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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5일 수요일

이란전쟁, 쿠르드 무장세력 참전 가능성…미국의 ‘정권교체’와 쿠르드 독립 카드 맞물리나”

 

이란군의 이라크 쿠르디스탄 국경 너머 지상작전과 쿠르드 무장세력의 대이란 참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동 전쟁 지도
“이란이 넘은 국경선, 쿠르드가 열 수 있는 제2전선”
 — 이라크 쿠르디스탄이 이란전쟁의 새로운 화약고로
 떠오르고 있다./gimages


이란전쟁의 전선이 심상치 않게 움직이고 있다. 페르시아만에서 미군 기지를 향한 이란의 드론 공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군이 이제 국경을 넘어 이라크 쿠르디스탄에 있는 이란계 쿠르드 반체제 세력을 직접 겨냥하는 지상작전까지 벌이고 있다. 이란 측은 8월 3일 이라크 북부의 반체제 무장조직을 상대로 14차례 지상작전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미 이라크 쿠르디스탄은 전쟁 초기부터 미군 및 국제연합군의 핵심 거점이자 이란계 쿠르드 야권세력의 후방기지라는 이중적 성격 때문에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노출돼 왔다. 쿠웨이트의 미군 시설 역시 이란의 공격 대상이 됐다. 이란군은 7월 중순 쿠웨이트의 알리 알살렘 공군기지와 캠프 아다이리를 겨냥한 대규모 드론 공격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제 전쟁의 지도가 단순한 ‘미국 대 이란’에서 ‘이란을 둘러싼 다중 전선’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더 무서운 것은 쿠르드 전선이 단순한 방어전선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다. 이란계 쿠르드 반체제 조직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라크 쿠르디스탄에 근거지를 두고 이란 정권에 맞서 왔다. 2026년 2월에는 PDKI, Komala, PJAK, PAK 등 6개 이란계 쿠르드 정치·무장세력이 연합체를 구성했다. 이들은 이란 쿠르디스탄의 ‘해방’과 연방적·민주적 이란이라는 정치적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전쟁이 시작되자 미국 측이 이들 세력과 접촉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일부 쿠르드 관계자들은 미국이 이란 내부 작전을 지원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AP 역시 3월 초 이라크 북부의 이란계 쿠르드 조직들이 이란 국경을 넘는 군사작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미국이 이라크 쿠르드 측에 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당시 실제 대규모 국경 침투가 이루어졌다는 보도는 쿠르드 조직과 이라크 쿠르드 당국이 부인했기 때문에, ‘쿠르드군이 이미 대규모 지상전에 돌입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오히려 지금 중요한 것은 이란이 먼저 쿠르드 전선을 국경 밖까지 밀어붙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전쟁의 역설이 발생한다. 이란이 쿠르드 무장세력을 제거하려고 이라크 영토까지 공격할수록 쿠르드 세력이 이란전쟁에 개입할 명분은 오히려 커진다. 이라크 쿠르디스탄에 위치한 이란계 쿠르드 정당들은 최근까지도 미국의 지원을 받았다는 주장에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알자지라는 지난 8월 1일 이란계 쿠르드 정당들이 이란의 공격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지만 대부분 미국의 직접적인 지원을 부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전쟁의 논리는 달라지고 있다. 이란이 이들을 단순한 정치적 반대파가 아니라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국경 너머까지 타격한다면, 쿠르드 조직 입장에서는 굳이 전쟁에 뛰어들지 않아도 이미 전쟁의 당사자가 되는 셈이다. 이 순간부터 쿠르드 전투원에게 이란 내부로 들어가는 선택지는 ‘미국의 부탁’이 아니라 자신들의 생존과 정치적 목표를 위한 전쟁으로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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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트럼프의 이란 정권교체 전략과 쿠르드 문제가 만난다. 트럼프 행정부가 3월 이란 쿠르드 및 이라크 쿠르드 지도자들과 접촉하고, 쿠르드 세력의 이란 내 공세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보도가 나왔던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중전만으로 이란 정권을 흔드는 데 한계가 있다면, 이란 서부의 쿠르드 세력은 지리적으로 가장 현실적인 지상전 파트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전략 분석기관인 Atlantic Council도 당시 쿠르드 세력이 이란 서부에서 공세를 벌일 경우 미국·이스라엘의 공중전과 결합해 전쟁의 성격을 바꿀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쿠르드족이 하나의 통일된 군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세력마다 목표와 노선이 다르고, 이라크 쿠르디스탄의 KDP·PUK 역시 이란·튀르키예·미국 사이에서 생존해야 한다. 따라서 미국이 쿠르드 세력을 전면적인 ‘대리군’으로 만드는 순간 전쟁은 이란전쟁에서 중동의 민족·영토 재편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다. 쿠르드 세력이 이란전쟁에 본격적으로 참여한다면 미국은 쿠르드 독립을 지지할 것인가? 당장 ‘독립국가 쿠르디스탄’을 미국이 공식 승인할 가능성은 낮다. 쿠르드 문제는 이란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라크·튀르키예·시리아까지 동시에 건드리는 초대형 지정학적 뇌관이기 때문이다. 특히 튀르키예가 쿠르드 독립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을 감안하면 워싱턴이 쉽게 독립 카드를 꺼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쿠르드 세력의 전략적 가치를 이용하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미국이 먼저 쿠르드 무장세력에 정보·물류·공중지원 또는 정치적 공간을 제공하고, 이후 이란 정권이 흔들릴 경우 새로운 이란의 헌정질서에서 쿠르드족의 자치권 확대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시나리오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실제로 2026년 2월 결성된 이란계 쿠르드 6개 조직 연합은 ‘독립국가’만이 아니라 연방적이고 민주적인 이란이라는 목표도 내걸고 있다.

결국 이번 전쟁에서 가장 위험한 변화는 이란이 쿠르드족을 공격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이란이 국경 밖의 쿠르드 전선을 직접 건드리면서 미국이 활용할 수 있는 ‘이란 내부의 지상전 카드’를 스스로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쿠웨이트의 미군기지와 걸프의 미군 시설을 공격한 이란의 전략이 미국의 후방기지를 흔드는 것이라면, 이라크 쿠르디스탄에 대한 공격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그곳에는 미국의 군사적 이해관계와 이란 반체제 쿠르드 세력, 이라크 중앙정부의 주권 문제, 튀르키예의 안보 우려가 동시에 겹쳐 있다. 이란이 그 선을 계속 넘는다면 쿠르드 세력에게 **“지금이 이란 서부에서 제2전선을 열 순간”**이라는 판단을 제공할 수 있다. 그리고 그때부터 워싱턴의 선택지는 달라진다. 쿠르드 독립을 당장 인정하지 않더라도, 이란의 정권교체 이후를 대비해 쿠르드 카드를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수 있다. 이란전쟁이 미국·이스라엘 대 이란의 전쟁에서 끝나지 않고, 쿠르드족의 미래와 이란의 영토 구조까지 바꾸는 전쟁으로 진화한다면, 중동의 국경선은 전쟁이 끝난 뒤가 아니라 전쟁 중에 먼저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참고문헌 / Sources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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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3일 월요일

스페인 난민 사태...트럼프 반이민 정책...왜 세계는 다시 국경, 이념, 전쟁으로 몸살을 앓나

 

스페인령 세우타로 몰려드는 대규모 아프리카계 이주민과 모로코 국경, 트럼프와 유럽 및 중동 전쟁을 상징적으로 담은 국제정세 이미지
야만으로 가는 지구촌 — 이민·이념·전쟁이 다시 국경을 가른다.
 스페인령 세우타를 둘러싼 대규모 이주 사태와 미국의 이민정책 논쟁,
 유럽·중동의 전쟁은 세계화 이후 국제질서가 맞닥뜨린 새로운
 균열을 보여준다./gimage


지구촌이 이상하다. 세계화가 인류를 더 부유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국경은 낮아졌고, 상품과 자본과 기술은 국경을 넘어 이동했다. 인터넷은 지구를 하나의 시장으로 만들었고, 항공기는 사람을 하루 만에 대륙과 대륙 사이로 실어 날랐다. 자유무역은 국가 간 전쟁을 줄이고 서로의 이해관계를 묶어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틀린 말만은 아니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25년 사이 하루 3달러 미만의 극심한 빈곤 상태에 놓인 인구는 약 23억 명에서 8억3100만 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특히 동아시아와 남아시아의 경제성장은 수억 명의 삶을 바꿔놓았다. 세계화와 무역, 자본과 기술의 이동이 만들어낸 경제성장의 힘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토록 세상이 좋아졌다는데 왜 사람들은 점점 더 불안해하는가. 왜 미국에서는 다시 ‘America First’가 힘을 얻고, 유럽에서는 국경을 둘러싼 정치가 선거의 핵심 의제가 되었는가. 왜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문제 하나가 좌우 진영을 갈라놓고, 왜 전쟁은 끝나지 않고 있으며, 왜 국제기구가 말하는 협력보다 각국의 국익과 국경이 다시 앞에 등장하고 있는가.

혹시 세계화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세계화의 성과를 분배하는 방식이 실패한 것은 아닐까. 세계화는 세계를 부유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똑같이 부유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경제성장과 교역의 혜택은 거대하게 늘어났지만 주거비, 교육비, 의료비, 에너지 비용과 같은 생활비의 압박을 받는 서민들에게 ‘세계화의 성공’은 통계표 속 숫자에 불과할 수도 있다.

특히 최근 10여 년의 세계는 코로나19, 전쟁, 부채, 공급망 충격, 기후재난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빈곤 감소의 속도 자체가 크게 둔화됐다. 세계은행도 최근 극심한 빈곤 감소가 크게 느려졌으며, 그 원인으로 저성장과 부채, 코로나19, 분쟁과 취약성, 기후 충격을 함께 지목하고 있다. 극빈층은 점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분쟁·취약국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니 지금 세계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이주는 단순히 ‘이민자들이 더 좋은 나라로 몰려간다’는 이야기로 설명할 수 없다. 사람들이 국경을 넘는 데에는 국경을 넘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먹고살 길이 없고, 전쟁이 있고, 국가가 무너지고, 일자리가 없고, 자녀에게 더 나은 미래를 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현상이 가장 극적으로 나타나는 곳 가운데 하나가 유럽이다.

스페인에서 터진 국경의 경고음

최근 스페인령 세우타에서 벌어진 사태는 유럽이 맞닥뜨린 새로운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8월 2일 보도에 따르면 모로코에서 세우타로 향한 대규모 이주 행렬로 최소 72명이 사망했다. 수만 명이 한꺼번에 몰렸고, 익사와 압사 등으로 사상자가 발생했다. 세우타는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스페인 영토이면서 EU의 국경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아프리카와 유럽의 경계선에서 세계의 불평등이 충돌한 것이다.

물론 이것을 곧바로 스페인 좌파 정부의 정책 실패라고 결론 내리는 것은 지나치다. 스페인 정부는 이미 국내에 거주하는 일정 요건의 이주민에게 합법적 체류와 노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특별 정규화 정책을 추진했다. 정부는 이를 노동시장과 사회통합을 위한 현실적인 정책이라고 설명한다. 6월에는 이민을 ‘공정하고 질서 있고 지능적으로’ 관리한다는 통합·시민권 계획까지 내놓았다.

문제는 좋은 의도와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현실 사이에 언제나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유럽의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은 이민을 필요로 한다. 실제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2022년 국제이주 노동자는 세계 노동력의 4.7%, 약 1억6770만 명에 달했다. 이들은 특히 고소득 국가의 서비스·돌봄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민은 동시에 주거, 교육, 의료, 치안, 노동시장, 문화적 통합이라는 문제를 만들어낸다. 이민을 필요로 하는 경제와 이민을 감당해야 하는 사회 사이의 긴장이다. 이 문제를 무시하면 극우가 성장한다. 반대로 이민자를 인간이 아니라 숫자나 위협으로만 취급하면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 무너진다.

결국 필요한 것은 ‘무제한 개방’도 아니고 ‘무조건 추방’도 아니다. 국경은 통제하되 인간은 존중하고, 필요한 노동력은 합법적으로 받아들이되 불법 밀입국과 범죄조직은 엄격히 차단하는 질서다. 그런데 정치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이념 전쟁의 무기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더욱 커지고 있다.

텍사스가 보여주는 미국의 또 다른 얼굴

미국도 마찬가지다. 2026년 텍사스 상원의원 선거는 미국 정치의 현재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시험대다. 트럼프가 강하게 밀었던 켄 팩스턴은 공화당 후보가 됐다. 트럼프의 영향력이 여전히 공화당 후보 선출 과정에서 막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건이다. 팩스턴은 5월 공화당 결선에서 4선 현역 상원의원 존 코닌을 꺾었다.

그래서 트럼프에게는 분명 정치적 승리였다. 하지만 본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7월 말 조사에서는 민주당 후보 제임스 탈라리코가 팩스턴을 45% 대 40%로 앞섰다. 민주당이 30년 넘게 텍사스 주 단위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의미 있는 수치다. 다른 조사에서는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가 웃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가 모든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상대 진영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트럼프의 정치적 자산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민 문제는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 민주당은 이민자의 인권과 포용, 다양성을 강조해왔다. 그 가치 자체가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미국은 이민으로 성장한 나라이고, 합법적인 이민과 난민 보호는 미국 사회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중요한 가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치에는 가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경을 누가 통제하는가, 불법 입국을 어떻게 막는가, 이민자를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가, 지역사회가 주거·교육·의료·치안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가라는 현실의 문제가 있다. 바로 그 현실의 질문에 민주당이 충분히 답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유권자가 늘어날수록 트럼프의 주장은 힘을 얻는다.

여기서 스페인을 보자. 스페인 정부가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정책을 추진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잘못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유럽은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고, 이민자가 경제와 노동시장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국가의 수용능력을 넘어서는 이민, 통제되지 않는 국경, 사회통합의 실패, 그리고 그에 따른 주민들의 불안과 정치적 반발까지 외면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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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민자를 받아들이느냐 마느냐의 이분법이 아니다. 얼마나, 누구를, 어떤 절차로, 어떤 조건에서 받아들이고, 그들이 사회에 어떻게 통합될 것인가가 핵심이다.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정치적 반작용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 반작용이 바로 트럼프가 웃을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미국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민주당이 옳으냐, 공화당이 옳으냐”가 아니다. 민주당이 말하는 인간의 존엄과 이민자의 권리도 필요하다. 공화당이 주장하는 국경 통제와 국가의 책임도 필요하다. 둘 중 하나를 버려야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민주주의가 해야 할 일은 두 가치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가 이 작업에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가. 한쪽은 “인종차별과 혐오”라고 공격하고, 다른 쪽은 “국경을 열어 나라를 망친다”고 공격한다. 결국 중간의 현실적인 해법은 사라지고 분노만 남는다. 그 틈에서 트럼프가 웃는다. 이것이 아이러니다. 트럼프가 웃는다고 해서 트럼프의 모든 이민정책이 옳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민주당이 이민 문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결과, 트럼프에게 정치적 기회가 커졌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사실은 공화당에도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국경을 닫는다고 문제가 끝나는가? 불법 이민을 줄인다고 해서 미국의 노동력 부족과 고령화 문제가 사라지는가? 이미 미국 경제와 사회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수많은 이민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국경 통제만으로 미국의 미래를 만들 수 있는가. 결국 민주당도 공화당도 절반만 맞을 수 있다. 민주당이 “사람”을 놓치면 실패하고, 공화당이 “현실”을 놓치면 실패한다. 그래서 이민 문제는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운영 능력의 문제다. 그리고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그 사실을 너무 잔인하게 보여주고 있다.

스페인의 혼란을 보라. 그리고 미국을 보라. 이민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긴장을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그 분노를 가장 잘 이용하는 정치인이 웃는다. 지금 트럼프가 웃는 배경에는 바로 이 역설이 있다. 그가 옳아서 웃는 것만이 아니다. 상대가 틀렸다는 확신을 유권자에게 심어주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웃는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이 정말 이 현실을 두려워해야 한다면, 트럼프를 욕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한다. “왜 미국인들이 트럼프의 말을 믿기 시작했는가?” 바로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트럼프의 웃음은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텍사스에서 트럼프가 웃었다”는 것은 절반의 진실이다. 트럼프는 후보 선출 과정에서는 이겼다. 그러나 본선에서 그 후보가 이길 것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바로 이것이 미국 정치의 핵심이다.

미국인은 더 이상 좌파냐 우파냐만 묻지 않는다. “내 생활이 좋아졌는가?” “집세를 감당할 수 있는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가?” “일자리가 안정적인가?” “국경은 통제되고 있는가?” “정부는 나를 위해 존재하는가?” 이 질문이 이념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글로벌리즘은 틀렸던 것인가

그렇다면 다시 질문해보자. 글로벌리즘이 세상을 더 잘살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거짓이었나.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증거가 너무 많다. 세계화와 무역 확대는 수십억 명에게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와 기술을 제공했다. 빈곤 감소의 역사적 진전 역시 부정할 수 없다. 세계는 분명 과거보다 훨씬 연결됐고, 훨씬 많은 사람들이 이전 세대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세계화가 성공했는데 왜 세계인은 행복하지 않은가. 여기에서 ‘글로벌리즘’이라는 단어가 정치적 문제가 된다. 세계화를 경제적 연결성으로 이해하는 것과, 국경과 국가의 의미 자체를 약화시키는 정치적 이념으로 이해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국제무역은 필요하다. 국제협력도 필요하다. 인류가 국경을 넘어 협력해야 하는 문제는 오히려 더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국가가 국민의 주거와 일자리와 치안과 문화적 안정에 대해 책임지는 것을 ‘낡은 민족주의’라고 몰아붙일 수도 없다.

세계화와 국가의 책임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정치가 이것을 좌파와 우파의 전쟁으로 만들어버렸다. 이민을 말하면 극우라고 하고, 국경 통제를 말하면 반세계화라고 한다. 반대로 국경을 강조하면 이민자를 혐오한다고 몰아붙이고, 이민자의 인권을 강조하면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자라고 공격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중간의 현실정치가 사라진다.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그리고 세계의 균열

아프리카의 문제도 단순히 ‘아프리카계 이주가 급증한다’는 인종적 프레임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 그 안에는 인구 증가, 경제적 격차, 청년 실업, 기후 변화, 국가 취약성, 내전과 무장분쟁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오늘날 세계 극빈층이 가장 집중된 지역이다. 세계은행은 최근 극빈층의 상당 부분이 이 지역과 분쟁·취약국에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전쟁이 사람을 움직인다. 전쟁은 사람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 집을 떠나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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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분쟁은 이미 국제사회의 심각한 위험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외교협회(CFR)의 2026년 분쟁 위험 평가에서는 조사된 위험 시나리오 가운데 아프리카 국가와 관련된 경우가 가장 많았으며, 특히 수단 전쟁의 추가 악화 가능성이 주요 위험으로 평가됐다. 동시에 가자, 우크라이나, 이란·이스라엘, 대만해협, 러시아와 NATO의 충돌 가능성까지 세계 곳곳에서 전쟁의 위험이 겹쳐 있다.

이것이 오늘 지구촌의 진짜 그림이다. 한쪽에서는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다른 한쪽에서는 국경을 지키기 위한 장벽이 높아진다. 한쪽에서는 글로벌 시민을 이야기하고, 다른 쪽에서는 자국민 우선주의가 등장한다. 한쪽에서는 다양성을 말하고, 다른 쪽에서는 공동체의 정체성을 걱정한다. 한쪽에서는 세계화를 외치고, 다른 쪽에서는 보호무역과 관세를 꺼내 든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사람들은 묻는다. “그래서 내 삶은 언제 좋아지는가?” 

지금 세계가 ‘야만’으로 가는 이유

어쩌면 지금 세계가 야만으로 가고 있는 이유는 사람들이 갑자기 나빠져서가 아니다. 문제를 해결할 능력보다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능력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이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민자를 악마화한다.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외국을 탓한다. 전쟁을 막지 못하면 적을 악마로 만든다.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상대 진영을 ‘국민의 적’으로 만든다. 그리고 SNS는 이 모든 것을 더욱 빠르게 증폭시킨다. 정책의 복잡성은 사라지고 짧은 분노만 남는다.

“좌파 때문이다.” “우파 때문이다.” “이민자 때문이다.” “자본가 때문이다.” “미국 때문이다.” “중국 때문이다.”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세계가 다시 야만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지금 인류에게 필요한 것은 글로벌리즘의 폐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글로벌리즘의 부활도 아니다. 세계화의 성과는 지키되, 세계화의 부작용은 국가와 민주주의가 책임지는 새로운 균형이다. 자유무역을 하되 노동자가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민을 받아들이되 국가의 수용능력과 법질서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난민을 보호하되 밀입국을 산업화하는 범죄조직은 차단해야 한다. 국경을 지키되 인간의 존엄성을 버려서는 안 된다. 국가 이익을 추구하되 다른 나라를 파괴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쟁을 정치의 정상적인 수단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세계는 너무 많은 것을 얻었기 때문에 오히려 잃을 것이 많다. 인터넷이 있고, AI가 있고, 핵무기가 있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있고, 대륙을 연결하는 물류망이 있다. 그런데 인간의 정치적 판단이 20세기보다 더 원시적으로 돌아간다면 이 모든 문명의 자산은 오히려 파괴력을 키우는 도구가 될 수 있다.

AI는 21세기인데 정치가 20세기로 돌아가고, 경제는 세계화됐는데 사람의 마음은 다시 국경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것이 지금 지구촌의 가장 큰 역설이다. 세계화는 인류를 더 부유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부유해진 세계가 반드시 더 공정한 세계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이념은 다시 칼이 된다.

미국의 ‘America First’도, 유럽의 국경정치도,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거대한 이주 흐름도, 우크라이나와 가자와 수단에서 이어지는 전쟁도 모두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깊은 곳에서는 하나의 질문으로 연결된다. “세계는 누구를 위해 작동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민주주의가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극단으로 이동한다. 그때 좌파는 더 왼쪽으로 가고 우파는 더 오른쪽으로 간다. 그리고 서로를 설득하는 대신 서로를 제거하려 한다. 그 순간 세계는 문명에서 야만으로 한 발짝 더 가까워진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이민자 자체도, 세계화 자체도, 좌파 자체도, 우파 자체도 아니다.

가장 위험한 것은 상대방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 정치다. 국경을 넘는 사람도 인간이고, 국경을 지키려는 사람도 인간이다. 세계화를 지지하는 사람도 국민이고, 세계화에 분노하는 사람도 국민이다. 좌파도 시민이고 우파도 시민이다.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토론의 체제가 아니라 적을 찾아내는 체제로 변한다.

지금 지구촌이 정말 잘못 가고 있다면 바로 그 지점이다. 세계는 더 연결됐는데 인간은 더 분열됐다. 가난은 줄었는데 불평등에 대한 분노는 커졌다. 국제기구는 늘었는데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이동의 자유는 확대됐는데 국경은 다시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정치인은 그 균열을 봉합하기보다 때로는 더 벌린다. 이것이 오늘의 지구촌이다. 세계화가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다. 세계화만으로는 인간의 불안과 정치의 욕망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세계화냐 반세계화냐’의 낡은 선택이 아니다.

사람을 살리는 세계화,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는 국제주의, 질서 있는 이민, 공정한 성장, 그리고 전쟁을 막을 수 있는 현실주의. 그 다섯 가지를 동시에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문제다. 그것을 못하면 우리는 다시 국경을 세우고, 다시 적을 만들고, 다시 전쟁을 준비할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뒤늦게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두려워했던 것은 이민도 세계화도 아니었다. 정작 우리가 잃어가고 있었던 것은 서로를 인간으로 인정하는 능력이었다는 것을. 그때라면 정말로, 지구촌은 문명에서 야만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 Reuters, “Death toll from migrant rush into Spanish enclave in North Africa rises to 72,” 2026.08.02. — 모로코에서 스페인령 세우타로 몰려든 대규모 이주와 사망자, 국경 강화 조치.
  • Reuters, “Social media rumours, economic hardship fuel migrant surge into Ceuta,” 2026.07.31. — 세우타 대량 이주의 배경으로 경제적 어려움과 SNS를 통한 허위·과장 정보 등을 분석.
  • Reuters, “Migrants say hunger and hostility drove them back from Spain's Ceuta to Morocco,” 2026.08.01. — 세우타에 도착한 이주민들의 현실과 일부의 모로코 귀환 과정.
  • The Texas Tribune, “Paxton, Talarico visits lay bare border voters’ complex feelings,” 2026.07.23. — 미국 국경지역 유권자들이 불법 입국 통제와 대규모 추방 사이에서 느끼는 복합적인 정치적 입장.
  • The Texas Tribune, “Talarico leads Paxton by 5 points in new Texas Senate poll,” 2026.07.28. — 텍사스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제임스 탈라리코가 공화당 켄 팩스턴을 45% 대 40%로 앞선 조사. 따라서 ‘트럼프가 웃는다’는 표현은 이민정책 논쟁이 트럼프 진영에 정치적 공간을 제공했다는 의미의 논평적 표현으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함.
  •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CFR), Conflicts to Watch in 2026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란·이스라엘 충돌 가능성, 가자 및 기타 국제분쟁 등 2026년 주요 지정학적 위험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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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12일 일요일

이란은 뭘 그렇게 잘못했나?…트럼프 “암살 시 1,000발”, 테헤란이 자초한 파괴적 청구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경고와 미국의 국가안보 위협 분석을 표현한 국제뉴스 썸네일
트럼프 대통령의 '1000발 미사일' 경고를 계기로 미국이 이란
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는 핵심 배경을 분석했다./axio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전례 없이 노골적인 보복 경고를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7월 1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이 자신을 암살하거나 암살을 시도할 경우를 대비해 “1,000발의 미사일이 장전돼 이란을 겨누고 있으며, 즉시 수천 발이 더 뒤따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가 이란에 대한 대규모 보복 공격을 군에 지시해두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대통령이 사망한 뒤 공격이 자동으로 실행되는 이른바 ‘데드맨 스위치’는 존재하지 않으며, 실제 군사행동은 대통령직을 승계한 차기 최고통수권자의 결정과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번 경고는 단순한 트럼프식 허풍으로만 보기 어렵다. 미국 사법당국은 이란 혁명수비대와 연결된 인물들이 트럼프를 비롯한 미국 정치인과 반체제 인사를 살해하려 했다는 사건을 여러 차례 수사하고 기소했다. 2026년 3월에는 이란 혁명수비대 공작원으로 지목된 아시프 머천트가 미국 내 정치적 암살을 위한 청부살인과 초국경적 테러 시도 혐의로 유죄평결을 받았다. 미 법무부는 그가 2024년 혁명수비대의 지시를 받아 미국에서 암살 계획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란은 도대체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기에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1,000발’이라는 섬뜩한 경고를 받게 됐는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이 모두 정당했다는 뜻은 아니다. 트럼프의 위협이 국제법상 적법하다는 결론도 아니다. 그러나 이란 정권이 오랜 기간 국가기관과 혁명수비대, 대리무장세력을 동원해 암살·테러·핵 위협·해상교통 방해를 외교수단처럼 사용해온 책임까지 지울 수는 없다.

첫 번째 잘못, 외국 지도자 암살을 국가 보복 수단으로 삼았다

이란이 가장 먼저 답해야 할 문제는 미국 영토와 제3국에서 벌인 정치적 암살 공작이다.

미 법무부는 2024년 11월 이란에 거주하는 파르하드 샤케리와 미국 내 공범들을 기소하면서, 샤케리가 혁명수비대로부터 트럼프 암살 계획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기소장은 수사기관의 혐의 제기이므로 유죄가 확정된 사실과는 구분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이란 혁명수비대의 트럼프 암살 계획을 단순한 정치적 선전이 아니라 구체적인 형사사건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사건만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은 2022년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소속 샤람 푸르사피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살해하기 위해 30만 달러를 제시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이 공작이 2020년 미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제거에 대한 보복으로 추진됐다고 판단했다.

이란 정부와 연계된 세력이 미국 내 반체제 언론인 마시 알리네자드를 납치하거나 살해하려 했다는 사건도 이어졌다. 미국 법원에서는 이란 정부가 비판적인 언론인을 제거하기 위해 범죄조직과 청부살인자를 동원했다는 혐의로 관련자들에게 유죄판결과 중형이 선고됐다.

외국 정부가 전직 장관이나 언론인, 대통령 후보를 자국 영토 밖에서 살해하려 한다면 이는 단순한 첩보전이 아니다. 상대국의 주권과 사법질서를 직접 침해하는 국가폭력이다.

이란이 미국의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을 불법 암살이라고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보복으로 미국 민간사회 안에 살인조를 투입한다면 스스로 비판하던 국가암살을 그대로 반복하는 셈이다.

두 번째 잘못, 구호와 장례식에서 암살을 정치문화로 만들었다

최근 이란 지도부와 국영매체에서는 트럼프에 대한 보복과 암살을 촉구하는 강경 발언이 다시 등장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사망 이후 후계 지도부는 복수를 국가적·종교적 의무로 규정했고, 장례 행사와 관제 집회에서는 트럼프를 겨냥한 살해 구호가 나왔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시위대의 구호 하나를 곧바로 정부의 암살 명령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영방송과 정권 핵심 관계자들이 이런 위협을 방치하거나 조장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국가가 정치적 암살을 ‘순교’, ‘복수’, ‘정의’의 언어로 포장하면 실제 공작을 수행하려는 조직과 개인에게 허가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의 ‘1,000발’ 위협은 위험하고 과도하다. 그러나 이란 지도부가 먼저 암살 가능성을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이용했다면 미국 대통령이 이를 실제 국가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이게 된 배경도 함께 살펴야 한다.

세 번째 잘못, 혁명수비대와 대리무장세력으로 책임을 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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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지역전략은 정규군끼리 직접 싸우는 전통적 전쟁과 다르다.

혁명수비대와 쿠드스군은 레바논 헤즈볼라, 이라크 친이란 민병대, 예멘 후티 반군을 비롯한 여러 무장세력을 지원해왔다. 무기와 훈련, 자금은 이란에서 나오지만 공격은 대리세력의 이름으로 실행되는 구조다.

미국은 2026년에도 이란과 연계된 이라크 민병대 지휘관들이 미군과 민간시설을 겨냥한 공격을 계획하거나 실행했다며 제재와 형사조치를 이어갔다. 미 법무부는 이란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카타이브 헤즈볼라 고위 인사가 미국과 유럽에서 약 20건의 공격 또는 공격 시도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물론 미국 국무부와 법무부 자료는 미국 정부의 법적·정책적 판단이다. 이란은 이를 미국의 정치적 프레임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공격을 지시하거나 자금을 댄 국가가 “실행자는 우리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대리전 전략은 중동의 충돌을 끊임없이 확대했다. 공격 주체가 불분명해질수록 오판과 보복의 범위도 넓어진다.

이란이 대리세력을 통해 비용은 낮추고 영향력은 확대하는 동안, 이라크·레바논·예멘의 국민들은 전쟁과 경제붕괴의 대가를 치렀다.

네 번째 잘못, 핵 개발 의혹을 투명하게 해소하지 않았다

이란은 자국 핵 프로그램이 평화적 목적이라고 주장해왔다. 핵확산금지조약 가입국으로서 민간 핵에너지를 개발할 권리가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권리에는 사찰과 신고 의무가 따른다.

국제원자력기구는 2026년 보고서에서도 이란이 일부 핵시설에 대한 접근과 검증에 충분히 협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IAEA는 2026년 1월에도 이란에 영향을 받지 않은 핵시설과 관련 장소에 대한 검증을 허용하라고 재차 요구했다. 이후 군사충돌로 현장 검증 활동이 중단되면서 이란 핵물질과 시설 상태를 완전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IAEA 이사회는 2026년 6월 이란에 사찰 협력을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확정적 증거와 사찰 협력이 불충분하다는 사실은 구분해야 한다. 그러나 이란이 평화적 핵 프로그램을 주장하려면 국제사회가 이를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찰을 제한하고 시설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으면서 “우리를 믿으라”고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이란은 핵무기를 실제로 보유했기 때문에 공격받은 것만은 아니다. 핵 의도를 검증할 수 없는 불투명성을 오랫동안 유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다섯 번째 잘못, 호르무즈 해협을 세계경제의 인질로 삼았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만의 바다가 아니다.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수송의 핵심 통로이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휴전이 무너지면서 이란은 민간 선박을 공격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을 제한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 내 목표물을 다시 공격했고, 이란은 걸프 지역의 미군 시설을 겨냥해 대응했다. 유엔은 2026년 7월 재개된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의 상선 운항이 다시 사실상 마비에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이란은 자국 해역과 안보를 지킬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제재와 군사압박이 이란 경제를 질식시키고 있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민간 선박과 국제 항로를 보복 수단으로 삼는 순간 피해는 미국 정부가 아니라 전 세계 소비자와 선원에게 돌아간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2026년 이란의 선박 공격과 통항 방해를 비판하며 자유로운 항해를 복원할 것을 요구했다.

호르무즈를 닫겠다는 위협은 군사전략일 수는 있어도 책임 있는 국가의 외교는 아니다.

여섯 번째 잘못, 국민의 생존보다 체제의 복수를 앞세웠다

이란 정권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국가 존립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한다. 실제로 이란의 도시와 핵시설, 군사시설이 공격받았고 민간인 피해도 발생했다.

그러나 체제를 지키기 위한 복수전이 이란 국민의 생존보다 우선될 수는 없다.

장기간의 제재와 전쟁은 통화가치, 물가, 의료품, 에너지 인프라와 고용을 무너뜨린다. 이란 지도부가 해외 암살과 대리전, 해상봉쇄에 자원을 투입할수록 평범한 이란 국민은 더 가난해지고 고립된다.

이란 국민과 이란 정권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트럼프가 “이란을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위협할 때 실제 미사일 아래 놓이는 사람은 암살 공작을 설계한 혁명수비대 지휘부만이 아니다. 테헤란과 지방도시에 사는 일반 시민들이다.

이란 정권의 잘못을 비판하면서도 이란 국민 전체에 대한 집단적 보복을 정당화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1,000발’은 정당한가

이란이 미국 대통령을 암살하려 한다면 미국은 이를 방어하고 책임자를 제거할 권리가 있다. 국가원수 암살은 무력공격 또는 중대한 테러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암살 시 이란 전역을 1,000발로 파괴하겠다”는 위협은 별개의 문제다.

국제법상 자위권 행사는 필요성과 비례성 원칙을 충족해야 한다. 암살 공작에 관여한 시설과 지휘부를 공격하는 것과 이란 전역을 파괴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같은 차원이 아니다.

공격 대상과 군사적 목적을 구분하지 않은 대규모 미사일 보복은 민간인 집단처벌과 무차별 공격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트럼프의 발언은 억지력을 높이기 위한 극단적 경고일 수 있다. 이란 지도부에 “대통령 암살은 정권의 종말로 이어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이다.

그러나 억지와 도발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상대가 오판하거나 비국가세력이 독자적으로 공격을 감행하면, 사실관계가 확인되기도 전에 수천 발의 미사일이 발사되는 재앙이 벌어질 수 있다.

미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란의 공격성과 불투명성을 지적한다고 해서 미국의 중동정책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2020년 이라크 영토에서 솔레이마니를 제거했고, 이란은 이를 국가 지도급 인사에 대한 불법 암살로 규정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와 핵·군사 관계자들이 사망한 이후 이란 내부의 복수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미국은 이란의 대리전과 핵 위협을 이유로 공격했다고 설명하지만, 정권 수뇌부를 제거하고도 지역질서와 전후 안정 계획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또 다른 복수와 테러를 키울 수 있다.

이란의 잘못이 미국의 무제한 공격권을 의미하지 않는다. 미국의 군사적 우위가 곧 국제법적 정당성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이란은 뭘 그렇게 잘못했나”에 대한 답

이란 정권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섰다는 이유만으로 잘못한 것이 아니다. 외국 지도자와 반체제 인사에 대한 암살을 기획하고, 혁명수비대와 범죄조직을 이용해 해외에서 살인을 실행하려 한 혐의를 받아왔다.

대리무장세력을 지원해 공격은 확대하면서 국가 책임은 부인했다. 핵 프로그램의 평화적 성격을 주장하면서 국제원자력기구가 이를 충분히 검증할 수 있도록 협조하지 않았다. 호르무즈 해협과 민간 선박을 군사·경제적 보복 수단으로 이용해 세계 에너지 시장을 흔들었다.

무엇보다 이란 국민의 삶보다 정권의 복수와 체제 생존을 앞세웠다. 이것이 이란 정권이 잘못한 일이다. 그러나 이란 정권의 범죄와 오판 때문에 이란 국민 전체가 1,000발의 미사일을 맞아야 한다는 결론은 성립하지 않는다.

1,000발보다 더 강한 선택

트럼프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큰 숫자가 아니다. 이란 암살 공작의 지휘자와 자금망을 공개하고, 국제사법 공조를 통해 체포하며, 혁명수비대 금융망과 무기 공급망을 정밀하게 차단하는 것이 먼저다.

IAEA 사찰 복귀와 핵물질 검증, 호르무즈 자유항행, 대리세력 무장지원 중단을 협상의 명확한 조건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란도 트럼프 암살 위협과 복수 구호를 즉각 중단하고, 해외 암살 공작에 관여한 책임자들을 국제조사에 넘겨야 한다. 핵시설과 물질에 대한 완전한 사찰을 허용하고 민간 선박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보장도 내놓아야 한다.

암살이 성공하면 국가를 없애겠다는 위협과, 지도자가 죽었으니 상대 지도자를 반드시 죽이겠다는 복수는 모두 같은 파괴의 언어다. 이란이 잘못한 것은 힘이 약해서가 아니다. 암살과 대리전, 핵의 불투명성, 해상봉쇄를 정상적인 국가정책으로 사용한 것이다. 트럼프가 잘못할 수 있는 지점도 분명하다. 그 범죄에 대한 책임을 정권 핵심이 아니라 9천만 이란 국민 전체에게 묻는 순간이다.

암살 공작에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1,000발의 미사일보다 강한 것은 책임자를 정확히 찾아내고, 국민과 정권을 구분하며, 전쟁 없이도 다시는 암살을 꿈꾸지 못하게 만드는 국제적 포위망이다.

참고문헌

  • 미국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 이란 관련 암살 모의 기소 자료
  • 미국 재무부(U.S. Treasury): 이란 제재 프로그램
  • 미국 국무부(U.S. Department of State): 이란 혁명수비대(FTO) 지정 관련 자료
  •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란 핵 프로그램 관련 보고서
  • 백악관 및 트럼프 대통령 공식 발언 자료(해당 경고 발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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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8일 수요일

트럼프 왜 동맹국에 화가 났나?...나토 동맹에 폭발…“이란전 때 안 도울 거면 왜 미국이 지켜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나토 동맹, 이란 충돌 지원 논란을 상징하는 국제정치 뉴스 이미지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충돌 과정에서 미국을 충분히 지원하지 않은 나토
 동맹국들을 비판하며 동맹 비용과 방위비 부담 문제를 다시 제기했다./gimag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토 동맹국들을 향해 다시 폭발했다. 이유는 이란이다. 트럼프는 미국이 이란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일부 나토 동맹국들이 워싱턴을 충분히 지지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미국이 막대한 돈을 들여 나토를 유지하는데 정작 필요할 때 유럽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이 동맹은 무엇을 위한 것이냐”는 취지의 불만을 드러냈다.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란 충돌 과정에서 미국 편에 서기를 거부한 여러 나토 동맹을 비판하며, 미국의 막대한 동맹 비용과 유럽의 소극적 태도를 문제 삼았다.

이번 발언은 단순한 외교적 불평이 아니다. 트럼프식 동맹관의 핵심이 다시 드러난 장면이다. 트럼프에게 나토는 가치 공동체이기 전에 비용과 기여의 문제다. 미국이 압도적 군사력과 재정을 투입해 유럽 안보를 떠받치고 있다면, 유럽 역시 미국이 중동에서 위험을 감수할 때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논리다. 그는 이란 충돌 당시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 동맹국들에 실망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이는 나토 내부의 부담 분담 논쟁을 다시 불붙였다. 아나돌루통신은 트럼프가 이란전 지원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이탈리아,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을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유럽 동맹국들의 계산은 다르다. 이란과의 군사 충돌은 나토 조약 5조가 자동 발동되는 러시아의 유럽 침공과는 성격이 다르다. 유럽은 미국의 중동 군사작전에 무조건 동참했다가 이란의 보복, 에너지 위기, 국내 반전 여론, 테러 위험을 떠안을 수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과 걸프 지역 충돌은 유가와 물류, 인플레이션을 동시에 흔드는 사안이다. 유럽 입장에서는 “동맹”과 “미국 주도 전쟁 동참” 사이에 선을 긋고 싶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이 선 긋기를 ‘배신’에 가깝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의 현행 나토 지원이 “우스꽝스럽고 일방적”이라는 취지로 비판했고, 유럽이 스스로 더 많은 방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압박했다. 가디언은 트럼프가 이란 군사작전에 대한 유럽의 제한적 지원을 문제 삼으며 미국의 나토 지원이 일방적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트럼프의 불만이 말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AP는 앙카라 나토 정상회의에서 트럼프가 이란 충돌 지원 부족뿐 아니라 그린란드 문제와 방위비 문제까지 꺼내며 동맹국들을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스페인을 “끔찍한 파트너”라고 비판하고 무역 보복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나토가 단순 군사동맹을 넘어, 무역·영토·에너지·중동전략까지 얽힌 거대한 협상장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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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사무총장 마르크 뤼터는 트럼프 달래기에 나섰다. 로이터에 따르면 뤼터는 최근 미국의 대이란 군사공격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고 평가하며 미국의 강경 대응에 힘을 실었다. 또 유럽과 캐나다가 미국 수준에 맞춰 방위비 부담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에게 “유럽도 변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려는 외교적 메시지다.

그러나 나토 내부의 균열은 쉽게 봉합되기 어렵다. 트럼프는 동맹을 거래로 본다. 유럽은 동맹을 제도와 가치, 절차로 본다. 미국은 “우리가 지켜주는데 왜 안 도와주느냐”고 묻고, 유럽은 “나토가 미국의 모든 전쟁에 따라가는 자동동원 체제는 아니다”라고 답한다. 이 차이가 이란전에서 폭발한 것이다. 러시아를 상대할 때는 비교적 결속이 가능하지만, 이란과 중동 문제로 오면 나토의 공통분모는 급격히 좁아진다.

한국이 이 장면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트럼프의 질문은 나토만 향하지 않는다. “미국이 돈과 군사력을 쓰는데, 동맹국은 미국이 필요할 때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대중국 견제, 대이란 제재, 호르무즈 해협 안보 문제로 곧바로 확장될 수 있다. 한국은 유럽보다 더 직접적으로 미중 경쟁과 중동 에너지, 북한 위협 사이에 끼어 있다. 트럼프가 나토를 향해 던진 질문은 언젠가 한국에도 같은 방식으로 돌아올 수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 경제와 직결된다. 한국은 원유·가스 수입 의존도가 높고, 중동 해상교통로의 불안은 곧바로 물가와 산업 비용을 흔든다. 미국이 이란과 충돌하고, 트럼프가 동맹국에 “왜 함께하지 않느냐”고 압박한다면 한국도 예외가 되기 어렵다. 군사 파병은 아니더라도 해상 감시, 제재 협조, 군수 지원, 외교적 지지 표명 등 다양한 방식의 선택 압박이 올 수 있다.

트럼프의 이번 나토 비판은 동맹의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냈다. 동맹은 보험인가, 거래인가. 미국이 평시에 지켜주는 대신 전시에 동맹국이 따라야 하는 계약인가, 아니면 각국의 이해와 법적 절차를 존중하는 정치적 공동체인가. 트럼프는 전자에 가깝고, 유럽은 후자를 말한다. 이란 충돌은 그 차이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결국 이번 발언의 본질은 이란보다 나토다. 트럼프는 이란전을 통해 동맹의 충성도를 시험했고, 유럽은 중동전쟁에 자동 편입되는 것을 거부했다. 그 결과 나토는 러시아 억제라는 공통 목표 아래에서도, 미국의 세계전략을 어디까지 함께할 것인지라는 더 어려운 질문 앞에 섰다. 그리고 이 질문은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동맹을 맺은 모든 나라, 특히 한국에도 곧 닥칠 수 있는 현실적 과제다.


참고문헌

  • Al Jazeera, “Trump criticises NATO allies over Iran conflict support,” 2026년 7월 7일.
  • Anadolu Agency, “Trump criticizes NATO allies over Iran war support,” 2026년 6월 25일.
  • The Guardian, “‘Ridiculous’ for US to maintain current Nato support, Trump warns ahead of alliance summit,” 2026년 7월 3일.
  • AP, “Trump blasts NATO for rejecting his efforts to claim Greenland as leaders hold a summit in Turkey,” 2026년 7월 8일.
  • Reuters, “New US attacks on Iran were absolutely necessary, NATO chief says,” 2026년 7월 8일.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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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21일 화요일

[중동 전쟁] 美가 멈춰 세운 이란 선박, 실린 건 중국발 화물이었다… 시진핑은 곧장 사우디 왕세자에 전화했다

 

미군에 나포된 이란 화물선 투스카호가 오만만 해상에서 항해 중인 모습
미군이 오만만에서 나포한 이란 화물선 투스카호는 중국과
 말레이시아를  거쳐 이란으로 향하던 선박으로 파악됐다. 사건 직후
 시진핑 주석은 사우디 왕세자와 통화하며 호르무즈해협의
 정상 통항을 강조했다./reuters

중동의 전쟁은 원래 미사일로 시작되지만, 오래 끌수록 결국 배와 항로의 문제가 된다. 이번에 미군이 오만만에서 나포한 이란 화물선 투스카(Touska) 호가 상징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겉으로는 미국이 이란 선박을 강제로 멈춰 세운 사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훨씬 더 큰 그림이 보인다. 이 배는 중국과 말레이시아를 거쳐 이란으로 향하던 선박으로 파악됐고, 미국은 군사적으로도 전용될 수 있는 이른바 ‘이중용도(dual-use)’ 물자가 실려 있었을 가능성을 보고 있다. 아직 구체적 화물 목록이 전부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이 선박이 단순한 이란 국내 물류선이 아니라 중국발 공급망과 연결된 배였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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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래서 시진핑의 움직임이 빨랐다. 로이터와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나포 직후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통화하며, 호르무즈해협의 정상 통항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휴전, 정치·외교적 해법, 그리고 해협의 정상 운항 유지가 지역과 국제사회의 공동 이익이라고 말했다. 이 통화는 단순한 외교적 의례가 아니다. 중국 입장에서 호르무즈는 원유 가격과 에너지 안보, 대이란 관계, 대사우디 관계, 그리고 중동 중재자 이미지가 한꺼번에 걸려 있는 생명선이다.

중국 외교부도 한 발 물러선 듯하면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냈다. 중국은 미국의 선박 나포를 “강제 차단”으로 규정하며 우려를 표했고, 관련 당사국들이 긴장을 더 끌어올리지 말고 정전과 협상 조건을 복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이 이 사안을 이란의 일방적 피해 주장으로만 몰고 가지 않고, 동시에 정상적인 통항 질서 회복대화 재개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이 이란을 버리지는 않되, 이란 때문에 호르무즈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도 원치 않는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베이징은 지금 “반미 전선”보다 “해상 동맥 안정”을 더 중시하고 있다.

미국의 계산도 단순하지 않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군은 이란 국적 선박이 미국 경고를 6시간 동안 무시했고, 결국 함포 사격으로 엔진룸을 무력화한 뒤 해병대를 투입해 배를 장악했다. 미국은 이 선박이 대이란 봉쇄를 위반했고, 군사 전용 가능 물자를 운반했을 수 있다고 본다. 이 조치는 단순한 차단을 넘어, 이제 미국이 이란 항구뿐 아니라 이란으로 향하는 해상 공급망 자체를 압박하겠다는 신호에 가깝다. 그렇게 되면 문제는 곧바로 중국으로 튄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주요 구매국이고, 이란과 연결된 해상 물류망의 중요한 종착점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건의 핵심은 배 한 척이 아니다. 미국은 이란을 조이려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중국의 화물과 중국의 에너지 이해관계까지 건드렸다. 반대로 중국은 직접 미국과 정면충돌하지 않으면서도 사우디와의 통화를 통해 “호르무즈는 열려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국제적으로 부각시켰다. 여기서 사우디가 중요하다. 사우디는 이란과 적대와 화해를 오가면서도, 동시에 글로벌 원유 공급의 핵심 축이고 중국과도 긴밀한 전략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시진핑이 하필 이 순간 빈살만에게 전화한 것은, 중동의 긴장 완화를 말하면서도 사실상 베이징-리야드 축을 통해 해상 질서의 공동 관리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이 해석은 기사에 기반한 추론이지만, 통화의 시점과 메시지는 분명히 그런 방향을 시사한다.

더 크게 보면, 이번 나포는 중동 전쟁의 성격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이란과 미국, 또는 미국과 이스라엘 대 이란의 군사 충돌처럼 보였지만, 이제는 에너지 수송로와 공급망, 해상 봉쇄, 중국의 중재 공간까지 얽힌 복합 패권전으로 변하고 있다. 평화협상 재개도 이 선박 나포 이후 더 불확실해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즉, 총성이 멎는다고 바로 평화가 오는 국면이 아니라, 배 한 척과 해협 하나가 전쟁의 다음 단계를 좌우하는 국면으로 넘어간 셈이다. 호르무즈에서 벌어진 이번 장면은 중동의 바다를 두고 미국은 군사력을, 중국은 경제와 외교를 들고 들어온 새로운 대결의 예고편일 수 있다.


참고문헌

  • Reuters, Seized Iranian ship likely carrying equipment deemed dual-use by US, sources say (2026-04-20).
  • Reuters, China voices concern over US seizure of Iranian cargo ship, urges further talks (2026-04-20).
  • Reuters, China's Xi, in call with Saudi crown prince, calls for Strait of Hormuz to remain open (2026-04-20).
  • Reuters, Fate of Iran peace talks uncertain as deadline approaches for end of ceasefire (2026-04-20).
  • Xinhua, Xi says normal passage through Strait of Hormuz should be maintained (2026-04-20).
  • Xinhua, Trump says U.S. has intercepted, taken custody of Iranian-flagged cargo ship (2026-04-20). 

Socko/Ghost

2026년 4월 6일 월요일

울산 석유 北 유입설’ 터지자 경찰 칼 뽑았다… 가짜뉴스와의 전면전

 

서울경찰청의 중동 전쟁 허위정보 단속과 유튜브 수사를 상징하는 이미지
서울경찰청이 중동 전쟁 관련 허위·조작 정보 확산에 대응해 사이버수사
 전담팀을 꾸리고 유튜브 계정 4곳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jtbc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 전담팀 2개 편성
‘울산 석유 90만 배럴 北 유입설’ 등 허위정보 유포 수사 본격화

중동 전쟁의 포성이 한국 땅에 떨어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전쟁이 만든 불안과 공포, 분노와 음모는 이미 한국의 온라인 공간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서울경찰청이 4월 6일 중동 전쟁을 둘러싼 허위·조작 정보 확산에 대응해 집중 단속에 나섰다고 밝힌 것은, 단순한 인터넷 단속이 아니라 국가적 혼란을 부추기는 ‘정보 전쟁’에 대한 사실상의 경고장으로 읽힌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사이버수사대에 전담팀 2개를 편성해 관련 허위정보 게시글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발견 즉시 플랫폼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삭제·차단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지난해부터 ‘공중 협박 및 가짜 허위 정보 유포 대응 TF’를 운영해 왔고, 서울 지역에서만 현재까지 29건의 삭제 요청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단속이 주목되는 이유는 사례가 상징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울산 석유 비축기지 물량 90만 배럴이 중국 등 제3국을 거쳐 북한으로 넘어갔다”는 식의 주장이 확산됐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 등은 지난 4월 1일 관련 유튜버들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업무방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은 ‘전한길뉴스’, ‘전라도우회전’, ‘TV자유일보’ 등 유튜브 계정 4곳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박 청장은 중동 전쟁 관련 정보라도 범죄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이 확인되면 즉시 수사에 착수하고 단속을 계속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장면은 지금 한국 사회의 취약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전쟁이 터지면 유가는 흔들리고, 물류 불안이 커지고, 시민들은 생필품과 안보 문제에 민감해진다. 바로 그 틈을 타 “석유가 북한으로 넘어갔다”거나 “정부가 전쟁을 숨기고 있다”는 식의 자극적 이야기가 떠돌기 시작하면, 그것은 단순한 의견 표명을 넘어 공포를 조직하는 행위가 된다. 특히 유튜브와 SNS는 정보의 속도는 빠르지만 검증은 느리다. 한 번 퍼진 허위정보는 정정 기사보다 훨씬 더 넓고 깊게 파고든다. 결국 문제는 전쟁 그 자체만이 아니라, 전쟁을 먹고 자라는 선동 산업이다.

물론 여기에는 또 다른 긴장도 있다. 가짜뉴스 단속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이 크지만, 국가기관의 삭제 요청과 수사 확대가 어디까지 허위정보이고 어디부터 정당한 의혹 제기인지 경계를 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조치는 강경 대응이라는 면과 함께,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새로운 논쟁도 동시에 부를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있다. 확인되지 않은 전쟁 정보가 조회 수와 분노를 먹고 커질수록, 사회는 진실보다 불안에 먼저 지배당한다는 점이다.

결국 경찰의 이번 조치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지금 우리가 소비하는 정보는 사실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클릭 장사인가. 중동 전쟁은 멀리 있지만, 허위정보의 파장은 이미 우리 일상 한복판에 도착해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더 엄격한 검증이다. 


참고문헌

  • 경향신문, 「‘울산 석유 북한 유입설’ 유튜브 4곳 수사 중···경찰, 중동전쟁 가짜뉴스 집중 단속」, 2026년 4월 6일.
  • 다음 뉴스(경향신문 전재), 같은 기사 요약 및 수사 대상·삭제 요청 현황 확인.
Socko/Ghost

2026년 4월 5일 일요일

폭탄으로 협상한다더니… 하르그섬 이후 민간 파괴까지 번지는 이란 전선

 

하르그섬과 이란 인프라 파괴 위협 속에 민간 사회까지 흔들리는 전쟁의 그림자
하르그섬 타격과 전력·교량 위협, 그리고 “석기시대” 발언은 중동 전쟁이
 군사 목표를 넘어 민간 인프라 전체를 압박하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reuters

미국과 이란의 충돌은 이제 단순한 군사 기지 공방을 넘어, 한 나라의 숨통을 죄는 인프라 전쟁의 단계로 들어선 듯하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 원유 수출의 핵심 거점인 하르그섬에서 군사 표적을 타격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공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경고해 왔다. 여기에 전력시설과 교량 같은 기반시설까지 거론되면서, 전쟁의 목표가 적의 군사 능력 약화를 넘어 국가 기능 전체를 마비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르그섬은 단순한 섬이 아니다. 이란 원유 수출의 대동맥이자, 세계 에너지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전략 허브다. 그곳을 무너뜨리겠다는 발상 자체가 이미 “정밀 타격”의 언어를 넘어선다.

문제는 이런 군사 압박이 더 이상 군사 목표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로이터는 트럼프가 교량과 전력시설 공격을 위협했다고 전했고, AP 보도에서는 그가 이란을 “석기시대”로 돌려보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소개했다. 이것은 협상용 수사가 아니라, 상대 사회 전체를 후퇴시키겠다는 발상에 가깝다. 전쟁은 언제나 군인을 먼저 겨눈다고 말하지만, 전력망이 끊기고 교량이 무너지며 산업·에너지 설비가 멈추는 순간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민간인의 일상이다. 물, 전기, 교통, 병원, 식량 유통망은 전선 밖 시민들에게 생존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석기시대”라는 말은 강한 표현을 넘어서, 민간 사회 전체를 희생 가능한 비용처럼 취급하는 위험한 전쟁 언어가 된다.

하르그섬 완전 파괴 시나리오가 더 무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목표가 단지 이란의 수출 수입원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하르그섬이 타격받을 경우 이란 원유 수출이 급감하고, 세계 공급 차질이 심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즉 이 전쟁은 이란만 겨누는 것이 아니라, 유가와 해상 운송, 제조원가와 물가를 통해 전 세계 경제를 인질로 잡는 방식으로 번진다. 하르그섬을 무너뜨리고 전력·교량·산업기반을 차례로 마비시키는 그림은 군사작전이라기보다, 한 사회를 기능 정지 상태로 밀어 넣는 국가 파괴 시나리오에 가깝다. 그다음 표적이 민간시설로 번질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방식이 국제법과 전쟁범죄 논란을 동시에 부른다는 점이다. 로이터는 미국 내 국제법 전문가들이 전력·담수·민간 필수 인프라를 겨냥한 공격 위협이 전쟁범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군사 목표와 직접 연결된 경우를 제외하면, 민간 생존 기반을 무너뜨리는 공격은 제네바협약 취지와 정면 충돌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란을 석기시대로”라는 말은 강경함의 상징처럼 들릴 수 있어도, 실제로는 미국 스스로를 국제 규범 논란의 중심으로 밀어 넣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해 법의 경계를 흐리는 순간, 전쟁은 승패보다 먼저 정당성을 잃는다.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는 일은 단순한 보복전이 아니다. 하르그섬 파괴, 교량 폭격, 전력망 위협, “석기시대” 발언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는 순간, 전쟁은 군대를 넘어 시민의 삶 전체를 겨냥하는 방향으로 변질된다. 그래서 더 위험한 것은 미사일 그 자체만이 아니라, 민간의 고통마저 압박 수단으로 계산하는 정치의 언어다. 하르그섬 다음이 어디가 될지 묻기 전에, 세계는 먼저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전쟁은 어디까지를 군사 목표라고 우길 셈인가. 그리고 그 선을 넘는 순간, 누가 문명이고 누가 야만인가.


참고문헌

  • Reuters, “Trump says US struck military targets on Iran's Kharg Island …,” 2026-03-13.
  • Reuters, “Kharg Island, struck by US, is key hub for Iran oil exports,” 2026-03-14.
  • Reuters, “Trump threatens to strike Iran's bridges and electric power plants,” 2026-04-03.
  • AP News, “No sign of war winding down … Trump said U.S. forces will bring Iran back to the Stone Ages,” 2026-04-03.
  • Reuters, “US experts say American strikes on Iran may amount to war crimes,” 2026-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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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의 꽃”을 말한 이재명 대통령과 “원수의 길”을 경고한  메시지. 김민석의 오전 7시 민주당TV는 김어준의 아침 방송과 새로운 여권 미디어 주도권 경쟁을 예고하는가./hankyung 이재명 대통령이 25 일 김민석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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