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30일 화요일

공소취소·사전투표·올공을 묶은 장동혁 국민의힘 단 하나 승부수...“법사위 아니면 아무것도 없다"

 

국회 본회의장과 법사위 회의장을 배경으로 법률 문서, 선거 투표함, 올림픽공원 시민 집회 실루엣을 함께 배치한 이미지. 법사위원장 쟁탈전과 공소취소·사전투표 폐지 논쟁을 상징한다.
국민의힘의 법사위원장 사수 전략은 공소취소 특검법 논란,
 사전투표 폐지 법안, 올림픽공원 재선거 요구를 하나의 정치 전선
으로  묶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ghost-news1-chosun


6월 30일 정점식 원내대표는 사실상 “법사위 외에는 없다”는 배수진을 쳤다. 국민의힘 몫으로 법사위원장을 배정하되 민주당이 추천한 인물을 선출하겠다는 제안까지 냈지만 거절됐고, 협상은 결렬됐다. 민주당은 법사위를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단독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전투표 폐지는 아직 사회적 ‘대세’로 확정된 상태라기보다, 국민의힘이 올공 사태를 계기로 제도개혁의 중심 의제로 끌어올리려는 카드이다. 박대출 의원 법안은 사전투표를 없애고 본투표를 이틀로 늘리며 부재자투표를 복원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장동혁 대표는 올공 시민들과 거리를 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들을 “참정권 침해에 항의하는 청년·시민”으로 규정하며 선관위 특검, 재선거, 사전투표 폐지를 함께 요구했다. 반대로 경찰은 개표소 봉쇄와 체육단체 업무방해 가능성을 근거로 수사 방침을 밝혔다. 이 충돌을 “시민 탄압”으로 단정하기보다, 정당한 참정권 항의와 시설 점거·업무방해 논란이 동시에 존재하는 위태로운 경계선으로 잡는 의미가 더 강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싸움은 더 이상 상임위원장 한 자리의 배분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가 사실상 모든 협상 카드를 접고 법사위에만 올인한 이유는 분명하다. 법사위는 이재명 정부의 입법 속도를 늦추거나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제도적 관문이며, 특히 ‘조작기소 특검법’으로 불리는 공소취소 논란 법안의 운명을 가를 핵심 전장이다.

국민의힘은 법사위를 여당이 계속 쥐면, 특검이 이미 진행 중인 사건을 넘겨받아 공소유지 여부까지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길이 열린다고 본다. 민주당은 조작수사·조작기소가 입증된다면 독립 특검이 후속 조치를 판단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야당의 눈에는 그것이 단순한 검찰개혁이 아니라, 정권이 자신을 향한 재판의 결론과 환경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통로로 보인다.

물론 법사위가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을 직접 속개시키는 기관은 아니다. 재판을 다시 열지 여부는 사법부의 몫이다. 그러나 법사위는 재판의 정치적·법률적 토대를 뒤흔들 수 있는 입법을 통과시키거나 멈춰 세울 수 있다. 국민의힘이 말하는 ‘이재명 재판 속개 투쟁’도 법사위에서 판결을 만들겠다는 뜻이 아니라, 재판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의심을 차단하겠다는 정치적 선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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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사전투표 폐지 카드가 연결된다. 국민의힘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사전투표를 없애고 본투표를 이틀로 확대하며 부재자투표를 부활시키는 법안을 꺼냈다. 이것은 아직 국민적 합의로 굳어진 제도가 아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올림픽공원에서 터져 나온 참정권 침해 분노를 ‘사전투표 폐지’라는 제도개혁 요구로 정착시키려 한다. 선관위 특검과 재선거 요구, 사전투표 폐지가 하나의 묶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장동혁 대표의 반격도 이 흐름 안에 있다. 그는 올공 시민들을 단순한 시위대나 폭도로 규정하려는 정치권과 행정권력의 시선에 맞서, 이들을 참정권 침해에 항의하는 시민과 청년으로 호명한다. 동시에 정부와 경찰의 강경 대응을 ‘시민 겁박’으로 규정하며 선관위 특검과 재선거를 요구한다. 다만 개표소 봉쇄와 체육단체 업무방해 논란까지 모두 지워버릴 수는 없다. 바로 그 경계선에서 정권은 질서 회복을 말하고, 야당은 시민 탄압을 말하며, 시민은 선거 신뢰의 붕괴를 말한다.

결국 법사위 쟁탈전은 국회 안의 자리다툼이 아니다. 공소취소 논란을 막겠다는 야당의 사법전, 멈춘 이재명 재판을 다시 묻겠다는 정치전, 사전투표 폐지를 제도 의제로 굳히려는 선거전, 그리고 올림픽공원 시민들의 분노를 제도권 의제로 끌어안으려는 거리의 전쟁이 법사위라는 한 점에 겹쳐 있다.

정점식 원내대표가 던진 승부수는 단순하다. 법사위가 아니면 아무것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단순함 속에는 더 큰 계산이 있다. 법사위를 빼앗기면 공소취소 논란도, 재판 속개 요구도, 선관위 특검과 사전투표 폐지의 제도화도 모두 방어전으로 밀린다. 국민의힘이 법사위에 올인한 것은 상임위원장 한 자리가 아니라, 이재명 정부를 향한 반격의 마지막 제도적 고지를 지키겠다는 선언이다.

법사위 하나가 공소취소·이재명 재판·사전투표 폐지·올공 시민운동을 한 전선으로 묶는 접점이라는 구조로 가는 장면이다. 다만 법사위가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을 직접 재개할 수는 없다. 재판 속개는 법원의 권한이다. 대신 법사위는 ‘조작기소 특검법’처럼 진행 중인 사건의 이첩과 공소유지 여부 판단까지 특검에 맡길 수 있는 입법의 관문이다.  국민의힘이 법사위를 “마지막 보루”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참고문헌

  1. 연합뉴스, 「정점식 ‘법사위원장 국힘이 맡되 여당 추천 제안…거절당해’」, 2026년 6월 30일.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 배정을 위해 민주당 추천 인물을 선출하겠다는 제안까지 했다고 밝힌 원 구성 협상 보도.
  2. MBC 뉴스, 「민주당 ‘오늘 본회의서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안 먼저 처리’」, 2026년 6월 30일. 민주당이 법사위를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원 구성 협상 보도.
  3. 연합뉴스, 「與, ‘檢 조작기소’ 특검법 전격 발의…사실상 공소취소권 부여」, 2026년 4월 30일. 특검이 이첩 사건의 공소유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한 법안 조항과 공소취소 논란을 다룬 보도.
  4. MBC 뉴스데스크, 「민주당 ‘조작기소 바로잡을 특검 필요’ vs 국민의힘 ‘셀프 면죄부’」, 2026년 5월 1일.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특검의 공소유지 판단 권한을 두고 충돌한 내용.
  5. 연합뉴스, 「국힘, ‘본투표 이틀’ 사전투표폐지법 발의…한동훈도 동참」, 2026년 6월 18일. 박대출 의원이 사전투표를 폐지하고 본투표를 이틀로 확대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경위.
  6. 연합뉴스, 「경찰, 잠실시위대에 ‘사법 처리’…장동혁 ‘재선거·특검’」, 2026년 6월 16일.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현장의 대치, 경찰 대응, 장동혁 대표와 국민의힘 인사들의 현장 지원을 다룬 보도.
  7. 미디어오늘, 「장동혁, 재선거 더해 사전투표 폐지 주장…거취 묻자 ‘올림픽공원’」, 2026년 6월 7일. 장동혁 대표가 올림픽공원 집회와 재선거 요구, 사전투표 폐지를 함께 언급한 내용.
  8. MBC 뉴스, 「장동혁, 6·25 기념식 불참 뒤 ‘올림픽공원’행…‘시민 함성 귀에 맴돌아’」, 2026년 6월 26일. 장동혁 대표가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시위 현장을 계속 찾은 흐름을 확인하는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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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 전남 재생에너지 태양광의 역설…용인반도체? ‘호남도체’는 왜 조롱이 됐나

 

태양광 패널과 송전탑, 반도체 웨이퍼, 광주·전남 지역을 상징하는 지도 그래픽이 대비된 이미지. 재생에너지 기반과 반도체 산업 입지의 충돌, ‘호남도체’ 논쟁을 표현한 뉴스 썸네일.
광주·전남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은 재생에너지 잠재력보다 전력망, 용수,
 소부장, 인력 생태계를 먼저 증명해야 한다는 논쟁을 낳고 있다./ghost


삼성 이재용, sk 최태원 등이 “광주를 후보지로 언급했다”는 말은 사실상 정권 발표를 받쳐 주는 체면 문구일 수 있다. 그 표현 하나로 기업의 독자적 투자 판단, 공장 가동 가능성, 소부장 생태계의 공백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광주전남 일대 산야에 퍼져있는 태양광 장비와 보조금 중심의 재생에너지 보급이 지역의 고부가 제조 기반을 충분히 만들지 못한 채, 계통 포화와 출력제어 부담을 남긴 시점, 정부가 ‘호남 반도체’라는 초대형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반도체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아니라 24시간 무정전 전력, 송전망, 용수, 소부장, 연구인력, 협력기업의 집적이 있어야 움직인다.

전남에서는 재생에너지 출력제어가 2023년 2회에서 2024년 27회, 2025년 82회로 늘었고,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도 새 송전망이 필요했다. 정부 역시 이번 반도체 계획에서 전력 6.3GW, 하루 용수 65만t, 송전망·변전소·접속선로, 산업단지·주거·인력 양성을 새로 책임지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호남의 재생에너지가 이미 반도체 팹을 곧바로 떠받칠 완성된 기반이라는 뜻이 아니라, 거대한 추가 인프라와 시간이 먼저 필요하다는 뜻이다.

중국이 지배하는 저가 태양광 공급망과 전 세계 공급과잉 속에서, 값싼 패널을 많이 설치하는 정책이 지역의 고부가 소부장·장비 산업까지 자동으로 키워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도 중국산 폴리실리콘의 가격 경쟁력과 세계 태양광 공급과잉, 계통연계 비용·인허가·송전망 문제가 실제 사업비와 경제성을 좌우한다고 지적한다.

반도체는 바로 그 반대의 산업이다. 팹 하나는 전기만 있으면 되는 공장이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업체, 장비 유지보수, 가스·화학물질, 물류, 연구기관, 전문인력과 즉시 연결되는 생태계 산업이다. 산업부 분석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서남권 반도체 기업 비중은 2.6%에 그쳐 소부장 기반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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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구미는 지역 보도 기준 300곳 이상의 반도체 소부장 기업이 집적돼 있다. “호남도체”라는 조롱성 표현이 나온 배경도 여기서 봐야 한다. 이것은 호남 주민을 조롱할 말이 아니라, 정치가 산업의 순서를 바꿨다는 불신이 만들어 낸 거친 신호이다. 원래는 소부장과 전력망, 용수, 인력, 장기 수요가 먼저 쌓이고 팹이 따라와야 한다. 그런데 현재 발표는 팹 4기와 800조원이라는 거대한 숫자가 먼저 나오고, 전력·용수·송전망·정주·인력은 정부가 나중에 책임지겠다고 약속하는 구조이다.

정부가 “특혜가 아니다”라고 선제적으로 해명한 것 자체가 이 발표가 이미 정치적 의심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태양광이 많다고 반도체 팹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전남·광주의 재생에너지는 오랫동안 지역 성장의 약속으로 포장돼 왔다. 그러나 중국발 저가 태양광 공급과 보조금 중심의 보급 경쟁은 지역에 두꺼운 제조 생태계를 남기지 못한 채, 계통 포화와 출력제어, 송전망 확충이라는 또 다른 비용을 남겼다.

그런데 바로 그 시점에 정부는 광주·전남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초대형 반도체 팹 4기, 800조원 투자를 내세웠다. 전력과 용수, 송전망, 인력, 주거와 소부장은 앞으로 국가가 책임지고 채우겠다는 방식이다. 이것은 준비된 산업 입지의 확정이 아니라, 정치가 먼저 선언하고 산업 인프라가 뒤따라가야 하는 거대한 약속에 가깝다.

반도체는 재생에너지 발전량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24시간 무정전 전력, 송전망 안정성, 초순수와 산업용수, 장비와 소재의 즉시 공급, 협력사의 거리, 수만 명 전문인력의 정주 여건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소부장 기반이 취약한 광주·전남에 팹부터 선언하고 나머지를 정부가 채우겠다는 구조가 과연 산업 논리인지, 아니면 정권의 지역 균형발전 서사를 위한 정치적 우선순위인지 묻게 되는 이유다.

‘호남도체’라는 말은 결코 지역을 겨냥한 조롱으로 소비돼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 말이 터져 나온 이유는 직시해야 한다. 산업의 준비보다 정치적 상징이 앞서고, 재생에너지라는 구호가 전력망·소부장·인력이라는 현실을 덮는 순간, 지역 균형발전은 희망이 아니라 또 하나의 특혜 논쟁과 지역감정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참고문헌

  1. 연합뉴스, 「삼성은 광주, SK는 서남권…반도체 생산 벨트 구축 공식화」, 2026년 6월 29일. 정부·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광주·전남 800조원, 팹 4기 계획과 광주 후보지·서남권 언급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기후에너지환경부, 「전남지역 송전망 준공, 재생e 출력제어 완화 기대」, 2026년 6월 7일. 전남 재생에너지 출력제어가 2023년 2회, 2024년 27회, 2025년 82회로 증가했고 52km 송전망을 통해 완화를 추진한다는 정부 자료입니다.
  3. 조선일보, 「산업부 ‘서남권 소재 반도체 기업 2.6%…소부장 인프라 가장 낙후’」, 2026년 6월 29일. 산업부 제출 자료를 바탕으로 서남권 반도체 기업 비중 2.6%, 수도권 69.4%, 충청권 18%, 대경권 6.1%라는 지역별 분포를 보도했습니다.
  4. 산업통상부, 「국내 소부장 기업,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협력·연계 촉진」, 2026년 2월 11일. 반도체 경쟁이 설계·제조·패키징·소부장을 연결한 생태계 경쟁이라는 정부의 공식 설명입니다.
  5. 뉴데일리, 「원스톱 행정지원·용수·전력에 정주여건 조성까지…정부에 숙제내준 삼성·SK」, 2026년 6월 30일. 팹 4기 기준 전력 6.3GW, 하루 용수 65만톤과 함께 송전망·인허가·정주여건이 조건으로 제시됐다는 보도입니다.
  6. 아이뉴스24, 「野 ‘반도체 클러스터 호남 이전은 관치 개입’ 총공세」, 2026년 6월 29일. 야권이 입지 결정의 객관적 근거와 기업 자율성 문제를 제기한 정치권 반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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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끝났지만 조롱은 남았다…광주일고 향한 ‘스벅·탱크데이’ 응원 파문

 

청룡기 고교야구 경기장 더그아웃과 ‘스타벅스 가야지·탱크데이’ 응원 논란, 광주와 5·18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뉴스 이미지
청룡기 고교야구 경기에서 나온 ‘스타벅스 가야지’와 ‘탱크데이’
 구호는  스포츠 현장을 넘어 광주·5·18·지역 정체성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으로 번졌다./ghostimages


이번 사건은 스타벅스의 단순한 마케팅 실수로 끝낼 일이 아니다. ‘탱크데이’와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말은 이미 5·18, 광주, 이재명 정부, 그리고 광주를 한국 정치의 특정 진영으로 보는 시선까지 한꺼번에 끌어안은 정치적 기호가 됐다. 배재고 학생들의 응원 구호가 무엇을 직접 겨냥했는지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광주제일고를 상대로 한 경기에서 굳이 ‘스타벅스’와 ‘탱크데이’가 등장했다는 사실은, 이 단어들이 더 이상 커피 브랜드나 할인행사의 이름으로 소비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것은 광주와 5·18을 둘러싼 오래된 반감, 민주당 정권과 광주 정치권력에 대한 불신, 그리고 특정 지역의 역사와 정치의식을 조롱하는 온라인 언어가 학교 스포츠 현장까지 스며든 장면일 수 있다. 그래서 이 사건은 단순히 “고등학생들이 철없는 장난을 했다”는 식으로 축소해서도, 반대로 학생 몇 명의 행동을 한국 사회 전체의 결론처럼 과장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조롱의 언어가 왜 이렇게 쉽게 공유되고, 왜 광주를 향한 말이 곧바로 정치적 표식이 되는지 물어야 한다. 사과문은 사건을 정리할 수 있어도, 그 구호가 가능해진 한국 사회의 균열까지 지우지는 못한다.

이 사건을 단지 ‘고등학생들의 철없는 응원’으로 덮는 순간, 우리는 가장 중요한 질문을 놓치게 된다. 학생은 정치와 사회로부터 격리된 존재가 아니다. 학교 담장 밖에서 유통되는 언어, 지역을 향한 선입견, 역사적 기억에 대한 반감, 정권과 선거를 둘러싼 불신은 이미 온라인과 거리, 일상의 대화 속에서 세대를 가리지 않고 공유되고 있다.

광주제일고는 단지 야구 명문이 아니다. 그 전신인 광주고보는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중심에 섰던 학교다. 한국 현대사에서 학생은 언제나 정치의 주변인이 아니었다. 3·15 부정선거에 항의한 중·고등학생들의 움직임은 4·19혁명의 불씨가 됐고, 학생들의 거리 진출과 희생은 결국 한 정권을 무너뜨린 민주주의의 역사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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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이번 장면은 더 가볍게 볼 수 없다. 광주일고를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와 ‘탱크데이’라는 구호가 울린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커피 브랜드나 일회성 마케팅 논란의 언어가 아니었다. 광주와 5·18을 특정 정치세력의 상징으로 환원하고, 그 역사와 지역의 정치의식을 조롱거리로 바꾸는 한국 사회의 언어가 고교야구 더그아웃까지 흘러들어간 장면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물론 몇몇 학생의 구호만으로 그들에게 특정한 정치적 목적이나 조직적 배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학생이라는 이유로 그 언어의 정치성을 지워서도 안 된다. 오히려 이 사건은 최근 한국 사회에서 선거 불신, 정권 반감, 지역 정체성, 5·18의 역사적 의미가 서로 뒤엉키며 어떤 방식으로 희화화되고 재유통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경고 신호일 수 있다.

사과문은 한 경기의 논란을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왜 이런 말이 광주일고를 향해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는지, 왜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응원가가 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깊은 상처가 되는지까지 설명하지는 못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학생들의 정치성을 부정하는 교육이 아니라, 역사와 지역, 민주주의를 향한 조롱의 언어가 어디서 시작되어 어디까지 번지고 있는지 직시하는 일이다.

여기서 한 단계 더 살펴볼 대목이 있다. 최근 선거관리 논란을 계기로 서울 올림픽공원과 홍대 일대에서 이어진 재선거 요구 움직임은 처음에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항의와 참정권 문제제기의 성격을 띠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부정선거’, 정권 비판, 이재명 탄핵 등 더 넓은 정치 구호가 뒤섞이는 양상을 보였다. 일부 온라인 공간에서는 ‘반국가세력’과 ‘멸공’ 같은 오래된 반공 언어까지 다시 호출된다. 그것이 이번 배재고 선수들의 구호와 직접 연결됐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그러나 이런 언어 환경 속에서 광주와 5·18, 민주당, 이재명 정부, 전남·광주의 정치 성향이 하나의 정치적 표적으로 뭉뚱그려 소비되고 있다면, 이번 장면은 그 정서가 학교 스포츠 현장에까지 번진 위험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이것은 10대와 20·30세대의 정치의식이나 반공·정권 비판 자체를 금기시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정치적 불만과 이념적 충돌은 더 정면으로 토론되어야 한다. 문제는 역사적 비극과 특정 지역, 한 학교의 이름을 짧은 조롱의 암호로 압축해 버리는 방식이다. ‘스타벅스 가야지’와 ‘탱크데이’가 단순한 응원 구호가 아니라 광주를 향한 정치적 냉소와 반감의 표식으로 작동하기 시작한다면, 그때부터 고교야구장은 경쟁의 공간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오래된 지역·역사 갈등이 재연되는 무대가 된다. 사과와 징계는 필요하지만, 더 큰 질문은 왜 이런 언어가 젊은 세대에게 쉽게 익숙한 농담과 응원가가 되었는가에 있다.

참고문헌

  1. MBC 뉴스데스크, 「“스타벅스 가야지”‥고교 야구 중 난데없는 지역 비하?」, 2026년 6월 29일. 경기 중 구호와 경기 중단 경위, 협회의 진상조사 착수 보도.
  2. MBC 뉴스, 「‘지역 비하’ 발언 피해 광주제일고 교장, 야구협회에 항의서한 전달」, 2026년 6월 30일. 광주제일고 교장의 항의서한 제출과 재발방지 요구 내용.
  3. 한겨레, 「‘5·18 참여’ 광주제일고 향해 “스벅 가야지” 조롱한 배재고…“적당히 해”」, 2026년 6월 30일. 광주제일고의 역사적 맥락과 현장 반응 확인용.
  4. MBC 뉴스데스크, 「“5·18에 ‘탱크데이·책상에 탁’?”‥스타벅스 결국 사과」, 2026년 5월 18일. 스타벅스 프로모션 논란, 문구 수정·삭제와 사과 경위.
  5. 한겨레, 「스타벅스 글로벌 본사 ‘탱크데이’ 사과…“철저히 조사해 재발 방지”」, 2026년 5월 21일. 글로벌 본사 차원의 사과와 재발방지 조치 관련 보도.
  6. 부산일보, 「광주일고, 배재고 야구부 ‘스타벅스 조롱’ 공식 항의…야구협회에 재발 방지 촉구」, 2026년 6월 30일. 광주제일고 측 항의문과 학교 측 입장 확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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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28일 일요일

“마지막 숨까지 아이를 놓지 않았다”…920명 사망 속 베네수엘라 지진이 남긴 한 가족의 비극

 

베네수엘라 지진 현장에서 구조대와 시민들이 부상자를 옮기고, 한 어머니가 딸을 끌어안은 추모 이미지가 함께 담긴 재난 뉴스
베네수엘라 강진 - 딸을 지키다 숨진 어머니의 사연이 국제적 추모를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구조대와 시민들은 무너진 잔해 속 생존자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ghostimages-apnews

베네수엘라를 덮친 강진은 도시를 무너뜨렸지만, 한 어머니의 본능까지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축구선수 엑토르 벨로의 아내 안드레아 벨로는 붕괴 순간 어린 딸을 몸으로 감싸 살려냈고, 자신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남편은 “당신은 우리 딸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줬다”고 적었다.

그러나 이 비극은 한 가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규모 7.2와 7.5의 연쇄 지진이 카라카스와 라과이라 일대를 강타한 뒤, 사망자는 이미 900명을 넘었고 구조대는 무너진 건물 잔해 속 생존자를 찾기 위해 시간과 싸우고 있다.

안드레아 벨로는 마지막 순간 딸을 선택했다.
붕괴하는 건물 속에서 그는 자신의 몸을 방패로 삼았다. 아이는 살아남았고,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지진이 모든 것을 앗아간 자리에서, 한 어머니의 사랑만은 끝까지 아이를 붙들었다.

엑토르 벨로가 남긴 글은 단순한 추모가 아니었다. 그는 딸에게 훗날 엄마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했다. “어떻게 엄마가 너를 살렸는지, 마지막 숨이 다할 때까지 너를 포기하지 않았는지.” 이 문장은 지금 베네수엘라 전역에서 무너진 집과 끊어진 연락망 속에 가족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심정을 대변한다.

연쇄 지진은 24일 밤 수도 카라카스와 북부 해안 지역을 강타했다. 수백 채의 건물이 무너지거나 크게 파손됐고, 병원과 구호시설도 피해를 입었다. 일부 주민들은 중장비가 제때 도착하지 않아 맨손으로 잔해를 파헤쳤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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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구조대와 구호 물자가 속속 도착하고 있지만, 여진과 붕괴 위험, 훼손된 도로와 공항, 전력 불안이 구조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외국 구조 인력 1,600명 이상이 투입됐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현장에서는 아직도 “도움이 오지 않았다”는 절박한 외침이 이어지고 있다.

재난은 숫자로 보도된다. 사망자 몇 명, 부상자 몇 명, 무너진 건물 몇 채. 그러나 폐허의 한가운데서 사람들은 숫자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돌아오지 못한 아내이고, 아이에게는 평생 기억해야 할 엄마다. 베네수엘라의 지진은 땅을 갈라놓았다. 하지만 그날 한 어머니가 딸을 감싼 마지막 순간은, 인간이 가장 무너진 자리에서도 사랑은 끝까지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현재까지 확인된 국제 지원은 꽤 크다. 한국 정부가 구조대·긴급구호금을 공식 파견했다는 발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외교부 공식 채널에서도 베네수엘라 지진 관련 한국 지원 발표를 찾지 못했다. 주요 지원 현황은 이렇다.

  • 미국: 구조 인력 250명 이상과 도시탐색구조대 3개 팀을 보내고, 초기 구호로 약 1억5천만 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헬기로 구조대를 라과이라 등 피해 지역에 투입하고 있다.
  • 콜롬비아: 60명 이상 규모의 도시탐색구조팀, 탐지견 4개 팀, 장비 약 12톤을 보냈다.
  • 에콰도르: 구조전문가 46명, 탐지견 2마리, 구조장비 약 6톤을 파견했다.
  • 유럽연합: EU 시민보호메커니즘을 통해 체코·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룩셈부르크·독일·포르투갈·네덜란드 등 8개 회원국이 구조 인력, 의료·구호 물자를 보내고 있다.
  • 중국: 긴급 인도주의 지원과 구조대를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 멕시코·인도·영국 등: 구조·의료 인력과 장비 지원에 참여했고, 국제 구조팀은 최소 17개국 이상에서 도착한 것으로 보도됐다.
  • 국제기구·NGO: 유엔과 국제의료봉사단, 국제구조위원회 등이 현지 의료·식수·긴급 생필품 지원을 시작했다.

미국·유럽·중남미·중국 등 주요국의 구조대와 구호물자가 베네수엘라로 향하고 있다. 미국은 구조 인력과 대규모 긴급지원을 약속했고, 콜롬비아와 에콰도르는 탐지견을 포함한 도시탐색구조팀을 파견했다. 유럽연합도 8개 회원국의 지원을 EU 시민보호메커니즘으로 묶었다.

한국 정부의 구조대 파견이나 긴급구호금 지원 여부는 현재까지 공식 발표로 확인되지 않았다. 1,400명 이상이 숨지고 수만 명의 행방이 아직 완전히 확인되지 않은 대형 참사에서, 한국 역시 외교부·KOICA·소방청 차원의 신속한 인도주의 지원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참고문헌

  1. USGS, M 7.5 - Northern Venezuela / earthquake event data, 2026년 6월.
    • 지진 규모, 발생 시각, 진앙 정보 확인용.
  2. UN OCHA, Earthquakes in Venezuela – Situation Report No. 4, 2026년 6월 27일.
    • 인명 피해, 실종 우려, 구조 활동, 국제 지원 현황 정리.
  3. IFRC, Venezuela earthquakes: IFRC launches emergency appeal to assist 300,000 people, 2026년 6월 26일.
    • 적십자 긴급구호, 지원 규모, 현장 대응 개요.
  4. IFRC, Emergency Appeal – Venezuela Earthquake (MDRVE015), 2026년 6월 27일.
    • 긴급 모금, 피해 규모, 지원 대상과 운영 계획.
  5. UNICEF, Venezuela Humanitarian Situation Report No.1 – Earthquake, 2026년 6월 25일.
    • 아동·가족 피해, 긴급 보호·보건·식수 지원 관련 자료.
  6. The Star, Mother dies saving daughter in Venezuela earthquakes, 2026년 6월 26일.
    • 딸을 지키다 숨진 어머니와 가족 사연에 대한 인물 중심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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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K-팔란티어’ 10조 · 신안보 유니콘 5개 승부수…국가안보 혁신인가, 또 하나의 돈잔치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마이크 앞에서 발언하는 모습과 반도체 칩, 공장 실루엣, 정치가 기업을 흔든다는 문구가 결합된 뉴스 이미지
호남권 반도체 투자 추진을 둘러싸고, 국가 전략산업의 입지 결정이 정치적 요구보다  산업적
 타당성과 기업의 독립 경영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ghostimages-ytn


이재명 정부가 AI·드론·로봇·우주·사이버를 묶어 ‘신안보 산업’으로 규정하고, 2030년까지 기업가치 1조 원 이상 유니콘 5개와 매출 1,000억 원 이상 혁신기업 50개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방향은 맞다. 전쟁은 이미 탱크와 전투기만의 싸움이 아니며, 데이터·드론·센서·위성·소프트웨어가 전장의 승패를 바꾸는 시대다.

그러나 국민이 묻는 질문은 하나다.

이번에도 실력 있는 기업을 키우는 정책인가, 아니면 정부 돈과 공공조달을 중심으로 새 ‘권력형 수혜 기업’을 만드는 정책인가.

 이번 정책의 핵심은 크게 세 갈래다. 첫째, 대기업 중심의 전통 방산을 넘어 AI·드론·우주·사이버 분야 스타트업을 안보 기업으로 키운다는 것. 둘째, 연구개발부터 실증·구매까지 이어지는 신속 조달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 셋째, 초기에는 정부가 위험을 떠안고, 성장 단계에서는 펀드와 민간투자를 붙이며, 후속 단계에서는 대형 투자로 스케일업을 돕겠다는 것이다.

이 자체는 늦었지만 필요한 정책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은 값비싼 대형 무기체계만으로는 현대전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 수십만 달러짜리 드론을 수천 달러짜리 FPV 드론이 위협하고, AI 기반 표적 식별과 데이터 융합이 전장의 시간표를 바꾼다. 한국이 반도체·통신·로봇·배터리·조선·AI 역량을 갖고도 신안보 시장을 놓친다면, 앞으로의 방산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정책의 방향이 아니라 집행의 구조다. 정부가 최대 100억 원 규모의 R&D와 실증 구매를 연결하고, 한국형 인큐텔과 방산 펀드, ‘한국 전략 기술 파트너스’ 같은 투자 체계를 만들겠다고 한 순간부터, 이 사업은 엄청난 예산과 조달 권한이 움직이는 시장이 된다.

이때 가장 위험한 장면은 익숙하다. 정치권과 관료, 전직 군 관계자, 특정 연구기관, 특정 대학, 특정 대기업 계열이 서로 얽혀 “혁신기업 선정”의 이름으로 사업을 나눠 갖는 구조다. 기술보다 발표자료가 앞서고, 실증보다 인맥이 앞서며, 실제 전장성과 수출 가능성보다 정부 과제 수주 실적이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순간, 신안보 산업은 국가 전략이 아니라 또 하나의 보조금 시장이 된다.

그래서 이번 정책은 반드시 세 가지 원칙을 가져야 한다.

첫째, 선정 기준을 전면 공개해야 한다.
어떤 기술이 왜 국가안보 전략 분야인지, 어떤 기업이 어떤 평가로 선정됐는지, 탈락 기업은 무엇이 부족했는지 공개해야 한다. “국방 보안”을 이유로 모든 기준을 비공개로 감추는 순간 특혜 의혹은 피할 수 없다.

둘째, 정부 지원보다 실제 납품과 수출 성과를 더 크게 평가해야 한다.
정부 과제를 많이 따낸 기업이 아니라, 실제 군·공공기관·해외 고객에게 기술을 팔고 유지보수까지 해내는 기업이 살아남아야 한다. 안보 스타트업은 국가 돈을 받는 회사가 아니라, 국가가 위기 때 실제로 쓸 수 있는 기술을 가진 회사여야 한다.

셋째, 정치권과 전관의 개입을 차단해야 한다.
방산은 원래 폐쇄성이 강한 산업이다. 이 폐쇄성 위에 스타트업 지원금과 조달 특례가 얹히면, 작은 카르텔은 순식간에 거대한 관변 산업 생태계가 된다. 혁신 촉진형 계약과 공모형 획득이 속도를 높이는 장치라면, 그만큼 심사·계약·성과평가의 독립성은 더 강해져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정말 ‘K-팔란티어’를 만들고 싶다면, 먼저 팔란티어식 사고를 배워야 한다. 팔란티어의 핵심은 정부 예산을 많이 받은 회사라는 데 있지 않다. 데이터와 운영체계를 실제 현장에 연결하고, 군·정보·산업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쓰이는 제품을 만들었다는 데 있다. 한국도 기술은 있다. 부족한 것은 기술보다 조달, 실증, 규제, 수출, 그리고 실패한 기업을 과감히 정리할 수 있는 냉정한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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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선언한 신안보 유니콘 5개는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다섯 곳이 정치적 인맥, 지역 안배, 특정 대학·기관 출신의 연합으로 정해지는 순간 이 정책은 실패한다. 반대로 정말 실력 있는 젊은 창업가, 드론 제작자, AI 엔지니어, 위성·센서·사이버 보안 기업이 출신과 지역을 넘어 경쟁할 수 있다면, 이번 정책은 이재명 정부의 몇 안 되는 전략적 승부수가 될 수 있다.

한국이 지금 필요한 것은 ‘지원받는 기업’이 아니라 ‘전장을 바꾸는 기업’이다. AI·드론·우주·로봇·사이버는 이미 안보의 주변 산업이 아니다. 국가의 생존력, 수출 경쟁력, 군사 억지력, 미래 일자리를 동시에 좌우하는 핵심 산업이다. 그래서 이번 정책은 환영할 수 있다. 하지만 더 강한 감시가 필요하다.

정부가 시장을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정부가 승자를 미리 정해서는 안 된다.

이재명 정부의 신안보 기업 육성책이 혁신의 토대가 될지, 또 하나의 예산 배분 사업이 될지는 결국 하나에서 갈린다. 누가 선정되고, 왜 선정됐으며, 실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누가 책임지는가.

정치가 기업의 입지를 정하는 나라

JTBC나 MBC처럼 특정 정치적 색채가 강하다는 비판을 받는 언론의 신뢰가 흔들릴 때,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시청률과 브랜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경영이 시장과 기술이 아니라 정치적 요구에 끌려가기 시작하면, 그 기업은 오래 버티기 어렵다.

이번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논쟁은 그래서 가볍지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권 투자 방안을 정부와 조율해 왔고, 대통령도 공직자의 설득과 요청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정부는 기업이 스스로 수익성을 판단해 결단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수백조 원 단위의 반도체 팹 입지를 두고 대통령·청와대·정책실이 직접 방향을 제시하고 재계 총수들과 잇따라 접촉하는 모습은, 시장에 “정권이 원하는 답”이 무엇인지 충분히 전달하는 장면이다.

반도체 공장은 선거용 지역 선물이 아니다. 용수, 전력, 숙련 인력, 협력업체, 물류, 글로벌 고객 대응, 장기적인 공급망 안정성은 기업이 수십 년을 보고 판단해야 할 생존 조건이다. 특히 팹 하나에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입지 선정은 정치적 균형이 아니라 산업적 타당성으로 검증돼야 한다. 야권은 새만금 전력 여건과 대규모 팹 전력 수요를 문제 삼으며 정부의 접근을 비판했다.

호남 발전이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호남에도 첨단 산업 기반과 인재, 전력·용수·항만·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갖추기 위한 장기 투자는 필요하다. 문제는 순서다. 먼저 전력망과 용수망, 인력 양성, 협력사 생태계, 주거·교통, 규제·인허가 체계를 만들고 기업이 들어오게 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먼저 “기업 투자 발표”를 요구하고 그 뒤에 입지 논리를 맞추기 시작하면, 그것은 산업정책이 아니라 정치 이벤트가 된다.

기업은 대통령의 지역 균형발전 구호를 보고 공장을 짓는 것이 아니라, 20년 뒤에도 이 공장이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보고 투자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특정 지역에 산업을 몰아주고, 대기업이 그 요구에 맞춰 투자 그림을 내놓고, 정부 지원과 세제 혜택이 뒤따르는 구조가 반복되면 국민은 의심하게 된다.

“이것은 국가 전략인가, 아니면 정치적 보상인가.”

그 의심이 커지는 순간 기업도 손해를 본다. 삼성과 SK의 투자가 기술·수익성·공급망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거래처럼 비치면, 투자자와 시장은 기업의 독립적 경영 판 단을 의심하게 된다. 정부 정책의 신뢰도 함께 떨어진다. 그래서 이번 반도체 정책에서 정부가 보여줘야 할 것은 화려한 투자 액수가 아니다.

  • 왜 호남인가
  • 삼성과 SK가 각각 어떤 사업을 어떤 조건에서 검토했는가
  • 전력·용수·인력·협력망 문제는 누가 어떤 비용으로 해결하는가
  • 정부 인센티브는 어떤 기준으로 제공되는가
  • 정권과 정치권 인사가 기업 선정·입지·조달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어떤 장치를 두는가

이 다섯 가지를 자료로 공개해야 한다.

공정경쟁 없이 편향된 경영이 계속되면 기업도, 언론도, 국가도 결국 신뢰를 잃는다. 꼬리가 길어질수록 한순간에 무너진다. 한국 경제가 지금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반도체 산업의 부진만이 아니라, 국가 전략 산업마저 정치의 하청업체처럼 보이게 만드는 순간이다.

참고문헌

  1. 대통령실·정부 관계 부처 발표자료,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및 첨단산업 전략」, 2026년 6월. 반도체·AI·첨단 제조업 기반 지역 성장 전략과 대규모 산업 투자 방향을 제시.
  2.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정부 정책 및 부처별 산업·투자 지원 자료」. 반도체·첨단산업·지역균형발전 관련 정부 발표와 공식 자료 확인 경로.
  3. 산업통상자원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및 첨단산업 생태계 지원 정책」. 반도체 생산기지 구축 과정에서 전력·용수·인프라·공급망·인력 문제가 핵심 요건임을 강조한 정부 정책 자료.
  4. 한국전력·산업통상자원부 관련 자료,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전력·용수 인프라 지원 계획」.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 유치를 위해 전력망, 산업용수, 계통 보강이 선행돼야 한다는 정책적 전제.
  5. 전자신문, 「3대 메가프로젝트, 산업생태계 전주기 지원체계가 성패 좌우」, 2026년 6월 28일. 정부 메가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선언보다 사업성, 전주기 인프라와 민간 투자 연계가 중요하다고 분석.
  6. 해당 기사에서 인용한 정부·여당·야당의 발언은 정치적 주장과 정책 논쟁의 맥락에서 다뤄야 하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구체적 투자 결정은 기업의 공식 공시·발표가 나올 때까지 확정 사실로 단정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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