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11일 토요일

이스라엘 ‘홀로코스트 경시’… ”오해”라며 물러선 정부, 이재명 “반성하라” 재반격

 

이재명 대통령과 이스라엘 외무부 간 X 설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외교 충돌 이미지
한국 정부는 “대통령 취지를 오해한 것”이라 했지만, 외신은 이번 논란을 
인권 담론과 허위정보 공방이 맞부딪힌 외교 충돌로 해석했다./politico



이번 사안을 한국 정치권의 공방으로만 보면 핵심이 흐려진다. 외신 시각에서 이번 논란은 훨씬 단순하다. 한국 대통령이 올린 게시물을 두고 이스라엘이 “허위정보를 증폭시켰다”고 반발했고, 서울은 “대통령 취지를 오해한 것”이라고 맞섰으며, 이재명 대통령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스라엘이 오히려 세계적 비판을 돌아봐야 한다고 재반격했다는 것이다. 즉, 외신은 이를 실수 해명 정도가 아니라 본격적인 온라인 외교 충돌로 다루고 있다. 


한국 정부가 내세운 논리는 분명하다. 외교부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특정 사안에 대한 편향적 판단이 아니라, “보편적 인권에 대한 소신의 표현”이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한국 정부는 테러를 포함한 모든 폭력과 반인도적 행위에 반대하며, 국제인도법과 인권은 예외 없이 지켜져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홀로코스트로 인한 유대인들의 고통에도 깊이 공감하며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즉, 정부는 이번 논란을 반이스라엘 메시지가 아니라 인권 보편론으로 재정의하려 한 셈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반박은 훨씬 더 직접적이고 감정선도 강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홀로코스트 추모일 전야에 유대인 학살을 가볍게 다룬 것이라고 규정하며 “받아들일 수 없고 강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또한 문제의 영상이 2024년 사건을 현재 일처럼 왜곡한 계정에서 유래했고, 그 계정은 반이스라엘 허위정보를 퍼뜨리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이스라엘 측은 해당 사건이 이미 조사와 조치를 거친 사안이라고 강조하면서, 왜 대통령이 이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무장세력이나 최근 이란·헤즈볼라의 공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외신은 바로 이 지점을 두고 이스라엘이 단순 사실 정정이 아니라 정치적 편향성까지 문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물러서지 않았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이스라엘이 전 세계의 인권·국제법 비판을 단 한 번도 성찰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며 실망을 표시했다. AFP 계열 보도는 이를 두고 한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반인권적·반국제법적” 행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공개적으로 상기시킨 것이라고 정리했다. 결국 이번 사건은 정부가 수습하고, 대통령이 다시 정면 비판하면서 봉합보다 확전의 그림을 만든 셈이다. 


사실관계 차원에서 보면, 문제의 영상이 완전히 허구라고 보긴 어렵다. 다만 현재 전쟁 장면처럼 소비된 것이 문제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로이터와 AP는 2024년 9월 요르단강 서안 카바티야에서 이스라엘군이 건물 옥상 위의 시신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아래로 밀어 떨어뜨리는 장면이 포착됐고, 당시 이스라엘군도 이를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보도했다. 다시 말해 영상의 원형은 실제로 국제보도에 실린 사건과 연결되지만, 이번 논란의 핵심은 그것이 언제의 사건인지, 어떤 맥락인지, 어떤 언어로 소환됐는지에 있다. 


그래서 이번 사태는 양쪽 다 자기 논리를 갖고 있다. 서울은 “인권 원칙”을, 이스라엘은 “허위 맥락과 홀로코스트 경시”를 내세운다. 그러나 국가 정상의 언어는 시민운동가의 문제 제기와 다르다. 인권의 문제의식이 아무리 옳아도, 출처와 시점, 비유의 수위가 불안정하면 외교 문법에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반대로 이스라엘 역시 모든 비판을 허위정보와 반유대주의로만 몰아붙이면 국제사회의 정당한 문제 제기까지 차단한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외신이 이번 사건을 흥미롭게 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누가 더 도덕적인가의 싸움이 아니라, 누가 더 설득력 있게 국제 여론을 점유하느냐의 싸움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파문은 한국 정부가 말한 “오해” 한마디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이미 외신은 이를 대통령의 인권 메시지와 이스라엘의 강경 반발이 충돌한 외교 사건으로 기록하고 있다. 대통령이 진짜 말하고 싶었던 것이 인권이었다면, 다음부터는 더 정교한 사실 확인과 더 엄밀한 비유가 필요하다. 외교는 취지로만 평가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점에서 이번 논란은, 이재명 정부가 앞으로 세계 분쟁을 어떤 언어로 다룰 것인지 시험대에 오른 첫 장면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참고문헌(References)


  • Yonhap News Agency, Foreign ministry regrets Israel’s ‘misunderstanding’ of President Lee’s Middle East remarks, 2026.4.11.  
  • The Korea Times, Foreign ministry regrets Israel’s ‘misunderstanding’ of President Lee’s Middle East remarks, 2026.4.11.  
  • Asharq Al-Awsat / AFP, South Korea President Clashes with Israel on Rights, Disinfo Claims, 2026.4.11.  
  • Anadolu Agency, Tel Aviv criticizes South Korean president for sharing video of Palestinian child allegedly abused by Israeli soldiers, 2026.4.11.  
  • Reuters, Israel investigates after videos show soldiers pushing bodies off West Bank roof, 2024.9.20.  
  • AP, Israeli soldiers pushed 4 apparently lifeless bodies from roofs during a West Bank raid, 202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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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10일 금요일

李 ‘이스라엘 영상 정치’, 왜 최악수인가… 동맹국 다 건드린 외교 참사

 

이재명 대통령의 가자지구 영상 공유 논란과 이스라엘 외무부 반발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외교 갈등 이미지
사실 확인이 끝나지 않은 전쟁 영상을 국가 수반이 직접 공유하고 홀로코스트·위안부
 문제까지 연결하면서 외교 리스크가 급격히 커졌다는 비판이 나온다./news1

국가 지도자의 말은 개인 SNS 감상이 아니라 외교 그 자체다. 그래서 더 치명적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단순히 “표현이 과했다”는 수준이 아니다. 먼저 사실관계부터 흔들린다. 2024년 9월 요르단강 서안 카바티야에서 촬영된 영상은, 로이터와 AP 보도 기준으로 이스라엘군이 작전 도중 사망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시신을 옥상 아래로 떨어뜨리는 장면으로 알려졌다. 당시 보도는 충격적인 장면 자체를 문제 삼았지만, “아동을 고문한 뒤 던졌다”는 식의 확인된 사실로 정리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런 장면을 지도자가 별도 검증 없이 ‘아동 고문’ 프레임으로 확장해 버리면, 국내 정치 메시지는 될지 몰라도 외교 문법으로는 매우 위험한 발화가 된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스라엘에 대해 홀로코스트를 소환하는 순간, 이 사안은 중동 비판을 넘어 이스라엘 국가 정체성의 심장을 찌르는 문제가 된다. 실제로 브라질 룰라 대통령이 가자 전쟁을 히틀러와 유대인 학살에 비유했을 때, 이스라엘은 즉각 “용납할 수 없는 선을 넘었다”며 강력 반발했고, 룰라를 사실상 기피 인물로 선언하는 수준까지 갔다. AP는 당시 네타냐후가 “red line을 넘었다”고 했다고 전했고, 로이터 역시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룰라를 “persona non grata”로 취급하겠다고 밝힌 사실을 보도했다. 즉, 이 사안에서 홀로코스트 비유는 국제사회 일반의 수사법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외교적 금선이다. 




여기에 위안부 문제까지 끌어오면, 파장은 중동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일본 보수층은 한국이 국제 현안을 자국 과거사와 엮어 다시 도덕 프레임을 씌운다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도 자유롭지 않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단순 우방이 아니라 안보·외교·국내정치가 강하게 결속된 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대통령이 사실관계가 논란인 영상을 토대로 이스라엘을 정면 비난하고, 그것을 유대인 학살과 병치하는 메시지를 던지면, 한국은 불필요하게 워싱턴의 외교 피로도를 키우게 된다. 당장 무슨 보복이 없더라도, 통상·방위비·대북 공조처럼 민감한 사안에서 “왜 한국이 이런 리스크를 스스로 만들었느냐”는 질문을 부르게 된다. 이게 조응천류 비판이 단순한 정치공세로 끝나지 않는 이유다. 


외교는 정의감의 과시가 아니라 정확성의 예술이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를 우려하고, 이스라엘군의 과잉행동을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더더욱 사실관계 검증 위에서 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가 수반이 확인되지 않은 해석을 직접 실어 나르고, 홀로코스트와 위안부까지 한 문장에 묶어버렸다면, 그 순간 메시지는 인권의 호소가 아니라 외교적 자해가 된다. 실익은 불분명한데, 잃는 것은 분명하다. 국내 지지층 환호 몇 시간과 맞바꾸기엔, 동맹의 신뢰와 국가의 격이 너무 비싸다. 


참고문헌

  • Reuters, Israel investigates after videos show soldiers pushing bodies off West Bank roof, 2024.9.20.
  • AP, Israeli soldiers pushed 4 apparently lifeless bodies from roofs during a West Bank raid, 2024.9.20.
  • Reuters, Brazil’s Lula unwelcome in Israel until he retracts Holocaust remarks, 2024.2.19.
  • AP, Israel says Brazil’s president unwelcome until he apologizes for comparing Gaza war to the Holocaust, 2024.2.19.
  • The Korea Times, President shares video alleging Israeli soldiers abused Palestinian child, 2026.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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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9일 목요일

美, '비협조국'에서 미군 빼는 방안... 유럽 NATO 국가 이어 한국 미군 철수 검토?

 

트럼프와 NATO 지도, 그리고 주한미군 기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안보 긴장 이미지
트럼프 행정부의 유럽 내 미군 재배치 검토 보도가 나오면서, 한국도 직접 철수 대상은
 아니더라도 동맹 비용과 안보 기여를 둘러싼 압박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myind

트럼프식 동맹정치가 다시 본색을 드러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전에서 미국을 적극 돕지 않았다고 판단한 NATO 국가들에 대해, 미군을 더 협조적인 국가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페인·독일·이탈리아 같은 나라에서 병력을 빼고 폴란드·루마니아·리투아니아·그리스 같은 곳으로 재배치하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됐다. Reuters도 트럼프가 최근 NATO 탈퇴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동맹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고 전했다.

중요한 것은 이 보도가 단순한 유럽 뉴스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은 보도상 직접 표적은 아니지만, 트럼프는 이미 공개 석상에서 “한국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하며 주한미군을 끌어들였다. 그는 한국 옆에는 핵무장을 한 북한이 있고 미국 병력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숫자부터 사실과 달랐다. 문제는 정확한 숫자가 아니라 메시지다. 트럼프는 동맹을 가치 공동체가 아니라, 위기 때 얼마나 돈과 행동으로 응답했는지를 따지는 거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를 다시 던진 셈이다.



그래서 한국에 튈 불똥은 ‘즉각 철수’보다 더 현실적인 방식으로 올 가능성이 크다. 첫째는 방위비 분담 압박이다. 둘째는 호르무즈나 대중 견제 같은 미국 우선 과제에 더 적극적으로 기여하라는 요구다. 셋째는 주한미군의 임무를 한반도 방어에만 묶지 않고, 더 넓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부로 돌리는 ‘전략적 유연성’ 압박이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의 조기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미 국방전략도 동맹의 부담 분담을 핵심 기조로 내세우고 있다.

결국 이번 외신 보도의 본질은 “한국 미군 철수 확정”이 아니다. 더 무서운 것은 그보다 앞선 단계, 즉 동맹의 가격표를 다시 매기겠다는 워싱턴의 분위기다. 유럽에서 시작된 재배치 검토가 한국에는 방위비 청구서, 해상안보 기여 압박, 대중 견제 동참 요구로 번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불똥은 튄 것이다. 서울이 지금 봐야 할 것은 ‘철수’라는 자극적 단어 하나가 아니라, 트럼프식 세계관이 한미동맹을 어떤 방식으로 다시 계산하고 있는가다.

참고문헌(References)

  • The Wall Street Journal, “Trump Team Explores Punishment for NATO Countries That Didn't Support Iran War,” 2026년 4월 9일.
  • Reuters, “Trump says U.S. strongly considering NATO exit,” 2026년 4월 1일.
  • Reuters, “Can Trump pull the U.S. out of NATO?”, 2026년 4월 1일.
  • Reuters, “NATO chief says some European allies were tested and failed in Iran war,” 2026년 4월 9일.
  • Yonhap News Agency, “Trump says S. Korea ‘not helpful,’ cites U.S. troops near ‘nuclear force’ on peninsula,” 2026년 4월 2일.
  • Korea JoongAng Daily, “Trump says Korea ‘not helpful,’ cites U.S. troops near ‘nuclear force’ on peninsula,” 2026년 4월 2일.
  • Reuters, “South Korea’s Lee to pursue wartime command, selective conscription,” 2026년 3월 27일.
  • U.S. Department of Defense, “2026 National Defense Strategy,” 2026년 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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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욱 전 수원지검장은 “보복 행위” ... 박상용 검사 부친은 “아들 그만 괴롭혀라”

 

홍승욱 전 수원지검장과 박상용 검사 논란을 상징하는 법정·국회 이미지
홍승욱 전 수원지검장의 공개 반박과 박상용 검사 부친의 언론 호소가 맞물리며,
 대북송금 수사 논란은 검찰 내부를 넘어 정치와 가족의 전면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nate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를 둘러싼 후폭풍이 다시 거세졌다. 4월 9일 홍승욱 전 수원지검장은 입장문을 내고 박상용 검사에 대한 감찰과 수사를 두고 “명백한 보복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는 당시 수사팀이 자신의 책임 아래 정치적 고려 없이 움직였다고 주장했고, “정치권력의 힘으로 진실을 덮으려는 것이야말로 조작이고 은폐”라고 맞받았다. 같은 날 2차 종합특검은 박상용 검사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했다고 밝혔다. 한 사람의 검사 문제가 아니라, 과거 수사 전체의 정당성을 둘러싼 정면충돌로 판이 커진 것이다.

이미 박상용 검사는 정치권 한복판에 서 있었다. 그는 4월 3일 국회 국정조사 특위에서 증인선서를 거부한 뒤 퇴장했고, 이후 “위헌·위법적 절차”라는 취지로 반발했다. 4월 7일에는 국민의힘이 별도로 마련한 청문회에 참석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며, 여야의 충돌은 더 격화됐다. 민주당은 진술 회유와 조작 기소 의혹을 밀어붙였고, 국민의힘은 오히려 “숙청” 프레임으로 맞섰다. 결국 이 사건은 법리 다툼을 넘어, 누가 수사를 정치화했는가를 놓고 서로를 겨누는 권력투쟁의 상징이 됐다.



여기에 박 검사 부친까지 언론에 등장하면서 상징성은 더 커졌다.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박 검사 부친은 “자기 일 한 게 죄냐”, “아들 그만 괴롭혀라”고 말하며 건강과 신변을 걱정한다고 호소했다. 박 검사 개인의 해명 국면이 이제는 가족의 절박한 방어전으로 확장된 셈이다. 검찰과 정치권의 충돌이 계속될수록, 사건은 법정 기록보다 감정과 프레임이 더 크게 소비되는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

핵심은 단순하다. 만약 박상용 검사에게 진짜 위법이 있었다면 특검과 감찰이 증거로 입증하면 된다. 반대로 과거 수사가 정치적 이유로 뒤집히는 것이라면, 그 역시 그 자체로 중대한 사법 훼손이다. 문제는 지금 한국 정치가 진실을 가리기보다, 자기 진영에 유리한 장면만 확대 재생산하는 데 더 익숙해 보인다는 점이다. 그래서 홍승욱의 입장문도, 박상용 부친의 호소도, 결국 같은 질문으로 모인다. 지금 무너지는 것은 한 검사 개인의 운명이 아니라, 수사와 정치의 최소한의 경계선 아니냐는 것이다.


참고문헌(References)

  • MBC, 「쌍방울 수사 당시 수원지검장 "정치권력이 진실 덮으려는 것이야말로 조작이고 은폐"」, 2026년 4월 9일.
  • 법률신문, 「종합특검, 박상용 검사 출국금지…홍승욱 전 수원지검장 "명백한 보복행위"」, 2026년 4월 9일.
  • 경향신문, 「종합특검, ‘대북송금 수사’ 박상용 검사 피의자 입건·출국금지」, 2026년 4월 9일.
  • 한겨레, 「법무장관, ‘진술 회유 의혹’ 박상용 검사 직무정지」, 2026년 4월 6일.
  • 한겨레, 「‘이화영 진술 회유 의혹’ 박상용, 국조 증인선서 거부…“위헌·위법적 절차”」, 2026년 4월 3일.
  • 연합뉴스TV, 「민주, '3차 녹취' 공개…국힘, 박상용 불러 '단독 청문회'」, 2026년 4월 7일.
  • 일요신문, 「[단독] 박상용 검사 아버지 “자기 일 한 게 죄냐…아들 그만 괴롭혀라”」, 2026년 4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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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왜 부산 북구갑인가...낙하산 반감, 보수 분열 피로, 전국정치 재기 무대 논란

 

부산 북구갑 출마설이 도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지자와 취재진에 둘러싸인 장면
한동훈의 부산 북구갑 행보는 단순한 출마설이 아니라 보수 재편과
 지역 반발이 동시에 얽힌 정치 이벤트로 커지고 있다./reuters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둘러싼 부산 북구갑 출마설은 이제 단순한 하마평 수준을 넘어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8일 북구갑 당협위원장인 서병수 전 의원과 만나 지역 분위기와 출마 명분을 점검했고, 서 전 의원은 “출마하면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현재 표현은 “출마 확정”보다 북구갑으로 강하게 기운 상태가 더 정확하다. 아직 공식 선언은 남아 있다.

그런데 이 문제를 단순히 “한동훈이 부산으로 내려간다” 정도로 보면 핵심을 놓친다. 왜 하필 북구갑이냐. 첫째,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의 부산시장 출마가 현실화되면 이곳은 보궐선거가 열릴 가능성이 큰 자리다. 둘째, 북구갑은 부산에서 민주당이 상징적으로 버틴 드문 지역이라, 여야 모두 전국급 인물을 올릴 명분이 있다. 셋째, 한동훈 개인에게 이곳은 안전지대가 아니라 재기의 뉴스가 되는 격전지다. 이기면 “돌아왔다”가 되고, 지더라도 전국 정치의 중심에 다시 선다. 그래서 북구갑은 지역구가 아니라 정치적 무대가 된다.

경쟁 구도도 단순하지 않다. 민주당 쪽에서는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 차출론이 공개적으로 나왔고, 정청래 대표가 직접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공식화됐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은 하 수석에게 “작업 넘어가면 안 돼”라고 공개 발언하며 미묘한 거리도 뒀다. 이 때문에 최종 대진표는 아직 유동적이지만, 정치권에선 이미 한동훈 대 하정우, 또는 한동훈 대 조국 가능성까지 함께 거론하고 있다. 부산일보가 전한 여론조사에선 조국 대표가 한동훈 전 대표를 앞서는 수치도 나왔다.

여기서 “부산민심 발칵?”이라는 부제가 왜 붙느냐를 봐야 한다. 이 표현은 부산 전체가 한동훈을 싫어한다는 뜻으로 읽으면 과장이다. 주간경향 르포는 오히려 북구갑 현장이 아직 완전히 달아오른 상태가 아니며, 구포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도 한동훈 방문 뒤 반응이 갈렸다고 전했다. 즉, 실제 민심은 일방적 분노보다 혼합 상태에 가깝다. 그런데도 “발칵”이라는 말이 붙는 이유는 정치권이 뒤집히기 때문이다. 북구갑이 지역대표를 뽑는 선거가 아니라, 거물 정치인의 재기전과 보수 재편의 시험장이 되는 순간 지역은 피로해진다.

부산에서 특히 불편하게 보는 지점은 첫째 낙하산 이미지다. 시사IN과 현지 르포를 종합하면, 한동훈은 부산과 대구를 저울질하는 모습으로 비쳤고, 이것이 “정말 북구갑을 위해 오느냐, 아니면 국회 복귀용 발판을 찾느냐”는 반감을 만든다. 지역민 입장에서는 자기 동네가 정치인의 재기 플랫폼처럼 보이면 곱게 보기 어렵다. ‘부산민심 발칵’의 핵심은 한동훈 개인의 호오보다 지역을 고르는 태도에 대한 불쾌감에 있다.

둘째는 국민의힘 자체에 대한 실망과 분열 피로다. CBS 노컷뉴스 르포는 북구갑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 국민의힘을 향한 싸늘한 반응과 “누가 나와도 힘들 것”이라는 정서를 전했다. 한동훈은 이미 1월 국민의힘 최고위 의결로 제명된 인물이다. 그런 그가 북구갑에 뛰어들면, 선거는 민주당 대 국민의힘이 아니라 당 밖 한동훈 대 당 안 국민의힘, 혹은 보수 분열 선거로 읽힐 수 있다. 부산 보수 유권자들이 이 지점에서 가장 피곤해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셋째는 이름값에 비해 승부가 아직 안전하지 않다는 점이다. 부산일보와 뉴스토마토 등이 인용한 북구갑 가상대결 조사에선 조국 대표가 한동훈 전 대표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결과가 나왔다. 부동층이 적지 않아 판세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한동훈이 오면 무조건 이긴다”는 분위기는 아니다. 큰 이름이 내려왔는데도 판이 쉽게 안 열리면, 지역에선 기대보다 회의가 먼저 쌓인다. 이 또한 ‘발칵’의 재료가 된다.



국민의힘과의 관계도 이 선거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한동훈은 제명 이후 “반드시 돌아온다”고 했지만, 현재 제도적으로는 당 바깥 인사다. 그런데도 서병수 전 의원처럼 지역 기반 인사가 도움 의사를 밝히고, 친한계는 부산행을 유력하게 본다. 반면 친윤계와 당 지도부로선 한동훈의 등장이 당 주도권을 흔드는 변수다. 부산일보가 전한 박수영 의원과의 여론조사 충돌도 단순 해프닝이 아니라, 북구갑을 둘러싼 보수 진영 내부의 신경전으로 읽힌다.

결국 이 선거의 본질은 이렇다. 한동훈은 북구갑을 통해 국회 재입성과 전국 정치 복귀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민주당은 하정우든 다른 거물이든 맞불 카드를 세워 이를 전국급 대결로 키우려 한다. 그런데 가장 난감한 쪽은 오히려 국민의힘이다. 한동훈이 북구갑에서 존재감을 키우면 당 밖 보수 구심점이 생기고, 반대로 꺾이면 보수 재편 동력도 약해진다. 그래서 북구갑은 지역 보선이 아니라 보수의 소유권을 다시 묻는 전장이 되고 있다. “부산민심 발칵?”이라는 말은 결국 한동훈 한 사람에 대한 호불호보다, 부산이 또다시 중앙정치의 무대로 소비되는 장면에 대한 경계심을 뜻한다.

참고문헌(References)

  1. 연합뉴스, 한동훈·서병수 회동 및 부산 북구갑 출마 가능성 보도.
  2. 주간경향, 부산 북구갑 현장 르포와 주민 반응.
  3. 연합뉴스, 한동훈 제명 확정 관련 보도.
  4. 연합뉴스, 하정우 부산 북구갑 차출론 공식화 보도.
  5.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하정우 차출설 공개 언급.
  6. CBS 노컷뉴스, 북구갑 시장 민심 르포.
  7. 부산일보, 북구갑 여론조사와 한동훈 측 반발 보도.
  8. 뉴스토마토, 북구갑 가상대결 여론조사 상세.
  9. 국제신문, 북구갑 보궐 여론조사 관련 보도.
  10. 시사IN, 한동훈 부산 출마 관측과 지역 반감 분석.

Socko/Ghost 

트럼프는 부담스럽고 마크롱은 편하다… 이재명 외교의 안전한 무대

 

한국을 국빈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의 정상회담 장면을 상징하는 이미지
마크롱 방한은 한불 협력 이벤트이면서도, 국내에서 흔들리는 지도자들이
 국제무대에서 권위를 보강하는 정치의 장면으로 읽힌다./yonhap-koreaherald

에마뉘엘 마크롱의 이번 방한은 단순한 국빈 이벤트가 아니었다. 마크롱은 4월 2~3일 한국을 찾아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방산, 에너지, 핵연료망, 반도체, 양자기술 협력 확대를 논의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중동 전쟁 충격 속에서 두 정상은 해상 수송로 안정과 공급망 대응까지 함께 거론했다. 겉으로 보면 한불 협력의 격상이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보면 이 장면은 국내에서 상처 입은 두 지도자가 국제무대에서 서로의 무게를 보강하는 순간에 더 가까웠다.

왜 프랑스에서 마크롱이 욕을 먹느냐는 질문엔 숫자가 먼저 답한다. 엘라브 4월 조사에서 마크롱에 대한 신뢰는 23%에 그쳤다. 오독사 조사에선 프랑스인의 83%가 마크롱의 지난 10년 경제 성과를 “실패”로 평가했고, 구매력과 연금, 성장, 세금 문제에서도 부정 평가가 압도적이었다. 같은 시기 오독사는 연료비 급등 국면에서 프랑스인 10명 중 8명이 “노란조끼식 분노” 재연 가능성을 예상한다고 전했다. 프랑스에서 마크롱은 국제 뉴스 속 세련된 전략가이기 전에, 삶의 비용을 잡지 못한 대통령으로 읽히고 있는 셈이다.

로이터도 비슷한 맥락을 짚었다. 2027 대선을 앞둔 프랑스 지방선거 해설에서 로이터는 마크롱의 두 차례 비인기 집권이 중도 진영을 약화시켰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프랑스 정부는 큰 재정적자 속에서도 2030년까지 국방비를 360억 유로 더 늘리겠다고 밝혔고, 연료세 추가 수입은 늘어난 차입 비용과 보조금 지출에 상쇄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다시 말해 마크롱은 바깥으로는 “전략 자율”을 말하지만, 안으로는 경제·재정·민심의 삼중 압박을 받는 지도자다.

그런 마크롱이 왜 서울에서는 환영받느냐.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지금 아시아에서 트럼프식 압박 외교의 대안처럼 보이는 몇 안 되는 서방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르몽드는 이번 일본·한국 순방에서 마크롱이 미국 일변도와 중국 편입 사이의 “제3의 길”을 설파했다고 전했다. 프랑스는 핵보유국이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며, 독자 군사력과 산업 기반을 가진 나라다. 그러니 마크롱은 국내에서 욕을 먹어도 해외에선 여전히 ‘활용 가능한 파트너’로 보인다. 특히 호르무즈 충격과 공급망 불안이 겹친 한국에선 더 그렇다.

이재명에게 이 무대는 더욱 유용하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트럼프를 무서워해 못 만난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관계상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8월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했고, 이후에도 접촉을 이어갔다. 따라서 더 정확한 해석은, 이재명 외교가 트럼프와의 정면충돌 무대보다 룰라, 싱가포르, 중국, 마크롱 같은 중간 권력의 장면에서 더 안정적으로 존재감을 연출해왔다는 쪽이다. 실제로 이재명은 2월 룰라와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했고, 3월엔 싱가포르와 필리핀을 방문했으며, 1월에는 중국 국빈 방문도 했다. 마크롱 방한은 이 흐름 위에 놓여 있다.



이게 성격 탓이냐, 배경 탓이냐를 굳이 나누자면 둘 다다. 성격 차원에선 트럼프 같은 인물과의 외교는 한 번의 문장, 한 번의 표정, 한 번의 양보가 모두 국내 정치 리스크로 되돌아온다. 배경 차원에선 한국은 안보를 미국과 분리할 수 없지만, 동시에 중국·중동·유럽과의 공급망과 수출 관계도 버릴 수 없다. 그래서 이재명 정부가 마크롱이나 룰라처럼 “미국과 적대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의 그림자만 밟지 않는” 지도자들과 자주 손을 잡는 것은 일종의 구조적 선택으로 읽힌다. 다만 그 선택이 멋있어 보인다고 해서 강한 외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건 전략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더 거친 결단의 순간을 미루는 우회일 수도 있다. 이 마지막 평가는 해석의 영역이다.

그래서 이번 마크롱 방한의 본질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마크롱은 이미 신뢰가 닳아버린 대통령이지만, 서울에서는 여전히 사진이 되는 대통령이다. 그리고 이재명에게 그 사진은 단순한 외교 기록이 아니라 국내 정치의 빈칸을 메우는 장치다. 문제는 국제정치의 사진이 국내 정치의 실력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파리에서조차 설득력을 잃어가는 지도자에게서 서울이 빌릴 수 있는 것은 잠깐의 분위기뿐이다. 권위는 빌릴 수 있어도, 신뢰까지 수입할 수는 없다.

참고문헌(References)

  1. Reuters, “South Korea to host French President Macron for April 2-3 state visit,” 2026-03-13.
  2. Reuters, “South Korea, France agree to deepen defence and energy ties amid Middle East conflict,” 2026-04-03.
  3. AP, “French and South Korean leaders say they'll work together on the Strait of Hormuz,” 2026-04-04.
  4. Elabe, “L’Observatoire politique - Avril 2026.”
  5. Odoxa, “83% des Français jugent que le bilan économique d'Emmanuel Macron depuis 10 ans est un échec,” 2026-04-02.
  6. Odoxa archive, “Hausse des prix du carburant : 8 Français sur 10 anticipent un mouvement de type gilets jaunes,” 2026-04-02.
  7. Reuters, “What does it mean for 2027? Five takeaways from local French elections,” 2026-03-23.
  8. Reuters, “France plans 36 billion euro boost to rearmament, nuclear deterrent expansion,” 2026-04-08.
  9. Reuters, “Rising debt costs wipe out French fuel tax windfall, minister says,” 2026-04-03.
  10. Le Monde, “In Japan and South Korea, Macron advocates for a ‘third way’,” 2026-04-04.
  11. Reuters, “South Korea and Brazil agree to expand cooperation in key minerals, trade,” 2026-02-23.
  12. Reuters, “South Korea's Lee to visit Singapore and the Philippines from March 1-4,” 2026-02-27.
  13. Reuters, “South Korean president Lee arrives in Beijing state visit,” 2026-01-04.
  14. Reuters, “South Korea’s Lee, Trump to hold August 25 summit,” 2025-08-12, and “Lee praises Trump, hopes U.S. can resume North Korea dialogue,” 202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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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조 추경, 왜 국민 통장은 더 불안한가… 김어준이 꺼낸 ‘피싱 공포’

 

스마트폰 피싱 경고 화면과 국회 예산 심사 이미지를 겹쳐 보여주는 민생 불안 상징 사진
수십 조 원의 추경보다 더 직접적인 민생 위기는 국민 통장을
 노리는 보이스피싱과 디지털 사기일 수 있다./news1

이재명 정부가 26조2000억 원 규모의 추경을 들고 나왔다. 명분은 분명하다. 중동 전쟁 충격, 고유가, 고물가, 공급망 불안, 그리고 민생 방어다. 정부는 산업 피해 최소화와 공급망 안정에 2조60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설명한다. 수출바우처를 늘리고, 정책금융을 풀고, 에너지 전환에도 돈을 넣겠다는 구상이다. 숫자만 보면 거대한 방파제다. 그러나 국민이 매일 체감하는 위기는 늘 국제 유가 그래프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휴대전화 한 통, 문자 하나, 링크 하나로 통장이 털리는 세상이라면, 그 사회의 민생은 이미 다른 곳에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4월 9일 아침 김어준 방송에서 보이스피싱 문제가 다시 의제로 올라온 것도 그래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공개 검색으로 확인되는 범위 안에서도 이날 방송에는 박기태·홍정민 변호사가 출연했고, 관련 인터뷰 안내문에는 박기태 변호사가 보이스피싱 전문 변호사로 소개됐다. 정치가 거대한 추경과 거시경제를 말하는 사이, 시민들은 훨씬 더 미시적이고 직접적인 공포 속에 산다. “국가 경제가 흔들린다”는 말보다 “내 통장이 오늘 털릴 수 있다”는 불안이 훨씬 빠르고 깊게 사람을 압박한다.


물론 정부는 성과를 말한다. 실제로 경찰청과 관계 부처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 출범 이후 2025년 10월부터 2026년 2월까지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와 피해액이 줄었다고 발표했다. 2월 1일부터는 1394를 통합 신고 대표번호로 운영하고, 금융위도 신종 스캠과 대포계좌 대응, 제도 정비, 법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감소세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감소세와 안심은 같은 말이 아니다. 2025년 연간 피해액이 1조1330억 원에 달했다는 점은, 이 범죄가 이미 단순한 생활범죄가 아니라 사실상 사회 인프라를 갉아먹는 경제 전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번 추경의 우선순위를 다시 물어야 한다. 국민에게 쿠폰을 뿌리고 유가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디지털 사기와 피싱 범죄를 방치한 채 “민생 회복”을 말하는 것은 절반짜리 정책이다. 한쪽 손으로 지원금을 쥐여주고, 다른 한쪽에서는 범죄 조직이 그 돈을 낚아채 가는 구조라면, 국가는 지출만 하고 보호는 하지 못하는 셈이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추경의 정치적 속도가 아니라, 국민 자산 방어의 행정적 속도다.

특히 피싱은 이제 단순한 전화사기가 아니다. 문자, 메신저, 가짜 사이트, 대환대출 유인, 수사기관 사칭, 가족 사칭, 투자 미끼, 택배와 환급을 가장한 링크까지 일상 전반으로 파고든다. 이 범죄는 서민을 가장 먼저 노리지만, 결국 사회 전체의 신뢰 비용을 폭증시킨다. 낯선 전화는 모두 의심해야 하고, 공공기관 안내 문자도 먼저 링크를 의심해야 하며, 금융 안내는 진짜인지 다시 확인해야 하는 사회는 이미 정상적인 거래 질서가 무너진 사회다. 경제를 살린다는 말은 바로 이 신뢰 질서를 복원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 추경이 진짜 민생 추경이 되려면, 첫째 현금성 지원 못지않게 피해 예방 인프라에 돈이 들어가야 한다. 통신사·플랫폼·금융사 실시간 차단 체계, 이상거래 탐지 고도화, 고령층과 취약층 대상 현장 교육, 경찰·금감원·통신당국 공조 인력 확충 같은 항목은 보여주기 어려워도 실제 효율은 훨씬 클 수 있다. 둘째, 피해 구제 속도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피싱은 예방보다 초동 대응 시간이 더 치명적이다. 몇 시간, 아니 몇 분 늦으면 돈은 사라진다. 셋째, 정부와 정치권은 이 문제를 “개별 범죄”가 아니라 “민생 체감 치안”의 핵심 지표로 다뤄야 한다.

정치는 늘 큰 숫자를 좋아한다. 몇 조 원, 몇 퍼센트, 몇 만 명 지원. 그러나 시민은 거대한 예산서보다 자기 휴대전화 화면에서 국가의 유능함을 먼저 체감한다. 모르는 번호 한 통이 공포가 아니게 만드는 것, 수상한 문자 하나가 바로 차단되는 것, 피해가 생겼을 때 즉시 구제 절차가 작동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민생 국가의 실제 얼굴이다. 이재명 정부의 26조 추경이 진짜 삶을 지키는 예산이 되려면, 국제유가만 볼 것이 아니라 국민 통장을 노리는 디지털 범죄부터 잡아야 한다. 민생은 유가만이 아니라, 링크 하나에도 무너진다.

참고문헌

  1.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6년 추가경정예산안 마련」, 2026.03.31.
  2. 뉴시스, 「[전문]이재명 대통령 202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문」, 2026.04.02.
  3.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전쟁 추경’으로 산업 피해 최소화…공급망 안정 등에 2.6조 원 투입」, 2026.04.09.
  4. 한겨레, 「‘전쟁 추경’에 3조원 증액한 국회…박홍근 “국채 발행하자는 뜻인지 신중 검토”」, 2026.04.09.
  5. 금융위원회, 「당정,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 추진상황 점검」, 2025.12.30.
  6. K-공감/경찰청 인용, 「보이스피싱 31.6% 줄었다 통합대응단 출범 6개월」, 2026.04.02.
  7. 금융위원회, 「‘7대 비정상’ 중 하나인 보이스피싱 범죄 척결 가속화」, 2026.03.26.
  8. 금융위원회, 「정부의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강력 대응 결과」, 2026.04.09 확인.
  9. 유튜브/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2026.04.09 방송 목록 및 검색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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