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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6일 일요일

마두로 체포했던 美 다영역부대 마침내 한국에 상륙— 트럼프의 다음 올가미는 누구일까?

 

마두로는 체포됐다. 유럽의 다영역부대는 한국으로 왔다.” —
 트럼프의 다음 올가미는 군사적일까, 외교적일까?/credit: scmp


마두로가 잡혔다. 그리고 미국의 시선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트럼프 시대의 외교안보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아마도 “말로 겁주고, 안 되면 직접 움직인다”에 가까울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를 미국이 체포하는 초대형 사태까지 현실화되면서 세계는 이제 트럼프의 경고를 예전처럼 단순한 협상용 수사로만 듣기 어려워졌다. 더 흥미로운 것은 그 다음 장면이다.

미국은 유럽에서 운용하던 차세대 다영역 특임부대(MDTF)의 일부를 한국으로 옮기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를 인용한 국내 보도에 따르면 독일에 본부를 둔 제2 MDTF 일부가 한국으로 이동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으며, 선발대 성격의 인력이나 자산이 이미 도착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마두로에게는 체포라는 올가미, 한반도에는 다영역 전력이라는 올가미.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타이밍이 참 묘하다.

김정은에게는 더 이상 ‘탱크 몇 대’의 문제가 아니다. MDTF는 이름부터 낯설다. 하지만 기능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육·해·공은 물론이고 우주·사이버·전자전·정보전·장거리 정밀타격을 한데 묶어 적의 방공망과 지휘체계를 무력화하는 차세대 전투체계다. 특히 하위 부대에는 사이버전과 우주작전, 정보전 등을 담당하는 전력이 포함되고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도 갖춘 것으로 보도됐다.

김정은이 서울을 향해 미사일을 쏘는 시대라면, 미국은 이제 “미사일이 날아오는 순간만 기다리지 않겠다”는 식으로 전장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 가장 골치 아픈 것은 미군이 한반도에 병력 숫자를 조금 더 늘리는 것이 아니다. 북한이 숨어 있다고 믿는 지휘소, 레이더, 미사일 발사체계, 통신망, 전자체계를 여러 영역에서 동시에 찾아내고 교란하고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이 들어오는 것이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올가미’라는 표현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부대가 유럽에서 왔다.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흥미로워진다. 유럽에는 러시아가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고 있으며, 실제로 러시아의 드론·사이버·사보타주 등 하이브리드 위협이 NATO를 압박하고 있다. 최근 독일 공항을 겨냥한 폭발물 탑재 드론 사건까지 러시아의 하이브리드전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 유럽에서 키우던 다영역 전력의 일부를 한국으로 돌린다. 그렇다면 워싱턴의 계산은 무엇일까. 북한만 보고 움직이는 것이라면 굳이 중국과 러시아까지 염두에 둔 다영역 전력을 이곳으로 가져올 이유가 얼마나 될까.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특히 중국의 접근거부·지역거부(A2/AD) 능력을 억제하는 구상이 한반도와 연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서 이재명 정부에는 아주 불편한 질문이 하나 생긴다. “한국은 미국의 작전에서 어디까지 함께할 것인가?”다. MDTF가 한국에 들어오면 한반도는 북한만 상대하는 전초기지가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까지 바라보는 미국의 전략적 거점이라는 성격이 강해질 수 있다. 특히 미국이 말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결합한다면 주한미군 전력이 한반도 방어를 넘어 대만해협이나 서태평양의 위기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 정부로서는 북한 억제라는 동맹의 이익과 중국과의 경제·외교적 충돌이라는 비용을 동시에 계산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한국 정부도 최근 호르무즈 해협 지원 문제에서 군사적·비군사적 선택지를 검토하면서도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런데 만약 워싱턴이 “동맹이면 함께해야 한다”고 압박하기 시작한다면? 그때도 ‘No Thanks’가 통할까? 바로 이 지점에서 이재명 정부의 외교적 선택지가 시험대에 오른다.

그리고 여기서 ‘화난 트럼프’라는 변수가 등장한다. 트럼프가 마음에 들지 않는 국가나 지도자를 대하는 방식은 전통적인 동맹외교와 상당히 다르다. 베네수엘라 사태에서 보듯 미국의 압박은 경제제재에만 머무르지 않고 정권과 군사적 수단을 직접 겨냥하는 단계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물론 마두로 사례와 한국의 상황을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명백히 무리다. 한국은 미국의 조약동맹국이고 민주주의 국가이며,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이라는 전혀 다른 지정학적 조건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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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질문 자체는 가능하다. 트럼프가 동맹국에게도 “미국의 전략적 이해에 협조하라”고 강하게 요구한다면, 이재명 정부가 계속 거부할 수 있을까? 관세, 방위비, 주한미군 역할, 대만 문제, 호르무즈, 대중국 정책이 하나의 패키지로 묶이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때 트럼프가 화를 낸다고 해서 이재명을 마두로처럼 취급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적·경제적·외교적 압박의 강도가 급격히 올라갈 가능성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그러니 이번 MDTF의 진짜 메시지는 김정은에게만 보내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북한에는 “미국은 한반도를 비워두지 않는다”는 메시지다. 중국에는 “한국을 포함한 제1도련선에서 감시·탐지·교란·정밀타격 능력을 강화한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서울에는 더 미묘한 메시지가 된다. “동맹은 이제 한반도만의 동맹이 아니다.” 

미국이 유럽에서 전력을 가져와 한국에 배치한다는 것은 단순한 병력 이동이 아니라 전쟁의 공간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육군이 우주와 사이버를 이야기하고, 미사일 부대가 전자전을 이야기하며, 주한미군이 한반도 밖의 작전까지 염두에 두기 시작하면 과거의 ‘한미연합방위’라는 공식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시대가 온다. 김정은에게는 숨을 곳이 줄어들고, 중국에는 계산할 변수가 늘어나며, 이재명 정부에는 “어디까지 미국과 갈 것인가”라는 숙제가 갑자기 커지는 셈이다.

그래서 마지막 질문은 조금 섬뜩하면서도 아이러니하다. “마두로를 체포한 트럼프가 수가 틀리면 이재명에게도 올가미를 던질까?” 아마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한국은 베네수엘라가 아니며 이재명 대통령도 마두로가 아니다. 미국이 한국 대통령을 물리적으로 체포한다는 식의 상상은 현실적인 분석이라기보다 정치적 과장에 가깝다. 그러나 트럼프의 압박 방식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 마두로 사태와, 유럽에서 한국으로 이동하는 MDTF를 한 화면에 놓으면 묘한 그림이 만들어진다.

김정은에게는 미사일과 핵만으로는 미국을 밀어낼 수 없다는 경고, 중국에는 한반도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작전망에서 더 중요한 위치로 들어가고 있다는 신호, 그리고 이재명 정부에는 “동맹의 전략적 방향이 바뀌는데 한국은 어디에 설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결국 올가미는 사람에게 씌우는 것이 아니라 선택지를 좁히는 데서 만들어진다. 미국이 유럽에서 다영역 특임부대를 한국으로 가져오고, 중국을 겨냥한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며, 트럼프가 동맹국들에게도 비용과 역할을 요구하기 시작한다면 서울의 선택 공간은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

김정은에게는 군사적 올가미, 중국에는 전략적 올가미, 그리고 이재명에게는 외교적 올가미. 마두로 체포가 보여준 트럼프식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질문은 “다음은 누구냐”가 아니다. “미국이 요구하는 순간, 나는 어느 쪽으로 움직일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해야 할 사람이 바로 지금의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참고 출처

  • The Wall Street Journal — 미 육군의 유럽 주둔 다영역전력 재편 및 관련 움직임.
  • 아주경제 — WSJ 보도를 인용해 유럽 주둔 MDTF 일부의 한국 이동 가능성과 선발대 도착 가능성을 보도.
  • 서울경제 — MDTF의 한국 배치가 주한미군의 역할을 대북 억제에서 중국 견제까지 확대하는 ‘전략적 유연성’과 연결될 가능성을 분석.
  • Reuters — 한국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항행의 자유 지원을 위한 군사·비군사 옵션을 검토하고 있으나 최종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고 보도.
  • The Wall Street Journal — 러시아의 유럽 내 하이브리드·드론 공격 확대 관련 보도.

2026년 8월 18일 화요일

드론 600대가 모스크바를 덮었다 — 한반도 드론전, 한국군은 미국 없이 얼마나 버틸까

 

우크라이나 드론전과 북한의 러시아 실전학습, 미군 ISR과 한국군 드론전력이 충돌하는 한반도 미래 공중전
“드론이 전쟁의 첫 번째 공중전력이 된 시대 — 미군의 ISR 우산과
 한국군의 자주적 드론전력은 한반도의 하늘을 지킬 수 있는가?”/aljazeera


드론 600대가 모스크바를 향했다는 사실은 이제 전쟁의 정의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8월 16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와 주변 지역을 향해 대규모 드론 공격을 감행했고, 러시아 국방부는 전국적으로 822대의 우크라이나 드론을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모스크바 지역에서만 201대를 격추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것은 단순한 무인기 공격이 아니다. 수백 대의 값싼 드론을 동시에 띄워 방공망을 포화시키고, 군수시설·물류시설·산업기반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대량·분산·소모형 공중전이 현실의 전쟁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제 전차와 포병의 전쟁인 동시에 드론과 전자전, 위성정보와 AI, 통신망과 대드론체계가 서로 물고 물리는 거대한 무인전쟁이 되고 있다. 따라서 세계전쟁을 준비한다는 것은 더 이상 전투기와 미사일 숫자만 계산하는 것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드론을 생산하고, 얼마나 빨리 소모하며, 얼마나 정확하게 적의 드론을 찾아내고, 통신이 끊긴 상태에서도 전투를 지속할 수 있는가가 국가의 전쟁 지속능력을 결정한다.

미국도 이미 ‘드론전’을 단순한 보조전력이 아니라 미래전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강점은 단순히 공격용 드론을 많이 보유하는 데 있지 않다. 진짜 강점은 위성·정찰기·무인기·전투기·함정·지상 레이더를 하나의 정보망으로 연결해 적의 움직임을 먼저 발견하고, 식별하고, 추적하고, 필요한 경우 타격체계로 연결할 수 있는 ISR(정보·감시·정찰) 네트워크다. 한반도에서도 미군의 무인정찰·감시 능력은 북한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다. 최근 오산기지에서는 북한과 가까운 위치에서 대드론 방어체계와 Stinger·Avenger 계열 방공체계를 시험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문제는 미국이 세계 여러 전구를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동에서 이란과 충돌하고, 유럽에서 러시아와 대치하며, 인도태평양에서는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면 미국의 ISR과 무인전력은 무한하지 않다. 따라서 트럼프식 동맹 재편이 한반도에서 미군의 부담을 줄이고 한국이 더 많은 방어책임을 맡도록 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한국이 미국의 드론·위성·ISR 능력을 언제나 원하는 만큼 제공받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더 심각한 것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실전훈련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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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러시아에 병력을 보내 실제 전투를 경험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현대전의 드론 운용과 전술을 학습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북한에 소형 전장 드론의 대량 운용 가치와 Shahed 계열과 같은 일회용 장거리 공격드론의 효용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통해 얻는 것은 무기만이 아니다. 전투 경험, 드론 운용법, 전자전, 포병과 드론의 결합, 대드론 전술이라는 값비싼 실전 데이터가 북한으로 들어갈 수 있다.

북한군이 최정예화된다는 말도 이제 단순히 특수부대의 체력과 전투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앞으로의 북한 최정예 부대는 소형 FPV 드론을 운용하고, 드론으로 목표를 탐지하며, 포병과 미사일을 연결하고, 전자전으로 한국군의 통신과 GPS를 교란하는 무인·네트워크 전투부대가 될 가능성을 봐야 한다. 한반도에서 북한이 전쟁을 시작한다면 첫 번째 공격은 반드시 전차와 포병만으로 시작된다는 보장이 없다.

한국군은 준비되어 있는가.

숫자만 보면 상당한 변화가 시작됐다.국방부는 2026년부터 드론 전력을 대폭 확대하고, 50만 명 규모의 ‘드론 전사’를 양성하며 2029년까지 약 6만 대의 무인체계를 보급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저가 소모성 드론을 대량 확보하고 레이저·고출력 전자기파·AI 기반 군집드론 등 대드론 능력도 함께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이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그러나 드론을 많이 갖는 것과 드론전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우크라이나가 보여준 드론전의 핵심은 기체 자체가 아니라 생산-통신-정보-전자전-AI-정찰-타격-대드론 방어가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는 데 있다.

한국이 6만 대의 드론을 확보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드론 강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 값싼 드론을 수천 대 띄우는 상황에서 한국군이 그것을 얼마나 빨리 탐지하고 식별하며, 민간 통신망과 군 통신망이 동시에 교란돼도 지휘체계를 유지하고, 대드론 무기를 지속적으로 재보급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드론전은 장비 구매전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산업·정보·통신·AI 역량을 동원하는 총력전이기 때문이다.

최근 발생한 한미 드론 식별 혼선은 결코 작은 사건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지난 7월 말 한국군은 휴전선 인근에서 비행하던 미 해병대 무인기를 북한의 위협으로 오인해 격추를 준비할 뻔했고, 이후 한미 간 비행정보 공유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군은 실제로 미군 무인기를 적성 무인기로 오인했고, 합참 조사에서는 비행계획이 한국군 지휘계통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이 사건은 한반도 드론전에서 가장 위험한 문제를 보여준다.

적의 드론을 못 잡는 것만 위험한 것이 아니라 아군의 드론을 적으로 오인하는 것도 전쟁을 시작할 수 있는 위험이다.북한이 수백 대의 무인기를 동시에 침투시키고 미군과 한국군의 드론이 같은 공역에서 움직이는 상황에서 식별체계가 흔들린다면, 한미연합작전은 오히려 ‘아군-적군 식별’ 단계에서부터 자충수를 둘 수 있다. 드론전 시대의 한미동맹은 병력 숫자보다 실시간 데이터 공유, 공역관리, 전자식별, 지휘통제, AI 기반 표적분류가 훨씬 중요해진다.

이 지점에서 이재명 정부의 ‘자주국방’은 가장 어려운 시험을 받는다.

자주국방을 추진하고 전작권 전환을 앞당기는 것은 한국이 스스로 안보를 책임지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논리적으로 일관된다. 하지만 자주국방을 진정으로 완성하려면 전작권이라는 지휘권만 가져오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미군의 ISR과 위성정보에 의존하지 않고도 북한의 드론을 탐지하고, 중국·러시아의 지원 여부를 확인하고, 북한의 지휘시설과 이동축을 추적하며, 전자전 환경에서도 독자적으로 표적을 생성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한반도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때문에 미국의 전략정보와 확장억제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런데 동시에 ‘홀로 비핵화와 평화’를 강조하면서 북한의 핵무기가 실제로 존재하는 상황을 전제로 한 드론전 대비를 소홀히 한다면 심각한 전략적 불균형이 발생한다. 평화를 선언하는 것과 전쟁을 준비하는 것은 모순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가 무장한 상태에서 평화를 지키려면 더 강력한 대비태세가 필요하다. 우크라이나가 보여준 것도 바로 이것이다. 협상과 전쟁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고, 평화협상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상대의 군사기술은 진화한다.

한반도의 미래 공중전은 ‘미군 드론이 한국을 지켜주느냐’

한반도의 미래 공중전은 ‘미군 드론이 한국을 지켜주느냐’가 아니라 ‘한국군이 미군 드론 없이도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느냐’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미국은 인도태평양 전체를 하나의 전략공간으로 보고 있으며, 중국과의 충돌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미군의 ISR·드론·공중전력을 한반도에만 묶어두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이 자주국방을 선택한다면 그 선택의 가장 냉정한 시험대가 바로 드론전이다.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실전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고, 러시아는 대량 드론전과 전자전을 계속 발전시키고 있으며, 중국 역시 무인체계와 AI 전투능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이제 막 대규모 드론전력 구축에 들어섰고, 한미 간 무인기 식별·정보공유에서도 작은 균열이 이미 드러났다. 그렇다면 8·15의 자주국방 선언이 진정한 전략이 되려면 드론 6만 대를 사는 것보다 먼저 ‘한국이 혼자서 한반도의 하늘을 볼 수 있는가’에 답해야 한다.

세계전쟁의 새로운 공중전에서 미국의 드론전과 한국군의 드론전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결합되지 못한다면, 자주국방은 오히려 동맹의 정보우산을 잃는 순간 가장 위험한 형태의 자립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순간 한반도의 질문은 단순해진다. 북한이 드론을 수백 대 보내면, 한국은 미국의 도움 없이 몇 대를 막을 수 있는가? 그리고 미국은 한국을 위해 몇 대를, 며칠 동안, 어디까지 투입할 것인가?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자주국방은 아직 자주국방이 아니다.

평양 무인기에서 드론전으로 — 윤석열이 남긴 드론사령부 해체, 한국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무인기 위협에 대응한다며 2023년 9월 창설했던 드론작전사령부는 결국 평양 무인기 작전 논란과 함께 해체·개편의 길에 들어섰다. 당시 드론사는 북한 무인기 방어뿐 아니라 대북 감시정찰과 정밀타격이라는 공세적 임무까지 부여받았지만, 2024년 10월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이 비상계엄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작전이었다는 의혹과 연결되면서 정치적·지휘체계적 부담을 안게 됐다.

국방부 민관군 특별자문위는 각 군과의 기능 중복과 비효율을 이유로 드론사 폐지를 권고했고, 이후 국방부는 이를 국방드론본부로 개편해 작전부대가 아니라 드론 전력증강·획득·교리·군 실증을 통합하는 정책조직으로 전환했다. 그런데 여기서 정말 중요한 질문은 “드론사령부를 없애서 무엇을 얻었는가?”다. 얻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윤석열식 특정 조직 중심의 공세적 드론작전과 평양 무인기 논란에서 군을 분리하고, 드론을 특정 사령부의 전유물이 아니라 육·해·공·해병대 전체가 사용하는 보편적 전투수단으로 바꾸는 명분이다.

문제는 조직을 없애는 것과 작전능력을 없애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우크라이나전에서 드론이 수백·수천 대 단위로 전장을 포화시키고, 북한이 러시아와의 실전협력을 통해 새로운 무인전·전자전 경험을 축적하는 상황에서 한국군이 오히려 필요한 것은 더 강한 합동 드론작전 능력이다.

따라서 새 국방드론본부가 성공하려면 드론을 ‘각 군에 나눠주는 장비’ 수준에서 끝내지 않고 정보·감시·정찰(ISR), AI 표적분석, 전자전, 군집드론, 장거리 공격드론, 대드론 방어, 한미 정보공유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실질적인 드론전 지휘·발전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은 평양 무인기라는 과거의 정치적 논란을 제거하는 대신 미래전의 핵심인 드론전 지휘공백을 만들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남긴 드론사의 실패에서 한국이 배워야 할 것은 “드론을 정치적 목적에 사용하지 말라”는 것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교훈은 “드론전은 어느 한 사령부의 사업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전쟁능력”이라는 사실이다. 자주국방을 말하는 이재명 정부라면 이제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북한이 러시아에서 배운 드론전으로 휴전선과 수도권을 동시에 흔드는 날, 한국군은 누가 전체 전장을 보고, 누가 수천 대의 아군·적군 드론을 식별하며, 누가 한미 ISR 정보를 통합해 결심할 것인가. 드론사령부를 없앤 뒤 한국이 얻어야 할 것은 조직 하나의 폐지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강력한 ‘한국형 합동 드론전 체계’여야 한다.

참고자료

  1. 대한민국 국방부 — 「국방 드론·대드론 발전 정책」, 2026.6.26
    이번 단락의 가장 중요한 1차 자료다.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중동전에서 드론이 게임체인저로 부상했다며 드론·대드론 전력의 신속·대량 확충, 50만 드론전사 양성, 전군 드론작전 능력 강화를 발표했다. 또한 기존 드론작전사령부 본부를 국방드론본부로 개편하고, 각 군이 감시·정찰과 타격작전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국방부 공식 발표 — 국방 드론·대드론 발전 정책

  2.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한국형 장거리 자폭 드론 및 50만 드론전사 계획
    국방부가 근거리 정찰·소형자폭 등 드론 2만 대 이상 확보, 50만 드론전사 양성, 국내 드론산업 생태계 활성화 등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책브리핑 — 한국형 장거리 자폭 드론 전력화 추진

  3. 연합뉴스 — 평양 무인기 의혹 수사 및 드론작전사령부 관련 자료
    윤석열 정부 당시 평양 무인기 작전과 관련해 특검이 드론작전사령부와 국방부 등을 압수수색했고, 윤 전 대통령 등이 평양 무인기 투입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수사한 내용을 확인하는 자료다.

    특히 2026년 6월 1심 판결과 관련해 연합뉴스는 재판부가 2024년 10월 평양 무인기 투입 작전이 비상계엄 선포 명분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판단해 윤 전 대통령에게 유죄를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이 부분은 논평에서 반드시 “법원의 판단”이라는 형태로 표현하는 것이 안전하다.

  4. 통일부 — 평양 무인기 사건에 대한 현 정부의 공식 입장
    통일부는 과거 정부의 무인기 침투를 “대남 공격을 유도”한 위험한 행위로 규정하면서, 2024년 10월 이후의 무인기 투입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5. 한겨레 — 드론작전사령부의 국방드론본부 개편 분석
    드론을 특정 작전사령부가 독점적으로 운용하기보다 각급 부대가 보편적인 전투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국방부의 개편 논리를 설명한다. 개편 이후 각 군의 작전 기능과 국방드론본부의 정책·획득·전투발전 기능을 구분하는 구조도 확인할 수 있다.
  6. 뉴시스 — 국방드론본부 및 2만 대 이상 드론 확보 계획
    국방드론본부 개편과 함께 정찰·자폭드론 2만 대 이상, 50만 드론전사, 대드론체계 등을 추진한다는 세부 내용을 보도했다.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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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9일 화요일

핵은 건드리지 마라…북중 회담이 보여준 악어와 악어새의 불편한 동거


시진핑과 김정은 회담을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 관계에 비유한 북중 정상회담 논평 이미지
시진핑과 김정은의 평양 정상회담은 북중 우호를 과시했지만, 북한 핵
 문제에 대한 공개적 언급이 빠지면서 불편한 전략적 공생을 드러냈다./ghostimages

악어와 악어새가 다시 만났다. 악어는 거대한 강의 주인처럼 입을 벌리고 있었고, 악어새는 그 입 안에서 자기 생존의 공간을 찾았다. 시진핑과 김정은의 회담은 겉으로는 사회주의 우호와 전략적 협력의 장면이었다. 그러나 그 화려한 의전 뒤에는 더 차갑고 노골적인 질문이 놓여 있었다. 핵은 누가 말할 수 있는가. 그리고 누가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말했는가.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 가장 크게 들린 것은 오히려 말해지지 않은 단어였다. 비핵화. 북한 핵 프로그램. 핵무기 포기. 과거 북중 회담에서 빠지지 않던 이 언어는 이번 공개 발표의 전면에서 사라졌다. 북중은 정치, 경제, 문화, 교류, 전통적 우호를 말했다. 반미와 반패권의 정서도 공유했다. 그러나 한반도 안보의 가장 무거운 문제인 북한 핵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이 침묵은 단순한 외교적 예의가 아니다. 시진핑은 김정은의 핵을 공개적으로 건드리지 않았다. 그리고 김정은은 그 침묵을 가장 필요한 선물처럼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이미 핵을 체제 생존의 보험이 아니라 국가 정체성의 일부처럼 만들어 왔다. 김정은에게 핵은 협상 카드가 아니라 왕관이다. 그 왕관을 향해 중국이 공개적으로 손을 뻗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북한에는 외교적 승인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북중 간 완전한 일치로 읽는 것은 성급하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통제 가능한 북한이다. 국경을 흔들지 않고, 미국을 자극하되 전쟁까지는 가지 않으며, 중국의 동북아 전략에 필요한 압박 카드로 남아 있는 북한이다. 반면 김정은이 원하는 것은 통제받지 않는 북한이다. 중국의 경제적 숨통은 필요하지만, 핵과 군사 노선만큼은 베이징의 지시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 그의 계산이다.

그래서 이번 회담은 동맹의 회담이면서 동시에 줄다리기의 회담이었다. 중국은 북한을 다시 자기 영향권 안에 묶어두고 싶다. 북한은 중국의 후원은 원하지만 중국의 훈계는 원하지 않는다. 러시아와의 밀착으로 김정은은 선택지를 늘렸다. 이제 평양은 베이징 하나만 바라보던 과거의 북한이 아니다. 모스크바라는 또 다른 후원자를 등에 업고, 중국 앞에서도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여기서 ‘악어와 악어새’의 비유가 나온다. 중국은 거대한 악어다. 강을 움직이고, 주변 생태계를 압도하며, 자신이 언제 입을 닫을지 상대가 늘 계산하게 만든다. 북한은 악어새처럼 보인다. 악어의 등에 올라타고, 입가를 드나들며, 그 틈에서 생존한다. 하지만 이 악어새는 순한 새가 아니다. 때로는 악어의 이빨 사이에서 피 묻은 조각을 물고 나와 자기 둥지로 가져간다. 그리고 악어도 그 사실을 안다.

북중 관계의 본질은 혈맹이라는 단어보다 공생이라는 단어에 가깝다. 두 정권은 서로를 필요로 하지만, 서로를 완전히 믿지는 않는다. 중국은 북한이 미국과 일본, 한국을 향한 완충지대로 남기를 원한다. 북한은 중국이 국제 제재와 경제난 속에서 마지막 숨구멍으로 남기를 원한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의 핵 폭주가 동북아를 불안정하게 만들까 두렵고, 북한은 중국이 언젠가 자기 핵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릴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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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핵은 건드리지 마라”는 말은 공개 회담장에서 나온 문장이 아니어도, 이번 회담의 행간에 충분히 떠 있다. 김정은은 중국에 경제와 교류, 정치적 후원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핵 문제만큼은 자기 체제의 성역으로 남기려 한다. 시진핑은 이를 공개적으로 부정하지 않았다. 대신 더 넓은 협력과 전통적 우호의 언어로 회담을 포장했다. 핵을 말하지 않는 방식으로 핵을 비켜간 것이다.

군사교류 문제도 이 지점에서 읽어야 한다. 북중이 군사적 협력을 얼마나 공개적으로 확대할지는 중국에도 부담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전략 경쟁 속에서 북한을 카드로 활용하고 싶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행동 전체를 떠안는 후견국처럼 보이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반면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사이를 오가며 군사적 후원과 정치적 인정을 최대한 끌어내려 한다. 공개 발표의 우호와 실제 전략 계산 사이에는 늘 간격이 있다.

이번 회담이 보여준 또 하나의 장면은 공산주의 유령의 귀환이다. 냉전이 끝난 줄 알았던 세계에서, 사회주의 우호와 반패권의 언어가 다시 무대 위로 올라왔다. 중국과 북한은 낡은 이념의 옷을 새로 다려 입고 등장했다. 그러나 그 이념의 속살은 순수한 이상이 아니다. 권력 세습, 핵무장, 감시 체제, 제재 회피, 전략적 생존이 뒤엉킨 권력의 언어다.

공산주의의 유령은 이제 평등의 약속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은 안보의 이름으로 돌아오고, 반미의 이름으로 돌아오며, 주권과 체제 보위의 이름으로 돌아온다. 김정은의 핵 선언은 그 유령에게 새 얼굴을 붙였다. 과거 공산주의가 노동자 해방을 말했다면, 지금 평양의 공산주의는 핵탄두를 체제의 신성한 보증서처럼 말한다. 혁명의 깃발은 낡았고, 그 깃발 아래 놓인 것은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다.

시진핑의 중국도 이 유령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은 시장을 이용하면서도 당의 지배를 놓지 않는다. 세계화를 활용하면서도 자유주의 질서를 흔든다. 북한은 더 노골적이다. 시장의 숨통은 필요하지만 주민에게는 자유를 주지 않는다. 중국은 거대한 체제의 관리자로, 북한은 그 체제의 극단적 그림자로 존재한다. 둘은 다르지만, 같은 유령의 서로 다른 표정이다.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는 다시 강대국 정치의 오래된 무대가 됐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 북한이 모두 한 장면 안에 들어와 있다. 중국은 북한을 놓치고 싶지 않고, 북한은 중국에만 묶이고 싶지 않다. 러시아는 북한을 전쟁의 파트너로 끌어당겼고, 미국과 한국은 북한 핵의 현실을 더 무겁게 마주하게 됐다. 이 모든 계산 속에서 비핵화라는 단어는 점점 회의장 밖으로 밀려난다.

한국이 봐야 할 것은 북중의 웃는 사진만이 아니다. 그 사진 뒤에 있는 침묵의 구조다. 시진핑이 핵을 말하지 않은 이유, 김정은이 그 침묵을 이용하는 방식, 중국이 북한을 붙잡되 완전히 책임지지는 않으려는 태도, 북한이 중국을 의지하되 핵은 내놓지 않으려는 버릇. 이것이 지금 한반도 안보의 차가운 현실이다.

북중 회담은 우호의 장면이지만 동시에 불안의 장면이다. 악어와 악어새는 함께 있는 동안 서로에게 쓸모가 있다. 그러나 그 관계는 사랑이 아니다. 먹이와 이빨, 생존과 경계, 이용과 불신의 관계다. 시진핑과 김정은은 서로를 향해 웃었지만, 그 웃음 뒤에는 각자의 계산서가 놓여 있다. 중국은 북한을 관리하려 하고, 북한은 중국을 이용하려 한다.

그리고 그 위에 공산주의의 유령이 떠다닌다. 낡은 깃발은 다시 흔들리고, 낡은 구호는 다시 울린다. 그러나 그 유령이 품은 것은 더 이상 미래의 약속이 아니라 핵무장한 현재의 공포다. 이번 회담의 진짜 메시지는 그래서 간단하다. 북중은 가까워졌다. 그러나 가까워진 만큼 한반도의 핵 현실도 더 딱딱해졌다. 시진핑은 말하지 않았고, 김정은은 들었다. 핵은 건드리지 말라는 무언의 선언을.


참고문헌

  • Reuters, “China’s Xi hails deeper understanding at end of North Korea summit.”
  • AP News, “Chinese President Xi’s silence on nuclear arms is a gift to North Korea’s Kim Jong Un.”
  • AP News, “Xi returns home after closely watched trip to North Korea.”
  • Wall Street Journal, “What Xi and Kim Want From Their Summit in North Korea.”
  • Yonhap News Agency, “N. Korea, China reaffirm ties, silent on denuclearization.”
  • The Hankyoreh, “Kim Jong-un puts nuclear program front and center ahead of summit with X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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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12일 화요일

[보수 대반격] “이제 와서 왜?”… “계엄은 끝나지 않았다”... 장동혁 바람에 한동훈 그림자가 흔들린다...

 

장동혁 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를 둘러싼 보수 내부 갈등과 지방선거 전선을 다룬 정치 논평 썸네일
장동혁 대표를 중심으로 한 보수 결집 흐름과 한동훈 책임론,
이재명 정부의 공소취소·개헌 논란이 지방선거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ghostimages-vow


장동혁 대표 흔들기가 며칠 새 힘을 잃는 분위기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부 언론과 당내 비주류는 “지도부 리스크”를 말했지만, 현장 분위기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부산과 대구 개소식에서 드러난 열기, 특히 대구에서 수천 명 규모의 지지층이 몰렸다는 소식은 국민의힘 내부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종이신문 지면과 방송 패널 토론에서는 보이지 않던 장면이 현장에서 터져 나온 것이다.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여론조사 숫자만이 아니다. 현장에 사람이 모이는가, 지지층이 움직이는가, 후보들이 누구를 불러 세우려 하는가가 더 직접적인 신호일 때가 많다. 지금 국민의힘 다수 지역 후보들이 장동혁 대표에게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는 말은, 적어도 보수 핵심층 안에서는 장동혁 체제가 단순한 임시 지도부가 아니라 지방선거 전선을 이끌 수 있는 구심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 대목에서 조중동 일부 보도의 어색함도 드러난다. 장동혁 지도부와 거리를 둔 덕분에 어떤 후보의 지지율이 올랐다는 식의 해석은 지나치게 편리하다. 보수 지지층이 원하는 것은 책임 회피가 아니라 전선 형성이다. 민주당 정권을 견제해야 할 시점에 내부에서 “누가 누구와 거리를 뒀다”는 프레임만 키우는 것은 사실상 갈라치기에 가깝다. 선거를 앞둔 보수 정당에 필요한 것은 디커플링이 아니라 결집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발언들도 역풍의 소재가 되고 있다. 자살률 문제를 거론하며 국가적 망신을 말한 대목은 그 자체로 중요한 사회 문제를 언급한 것이지만, 야권에서는 즉각 “본인 주변 의혹과 정치적 책임부터 돌아보라”는 반격이 나왔다. 대장동 사건 관련 인물들의 사망 논란, 공직사회 압박 논란, 특검과 수사 과정에서의 극단적 선택 논란까지 겹치며, 이재명 정부가 도덕적 우위에서 사회 문제를 꾸짖을 자격이 있느냐는 문제 제기가 커지고 있다.

친형 강제입원 사건을 다시 언급한 것도 정치적으로는 자충수에 가깝다. 법적으로 정리된 사안이라고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국민 기억 속에는 여전히 불편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나 공개석상에서 자신의 과거 사건을 소환할수록, 야권은 “공적 권력을 사적 방어에 쓰려는 것 아니냐”는 프레임을 강화한다. 이재명 정부가 민생과 국가 운영을 말해야 할 때마다 과거 사법 리스크가 다시 튀어나오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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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취소 논란은 그 정점이다. 피고인이던 인물이 대통령이 된 뒤, 자신의 사건과 연결될 수 있는 사법 절차를 정치적으로 정리하려 한다는 의심이 생기면 그 자체로 헌정 질서의 치명적 부담이 된다. 대통령이 수사기관과 사법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앉아 있는 상황에서 공소취소나 특검 임명 문제가 거론되는 순간, 국민은 묻게 된다. 이것이 국가 운영인가, 아니면 자기 구제인가.

개헌론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정부가 비상계엄 제한을 명분으로 개헌을 말한다면, 그 자체는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시점과 의도다. 현행 헌법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 권력이, 갑자기 헌법을 바꾸자고 나설 때 국민은 순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연임 문제에 대해 명확한 선을 긋지 않는다면, 개헌은 민주주의의 보완이 아니라 권력 연장의 사전 정지작업처럼 비칠 위험이 크다.

북한 문제 역시 지방선거의 숨은 폭탄이다. 북한은 핵무력과 적대적 두 국가론을 노골화하고 있는데,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인사들이 북한을 사실상 별도 국가처럼 대하는 듯한 언어를 쓴다면 보수층은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헌법상 북한 지역은 대한민국 영토라는 원칙은 단순한 문구가 아니라 국가 정체성의 기초다. 이 원칙이 흔들리는 순간, 통일부의 존재 이유와 한미동맹의 전략적 의미까지 함께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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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이재명 대통령이 흑색선전, 금품살포, 공직자 선거개입을 3대 선거범죄로 거론한 것도 야권에는 좋은 공격 소재가 됐다. 민주당은 대장동 보도 조작 논란, 돈봉투 사건, 각종 지역 선거 금품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통령이 선거범죄를 엄단하겠다고 말하는 순간, 야권은 곧바로 “거울 보고 하는 말이냐”고 되받아칠 수 있다. 정치 메시지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말의 내용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과거와 충돌하는 순간이다.

국민의힘 내부 전선도 더 선명해지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의 부산 북구갑 행보와 박민식 후보 개소식이 맞붙는 그림은 단순한 지역 선거가 아니다. 이것은 보수 내부의 책임론 전쟁이다. 한동훈을 여전히 보수 재건의 카드로 보는 쪽과, 그를 윤석열 탄핵 국면의 핵심 책임자로 보는 쪽이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다. 특히 당원 기반에서는 “이재명 정권 탄생의 가장 큰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질문이 계속 남아 있다.

한동훈 전 대표가 출국금지 사실을 공개한 것도 지지층 일부에는 피해자 프레임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왜 이제 와서 공개하느냐”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정권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던 인물이 이제 와서 탄압받는 피해자처럼 서는 모습은 보수 핵심층의 분노를 자극할 수 있다. 특히 탄핵 이후 수사와 특검, 정치 보복 논란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고 느끼는 지지층에게 한동훈의 피해자 이미지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결국 이번 지방선거와 보궐선거는 단순히 몇 석을 더 얻는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힘이 장동혁 체제로 결집해 민주당을 압박할 것인가, 아니면 내부 책임론에 묶여 다시 분열할 것인가의 시험대다. 보궐선거에서 몇 곳만 가져와도 의석 구도는 단순한 숫자 이상으로 달라진다. 민주당은 줄고 국민의힘은 늘어난다. 그 차이는 원내 협상력뿐 아니라 당내 주도권까지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보수 내부에서 나오는 “한동훈계 정리론”은 감정적 구호만은 아니다. 비례대표와 일부 의원들이 당론과 다른 행보를 보일 때마다 당원들은 묻는다. 누구의 표로 국회에 들어갔는가. 누구의 이름으로 정치적 생명을 얻었는가. 지역구에서 직접 심판받은 적 없는 인물들이 당원 투표로 선출된 지도부를 향해 내부 총질을 한다면, 그 자체가 보수 재편의 명분이 된다.

장동혁 바람이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는 단순히 한 사람의 대표가 아니다. 지금 보수층 안에서 쌓인 분노, 배신감, 정체성 회복 욕구가 그를 통해 분출되고 있다. 중도 확장이라는 이름으로 보수의 뼈대를 지우려 했던 흐름에 대한 반작용이다. 민주당을 이기려면 보수가 먼저 자기 자신을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다.

이번 선거의 본질은 결국 하나다.

이재명 정권을 심판할 것인가.
그리고 그 정권을 가능하게 만든 보수 내부의 책임까지 함께 정리할 것인가.

장동혁 체제가 살아남는다면 국민의힘은 다시 선명한 전선을 갖게 된다. 반대로 내부 흔들기가 계속된다면 보수는 또 한 번 자기 발목을 잡을 것이다. 지금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열기는 그 선택을 재촉하고 있다.

“이제 와서 왜?”라는 질문은 한동훈에게도, 언론에게도, 민주당에게도 향한다.
그리고 동시에 국민의힘 전체를 향한 질문이기도 하다.

보수는 다시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가.

참고문헌

  1. 연합뉴스 정치부, 장동혁 대표 외신기자 간담회 및 국민의힘 지도부 발언 관련 보도
  2. 조선일보, 국민의힘 내부 노선 갈등·중도 확장 전략·지방선거 분석 기사
  3. 중앙일보, 윤석열 탄핵 정국 및 보수층 민심 변화 관련 분석
  4. 동아일보, 국민의힘 계파 구도와 장동혁·한동훈 노선 차이 보도
  5. TV조선·채널A 시사 프로그램, 장동혁 대표 발언 및 보수 재편 전망 토론 내용 종합
  6. 국민의힘 공개 브리핑 및 청와대 앞 지도부 회견 자료
  7. 대한민국 헌법 제77조(비상계엄) 및 관련 헌법 조문 참고
  8. 국회 회의록·언론 공개자료 기반 탄핵 및 계엄 관련 정치권 발언 종합
  9. 한국갤럽·리얼미터 등 주요 여론조사 기관의 보수층 및 중도층 흐름 참고
  10. 정치평론 및 현장 유세 발언 종합 분석 (2026 지방선거 정국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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