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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25일 화요일

동네북 된 李대통령, 유시민에겐 뭘 잘못했고 이준석에겐 또 뭘 잘못했나?

 

유시민과 이준석의 서로 다른 시각에서 제기된 이재명 대통령 권력과 대법관 인사 논란
유시민은 ‘오만한 권력’을, 이준석은 ‘사법부 독립’을 문제
 삼았다. 서로 다른 두 비판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권력의
자기절제라는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composed-news.nate

 

이재명 대통령이 뜻밖의 동네북이 됐다. 그것도 야당의 공격만이 아니다. 범여권 논객으로 분류돼온 유시민 작가가 “1년간 대통령이 보인 모습은 오만한 권력자의 모습이라고 직격했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아예 대통령의 사법적 이해충돌 문제를 겨냥해 어떤 형사 피고인이 감히 자신을 재판할 대법관을 고르나라고 공격했다. 유시민의 비판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김민석 후보를 측면 지원했다는 논란과 대통령의 당 장악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 작가는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자신이 선택해 세우려는 것은 왕정·귀족정으로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준석의 공격은 대법관 인사와 향후 이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연결한다. 이 대통령의 재판은 헌법상 대통령 재임 중 형사소추가 제한되면서 절차가 정지된 상태이고, 이준석은 향후 재판을 맡게 될 대법관 인사에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여기서 먼저 물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유시민에게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런 강도의 비판을 받아야 하는가. 개인적인 원한이나 정치적 결별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유시민의 논리가 꽤 구조적이다. 유시민은 이재명이 대선에서 얻은 49%가 내란 극복을 위해 진보·개혁 세력을 폭넓게 결집한 결과였는데, 취임 이후 오히려 그 연합을 스스로 해체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지원했다는 인식이 당내 비주류의 반발을 키웠고, 전당대회 결과에서도 정청래 후보가 40%를 넘는 득표를 하면서 친명 일색의 완전한 장악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유시민의 해석이다.

결국 유시민이 문제 삼는 것은 이재명의 정책 하나가 아니라 대통령이 너무 강한 권력을 갖게 된 뒤 자신을 견제할 정치적 공간까지 좁히고 있다는 인식이다. 유시민의 표현은 거칠지만, 민주주의에서 승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패배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해도 된다는 착각이라는 점에서 그의 문제 제기를 단순한 독설로만 치부하기도 어렵다.

더구나 유시민의 공격에는 역설이 있다. 그는 이재명 정부가 실패하기를 바라는 야권 정치인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지지했던 정부이기 때문에 더 강하게 경고하는 것이라는 자기 논리를 펴고 있다. 실제로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 기반을 스스로 해체하고 있으며, 결국 불안정한 국면으로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에 대해 저주와 모욕이라는 반발까지 나왔다.

하지만 권력 내부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반대자가 비판할 때가 아니라, 우군이 당신이 잘못 가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워지는 순간이다. 대통령 주변에 그건 아닙니다라고 말할 사람이 사라지고, 여당이 대통령의 뜻을 정치적 정답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면 국정운영은 빠르게 폐쇄적인 구조로 변할 수 있다. 따라서 유시민의 질문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되돌려야 한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저 사람이 나를 공격하는가가 아니라 왜 내 주변에서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할 사람이 줄어들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준석의 공격은 훨씬 다른 층위다. 그는 20일 국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대장동, 법인카드, 대북송금 등 다섯 건의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이라고 주장하면서, 향후 자신을 재판할 대법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를 문제 삼았다. 특히 공직선거법 사건은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건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통령 임기가 끝난 뒤 재판이 재개될 경우 현재 임명되는 대법관들이 그 재판에 관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석의 핵심 논리는 간단하다. 국민은 대통령을 뽑았지만 판결까지 뽑아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대법관 임명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정상적인 인사 절차이고, 대통령이 대법관을 임명한다는 사실만으로 향후 재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재판 가능성이 존재하는 대통령과 사법부 인사의 관계가 국민에게 이해충돌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제기 자체는 헌법적 관점에서 검토할 가치가 있다.

결국 유시민과 이준석은 전혀 다른 진영에 서 있으면서도 하나의 공통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권력은 어디까지인가?” 유시민은 그 선을 당과 공화정의 경계에서 찾는다. 대통령이 여당 대표까지 자신의 정치적 선택으로 만들려 한다면 당의 자율성이 무너지고 결국 대통령 중심의 왕정적 정치문화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준석은 그 선을 사법부에서 찾는다.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직접 연결된 사법부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인상을 주는 순간 법치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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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표현과 정치적 목적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공통분모는 대통령 권력의 자기절제. 강력한 대통령제를 가진 한국에서 이것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이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사실은 국정운영의 정당성을 부여하지만, 헌법기관 전체를 자신의 정치적 필요에 맞춰 움직일 수 있는 백지수표를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이재명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반박보다 경계일 수 있다. 유시민의 비판을 배신자의 독설, 이준석의 비판을 야당 정치인의 공격으로만 치부하면 두 사람이 각각 다른 방향에서 제기한 핵심 문제가 사라진다. 특히 이 대통령이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과 행정부를 동시에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권력의 크기보다 권력을 견제하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의 영향력이 실제로 어느 정도였는지와 별개로 당원들이 대통령의 선택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열려 있어야 하고, 대법관 인사 역시 대통령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결과를 떠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 100명이 아니라, 필요할 때 그건 안 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역설적으로 그런 견제가 살아 있을 때 대통령의 권력도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결국 동네북 이재명이라는 현상을 단순한 정치적 공격의 증가로 볼 것인가, 아니면 권력이 너무 빠르게 집중되면서 나타나는 경고음으로 볼 것인가가 핵심이다. 유시민은 오만한 권력자라는 언어로 대통령의 정치적 태도를 공격했고, 이준석은 어떤 피고인이 자신을 재판할 대법관을 고르느냐는 질문으로 사법적 이해충돌의 경계선을 그었다. 두 사람 모두 대통령에게 똑같은 답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국 질문은 하나로 수렴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어디까지 행사할 것인가, 그리고 스스로 어디에서 멈출 것인가. 권력자는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 때문에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견제할 사람이 사라졌을 때 무너진다. 지금 유시민과 이준석의 서로 다른 공격이 오히려 이 대통령에게 가장 불편하지만 가장 필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이유다.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대통령이 해도 되는 것은 과연 같은가?그 경계를 지키는 것이 이재명 정부의 진짜 시험대다.


참고자료

  • 연합뉴스 유시민 대통령이 대표 세우는 건 왕정오만한 권력자 모습”. 유시민이 824일 이재명 대통령의 집권 1년을 평가하며,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세우는 것은 왕정·귀족정으로 가는 것이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또한 이 대통령이 집권 연합을 스스로 해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연합뉴스 원문
  • 연합뉴스 이준석 대통령은 피고인누가 자기 재판할 대법관 고르나”. 이준석 대표가 대법관 후보자 제청 논란과 이 대통령의 향후 형사재판을 연결해 문제를 제기한 핵심 자료다. 그는 국민은 대통령을 뽑았지만 판결까지 뽑은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연합뉴스 원문
  • 경기일보 대법관 제청 절차와 논란. 조희대 대법원장이 손봉기·김성수 후보자를 이 대통령에게 서면 제청했고, 여권에서는 대통령 임명권 침해라는 반발이 나왔다는 내용이다. 동시에 헌법상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만, 대법원장이 제청 전에 대통령과 사전 협의해야 한다는 법률 규정은 없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경기일보 관련 보도
  • 시사저널/다음 유시민 발언에 대한 민주당 내부 반응. 유시민의 오만한 권력자발언 이후 박홍근 장관 등이 공개적으로 반박하는 등 민주당 내부에서도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는 후속 흐름을 참고했다.
  • 채널A 정치시그널. 유시민 발언과 민주당 내부 권력관계, 김민석 대표 체제 등에 대한 정치권의 상반된 평가를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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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3일 월요일

대법관은 왜 안 채우나…조희대·이재명 ‘눈치게임’과 대통령 재판 재개의 함수

 

조희대 대법원장과 이재명 대통령을 중심으로 대법관 후임 제청 지연과 사법부 독립 논란을 보여주는 이미지
대법관 후임 제청 지연을 둘러싼 대법원과 대통령실의 긴장.
 이재명 대통령 재판 중단 논란까지 겹치면서 ‘사법부 독립’과
 권력 견제의 경계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gimages

대법원과 대통령실 사이에 묘한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시작은 노태악 대법관 후임 인선이었다. 노태악 대법관은 지난 3월 3일 6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그런데 후임 대법관은 아직 임명되지 않았다. 이미 지난 1월 21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김민기·박순영·손봉기·윤성식 등 4명을 후보로 추천했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 가운데 한 명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지 않았다. 통상 추천위가 후보를 추천하면 비교적 빠른 시일 안에 제청이 이뤄지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지연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 문제가 단순한 인사 지연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보도에서는 청와대와 대법원 사이의 의견 차이와 소통 문제, 그리고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사법개혁 입법이 배경으로 거론됐다. 특히 대법원이 제청을 위해 접촉을 시도했지만 청와대에서 답을 하지 않았다는 법조계 분위기까지 전해졌다. 그렇다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바뀐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통령실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대통령실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선택을 기다리며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인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숙이는가’가 아니다. 헌법상 대통령은 대법원장의 제청을 받아 대법관을 임명한다. 대법관 인선은 대통령 혼자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며, 대법원장 역시 정치권의 뜻대로 대법관 후보를 골라야 하는 자리가 아니다. 결국 이 제도의 핵심은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서로의 권한을 존중하면서도 어느 한쪽의 정치적 의중이 사법부 구성에 과도하게 관철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후임 제청 자체가 수개월째 멈춰 있다면, 국민 입장에서는 인사권의 독립이 지켜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힘겨루기가 제도 안으로 들어온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더욱 이상해졌다. 지난 5월 대법원은 오는 9월 7일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 후임 인선 절차에도 착수했다. 7월 21일 현재 이흥구 후임 후보는 8월 4일 후보추천위에서 3~4명으로 좁혀질 예정이다. 그런데 노태악 후임은 여전히 공석이다. 즉 조희대 대법원장은 새로운 대법관 인선 절차는 진행하면서도 이미 추천까지 끝난 노태악 후임은 제청하지 않는 상황에 놓여 있다. 대법원이 9월까지 노태악 후임과 이흥구 후임을 모두 채우지 못한다면 대법관 2명이 동시에 공석인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사법부 독립’이라는 말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법부 독립은 대통령이 법원에 간섭하지 못한다는 뜻만이 아니다. 사법부 역시 정치적 권력의 반대편에 선 또 하나의 정치권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대통령이 법원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도 사법부 독립의 훼손이지만, 사법부가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과 관련된 사건에서 스스로 정치적 행위자로 오해받을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것 역시 사법부의 신뢰를 훼손한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조희대가 이재명을 막고 있는가’라는 단순한 프레임도 아니고, 반대로 ‘이재명 정부가 사법부를 장악하려는가’라는 단순한 프레임도 아니다. 오히려 두 권력이 서로를 의심하고 견제하는 과정에서 국민이 사법부를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를 물어야 한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형사재판 문제까지 겹치면 사안은 훨씬 민감해진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 기소된 5건의 형사재판은 대통령 취임 이후 헌법 제84조의 불소추특권 적용 여부를 둘러싼 논쟁 속에서 사실상 중단됐다. 2025년 6월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은 각각 공직선거법 사건과 대장동 사건에서 헌법 제84조를 근거로 재판 기일을 추후 지정했고, 당시 법원은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 이미 진행 중인 형사재판에도 적용된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으로 해석됐다.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느냐”와 “대법관을 누가 임명하느냐”는 서로 다른 문제이면서도 정치적으로는 연결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월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이 대통령의 5개 재판을 재개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한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이다. 민주당은 이를 사법부에 대한 부당한 압박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대통령의 재판을 둘러싼 문제 자체가 이미 사법적 판단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공방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후임 대법관 제청을 계속 미루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사법 쿠데타’라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 대법관 한 명의 제청 지연만으로 사법부가 헌정질서를 전복하려 한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정치적 해석일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사법부 독립이니까 아무런 설명 없이 기다리면 된다’고 말하는 것도 충분하지 않다. 사법부 독립은 설명책임의 면허증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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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지금 가장 위험한 것은 사법부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국민이 사법부의 행동에서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게 되는 상황 자체다.

대법관 인선은 법률적으로는 인사 절차지만, 정치적으로는 사법부의 미래 구성을 결정한다. 이재명 정부가 처음으로 대법관을 임명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실제로 보도에서도 이번 인선을 둘러싼 청와대와 사법부의 교착 상태가 장기화했고, 9월 이흥구 대법관 퇴임까지 앞두고 두 대법관 후임을 동시에 제청하는 방안이나 이른바 ‘주고받기’식 절충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역설이 발생한다. 대통령이 대법관을 자기 사람으로 채우려 한다면 그것 역시 사법부 독립의 위협이다. 그러나 대법원장이 대통령이 누구인지에 따라 대법관 제청을 늦추거나 정치적 계산을 한다면 그것 역시 사법부 독립의 위협이다. 양쪽 모두 똑같이 위험하다.

그래서 “조희대 vs 이재명, 누가 누구 눈치를 보느냐”는 질문의 답은 어쩌면 둘 다 국민 눈치를 봐야 한다는 데 있다.

대통령은 대법관 인선을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장 역시 대법관 제청권을 정치적 협상의 카드처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법원은 대통령에게 복종해서도 안 되지만, 대통령과 맞서는 정치적 권력기관으로 비쳐서도 안 된다. 대통령 역시 사법부를 견제할 수는 있지만 사법부를 길들이려 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지금 대한민국은 이미 사법부를 둘러싼 국민적 불신이 상당히 깊어진 상태다. 여기에 대통령의 형사재판 중단, 대법관 공석, 사법개혁 논란, 대법원장과 대통령실의 인선 갈등이 한꺼번에 얽히면 어떤 결론이 나오든 정치적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사법 쿠데타’라는 말도 그래서 신중해야 한다. 쿠데타는 헌법적 권력질서를 무력으로 또는 헌법 밖의 방식으로 전복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현재 공개된 사실만으로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 지연을 그런 의미의 쿠데타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헌법기관이 국민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은 채 권한 행사를 장기간 미루고, 그 결과가 특정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린다면 그 자체로 민주적 정당성에 관한 의문은 제기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을 재개하라는 정치권의 요구도 조심스럽게 봐야 한다. 재판은 정치권이 ‘열어라, 닫아라’ 명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헌법 제84조의 적용 범위에 대한 법원의 해석과 그에 대한 헌법적 판단이 필요한 문제이지, 대통령이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법원을 움직일 사안이 아니다. 실제로 당시 재판 중단 결정에 대해서는 헌법소원도 잇따랐고, 대통령 불소추특권이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에 대한 법적 논쟁 자체가 존재했다.

결국 대한민국 사법부가 지금 증명해야 하는 것은 조희대가 이재명보다 강한가, 이재명이 조희대보다 강한가가 아니다. 누가 더 강한지를 보여주는 순간 사법부는 이미 정치의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대법원은 대통령에게 보여주기 위해 제청해서도 안 되고, 대통령에게 맞서기 위해 제청을 미뤄서도 안 된다. 대통령 역시 자신에게 유리한 대법관을 얻기 위해 대법원을 압박해서는 안 된다.

대법관 한 자리를 둘러싼 침묵이 5개월, 6개월로 길어지는 순간 국민이 묻게 되는 질문은 결국 하나다. “누가 누구의 눈치를 보는가?” 그 질문에 답할 책임은 조희대 대법원장에게도,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이 하나 남는다.

대통령의 재판은 법에 따라 멈춘 것인가, 다시 법에 따라 재개될 것인가. 대법관 인선은 헌법에 따라 이루어질 것인가, 정치적 거래의 결과가 될 것인가.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이 대한민국에서 ‘사법부 독립’이라는 말이 아직 살아 있는지, 아니면 권력 간 힘겨루기의 새로운 이름이 되었는지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1. 연합뉴스, 「노태악 후임 제청 한 달째 지연…'대법관 공백' 우려」, 2026.02.22. — 후보추천위가 4명을 추천했으나 조희대 대법원장의 최종 제청이 지연된 경과.
  2. 연합뉴스, 「대법, 노태악 후임 제청 지연 속 이흥구 후임 선정 절차 착수」, 2026.05.18. — 이흥구 대법관 후임 절차와 대법관 공석 확대 가능성.
  3. 연합뉴스, 「내달 4일 이흥구 대법관 후임 후보 추린다…대법관 공백 메울까」, 2026.07.21. — 이흥구 후임 후보추천 절차 및 조희대 대법원장의 최종 제청 구조.
  4.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 새 법원행정처장에 노경필 대법관 임명」, 2026.07.10. — 노태악 퇴임 이후 법원행정처장 공석과 대법관 제청 지연의 관계.
  5. 연합뉴스, 「법원, 李대통령 '대장동 재판'도 연기·중단…"헌법 84조 적용"」, 2025.06.10. — 이재명 대통령의 기존 형사재판에 헌법 제84조를 적용해 기일을 추후 지정한 경과.
  6. 연합뉴스, 「'헌법 84조 적용 李대통령 재판중단 위헌' 헌법소원 잇단 각하」, 2025.07.02. — 재판 중단을 둘러싼 헌법소원 및 헌법재판소의 판단.
  7.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재판중단 위헌' 헌법소원 4건 모두 각하」, 2025.07.09. — 헌법 제84조와 기존 형사재판의 관계에 관한 논란 및 헌재의 각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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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12일 화요일

[사법 기류] 법원은 왜 침묵하나… 공소취소 정국 앞의 ‘조용한 저항’

 

어두운 법원 복도와 대법원 상징물 배경 속에서 사법부 압박과 공소취소 논란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정치·사법 분석 이미지
공소취소와 사법제도 개편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법원
 내부에서는  사법부 독립성과 재판 권한 약화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ghostimages-vow


지금 법원 내부의 기류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공개 충돌은 피하되, 사법부의 최후선은 지켜야 한다”에 가깝다. 이재명 대통령 재판과 공소취소 논란, 재판소원제, 대법관 증원, 기소유예 취소 권한 이관 문제까지 한꺼번에 밀려오면서 법원은 단순한 정치 논쟁의 관찰자가 아니라 직접적인 압박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공소취소 논란은 법원 입장에서 가장 민감하다. 형사소송법상 공소취소는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가능하고, 검사가 공소를 취소하면 법원은 공소기각 결정을 하게 된다. 이 때문에 대장동·백현동·성남FC·쌍방울 대북송금 등 1심이 끝나지 않은 사건들이 정치적 공소취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법원 내부가 불편해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재판이 늦어졌느냐, 빨랐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 본인 관련 사건이 권력의 힘으로 법정 밖에서 사라지는 모양새가 되면, 법원은 판결할 기회조차 박탈당한다. 사법부가 무죄를 선고하는 것도 아니고, 유죄를 선고하는 것도 아니며, 단지 정치권이 재판의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다. 이것은 법원 입장에서 가장 모욕적인 방식의 사법 무력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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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법원이 기소유예 처분 취소 기능을 법원으로 넘기는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해 “심대한 혼란” 우려를 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헌법재판소는 권리구제 측면에서 찬성 의견을 냈지만, 대법원은 형사사법 체계의 경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반대한 것이다.

지금 법원은 겉으로는 조용하다. 그러나 그 침묵은 무관심이 아니다. 법원이 공개적으로 정치권과 정면충돌하는 순간, 여권은 곧바로 “사법 쿠데타”, “정치 판사”, “사법 농단 프레임” 등을 꺼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법원은 말을 아낀다. 대신 의견서, 내부 회의, 법원행정처 검토 의견 같은 방식으로 우회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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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내부의 불안은 세 갈래다.

첫째, 대통령 사건이 공소취소로 사라지는 선례가 생기면 앞으로 권력형 사건의 재판 독립성은 크게 훼손된다. “권력만 잡으면 재판을 없앨 수 있다”는 인식이 남는 순간, 형사사법 체계 전체의 신뢰가 흔들린다.

둘째, 재판소원제와 대법관 증원 논의다. 표면적으로는 국민 권리 강화처럼 보이지만, 법원 내부에서는 정치권이 대법원 구조 자체를 흔들려는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대법관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거나 재판 체계가 정치적으로 재설계되면, 대법원의 최종 판단 권위 역시 약해질 수밖에 없다.



셋째, 판사 개인을 겨냥한 압박이다. 최근 정치권 일부에서는 특정 판결을 두고 “법왜곡”, “정치판결” 같은 표현을 쓰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반복되면 재판부는 법리뿐 아니라 정치적 후폭풍까지 계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사법부 독립이 구조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결국 지금 법원 내부의 핵심 정서는 단순하다.

“이대로 밀리면 사법부는 행정부와 입법부의 부속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

그래서 법원은 공개적으로 싸우지는 못해도, 최소한 절차와 형식만큼은 지키려 한다. 법원이 끝까지 버티는 이유는 특정 정치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재판은 법정 안에서 끝나야 한다”는 마지막 원칙 때문이다.

공소취소가 정치적 협상의 수단처럼 보이는 순간, 사법부는 더 이상 최종 심판자가 아니라 권력 교체에 따라 움직이는 통과 의례 기관으로 전락한다. 법원 내부가 이 점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지금 사법부의 침묵은 평온이 아니다.

폭풍 앞에서 마지막 문을 잠그고 있는 침묵에 가깝다.

참고문헌

  1. 경향신문, 「공소취소 가능성 논란… 대통령 사건 어디로 가나」
  2. 연합뉴스, 「대법원, 검찰청법 개정안에 ‘심대한 혼란 우려’ 의견」
  3. 동아일보, 「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 논란 확산」
  4. 채널A·TV조선·중앙일보 관련 사법·정치 보도 종합
  5. 대한민국 형사소송법 제255조(공소취소) 및 관련 판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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