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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16일 수요일

주진우, "조희대, ‘자유’ 넥타이"에서 ‘재판 재개’까지…법원이 정치의 말을 빌리기 시작했나

 

조희대 대법원장과 주진우 의원의 사법부 독립 및 재판 재개 논쟁을 상징하는 이미지
‘자유’라는 단어에서 ‘재판 재개’까지—사법부 독립을 둘러싼
 정치권의 해석이 다시 충돌하고 있다./credit: dongA


주진우 의원의 방송은 묘하게 넥타이에서 시작해 사법부의 운명까지 질주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법원 밖 정치권력이 재판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내놓았고, 주 의원은 그의 넥타이에 적힌 ‘자유’를 발견했다. 그냥 넥타이일 수도 있다. 이상봉 디자이너의 작품이라니 디자인의 세계는 원래 정치보다 자유롭다. 그런데 정치인은 거기서 메시지를 읽었다. ‘자유.’ 어느새 넥타이가 사법부의 독립을 말하고, 대법원장의 표정이 대한민국의 헌법적 위기를 말하는 시대다. 넥타이가 판결문은 아니지만, 정치가 그것을 판결문처럼 읽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주 의원이 말하는 ‘자유 대한민국’의 서사는 더 거칠다. 자유를 강조하는 것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며, 자유라는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는 경고라는 주장이다. 여기서 정치의 언어는 순식간에 헌법의 언어로 올라간다. 더 나아가 이른바 ‘입틀막법’을 둘러싸고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향후 자유우파 정권의 공약으로 헌재 폐지까지 거론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헌법기관을 지키기 위해 헌법기관을 없애겠다는 역설. 정치의 언어가 뜨거워질수록 제도는 오히려 차갑게 읽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이날 방송에서 가장 뜨거운 대목은 넥타이가 아니라 ‘재판 재개’였다. 주 의원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메시지를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의 재개 문제와 연결했다. 실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조 대법원장을 향해 사법부 독립은 이 대통령 재판 재개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해 왔다. 반면 민주당과 여권에서는 조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 등을 둘러싸고 사법부와 대통령실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즉 지금 대한민국에서 ‘사법부 독립’이라는 같은 단어가 서로 정반대의 정치적 문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주진우 의원의 논리는 이렇다. 재판은 한번 정지됐다고 영원히 정지되는 것이 아니며, 재판부가 바뀌면 새 재판부가 다시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도 새로운 재판부가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법률적으로 재판 재개의 구체적 가능성과 요건은 사건별로 다르지만, 정치적으로 보면 이 주장은 상당히 강력한 메시지를 갖는다. ‘재판은 끝난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있을 뿐’이라는 프레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권이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인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 주 의원의 해석이다. 실제 조 대법원장이 5개월 넘게 이어진 대법관 공백 뒤 두 후보자를 제청하면서 대통령실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자 여야의 공방은 더욱 거칠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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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주진우 의원은 등장인물을 한꺼번에 호출한다. 조희대 대법원장, 이재명 대통령, 김민석 민주당 대표, 헌법재판소, 대법관 후보들, 그리고 자신이 검사 시절 경험했다는 검찰 인사와 법관들까지. 심지어 ‘김태규 같은 판사’, ‘주진우·박상용 같은 검사’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결단하면 된다는 식으로 자신의 인맥과 경험까지 사법부 독립의 사례처럼 끌어온다. 정치 토크의 관점에서는 상당히 뜨겁다. 하지만 사법부 독립의 핵심은 ‘누가 용기 있는 사람인가’가 아니라 누구든 같은 절차와 법리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 구조인가에 있다. 영웅을 기다리는 사법부라면 이미 독립의 절반을 잃은 셈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바라보는 주 의원의 양가적 평가다.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 사건에서 자신이 기대했던 방향의 판단을 하지 않았을 때는 답답했다고 털어놓으면서도, 바로 그 때문에 오히려 사법부가 독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대목이야말로 이번 방송의 가장 중요한 장면이다. ‘내가 원하는 판결을 하지 않는 사법부라도 독립되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원칙이라면 꽤 단단한 명제다. 반대로 ‘내 편에 유리한 판결을 해야 독립이고, 불리하면 사법부가 흔들린 것’이라면 독립이라는 단어는 정치적 응원 구호로 전락한다. 조 대법원장이 최근 신임 대법관 후보를 대통령실과 사전 조율 없이 제청한 사건 역시 바로 이 경계선 위에 놓여 있다.

그래서 ‘자유’라는 넥타이가 묘하게 오래 남는다. 자유는 넥타이에 써놓을 수도 있고, 정치인의 연설에도 쓸 수 있고, 헌법에도 쓸 수 있다. 그러나 법정에서는 결국 판결문으로 증명돼야 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실제로 어떤 메시지를 넥타이에 담았는지는 본인만 알 일이다. 다만 법원 밖 정치권력이 재판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과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강조하는 조 대법원장의 최근 행보는 확인된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누구 편인가’를 묻는 일이 아니라 누구의 재판이든 정치권력이 멈추게 하거나 움직이게 할 수 있는가를 묻는 일이다. 자유를 외치는 정치가 사법부를 자기 편으로 만들려 하고, 사법부 독립을 외치는 정치가 특정 판결을 요구하는 순간, 자유라는 단어는 넥타이보다 먼저 정치에 묶인다. 그리고 그때부터 대한민국은 ‘자유 대한민국’이라는 말을 더 크게 외칠수록, 정작 법원 안에서는 그 자유가 얼마나 자유로운지를 다시 증명해야 하는 아이러니에 빠진다.


참고자료

  •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제청 및 대통령실과의 사전 조율 여부 관련 보도
  • 대법관 제청을 둘러싼 여야 법사위 공방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이재명 대통령 재판 재개 관련 발언
  • 조희대 대법원장의 신속·공정 재판 강조 관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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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30일 화요일

공소취소·사전투표·올공을 묶은 장동혁 국민의힘 단 하나 승부수...“법사위 아니면 아무것도 없다"

 

국회 본회의장과 법사위 회의장을 배경으로 법률 문서, 선거 투표함, 올림픽공원 시민 집회 실루엣을 함께 배치한 이미지. 법사위원장 쟁탈전과 공소취소·사전투표 폐지 논쟁을 상징한다.
국민의힘의 법사위원장 사수 전략은 공소취소 특검법 논란,
 사전투표 폐지 법안, 올림픽공원 재선거 요구를 하나의 정치 전선
으로  묶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ghost-news1-chosun


6월 30일 정점식 원내대표는 사실상 “법사위 외에는 없다”는 배수진을 쳤다. 국민의힘 몫으로 법사위원장을 배정하되 민주당이 추천한 인물을 선출하겠다는 제안까지 냈지만 거절됐고, 협상은 결렬됐다. 민주당은 법사위를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단독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전투표 폐지는 아직 사회적 ‘대세’로 확정된 상태라기보다, 국민의힘이 올공 사태를 계기로 제도개혁의 중심 의제로 끌어올리려는 카드이다. 박대출 의원 법안은 사전투표를 없애고 본투표를 이틀로 늘리며 부재자투표를 복원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장동혁 대표는 올공 시민들과 거리를 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들을 “참정권 침해에 항의하는 청년·시민”으로 규정하며 선관위 특검, 재선거, 사전투표 폐지를 함께 요구했다. 반대로 경찰은 개표소 봉쇄와 체육단체 업무방해 가능성을 근거로 수사 방침을 밝혔다. 이 충돌을 “시민 탄압”으로 단정하기보다, 정당한 참정권 항의와 시설 점거·업무방해 논란이 동시에 존재하는 위태로운 경계선으로 잡는 의미가 더 강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싸움은 더 이상 상임위원장 한 자리의 배분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가 사실상 모든 협상 카드를 접고 법사위에만 올인한 이유는 분명하다. 법사위는 이재명 정부의 입법 속도를 늦추거나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제도적 관문이며, 특히 ‘조작기소 특검법’으로 불리는 공소취소 논란 법안의 운명을 가를 핵심 전장이다.

국민의힘은 법사위를 여당이 계속 쥐면, 특검이 이미 진행 중인 사건을 넘겨받아 공소유지 여부까지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길이 열린다고 본다. 민주당은 조작수사·조작기소가 입증된다면 독립 특검이 후속 조치를 판단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야당의 눈에는 그것이 단순한 검찰개혁이 아니라, 정권이 자신을 향한 재판의 결론과 환경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통로로 보인다.

물론 법사위가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을 직접 속개시키는 기관은 아니다. 재판을 다시 열지 여부는 사법부의 몫이다. 그러나 법사위는 재판의 정치적·법률적 토대를 뒤흔들 수 있는 입법을 통과시키거나 멈춰 세울 수 있다. 국민의힘이 말하는 ‘이재명 재판 속개 투쟁’도 법사위에서 판결을 만들겠다는 뜻이 아니라, 재판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의심을 차단하겠다는 정치적 선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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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사전투표 폐지 카드가 연결된다. 국민의힘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사전투표를 없애고 본투표를 이틀로 확대하며 부재자투표를 부활시키는 법안을 꺼냈다. 이것은 아직 국민적 합의로 굳어진 제도가 아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올림픽공원에서 터져 나온 참정권 침해 분노를 ‘사전투표 폐지’라는 제도개혁 요구로 정착시키려 한다. 선관위 특검과 재선거 요구, 사전투표 폐지가 하나의 묶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장동혁 대표의 반격도 이 흐름 안에 있다. 그는 올공 시민들을 단순한 시위대나 폭도로 규정하려는 정치권과 행정권력의 시선에 맞서, 이들을 참정권 침해에 항의하는 시민과 청년으로 호명한다. 동시에 정부와 경찰의 강경 대응을 ‘시민 겁박’으로 규정하며 선관위 특검과 재선거를 요구한다. 다만 개표소 봉쇄와 체육단체 업무방해 논란까지 모두 지워버릴 수는 없다. 바로 그 경계선에서 정권은 질서 회복을 말하고, 야당은 시민 탄압을 말하며, 시민은 선거 신뢰의 붕괴를 말한다.

결국 법사위 쟁탈전은 국회 안의 자리다툼이 아니다. 공소취소 논란을 막겠다는 야당의 사법전, 멈춘 이재명 재판을 다시 묻겠다는 정치전, 사전투표 폐지를 제도 의제로 굳히려는 선거전, 그리고 올림픽공원 시민들의 분노를 제도권 의제로 끌어안으려는 거리의 전쟁이 법사위라는 한 점에 겹쳐 있다.

정점식 원내대표가 던진 승부수는 단순하다. 법사위가 아니면 아무것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단순함 속에는 더 큰 계산이 있다. 법사위를 빼앗기면 공소취소 논란도, 재판 속개 요구도, 선관위 특검과 사전투표 폐지의 제도화도 모두 방어전으로 밀린다. 국민의힘이 법사위에 올인한 것은 상임위원장 한 자리가 아니라, 이재명 정부를 향한 반격의 마지막 제도적 고지를 지키겠다는 선언이다.

법사위 하나가 공소취소·이재명 재판·사전투표 폐지·올공 시민운동을 한 전선으로 묶는 접점이라는 구조로 가는 장면이다. 다만 법사위가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을 직접 재개할 수는 없다. 재판 속개는 법원의 권한이다. 대신 법사위는 ‘조작기소 특검법’처럼 진행 중인 사건의 이첩과 공소유지 여부 판단까지 특검에 맡길 수 있는 입법의 관문이다.  국민의힘이 법사위를 “마지막 보루”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참고문헌

  • 연합뉴스, 「정점식 ‘법사위원장 국힘이 맡되 여당 추천 제안…거절당해’」, 2026년 6월 30일.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 배정을 위해 민주당 추천 인물을 선출하겠다는 제안까지 했다고 밝힌 원 구성 협상 보도.
  • MBC 뉴스, 「민주당 ‘오늘 본회의서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안 먼저 처리’」, 2026년 6월 30일. 민주당이 법사위를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원 구성 협상 보도.
  • 연합뉴스, 「與, ‘檢 조작기소’ 특검법 전격 발의…사실상 공소취소권 부여」, 2026년 4월 30일. 특검이 이첩 사건의 공소유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한 법안 조항과 공소취소 논란을 다룬 보도.
  • MBC 뉴스데스크, 「민주당 ‘조작기소 바로잡을 특검 필요’ vs 국민의힘 ‘셀프 면죄부’」, 2026년 5월 1일.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특검의 공소유지 판단 권한을 두고 충돌한 내용.
  • 연합뉴스, 「국힘, ‘본투표 이틀’ 사전투표폐지법 발의…한동훈도 동참」, 2026년 6월 18일. 박대출 의원이 사전투표를 폐지하고 본투표를 이틀로 확대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경위.
  • 연합뉴스, 「경찰, 잠실시위대에 ‘사법 처리’…장동혁 ‘재선거·특검’」, 2026년 6월 16일.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현장의 대치, 경찰 대응, 장동혁 대표와 국민의힘 인사들의 현장 지원을 다룬 보도.
  • 미디어오늘, 「장동혁, 재선거 더해 사전투표 폐지 주장…거취 묻자 ‘올림픽공원’」, 2026년 6월 7일. 장동혁 대표가 올림픽공원 집회와 재선거 요구, 사전투표 폐지를 함께 언급한 내용.
  • MBC 뉴스, 「장동혁, 6·25 기념식 불참 뒤 ‘올림픽공원’행…‘시민 함성 귀에 맴돌아’」, 2026년 6월 26일. 장동혁 대표가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시위 현장을 계속 찾은 흐름을 확인하는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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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17일 금요일

[대장동 국정조사] 국회가 재판 중인 사건을 국정조사로 다시 재단할 수 있는가

 

국회 청문회장과 법원 판결문을 배경으로 한 대장동 국정조사 논란 이미지
대장동 조작기소 의혹 국정조사는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따지는 자리였지만,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한 입법부 개입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news1

대장동 사건을 둘러싼 국회 청문회는 애초 검찰을 심판하는 무대로 설계된 듯했다. 이름부터가 강했다.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이 명칭만 놓고 보면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검찰은 정치검찰이고, 수사는 조작이며, 기소는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 기획이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청문회가 진행될수록 이 프레임은 뜻밖의 질문을 불러냈다. 정말 검찰이 처음부터 대장동을 조작했는가. 아니면 국회가 지금 진행 중인 재판을 정치적으로 다시 쓰려는 것인가.

16일 열린 대장동·위례신도시·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사건 관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여야는 시작부터 충돌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당시 검찰이 이재명 대통령을 타깃으로 삼아 조작 수사와 기소를 했다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이 국정조사 자체가 삼권분립을 흔드는 “진상 왜곡 국정조사”라고 맞섰다. 청문회장에는 여야가 각각 다른 문구의 팻말을 붙이고 나왔고, 사건의 실체를 따지기보다 정치적 전선을 먼저 세운 장면이 연출됐다.

민주당이 꺼낸 핵심 쟁점은 절차였다. 특히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정식 입건되기 전 압수 관련 조서 등에 ‘피의자’로 기재됐다는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이는 검찰이 처음부터 이재명이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수사를 진행했다는 근거로 제시됐다. 정치적 표적 수사, 기획 수사, 조작 수사라는 표현이 이 대목에서 나왔다. 검찰의 수사권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강력한 권한인 만큼, 절차상 흠결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만약 수사기관이 특정인을 미리 목표로 삼고 증거를 끼워 맞췄다면, 그것은 수사권 남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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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검찰 쪽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은 대장동 수사가 윤석열 정부에서 새로 만들어낸 사건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돼 넘어온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총장 취임 이후 윤석열 당시 대통령과 단 한 차례도 만나거나 통화하거나 문자한 적이 없다고 밝히며, 대통령실 또는 권력의 지시에 따른 기획 수사였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이 주장은 단순한 해명이 아니다. 대장동 수사의 출발점이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다면, “윤석열 정권이 처음부터 만든 조작 수사”라는 정치적 문장은 구조적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 전 총장의 가장 강한 반박은 삼권분립 문제였다. 그는 국정조사가 헌법과 법률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면서, 재판 중인 사건에 입법부가 관여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용 전 부원장 사건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대법원에 무죄 취지 판단을 압박하는 듯한 움직임을 언급하며, 이는 명확히 재판에 관여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이번 국정조사를 두고 “헌법의 삼권분립 원칙과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이 지점에서 문제는 한층 커진다. 국회는 행정부와 수사기관을 감시할 권한이 있다. 검찰 수사가 정치적으로 왜곡됐는지 따져보는 것도 입법부의 역할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의 증거와 증언 신빙성을 국회가 다시 판단하고, 사실상 특정 판결 방향을 압박하는 듯한 모양새가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국정조사는 진실 규명의 도구일 수 있지만, 재판을 대체하는 정치 법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이번 청문회가 단순한 검찰개혁 논쟁을 넘어 헌법 질서 논란으로 번진 이유다.

정영학 녹취록과 수사 보고서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다시 읽힌다. 민주당은 녹취록과 진술이 검찰에 의해 왜곡되거나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반면 수사팀 쪽은 정영학 녹취록, 대장동 사업 관련 자료, 관련자 진술 등 물적·인적 증거가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수사를 계속할 필요가 있었다고 반박한다. 실제로 대장동 사건에서 정영학 녹취록은 오래전부터 핵심 증거 중 하나로 다뤄졌고, 녹음 파일과 관련 보도들은 사건의 실체를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도 주의해야 할 대목이 있다. 녹취록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녹취록 해석에 다툼이 있다고 해서 수사 전체가 조작이 되는 것도 아니다. 재판은 바로 그 중간을 따지는 절차다.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 그 말이 실제 보고나 승인으로 이어졌는지, 진술이 외부 압박으로 바뀌었는지, 돈의 흐름과 행정 결정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법정에서 검증해야 한다. 그런데 국회가 그 판단을 먼저 정치적으로 결론내리려 한다면, 국정조사는 진실 규명이 아니라 재판 흔들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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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청문회의 역설은 여기에 있다. 민주당은 검찰의 조작 수사를 밝히겠다고 나섰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오히려 “국회가 재판 중인 사건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라는 더 큰 질문을 만들어냈다. 검찰이 잘못했다면 밝혀야 한다.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기재, 압박 조사, 진술 유도, 증거 왜곡이 있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그 책임 추궁이 재판부를 향한 정치적 압박으로 보이는 순간, 국민은 검찰보다 국회를 먼저 의심하게 된다.

대장동 사건은 아직 끝난 사건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 측은 정치검찰의 조작 수사라고 주장하고, 검찰과 야권은 대장동 수사는 문재인 정부 때 시작된 비리 의혹의 연장선이라고 반박한다.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는 법정에서 증거로 따져야 한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있다. 재판 중인 사건을 국회가 정치 구호로 덮거나, 반대로 검찰이 절차상 하자를 가볍게 넘기는 것 모두 법치주의에 해롭다.

이번 청문회가 남긴 가장 큰 질문은 그래서 이것이다. 국회는 검찰을 감시하고 있는가, 아니면 법원의 판단 영역을 침범하고 있는가. ‘조작 수사’라는 말이 정치적으로는 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말을 증명하려면 더 엄격한 증거와 절차가 필요하다. 반대로 검찰 역시 “정당한 수사”라는 말만으로 모든 의혹을 덮을 수 없다.

결국 대장동 청문회는 검찰을 향한 공격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국회의 권한 남용 가능성까지 묻는 싸움이 됐다. 조작 수사를 밝히겠다는 국정조사가 스스로 정치 재판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순간, 그 프레임은 역풍을 맞는다. 대장동의 진실은 국회 팻말 위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증거와 기록, 그리고 법정의 판단 속에서만 끝까지 검증될 수 있다.

참고문헌

  • 연합뉴스, “與 ‘정치검찰 조직범죄’·국힘 ‘헌법 파괴’…대장동 청문회 충돌”
  • 뉴시스, “이원석 ‘대장동 수사, 文 정부 잔여 사건…尹과 연락한 적 없어’”
  • 연합뉴스, “이원석 前검찰총장 ‘尹 만나거나 연락 안 해…대장동 정당한 수사’”
  • 한겨레, “이원석 ‘검찰총장 취임 뒤 윤석열과 연락 0번…대장동 정당한 수사’”
  • 뉴스타파, “대장동 X파일: 정영학 음성파일 관련 보도”
  • 오마이뉴스, “이재명 대장동 녹취록 공유…직접 보고 판단해달라”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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