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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2일 금요일

평화 외치는 서울과 전쟁의 국제화를 꾀하는 키이우,... 전쟁 불씨는 누가 키우나...

 

이재명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외교 갈등,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 및 한반도 안보 위기를 상징하는 정치 이미지
이재명과 젤렌스키의 외교적 충돌 뒤에 놓인 러시아의
 정보전과 북한군 파병. 평화를 위한 외교가 한반도 확전의
 위험을 키우는 역설에 빠질 수 있는가./credit: herald-corp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서울과 키이우 사이에 새로운 외교전이 벌어졌다. 전쟁터에서 포로가 된 북한군 병사 2명의 한국 이송 사실을 공개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이를 문제 삼은 이재명 대통령의 SNS 공방이 외교적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비밀유지 합의를 부인하고 공개 사과를 거부하면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젤렌스키 측은 합의 자체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두 정상의 충돌은 포로 이송의 비밀유지 여부를 넘어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한반도 안보를 둘러싼 상이한 전략적 이해가 충돌하는 양상이다. 전쟁은 우크라이나 땅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그 여파는 이미 한반도의 외교적 경계선까지 밀려오고 있다. 더욱 주목할 대목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북한군의 러시아 전쟁 참여를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러시아에 북한군 8,000명 이상이 주둔하고 있으며, 추가로 1만 명의 파병이 준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측이 밝힌 수치로, 독립적으로 확인된 실시간 병력 규모와는 구별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과 무기를 제공하고 러시아로부터 군사·경제적 지원을 받는 북러 밀착 자체는 국제사회의 주요 안보 현안이다. 북한군의 실전 경험 축적과 현대전 기술 습득은 한국에도 직접적인 안보 부담이 될 수 있다.

젤렌스키가 이를 강조하는 데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국제적 관심과 지원을 끌어내려는 전략적 목적도 작용할 수 있다. 전쟁의 국제화를 경고하는 키이우의 메시지가 서울에는 대북 긴장 고조를 우려하게 만드는 외교적 압박으로 들리는 이유다. 문제는 이 대통령이 젤렌스키의 발언을 단순한 외교적 실수로 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측의 한반도 군사 충돌 가능성에 관한 언급을 두고 남북 간 전쟁을 부추기는 행위라는 취지로 비판하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한반도의 전쟁 위험을 경계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북한군이 러시아 전선에서 전투 경험을 쌓고 있다는 사실과 그것이 한반도 안보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행위까지 전쟁 선동으로 규정한다면, 안보 위협을 경고하는 외교적 소통의 공간은 지나치게 좁아질 수 있다. 평화를 지향하는 외교와 현실의 위협을 직시하는 안보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북한의 군사력 증강을 경계하면서도 남북 대화의 문을 열어 두는 것, 바로 그 균형이 한국 외교의 숙제다. 무기 지원 문제 역시 양국 갈등의 배경에 놓여 있다. 한국은 2026년 7월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우크라이나에 1억 달러 규모의 포괄적 지원을 약속했다. 다만 이는 인도적 지원과 재건 지원 등을 포함한 비살상 지원이며, 한국 정부는 직접적인 살상무기 제공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유지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가 한국에 약속받은 무기를 받지 못했다는 식의 주장은 구체적인 무기 제공 약속이 있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한국이 제공하지 않기로 한 무기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약속 위반을 주장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한국의 방위산업 역량과 군사적 지원 가능성을 계속 기대해 왔을 수 있다.

서울이 설정한 지원의 한계와 키이우가 요구하는 전쟁 수행의 필요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외교적 기대가 어긋났다고 해서 어느 한쪽의 주장이 자동으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 복잡한 것은 포로 2명의 이송 문제가 북한 정권의 민감한 정치적 이해와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북한군 포로들은 러시아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뒤 한국행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하고 안전을 보장하는 일은 인도주의와 국제법의 관점에서 중요하다. 동시에 북한 정권으로서는 자국 병사들이 러시아 전장에서 포로가 되고 한국으로 이송된 사실이 체제 선전과 군사적 결속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한국 정부가 이송 사실의 비공개를 원했다는 설명에도 포로들의 안전과 가족의 위험, 북한의 반응을 고려한 현실적 이유가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비밀유지 합의가 없었다고 반박한다. 합의의 존재와 범위를 둘러싼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한쪽의 설명만을 확정된 사실로 취급하는 것은 위험하다. 외교적 신뢰가 흔들리는 순간, 포로들의 인권과 안전이라는 본질적 문제마저 정상 간 체면 경쟁에 가려질 수 있다. 이 대통령의 강경한 SNS 대응이 국내 정치와 대북정책에 미칠 영향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를 향해 사과와 추가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국내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인도적·재정적 지원을 이어가면서도 직접적인 무기 제공은 자제해 왔다. 그런데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와의 관계가 악화된다면, 한국이 전쟁 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북한군 전술과 무기 운용에 관한 정보 협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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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우크라이나의 공개 발언이 한국의 외교적 민감성과 안보 우려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 역시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외교는 감정의 대결이 아니라 국익의 조정이다. 상대의 무례를 지적하는 것과 국가의 전략적 선택지를 스스로 좁히는 것은 구별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확전은 누가 원하는가. 적어도 지금 확인되는 것은 러시아가 한·우크라이나의 외교적 균열을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러시아 친정부·친러 매체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뺨을 때리는 인공지능 합성 이미지를 유포하고, 국내 정치권을 향한 발언을 젤렌스키에 대한 직접 비난인 것처럼 왜곡해 보도했다.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불신을 부추기고, 한국 여론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려는 정보전의 성격이 짙다. 러시아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그 선전의 방향에서 읽힌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적 지원의 균열,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 약화, 그리고 한국이 러시아와 북한의 전략 밀착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외교적 선택지의 축소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강경 대응이 러시아의 선전 프레임과 겹쳐 보인다면, 그것은 서울이 의도하지 않은 외교적 손실일 수 있다. 러시아가 던진 선전의 미끼를 한국 정치권이 서로 물고 늘어지는 사이,..

정작 웃는 쪽은 모스크바가 되는 것은 아닌가. 확전의 불씨는 전장에서만 번지는 것이 아니다. 왜곡된 이미지와 적대적 여론이 외교적 판단을 대신하는 순간에도 전쟁의 전략적 공간은 넓어진다. 더욱 민감한 질문은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과 맞물린다. 우크라이나를 향한 비난이 국내 정치에서 지지를 얻고, 이를 발판으로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유화적 메시지가 강화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김정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거리를 두고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에 대한 비판을 낮추는 전략이 실제로 검토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남북대화라는 외교적 목표가 북한의 군사적 도발과 북러 밀착에 대한 현실적 경계를 약화시키는 명분으로 사용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반대로 젤렌스키 대통령이 북한군 포로의 한국 이송 사실을 공개한 것이 한국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끌어들이려는 의도였다는 해석 역시 입증되지 않았다.

포로의 안전과 자유의사를 국제사회에 알리려는 목적이었을 수도 있고, 북한의 러시아 파병 문제를 부각하려는 전략적 판단이었을 수도 있다. 결국 누가 확전의 주범이냐는 질문은 감정적 비난만으로 답할 수 없다. 러시아는 갈등을 증폭하는 정보전을 펼치고, 우크라이나는 전쟁의 국제적 연대를 넓히려 하며, 한국 정부는 한반도 긴장을 관리하려 한다.

각자의 전략이 충돌하는 이 복잡한 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평화를 위한 대화가 북한의 군사적 현실을 외면하는 통로가 되거나, 우크라이나의 전쟁 지원 요구가 한국의 안보 판단을 대신하는 상황이다. 평화를 말하는 정치와 전쟁의 위험을 키우는 정치의 경계는 선언이 아니라 실제 정책과 그 결과에서 드러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반도 남북 전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은 현재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이 강화되고 북한군이 현대전 경험을 축적하는 현실은 한국이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안보 변수다. 젤렌스키는 전쟁의 국제적 파장을 강조하고, 이재명은 한반도 긴장 고조를 막겠다는 입장을 내세운다. 양측의 주장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한국 외교가 선택해야 할 것은 상대를 향한 비난의 수위를 높이는 일이 아니라,...

한반도 안보를 지키면서 국제적 협력의 통로를 유지하는 실질적 전략이다. 평화를 말한다고 위협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위협을 경고한다고 전쟁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러시아의 전쟁이 북한의 군사적 도약을 돕고, 그 여파가 다시 한반도에 긴장을 불러오는 악순환을 차단하는 것. 그것이 지금 서울이 젤렌스키와의 SNS 설전보다 훨씬 무겁게 다뤄야 할 과제다.


참고문헌

  • 로이터통신(Reuters), South Korea's Lee threatens action against Ukraine over transfer of North Koreans, 2026년 10월 2일. - 이재명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조치 경고, 비밀유지 합의를 둘러싼 한·우크라이나의 상반된 주장, 외교 갈등의 배경을 다룬 보도다. 
  • 연합뉴스(Yonhap News Agency), Lee warns of 'additional measures' if Ukraine refuses to apologize for N.K. POW transfer disclosure, 2026년 10월 2일. - 이 대통령의 SNS 발언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북한군 포로 이송 공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 AP통신(Associated Press), South Korea says Zelenskyy's revelation of a secret POW transfer was likely a play for more support, 2026년 9월 30일경 보도. - 국가정보원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포로 이송 공개가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를 위한 전략적 행동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는 보도다. 이는 정보기관의 평가이지, 젤렌스키의 실제 의도가 입증된 사실은 아니다. 
  • 로이터통신(Reuters), Ukrainian minister hopes to heal 'misunderstanding' with South Korea, media reports, 2026년 10월 1일. -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안드리 시비하가 이번 사태를 외교적 오해로 표현하고 양국 관계 회복 의사를 밝힌 내용을 담았다. 
  • 알자지라(Al Jazeera), Row between Ukraine, South Korea mounts over North Korean POWs, 2026년 10월 2일. - 한·우크라이나 갈등이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와 북한을 견제하려는 협력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분석한 보도다. 
  • AP통신(Associated Press), Seoul demands an apology after Zelenskyy reveals North Korean POWs were sent to South Korea, 2026년 9월 28일. -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이송과 공개 논란, 한국 정부의 비공개 요구 배경 및 북한과의 외교적 민감성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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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9일 화요일

핵은 건드리지 마라…북중 회담이 보여준 악어와 악어새의 불편한 동거


시진핑과 김정은 회담을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 관계에 비유한 북중 정상회담 논평 이미지
시진핑과 김정은의 평양 정상회담은 북중 우호를 과시했지만, 북한 핵
 문제에 대한 공개적 언급이 빠지면서 불편한 전략적 공생을 드러냈다./ghostimages

악어와 악어새가 다시 만났다. 악어는 거대한 강의 주인처럼 입을 벌리고 있었고, 악어새는 그 입 안에서 자기 생존의 공간을 찾았다. 시진핑과 김정은의 회담은 겉으로는 사회주의 우호와 전략적 협력의 장면이었다. 그러나 그 화려한 의전 뒤에는 더 차갑고 노골적인 질문이 놓여 있었다. 핵은 누가 말할 수 있는가. 그리고 누가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말했는가.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 가장 크게 들린 것은 오히려 말해지지 않은 단어였다. 비핵화. 북한 핵 프로그램. 핵무기 포기. 과거 북중 회담에서 빠지지 않던 이 언어는 이번 공개 발표의 전면에서 사라졌다. 북중은 정치, 경제, 문화, 교류, 전통적 우호를 말했다. 반미와 반패권의 정서도 공유했다. 그러나 한반도 안보의 가장 무거운 문제인 북한 핵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이 침묵은 단순한 외교적 예의가 아니다. 시진핑은 김정은의 핵을 공개적으로 건드리지 않았다. 그리고 김정은은 그 침묵을 가장 필요한 선물처럼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이미 핵을 체제 생존의 보험이 아니라 국가 정체성의 일부처럼 만들어 왔다. 김정은에게 핵은 협상 카드가 아니라 왕관이다. 그 왕관을 향해 중국이 공개적으로 손을 뻗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북한에는 외교적 승인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북중 간 완전한 일치로 읽는 것은 성급하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통제 가능한 북한이다. 국경을 흔들지 않고, 미국을 자극하되 전쟁까지는 가지 않으며, 중국의 동북아 전략에 필요한 압박 카드로 남아 있는 북한이다. 반면 김정은이 원하는 것은 통제받지 않는 북한이다. 중국의 경제적 숨통은 필요하지만, 핵과 군사 노선만큼은 베이징의 지시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 그의 계산이다.

그래서 이번 회담은 동맹의 회담이면서 동시에 줄다리기의 회담이었다. 중국은 북한을 다시 자기 영향권 안에 묶어두고 싶다. 북한은 중국의 후원은 원하지만 중국의 훈계는 원하지 않는다. 러시아와의 밀착으로 김정은은 선택지를 늘렸다. 이제 평양은 베이징 하나만 바라보던 과거의 북한이 아니다. 모스크바라는 또 다른 후원자를 등에 업고, 중국 앞에서도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여기서 ‘악어와 악어새’의 비유가 나온다. 중국은 거대한 악어다. 강을 움직이고, 주변 생태계를 압도하며, 자신이 언제 입을 닫을지 상대가 늘 계산하게 만든다. 북한은 악어새처럼 보인다. 악어의 등에 올라타고, 입가를 드나들며, 그 틈에서 생존한다. 하지만 이 악어새는 순한 새가 아니다. 때로는 악어의 이빨 사이에서 피 묻은 조각을 물고 나와 자기 둥지로 가져간다. 그리고 악어도 그 사실을 안다.

북중 관계의 본질은 혈맹이라는 단어보다 공생이라는 단어에 가깝다. 두 정권은 서로를 필요로 하지만, 서로를 완전히 믿지는 않는다. 중국은 북한이 미국과 일본, 한국을 향한 완충지대로 남기를 원한다. 북한은 중국이 국제 제재와 경제난 속에서 마지막 숨구멍으로 남기를 원한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의 핵 폭주가 동북아를 불안정하게 만들까 두렵고, 북한은 중국이 언젠가 자기 핵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릴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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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핵은 건드리지 마라”는 말은 공개 회담장에서 나온 문장이 아니어도, 이번 회담의 행간에 충분히 떠 있다. 김정은은 중국에 경제와 교류, 정치적 후원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핵 문제만큼은 자기 체제의 성역으로 남기려 한다. 시진핑은 이를 공개적으로 부정하지 않았다. 대신 더 넓은 협력과 전통적 우호의 언어로 회담을 포장했다. 핵을 말하지 않는 방식으로 핵을 비켜간 것이다.

군사교류 문제도 이 지점에서 읽어야 한다. 북중이 군사적 협력을 얼마나 공개적으로 확대할지는 중국에도 부담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전략 경쟁 속에서 북한을 카드로 활용하고 싶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행동 전체를 떠안는 후견국처럼 보이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반면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사이를 오가며 군사적 후원과 정치적 인정을 최대한 끌어내려 한다. 공개 발표의 우호와 실제 전략 계산 사이에는 늘 간격이 있다.

이번 회담이 보여준 또 하나의 장면은 공산주의 유령의 귀환이다. 냉전이 끝난 줄 알았던 세계에서, 사회주의 우호와 반패권의 언어가 다시 무대 위로 올라왔다. 중국과 북한은 낡은 이념의 옷을 새로 다려 입고 등장했다. 그러나 그 이념의 속살은 순수한 이상이 아니다. 권력 세습, 핵무장, 감시 체제, 제재 회피, 전략적 생존이 뒤엉킨 권력의 언어다.

공산주의의 유령은 이제 평등의 약속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은 안보의 이름으로 돌아오고, 반미의 이름으로 돌아오며, 주권과 체제 보위의 이름으로 돌아온다. 김정은의 핵 선언은 그 유령에게 새 얼굴을 붙였다. 과거 공산주의가 노동자 해방을 말했다면, 지금 평양의 공산주의는 핵탄두를 체제의 신성한 보증서처럼 말한다. 혁명의 깃발은 낡았고, 그 깃발 아래 놓인 것은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다.

시진핑의 중국도 이 유령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은 시장을 이용하면서도 당의 지배를 놓지 않는다. 세계화를 활용하면서도 자유주의 질서를 흔든다. 북한은 더 노골적이다. 시장의 숨통은 필요하지만 주민에게는 자유를 주지 않는다. 중국은 거대한 체제의 관리자로, 북한은 그 체제의 극단적 그림자로 존재한다. 둘은 다르지만, 같은 유령의 서로 다른 표정이다.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는 다시 강대국 정치의 오래된 무대가 됐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 북한이 모두 한 장면 안에 들어와 있다. 중국은 북한을 놓치고 싶지 않고, 북한은 중국에만 묶이고 싶지 않다. 러시아는 북한을 전쟁의 파트너로 끌어당겼고, 미국과 한국은 북한 핵의 현실을 더 무겁게 마주하게 됐다. 이 모든 계산 속에서 비핵화라는 단어는 점점 회의장 밖으로 밀려난다.

한국이 봐야 할 것은 북중의 웃는 사진만이 아니다. 그 사진 뒤에 있는 침묵의 구조다. 시진핑이 핵을 말하지 않은 이유, 김정은이 그 침묵을 이용하는 방식, 중국이 북한을 붙잡되 완전히 책임지지는 않으려는 태도, 북한이 중국을 의지하되 핵은 내놓지 않으려는 버릇. 이것이 지금 한반도 안보의 차가운 현실이다.

북중 회담은 우호의 장면이지만 동시에 불안의 장면이다. 악어와 악어새는 함께 있는 동안 서로에게 쓸모가 있다. 그러나 그 관계는 사랑이 아니다. 먹이와 이빨, 생존과 경계, 이용과 불신의 관계다. 시진핑과 김정은은 서로를 향해 웃었지만, 그 웃음 뒤에는 각자의 계산서가 놓여 있다. 중국은 북한을 관리하려 하고, 북한은 중국을 이용하려 한다.

그리고 그 위에 공산주의의 유령이 떠다닌다. 낡은 깃발은 다시 흔들리고, 낡은 구호는 다시 울린다. 그러나 그 유령이 품은 것은 더 이상 미래의 약속이 아니라 핵무장한 현재의 공포다. 이번 회담의 진짜 메시지는 그래서 간단하다. 북중은 가까워졌다. 그러나 가까워진 만큼 한반도의 핵 현실도 더 딱딱해졌다. 시진핑은 말하지 않았고, 김정은은 들었다. 핵은 건드리지 말라는 무언의 선언을.


참고문헌

  • Reuters, “China’s Xi hails deeper understanding at end of North Korea summit.”
  • AP News, “Chinese President Xi’s silence on nuclear arms is a gift to North Korea’s Kim Jong Un.”
  • AP News, “Xi returns home after closely watched trip to North Korea.”
  • Wall Street Journal, “What Xi and Kim Want From Their Summit in North Korea.”
  • Yonhap News Agency, “N. Korea, China reaffirm ties, silent on denuclearization.”
  • The Hankyoreh, “Kim Jong-un puts nuclear program front and center ahead of summit with X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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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5일 일요일

북한-이란 핵 커넥션, 한반도 핵 확산 공포가 현실이 되는가

 

북한과 이란을 상징하는 배경 위로 겹쳐진 핵 위협의 그림자와 한반도 안보 불안
북한과 이란의 군사·미사일 협력 의혹은 오래된 안보 변수지만,
 해법은 제거론이 아니라 확산 통제와 억지 강화에 있다./moderndiplomacy

북한과 이란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의심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유엔 문서와 비확산 분석 자료에는 두 나라 사이의 탄도미사일 관련 협력 의혹이 반복적으로 등장해 왔고, 최근에는 중국·러시아·이란·북한 사이 안보 협력이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까지 더해졌다. 특히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계속 고도화하고 있고, 이란 핵 문제 역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지속적인 검증 우려 속에 다시 긴장 국면으로 들어가 있다. 이런 두 축이 맞물릴 경우, 국제 안보 질서는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연쇄 확산의 공포로 미끄러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공포가 과장된 해법을 부를 때다. 북한과 이란의 협력 가능성을 이유로 곧바로 지도부 제거나 군사적 참수 작전을 해법처럼 말하는 순간, 문제는 안보 분석을 떠나 위험한 선동으로 변질된다. 국제 비확산 체제의 핵심은 누가 더 빨리 상대를 제거하느냐가 아니라, 검증과 억지, 제재와 외교를 결합해 핵물질과 운반체계의 확산을 통제하는 것에 있다. 실제로 IAEA는 이란의 핵물질 재고와 시설 접근, 검증 연속성 문제를 계속 우려해 왔고, 미국 정보당국 역시 북한의 핵·미사일 전력 증강을 별도의 중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일수록 필요한 것은 제거론의 흥분이 아니라, 확인 가능한 정보와 다층 억지체계다.



더 냉정하게 보면, 북한과 이란이 “한 몸통”이라는 표현도 정치적 수사로는 강할지 몰라도 분석적으로는 조심해야 한다. CSIS는 이들 사이 협력이 커졌다고 보면서도, 이를 완전한 일체형 동맹으로 단정하기보다 깊어지는 양자 관계와 느슨한 축의 확대로 설명한다. 다시 말해 두 나라가 같은 적을 상정하고 일부 이해를 공유할 수는 있어도, 모든 전략 목표와 작전 선택을 하나처럼 움직인다고 단순화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 단순화는 곧 “한쪽 위기는 다른 한쪽 선제 타격의 기회”라는 식의 조악한 결론으로 흐르기 쉽기 때문이다. 안보는 소설이 아니다. 자극적인 서사는 빠르지만, 잘못된 단정은 전쟁을 부른다.

북한 주민의 고통을 말하는 대목 역시 신중해야 한다. 폐쇄적 독재 체제 아래 인권과 자유가 심각하게 억압돼 왔다는 점은 널리 지적돼 왔지만, 그렇다고 외부에서 누군가 “빨리 끝내줘야 한다”는 식의 제거 담론을 곧장 정당화할 수는 없다. 체제 종말을 외치는 말은 도덕적으로 통쾌해 보일 수 있어도, 실제로는 대량 보복, 핵 통제 실패, 난민 급증, 주변국 군사 충돌 같은 더 큰 재앙을 동반할 수 있다. 한반도 안보의 실질적 해법은 수뇌부 제거라는 영화식 결말이 아니라, 확장억제 강화, 핵·미사일 감시, 해상·금융 제재 집행, 그리고 위기관리 채널 복원 같은 지루하지만 필요한 수단들의 결합에 있다.

결국 지금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북한과 이란의 협력 의혹이 커질수록, 우리는 더 큰 전쟁을 부르는 언어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더 촘촘한 억지와 검증의 체계를 세울 것인가. 불안을 부풀리는 것은 쉽다. 하지만 국가안보는 분노의 속도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핵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는 지름길은 없다. 있는 것은 오직, 느리고 불편하더라도 확산을 막고 오판을 줄이며 동맹의 억지력을 실제로 작동시키는 길뿐이다. 북핵과 이란 핵 그림자가 겹쳐질수록, 더 위험한 것은 적의 존재만이 아니라 성급한 해법에 취한 우리 자신의 언어다.


참고문헌

  • IAEA, NPT Safeguards Agreement with the Islamic Republic of Iran, 2026-02-27.
  • IAEA, Director General’s Introductory Statement to the Board of Governors, 2026-03-02.
  • ODNI, 2026 Annual Threat Assessment of the U.S. Intelligence Community, 2026-03-14.
  • CSIS, CRINK Security Ties: Growing Cooperation, Anchored by China and Russia, 2025-09-30.
  • CSIS, North Korea: Revisionist Ambitions and the Changing International Order, 2025-04-24.
  • UN Security Council Panel of Experts report, DPRK-Iran ballistic missile cooperation annex, 2021-03-04.
  • NTI, Managing Risks and Shaping a New Way Forward, 2025.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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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4일 일요일

마두로 이후 “누가 다음인가” - 김정은은 무너지나

 



  [논평]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가 사실상 무대에서 내려오자, 세계는 자연스럽게 다음 이름을 떠올린다. 김정은이다. 둘 다 반미 서사, 장기 집권, 체제 동원을 앞세운 지도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마두로식 결말이 김정은에게 그대로 오기는 어렵다. 이유는 하나, 핵무기다.


마두로의 권력은 석유와 거리 정치 위에 서 있었다. 석유값이 흔들리고 국제 제재가 조여 오자, 체제는 빠르게 취약해졌다. 반면 김정은의 권력은 민생이나 지지율이 아니라 핵 억지력 위에 세워져 있다. 핵은 주민을 먹여 살리지는 못하지만, 외부가 손대지 못하게 만든다. 그래서 북한은 가난해져도 무너지지 않고, 고립돼도 버틴다.




이 지점에서 대중의 오해가 생긴다. “그럼 김정은은 안전한가?”

답은 아니오다. 다만 위험의 형태가 다를 뿐이다. 마두로는 갑자기 끝났고, 김정은은 천천히 막혀 간다. 핵은 체제를 보호하지만, 동시에 출구를 봉쇄한다. 개혁하면 통제가 약해지고, 개방하면 체제가 흔들린다. 그래서 북한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제자리에 서 있다.


대중이 진짜 봐야 할 신호는 붕괴가 아니다. 김정은 체제의 위기는 폭발이 아니라 고갈로 온다. 젊은 세대의 이탈, 경제의 만성 정체, 외부 세계와의 격차 확대. 핵이 시간을 벌어 주는 동안, 내부 에너지는 조금씩 빠져나간다. 마두로가 “하루아침에 무너진 지도자”라면, 김정은은 “무너지지 않지만 늙어가는 체제의 얼굴”에 가깝다.


그래서 질문을 바꿔야 한다.

“김정은은 언제 끝나나?”가 아니라,

“김정은 이후의 북한은 어떤 모습으로 시작되나?”

마두로는 종말을 보여줬고, 김정은은 종말을 미루는 법을 보여준다. 그러나 미뤄진 결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훨씬 조용하고 길게 다가올 뿐이다.



세상소리 ㅣ Master of Satire

Soc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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