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17일 금요일

[법정 밖의 비극] 조작수사 프레임보다 “ 이주용 수사 검사에게 가해진 정치적 압박”

 

국회 국정조사와 대장동 수사 논란을 상징하는 법정 문서와 검사석 이미지
대장동 수사 검사에 대한 국정조사 소환과 1기 수사팀 보고서 논란이
 맞물리며, ‘조작 수사’ 프레임은 새로운 역풍을 맞고 있다./kbs

대장동 사건을 둘러싼 정치권의 싸움이 또 한 번 다른 국면으로 넘어갔다. 이번에는 법정 증언이나 녹취록이 아니라, 수사에 참여했던 한 검사의 극단적 시도 소식이 방아쇠가 됐다. 대장동 2기 수사팀에서 남욱 씨 등을 조사했던 이주용 검사가 국회 국정조사 증인 출석 요구를 받은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고, 현재 병원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과 법조계는 충격에 빠졌다. 보도에 따르면 이 검사는 지난달 신장 절제 수술을 받은 뒤 입원 치료 중이라는 사유서를 제출했지만, 국정조사 특위는 불출석 이후 동행명령장을 발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이 단순한 ‘불출석 증인 논란’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국정조사의 공식 명분은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이었다. 즉 대장동 수사가 검찰에 의해 조작됐는지 따져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청문회 과정에서 수사 검사가 병상에 있음에도 압박을 받았다는 논란이 터졌고, 동시에 문재인 정부 시절 1기 수사팀 내부 보고서에 이미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측에 대한 추가 수사 필요성이 담겨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프레임의 방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조작 수사였나’라는 질문이 ‘그렇다면 1기 수사팀은 왜 더 수사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으로 바뀐 것이다.

핵심은 2022년 5월 무렵 작성됐다는 대장동 1기 수사팀 보고서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이 보고서에는 업무상 배임·횡령·뇌물 관련 거래 내역 확인, 정진상 씨를 상대로 성남시장 보고 과정 조사 필요성, 보강 수사 아이템 검토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다만 이재명 전 성남시장과 직접 관련된 자금 거래 내역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취지도 함께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보고서가 곧 유죄의 증거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혐의점이 전혀 없었다”는 설명과 “추가 수사가 필요했다”는 보고가 공존한다면, 국정조사의 전선은 단순한 조작기소 공방을 넘어 수사 중단과 재개, 보고 누락과 진술 번복의 문제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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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 사건의 정치적 폭발력은 ‘이주용 검사 개인’에게만 있지 않다. 더 큰 쟁점은 국가 권력이 수사 검사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다. 수사 검사는 언제든 국회에 나와 검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암 수술 뒤 입원 중이라는 자료를 냈음에도 동행명령까지 밀어붙였다면, 그것은 진상규명이라기보다 정치적 압박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특히 국정조사가 특정 결론, 즉 “대장동 수사는 조작이었다”는 결론을 향해 달리는 장면으로 보인다면, 그 압박은 더 위험해진다. 진상규명은 사람을 몰아붙이는 방식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방식은 진실보다 프레임을 앞세운다는 의심을 키운다.

남욱 씨의 진술 번복도 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남 씨는 과거 이재명 대통령 측에 불리한 진술을 해왔지만, 이후 검찰 압박에 따른 진술이었다는 취지로 입장을 바꿨다. 청문회에서 남 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압박과 유도성 발언이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동시에 남 씨의 진술이 정권 교체와 정치 환경 변화에 따라 달라졌다는 점 때문에, 그의 말 자체도 강한 검증 대상이 되고 있다. 결국 대장동 사건은 어느 한쪽의 증언만으로 결론낼 수 없는 구조다. 문서, 보고라인, 조사 기록, 구치감 대기 경위, 진술 변경 시점이 모두 맞물려야 한다.

이 대목에서 여권의 전략은 위험한 시험대에 올랐다. 애초 국정조사는 ‘검찰이 조작했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강화하기 위한 무대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1기 수사팀 보고서 논란이 부상하면서, 오히려 “문재인 정부 시절 수사팀은 무엇을 알고 있었나”, “추가 수사 필요성을 인식하고도 왜 충분히 진행하지 않았나”, “2기 수사팀은 정말 무에서 유를 만든 것인가, 아니면 1기 수사팀이 남긴 미완의 수사를 이어간 것인가”라는 반문이 생겼다. 이 질문들이 힘을 얻으면 조작 수사 프레임은 역으로 약해질 수 있다.



권영빈 특검보 교체 논란도 같은 흐름 위에 있다. 2차 종합특검팀은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 관련 대통령실 개입 의혹 사건 담당 특검보를 권영빈 특검보에서 김치헌 특검보로 바꿨다. 권 특검보가 과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방용철 전 쌍방울 전 부회장을 변호한 이력이 알려지며 공정성 논란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사건과 직접 무관하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향후 수사 공정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것 역시 ‘수사의 공정성’을 문제 삼는 쪽이 스스로 공정성 논란에 휘말린 장면이다.

결국 이주용 검사 사건은 한 가지 질문으로 압축된다. 왜 국회는 병상에 있는 수사 검사에게까지 동행명령을 밀어붙였는가. 그리고 왜 그 시점에 1기 수사팀 보고서 논란이 터져 나왔는가. 정치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수사를 검증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치가 정해진 결론을 만들기 위해 수사 검사 개인을 몰아붙인다면, 그것은 검찰개혁도, 진상규명도 아니다.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권력 행사다.

대장동 사건의 본질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돈의 흐름, 인허가 구조, 성남시 의사결정 라인, 민간업자들의 진술 변화, 검찰 내부 보고서, 그리고 정치권의 압박 방식까지 모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보여준 것은 분명하다. ‘조작 수사’라는 말은 강력한 정치 구호가 될 수 있지만, 그 구호가 진실을 대체할 수는 없다. 오히려 무리하게 구호를 밀어붙이는 순간, 사람은 무너지고 문서는 되살아나며, 질문은 반대 방향으로 돌아온다.

이제 국민이 물어야 할 것은 하나다. 대장동 수사는 조작됐는가. 아니면 조작이라는 말로 대장동의 원래 질문을 덮으려 했는가. 이주용 검사 사건은 바로 그 질문을 정치권 한복판에 다시 던지고 있다.


참고문헌

  • 뉴시스, “대장동 수사검사, 국회 국정조사 소환장 받고 극단적 시도”
  • 시사저널, “대장동 수사검사 극단 시도… 암수술 했는데 국조 출석 요구”
  • 채널A, “대장동 1기 수사팀 보고서에 배임·뇌물 확인”
  • 중앙일보/다음, “대장동 1차 수사팀 ‘이재명 추가수사 필요’ 보고서 남겼다”
  • 한겨레, “이해충돌 논란 권영빈 특검보 교체”
  • 뉴시스, “종합특검, 대북송금 수사 공정성 논란 권영빈 특검보 교체”

Socko/Ghost

[대장동 국정조사] 국회가 재판 중인 사건을 국정조사로 다시 재단할 수 있는가

 

국회 청문회장과 법원 판결문을 배경으로 한 대장동 국정조사 논란 이미지
대장동 조작기소 의혹 국정조사는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따지는 자리였지만,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한 입법부 개입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news1

대장동 사건을 둘러싼 국회 청문회는 애초 검찰을 심판하는 무대로 설계된 듯했다. 이름부터가 강했다.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이 명칭만 놓고 보면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검찰은 정치검찰이고, 수사는 조작이며, 기소는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 기획이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청문회가 진행될수록 이 프레임은 뜻밖의 질문을 불러냈다. 정말 검찰이 처음부터 대장동을 조작했는가. 아니면 국회가 지금 진행 중인 재판을 정치적으로 다시 쓰려는 것인가.

16일 열린 대장동·위례신도시·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사건 관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여야는 시작부터 충돌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당시 검찰이 이재명 대통령을 타깃으로 삼아 조작 수사와 기소를 했다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이 국정조사 자체가 삼권분립을 흔드는 “진상 왜곡 국정조사”라고 맞섰다. 청문회장에는 여야가 각각 다른 문구의 팻말을 붙이고 나왔고, 사건의 실체를 따지기보다 정치적 전선을 먼저 세운 장면이 연출됐다.

민주당이 꺼낸 핵심 쟁점은 절차였다. 특히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정식 입건되기 전 압수 관련 조서 등에 ‘피의자’로 기재됐다는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이는 검찰이 처음부터 이재명이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수사를 진행했다는 근거로 제시됐다. 정치적 표적 수사, 기획 수사, 조작 수사라는 표현이 이 대목에서 나왔다. 검찰의 수사권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강력한 권한인 만큼, 절차상 흠결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만약 수사기관이 특정인을 미리 목표로 삼고 증거를 끼워 맞췄다면, 그것은 수사권 남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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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검찰 쪽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은 대장동 수사가 윤석열 정부에서 새로 만들어낸 사건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돼 넘어온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총장 취임 이후 윤석열 당시 대통령과 단 한 차례도 만나거나 통화하거나 문자한 적이 없다고 밝히며, 대통령실 또는 권력의 지시에 따른 기획 수사였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이 주장은 단순한 해명이 아니다. 대장동 수사의 출발점이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다면, “윤석열 정권이 처음부터 만든 조작 수사”라는 정치적 문장은 구조적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 전 총장의 가장 강한 반박은 삼권분립 문제였다. 그는 국정조사가 헌법과 법률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면서, 재판 중인 사건에 입법부가 관여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용 전 부원장 사건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대법원에 무죄 취지 판단을 압박하는 듯한 움직임을 언급하며, 이는 명확히 재판에 관여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이번 국정조사를 두고 “헌법의 삼권분립 원칙과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이 지점에서 문제는 한층 커진다. 국회는 행정부와 수사기관을 감시할 권한이 있다. 검찰 수사가 정치적으로 왜곡됐는지 따져보는 것도 입법부의 역할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의 증거와 증언 신빙성을 국회가 다시 판단하고, 사실상 특정 판결 방향을 압박하는 듯한 모양새가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국정조사는 진실 규명의 도구일 수 있지만, 재판을 대체하는 정치 법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이번 청문회가 단순한 검찰개혁 논쟁을 넘어 헌법 질서 논란으로 번진 이유다.

정영학 녹취록과 수사 보고서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다시 읽힌다. 민주당은 녹취록과 진술이 검찰에 의해 왜곡되거나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반면 수사팀 쪽은 정영학 녹취록, 대장동 사업 관련 자료, 관련자 진술 등 물적·인적 증거가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수사를 계속할 필요가 있었다고 반박한다. 실제로 대장동 사건에서 정영학 녹취록은 오래전부터 핵심 증거 중 하나로 다뤄졌고, 녹음 파일과 관련 보도들은 사건의 실체를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도 주의해야 할 대목이 있다. 녹취록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녹취록 해석에 다툼이 있다고 해서 수사 전체가 조작이 되는 것도 아니다. 재판은 바로 그 중간을 따지는 절차다.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 그 말이 실제 보고나 승인으로 이어졌는지, 진술이 외부 압박으로 바뀌었는지, 돈의 흐름과 행정 결정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법정에서 검증해야 한다. 그런데 국회가 그 판단을 먼저 정치적으로 결론내리려 한다면, 국정조사는 진실 규명이 아니라 재판 흔들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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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청문회의 역설은 여기에 있다. 민주당은 검찰의 조작 수사를 밝히겠다고 나섰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오히려 “국회가 재판 중인 사건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라는 더 큰 질문을 만들어냈다. 검찰이 잘못했다면 밝혀야 한다.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기재, 압박 조사, 진술 유도, 증거 왜곡이 있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그 책임 추궁이 재판부를 향한 정치적 압박으로 보이는 순간, 국민은 검찰보다 국회를 먼저 의심하게 된다.

대장동 사건은 아직 끝난 사건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 측은 정치검찰의 조작 수사라고 주장하고, 검찰과 야권은 대장동 수사는 문재인 정부 때 시작된 비리 의혹의 연장선이라고 반박한다.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는 법정에서 증거로 따져야 한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있다. 재판 중인 사건을 국회가 정치 구호로 덮거나, 반대로 검찰이 절차상 하자를 가볍게 넘기는 것 모두 법치주의에 해롭다.

이번 청문회가 남긴 가장 큰 질문은 그래서 이것이다. 국회는 검찰을 감시하고 있는가, 아니면 법원의 판단 영역을 침범하고 있는가. ‘조작 수사’라는 말이 정치적으로는 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말을 증명하려면 더 엄격한 증거와 절차가 필요하다. 반대로 검찰 역시 “정당한 수사”라는 말만으로 모든 의혹을 덮을 수 없다.

결국 대장동 청문회는 검찰을 향한 공격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국회의 권한 남용 가능성까지 묻는 싸움이 됐다. 조작 수사를 밝히겠다는 국정조사가 스스로 정치 재판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순간, 그 프레임은 역풍을 맞는다. 대장동의 진실은 국회 팻말 위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증거와 기록, 그리고 법정의 판단 속에서만 끝까지 검증될 수 있다.

참고문헌

  • 연합뉴스, “與 ‘정치검찰 조직범죄’·국힘 ‘헌법 파괴’…대장동 청문회 충돌”
  • 뉴시스, “이원석 ‘대장동 수사, 文 정부 잔여 사건…尹과 연락한 적 없어’”
  • 연합뉴스, “이원석 前검찰총장 ‘尹 만나거나 연락 안 해…대장동 정당한 수사’”
  • 한겨레, “이원석 ‘검찰총장 취임 뒤 윤석열과 연락 0번…대장동 정당한 수사’”
  • 뉴스타파, “대장동 X파일: 정영학 음성파일 관련 보도”
  • 오마이뉴스, “이재명 대장동 녹취록 공유…직접 보고 판단해달라”
Socko/Ghost





['검찰청 술파티’ 의혹] 설주완 변호사의 입회 정황... 이화영 측 ‘회유 프레임’의 가장 약한 고리

 

검찰 조사실 시간표와 변호인 입회 기록을 상징하는 문서 이미지
‘검찰청 술파티’ 의혹의 핵심은 소주 구매 여부를 넘어, 그날
 조사실에  변호인이 실제로 입회했는지 여부로 모이고 있다./news1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서 이른바 ‘검찰청 술파티’ 의혹은 처음부터 자극적이었다. 검찰청 조사실에서 피의자가 술을 마셨고, 그 자리에서 진술 회유가 이뤄졌다는 주장은 대중에게 강렬한 장면을 남긴다. 복잡한 대북송금 자금 흐름이나 법정 진술보다 “검찰이 술 먹이며 말을 맞췄다”는 이미지는 훨씬 쉽고 빠르게 퍼진다. 그래서 이 의혹은 단순한 절차 논란이 아니라,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 전체를 흔드는 정치적 무기가 됐다.

하지만 이 사건의 급소는 소주 4병 그 자체가 아니다. 더 결정적인 질문은 따로 있다. 그날 조사실에 변호인이 있었는가. 그리고 그 변호인이 바로 설주완 변호사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의 문제 제기는 크게 두 갈래였다. 하나는 검찰청 안에서 술과 외부 음식이 제공됐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진술 회유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조사실은 사실상 통제되지 않은 공간이어야 한다. 피의자와 검찰, 관련자들이 느슨하게 섞여 있고, 변호인의 견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그림이 필요하다. 그래야 “검찰청 술자리 회유”라는 프레임이 완성된다.

그런데 설주완 변호사의 입회 정황이 사실이라면, 이 그림은 크게 흔들린다. 변호인이 조사실에 있었다면 사건은 완전히 다른 구조가 된다. 검찰이 피의자에게 몰래 술을 먹이며 진술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변호인이 보는 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주장으로 바뀐다. 이것은 입증 부담이 훨씬 무겁다. 변호인이 있었다면 왜 즉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는가. 조사 과정에서 왜 이의제기나 기록화가 없었는가. 조사 종료 뒤 변호인의 행적과 통화 내용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질문은 이제 소주병에서 설주완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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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용 검사 측이 설주완 변호사의 복귀 요청 통화와 조사 종료 후 통화 기록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주가 언제 샀느냐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술자리 회유를 증명할 수 없다. 소주 구매, 청사 반입, 조사실 도착, 음주, 회유, 진술 변화는 각각 별개의 고리다. 반면 변호인 입회 여부는 이 모든 고리를 한 번에 흔든다. 변호인이 있었다면, ‘은밀한 회유’라는 표현은 훨씬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이 사건에서 설주완은 단순한 주변 인물이 아니다. 그는 그날 조사실의 현실을 가르는 사람이다. 있었는가, 없었는가. 있었다면 몇 시에 들어왔는가. 조사 시작 전부터 있었는가, 야간 조사 중 복귀했는가. 조사 종료 때까지 있었는가. 끝난 뒤 누구와 통화했고, 무엇이라고 말했는가. 이 질문들은 모두 술파티 의혹의 뼈대를 직접 건드린다. 그래서 이 사건의 핵심 증인은 소주병이 아니라 설주완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정치권은 ‘술파티’라는 단어에 집중했다. 그 단어는 매우 강하다. 검찰청이라는 딱딱한 공간과 술파티라는 느슨한 이미지가 충돌하면서, 국민 머릿속에는 곧바로 비정상적 장면이 떠오른다. 그러나 법정은 이미지가 아니라 기록으로 움직인다. 카드 결제 시간, 조사 시작 시간, 호송 기록, 변호인 입회 여부, 통화 녹취, 출입 기록, 교도관 진술이 맞물려야 한다. 그중 설주완 변호사의 존재는 의혹의 가장 예민한 지점이다.

만약 설 변호사가 실제로 조사에 입회했고, 조사 종료 뒤에도 별다른 이상 상황을 언급하지 않았다면, 이화영 측 주장은 상당한 설명 부담을 안게 된다. 반대로 설 변호사의 입회가 형식적이었거나, 핵심 시간대에 현장에 없었거나, 실제 조사실 상황을 확인하지 못했다면 박상용 검사 측 반박도 약해진다. 그래서 설주완은 어느 한쪽의 장식용 증인이 아니라, 사건의 성립 여부를 가르는 고리다.

이 대목에서 더 큰 질문이 나온다. 왜 이 사건은 계속 정치권에서 폭발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와 직결된다. 이화영 전 부지사의 진술이 흔들리면 대북송금 수사의 정당성도 흔들린다. 대북송금 수사가 흔들리면 이재명 측을 향한 검찰 수사의 큰 축 하나가 약해진다. 그래서 ‘검찰청 술파티’ 의혹은 단순한 조사실 해프닝이 아니라, 사법 리스크 전체를 재구성하려는 정치 프레임으로 작동한다.

문제는 프레임이 아무리 강해도 기록을 이길 수는 없다는 점이다. 검찰이 정말 술자리 회유를 했다면, 그것은 엄중한 수사 범죄에 가깝다. 관련자들은 책임져야 하고 수사 기록은 다시 검증돼야 한다. 그러나 반대로 의혹이 과장됐거나 선별된 자료로 키워진 것이라면, 그것 역시 심각한 문제다. 재판 중인 사건의 핵심 증언을 흔들기 위해 국민에게 자극적 이미지를 먼저 던진 셈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술파티 의혹’의 승부처는 감정이 아니라 시간표다. 그리고 그 시간표의 한가운데에 설주완이 있다. 소주가 몇 시에 결제됐는가. 조사실에는 몇 시에 들어왔는가. 야간 조사는 몇 시에 시작됐는가. 변호인은 몇 시에 복귀했는가. 조사는 몇 시에 끝났는가. 끝난 뒤 변호인은 어떤 말을 남겼는가. 이 모든 질문이 하나의 이름으로 모인다. 설주완.

그래서 이번 사건을 제대로 보려면 “소주 4병이 있었느냐”에서 멈추면 안 된다. 더 날카로운 질문은 이것이다. 그날 변호인은 어디에 있었나.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술파티 의혹은 이미지에 머문다. 반대로 이 질문의 답이 명확해지면, 사건은 정치 구호가 아니라 법정의 기록으로 돌아간다.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의 진실은 술파티라는 말 한마디로 결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한 사람의 위치와 시간으로 크게 갈릴 수 있다. 설주완 변호사는 그래서 이 사건의 조연이 아니다. 그는 ‘검찰청 술파티’ 의혹의 급소다. 소주병은 장면을 만들었지만, 설주완은 그 장면이 실제였는지 무너뜨릴 수 있는 열쇠다.

참고문헌

  • 중앙일보/다음, 쌍방울 법인카드 소주 구매 관련 보도
  • 한겨레, 이화영 술자리 의혹과 박상용 검사 반박 관련 보도
  • CBS노컷뉴스, 박상용 검사 손해배상 소송 관련 보도
  • 데일리안, 이화영 ‘술파티 위증’ 국민참여재판 관련 보도
  • 오마이뉴스, 법무부 조사와 수원지검 조사실 술·음식 제공 의혹 관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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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16일 목요일

젤렌스키 “미래는 이미 전선에 와 있다”... 정찰은 드론, 돌격은 로봇…우크라이나가 보여준 SF 전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드론과 지상 로봇이 정찰과 돌격, 점령 작전을 수행하는 미래 전쟁 이미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정찰은 드론이, 돌격과 보급은 지상 로봇이
 맡는 새로운 전투 모델이 현실화하고 있다./aljazeera

전쟁 영화의 장면처럼 보였던 일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현실이 됐다. 정찰은 드론이 맡고, 돌격은 지상 로봇이 수행하며, 보급과 부상자 후송까지 무인체계가 이어받는 전투 모델이 등장했다. 인간 병사가 참호를 향해 뛰어가던 시대가 끝나고 있는 것인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 진지를 드론과 지상 로봇만으로 점령했다는 외신 보도는 이 질문을 전 세계 군사 전문가들 앞에 던졌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 작전을 두고 “미래는 이미 전선에 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로봇 기업들이 최근 3개월 동안 전선에서 2만2000회 이상의 임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그만큼 사람이 가장 위험한 지역에 직접 들어가지 않아도 됐다는 뜻이다. 과거 전쟁에서 가장 많은 피를 흘린 순간은 늘 비슷했다. 적 참호를 발견하고, 포격으로 흔들고, 마지막에는 사람이 뛰어들었다. 이제 그 마지막 돌격을 기계가 대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사례의 충격은 단순히 로봇이 전장에 등장했다는 데 있지 않다. 드론은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의 상징이 됐다. FPV 자폭 드론은 전차와 장갑차를 사냥했고, 정찰 드론은 포병의 눈이 됐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는 변화는 한 단계 더 나아간다. 공중 드론이 적 진지를 찾고, 공격 드론이 방어선을 흔들고, 지상 로봇이 접근해 폭약을 운반하거나 기관총을 쏘고, 무인 보급 차량이 탄약과 물자를 밀어 넣는다. 개별 장비의 등장이 아니라, 무인체계 전체가 하나의 전투 흐름으로 묶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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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보병의 종말”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보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보병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 과거의 보병은 가장 먼저 들어갔다. 참호를 향해 뛰고, 지뢰밭을 건너고, 기관총과 포탄 사이로 돌격했다. 미래의 보병은 오히려 가장 마지막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로봇이 진지를 흔들고, 드론이 살아남은 적 병력을 제압하고, 무인 차량이 보급선을 확보한 뒤, 인간 병사는 점령지를 굳히고 판단하고 통제하기 위해 투입된다. 전장의 첫 번째 희생자가 아니라, 마지막 결정권자로 이동하는 셈이다.

러시아 병사들이 로봇에게 항복했다는 보도는 이 변화의 심리적 측면을 보여준다. 전쟁에서 항복은 대개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일어난다. 손을 들고 나왔을 때 상대 병사가 총을 겨누고, 포로가 된다. 그런데 이제 병사 앞에 다가오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폭약을 실은 기계일 수 있다. 드론이 머리 위에서 보고 있고, 지상 로봇이 참호 입구로 접근한다. 이때 병사는 누구에게 항복하는가. 조종석 뒤의 인간인가, 눈앞의 기계인가, 아니면 그 둘이 결합된 새로운 전쟁 시스템인가.

우크라이나가 이런 전술을 빠르게 발전시킨 배경은 냉혹하다. 병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장기전 속에서 우크라이나는 한 명의 병사라도 더 아껴야 한다. 러시아는 여전히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며 소모전을 강요한다. 우크라이나가 선택한 해법은 사람을 더 밀어 넣는 방식이 아니라, 사람 대신 기계를 위험지대로 보내는 방식이다. 이 점에서 로봇 전쟁은 화려한 기술 혁명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궁여지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궁여지책은 때로 전쟁의 표준이 된다.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호전은 전차를 낳았고, 제2차 세계대전은 항공모함과 전략폭격의 시대를 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과 지상 로봇의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값싼 FPV 드론 하나가 수백만 달러짜리 장갑차를 파괴하고, 소형 지상 로봇이 병사 대신 지뢰밭과 참호로 들어간다. 거대한 무기보다 작고 싸며 대량으로 투입되는 무인이 전장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이 변화는 한국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한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밀도 높은 지상전 가능성을 안고 있는 지역이다. 휴전선 일대의 감시, 지뢰지대, 산악 전투, 도시전, 지하 시설, 장사정포 대응까지 생각하면 무인 정찰과 지상 로봇의 필요성은 오히려 우크라이나보다 더 클 수 있다. 문제는 장비 몇 대를 들여오는 수준이 아니다. 정찰 드론, 공격 드론, 전자전, 지상 로봇, 보급 로봇, 통신망, 인공지능 분석 체계를 하나의 전투 시스템으로 묶을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특히 전자전은 이 미래 전쟁의 숨은 승부처다. 드론과 로봇은 통신이 끊기면 고철이 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상대의 드론을 무력화하기 위해 재밍과 스푸핑, 전파 탐지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따라서 무인 전쟁은 단순히 로봇 숫자 싸움이 아니다. 누가 더 잘 보고, 더 빨리 연결하고, 더 오래 통신을 유지하며, 더 안전하게 인간의 판단을 개입시킬 수 있느냐의 싸움이다.

그렇다고 인간이 전장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판단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기계가 먼저 보고, 먼저 접근하고, 먼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공격할 것인지 멈출 것인지, 항복한 병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민간인과 전투원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는 여전히 인간의 결정이어야 한다. 무인체계가 강해질수록 법과 윤리, 책임의 문제도 더 날카로워진다.

우크라이나가 보여준 것은 SF가 아니다. 이미 시작된 전쟁의 다음 장면이다. 정찰은 드론이 하고, 돌격은 로봇이 하며, 인간 보병은 기계가 만든 틈 뒤로 들어간다. 이것을 보병의 종말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그러나 더 정확히는 보병의 재배치다. 인간은 참호 앞에서 가장 먼저 죽는 존재에서, 기계들이 열어 놓은 공간을 통제하고 책임지는 존재로 이동하고 있다.

전쟁은 늘 인간의 잔혹함과 기술의 속도가 만나는 곳에서 바뀌었다. 우크라이나의 전선은 이제 묻고 있다. 다음 전쟁에서 병사는 총을 들고 먼저 뛰어갈 것인가, 아니면 화면 앞에서 로봇을 보내고 마지막에 들어갈 것인가. 답은 이미 전선에서 나오고 있다. 미래 전쟁은 아직 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참호 안으로 굴러 들어가고 있다.

참고문헌

  1. Reuters, “Ukraine deploys new combat model, commander says Russian-held areas recaptured,” 2026.04.15.
  2. The Times, “First victory for the battle brigade run by robots alone,” 2026.04.15.
  3. New York Post, “Ukraine captures enemy Russian position using only robots, no humans,” 2026.04.15.
  4. Defense One, “Russians will surrender to robots. Russian robots won’t,” 2026.04.16.
  5. The Independent, “Russian soldiers surrendered to Ukrainian assault using only robots,” 2026.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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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안보+에너지] “중국도 이란에 무기 못 보낸다”는 트럼프의 선언 ... 미중·중동 질서 재편의 신호탄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중국의 대이란 무기 지원 중단을 주장하며 중동 질서 재편을 압박하는 국제정치 분석 이미지
트럼프의 “시진핑 big fat hug” 발언은 농담처럼 보이지만,
 중국과 이란을 동시에 압박하는 외교 메시지로 읽힌다./bhaskr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발언은 단순한 허풍으로만 보기 어렵다. 그는 특유의 과장된 언어로 “중국이 매우 기뻐하고 있다”, “시진핑이 나를 크게 안아줄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 농담 같은 문장 뒤에는 중동 전쟁의 핵심 압박선이 숨어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의 자존심이자 중국의 에너지 목줄이고, 세계 원유 시장의 심장부다. 이곳을 누가 여느냐, 누가 닫느냐에 따라 전쟁의 승패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방향이 갈린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중국이 이란에 무기를 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트럼프가 시진핑에게 이란에 무기를 제공하지 말라고 요청했고, 시진핑이 중국의 대이란 무기 공급을 부인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트럼프가 중국의 대이란 무기 지원 중단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표현은 가볍지만 내용은 무겁다. 만약 중국이 실제로 이란에 대한 군사 지원을 자제한다면, 이란은 러시아와 중국을 뒤에 두고 버티던 기존 계산을 다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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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호르무즈를 “영구적으로 열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이 국제사회에 흔들어 온 마지막 카드다. 이란은 해협 봉쇄 가능성을 내세워 미국, 유럽, 아시아의 에너지 시장을 동시에 압박해 왔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 카드를 정면으로 꺾겠다고 선언했다. 더 흥미로운 것은 그 명분을 “중국을 위해서도, 세계를 위해서도”라고 포장했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와 중동 에너지에 깊이 묶여 있다. 해협이 막히면 미국보다 중국이 더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트럼프는 바로 그 약점을 찌른 것이다.

겉으로는 시진핑을 껴안는 제스처다. 그러나 실제로는 중국에 선택을 강요하는 장면이다. 미국이 호르무즈를 열고, 중국이 그 혜택을 받는다면 중국은 이란 편에 서기 어려워진다. 중국이 이란에 무기를 보내면 해협 안정의 방해자가 되고, 보내지 않으면 미국의 중동 질서 재편에 사실상 끌려 들어간다. 트럼프식 외교의 특징은 바로 여기에 있다. 적을 공개적으로 모욕하기보다, 농담과 거래의 언어로 상대를 자기 판 안에 끌어들인다.

레바논과 헤즈볼라 문제도 같은 흐름 위에 있다. 외신은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워싱턴에서 이례적인 대화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것을 곧바로 “헤즈볼라 휴전 완료”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로이터는 이스라엘이 평화 논의 중에도 헤즈볼라를 계속 공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즉 지금 중동에서는 평화 협상과 군사 압박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협상은 하되, 무장 세력과 이란의 영향권은 남겨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한국이 남의 일처럼 볼 수 없는 이유가 나온다. 호르무즈가 흔들리면 한국 경제는 곧바로 에너지 가격, 수입 물가, 환율, 제조업 비용으로 충격을 받는다. 한국은 원유와 가스, 석유화학 원료, 반도체 생산 에너지 비용에서 중동 리스크에 민감한 구조다. 국내에서는 이미 청년 고용 악화와 생활물가 압박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3월 청년 실업률은 7.6%로 보도됐고, 청년 취업자 감소세도 길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발 에너지 충격이 겹치면 자영업자와 청년층, 제조업 하청망이 먼저 흔들린다.



결국 이번 사안의 본질은 “트럼프가 또 센 말을 했다”가 아니다. 미국은 이란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면서, 중국에는 에너지 안정이라는 당근과 대이란 무기 차단이라는 족쇄를 동시에 내밀고 있다. 이란에는 해협 카드가 더 이상 절대무기가 아니라고 경고하고, 이스라엘과 레바논 전선에는 헤즈볼라의 정치·군사적 공간을 줄이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중동 전쟁이 끝나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 사실은 더 큰 질서 재편이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의 “big fat hug”는 웃기는 표현이지만, 그 웃음 뒤에는 냉혹한 국제정치가 있다. 시진핑을 안아주는 척하면서 중국의 선택지를 줄이고, 호르무즈를 여는 척하면서 이란의 마지막 카드를 빼앗고, 평화를 말하면서 군사 압박을 유지한다. 이것이 트럼프식 협상의 얼굴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이 거대한 판이 움직이는 동안 한국 정치가 사진 논란과 내부 공천 싸움에 갇혀 있다면, 진짜 위기는 밖에서 먼저 오고 안에서 뒤늦게 터질 수 있다.

참고문헌

  1. Reuters, “Trump says he asked China’s Xi not to give Iran weapons,” 2026.04.15.
  2. The Washington Post, “Trump says China has agreed not to send weapons to Iran,” 2026.04.15.
  3. Hindustan Times, “‘President Xi will give me big, fat hug’: Trump claims he is ‘permanently’ opening Strait of Hormuz,” 2026.04.15.
  4. Reuters, “Israeli military continues to strike Hezbollah amid Lebanon peace talks, Netanyahu says,” 2026.04.15.
  5. Al Jazeera, “Israel and Lebanon hold rare talks in Washington, DC, amid Iran war,” 2026.04.14.
  6. Maeil Business Newspaper, “Korea adds 206,000 jobs in March, youth decline hits 41 months,” 2026.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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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논단] 캐나다 보수 성향 칼럼니스트 William Barclay, ‘이재명 주변 20명 사망’ 의혹 논란

 

이재명 관련 의혹 주변 인물 사망 논란과 해외발 20명 명단 주장을 팩트체크하는 정치 분석 이미지
이 이미지는 이재명 대통령 관련 의혹 주변 인물 사망 논란을 다룬 팩트체크 기사용 대표
 이미지다. 국내 언론이 보도한 5~6명 사례와 해외발( Western Standard, William Barclay)
 20명 명단  주장의 차이를 중심으로, 정치적 의혹과 사실 검증의 경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이른바 ‘주변 인물 사망’ 논란이 다시 해외발 주장과 유튜브 해설을 타고 확산되고 있다. 캐나다 보수 성향 칼럼니스트 윌리엄 바클레이가 SNS에 이재명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망자 20명의 명단을 올렸다는 주장이 퍼지면서다. 국내 일부 유튜브 채널은 이를 근거로 “국내 언론보다 해외 인사가 더 정확히 정리했다”는 취지의 해설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사안은 숫자보다 분류가 먼저다. 실제로 이재명 관련 의혹 수사 과정에서 여러 인물이 사망한 것은 사실이다. 2023년 3월 연합뉴스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 전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되자,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변호사비 대납 의혹 제보자 이모 씨, 김혜경 씨 법인카드 의혹 관련 참고인 등을 포함해 “주변 인물 사망 사례가 5건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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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2024년에는 김만배 씨와 돈거래 의혹을 받던 전직 언론사 간부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보수 진영과 일부 매체는 이를 ‘6번째 사망’으로 연결했다. 여기까지는 공개 보도와 정치권 공방을 통해 확인 가능한 영역이다. 문제는 이를 20명으로 확장하는 순간부터다. 가족, 과거 지인, 지방 공무원, 수사 참고인, 언론인, 사건 주변부 인물까지 모두 같은 선상에 놓으면 독자에게는 거대한 의혹처럼 보이지만, 법적·사실적 인과관계는 흐려진다.

더구나 확인된 기존 보도에서도 중요한 단서가 빠져서는 안 된다. 연합뉴스는 2023년 보도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5건 중 타살 혐의점이 발견된 사례는 없다”고 명시했다. 이는 정치적 책임론과 형사적 책임론을 구분해야 한다는 뜻이다. 누군가의 죽음이 수사, 압박, 정치적 환경과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반대로 특정 정치인이 죽음의 원인이라는 식으로 몰고 가는 것도 현재 공개된 증거만으로는 과도하다.

윌리엄 바클레이의 글 역시 맥락을 따져야 한다. 그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영문 칼럼을 발표한 인물이며, 해당 글은 보도 기사라기보다 의견 칼럼으로 분류된다. 외국 칼럼니스트가 한국 정치 상황을 비판했다는 사실 자체는 뉴스 가치가 있지만, 그것이 곧 명단 전체의 객관적 검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 논란의 핵심은 “20명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진짜 쟁점은 이재명 관련 수사와 의혹의 주변부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 죽음이 한국 정치에 남긴 불신이다. 검찰 수사가 과도했는지, 의혹의 몸통이 제대로 규명됐는지, 정치권이 죽음을 정쟁의 도구로 소비하고 있는지, 이 세 질문이 함께 놓여야 한다.

분명한 것은 하나다. 확인된 사망 사례만으로도 이 사건군은 한국 정치사에서 매우 무거운 장면이다. 그러나 확인되지 않은 20명 명단을 그대로 받아쓰는 순간, 기사는 의혹 제기가 아니라 음모론 확산으로 읽힐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센 숫자가 아니라, 이름 하나하나의 관계·사망 경위·수사 관련성·공식 판단을 분리하는 냉정한 검증이다.

참고문헌
  1. 연합뉴스, “최측근 비서실장까지…이재명 주변 인물 벌써 5명째 사망”, 2023.03.10.
  2. Western Standard, William Barclay, “President Lee — Asia’s newest dictator”, 2026.04.01.
  3. 뉴데일리, “이재명 의혹 관련 6번째 사망…與 ‘범죄소설의 한 장면’”, 2024.07.01.
  4. 민주언론시민연합, “제멋대로 끼워맞춘 ‘이재명 측근 사망’ 보도…”, 20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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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방송 풍자] 교황도 못 피한 트럼프식 공격… 미국 심야 방송이 뒤집혔다

 

도널드 트럼프의 교황 레오 14세 공격 발언에 미국 심야 토크쇼 진행자들이 경악하는 장면을 상징한 이미지
트럼프 대통령이 교황 레오 14세를 “약하다”고 공격하자
 스티븐 콜베어와 지미 키멀이 이를 강하게 풍자했다./reuters

트럼프식 정치 언어가 결국 교황에게까지 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서 교황 레오 14세를 “약하다”고 공격하자, 미국 심야 토크쇼 진행자들조차 잠시 말문이 막힌 듯한 반응을 보였다. 평소 트럼프를 강하게 풍자해 온 스티븐 콜베어와 지미 키멀에게도, 대통령이 교황을 향해 “범죄에 약하다”고 몰아붙인 장면은 쉽게 넘길 수 없는 소재였다.

논란의 배경은 이란 전쟁이다. 교황 레오 14세는 미국·이스라엘의 군사행동과 민간인 피해를 우려하며 평화와 절제를 촉구했고, 트럼프는 이에 격하게 반발했다. Reuters는 교황이 4월 14일 민주주의가 도덕적 기반을 잃을 때 “다수의 폭정”이나 엘리트 지배로 흐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 발언은 특정 국가를 직접 지목하진 않았지만, 트럼프와의 충돌 직후 나온 메시지여서 정치적 파장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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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방송은 이 지점을 놓치지 않았다. Variety에 따르면 지미 키멀은 “교황이 범죄와 무슨 상관이냐, 배트맨도 아닌데?”라는 취지로 트럼프의 표현을 비꼬았고, 콜베어 역시 대통령이 교황을 공격하는 초유의 장면을 풍자했다. 트럼프를 매일같이 조롱하던 진행자들에게도, 교황을 ‘약하다’고 공격하는 장면은 너무 낯선 정치 쇼였다.

사태는 단순한 농담거리로 끝나지 않았다. 부통령 JD 밴스는 트럼프를 방어하며 교황이 미국 공공정책보다 종교적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맞섰고, 이탈리아 총리 조르자 멜로니도 트럼프의 교황 공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즉, 한밤중 방송의 웃음거리로 시작된 듯한 논란이 바티칸, 워싱턴, 로마를 잇는 외교·종교 갈등으로 커진 것이다.



이번 사건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트럼프가 다시 한 번 금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정치인, 판사, 언론, 동맹국 정상에 이어 이제는 교황까지 공격 대상이 됐다. 지지층에는 “거침없는 지도자”로 보일 수 있지만, 반대편에서는 “선을 모르는 권력자”의 이미지가 더 짙어진다. 특히 교황이 미국 출신이라는 점까지 겹치면서, 이번 충돌은 단순한 종교 논쟁이 아니라 미국 보수 정치 내부의 균열까지 드러내는 장면이 됐다.

결국 콜베어와 키멀이 웃은 것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다. 대통령이 교황을 향해 “약하다”고 말하는 시대, 풍자는 현실을 따라잡기 바쁘다. 트럼프의 말은 또 하나의 헤드라인을 만들었지만, 동시에 이런 질문도 남겼다. 전쟁을 반대하는 교황이 약한 것인가, 아니면 교황에게까지 분노를 쏟아내는 권력이 더 불안한 것인가.

참고문헌(References)

  • Variety, Colbert, Kimmel Slam Trump’s Attack on Pope Leo, 2026.4.14.
  • Reuters, Pope Leo issues warning on democracy after Trump criticism, 2026.4.14.
  • The Guardian, JD Vance defends Trump amid spat with Pope Leo, 2026.4.14.
  • People, Italian Prime Minister Calls Trump’s Attacks on Pope Leo ‘Unacceptable’, 2026.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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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용 1심, 이재명 일변도 사법 분위기에 제동 걸었나... 사법의 체면인

  조태용 1심은 내란 전체를 부정한 판결이 아니라, 정치의  대세와 법정의 증명 책임이 다르다는 점을 사법부가  남긴 기록으로 읽힐 수 있다./ghostimages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1심 판결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누군가는 “결국 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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