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일 월요일

선거감시단인가 정치폭탄인가…모스 탄은 한국 사법당국의 손을 기다리고 있었나

 

모스 탄 전 미국 대사의 한국 입국과 출국정지 수사 논란을 상징한 정치 뉴스 이미지
모스 탄 전 미국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의 방한은 부정선거론,
 이재명 대통령 관련 허위 의혹, 경찰·검찰 수사, 한미 정치 갈등
가능성이 얽힌 논란으로 커지고 있다./ghostimages


한국에 들어왔다. 선거 전야의 한국, 부정선거 논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의 보수 결집,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각종 의혹이 한데 엉켜 있는 시점이었다. 우연이라기에는 무대가 너무 정교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모스 탄이 무엇을 알고 있느냐가 아니다. 더 정확히는 그가 무엇을 알고 있다고 말하고, 그 말을 한국 정치권과 사법당국이 어떻게 받아치게 만들었느냐에 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의 청소년 시절 의혹, 이른바 소년원 수감설, 안동댐 관련 괴담성 주장, 부정선거론을 둘러싼 한국 우파 일부의 기대를 등에 업고 들어왔다. 이 주장들은 이미 허위사실 논란과 고발, 명예훼손 수사의 대상이 된 소재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적으로 중요한 것은 그 의혹의 진실 여부가 아니라, 그 의혹들이 정치적 폭발물로 다시 꺼내졌다는 사실이다.

모스 탄의 행보는 단순한 폭로자의 동선이 아니다. 그는 한국 사법당국의 대응까지 계산한 듯한 정치적 무대를 만들고 있다. 한국 경찰이 그를 조사하지 않으면 그는 사전투표소와 우파 정치 현장을 다니며 “한국 선거는 의심스럽다”는 메시지를 키울 수 있다. 반대로 경찰이 그를 조사하면 그는 “국제 선거감시단을 탄압한다”는 프레임을 만들 수 있다. 출국정지까지 거론되면, 사건은 곧바로 “한국 정부가 전직 미국 고위 인사를 막았다”는 외교적 언어로 바뀐다.

그래서 이번 입국은 단순한 방문이 아니라 밑밥에 가깝다. 먼저 선거감시라는 명분을 깐다. 그다음 부정선거론을 다시 꺼낸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 개인을 겨냥한 허위 의혹 논란을 섞는다. 경찰이 움직이면 “정치 수사”라고 말할 수 있고, 경찰이 물러서면 “반박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다. 어느 쪽으로 굴러가도 판은 커진다. 정치적으로 매우 영리한, 동시에 매우 위험한 방식이다.

경찰과 검찰도 이제 물러서기 어렵다. 경찰은 처음에 외국인이 외국에서 한 발언이라는 점 때문에 일부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정리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피해자가 한국의 현직 대통령이고, 명예훼손의 결과가 국내에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는 논리가 등장했다. 이제 경찰이 다시 소극적으로 움직이면 수사기관의 체면이 흔들린다. 반대로 강하게 움직이면 외교적 파장을 감수해야 한다. 이 사건은 법리와 체면, 정치적 부담이 함께 걸린 수사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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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측도 쉽게 물러서기 어렵다. 소년원설이나 안동댐 괴담성 주장은 단순한 정치 비판이 아니라, 대통령 개인의 생애와 도덕성, 정치적 정통성을 직접 겨냥하는 소재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를 방치하면 지지층은 “왜 허위 의혹을 그냥 두느냐”고 물을 수 있다. 반대로 강하게 대응하면 보수 진영은 “비판자를 탄압한다”고 반격할 수 있다. 결국 이재명 측은 명예를 지키려는 수사와 표현의 자유 논란 사이에서 좁은 길을 걸어야 한다.

아이러니는 고발의 출발점에도 있다. 이 사건은 단순히 민주당이나 이재명 측이 보수 인사를 겨냥해 시작한 사건으로만 볼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고발은 우파 성향 시민단체에서 출발했다. 국내 우파 진영 내부의 고발이 경찰 수사와 검찰 재수사 요청을 거쳐, 다시 모스 탄을 국제적 정치 인물로 키우는 장치가 된 셈이다. 고발은 그를 압박하려는 칼이었지만, 그는 그 칼을 들고 자신의 정치적 무대를 더 크게 만드는 중이다.

모스 탄에게 이 상황은 손해만은 아니다. 그는 전직 미국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라는 이력,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정체성, 리버티대 교수라는 보수 기독교권 명함, 그리고 부정선거론을 제기하는 미국 인사라는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다. 한국 사법당국이 움직일수록 그는 “한국에서 문제를 제기하다 탄압받는 미국 인사”라는 서사를 얻는다. 미국 보수권에 이만한 소재도 흔치 않다.

그렇다고 이 사건을 이미 한미 외교 갈등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아직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항의했다거나, 백악관 또는 국무부가 모스 탄의 방한을 공식 조율했다는 근거는 뚜렷하지 않다. 하지만 정치적 불씨는 충분하다. 새 주한미국대사 부임 일정, 미국 내 보수 네트워크, 한국 내 반미·친미 정서의 충돌, 이재명 정부에 대한 미국 보수권의 시선이 겹치면 이 사건은 언제든 외교적 논쟁으로 번질 수 있다.

이 사건의 본질은 수사 이전의 판 키우기다. 모스 탄은 한국에 들어와 수사기관의 손을 기다리는 듯한 위치에 섰다. 경찰과 검찰은 체면 때문에 물러서기 어렵고, 이재명 측은 정치적 위상 때문에 방치하기 어렵다. 우파 진영 일부는 무언가 터질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미국 보수권은 한국 정권을 압박할 소재를 지켜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진실은 뒤로 밀리고, 장면이 먼저 정치가 된다.

한국 정치는 지금 또 하나의 이상한 시험대 앞에 섰다. 허위 의혹은 허위 의혹대로 다뤄야 하고, 외국인의 정치적 발언은 국제적 기준 속에서 신중히 다뤄야 한다. 하지만 모스 탄의 입국은 이 둘을 한데 섞어버렸다. 수사를 하면 탄압이 되고, 수사를 안 하면 묵인이 되는 구도. 그것이 바로 이번 사건의 무서운 점이다.

모스 탄은 한국에 단순히 들어온 것이 아니다. 그는 한국 사법당국, 이재명 정권, 우파 진영, 미국 보수권이 모두 반응할 수밖에 없는 무대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이제 공은 한국 경찰과 검찰, 그리고 이재명 정부의 손에 넘어갔다. 이 사건은 아직 본편이 아니다. 그러나 서막만으로도 충분히 시끄럽다. 어쩌면 모스 탄이 정말 원했던 것은 바로 그 소음이었을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MBC, 「[단독] 경찰, 허위사실 유포 ‘부정선거론자’ 모스 탄 출국정지 신청」, 2026년 6월 1일.
연합뉴스, 「경찰, 입국한 ‘부정선거 음모론자’ 모스 탄에 출석 요구 방침」, 2026년 5월 29일.
연합뉴스, 「검찰, ‘李대통령 범죄 연루설’ 제기 모스탄 경찰에 재수사 요청」, 2026년 5월 13일.
뉴스1, 「‘李 대통령 명예훼손’ 모스 탄, 경찰 출석 불응하고 사전투표소 방문」, 2026년 5월 29일.
한겨레, 「‘부정선거론자’ 모스 탄, 지방선거 사전투표 하루 전 입국」, 2026년 5월 29일.
서울신문, 「경찰, 모스 탄 ‘李대통령 소년원설’ 美발언 각하…공소권 없음」, 2026년 5월 5일.
자유일보, 「모스 탄, ‘한미 부정선거 조사단’ 활동 본격화」, 2026년 6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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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31일 일요일

이재명의 ‘저질’ 인용에 장동혁 '저질' 역공…한국 정치는 왜 늘 피해자를 자처하는가

 

이재명 대통령의 플라톤 인용 SNS와 장동혁 국민의힘 위원장의 자아비판 역공 논란을 상징한 정치 뉴스 이미지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 무관심” SNS 문구를 두고 장동혁 국민의힘
 위원장이 “자아비판”이라며 반격하면서 ‘저질’ 표현 논란이
 정치권 공방으로 번졌다./ghostimages


이재명 대통령의 SNS 한 문장이 다시 정치권의 화약고가 됐다. 그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투표 참여를 독려하면서 플라톤의 격언으로 알려진 문구를 인용했다. “정치 무관심의 대가는 최악의 저질들에게 지배당하는 것.” 원문 여부와 번역의 정확성을 떠나, 이 문장은 한국 정치에서 너무 익숙한 무기가 됐다. 투표를 독려하는 말이면서 동시에 상대 진영을 겨냥한 칼날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의도는 표면적으로는 투표 참여 호소였다. 주권자가 침묵하고 투표를 포기하면 권력을 남용하는 이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취지였다. 민주공화국에서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고, 선출된 권력이 국민의 삶을 망치지 않게 하려면 투표장에 나가야 한다는 논리다. 여기까지는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정석적인 메시지다.

그러나 문제는 “최악의 저질”이라는 표현이다. 이 단어는 중립적 경고로 머물지 않는다. 정치권에서 이 단어가 등장하는 순간, 누가 저질인가를 둘러싼 즉각적인 해석전이 시작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특정 정당이나 인물을 직접 지목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 말이 불편한 정치인이나 정치집단이 있다면 그들이 바로 극복해야 할 구태 기득권자”라는 취지의 문장까지 더해지면, 반대 진영은 당연히 자신들을 향한 공격으로 받아들인다.

장동혁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의 반격은 그래서 빠르고 거칠었다. 그는 이 대통령의 글을 “자아비판”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야말로 국민이 심판해야 할 “최악의 저질”이라고 되받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던진 문장을 그대로 들어 올려, 다시 이재명 대통령에게 꽂은 셈이다.

이 장면의 핵심은 플라톤이 아니다. 사실 그 문구가 플라톤의 원문 그대로인지도 중요하지만, 오늘 정치권에서 벌어진 일의 본질은 고전 해석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같은 문장을 두고 양쪽이 서로를 향해 거울처럼 들이민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투표하지 않으면 나쁜 권력에게 지배당한다고 말했고, 국민의힘은 이미 그 나쁜 권력이 이재명 정권이라고 받아쳤다. 한쪽은 경고를 말하고, 다른 한쪽은 그 경고를 고발장으로 바꿔 되돌려준다.

한국 정치의 오래된 병이 여기서 다시 드러난다. 양쪽 모두 스스로를 피해자로 놓는다. 여권은 자신들이 국민의 삶을 지키려는 쪽이고, 과거의 구태 기득권이 여전히 국민을 속인다고 말한다. 야권은 자신들이 권력의 폭주를 막는 쪽이고, 집권 세력이 사법질서와 헌정질서를 흔든다고 말한다. 서로가 서로를 가해자로 부르고, 동시에 자신은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피해자 정치가 난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피해자의 자리에 서야 공격이 정당화되고, 상대를 악으로 규정해야 지지층이 결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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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과정에서 유권자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투표 독려의 주인공은 원래 유권자여야 한다. 그러나 논란이 커지는 순간 유권자는 배경으로 밀려나고, 정치인들의 언어 싸움만 전면에 선다. “정치 무관심을 경계하자”는 말은 “너희가 저질 아니냐”는 공격으로 바뀌고, “투표하자”는 메시지는 “상대를 심판하자”는 진영 동원 구호가 된다. 정치가 시민에게 말을 거는 것이 아니라, 시민을 빌려 상대를 때리는 형국이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이 문구가 이미 보수 진영에서도 자주 쓰였다는 점이다. “정치를 외면하면 저질에게 지배당한다”는 말은 전한길 강사 등 보수 성향 연설과 영상에서도 익숙하게 반복돼 온 표현이다. 같은 문장을 누가 쓰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보수 인사가 말하면 각성의 구호가 되고, 이재명 대통령이 말하면 오만한 낙인처럼 들린다. 말 자체보다 말하는 사람의 위치가 먼저 재판받는 시대다.

결국 이 논란은 한국 정치의 거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치 무관심의 위험을 말했지만, 그 문장은 곧바로 야권의 역공을 불렀다. 장동혁 위원장은 자아비판이라고 되받았지만, 그 반격 역시 상대를 저질로 부르는 같은 언어의 반복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저질이라 부르며 자신은 국민 편이라고 말하는 정치. 이곳에서 피해자는 너무 많고, 책임지는 사람은 너무 적다.

정치 무관심이 위험한 것은 맞다. 그러나 정치 과몰입도 위험하다. 무관심은 나쁜 권력을 방치하게 만들고, 과몰입은 모든 상대를 악마로 보이게 만든다. 지금 한국 정치가 보여주는 것은 바로 그 사이의 비극이다. 시민을 투표장으로 부르는 언어가 시민을 더 피곤하게 만들고, 민주주의를 말하는 문장이 다시 증오의 탄환으로 바뀐다.

이재명 대통령의 플라톤 인용과 장동혁 위원장의 역공은 결국 같은 질문으로 돌아온다. 누가 정말 저질인가. 상대를 저질이라고 부르는 정치인가, 아니면 그런 말을 듣고도 더 나은 판단을 해야 하는 유권자인가. 선거는 정치인이 서로를 심판하는 자리가 아니다. 유권자가 정치인의 언어와 태도까지 함께 심판하는 자리다. 이번 논란이 남긴 가장 불편한 진실은 바로 그것이다.

참고문헌

SBS, 「이 대통령 “투표 포기는 내 삶 망치는 자들에게 기회주는 것”」, 2026년 5월 31일.
한겨레, 「이 대통령 ‘정치무관심의 대가는 최악의 저질들에게 지배당하는 것’…플라톤 인용」, 2026년 5월 31일.
동아일보, 「장동혁 ‘이 대통령 투표 독려는 자아비판…최악의 저질 심판해야’」, 2026년 5월 31일.
YTN, 「장동혁 ‘최악의 저질은 이 대통령·민주…투표로 심판해달라’」, 2026년 5월 31일.
경기일보, 「장동혁 ‘자아비판 참 잘 썼다…최악의 저질 심판할 것’」, 2026년 5월 31일.
뉴스톱, 「[가짜명언 팩트체크] 플라톤이 말한 ‘정치를 외면한 대가’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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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호르무즈 ‘관리권’ 법제화 추진… 기름값의 방아쇠가 테헤란 의회로 갔다

 

이란 의회의 호르무즈 해협 관리권 법제화 추진과 세계 에너지 안보 위기를 상징한 이미지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 관리권을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에너지 시장과 자유항행 문제가 다시 국제정치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bbc-aljazeera

이란이 다시 호르무즈 해협을 꺼내 들었다. 이번에는 단순한 군사적 위협이나 외교적 엄포가 아니다.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의 관리권을 법으로 명문화하는 법안을 곧 표결하겠다는 소식이 나왔다. 알리레자 살리미 이란 의회 운영위원은 호르무즈 해협 관리 법제화 결정이 최종적이며, 외부 세력이 이 문제를 대신 결정하도록 두지 않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 말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바닷길이 아니다. 페르시아만의 원유와 LNG가 세계 시장으로 빠져나가는 핵심 관문이고, 중동의 군사 긴장과 세계 물가가 한꺼번에 연결되는 좁은 목이다. 이 좁은 해협에서 배 한 척이 멈추면 보험료가 오르고, 유조선 항로가 흔들리며, 에너지 시장은 곧바로 긴장한다. 이란이 이 해협을 “우리가 관리할 문제”라고 법제화하겠다는 것은, 세계 에너지의 목줄을 자국 의회의 표결대 위에 올려놓겠다는 뜻에 가깝다.

물론 아직 이 법안이 통과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통과 여부 이전에 정치적 신호다. 이란은 지금 미국과의 협상, 이스라엘과의 충돌, 유럽의 항행 자유 압박, 제재 해제 문제 속에서 호르무즈를 다시 핵심 카드로 꺼내고 있다. “해협은 열려 있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대해 이란은 “그 문제는 우리와 관련된 문제이며, 남들이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답한 셈이다.

이 장면은 협상의 언어이면서 동시에 봉쇄의 언어다. 이란은 당장 해협을 완전히 닫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관리”라는 말을 쓴다. 그러나 국제정치에서 관리라는 말은 때로 더 무섭다. 닫겠다는 선언은 전쟁의 언어지만, 관리하겠다는 선언은 통행료, 심사, 허가, 지연, 검색, 예외 조항의 언어가 될 수 있다. 바닷길은 계속 열려 있는 듯 보이지만, 누가 통과하고 누가 멈추는지를 결정하는 순간, 해협은 이미 정치 무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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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이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호르무즈는 이란과 오만 사이에 놓인 지역 해협이지만, 그 경제적 파장은 지역을 넘어선다.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주요 에너지 수입국도 이 해협의 안전에 직접 걸려 있다. 한국 입장에서도 이것은 먼 중동 뉴스가 아니다. 원유와 LNG, 해운 보험, 정유 산업, 물가까지 이어지는 실물경제의 문제다.

이란의 계산은 분명해 보인다. 군사적으로 밀리더라도, 제재로 압박받더라도, 호르무즈라는 지리적 카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이 항모를 움직이고 유럽이 제재 틀을 넓혀도, 이란은 “그 바닷길은 우리 문 앞을 지난다”고 말한다. 세계가 자유항행을 말할수록, 이란은 주권과 관리를 말한다. 국제법과 현실 권력, 항행 자유와 영토 주권이 다시 정면으로 부딪히는 지점이다.

이 사안의 핵심은 “이란이 내일 당장 해협을 봉쇄한다”가 아니다. 더 정확히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협상의 부속 카드가 아니라 법적·주권적 의제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통과되면 이란은 앞으로 호르무즈 문제를 단순한 군사 상황이 아니라 국내법의 문제로 주장할 수 있다. 외부 압박에 대한 저항 명분도 더 단단해진다.

세계는 늘 에너지가 시장에서만 움직인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에너지는 바다를 지나고, 바다는 해협을 지나며, 해협은 결국 국가의 의지와 군함의 그림자 아래 놓인다. 이란 의회의 호르무즈 법제화 움직임은 그 오래된 진실을 다시 드러낸다. 기름값은 거래소에서 뛰지만, 그 방아쇠는 때로 테헤란 의회의 표결장에서 당겨진다.

참고문헌

Anadolu Agency, “Iran’s parliament set to vote on Hormuz Strait management bill,” 2026.
Press TV, “Iran Parliament to vote on Hormuz Strait management plan soon,” 2026.
Nour News, “Iran Parliament to vote on Hormuz Strait management plan soon,” 2026.
Reuters, “Iran state TV says draft deal with US would reopen Hormuz shipping, end naval blockade,” 2026.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World Oil Transit Chokepoints.”
International Energy Agency, “The Middle East and Global Energy Markets.”
Council of the European Union, “Middle East: Council extends EU legal framework to target those involved in Iran’s actions impeding lawful transit passage and freedom of navigation,”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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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움직이자 홍준표가 쏘았고, 유영하가 ‘배신자’로 되받았다 — 대구시장 선거, 보수의 오래된 원한이 터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구 지원 유세 이후 홍준표 전 시장과 유영하 의원이 충돌한 대구시장 선거 정국을 상징한 이미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추경호 후보 지원 유세를 계기로 대구시장
선거는 김부겸 대 추경호의 대결을 넘어 보수 내부의 배신자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ghostimages


대구시장 선거가 이상한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 겉으로는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의 지방선거지만, 실제 무대 위로 올라온 이름들은 따로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홍준표 전 대구시장, 그리고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다. 시장을 뽑는 선거가 어느새 보수의 혈통을 가르는 심판대가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6·3 지방선거를 사흘 앞둔 31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추 후보를 “대구 경제를 살리는 데 적임자”라고 평가하며 압도적 지지를 요청했다. 이미 지난 23일 칠성시장 유세에 나선 데 이어, 다시 대구 민심의 상징인 서문시장을 찾은 것이다.

이 장면이 단순한 지원 유세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는 대구의 판세 때문이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6~27일 대구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부겸 후보는 40%, 추경호 후보는 41%를 기록했다. 오차범위 안 초접전이다. 대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와 이 정도로 맞붙는 그림 자체가 이례적이다. 그래서 박근혜의 등장은 단순한 덕담이 아니라, 흔들리는 보수 표심을 다시 묶기 위한 마지막 동원령처럼 읽힌다.

문제는 여기서 홍준표 전 시장이 끼어들며 폭발했다. 홍 전 시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앞세운 투표가 대구의 미래를 더 암담하게 만들 뿐이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그는 자신이 김부겸 후보를 지지한 것은 진영을 넘어 대구의 미래 100년을 위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홍준표식 표현을 빌리면, 이것은 배신이 아니라 선택이고, 진영 이탈이 아니라 미래 판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보수 진영 안에서 그 말이 그렇게 곱게 들릴 리는 없었다.

가장 날카롭게 반격한 인물은 유영하 의원이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유 의원은 홍 전 시장을 향해 “참 가지가지 한다”고 받아쳤고, “먹던 우물에 가래침을 뱉어놓고 떠난 것”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이어 “역사는 배신자들의 말로가 어떠한지를 우리에게 똑똑히 가르쳐 주고 있다”며 “보수에서 더 이상 홍 전 시장이 설 땅은 없다”고 했다. 여기서 선거의 언어는 정책의 언어가 아니라 응징의 언어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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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의 아이러니는 너무 짙다. 한때 보수의 본진에서 함께 손을 들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서로를 향해 배신자라 부른다. 홍준표는 박근혜식 감성 동원을 낡은 정치라고 공격하고, 유영하는 홍준표의 김부겸 지지를 보수에 대한 배신으로 규정한다. 대구의 미래를 말하던 선거는 순식간에 “누가 진짜 보수인가”, “누가 우물을 더럽혔는가”, “누가 떠났고 누가 남았는가”를 묻는 과거 청산극이 됐다.

더 흥미로운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침묵과 존재감이다. 박 전 대통령은 길게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장 골목에 서는 것만으로도 선거 구도를 바꾼다. 2017년 탄핵 이후 첫 현장 유세라는 상징성은 여전히 대구 보수층에게 특별한 정서를 불러낸다. MBC는 지난 23일 칠성시장 유세를 두고 박 전 대통령이 탄핵 이후 처음으로 현장 유세에 나섰다고 보도했고, 김부겸 후보 측은 이를 “보수 결집” 전략으로 비판했다.

결국 이번 충돌은 추경호 후보에게는 기회이자 위험이다. 박근혜의 등장은 보수 결집에는 분명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대구시장 선거를 경제와 행정의 경쟁이 아니라 박근혜를 둘러싼 감정 선거로 바꿔버릴 수도 있다. 추경호가 말해야 할 것은 대구 경제인데, 유권자의 귀에는 박근혜, 홍준표, 유영하의 이름이 더 크게 들린다. 선거판에서 지원군이 너무 강하면, 후보는 오히려 배경이 된다.

홍준표 전 시장에게도 이 싸움은 쉽지 않다. 그는 스스로를 보수의 낡은 틀을 넘어선 현실주의자로 포장하려 한다. 그러나 대구 보수층 일부에게 그의 김부겸 지지는 정치적 결단이 아니라 감정적 이탈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움직인 상황에서 홍준표가 그 행보를 비판한 것은, 단순한 선거 논평이 아니라 친박 정서의 급소를 건드린 셈이다.

유영하 의원의 반격은 그래서 단순한 말싸움이 아니다. 그것은 박근혜 정치의 마지막 방어선에서 나온 선언문에 가깝다. “보수에서 더 이상 설 땅은 없다”는 말은 상대를 비판하는 문장이 아니라, 보수라는 성문 밖으로 밀어내는 추방의 언어다. 지방선거 막판 대구에서 벌어진 이 충돌은 대구시장 한 자리를 넘어, 보수 내부의 기억과 원한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선거는 미래를 고르는 절차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대구의 이번 선거는 미래를 말할수록 과거가 더 크게 소환되는 기묘한 장면을 보여준다. 박근혜가 시장 골목에 서자 홍준표가 비판했고, 홍준표가 비판하자 유영하가 배신자를 말했다. 시민은 시장을 뽑으러 가는데, 정치권은 아직도 누가 누구를 배신했는지를 심판하고 있다. 이것이 오늘 대구 선거판의 가장 장중한 아이러니다.

참고문헌

연합뉴스, 「박근혜, 서문시장서 추경호 지원 유세…‘대구 경제 살릴 적임자’」, 2026년 5월 31일.
뉴스1/다음, 「홍준표 ‘박근혜 내세운 투표, 대구 미래 더 암담’→ 유영하 ‘참 가지가지’」, 2026년 5월 31일.
MBC, 「[MBC여론조사] 대구시장, 김부겸 40% vs 추경호 41%…오차범위 내 경합」, 2026년 5월 28일.
MBC 뉴스데스크, 「탄핵 이후 첫 현장 유세 박근혜, 추경호 지원…김부겸 ‘보수 결집만 외쳐’」, 2026년 5월 23일.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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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28일 목요일

정원오 우세 속 터진 5·18 논란… 강북의 변화, 강남의 결집... 서울시장 선거가 끓고 있다

 

정원오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전과 5·18 논란을 상징하는 서울 도심 선거 이미지
정원오 후보의 과거 사건 해명 논란과 스타벅스 5·18 논란이 맞물리며
 서울시장 선거는 기억정치와 도덕성 검증의 장으로 번지고 있다./ghostimages


서울시장 선거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도시의 교통, 부동산, 재개발, 복지, 청년 주거를 물어야 할 선거판에 5·18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가장 무거운 이름이 올라왔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과거 폭행 사건 해명을 둘러싼 논란, 국민의힘의 피해자 녹취 공개, 스타벅스 ‘5·18 탱크데이’ 논란을 둘러싼 이재명 대통령·정원오 후보와 오세훈 후보의 충돌이 한꺼번에 맞물리며 선거는 정책 경쟁에서 기억정치의 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정원오 후보에게 5·18은 위험한 이름이 되었다. 그가 과거 사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5·18 관련 언쟁을 언급한 순간, 사건은 단순한 폭행 전력 문제가 아니라 도덕성과 기억의 진정성 문제로 바뀌었다. 국민의힘은 피해자 녹취를 꺼내 “5·18 논쟁은 없었다”는 취지로 압박했고, 정 후보 측은 판결문과 당시 보도를 들어 허위·왜곡 네거티브라고 맞섰다. 이 장면에서 유권자가 보는 것은 법적 사실의 세부 항목만이 아니다. 한 정치인이 자신의 과거를 설명할 때 역사적 기억을 어떤 방식으로 불러냈는가, 그 이름이 방패였는가 아니면 맥락이었는가를 묻게 된다.

오세훈 후보도 이 논란을 놓칠 수 없다. 현직 시장으로서 그는 행정 안정과 경험을 내세우지만, 정권교체 이후 민주당 후보가 서울에서 강한 흐름을 보이자 선거 지형은 이미 방어전이 되었다. 오 후보에게 정원오의 도덕성 논란은 판세를 다시 끌어당길 수 있는 드문 균열이다. 특히 서울은 한 덩어리의 도시가 아니다. 강남권의 보수 결집, 강북의 변화 요구, 서남권의 생활 민심, 중도층의 피로감이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정치 지형이다. 정원오가 행정가 이미지로 서울 전역을 넓히려 한다면, 오세훈은 도덕성 검증과 현직 안정론으로 그 확장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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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장중한 아이러니는 여기에 있다. 5·18은 선거의 소품이 되기에는 너무 무거운 역사다. 스타벅스의 부적절한 표현이 비판받는 것은 당연하다. 기업이 역사적 상처를 마케팅 언어로 소비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그 비판이 선거판에서 후보 간 공격과 방어의 문장으로 바뀌는 순간, 기억은 다시 정치의 도구가 된다. 한쪽은 역사 존중을 말하며 상대를 몰아붙이고, 다른 한쪽은 과잉 비판을 말하며 역공한다. 모두가 5·18을 말하지만, 정작 그 이름 앞에서 조심스러움은 점점 사라진다.

서울시장 선거의 향방은 바로 이 지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정원오 후보가 이 논란을 단순 네거티브로만 치부하면 중도층의 질문에 충분히 답하지 못할 수 있다. 과거 사건, 해명의 정확성, 5·18 언급의 적절성을 차분히 정리하지 못하면 우세론은 쉽게 피로해진다. 반대로 오세훈 후보가 이 문제를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몰고 가면 역풍도 가능하다. 서울 유권자는 네거티브를 듣지만, 네거티브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도덕성 검증과 정치적 과잉 사이의 선을 넘는 순간, 공격자는 검증자가 아니라 선거 공학자로 보일 수 있다.

결국 이번 선거는 서울의 미래를 묻는 동시에, 정치가 기억을 다루는 태도를 묻고 있다. 정원오의 과제는 5·18을 방패로 삼았다는 의심을 지우는 것이고, 오세훈의 과제는 5·18을 칼로 쓴다는 인상을 피하는 것이다. 어느 쪽도 이 역사 앞에서 가벼워져서는 안 된다. 수도 서울의 선거가 품격을 잃는 순간, 도시의 미래도 후보의 구호 속에서 희미해진다.

서울은 지금 접전의 도시가 되고 있다. 여론의 흐름은 출렁이고, 권역별 민심은 재배열되고, 5·18 논란은 그 위에 도덕성의 불씨를 던졌다. 하지만 최종 질문은 여전히 하나다. 누가 더 크게 분노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이 도시를 더 책임 있게 이끌 것인가. 기억은 존중되어야 하고, 검증은 필요하다. 그러나 선거가 기억을 소비하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정책이고, 그다음은 품격이다.

참고문헌

  1. 연합뉴스, 「野 ‘5·18 논쟁없어’ 폭행 피해자 녹취…정원오 ‘판결문이 입증’」, 2026년 5월 14일.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의 피해자 녹취 공개와 정원오 후보 측 반박을 함께 보도했습니다.
  2. YTN, 「국민의힘, ‘정원오 피해자’ 녹취 공개…주진우 ‘5·18 관련 논쟁 없었다’」, 2026년 5월 14일. 같은 논란의 정치권 공방을 보도했습니다.
  3. 매일경제, 「오세훈 ‘정원오·李대통령, 적당히 하라…이 정도 때렸으면 됐다’」, 2026년 5월 24일. 스타벅스 5·18 논란을 둘러싼 오세훈 후보의 반격 발언을 보도했습니다.
  4. 한겨레, 「오세훈, 이 대통령·정원오 스타벅스 비판에 ‘이제 좀 적당히 하라’」, 2026년 5월 24일.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과 선거 공방의 확산을 보도했습니다.
  5. 뉴시스/다음, 「정원오 41.7% 오세훈 41.6%…서울시장 오차범위 내 초박빙」, 2026년 5월 22일. 에이스리서치 조사에서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 초접전이라는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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