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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1일 일요일

워싱턴의 침묵, 평양의 그림자… 이재명 정부는 무엇을 놓치고 있나

 

워싱턴의 침묵, 평양의 그림자
국정원장 방미 논란, 한미 정보협력의 신뢰를
  묻다./credit: wikipedia.en

미국의 문은 닫혔는가, 아니면 한국 정부가 열려 있다고 믿었던 문이 애초부터 열리지 않았던 것인가.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의 미국 방문 및 정보기관 면담을 둘러싼 논란이 한미 정보동맹의 민낯을 드러내는 화두로 떠올랐다. 조선일보는 미국 측이 이 원장의 국가지리정보국(NGA) 방문과 정보기관 수장 면담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방미 계획 자체가 없었다며 반박했다. 한동훈 의원이 제기한 입국 거부 주장과 정부 측의 부인이 정면으로 엇갈리는 상황이다. 입국 거부와 방문 일정 불발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그런데도 논란의 본질은 사라지지 않는다. 미국이 정말 아무런 의구심도 갖고 있지 않다면, 왜 한미 정보협력의 신뢰를 둘러싼 의문이 공개적인 정치 쟁점으로까지 번졌는가.

외교에는 의전이 있지만, 정보동맹에는 신뢰라는 더 엄격한 입장권이 있다. 이쯤에서 미국의 보수 매체 FOX 뉴스가 한국의 대북정책과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비판해 온 흐름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내 일부 논객은 이 대통령의 대미·대중·대북 노선을 동맹의 관점에서 의심해 왔고, 한국의 대북송금 사건 역시 국제사회가 주목할 수 있는 사안이다.

다만 FOX 뉴스에서 최근 나왔다는 ‘병든 치아는 빨리 빼야 한다’는 발언의 정확한 원문과 문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를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나 미국 정부의 공식 메시지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그렇더라도 질문은 남는다. 미국의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 한국 정부의 노선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면, 서울은 그 경고를 단순한 보수 언론의 과장으로 치부해도 되는가.

동맹의 경고음을 듣지 않는다고 해서 경보 장치가 고장 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경보를 무시하는 쪽이 더 큰 비용을 치른다. 이종석 원장의 이력도 이 논쟁에서 빠질 수 없다. 그는 북한 연구자로서 북한 체제를 내부 논리와 역사적 조건 속에서 이해하려는 이른바 ‘내재적 접근법’을 대표해 온 인물이다. 북한을 이해하는 것과 북한 정권을 지지하는 것은 다르다.

북한을 연구했다고 친북 인사로 낙인찍는 것은 지적 태만이다. 그러나 국가정보원장은 학자의 자리와 다르다. 학자는 상대의 논리를 이해해야 하지만, 정보기관장은 그 논리 뒤에 숨은 위협까지 판별해야 한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전략적 경쟁을 벌이고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는 현실에서, 국정원장의 대북·대중 인식은 개인적 학문 성향을 넘어 국가안보의 판단 기준과 연결된다.

이 원장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고 밝혀 온 만큼, 정부는 그 실리가 동맹의 신뢰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 아니라 결과로 입증해야 한다. ‘양쪽 풀을 다 뜯어먹겠다’는 외교가 가능하려면, 적어도 어느 쪽이 우리 안보를 지탱하는 울타리인지는 분명해야 한다. 역사는 이 논쟁에 또 하나의 무거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1983년 10월 9일 미얀마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로 한국 정부 요인 17명과 미얀마인 4명 등 21명이 목숨을 잃었다. 서석준 부총리와 이범석 외무부 장관을 비롯한 국가 지도부 인사들이 희생된 참사였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공식 순방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했다. 이 사건을 기억하는 이유는 특정 정권의 공과를 다시 재단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국가안보의 실패는 정파의 손익계산서에 적히는 숫자가 아니라, 국민과 국가가 감당해야 하는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기 때문이다. 세종연구소를 비롯한 연구기관에서 북한을 연구하고 대북정책을 논하는 것은 학문과 정책의 영역이다. 그러나 연구자의 과거와 이념적 관점이 오늘날 정보기관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묻는 것 역시 정당한 공적 검증이다.

다만 학위 논문의 표절 의혹이나 개인의 과거 행적에 관한 주장은 원문과 검증 자료가 확인될 때 비로소 논평의 근거가 된다. 안보를 논하면서 검증되지 않은 의혹까지 사실로 취급한다면, 비판의 칼날은 스스로 무뎌진다. 논란의 또 다른 축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이다.

2019년 경기도의 대북사업 지원금 500만 달러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쌍방울 측이 북한에 전달했다는 것이 검찰 수사와 재판에서 제기된 핵심 내용이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유죄 판결은 이 사건을 둘러싼 법적 논쟁을 한층 무겁게 만들었다. 그러나 여기서도 구분은 필요하다. 이화영 사건에서 확정된 판단과 이 대통령 자신의 형사책임은 동일한 문제가 아니다.

또한 이 원장이 당시 관련 정책을 어떤 직책에서 담당했는지와 송금에 관여했는지도 별도로 입증돼야 한다. 이 원장이 이 사건에 공모했다거나 미국 정보당국이 그를 관련 인물로 판단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북사업과 정보기관의 신뢰를 둘러싼 질문이 함께 제기되는 것은 우연한 정치적 소음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의혹을 덮거나 상대를 낙인찍는 것이 아니라, 공개 가능한 사실과 법적 판단을 구분해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법적 책임은 증거로 묻고, 정치적 책임은 설명의 충실성으로 따져야 한다. 그렇다면 미국 정보당국은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CIA와 다른 정보기관들이 한국의 대북정책, 중국과의 관계, 북한 관련 인적·물적 흐름을 분석하고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그들이 이 원장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렸는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보고가 올라갔는지, 특정 인사를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했는지는 공개된 자료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정보기관의 판단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비밀 보고서가 이미 작성됐을 것이라고 확언하는 것은 분석이 아니라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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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미국 측이 한국 정보기관장과의 접촉이나 특정 정보협력 일정에 실제로 제약을 두었다면, 그 이유와 파장은 양국이 진지하게 설명해야 할 사안이다. 정보동맹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공개적인 설전이 벌어질 때만이 아니다. 서로의 판단을 믿지 못해 핵심 정보를 공유하지 않거나, 상대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조차 확신하지 못하는 순간이 더 위험할 수 있다.

워싱턴의 침묵이 경고인지, 일정 조율의 실패인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계획을 둘러싼 오해인지는 확인되어야 한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안보의 신뢰를 정치적 구호만으로 복구할 수는 없다. 결국 이 논란이 이재명 정부에 던지는 질문은 간단하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외교가 실제로 한국의 선택지를 넓히고 있는가.

아니면 동맹의 신뢰를 소모하면서 전략적 모호성만 키우고 있는가.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정책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문제는 대화가 억지력을 대신할 수 있다고 믿는 순간, 그리고 동맹의 우려를 국내 정치의 편 가르기로만 해석하는 순간 발생한다. FOX 뉴스의 발언 하나가 트럼프의 의중을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고, 국정원장의 미국 방문 논란만으로 정부 전체를 반미·친북으로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러나 정부가 그 모든 의문에 ‘사실무근’이라는 한마디만 남긴 채 신뢰 회복을 위한 설명을 내놓지 못한다면, 의혹은 더 큰 의혹을 낳을 것이다. 국가정보원은 정권의 정치적 방패가 아니라 국가의 눈과 귀여야 한다. 그 눈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그 귀가 누구의 경고를 듣고 있는지 국민이 물을 수 있어야 한다. 동맹은 친분으로 유지되지 않고, 안보는 충성 맹세로 증명되지 않는다.

워싱턴이 실제로 무엇을 판단했는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울이 무엇을 입증하고 있는가다. 국가안보에서 가장 비싼 오판은 적을 과소평가하는 것만이 아니다. 동맹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를 보고도 아무 일 없다고 믿는 것 역시 값비싼 오판이다.


참고문헌

  • KBS 뉴스, 2026년 10월 10일 — 미국 정부 관계자의 정보·방첩 및 동맹 기준 발언, 북한 구성 우라늄 농축시설 관련 정보 공개 논란, 한미 정보 공유 제한 관련 보도.
  • 뉴시스, 2026년 10월 10일 — 미, 한 정보·방첩 관리 불신 표출…“동맹 기준 준수해야”. 
  • 머니투데이, 2026년 10월 11일 — 미 “한국, 동맹기준 준수하고 정보 적절히 처리해야”…불신 드러냈나. 
  • SBS 뉴스, 2026년 10월 11일 — 미 “한국, 정보·방첩 분야서 동맹 기준 준수 기대”. 
  • 연합뉴스, 2026년 10월 8일 — 국힘 “이종석·정동영 자리지키면 한미관계 붕괴…즉각경질해야”. 야당의 정치적 주장과 국정원의 반박을 구분해 인용할 자료.
  •  연합뉴스, 2026년 10월 8일, 「北해킹대응 한미일 회의서 국정원 빠져…원장 방미 불발설엔 ‘사실 아냐’」. 국정원의 반박과 한미일 대북 사이버 위협 대응 협의체 관련 보도.
  • 조선일보, 2026년 10월 8일, 「[단독] 美, 국정원장의 ‘北 감시기관’ 방문 거부」. NGA 방문 및 미국 정보기관 수장 면담 불발 관련 보도. 해당 보도에 대해 국정원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 중앙일보, 2026년 10월 7일 전후, 「한동훈 ‘이종석 국정원장 美입국 거부 맞나’…국정원 측 ‘사실무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질의와 외교부·국정원의 입장.
  • FOX News, Gordon G. Chang, 2025년 4월 11일, Anti-American leftists could turn South Korea into the next Venezuela. 한국의 대미·대중·대북 노선을 비판한 미국 보수 논객의 기고. 이는 필자의 견해이지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
  • 서울기록원, 「아웅산묘역테러사건」. 1983년 10월 9일 테러의 발생 경위와 한국인·미얀마인 사망자 기록.
  • 연합뉴스, 2023년 3월 17일,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2019년 경기도지사 방북 추진 불가능’」.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에서 나온 이종석 전 장관의 증언과 대북사업 관련 쟁점.
  • SBS 뉴스, 2025년 6월 5일, 「‘대북 송금’ 이화영 유죄 확정…‘이 대통령 방북비 맞다’」. 이화영 사건의 대법원 판단 및 이재명 대통령 관련 별도 쟁점에 관한 보도.
  • FOX News — 유튜버 강신업tv 2026.10.11일. FOX 앵커의 ‘병든 치아’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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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12일 일요일

이란은 뭘 그렇게 잘못했나?…트럼프 “암살 시 1,000발”, 테헤란이 자초한 파괴적 청구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경고와 미국의 국가안보 위협 분석을 표현한 국제뉴스 썸네일
트럼프 대통령의 '1000발 미사일' 경고를 계기로 미국이 이란
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는 핵심 배경을 분석했다./axio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전례 없이 노골적인 보복 경고를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7월 1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이 자신을 암살하거나 암살을 시도할 경우를 대비해 “1,000발의 미사일이 장전돼 이란을 겨누고 있으며, 즉시 수천 발이 더 뒤따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가 이란에 대한 대규모 보복 공격을 군에 지시해두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대통령이 사망한 뒤 공격이 자동으로 실행되는 이른바 ‘데드맨 스위치’는 존재하지 않으며, 실제 군사행동은 대통령직을 승계한 차기 최고통수권자의 결정과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번 경고는 단순한 트럼프식 허풍으로만 보기 어렵다. 미국 사법당국은 이란 혁명수비대와 연결된 인물들이 트럼프를 비롯한 미국 정치인과 반체제 인사를 살해하려 했다는 사건을 여러 차례 수사하고 기소했다. 2026년 3월에는 이란 혁명수비대 공작원으로 지목된 아시프 머천트가 미국 내 정치적 암살을 위한 청부살인과 초국경적 테러 시도 혐의로 유죄평결을 받았다. 미 법무부는 그가 2024년 혁명수비대의 지시를 받아 미국에서 암살 계획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란은 도대체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기에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1,000발’이라는 섬뜩한 경고를 받게 됐는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이 모두 정당했다는 뜻은 아니다. 트럼프의 위협이 국제법상 적법하다는 결론도 아니다. 그러나 이란 정권이 오랜 기간 국가기관과 혁명수비대, 대리무장세력을 동원해 암살·테러·핵 위협·해상교통 방해를 외교수단처럼 사용해온 책임까지 지울 수는 없다.

첫 번째 잘못, 외국 지도자 암살을 국가 보복 수단으로 삼았다

이란이 가장 먼저 답해야 할 문제는 미국 영토와 제3국에서 벌인 정치적 암살 공작이다.

미 법무부는 2024년 11월 이란에 거주하는 파르하드 샤케리와 미국 내 공범들을 기소하면서, 샤케리가 혁명수비대로부터 트럼프 암살 계획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기소장은 수사기관의 혐의 제기이므로 유죄가 확정된 사실과는 구분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이란 혁명수비대의 트럼프 암살 계획을 단순한 정치적 선전이 아니라 구체적인 형사사건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사건만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은 2022년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소속 샤람 푸르사피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살해하기 위해 30만 달러를 제시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이 공작이 2020년 미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제거에 대한 보복으로 추진됐다고 판단했다.

이란 정부와 연계된 세력이 미국 내 반체제 언론인 마시 알리네자드를 납치하거나 살해하려 했다는 사건도 이어졌다. 미국 법원에서는 이란 정부가 비판적인 언론인을 제거하기 위해 범죄조직과 청부살인자를 동원했다는 혐의로 관련자들에게 유죄판결과 중형이 선고됐다.

외국 정부가 전직 장관이나 언론인, 대통령 후보를 자국 영토 밖에서 살해하려 한다면 이는 단순한 첩보전이 아니다. 상대국의 주권과 사법질서를 직접 침해하는 국가폭력이다.

이란이 미국의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을 불법 암살이라고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보복으로 미국 민간사회 안에 살인조를 투입한다면 스스로 비판하던 국가암살을 그대로 반복하는 셈이다.

두 번째 잘못, 구호와 장례식에서 암살을 정치문화로 만들었다

최근 이란 지도부와 국영매체에서는 트럼프에 대한 보복과 암살을 촉구하는 강경 발언이 다시 등장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사망 이후 후계 지도부는 복수를 국가적·종교적 의무로 규정했고, 장례 행사와 관제 집회에서는 트럼프를 겨냥한 살해 구호가 나왔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시위대의 구호 하나를 곧바로 정부의 암살 명령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영방송과 정권 핵심 관계자들이 이런 위협을 방치하거나 조장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국가가 정치적 암살을 ‘순교’, ‘복수’, ‘정의’의 언어로 포장하면 실제 공작을 수행하려는 조직과 개인에게 허가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의 ‘1,000발’ 위협은 위험하고 과도하다. 그러나 이란 지도부가 먼저 암살 가능성을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이용했다면 미국 대통령이 이를 실제 국가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이게 된 배경도 함께 살펴야 한다.

세 번째 잘못, 혁명수비대와 대리무장세력으로 책임을 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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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지역전략은 정규군끼리 직접 싸우는 전통적 전쟁과 다르다.

혁명수비대와 쿠드스군은 레바논 헤즈볼라, 이라크 친이란 민병대, 예멘 후티 반군을 비롯한 여러 무장세력을 지원해왔다. 무기와 훈련, 자금은 이란에서 나오지만 공격은 대리세력의 이름으로 실행되는 구조다.

미국은 2026년에도 이란과 연계된 이라크 민병대 지휘관들이 미군과 민간시설을 겨냥한 공격을 계획하거나 실행했다며 제재와 형사조치를 이어갔다. 미 법무부는 이란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카타이브 헤즈볼라 고위 인사가 미국과 유럽에서 약 20건의 공격 또는 공격 시도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물론 미국 국무부와 법무부 자료는 미국 정부의 법적·정책적 판단이다. 이란은 이를 미국의 정치적 프레임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공격을 지시하거나 자금을 댄 국가가 “실행자는 우리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대리전 전략은 중동의 충돌을 끊임없이 확대했다. 공격 주체가 불분명해질수록 오판과 보복의 범위도 넓어진다.

이란이 대리세력을 통해 비용은 낮추고 영향력은 확대하는 동안, 이라크·레바논·예멘의 국민들은 전쟁과 경제붕괴의 대가를 치렀다.

네 번째 잘못, 핵 개발 의혹을 투명하게 해소하지 않았다

이란은 자국 핵 프로그램이 평화적 목적이라고 주장해왔다. 핵확산금지조약 가입국으로서 민간 핵에너지를 개발할 권리가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권리에는 사찰과 신고 의무가 따른다.

국제원자력기구는 2026년 보고서에서도 이란이 일부 핵시설에 대한 접근과 검증에 충분히 협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IAEA는 2026년 1월에도 이란에 영향을 받지 않은 핵시설과 관련 장소에 대한 검증을 허용하라고 재차 요구했다. 이후 군사충돌로 현장 검증 활동이 중단되면서 이란 핵물질과 시설 상태를 완전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IAEA 이사회는 2026년 6월 이란에 사찰 협력을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확정적 증거와 사찰 협력이 불충분하다는 사실은 구분해야 한다. 그러나 이란이 평화적 핵 프로그램을 주장하려면 국제사회가 이를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찰을 제한하고 시설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으면서 “우리를 믿으라”고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이란은 핵무기를 실제로 보유했기 때문에 공격받은 것만은 아니다. 핵 의도를 검증할 수 없는 불투명성을 오랫동안 유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다섯 번째 잘못, 호르무즈 해협을 세계경제의 인질로 삼았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만의 바다가 아니다.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수송의 핵심 통로이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휴전이 무너지면서 이란은 민간 선박을 공격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을 제한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 내 목표물을 다시 공격했고, 이란은 걸프 지역의 미군 시설을 겨냥해 대응했다. 유엔은 2026년 7월 재개된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의 상선 운항이 다시 사실상 마비에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이란은 자국 해역과 안보를 지킬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제재와 군사압박이 이란 경제를 질식시키고 있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민간 선박과 국제 항로를 보복 수단으로 삼는 순간 피해는 미국 정부가 아니라 전 세계 소비자와 선원에게 돌아간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2026년 이란의 선박 공격과 통항 방해를 비판하며 자유로운 항해를 복원할 것을 요구했다.

호르무즈를 닫겠다는 위협은 군사전략일 수는 있어도 책임 있는 국가의 외교는 아니다.

여섯 번째 잘못, 국민의 생존보다 체제의 복수를 앞세웠다

이란 정권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국가 존립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한다. 실제로 이란의 도시와 핵시설, 군사시설이 공격받았고 민간인 피해도 발생했다.

그러나 체제를 지키기 위한 복수전이 이란 국민의 생존보다 우선될 수는 없다.

장기간의 제재와 전쟁은 통화가치, 물가, 의료품, 에너지 인프라와 고용을 무너뜨린다. 이란 지도부가 해외 암살과 대리전, 해상봉쇄에 자원을 투입할수록 평범한 이란 국민은 더 가난해지고 고립된다.

이란 국민과 이란 정권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트럼프가 “이란을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위협할 때 실제 미사일 아래 놓이는 사람은 암살 공작을 설계한 혁명수비대 지휘부만이 아니다. 테헤란과 지방도시에 사는 일반 시민들이다.

이란 정권의 잘못을 비판하면서도 이란 국민 전체에 대한 집단적 보복을 정당화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1,000발’은 정당한가

이란이 미국 대통령을 암살하려 한다면 미국은 이를 방어하고 책임자를 제거할 권리가 있다. 국가원수 암살은 무력공격 또는 중대한 테러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암살 시 이란 전역을 1,000발로 파괴하겠다”는 위협은 별개의 문제다.

국제법상 자위권 행사는 필요성과 비례성 원칙을 충족해야 한다. 암살 공작에 관여한 시설과 지휘부를 공격하는 것과 이란 전역을 파괴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같은 차원이 아니다.

공격 대상과 군사적 목적을 구분하지 않은 대규모 미사일 보복은 민간인 집단처벌과 무차별 공격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트럼프의 발언은 억지력을 높이기 위한 극단적 경고일 수 있다. 이란 지도부에 “대통령 암살은 정권의 종말로 이어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이다.

그러나 억지와 도발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상대가 오판하거나 비국가세력이 독자적으로 공격을 감행하면, 사실관계가 확인되기도 전에 수천 발의 미사일이 발사되는 재앙이 벌어질 수 있다.

미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란의 공격성과 불투명성을 지적한다고 해서 미국의 중동정책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2020년 이라크 영토에서 솔레이마니를 제거했고, 이란은 이를 국가 지도급 인사에 대한 불법 암살로 규정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와 핵·군사 관계자들이 사망한 이후 이란 내부의 복수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미국은 이란의 대리전과 핵 위협을 이유로 공격했다고 설명하지만, 정권 수뇌부를 제거하고도 지역질서와 전후 안정 계획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또 다른 복수와 테러를 키울 수 있다.

이란의 잘못이 미국의 무제한 공격권을 의미하지 않는다. 미국의 군사적 우위가 곧 국제법적 정당성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이란은 뭘 그렇게 잘못했나”에 대한 답

이란 정권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섰다는 이유만으로 잘못한 것이 아니다. 외국 지도자와 반체제 인사에 대한 암살을 기획하고, 혁명수비대와 범죄조직을 이용해 해외에서 살인을 실행하려 한 혐의를 받아왔다.

대리무장세력을 지원해 공격은 확대하면서 국가 책임은 부인했다. 핵 프로그램의 평화적 성격을 주장하면서 국제원자력기구가 이를 충분히 검증할 수 있도록 협조하지 않았다. 호르무즈 해협과 민간 선박을 군사·경제적 보복 수단으로 이용해 세계 에너지 시장을 흔들었다.

무엇보다 이란 국민의 삶보다 정권의 복수와 체제 생존을 앞세웠다. 이것이 이란 정권이 잘못한 일이다. 그러나 이란 정권의 범죄와 오판 때문에 이란 국민 전체가 1,000발의 미사일을 맞아야 한다는 결론은 성립하지 않는다.

1,000발보다 더 강한 선택

트럼프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큰 숫자가 아니다. 이란 암살 공작의 지휘자와 자금망을 공개하고, 국제사법 공조를 통해 체포하며, 혁명수비대 금융망과 무기 공급망을 정밀하게 차단하는 것이 먼저다.

IAEA 사찰 복귀와 핵물질 검증, 호르무즈 자유항행, 대리세력 무장지원 중단을 협상의 명확한 조건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란도 트럼프 암살 위협과 복수 구호를 즉각 중단하고, 해외 암살 공작에 관여한 책임자들을 국제조사에 넘겨야 한다. 핵시설과 물질에 대한 완전한 사찰을 허용하고 민간 선박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보장도 내놓아야 한다.

암살이 성공하면 국가를 없애겠다는 위협과, 지도자가 죽었으니 상대 지도자를 반드시 죽이겠다는 복수는 모두 같은 파괴의 언어다. 이란이 잘못한 것은 힘이 약해서가 아니다. 암살과 대리전, 핵의 불투명성, 해상봉쇄를 정상적인 국가정책으로 사용한 것이다. 트럼프가 잘못할 수 있는 지점도 분명하다. 그 범죄에 대한 책임을 정권 핵심이 아니라 9천만 이란 국민 전체에게 묻는 순간이다.

암살 공작에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1,000발의 미사일보다 강한 것은 책임자를 정확히 찾아내고, 국민과 정권을 구분하며, 전쟁 없이도 다시는 암살을 꿈꾸지 못하게 만드는 국제적 포위망이다.

참고문헌

  • 미국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 이란 관련 암살 모의 기소 자료
  • 미국 재무부(U.S. Treasury): 이란 제재 프로그램
  • 미국 국무부(U.S. Department of State): 이란 혁명수비대(FTO) 지정 관련 자료
  •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란 핵 프로그램 관련 보고서
  • 백악관 및 트럼프 대통령 공식 발언 자료(해당 경고 발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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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22일 월요일

선거법 얻으려 정보기관을 멈추나…트럼프 대 상원 원내대표 튠, 미국 보수의 위험한 권력전쟁


트럼프와 존 튠의 SAVE America Act 및 FISA 702 충돌을 상징하는 미국 공화당 권력전쟁 뉴스 이미지
트럼프가 선거법 통과를 위해 FISA 702 재승인까지 압박 카드로
 쓰면서 상원 공화당 지도부와의 충돌이 커지고 있다./ghost-wpnews


트럼프는 왜 선거법 하나를 위해 미국 정보기관의 눈까지 멈춰 세우려 하는가. 존 튠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와의 충돌은 단순한 당내 불화가 아니다. 그것은 트럼프식 정치가 상원의 제도와 국가안보의 경계선을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시험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상원 공화당 지도부에 사실상 최후통첩을 던졌다. SAVE America Act가 포함되지 않으면 해외정보감시법 FISA 702의 재승인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선거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가안보 감시 권한을 협상 카드로 쓰겠다는 뜻이다.

이 법안은 연방선거 유권자 등록 때 시민권 증명을 요구하고, 투표 시 사진 신분증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지자들은 불법 투표를 막기 위한 기본 장치라고 주장한다. 반대자들은 여권·출생증명서 등 서류 접근성이 낮은 유권자에게 사실상 새로운 장벽이 될 수 있다고 비판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법안의 찬반 자체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가 이 법안을 얻기 위해 FISA 702라는 국가안보 장치를 멈춰 세우겠다고 말한 방식이다.

FISA 702는 미국 정보기관의 ‘해외 눈’이다.

FISA 702는 미국 밖에 있는 외국인의 통신을 영장 없이 수집할 수 있게 하는 권한이다. 정보기관은 테러조직, 외국 정보기관, 사이버 공격 조직, 마약 카르텔, 적대국의 군사·외교 활동을 추적하는 데 필요하다고 말한다. 반면 시민자유 단체들은 미국인이 외국인과 통신하는 과정에서 정보가 부수적으로 수집될 수 있고, 그 정보에 대한 검색이 남용될 위험이 있다고 비판한다.

즉 FISA 702는 완벽한 법도, 단순한 악법도 아니다. 미국이 해외 위협을 감시하는 데 필요한 권한이면서 동시에 민주주의 국가가 통제장치를 두고 논쟁해야 할 권한이다. 그래서 더더욱 선거법 협상용 카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존 튠은 트럼프를 막는 것이 아니라, 상원의 숫자를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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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분노는 존 튠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에게 향하고 있다. 튠은 SAVE America Act를 통과시키지 않으려는 인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상원에서는 법안의 내용만으로 표가 모이지 않는다. 필리버스터를 넘기 위해서는 60표가 필요하고, 민주당의 반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화당 내부 이탈까지 고려하면 법안은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수학의 문제가 된다.

튜의 역할은 대통령의 요구를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표와 불가능한 표를 계산해 알려주는 것이다. “표가 없다”는 말은 배신이 아니라 상원 정치의 현실이다. 트럼프에게는 그 말이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상원에서는 “할 수 없다”는 말과 “하지 않겠다”는 말이 다르다.

문제는 트럼프가 ‘현실론’을 ‘충성심 부족’으로 읽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대통령이 자신의 법안이 막히는 이유를 민주당의 반대나 상원의 절차가 아니라, 자기 당 지도부의 불충으로 해석하기 시작하면 정당은 정책 조직이 아니라 충성 경쟁장이 된다. 법안의 표결 가능성, 헌법적 쟁점, 연방과 주의 권한 배분, 유권자 등록 시스템의 현실은 모두 뒤로 밀린다. 남는 것은 “누가 대통령에게 즉시 예라고 말했는가”뿐이다.

이것이 트럼프와 튠의 충돌이 단순한 성격 차이로 끝나지 않는 이유다. 트럼프는 대통령 권한과 대중적 지지의 압력으로 상원을 움직이려 한다. 튠은 상원이라는 제도가 가진 완충장치와 표결 구조를 지키려 한다. 둘 중 하나가 완전히 사라지면 공화당은 대통령의 의지를 법으로 바꾸는 조직이 아니라, 대통령의 의지를 확인하는 조직으로 바뀔 수 있다.

더 위험한 것은 국가안보가 ‘인질’이 되는 순간이다.

FISA 702 재승인은 원래 정보기관의 권한 범위, 영장 없는 수집의 통제, 미국인 정보 보호, 사법감시 강화 같은 문제를 중심으로 다뤄져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의 요구로 논쟁의 중심은 선거법으로 이동했다. 그 결과 미국은 정보기관의 해외 감시 권한을 개혁할 기회를 놓치고, 선거제도 개편도 합의 가능한 방식으로 논의하지 못하는 이중의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 장면은 미국 정치의 역설을 보여준다. 선거의 신뢰를 강화하겠다는 법안이, 정작 국가안보 법안의 정상적 심의를 멈추게 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민주주의를 보호한다는 명분이 민주주의의 의회 절차와 국가안보의 안정성을 동시에 흔드는 셈이다.

공화당 내부의 진짜 전쟁은 SAVE America Act가 아니라 ‘누가 의제를 결정하는가’다.

트럼프가 상원의원들에게 튠의 지도력에 대한 의견을 묻고, 하원의장과는 별도 접촉을 이어가는 보도가 나온 것은 상징적이다. 이것이 실제 지도부 교체 시도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백악관이 상원 지도부를 단순한 협력 파트너가 아니라, 대통령 의제를 관철해야 하는 통로로 보고 있다는 신호는 분명하다.

공화당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트럼프의 선거개혁 의제를 실제 법안으로 만들기 위해 상원의 현실을 설득할 것인가. 아니면 표가 없는 법안을 충성의 시험지로 만들고, 통과하지 못하는 책임을 내부의 ‘배신자’에게 돌릴 것인가.

트럼프가 튠을 겨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튠이 대통령에게 “안 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정치에서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대통령에게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사라졌을 때, 누가 국가안보와 민주주의의 절차를 지킬 것인가.

참고문헌

  • Reuters, “Trump blows up spy bill after Senate Republicans say ‘no’ to voter ID legislation,” 2026년 6월 17일.
  • Reuters, “Explainer: What is FISA Section 702, the US surveillance law set to expire?”, 2026년 6월 9일.
  • Bipartisan Policy Center, “Five Things to Know About the SAVE America Act,” 2026년 2월 2일.
  • Axios, “Trump’s SAVE Act obsession ties Senate in knots,” 2026년 6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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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5일 수요일

이재명의 소버린 AI, 기술주권인가 통치시스템인가…트럼프의 AI 전쟁이 던진 섬뜩한 그림자

 

이재명 정부의 소버린 AI 추진과 국가 통제 시스템 국무회의/joongang

[전략 논평]

이재명 정부가 소버린 AI를 전면에 내세우는 장면은 단순한 산업 육성 정책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훨씬 큰 질문을 던진다. 정부는 이미 범정부 차원의 소버린 AI 공통기반 마련과 확산을 국정과제로 제시했고, 행정안전부는 “내년 3월 정도에는 전 부처가… 우리 한국 정부가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주권 AI, 소버린 AI를 통해서 업무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2026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내년도 예산안은 인공지능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안”이라고 규정하며, “AI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진다”고 말했다. 여기서 드러나는 것은 분명하다. 이 정부는 AI를 보조 기술이 아니라 국가 운영의 중심 인프라로 보고 있다.

표면적으로 이 구상은 설득력이 있다. 외산 플랫폼 의존을 줄이고, 공공 데이터를 한국 기준에 맞게 관리하며, 행정 효율을 높이겠다는 논리는 그 자체로 강하다. “한국 정부가 결정권을 가진 AI”라는 표현도 듣기에는 매력적이다. 그러나 바로 그 표현이야말로 가장 불편한 질문을 부른다. 정부가 결정권을 가진 AI란 무엇인가. 단순히 국산 모델을 쓰겠다는 말인가, 아니면 국가가 데이터 흐름과 업무 판단의 틀, 정책 집행의 속도를 기술 시스템 안에서 더 강하게 쥐겠다는 뜻인가. 기술주권의 언어는 쉽게 애국의 언어가 되지만, 애국의 언어는 종종 통제의 언어와 맞닿는다. 이재명 정부의 소버린 AI는 성장 전략이면서 동시에 행정 권력이 스스로의 두뇌를 재설계하는 프로젝트처럼 보인다.

이 대목에서 트럼프의 AI 이란전쟁은 한국 정치와 무관한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워싱턴포스트와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2026년 이란 작전에서 Anthropic의 Claude를 Palantir의 Maven 체계와 결합해 대량의 표적을 빠르게 분류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활용했다. 작전의 속도는 비약적으로 빨라졌고, 몇 주 걸리던 전장 계획이 사실상 실시간 판단 체계로 압축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것은 단순한 군사 혁신이 아니라 국가안보 권력이 AI를 어떻게 흡수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전쟁은 언제나 기술을 제도화하는 가장 빠른 통로다. 전쟁에서 검증된 기술은 곧 안보의 이름으로 상설화되고, 상설화된 기술은 다시 평시 행정과 감시 시스템으로 흘러갈 여지를 만든다. 이재명 정부가 지금 소버린 AI를 서두르는 이유가 트럼프의 전쟁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세계 최강국이 이미 안보와 속도를 이유로 AI를 국가 인프라화하는 장면은, 각국 정부가 자국형 AI 체계를 더 급하게 밀어붙이는 배경 압력으로 읽기에 충분하다. 이 부분은 직접 인과라기보다 정황상 흐름에 대한 해석이다.

그래서 이재명 정부의 소버린 AI를 바라볼 때 중요한 것은 찬반의 단순 구도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구상이 어디까지 행정 혁신이고 어디서부터 통치 구조의 자동화가 되는지를 따지는 일이다. 전 부처가 같은 공통기반 위에서 업무를 보고, 정부가 결정권을 가진 AI가 정책 집행의 실무 두뇌가 되는 순간, 국가는 전보다 더 빠르게 분류하고 더 넓게 연결하고 더 정교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효율이고 경쟁력일 수 있다. 그러나 시민의 입장에서는 데이터 집중, 판단 기준의 불투명성, 행정 표준화, 책임 소재 희석이라는 문제가 함께 따라온다. 한번 “효율”과 “주권”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온 시스템은 쉽게 되돌려지지 않는다. 기술 자립은 자칫 기술에 의한 권력 재편으로 변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AI 드라이브는 분명 시대 변화에 대한 공격적 대응이다. 뒤처지지 않겠다는 조급함도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바로 그 조급함이 정치적으로는 가장 위험한 순간을 만든다. “AI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진다”는 문장은 경제 전략으로는 강력하지만, 국가 시스템에선 예외를 정당화하는 구호가 될 수도 있다. 빨리 해야 하니 검증은 나중에, 서둘러야 하니 통제 장치는 추후 보완, 경쟁에서 이겨야 하니 우려는 과장이라는 식의 논리가 붙기 시작하면, 소버린 AI는 기술 자립의 상징이 아니라 권력 집중의 기제가 될 수 있다. 트럼프의 AI 전쟁이 보여준 것은 AI가 어디까지 전쟁의 중심으로 들어갈 수 있느냐였다. 이재명 정부가 보여주는 것은 AI가 어디까지 국가 운영의 중심으로 들어올 수 있느냐다. 둘은 직접 연결된 하나의 계획은 아니지만, 안보·주권·속도라는 같은 언어를 통해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시대의 징후처럼 보인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이재명 정부의 소버린 AI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기술주권의 방패인가, 아니면 국가가 더 넓게 보고 더 빨리 판단하고 더 쉽게 통제하는 체계로 가는 출발점인가. 지금 단계에서 답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정부가 AI를 국가 운영의 공통기반으로 삼겠다고 나선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산업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 행정 책임, 시민 자유, 데이터 권력의 문제가 된다. 기술은 편리함을 약속하지만, 권력은 언제나 그 편리함을 통치의 언어로 번역할 유혹을 받는다. 소버린 AI를 둘러싼 진짜 논쟁은 그래서 “국산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누가 그 판단 구조를 통제하고 그 통제의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에 있다.


참고문헌

  • The Washington Post, Anthropic's AI tool Claude central to U.S. campaign in Iran, amid a bitter feud, 2026.03.04.
  • OpenAI, Introducing OpenAI for Government, 2025.06.16.
  • Breaking Defense, OpenAI for Government launches with $200M win from Pentagon, 2025.06.17.
  • Reuters, Pentagon to adopt Palantir AI as core US military system, memo says, 2026.03.20.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행정안전부 주관 국정과제를 소개합니다!, 2025.11.03.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행정안전부 업무보고 사후브리핑, 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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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AI 이란전쟁, 군사 AI 새 기준 논쟁의 출발점...국가 감시 체계로 변질 경고

 

트럼프 시대 이란전쟁과 군사 AI 활용 확대를  상징/instagram


[전략 논평]

AI 기술이 국가 감시 체계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경고가 커지는 이유는 단순히 기술이 강력해졌기 때문만이 아니다. 더 본질적인 이유는, 국가가 전쟁과 안보를 명분으로 AI의 활용 범위를 빠르게 넓히는 동안, 기업이 내세운 윤리 기준과 안전장치가 점점 국가 권력의 요구와 정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2025년 이후 AI를 행정 효율화 도구를 넘어 국가안보 핵심 자산으로 재정의해 왔고, OpenAI는 2025년 6월 ‘OpenAI for Government’를 출범시키며 미국 공공부문 전반에 자사 AI 도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Anthropic 역시 2025년 8월 국가안보·공공부문 자문위원회를 만들고, 같은 해 7월 미 국방부와 최대 2억 달러 규모 계약을 발표하며 “민감한 국가안보 업무에 적합한 AI”를 강조했다. 즉 빅테크는 겉으로는 윤리를 말하면서도, 동시에 국가안보 시장으로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정부는 AI를 더 빨리, 더 넓게, 더 깊게 쓰려 하고, 기업은 최소한의 사용 제한선을 남겨 두려 한다. 그러나 전시 체제나 준전시 체제가 시작되면 이 경계선은 급격히 무너진다. 미국 국방 당국은 2025년 4월 AI를 국가안보 경쟁의 핵심으로 규정하며 채택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고, 2026년 1월 공개된 전략 문서는 군의 AI 우위를 “더 치명적이고 더 효율적인 전투력”과 직접 연결했다. 반면 Anthropic은 2026년 2~3월 미 정부와의 충돌 과정에서, 자사 모델 Claude가 국내 대중감시나 완전 자율 치명무기에 쓰이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여기서 드러나는 건 윤리 대 기술의 충돌이 아니라, 사실상 민간이 설계한 제한선을 국가가 안보를 이유로 밀어내는 구조다.

이란 전쟁 국면은 그 위험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워싱턴포스트와 디펜스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이란 작전에서 Anthropic의 Claude는 Palantir의 Maven 체계와 결합돼 표적 우선순위 지정과 좌표 생성에 활용됐고, 전쟁 초기 24시간 동안 수백 개의 타격 좌표 생성과 1,000개 이상 표적 공격 지원에 기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AI가 더 이상 보고서 요약이나 정보 보조 수준이 아니라, 실질적 전장 판단의 속도와 범위를 밀어 올리는 도구가 됐다는 뜻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감시의 문제와 전쟁의 문제가 만난다. 전장에서 표적을 분류하고 위험도를 예측하는 시스템은, 평시에는 사람·집단·행동 패턴을 분류하고 위험도를 예측하는 감시 시스템으로 거의 그대로 전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표적화 기술과 감시 기술은 본질적으로 같은 데이터 논리, 같은 분류 논리, 같은 예측 논리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경계가 매우 얇다.

그래서 오늘의 쟁점은 “AI가 감시에 쓰일 수 있느냐”가 아니라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어디까지 막을 수 있느냐”다. 국방부는 오래전부터 AI 윤리 5원칙, 즉 책임성·형평성·추적 가능성·신뢰성·통제 가능성을 내세워 왔고, 2024년 책임 있는 AI 이행 경로 문서에서도 기존 법과 윤리 체계 안에서 AI를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Anthropic 역시 자사의 Responsible Scaling Policy를 통해 고위험 모델에는 더 강한 안전장치를 적용하겠다고 했고, OSTP 제출 문서에서는 국가안보 목적의 AI 도입도 별도의 거버넌스와 위험관리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원칙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것이 실제 권력 앞에서 버텨낸다는 사실은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전시 상황, 대테러 명분, 사이버 위협, 외국 정보전 대응 같은 문구가 붙는 순간 국가 권력은 예외를 요구하고, 기업은 계약과 애국 프레임, 시장 접근 압력 속에서 후퇴하기 쉽다.

OpenAI도 예외는 아니다. OpenAI는 2025년 대정부 사업 확대와 함께 미국의 AI 경쟁력과 국가안보 우위 강화를 강조했고, 2026년 2월에는 국제안보 질서를 다룬 자체 보고서에서 AI가 억지, 정보, 군사 의사결정, 국가 역량 전반을 바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말은 현실적으로 맞다. 하지만 이런 언어는 동시에 AI를 더 이상 일반 소비자 기술이 아니라 전략 자산으로 보는 국가의 시선을 강화한다. 전략 자산이 된 기술은 규제 대상이면서 동시에 통제 대상이 되고, 통제 대상이 된 순간 시민의 자유보다 국가의 필요가 우선하기 시작한다. 감시국가는 어느 날 갑자기 철문을 열고 등장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안전”, “효율”, “안보”, “위험 예측”이라는 합리적 표현을 달고 조금씩 제도 속으로 들어온다.

결국 지금의 경고는 과장이 아니다. 정부의 광범위한 기술 활용 요구와 기업의 윤리 가이드라인이 충돌하는 과정은, 단순한 정책 다툼이 아니라 누가 AI의 한계를 결정할 것인가를 둘러싼 권력투쟁이다. 이란 전쟁 같은 실제 전장에서 AI가 적극 활용되는 순간, “전쟁용 예외”는 너무 쉽게 “평시용 감시”로 번질 수 있다. 한 번 국가안보의 이름으로 정당화된 분류 시스템, 예측 시스템, 감시 시스템은 되돌리기 어렵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질문은 AI가 유용하냐 아니냐가 아니다. 전쟁을 핑계로 국가가 시민을 더 정밀하게 읽고, 더 빠르게 의심하고, 더 자동적으로 분류하게 되는 체제를 어디서 멈출 것인가다. 그 선을 못 그으면, 내일의 감시국가는 혁명처럼 오지 않는다. 업데이트처럼 온다.

참고문헌

  • OpenAI, Introducing OpenAI for Government, 2025.06.16.
  • OpenAI, Response to OSTP/NSF RFI on the AI Action Plan, 2025.03.13.
  • OpenAI, AI and International Security: Pathways of Impact and Key Uncertainties, 2026.02.06.
  • Anthropic, Anthropic Response to OSTP RFI, 2025.03.06.
  • Anthropic, Anthropic and the Department of Defense to Advance Responsible AI in Defense Operations, 2025.07.14.
  • Anthropic, Introducing the Anthropic National Security and Public Sector Advisory Council, 2025.08.27.
  • Anthropic, Responsible Scaling Policy v3.0, 2026.02.24.
  • U.S. Department of Defense, Defense Officials Outline AI’s Strategic Role in National Security, 2025.04.24.
  • U.S. Department of Defense, DoD Adopts 5 Principles of Artificial Intelligence Ethics, 2020.02.25.
  • U.S. Department of Defense, Responsible AI Strategy and Implementation Pathway, 2024.06.
  • U.S. Department of War, Artificial Intelligence Strategy for the Department of War, 2026.01.09.
  • The Washington Post, Anthropic’s AI tool Claude central to U.S. campaign in Iran, 2026.03.04.
  • Defense News, Deadly Iran school strike casts shadow over Pentagon’s AI targeting push, 202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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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소신과 권력 사이...중수청장 감찰 논란과 검찰개혁 둘러싼 여권 내부 갈등

  권력에 대한 저항은 소신인가, 공직자의 경계를  넘은 행동인가./credit: chosun 검찰이 잘못하면 비판하고, 정권이 바뀌어도 비판하고, 자신을 중용한 것으로 여겨지는 새 권력이 들어서도 비판한다. 임은정 광주지방중대범죄수사청장의 행보를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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