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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과 젤렌스키의 외교적 충돌 뒤에 놓인 러시아의 정보전과 북한군 파병. 평화를 위한 외교가 한반도 확전의 위험을 키우는 역설에 빠질 수 있는가./credit: herald-corp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서울과 키이우 사이에 새로운 외교전이 벌어졌다. 전쟁터에서 포로가 된 북한군 병사 2명의 한국 이송 사실을 공개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이를 문제 삼은 이재명 대통령의 SNS 공방이 외교적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비밀유지 합의를 부인하고 공개 사과를 거부하면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젤렌스키 측은 합의 자체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두 정상의 충돌은 포로 이송의 비밀유지 여부를 넘어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한반도 안보를 둘러싼 상이한 전략적 이해가 충돌하는 양상이다. 전쟁은 우크라이나 땅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그 여파는 이미 한반도의 외교적 경계선까지 밀려오고 있다. 더욱 주목할 대목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북한군의 러시아 전쟁 참여를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러시아에 북한군 8,000명 이상이 주둔하고 있으며, 추가로 1만 명의 파병이 준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측이 밝힌 수치로, 독립적으로 확인된 실시간 병력 규모와는 구별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과 무기를 제공하고 러시아로부터 군사·경제적 지원을 받는 북러 밀착 자체는 국제사회의 주요 안보 현안이다. 북한군의 실전 경험 축적과 현대전 기술 습득은 한국에도 직접적인 안보 부담이 될 수 있다.
젤렌스키가 이를 강조하는 데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국제적 관심과 지원을 끌어내려는 전략적 목적도 작용할 수 있다. 전쟁의 국제화를 경고하는 키이우의 메시지가 서울에는 대북 긴장 고조를 우려하게 만드는 외교적 압박으로 들리는 이유다. 문제는 이 대통령이 젤렌스키의 발언을 단순한 외교적 실수로 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측의 한반도 군사 충돌 가능성에 관한 언급을 두고 남북 간 전쟁을 부추기는 행위라는 취지로 비판하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한반도의 전쟁 위험을 경계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북한군이 러시아 전선에서 전투 경험을 쌓고 있다는 사실과 그것이 한반도 안보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행위까지 전쟁 선동으로 규정한다면, 안보 위협을 경고하는 외교적 소통의 공간은 지나치게 좁아질 수 있다. 평화를 지향하는 외교와 현실의 위협을 직시하는 안보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북한의 군사력 증강을 경계하면서도 남북 대화의 문을 열어 두는 것, 바로 그 균형이 한국 외교의 숙제다. 무기 지원 문제 역시 양국 갈등의 배경에 놓여 있다. 한국은 2026년 7월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우크라이나에 1억 달러 규모의 포괄적 지원을 약속했다. 다만 이는 인도적 지원과 재건 지원 등을 포함한 비살상 지원이며, 한국 정부는 직접적인 살상무기 제공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유지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가 한국에 약속받은 무기를 받지 못했다는 식의 주장은 구체적인 무기 제공 약속이 있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한국이 제공하지 않기로 한 무기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약속 위반을 주장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한국의 방위산업 역량과 군사적 지원 가능성을 계속 기대해 왔을 수 있다.
서울이 설정한 지원의 한계와 키이우가 요구하는 전쟁 수행의 필요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외교적 기대가 어긋났다고 해서 어느 한쪽의 주장이 자동으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 복잡한 것은 포로 2명의 이송 문제가 북한 정권의 민감한 정치적 이해와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북한군 포로들은 러시아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뒤 한국행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하고 안전을 보장하는 일은 인도주의와 국제법의 관점에서 중요하다. 동시에 북한 정권으로서는 자국 병사들이 러시아 전장에서 포로가 되고 한국으로 이송된 사실이 체제 선전과 군사적 결속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한국 정부가 이송 사실의 비공개를 원했다는 설명에도 포로들의 안전과 가족의 위험, 북한의 반응을 고려한 현실적 이유가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비밀유지 합의가 없었다고 반박한다. 합의의 존재와 범위를 둘러싼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한쪽의 설명만을 확정된 사실로 취급하는 것은 위험하다. 외교적 신뢰가 흔들리는 순간, 포로들의 인권과 안전이라는 본질적 문제마저 정상 간 체면 경쟁에 가려질 수 있다. 이 대통령의 강경한 SNS 대응이 국내 정치와 대북정책에 미칠 영향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를 향해 사과와 추가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국내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인도적·재정적 지원을 이어가면서도 직접적인 무기 제공은 자제해 왔다. 그런데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와의 관계가 악화된다면, 한국이 전쟁 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북한군 전술과 무기 운용에 관한 정보 협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우크라이나의 공개 발언이 한국의 외교적 민감성과 안보 우려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 역시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외교는 감정의 대결이 아니라 국익의 조정이다. 상대의 무례를 지적하는 것과 국가의 전략적 선택지를 스스로 좁히는 것은 구별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확전은 누가 원하는가. 적어도 지금 확인되는 것은 러시아가 한·우크라이나의 외교적 균열을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러시아 친정부·친러 매체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뺨을 때리는 인공지능 합성 이미지를 유포하고, 국내 정치권을 향한 발언을 젤렌스키에 대한 직접 비난인 것처럼 왜곡해 보도했다.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불신을 부추기고, 한국 여론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려는 정보전의 성격이 짙다. 러시아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그 선전의 방향에서 읽힌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적 지원의 균열,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 약화, 그리고 한국이 러시아와 북한의 전략 밀착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외교적 선택지의 축소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강경 대응이 러시아의 선전 프레임과 겹쳐 보인다면, 그것은 서울이 의도하지 않은 외교적 손실일 수 있다. 러시아가 던진 선전의 미끼를 한국 정치권이 서로 물고 늘어지는 사이,..
정작 웃는 쪽은 모스크바가 되는 것은 아닌가. 확전의 불씨는 전장에서만 번지는 것이 아니다. 왜곡된 이미지와 적대적 여론이 외교적 판단을 대신하는 순간에도 전쟁의 전략적 공간은 넓어진다. 더욱 민감한 질문은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과 맞물린다. 우크라이나를 향한 비난이 국내 정치에서 지지를 얻고, 이를 발판으로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유화적 메시지가 강화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김정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거리를 두고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에 대한 비판을 낮추는 전략이 실제로 검토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남북대화라는 외교적 목표가 북한의 군사적 도발과 북러 밀착에 대한 현실적 경계를 약화시키는 명분으로 사용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반대로 젤렌스키 대통령이 북한군 포로의 한국 이송 사실을 공개한 것이 한국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끌어들이려는 의도였다는 해석 역시 입증되지 않았다.
포로의 안전과 자유의사를 국제사회에 알리려는 목적이었을 수도 있고, 북한의 러시아 파병 문제를 부각하려는 전략적 판단이었을 수도 있다. 결국 누가 확전의 주범이냐는 질문은 감정적 비난만으로 답할 수 없다. 러시아는 갈등을 증폭하는 정보전을 펼치고, 우크라이나는 전쟁의 국제적 연대를 넓히려 하며, 한국 정부는 한반도 긴장을 관리하려 한다.
각자의 전략이 충돌하는 이 복잡한 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평화를 위한 대화가 북한의 군사적 현실을 외면하는 통로가 되거나, 우크라이나의 전쟁 지원 요구가 한국의 안보 판단을 대신하는 상황이다. 평화를 말하는 정치와 전쟁의 위험을 키우는 정치의 경계는 선언이 아니라 실제 정책과 그 결과에서 드러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반도 남북 전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은 현재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이 강화되고 북한군이 현대전 경험을 축적하는 현실은 한국이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안보 변수다. 젤렌스키는 전쟁의 국제적 파장을 강조하고, 이재명은 한반도 긴장 고조를 막겠다는 입장을 내세운다. 양측의 주장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한국 외교가 선택해야 할 것은 상대를 향한 비난의 수위를 높이는 일이 아니라,...
한반도 안보를 지키면서 국제적 협력의 통로를 유지하는 실질적 전략이다. 평화를 말한다고 위협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위협을 경고한다고 전쟁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러시아의 전쟁이 북한의 군사적 도약을 돕고, 그 여파가 다시 한반도에 긴장을 불러오는 악순환을 차단하는 것. 그것이 지금 서울이 젤렌스키와의 SNS 설전보다 훨씬 무겁게 다뤄야 할 과제다.
참고문헌
- 로이터통신(Reuters), South Korea's Lee threatens action against Ukraine over transfer of North Koreans, 2026년 10월 2일. - 이재명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조치 경고, 비밀유지 합의를 둘러싼 한·우크라이나의 상반된 주장, 외교 갈등의 배경을 다룬 보도다.
- 연합뉴스(Yonhap News Agency), Lee warns of 'additional measures' if Ukraine refuses to apologize for N.K. POW transfer disclosure, 2026년 10월 2일. - 이 대통령의 SNS 발언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북한군 포로 이송 공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 AP통신(Associated Press), South Korea says Zelenskyy's revelation of a secret POW transfer was likely a play for more support, 2026년 9월 30일경 보도. - 국가정보원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포로 이송 공개가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를 위한 전략적 행동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는 보도다. 이는 정보기관의 평가이지, 젤렌스키의 실제 의도가 입증된 사실은 아니다.
- 로이터통신(Reuters), Ukrainian minister hopes to heal 'misunderstanding' with South Korea, media reports, 2026년 10월 1일. -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안드리 시비하가 이번 사태를 외교적 오해로 표현하고 양국 관계 회복 의사를 밝힌 내용을 담았다.
- 알자지라(Al Jazeera), Row between Ukraine, South Korea mounts over North Korean POWs, 2026년 10월 2일. - 한·우크라이나 갈등이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와 북한을 견제하려는 협력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분석한 보도다.
- AP통신(Associated Press), Seoul demands an apology after Zelenskyy reveals North Korean POWs were sent to South Korea, 2026년 9월 28일. -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이송과 공개 논란, 한국 정부의 비공개 요구 배경 및 북한과의 외교적 민감성을 설명한다.
Socko/Gho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