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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28일 목요일

박근혜의 명예회복, 이재명의 승리 설계…지방선거는 왜 다시 대통령들의 전쟁이 되었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의 지방선거 현장 행보를 상징하는 부산 시장과 선거 유세 이미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원 유세와 이재명 대통령의 영남권 현장 행보가
 맞물리며 지방선거는 전·현직 대통령의 상징전으로 번지고 있다./ghostimages


지방선거가 다시 대통령들의 선거가 되고 있다. 시장의 도로, 항만의 일자리, 강원 산간의 교통망, 부산의 산업 재편을 물어야 할 선거판에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의 그림자가 동시에 내려앉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부울경을 거쳐 강원으로 향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영남권 현장 행보를 이어갔다. 한쪽은 “선거의 여왕”이라는 오래된 이름을 다시 꺼내 들었고, 다른 한쪽은 집권 권력의 현장 장악력으로 선거의 흐름을 설계하려 한다. 지방선거는 지방을 말하지만, 정작 무대 중앙에는 다시 대통령들이 섰다.

박근혜의 등장은 단순한 유세 지원이 아니다. 그것은 보수 정치가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탄핵 이후의 공백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박근혜는 오래전 선거판에서 패배 직전의 보수를 일으켜 세웠던 상징이었다. 그 시절 그녀는 후보보다 큰 후보였고, 정당보다 강한 브랜드였다. 그러나 지금의 박근혜는 과거의 승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탄핵의 기억, 사면 이후의 침묵, 그리고 다시 시장 바닥으로 나온 몸짓이 겹쳐 있다. 그래서 그녀의 유세는 지지층에게는 명예회복의 신호이고, 반대편에게는 퇴행의 상징이며, 한국정치 전체에는 아직 끝나지 않은 과거의 귀환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행보 역시 단순한 민생 방문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현직 대통령이 지역 경제, 해양 산업, 시장 민심을 챙기는 것은 당연한 국정 행위일 수 있다. 그러나 선거 막판, 접전지, 영남권, 부산이라는 조건이 겹치는 순간 그 행보는 곧바로 정치적 의미를 얻는다. 청와대가 아무리 선거와 분리하려 해도, 후보들은 대통령의 방문을 자신의 동력으로 해석하고, 야당은 그것을 관권 선거라고 공격한다. 권력의 발걸음은 의도가 무엇이든 선거판에서는 언제나 표의 언어로 번역된다.

이 장면의 장중한 아이러니는 여기에 있다. 박근혜는 더 이상 권력을 갖고 있지 않지만, 여전히 보수의 기억을 움직인다. 이재명은 현직 권력을 갖고 있지만, 그 권력 때문에 선거 개입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쪽은 과거의 상징으로 현재를 흔들고, 다른 한쪽은 현재의 권력으로 미래를 설계한다. 그런데 정작 유권자가 선택해야 할 지방의 미래는 이 거대한 상징전 속에서 자꾸 뒷전으로 밀려난다.

보수는 박근혜를 통해 무엇을 회복하려 하는가. 단순히 몇 명의 후보를 당선시키려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진영은 정체성의 균열을 겪고 있다. 누구의 보수인가, 무엇을 지키는 보수인가, 탄핵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그 혼란 속에서 박근혜는 가장 손쉬운 결집 장치다. 복잡한 정책 논쟁보다 한 사람의 이름이 더 빠르게 지지층을 움직인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보수의 빈곤을 말해준다. 미래 비전이 약할수록 정치세력은 과거의 얼굴을 다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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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같은 질문이 향한다. 집권 권력은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국정 동력을 확보하려 한다. 그것은 정치적으로 자연스러운 목표다. 그러나 문제는 승리의 방식이다. 지역 발전의 약속이 대통령의 인기와 결합하고, 후보들의 경쟁력이 현직 권력의 후광에 기대기 시작하면,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의 하청 무대가 된다. 지방선거가 지역의 자율성을 묻는 선거가 아니라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또는 대통령을 위한 총동원전으로 변하는 순간, 지방은 또다시 중앙의 선거 포스터가 된다.

박근혜와 이재명은 서로 다른 시대의 권력이다. 박근혜는 산업화와 보수 결집, 탄핵과 복권의 기억을 품은 인물이다. 이재명은 대중동원형 정치, 실용경제, 강한 집행력의 이미지를 앞세운 현직 권력이다. 하나는 상징의 정치이고, 다른 하나는 동원의 정치다. 그러나 둘은 뜻밖에도 같은 질문 앞에 선다. 한국정치는 인물의 힘을 넘어 제도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가. 지역의 삶을 대통령의 이름 없이 말할 수 있는가. 유권자는 여전히 누가 왔느냐보다 무엇을 바꿀 것인가를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는가.

선거의 여왕이라는 이름은 화려하다. 그러나 그 이름은 이미 오래된 왕관이다. 그 왕관이 다시 빛나는 것은 보수의 생명력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보수가 새 얼굴을 세우지 못했다는 고백일 수도 있다. 반대로 이재명 대통령의 지역 행보는 강력한 집권의 자신감일 수 있지만, 동시에 지방선거를 대통령 선거의 연장전으로 만드는 위험한 유혹일 수도 있다. 과거의 왕관과 현재의 권력이 맞붙는 동안, 정작 미래는 아직 자기 이름을 갖지 못했다.

한국정치의 미래는 이런 방식으로 설계되어서는 안 된다. 박근혜가 유세장에 서면 보수층이 모이고, 이재명이 시장을 돌면 여당 후보가 힘을 얻는 구조는 선거 전략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정치의 성숙은 아니다. 성숙한 정치는 과거의 상처를 동원하지 않고도 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하고, 현직 권력의 후광 없이도 지역의 비전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선거가 진짜 지방의 선거가 되려면, 대통령들의 이름보다 도시의 미래가 더 크게 들려야 한다.

이번 선거가 남길 것은 승패만이 아닐 것이다. 박근혜의 등장은 보수가 아직 탄핵 이후의 언어를 찾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이재명의 행보는 집권 권력이 지방선거를 국정 동력의 시험대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두 장면은 서로를 비판하지만, 동시에 한국정치의 같은 병을 비춘다. 우리는 여전히 인물에 매달리고, 기억에 끌려가며, 지방을 중앙의 전쟁터로 만든다.

그래서 이번 선거의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박근혜가 보수를 살릴 수 있느냐, 이재명이 지선을 이길 수 있느냐가 아니다. 한국정치가 언제쯤 대통령들의 그림자 밖에서 지역의 미래를 말할 수 있느냐다. 선거의 여왕은 돌아왔고, 현직 권력은 시장을 돌았다. 그러나 국민이 기다리는 것은 왕관도, 권력의 행차도 아니다. 지방이 자기 목소리로 미래를 말하는 정치다.

참고문헌

  1. 중앙일보/다음, 「“경제는 이재명 짱” “박근혜로 보수 결집”…부산이 출렁인다」, 2026년 5월 28일. 부산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장 방문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장시장 지원 유세가 맞물린 현장 분위기를 다뤘습니다.
  2. 중앙일보/다음, 「‘이재명 vs 박근혜’ 마케팅 전쟁…전·현직 대통령 대리전 치닫다」, 2026년 5월 28일. 전·현직 대통령의 부산행과 PK 선거의 상징전 구도를 정리했습니다.
  3. YTN, 「박근혜, PK 선거 지원 총력…오늘은 강원행」, 2026년 5월 28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진주·울산·부산 유세와 강원 지원 일정이 정리돼 있습니다.
  4. MBC, 「‘탄핵 대통령 효과 없어’…‘관권 선거 중단해야’」, 2026년 5월 28일. 민주당의 박근혜 비판과 국민의힘의 이재명 대통령 지방행보 비판을 함께 전했습니다.
  5. CBS 노컷뉴스/다음, 김종인 인터뷰: ‘선거의 여왕’ 박근혜 효과 논란, 2026년 5월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거 영향력에 대한 비판적 평가와 ‘선거의 여왕’ 수식어의 현재성을 다뤘습니다.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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