전히 같다. 국무회의는 실제로 무엇이었는가. 절차였는가, 장식이었는가. 그리고 그날의 권력은 헌법 앞에서 무엇을 하려 했는가.

참고문헌

  1. 연합뉴스, 「[2보] ‘한덕수 재판서 위증’ 尹 무죄…‘기억 반한다고 보기 어려워’」, 2026년 5월 28일.
  2. 다음/SBS 보도, 「‘한덕수 재판서 위증’ 윤석열 전 대통령에 무죄 선고」, 2026년 5월 28일.
  3. 법률신문, 「특검, ‘한덕수 재판 위증’ 윤석열에 징역 2년 구형…5월 28일 선고」, 2026년 4월 16일.
  4. 연합뉴스,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 항소심 27일 첫 재판…1심 무기징역」, 2026년 4월 13일.
  5. YTN, 「윤석열 ‘내란’ 항소심 내일 시작…1심 선고 2달여만」, 2026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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