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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3일 월요일

박지원의 독한 평가가 겨눈 국민의힘 전당대회...‘이준석 보따리’ · ‘안철수 철수’




[세상소리] “이준석은 보따리 쌀 힘이 생겼고, 안철수는 안랩으로 갈 길밖에 없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2023년 3월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결과를 두고 내놓은 평가다. 표현은 야박했다. 그러나 당시 국민의힘 내부 권력 지형을 들여다보면, 박 전 원장의 말은 단순한 독설만은 아니었다. 김기현 대표 체제가 출범했고, 최고위원과 청년최고위원까지 친윤계가 사실상 싹쓸이하면서 국민의힘은 명실상부한 ‘윤석열 당’ 체제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2023년 3월 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후보는 52.93%를 얻어 결선투표 없이 당대표로 선출됐다. 안철수 후보는 23.37%로 2위에 그쳤고, 천하람·황교안 후보는 그 뒤를 이었다. 숫자만 보면 김기현의 승리였지만, 정치적 의미는 더 컸다. 이 결과는 당원들이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지도부를 선택했다는 신호였고, 대선 이후에도 남아 있던 비윤·개혁보수·안철수계의 공간이 크게 줄어들었음을 보여줬다.

박지원 전 원장이 “완전히 윤석열 당으로 재창당했다”고 말한 것도 이 흐름을 겨냥한 표현이었다. 전당대회 결과는 단순한 당대표 교체가 아니었다. 국민의힘이 대선 승리 이후 한동안 유지하던 여러 권력축을 정리하고, 대통령 중심의 단일한 당 운영 체제로 들어갔다는 평가가 가능했다. 당대표는 김기현, 최고위원은 친윤계, 청년최고위원까지 친윤 성향으로 채워지면서 당내 균형추가 한쪽으로 기운 것이다.

이 구도에서 가장 복잡한 위치에 놓인 인물은 이준석 전 대표였다. 이 전 대표는 이미 당 윤리위 징계와 대표직 상실을 겪은 뒤였다. 그러나 전당대회 과정에서 천하람 후보, 허은아·김용태·이기인 등 이른바 ‘천아용인’ 라인이 등장하면서 여전히 일정한 당내 영향력을 확인했다. 문제는 그 영향력이 당권 장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개혁보수 세력은 존재감을 보였지만, 당원 다수의 선택은 친윤 지도부였다.

그래서 박 전 원장의 “이준석 보따리” 발언은 단순히 이준석이 당장 탈당한다는 예언이라기보다, 국민의힘 안에서 이준석 정치가 계속 머물 공간이 있느냐는 질문에 가까웠다. 이준석은 젊은 보수, 수도권, 중도 확장, 온라인 정치의 상징성을 갖고 있었지만, 2023년 전당대회 결과는 국민의힘 당심이 그 노선보다 대통령과의 결속을 더 중시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당 안에 남아 싸울 것인가, 바깥에서 새로운 판을 만들 것인가. 이준석의 다음 선택지가 좁아진 것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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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의 처지는 또 달랐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를 했고, 이후 국민의힘 안에서 차기 지도자급 인물로 자리를 잡으려 했다. 그러나 전당대회 과정에서 ‘윤심’ 논란, 대통령실과의 거리, 친윤계의 견제 속에 흐름을 잡지 못했다. 당대표 선거 초반에는 유력 경쟁자로 꼽혔지만, 결과는 김기현 후보의 과반 승리였다. 안철수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독자 브랜드를 유지하려 했지만, 전당대회 결과는 그 브랜드가 당심의 중심이 되기 어렵다는 점을 드러냈다.

박 전 원장이 “안철수는 안랩으로 갈 길밖에 없다”고 말한 것은 그래서 더 가혹했다. 안철수의 정치적 정체성은 늘 ‘새 정치’, ‘중도 확장’, ‘기술·미래 이미지’에 있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그런 이미지를 전면에 세운 선거가 아니었다. 이 선거의 핵심 언어는 혁신보다 안정, 확장보다 결속, 중도보다 당심, 그리고 무엇보다 대통령과의 관계였다. 안철수의 강점이 오히려 당내 경쟁에서는 약점처럼 작용한 셈이다.

물론 박지원 전 원장의 평가는 야당 인사의 시선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는 국민의힘 내부 사정을 냉정하게 분석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상대 당의 균열을 부각하는 정치적 화법을 즐겨 사용해왔다. “보따리”, “안랩 철수” 같은 표현도 분석이라기보다 풍자에 가깝다. 그러나 풍자는 때로 숫자보다 빠르게 정치의 방향을 찌른다. 김기현 체제 출범 이후 국민의힘이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지를 설명하는 데 이보다 직설적인 표현도 드물었다.

3·8 전당대회의 본질은 김기현 개인의 승리보다 국민의힘의 성격 변화였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차에 여당은 대통령실과 거리를 두는 독립 정당보다, 대통령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집권당의 역할을 선택했다. 이 선택은 단기적으로는 당정 일체감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당내 다양성을 줄이고, 총선 국면에서 중도 확장력과 수도권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낳았다.

이준석과 안철수는 바로 그 약화된 공간을 상징하는 인물들이었다. 이준석은 세대교체와 개혁보수의 가능성을, 안철수는 중도와 기술·미래 정치의 가능성을 대표했다. 그러나 전당대회 결과는 이 두 가능성이 국민의힘 주류 노선으로 채택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친윤 지도부의 압승은 내부 정리에는 성공했지만, 동시에 다른 정치적 상상력을 주변부로 밀어냈다.

정치는 승자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패자의 위치가 어떻게 정리되느냐가 다음 선거의 변수가 된다. 2023년 3월의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김기현 체제의 출발이었지만, 동시에 이준석과 안철수의 다음 행보를 강제로 묻게 만든 사건이었다. 당 안에서 버틸 것인가. 다시 세력을 만들 것인가. 침묵할 것인가. 새로운 균열의 중심이 될 것인가. 박지원의 독한 평가는 바로 그 질문을 압축한 말이었다.

결국 “이준석 보따리”와 “안철수 철수”는 조롱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윤석열 정부 초기 국민의힘이 선택한 권력 질서를 보여주는 상징적 문장이었다. 당은 대통령 중심으로 재편됐고, 비윤·개혁·중도 세력은 숨을 곳이 좁아졌다. 이 흐름이 안정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훗날 분열의 씨앗이 될지는 당시에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분명한 것은 2023년 3월 8일 이후 국민의힘은 이전과 같은 정당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참고문헌

  1. 아시아경제/다음, 「박지원 ‘이준석은 보따리 싸겠지만…안철수는 안랩 뿐’」, 2023년 3월 9일.
  2. 이데일리/다음, 「박지원 ‘국민의힘, 완전한 윤석열당으로 재창당했다’」, 2023년 3월 9일.
  3. 한겨레, 「김기현, 국민의힘 새 대표로 선출…52.93% 득표」, 2023년 3월 8일.
  4. 연합뉴스TV, 「국민의힘 새 당대표에 김기현…득표율 52.9%」, 2023년 3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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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1일 일요일

전당대회 앞둔 ‘윤심’은 어디로 향했나...尹 ‘부부 만찬 정치’ 김기현 의원에게 2번이나




[세상소리]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당권주자 김기현 의원에게 두 차례나 관저 만찬 자리를 마련했다는 소식은 여권의 귀를 쫑긋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2023년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차기 당대표 경쟁이 본격화되던 시점이었다. 당권주자들은 모두 ‘윤심’을 의식하고 있었고, 대통령과의 거리감은 곧 정치적 경쟁력으로 해석되던 분위기였다. 그런 상황에서 김기현 의원이 윤 대통령과 단독 만찬을 가진 데 이어 부부 동반 관저 만찬에도 참석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식사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첫 번째 만찬은 2022년 11월 30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과 한남동 관저에서 비공개 만찬 회동을 했다고 보도했다. 김 의원은 당시 이미 차기 당대표 출마 의지를 드러낸 당권주자였고,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선후배 관계이자 대선 기간 원내대표와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인물이었다. 이 때문에 만찬에서 전당대회 관련 이야기가 오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두 번째로 주목된 자리는 12월 17일 관저 만찬이었다. 동아일보는 정치권과 종교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김 의원이 11월 30일 윤 대통령과 3시간가량 단독 만찬을 한 데 이어, 12월 17일에는 부부 동반으로 다시 관저를 찾았다고 보도했다. 이날은 기독교 지도자들과의 만찬 자리였고, 울산 대암교회 장로인 김 의원과 부인이 함께 초청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권 경쟁자들이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분명했다.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집권여당 지도부를 이끌게 될 인물이었다. 그 임무는 단순한 당무 관리가 아니었다. 대통령실과 호흡을 맞추고, 총선 공천과 전략을 준비하며, 22대 총선에서 원내 제1당 탈환을 목표로 해야 했다. 이런 구조에서 대통령의 의중, 이른바 ‘윤심’은 당원들의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인식됐다.

김기현 의원에게 유리하게 읽힌 신호는 만찬만이 아니었다. 당시 김 의원은 친윤 핵심으로 꼽힌 장제원 의원과의 연대, 이른바 ‘김장연대’를 앞세우고 있었다. 김기현의 ‘김’과 장제원의 ‘장’을 합친 이 표현은 단순한 정치 농담이 아니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친윤 주류가 누구를 차기 당대표로 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처럼 작동했다. 동아일보도 두 차례 관저 만찬과 김장연대 발언을 함께 놓고, 윤심이 김 의원 쪽을 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물론 대통령실이 공식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것은 아니었다. 대통령이 여당 의원들을 두루 만나는 것은 집권 초 당정 소통 차원에서 설명될 수 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2022년 11월 22일 권성동·장제원·윤한홍·이철규 의원 등 이른바 원조 윤핵관 인사들과 부부동반 관저 만찬을 했고, 11월 25일에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를 초청해 만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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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치에서 일정은 메시지다. 특히 전당대회를 앞둔 당권주자와 대통령의 만남은 그 자체로 해석의 대상이 된다. 김기현 의원이 여러 차례 관저 만찬에 등장했다는 사실은 당내 경쟁자들에게 불편한 신호였을 수 있다. 안철수 의원, 윤상현 의원, 조경태 의원, 황교안 전 대표 등 다른 당권주자 입장에서는 대통령과 특정 후보의 거리가 가깝게 비치는 장면 자체가 부담이었다.

김기현 의원은 당시 당내에서 안정형 후보로 평가받았다. 판사 출신 4선 중진, 울산시장 경력, 원내대표 경험, 대선 과정에서의 역할은 모두 당 운영 경험을 보여주는 요소였다. 무엇보다 친윤계와의 관계가 강점이었다. 윤석열 정부 초기 여당 대표에게 가장 필요한 조건이 대통령실과의 충돌이 아니라 협력이라고 본 당원들에게 김기현은 무난하고 안정적인 선택지로 보일 수 있었다.

반면 그 안정감은 동시에 약점이기도 했다. ‘윤심 후보’ 이미지가 강해질수록 독자성은 약해진다. 당대표는 대통령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인가, 당원과 국민의 목소리를 대통령실에 전달하는 사람인가. 이 질문은 김기현 의원뿐 아니라 당시 국민의힘 전당대회 전체를 관통한 문제였다. 대통령과 가까운 후보가 당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기대와, 대통령실에 종속된 여당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존재했다.

안철수 의원에게는 이 구도가 더 불리했다. 안 의원은 대선 단일화의 파트너였고, 중도 확장성과 기술·미래 이미지를 가진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당원 중심 전당대회에서 중요한 것은 중도 확장보다 당심, 그리고 대통령과의 호흡이었다. 김기현 의원에게 반복된 관저 만찬 보도는 안철수 의원에게 “윤심에서 멀다”는 인상을 줄 위험이 있었다. 이는 이후 전당대회 구도에서 중요한 심리적 변수로 작용했다.

이 사안이 흥미로운 이유는 ‘부부 만찬’이라는 형식 때문이다. 정치적 회동이라면 공식 회의, 당정협의, 지도부 간담회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관저 만찬, 그것도 부부 동반 자리는 사적 친밀감과 정치적 신뢰를 동시에 보여준다. 정치권이 이를 예민하게 받아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식 지지 선언이 없어도, 누가 대통령 관저의 식탁에 반복적으로 초대받았는지는 당내 권력 지형을 말해주는 상징이 된다.

이런 만찬 정치는 한국 정치에서 낯선 풍경이 아니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식사는 늘 메시지를 낳았다. 어느 인물이 초대받았는지, 누가 배석했는지,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어떤 시점이었는지가 모두 해석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의원의 만찬도 마찬가지였다.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이었기에, 단순한 송년 인사나 종교계 모임 참석 이상의 정치적 의미가 붙었다.

결국 2023년 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누가 당대표가 되느냐’보다 ‘윤석열 정부의 여당은 어떤 정당이 될 것인가’를 묻는 선거였다. 독립적 집권당인가, 대통령 중심의 친윤 정당인가. 당내 다양성을 살릴 것인가, 대통령실과의 일체감을 우선할 것인가. 김기현 의원에게 두 차례나 관저 만찬 보도가 따라붙은 것은 이 질문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윤 대통령이 김기현 의원을 실제로 차기 당대표로 마음에 두었는지는 당시 공개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정치권은 공개 발언보다 반복된 장면을 읽는다. 단독 만찬, 부부 동반 관저 만찬, 김장연대, 친윤계의 움직임이 겹치자 여권은 빠르게 하나의 결론에 가까워졌다. “윤심은 김기현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 이 해석은 이후 국민의힘 전당대회 흐름을 읽는 핵심 키워드가 됐다.

2023년 1월 1일 시점에서 이 문제는 아직 결론이 난 사건이 아니었다. 그러나 분위기는 이미 형성되고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관저 식탁이 여당 전당대회의 정치 신호로 읽히기 시작했고, 김기현 의원은 그 신호의 가장 앞에 놓인 인물이 됐다. ‘부부 만찬 정치’라는 말이 나온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한 끼 식사가 당권 구도의 방향을 말해주는 시대, 국민의힘은 그렇게 윤심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었다.

참고문헌

  1. 연합뉴스, 「尹대통령, 김기현과 최근 만찬 회동…與의원들과 잇단 스킨십」, 2022년 12월 4일.
  2. 동아일보, 「尹心은 김기현에?…지난달 30일 단독만찬에 이어 17일엔 부부동반 관저 만찬」, 2022년 12월 29일.
  3. YTN, 「尹, 與 당권 주자 김기현과 관저에서 만찬」, 2022년 12월 4일.
  4. 한겨레, 「윤 대통령과 부부동반 만찬한 김기현…‘윤심’ 실리나」, 2022년 1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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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4일 금요일

이태원 참사 앞의 정치, 웃음과 ‘고맙다’ 사이에서 다시 드러난 민주당의 그림자


2022년 11월 김기현 의원은 이태원 참사 이후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태도를 비판하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세월호 방명록 논란을 다시 거론했다./vow

이태원 참사 이후 정치권의 말은 빠르게 날카로워졌다. 추모의 시간은 길지 않았고, 책임론은 곧바로 정쟁의 언어로 옮겨붙었다. 그런 가운데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2022년 11월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의 태도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에 대해 사전 대비가 적절하지 못했다는 점과 원인·책임 규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민주당이 참사를 정부 공격의 소재로 삼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요즘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한 모습”이라고 표현했고, 이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세월호 방명록 논란과 연결했다.

김 의원의 발언 중 가장 논쟁적이었던 대목은 “죽상이던 이재명 대표가 요즘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한 모습을 보인다”는 문장이었다. 그는 이어 그 장면이 “세월호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모습과 오버랩된다”고 했다. 이 표현은 단순한 정치 비판을 넘어, 참사를 대하는 정치인의 태도와 감정의 진정성을 문제 삼은 말이었다. 연합뉴스도 같은 날 이 발언을 보도하며, 민주당이 이를 “허접한 잡설”이라고 맞받았다고 전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고맙다’ 논란은 2017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문 전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팽목항을 방문해 세월호 희생 학생들을 향해 “미안하다. 고맙다”는 취지의 방명록을 남겼고, 이 표현은 곧바로 논란이 됐다. 문 전 대표 측은 희생자들의 아픔이 우리 사회가 생명과 안전의 가치를 새롭게 깨닫는 계기가 됐다는 의미라고 해명했지만, 비판자들은 참사 희생자에게 “고맙다”는 표현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이 사례를 다시 소환한 이유는 분명했다. 그는 민주당이 과거 대형 참사를 정치적 책임론의 소재로 삼아 왔고,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그는 민주당이 검찰의 대형 참사 수사를 어렵게 만든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해 놓고 이제 와서 정부 책임을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마약 수사까지 문제 삼는 민주당의 태도를 비판하며, 지금은 정치 공세보다 추모와 원인 규명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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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발언은 곧바로 역풍도 불렀다.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은 김기현 의원을 향해 “입에서 오물이 튀어나오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의 고통을 언급하며, 김 의원의 말이 추모의 시간에 어울리지 않는 막말이라고 비판했다. 즉 김기현 의원은 민주당이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공격했고, 민주당은 김 의원이 참사를 빌미로 야당 대표를 모욕하고 있다고 반격한 셈이다.

이 논쟁에서 가장 불편한 지점은 양쪽 모두 참사의 이름을 정치적 문장 속에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한쪽은 “참사를 호재처럼 이용한다”고 말했고, 다른 한쪽은 “막말로 유가족의 상처를 키운다”고 맞섰다. 어느 쪽 말이 더 그럴듯한지를 떠나, 참사는 늘 이런 식으로 정치의 거울이 된다. 정치권은 책임을 묻는다고 말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대 진영의 도덕성을 먼저 겨냥한다. 추모를 말하지만, 추모의 언어도 곧바로 공격과 방어의 수단으로 바뀐다. 참사의 본질은 사라지고, 누가 더 비정한가를 따지는 경쟁만 남는다.

김기현 의원의 문제 제기는 완전히 허공에 뜬 말은 아니다. 대형 참사 이후 야당이 정부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책임 추궁이 진상 규명보다 정치적 타격에 앞서 보이면 국민은 피로감을 느낀다. 특히 이재명 대표가 당시 여러 사법 리스크와 정치적 압박 속에 있었던 만큼, 여권에서는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를 국면 전환의 소재로 삼는다는 의심을 강하게 제기했다. 김 의원의 “웃음기” 표현은 바로 그 의심을 정치적으로 압축한 말이었다.

그렇다고 이 표현이 온전히 세련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참사 직후 정치인의 표정 하나를 꺼내어 웃음이니 아니니 판단하는 방식은 쉽게 감정적 공격으로 흐른다. 실제로 사람이 웃었는지, 어떤 맥락의 표정이었는지, 그것이 참사를 대하는 태도와 직접 연결되는지는 조심스럽게 따져야 한다. 정치의 말이 날카로울수록 근거는 더 단단해야 한다. 참사의 시간에 필요한 것은 상대의 표정을 추정하는 말보다, 무엇이 잘못됐고 어떤 제도를 고쳐야 하는지를 묻는 언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고맙다” 논란을 다시 꺼낸 것도 마찬가지다. 당시 문 전 대통령 측의 해명처럼, 그 표현에는 미안함과 애도의 정서가 담겼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참사 희생자에게 “고맙다”는 말이 주는 불편함 역시 쉽게 지울 수 없다. 특히 정치적 격변과 권력 교체의 맥락 속에서 그 말이 등장했기 때문에, 비판자들은 세월호의 비극이 정치적 동력으로 소비된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해 왔다. 김 의원은 그 오래된 불편함을 이태원 참사 이후 민주당의 태도 비판에 다시 끌어온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은 막말 공방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참사를 대하는 정치의 태도, 책임론과 정쟁의 경계, 추모와 권력 계산의 거리, 그리고 피해자와 유가족을 정치 언어 속에 소환하는 방식의 위험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여당은 야당의 책임론이 정치적 선동이 아니냐고 묻고, 야당은 여당의 반격이 책임 회피와 막말이 아니냐고 묻는다. 그러나 국민이 묻는 질문은 더 단순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이태원 참사 이후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상대의 표정과 과거의 문장을 끄집어내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안전 관리의 실패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경찰과 지자체와 정부의 대응 체계에 어떤 구멍이 있었는지, 다중 운집 상황을 예측하고 통제할 시스템은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를 따져야 했다. 동시에 야당도 책임 추궁을 하려면 정치적 유불리보다 제도 개선의 구체성을 앞세워야 했다. 참사는 권력의 약점을 찌르는 도구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결함을 드러내는 경고다.

김기현 의원의 발언은 거칠었지만, 그 안에는 한국 정치가 반복해 온 참사 정치의 익숙한 패턴이 들어 있었다. 비극이 발생하면 먼저 애도하고, 곧이어 책임론이 나오고, 그다음에는 상대 진영의 과거와 위선을 끌어내는 전쟁이 시작된다. 그 사이 피해자와 유가족은 정치의 문장 속에서 다시 한 번 소모된다. 세월호도 그랬고, 이태원도 그렇게 흘러갈 위험이 있었다.

그래서 이 논쟁의 결론은 어느 한쪽의 승리로 끝나기 어렵다. 김기현 의원의 비판처럼 참사를 정치적 호재로 소비하는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 동시에 민주당의 반박처럼 참사 직후의 거친 인신공격성 표현도 자제되어야 한다. 정치가 참사를 말할 때 지켜야 할 최소한의 품격은 하나다. 책임은 물어야 하지만, 희생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추모는 해야 하지만, 추모를 방패 삼아 정치적 계산을 숨겨서도 안 된다. 참사 앞에서 정치가 보여야 할 것은 웃음도, 고맙다는 말도, 막말도 아니다. 끝까지 책임을 밝히고 고치는 일이다.

참고문헌

  1. 연합뉴스, 「김기현 "이재명, 요즘 얼굴에 웃음기 가득"…野 "허접한 잡설"」, 2022년 11월 3일.
  2. 중앙일보, 「김기현 "죽상 이재명 웃음기" 김의겸 "입에서 오물 튀어나와"」, 2022년 11월 3일.
  3. 아시아경제, 「김기현 "죽상이던 이재명 얼굴에 웃음기 가득…민주당 자중하라"」, 2022년 11월 3일.
  4. 동아일보, 「문재인, 세월호 방명록에 ‘고맙다’ 논란…文측 “눈물 나게 미안하고, 고맙지 않나?”」, 2017년 3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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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25일 일요일

“정계 은퇴 선언입니까?”…이재명 ‘불의’ 발언에 되돌아온 정치의 부메랑




“이재명 대표님, 정계 은퇴 선언입니까?” 2022년 9월 25일 정치권에서는 이 한 문장이 빠르게 회자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날 밤 자신의 SNS에 “불의를 방관하는 건 불의입니다. 의를 위한다면 마땅히 행동해야 한다”고 적자,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이를 받아치며 던진 말이었다. 짧은 SNS 문장 하나가 곧바로 여야 공방의 소재가 됐고, 정치권은 다시 ‘불의’와 ‘정의’라는 익숙하지만 가장 위험한 단어 앞에 섰다.

당시 이재명 대표의 메시지는 지지층을 향한 독려의 성격으로 읽혔다. 이 대표는 “불의를 방관하는 건 불의”라고 썼고, 이어 “의를 위한다면 마땅히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MBN 보도에 따르면 그는 해당 글에 달린 “불의를 참을 수 없어 거리로 나왔다”는 취지의 댓글에 직접 답글을 달며 “수고 많으셨다. 물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 언어는 언제나 발화자의 의도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권성동 의원은 이 대표의 문장을 곧바로 뒤집었다. “불의를 방관하는 건 불의”라는 말이 맞다면, 이 대표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의혹과 논란도 같은 기준으로 보아야 하지 않느냐는 반격이었다. 권 의원은 SNS에서 “이재명 대표님, 정계 은퇴 선언입니까?”라고 꼬집었다. 말의 표적을 바꿔, 이 대표가 던진 도덕적 문장을 이 대표 자신에게 되돌려 보낸 셈이다.

김기현 의원도 같은 날 비슷한 방향의 비판을 내놨다. 그는 이 대표의 “불의를 방관하는 건 불의”라는 말 자체에는 “맞다. 지극히 타당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정작 이 대표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MBN은 김 의원이 “○○도 낯짝이 있다”는 속담을 떠올렸다며 이 대표를 비판했다고 전했다. 이 장면은 당시 국민의힘이 이 대표의 SNS 메시지를 단순한 정치 구호가 아니라 ‘내로남불’의 소재로 받아들였음을 보여준다.

이 사건이 흥미로운 이유는 거창한 정책 논쟁이 아니라, 단 몇 줄의 SNS 문장이 정치적 역공의 출발점이 됐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는 “불의에 맞서 행동하자”는 메시지를 던졌고, 국민의힘은 “그 기준을 먼저 자신에게 적용하라”고 되받았다. 정치에서 ‘정의’라는 단어는 강력한 무기다. 그러나 바로 그만큼 위험하다. 상대를 겨누는 순간, 자신도 같은 잣대 위에 올라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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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정치권의 공기는 이미 날카로웠다. 대선 이후 여야 대치가 이어졌고,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수사와 사법 리스크는 정치권의 핵심 쟁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불의”라는 단어는 추상적 윤리어가 아니라 곧바로 현실 정치의 칼날이 됐다. 지지층에게는 행동의 명분이 됐고, 반대편에게는 공격의 근거가 됐다. 같은 문장이 진영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읽힌 것이다.

권성동 의원이 던진 “정계 은퇴 선언입니까?”라는 말은 그래서 단순한 조롱 이상의 정치적 효과를 노렸다. 이 말은 이재명 대표가 말한 ‘불의’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되묻는다. 불의가 권력의 부당함만 뜻하는가. 아니면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외면하는 태도도 포함하는가. 정치인이 도덕적 언어를 사용할 때, 그 언어는 필연적으로 자기 검증의 요구를 동반한다. 권 의원의 반격은 바로 그 약한 지점을 찌른 것이었다.

반대로 이재명 대표 측 지지층에서 보면 이 메시지는 전혀 다르게 읽혔을 수 있다. 사법 리스크와 정치 공세가 집중되는 상황에서 “불의를 방관하지 말자”는 말은 지지층 결집의 신호였다. 정치적 공격에 밀리지 말고 행동하자는 호소였고, 거대 야당 대표로서 자기 지지자들에게 보낸 격려의 메시지였을 수 있다. 문제는 그 말이 대중정치 공간에 올라오는 순간, 지지층만을 향한 내부 메시지로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사건은 2022년의 짧은 공방이지만, 지금 다시 읽어도 의미가 있다. 한국 정치에서 SNS는 더 이상 부수적인 소통 수단이 아니다. 정치인이 올린 한 문장, 한 단어, 한 댓글은 곧바로 기사화되고, 상대 진영의 반격 소재가 되며, 지지층 결집과 중도층 이탈을 동시에 만들어낸다. “불의”처럼 도덕적 강도가 높은 단어일수록 파급력은 커지고, 그만큼 부메랑의 위험도 커진다.

결국 이 사건의 본질은 이재명 대표 한 사람이나 권성동 의원 한 사람의 설전이 아니다. 정치인이 도덕의 언어를 사용할 때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의 문제다. “불의를 방관하는 건 불의”라는 문장은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말이다. 그러나 정치의 세계에서는 그 말이 곧 질문으로 바뀐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불의를 방관하지 않았는가. 당신 자신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가.

2022년 9월의 이 짧은 논쟁은 그래서 여전히 살아 있다. 정치가 도덕을 말할수록, 도덕은 정치인을 다시 심판한다. 상대를 향해 던진 문장은 언젠가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권성동 의원의 “정계 은퇴 선언입니까?”라는 반문은 그 정치적 부메랑의 한 장면이었다.

참고문헌

  1. 연합뉴스, 「與, ‘불의 방관은 불의’ 이재명에 ‘정계 은퇴 선언인가’」, 2022년 9월 25일.
  2. MBN, 「이재명 ‘불의 방관은 불의’ 메시지에 권성동 ‘정계 은퇴 선언이냐’」, 2022년 9월 25일.
  3. MBN/다음, 「이재명 ‘불의 방관은 불의’ 메시지에 권성동 ‘정계 은퇴 선언…’」, 2022년 9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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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25일 월요일

김기현 “참 많이도 울궈먹었다”…황운하 · 류삼영 대기발령 놓고 다시 붙었다



“피해자 코스프레, 참 많이도 울궈먹었다.” 2022년 7월 25일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던진 말이다.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이 대기발령 조치되자, 김 의원이 이를 두고 강하게 비판한 것이 발단이었다. 경찰국 논쟁은 경찰 독립성과 지휘체계 문제를 넘어, 여야 정치권의 오래된 악연까지 다시 불러냈다.

당시 류삼영 총경은 7월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회의를 주도했다. 이 회의는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총경급 경찰관들의 집단적 문제 제기였다. 그러나 경찰 지휘부는 회의 직후 류 총경을 울산경찰청 공공안전부 경무기획정보화장비과로 대기발령했다. 경찰청은 회의가 지휘부의 해산 지시 이후에도 진행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고, 경찰 내부에서는 과도한 조치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김기현 의원은 이 사안을 단순한 경찰 내부 갈등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7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행안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한 일부 경찰 간부들을 겨냥해 “문재인 정권 충견 노릇하던 일부 정치경찰 지도부”라는 취지로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자신이 울산시장 선거와 관련된 수사 과정에서 피해를 봤다는 입장을 오래 유지해 왔다. 그에게 경찰국 논쟁은 ‘경찰 중립성’의 문제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 시절 경찰 권력이 정치적으로 움직였는지 여부와 맞닿은 사안이었다.

황운하 의원은 바로 이 대목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황 의원은 김 의원이 류삼영 총경 대기발령 문제와 경찰국 논쟁을 또다시 자신의 울산시장 선거 수사 피해 주장과 연결한다고 보고, “피해자 코스프레”라고 직격했다. “참 많이도 울궈먹었다”는 표현은 김 의원이 과거 울산경찰 수사 문제를 반복적으로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두 사람의 충돌은 경찰국 신설이라는 제도 논쟁 위에, 울산 정치와 검경 수사권 갈등의 기억이 덧씌워진 장면이었다.

이 공방을 이해하려면 당시의 배경을 봐야 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행정안전부는 경찰국 신설을 추진했다. 정부는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과 경찰 내부 반대파는 이를 경찰 장악 시도라고 비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권한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행안부 장관 산하에 경찰국을 두는 방식이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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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경찰서장회의는 이 우려가 폭발한 상징적 사건이었다. 총경급 간부들이 집단적으로 모여 정부 정책에 문제를 제기한 일은 이례적이었다. 경찰 지휘부는 이를 복무규율 위반과 지휘체계 훼손으로 봤고, 류삼영 총경을 즉각 대기발령했다. 류 총경은 이후 경찰국 신설보다 국가경찰위원회의 권위를 높이는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류 총경 대기발령 이후 경찰 내부 반발도 이어졌다. 경향신문은 류 전 울산중부서장이 대기발령 후 첫 출근일인 7월 25일 대기발령지에 출근하지 않고 하루 휴가를 냈다고 보도했다. 울산경찰청은 휴가 사유 등 구체적 내용은 개인정보라고 밝혔다. 이 장면은 당시 경찰국 논쟁이 단순한 정책 논쟁이 아니라 경찰 조직 내부의 정서적 균열로 번지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김기현 의원의 시각은 달랐다. 그는 경찰국 신설 반대 움직임을 경찰 독립성 수호가 아니라 정치경찰의 저항으로 해석했다. 특히 자신이 울산시장 선거 관련 수사 과정에서 부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해온 만큼, 문재인 정부 시절 경찰 수사라인에 대한 불신이 강했다. 김 의원에게 경찰국은 경찰을 장악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오히려 경찰 권력의 정치적 일탈을 통제하기 위한 장치로 읽혔다.

반대로 황운하 의원에게 김 의원의 주장은 과거 사건을 계속 끌어와 현재의 경찰국 논쟁을 왜곡하는 정치적 프레임으로 보였을 수 있다. 황 의원은 경찰 출신 정치인이고, 경찰 수사권 독립과 검찰권 견제 문제에 강한 입장을 보여온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행안부 경찰국 신설은 경찰 중립성을 위협하는 문제였고, 김 의원의 ‘정치경찰’ 비판은 경찰 전체를 문재인 정권의 하수인처럼 몰아가는 공격으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두 사람의 충돌은 같은 사건을 전혀 다른 기억으로 바라본 결과였다. 김기현 의원에게 2022년 경찰국 논쟁은 문재인 정부 시절 경찰 수사의 정치성을 떠올리게 하는 사건이었다. 황운하 의원에게는 윤석열 정부가 경찰을 행안부 통제 아래 두려는 위험한 시도였다. 한쪽은 “경찰 권력의 통제”를 말했고, 다른 한쪽은 “경찰 중립성의 침해”를 말했다. 같은 단어를 쓰지만, 출발점은 완전히 달랐다.

이 논쟁이 중요한 이유는 경찰국 신설 문제가 단순한 조직개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 이후 권한이 크게 커졌고, 그만큼 통제 장치의 필요성도 커졌다. 그러나 통제가 정치권력의 직접 지휘로 바뀌면 경찰 독립성은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경찰국 논쟁은 “경찰을 누가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라는 국가 권력 구조의 문제였다.

황운하 의원의 “참 많이도 울궈먹었다”는 말은 거칠었다. 그러나 그 말이 나온 배경에는 김기현 의원이 울산 사건을 반복적으로 소환해 경찰국 논쟁을 정치경찰 프레임으로 몰고 간다는 반감이 있었다. 반대로 김 의원의 비판에도 이유는 있었다. 경찰이 정치권력과 결합해 특정 정치인을 겨냥했다는 의혹은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두 주장이 모두 제도 논쟁보다 과거의 정치적 상처를 앞세웠다는 점이다.

2022년 7월의 류삼영 대기발령 사태는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정부와 경찰의 충돌로 기록됐다. 그러나 그 곁에는 황운하와 김기현의 설전이 있었다. 이 설전은 한국 정치에서 검찰개혁, 경찰개혁, 수사권 조정, 선거 수사, 권력기관 통제 문제가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를 보여준다. 경찰의 중립성을 말하는 쪽도, 경찰 권력의 통제를 말하는 쪽도 모두 자신이 옳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이 묻는 질문은 더 단순했다. 경찰은 정권의 편인가, 국민의 편인가.

결국 이 사건은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남긴다. 경찰 권력이 커질수록 통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 통제가 정치적 장악으로 보이면 또 다른 불신을 낳는다. 2022년 여름, 류삼영 대기발령과 황운하·김기현 공방은 바로 그 경계선 위에서 터진 사건이었다. “피해자 코스프레”와 “정치경찰”이라는 거친 말싸움 뒤에는, 권력기관을 어떻게 민주적으로 다룰 것인가라는 더 큰 문제가 숨어 있었다.

참고문헌

  1. 연합뉴스TV, 「전국 경찰서장 회의 주도 류삼영 총경 대기발령」, 2022년 7월 24일.
  2. 아주경제, 「초유의 총경 항명에 발칵 뒤집힌 경찰…‘과도하다’ 내분 격화」, 2022년 7월 24일.
  3. 경향신문, 「류삼영 전 울산중부서장 대기발령 후 첫 출근일에 ‘휴가’」, 2022년 7월 25일.
  4. 연합뉴스, 「류삼영 총경 ‘경찰국 신설보다 국가경찰위원회 권위 높여야’」, 2022년 7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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