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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4일 금요일

이태원 참사 앞의 정치, 웃음과 ‘고맙다’ 사이에서 다시 드러난 민주당의 그림자


2022년 11월 김기현 의원은 이태원 참사 이후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태도를 비판하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세월호 방명록 논란을 다시 거론했다./vow

이태원 참사 이후 정치권의 말은 빠르게 날카로워졌다. 추모의 시간은 길지 않았고, 책임론은 곧바로 정쟁의 언어로 옮겨붙었다. 그런 가운데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2022년 11월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의 태도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에 대해 사전 대비가 적절하지 못했다는 점과 원인·책임 규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민주당이 참사를 정부 공격의 소재로 삼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요즘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한 모습”이라고 표현했고, 이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세월호 방명록 논란과 연결했다.

김 의원의 발언 중 가장 논쟁적이었던 대목은 “죽상이던 이재명 대표가 요즘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한 모습을 보인다”는 문장이었다. 그는 이어 그 장면이 “세월호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모습과 오버랩된다”고 했다. 이 표현은 단순한 정치 비판을 넘어, 참사를 대하는 정치인의 태도와 감정의 진정성을 문제 삼은 말이었다. 연합뉴스도 같은 날 이 발언을 보도하며, 민주당이 이를 “허접한 잡설”이라고 맞받았다고 전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고맙다’ 논란은 2017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문 전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팽목항을 방문해 세월호 희생 학생들을 향해 “미안하다. 고맙다”는 취지의 방명록을 남겼고, 이 표현은 곧바로 논란이 됐다. 문 전 대표 측은 희생자들의 아픔이 우리 사회가 생명과 안전의 가치를 새롭게 깨닫는 계기가 됐다는 의미라고 해명했지만, 비판자들은 참사 희생자에게 “고맙다”는 표현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이 사례를 다시 소환한 이유는 분명했다. 그는 민주당이 과거 대형 참사를 정치적 책임론의 소재로 삼아 왔고,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그는 민주당이 검찰의 대형 참사 수사를 어렵게 만든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해 놓고 이제 와서 정부 책임을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마약 수사까지 문제 삼는 민주당의 태도를 비판하며, 지금은 정치 공세보다 추모와 원인 규명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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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발언은 곧바로 역풍도 불렀다.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은 김기현 의원을 향해 “입에서 오물이 튀어나오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의 고통을 언급하며, 김 의원의 말이 추모의 시간에 어울리지 않는 막말이라고 비판했다. 즉 김기현 의원은 민주당이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공격했고, 민주당은 김 의원이 참사를 빌미로 야당 대표를 모욕하고 있다고 반격한 셈이다.

이 논쟁에서 가장 불편한 지점은 양쪽 모두 참사의 이름을 정치적 문장 속에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한쪽은 “참사를 호재처럼 이용한다”고 말했고, 다른 한쪽은 “막말로 유가족의 상처를 키운다”고 맞섰다. 어느 쪽 말이 더 그럴듯한지를 떠나, 참사는 늘 이런 식으로 정치의 거울이 된다. 정치권은 책임을 묻는다고 말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대 진영의 도덕성을 먼저 겨냥한다. 추모를 말하지만, 추모의 언어도 곧바로 공격과 방어의 수단으로 바뀐다. 참사의 본질은 사라지고, 누가 더 비정한가를 따지는 경쟁만 남는다.

김기현 의원의 문제 제기는 완전히 허공에 뜬 말은 아니다. 대형 참사 이후 야당이 정부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책임 추궁이 진상 규명보다 정치적 타격에 앞서 보이면 국민은 피로감을 느낀다. 특히 이재명 대표가 당시 여러 사법 리스크와 정치적 압박 속에 있었던 만큼, 여권에서는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를 국면 전환의 소재로 삼는다는 의심을 강하게 제기했다. 김 의원의 “웃음기” 표현은 바로 그 의심을 정치적으로 압축한 말이었다.

그렇다고 이 표현이 온전히 세련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참사 직후 정치인의 표정 하나를 꺼내어 웃음이니 아니니 판단하는 방식은 쉽게 감정적 공격으로 흐른다. 실제로 사람이 웃었는지, 어떤 맥락의 표정이었는지, 그것이 참사를 대하는 태도와 직접 연결되는지는 조심스럽게 따져야 한다. 정치의 말이 날카로울수록 근거는 더 단단해야 한다. 참사의 시간에 필요한 것은 상대의 표정을 추정하는 말보다, 무엇이 잘못됐고 어떤 제도를 고쳐야 하는지를 묻는 언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고맙다” 논란을 다시 꺼낸 것도 마찬가지다. 당시 문 전 대통령 측의 해명처럼, 그 표현에는 미안함과 애도의 정서가 담겼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참사 희생자에게 “고맙다”는 말이 주는 불편함 역시 쉽게 지울 수 없다. 특히 정치적 격변과 권력 교체의 맥락 속에서 그 말이 등장했기 때문에, 비판자들은 세월호의 비극이 정치적 동력으로 소비된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해 왔다. 김 의원은 그 오래된 불편함을 이태원 참사 이후 민주당의 태도 비판에 다시 끌어온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은 막말 공방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참사를 대하는 정치의 태도, 책임론과 정쟁의 경계, 추모와 권력 계산의 거리, 그리고 피해자와 유가족을 정치 언어 속에 소환하는 방식의 위험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여당은 야당의 책임론이 정치적 선동이 아니냐고 묻고, 야당은 여당의 반격이 책임 회피와 막말이 아니냐고 묻는다. 그러나 국민이 묻는 질문은 더 단순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이태원 참사 이후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상대의 표정과 과거의 문장을 끄집어내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안전 관리의 실패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경찰과 지자체와 정부의 대응 체계에 어떤 구멍이 있었는지, 다중 운집 상황을 예측하고 통제할 시스템은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를 따져야 했다. 동시에 야당도 책임 추궁을 하려면 정치적 유불리보다 제도 개선의 구체성을 앞세워야 했다. 참사는 권력의 약점을 찌르는 도구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결함을 드러내는 경고다.

김기현 의원의 발언은 거칠었지만, 그 안에는 한국 정치가 반복해 온 참사 정치의 익숙한 패턴이 들어 있었다. 비극이 발생하면 먼저 애도하고, 곧이어 책임론이 나오고, 그다음에는 상대 진영의 과거와 위선을 끌어내는 전쟁이 시작된다. 그 사이 피해자와 유가족은 정치의 문장 속에서 다시 한 번 소모된다. 세월호도 그랬고, 이태원도 그렇게 흘러갈 위험이 있었다.

그래서 이 논쟁의 결론은 어느 한쪽의 승리로 끝나기 어렵다. 김기현 의원의 비판처럼 참사를 정치적 호재로 소비하는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 동시에 민주당의 반박처럼 참사 직후의 거친 인신공격성 표현도 자제되어야 한다. 정치가 참사를 말할 때 지켜야 할 최소한의 품격은 하나다. 책임은 물어야 하지만, 희생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추모는 해야 하지만, 추모를 방패 삼아 정치적 계산을 숨겨서도 안 된다. 참사 앞에서 정치가 보여야 할 것은 웃음도, 고맙다는 말도, 막말도 아니다. 끝까지 책임을 밝히고 고치는 일이다.

참고문헌

  1. 연합뉴스, 「김기현 "이재명, 요즘 얼굴에 웃음기 가득"…野 "허접한 잡설"」, 2022년 11월 3일.
  2. 중앙일보, 「김기현 "죽상 이재명 웃음기" 김의겸 "입에서 오물 튀어나와"」, 2022년 11월 3일.
  3. 아시아경제, 「김기현 "죽상이던 이재명 얼굴에 웃음기 가득…민주당 자중하라"」, 2022년 11월 3일.
  4. 동아일보, 「문재인, 세월호 방명록에 ‘고맙다’ 논란…文측 “눈물 나게 미안하고, 고맙지 않나?”」, 2017년 3월 12일.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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