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6일 화요일

국민은 리모컨을 내려놨나…JTBC·MBC 위기가 던지는 방송 신뢰의 질문


JTBC와 MBC의 방송 위기, 월드컵 중계권 베팅과 공영방송 신뢰 논란을 상징하는 한국 미디어 뉴스 썸네일
JTBC의 회생절차와 MBC의 영업손실은 정파성 논란과 방송
 수익모델 붕괴가 동시에 만든 한국 미디어 산업의 경고음이다./ghostimages

방송사의 위기는 갑자기 오지 않는다. 시청자의 신뢰가 조금씩 빠지고, 광고주가 조용히 예산을 옮기고, 콘텐츠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지며, 경영진은 한 번의 큰 베팅으로 판을 뒤집으려 한다. 그러다 어느 날 숫자가 터진다. JTBC의 회생절차 신청과 MBC의 영업손실은 단순한 한두 회사의 경영 문제가 아니다. 한국 방송이 신뢰와 시장, 공영성과 수익 모델 사이에서 동시에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사안을 “좌편향 보도 때문에 망했다”는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쉽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반대로 “방송광고 시장이 무너져서 어쩔 수 없다”는 설명도 절반만 맞다. 지금의 위기는 정파성 논란과 산업 구조 변화가 서로를 밀어 올린 결과다. 방송사들이 특정 진영의 언어에 익숙해질수록 충성 시청자는 남을 수 있지만, 중도층과 무당층, 피로감을 느끼는 시민은 리모컨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광고시장은 그 이탈을 가장 먼저 감지한다.

JTBC의 경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스포츠 중계권 베팅이다. JTBC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올림픽,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월드컵 중계권을 확보했다. 원래 월드컵과 올림픽 같은 국민적 관심 행사는 지상파 3사가 공동으로 중계권을 확보하는 ‘코리아 풀’ 방식이 익숙했다. 그러나 JTBC가 독점권을 확보하면서 시장의 질서는 달라졌다. 처음에는 공격적 전략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것은 ‘승자의 저주’처럼 돌아왔다.

문제는 재판매였다. JTBC는 국민적 관심 행사의 보편적 시청권을 이유로 지상파와 협상을 벌였지만, MBC와 SBS는 가격 조건에서 합의하지 못했다. 결국 KBS만 공동 중계에 합류했고, MBC와 SBS는 물러났다. 월드컵은 국민적 관심이 큰 행사지만, 예전처럼 광고만으로 거액의 중계권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 TV 앞에 온 가족이 모이는 장면은 줄었고, 시청자는 모바일·OTT·포털·클립 영상으로 흩어졌다. 중계권의 값은 과거의 영광을 반영했지만, 수익 모델은 이미 미래의 파편화된 시장으로 넘어가 있었다.

JTBC가 법원 회생절차를 신청한 직접 계기는 206억 원 규모 채무 상환 실패였다. 그러나 그 숫자 뒤에는 더 큰 구조가 있다. 중앙그룹 계열사들이 함께 유동성 압박을 받고 있고, 콘텐츠·극장·방송 사업의 수익성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월드컵 중계권 부담은 그 위기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다. 국민적 이벤트를 독점하면 시청률과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은 가능하다. 그러나 국민이 그 방송사를 신뢰하지 않거나, 굳이 그 채널에서 오래 머물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면 독점권은 자산이 아니라 부채가 된다.

여기에 중국계 자본 논란까지 붙었다. 다만 이 대목은 정확히 써야 한다. 확인되는 것은 JTBC 본체가 중국 자본에 넘어갔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중앙그룹 콘텐츠 계열인 SLL중앙에 텐센트 계열 자금이 투자돼 지분을 보유했다는 보도다. 이를 두고 “중국 자본 침투”라고 단정하면 과장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여론이 중국 자본과 문화 콘텐츠 영향력에 민감해진 상황에서, 중앙그룹의 유동성 위기와 중국계 재무적 투자자 존재가 다시 주목받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언론사는 돈의 출처와 편집 독립성의 거리를 더 투명하게 설명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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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문제는 조금 다르다. MBC는 JTBC처럼 특정 스포츠 중계권 베팅 하나로 위기가 폭발한 구조는 아니다. 오히려 더 오래된 공영방송의 위기다. 2025년 MBC는 매출이 줄고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광고 수익과 콘텐츠 수익이 함께 줄었고, 제작비 부담은 커졌다. 당기순이익은 크게 났지만, 부동산 매각 등 일회성 영업외수익의 영향이 컸다는 설명도 나온다. 본업의 체력이 좋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MBC를 둘러싼 핵심 질문은 “공영방송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이다. 공영방송은 민영 상업방송처럼 단지 시청률과 광고 수익만 좇는 조직이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공영방송이라는 이름이 정치적 편향 논란을 무한정 덮어주는 방패가 될 수도 없다. 공영방송은 권력을 감시해야 하지만, 그 감시가 특정 정치세력의 언어와 구분되지 않을 때 시청자는 그것을 저널리즘이 아니라 진영 방송으로 받아들인다. 이때 무너지는 것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수익 구조의 기초인 신뢰다.

방송사는 신뢰를 팔아 광고를 얻고, 공공성을 바탕으로 사회적 지위를 유지한다. 그런데 신뢰가 약해지면 광고주는 더 넓은 도달률과 더 정밀한 타기팅이 가능한 플랫폼으로 이동한다. 젊은 시청자는 뉴스 클립과 유튜브 해설, 포털 알림, SNS 숏폼으로 뉴스를 소비한다. 방송사의 정파성 논란은 이 구조적 이탈을 더 빠르게 만든다. 이미 떠날 이유가 많은 시청자에게 “저 방송은 어차피 한쪽 편”이라는 인식은 마지막 핑계가 된다.

그렇다고 JTBC와 MBC의 위기를 모두 정치 성향 하나로 환원해서는 안 된다. 한국 방송 전체가 광고시장 축소와 제작비 상승, OTT 경쟁, 포털 중심 뉴스 소비, 숏폼 확산이라는 거대한 구조 변화에 직면해 있다. KBS도 수신료와 광고 기반이 흔들리고 있고, SBS 역시 비용 절감 없이는 버티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문제는 같은 구조 위기 속에서도 각 방송사가 어떤 신뢰 자산을 갖고 있느냐다. 신뢰가 강하면 위기를 버틸 시간이 생기고, 신뢰가 약하면 구조 변화가 곧바로 생존 위기로 바뀐다.

정파성은 한때 방송사에게 무기처럼 보였을 수 있다. 뚜렷한 정치 색채는 충성 시청자를 만들고, 온라인에서 강한 반응을 끌어내며, 특정 진영의 지지를 결집시킨다. 그러나 방송은 유튜브 채널과 다르다. 방송사는 공공재에 가까운 주파수와 제도적 신뢰, 보편적 접근성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그 기반 위에서 진영 채널처럼 행동하면, 충성층은 남아도 전체 시장은 좁아진다. 방송사의 확장성은 사라지고, 광고주는 더 안전하고 넓은 플랫폼을 찾는다.

JTBC는 월드컵 독점권이라는 거대한 베팅의 청구서를 받고 있다. MBC는 공영방송의 이름과 시장 수익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 둘의 경로는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방송사가 시청자의 신뢰를 잃으면, 콘텐츠의 독점성도 공영방송의 명분도 충분한 방어막이 되지 못한다. 국민적 이벤트를 독점해도 국민이 머물지 않으면 수익이 되지 않는다. 공영방송을 자처해도 시민이 공정성을 믿지 않으면 공영성은 구호가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진영별 환호가 아니라 냉정한 재검토다. JTBC는 중계권 전략과 자본 구조, 콘텐츠 투자 방식이 지속 가능한지 설명해야 한다. MBC는 공영방송의 역할을 정치적 선명성이 아니라 공정성·검증성·보편성의 언어로 다시 세워야 한다. 정부와 규제기관도 보편적 시청권과 방송 산업 구조를 함께 봐야 한다. 시장이 바뀌었는데 과거의 방송 질서만 붙들고 있으면, 다음 위기는 더 크게 온다.

국민은 어느 날 갑자기 방송을 버리지 않았다. 피로가 쌓였고, 신뢰가 줄었고, 선택지는 많아졌다. 방송사가 국민의 무관심을 탓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할 것은 하나다. 우리는 국민이 다시 우리 채널에 머물 이유를 제공하고 있는가. JTBC와 MBC의 위기는 바로 그 질문 앞에 서 있다.

참고문헌

  • 연합뉴스, “JTBC files for corporate rehabilitation amid liquidity crisis,” 2026.6.15.
  • 경향신문, “JTBC·중앙홀딩스 등 중앙그룹 계열사 4곳 법원에 ‘회생절차’ 신청,” 2026.6.15.
  • 아시아경제, “JTBC Fails to Reach Deal With MBC, SBS... Only KBS to Co-Broadcast World Cup,” 2026.4.22.
  • 아시아경제, “Terrestrial Olympic ‘Blackout’ Becomes Reality... JTBC to Exclusively Broadcast Winter Olympics,” 2026.1.7.
  • 미디어오늘, “지난해 MBC 매출액 294억 감소… 광고·콘텐츠 수익 동반하락,” 2026.3.25.
  • 한국기자협회, “신문, 수익 다각화·경영 효율로 흑자… 방송은 적자 고착화,” 2026.4.15.
  • 조선비즈, “Contentree JoongAng sells SLL JoongAng to Goldman Sachs amid IPO shift,” 202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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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왜 AI를 사랑하는가…기술 낙관주의의 빛과 그림자

 

서울의 AI 도시 풍경과 한국인의 AI 낙관주의 및 불안을 상징하는 테크 뉴스 썸네일
한국 사회는 AI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그 열풍 뒤에는 국가 경쟁력,
 일자리 불안, 교육 논란이라는 복합적 배경이 놓여 있다./ghostimages

한국인은 왜 AI를 이토록 빠르게 받아들이는가. 서울의 풍경을 보면 그 답은 어느 정도 보인다. 무인 출입국 심사대, 지하철 안에서도 끊기지 않는 초고속 통신망, 실시간 버스 정보가 표시되는 정류장, 배달 로봇, 키오스크, 게임 문화, K팝과 디지털 팬덤이 뒤섞인 도시. 한국에서 기술은 낯선 미래가 아니라 일상의 기본 배경이 됐다.

미국과 유럽 일부 지역에서 AI에 대한 반발과 규제 논쟁이 커지는 동안, 한국 사회는 상대적으로 AI를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Pew Research Center의 국제 조사에서도 한국은 AI에 대해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고 답한 비율이 매우 낮은 나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AI가 일상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가 기대보다 크다는 응답이 절반에 이르지만, 한국에서는 그 비율이 훨씬 낮다. 한국인은 AI를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는다.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도구, 생산성을 높이는 조력자, 그리고 국가가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성장 엔진으로 본다.

이 낙관주의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한국 현대사는 기술을 통해 생존하고 성장해 온 역사에 가깝다. 전쟁 이후 폐허에서 출발한 한국은 철강, 조선, 자동차, 반도체, 초고속 인터넷, 스마트폰을 거치며 산업 구조를 바꿔 왔다. 기술은 단순한 산업 부문이 아니라 국가 발전의 언어였다. 새로운 기술을 빨리 받아들이는 것이 곧 가난에서 벗어나고, 선진국을 따라잡고, 세계 질서 안에서 자리를 확보하는 길이라는 집단 기억이 만들어졌다.

AI에 대한 한국의 열광도 이 연장선 위에 있다. 한국 정부는 AI를 차세대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국가 AI 전략위원회, AI 기본법, 국산 초거대 AI 모델 개발, AI 컴퓨팅 인프라 확보, 반도체 지원 정책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규모로는 불리하지만, 반도체와 통신, 제조, 데이터 활용 능력을 결합하면 AI 시대에도 ‘작지만 강한 기술 국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특히 반도체는 한국 AI 낙관주의의 물질적 기반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 메모리 반도체, AI 서버 수요와 깊이 연결돼 있다. AI가 거대한 모델과 막대한 연산을 요구할수록, 메모리와 패키징,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전략적 가치는 커진다. 한국 사회가 AI를 단지 소프트웨어 유행으로 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는 한국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와 직결된 국가 경제의 문제다.

한국인의 AI 사랑에는 또 다른 현실적 이유가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를 시험하는 사회 중 하나다. 사람들은 모바일 결제, 배달 앱, 실시간 예약, 온라인 게임, 인터넷 커뮤니티, 영상 플랫폼, 챗봇을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먼저 써 보고, 불편하면 바로 평가하고, 쓸 만하면 빠르게 확산시키는 문화가 있다. AI 웹툰, 가상 아이돌, AI 튜터, AI 면접, AI 고객센터가 비교적 빠르게 생활 속으로 들어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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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술 친화성이 곧 성숙한 기술 이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사회의 AI 낙관주의에는 분명한 맹점도 있다. 정부와 산업계가 AI를 경제 성장과 국가 경쟁력의 언어로 강하게 밀어붙일수록, 사회적·윤리적 질문은 뒤로 밀리기 쉽다. AI가 노동을 어떻게 바꿀지, 교육을 어떻게 바꿀지, 개인정보와 감시 문제를 어떻게 관리할지, 알고리즘이 차별과 불평등을 확대할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한 토론은 아직 충분히 깊지 않다.

AI 디지털 교과서 논란은 그 대표적 사례다. 맞춤형 학습과 교육 혁신이라는 목표는 그럴듯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정확성, 개인정보, 교사 준비, 학생 집중력, 기기 의존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기술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교실에 곧장 들어갈 수는 없다. 교육은 실험실이 아니며, 학생은 제품 테스트 대상이 아니다. AI가 교사를 돕는 도구가 될 수는 있지만, 준비되지 않은 도입은 오히려 교육 현장의 불신을 키운다.

노동 문제도 마찬가지다. 한국인은 AI를 유용하게 쓰면서도 동시에 일자리 상실을 두려워한다. 직장인들은 보고서 작성, 자료 정리, 번역, 기획, 코딩 보조에 AI를 사용한다. 그러나 같은 사무실 안에서 모두가 AI를 쓰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질문은 바뀐다. “AI를 쓰면 일이 편해진다”에서 “AI를 쓰지 못하면 밀려난다”로, 다시 “AI가 사람을 줄이는 명분이 되는 것 아닌가”로 이동한다. 편리함과 불안이 같은 화면 안에 들어오는 것이다.

젊은 세대의 AI 사용은 더 복합적이다. 취업난, 주거비 부담, 결혼과 출산의 지연, 투자 열풍, 불안정한 노동시장 속에서 AI 챗봇은 단순한 업무 도구를 넘어 상담자, 점술가, 투자 조언자처럼 소비된다. 누군가는 챗GPT에게 사주를 묻고, 연애운을 묻고, 이직 가능성을 묻고, 주식 종목을 묻는다. 이것은 우스운 풍경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깊은 사회적 불안을 드러낸다. 미래가 불확실할수록 사람들은 예언과 계산의 중간쯤에 있는 도구에 기대려 한다.

그래서 한국의 AI 열풍은 낙관과 불안이 동시에 만든 현상이다. 한국인은 AI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 사랑은 순진한 환호만은 아니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압박, 국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 직장에서 도태되지 않아야 한다는 불안, 더 나은 미래로 건너가고 싶다는 욕망이 뒤섞여 있다. AI는 한국인에게 장난감이면서 무기이고, 비서이면서 경쟁자이며, 희망이면서 압박이다.

이 지점에서 한국 사회가 던져야 할 질문은 “AI를 쓸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다. 이미 쓰고 있다. 더 중요한 질문은 “무엇을 위해, 누구의 이익을 위해, 어떤 속도로, 어떤 안전장치와 함께 쓸 것인가”이다. AI를 국가 성장의 엔진으로 삼는 것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성장의 엔진이 사회적 브레이크 없이 달릴 때, 가장 먼저 다치는 사람은 늘 현장의 노동자, 학생, 노인, 청년, 그리고 정보 약자다.

한국은 AI 시대에 분명한 강점을 갖고 있다. 빠른 수용성, 뛰어난 통신 인프라, 강한 반도체 산업, 기술을 국가 전략으로 밀어붙이는 행정 능력, 새로운 서비스를 거리에서 곧바로 시험하는 시민 문화가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속도 때문에 더 정교한 질문이 필요하다. 빠르게 받아들이는 사회일수록, 더 빨리 멈춰 서서 물어야 한다. 이 기술이 사람을 더 자유롭게 만드는가, 아니면 더 불안하게 만드는가.

한국인은 AI를 좋아한다. 어쩌면 정확히는 AI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기술을 통해 여기까지 왔고, 기술 없이는 다음 단계로 갈 수 없다고 믿는다. 그러나 AI가 정말 한국의 미래가 되려면, 기술 낙관주의만으로는 부족하다.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실험이 아니라 더 나은 기준이다. 더 빠른 도입이 아니라 더 책임 있는 도입이다. AI를 사랑하는 사회가 이제 배워야 할 것은, AI를 의심하고 통제하는 지혜다.

참고문헌
  • MIT Technology Review, “Why do South Koreans love AI so much?”, The Algorithm newsletter.
  • Pew Research Center, “How People Around the World View AI,” 2025.
  • Pew Research Center, “Key findings about how Americans view artificial intelligence,” 2026.
  • Ministry of Science and ICT, “A New Chapter in the Age of AI: Basic Act on AI Passed.”
  • Stanford HAI, “The 2026 AI Index Report.” Dong-A Science, “South Korea Ranks Third Globally in AI Models,” 2026.
  • Business Insider, “Why South Korea’s AI rollback in classrooms is a cautionary tale for the US,” 2025.
  • The Guardian, “South Korea’s world-first AI laws face pushback amid bid to become leading tech power,”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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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합의와 호르무즈 재개방…트럼프 전쟁이 드러낸 미국 패권의 한계

 

이란 합의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 미국 패권의 한계를 드러낸 상황을 상징하는 국제정치 뉴스 썸네일
미국과 이란의 합의는 전쟁의 출구를 열었지만, 호르무즈 해협
 위기는  미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중동 질서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드러냈다./ghostimages-reuters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합의를 승리처럼 포장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다시 열리고, 전쟁은 멈추며, 세계 에너지 시장은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쟁의 끝이 곧 승리라는 뜻은 아니다. 이번 합의가 드러낸 것은 미국의 압도적 힘이라기보다, 그 힘이 더 이상 원하는 정치적 결과를 마음대로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냉정한 현실에 가깝다.

미국과 이란의 초기 합의는 표면적으로는 긴장을 낮추는 외교적 성과다. 해상 봉쇄를 풀고,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며, 추가적인 핵 협상과 제재 논의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구조다. 석유 시장은 즉각 반응했고, 국제사회도 일단 최악의 확전을 피했다는 점에서 안도했다. 그러나 그 안도감은 오래된 질문을 지우지 못한다. 이 전쟁은 무엇을 바꾸었는가.

합의의 가장 큰 역설은 전쟁이 끝난 자리다. 미국과 이란은 사실상 전쟁 직전의 핵심 쟁점으로 되돌아왔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여전히 검증과 제한의 문제로 남아 있고, 제재 완화와 동결 자산 문제도 최종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도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이란은 해협 운영과 통행료 문제를 거론하고 있고, 선박회사들은 여전히 안전과 보험 리스크를 계산하고 있다.

그렇다면 수천 명의 죽음과 수개월간의 에너지 충격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가. 전쟁은 이란을 완전히 굴복시키지 못했고,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군사력만으로 안정적으로 관리하지 못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결국 파키스탄 등 중재국의 외교 채널과 이란과의 조건부 합의에 기대야 했다. 거대한 군사력은 협상장으로 가는 문을 열 수는 있었지만, 협상장 안의 결론까지 지배하지는 못했다.

이 대목에서 미국 패권의 한계가 드러난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갖고 있다. 항모전단, 공군력, 제재망, 금융 시스템은 여전히 막강하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 같은 지정학적 병목에서는 상대가 약하다고 해서 곧바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란은 미국보다 훨씬 약하지만, 해협을 흔들고 유가를 밀어 올리며 세계 공급망을 불안하게 만들 능력을 보여줬다. 약한 국가가 강대국을 이긴 것은 아니지만, 강대국도 약한 국가를 원하는 방식으로 완전히 굴복시키지 못했다.

트럼프에게 이 합의는 정치적 탈출구다. 전쟁이 계속되면 유가와 인플레이션, 미군 피해, 동맹국 불안, 중간선거 부담이 한꺼번에 커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합의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문제는 트럼프가 오랫동안 비판해 온 오바마식 이란 핵 합의와 이번 합의가 얼마나 다른가 하는 점이다. 트럼프는 과거 이란과의 협상을 굴욕이라고 불렀지만, 이번에는 자신도 결국 이란의 핵 제한 약속, 검증 장치, 제재 완화 논의, 단계적 이행이라는 익숙한 외교 문법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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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내부의 불만도 여기서 나온다. 강경파는 이 합의를 이란에 대한 양보로 볼 수 있다. 미국이 전쟁 비용을 치르고도 이란 정권을 무너뜨리지 못했으며, 핵 문제를 완전히 제거하지도 못했고, 해협 운영 문제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하지도 못했다는 비판이다. 반대로 트럼프 지지층은 전쟁을 끝내고 유가를 낮췄다는 점을 성과로 볼 것이다. 같은 합의가 한쪽에는 현실주의이고, 다른 한쪽에는 후퇴로 보이는 이유다.

동맹국들의 불안도 작지 않다. 이스라엘은 이란과의 합의가 자국 안보 문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고, 유럽은 미국의 일방적 군사 행동과 뒤이은 급작스러운 협상 전환 사이에서 전략적 신뢰를 다시 계산하게 됐다. 중동의 걸프 국가들은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지만,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이 워싱턴의 선언 하나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번 전쟁은 미국이 여전히 강하지만, 더 이상 혼자서 세계 질서를 명령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과거의 미국은 군사력과 달러, 동맹망을 결합해 국제 질서를 설계하는 중심축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미국은 전쟁을 시작할 힘은 있어도, 그 전쟁의 경제적 파장과 외교적 후폭풍을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 중국, 걸프 국가, 유럽, 이스라엘, 파키스탄, 국제 해운업계, 에너지 시장이 모두 미국의 선택을 제약하는 변수로 등장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그래서 단순한 바닷길이 아니다. 그것은 미국 패권의 시험대였다. 미국은 그 해협을 열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했고, 이란은 그 해협을 흔들며 세계경제를 압박했다. 결국 해협을 다시 여는 방식은 전면 승리도, 완전 항복도 아니었다. 그것은 서로가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 앞에서 멈춰 선 타협이었다.

이 합의가 평화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 60일의 추가 협상에서 핵 검증, 제재 완화, 동결 자산, 해협 통항 조건, 이스라엘과 레바논 전선 문제가 다시 충돌할 수 있다. 전쟁은 멈췄지만, 전쟁을 낳은 구조는 그대로 남아 있다. 군사 충돌은 중단됐지만, 불신과 계산은 계속된다. 그래서 이번 합의는 종전이라기보다 휴전의 연장, 승리라기보다 비용의 중단에 가깝다.

트럼프는 자신이 전쟁을 끝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더 냉정한 평가는 다르다. 이 전쟁은 미국이 전쟁을 시작할 수는 있어도, 원하는 방식으로 끝낼 수는 없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란은 굴복하지 않았고, 미국은 완전히 이기지 못했다. 호르무즈는 다시 열릴 수 있지만, 미국 패권의 균열은 이미 세계가 보았다.

결국 이번 합의의 장중한 아이러니는 여기에 있다. 전쟁은 미국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시작됐지만, 끝난 자리에서는 미국 힘의 한계가 더 선명해졌다. 해협은 다시 열리고 시장은 안도했지만, 수천 명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세계는 묻고 있다. 이 모든 비용을 치르고도 양측이 거의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라면, 이 전쟁은 과연 누구의 승리였는가.

참고문헌

  • Reuters, “Trump’s Iran accord offers exit from war - and fresh political risks,” June 15, 2026.
  • Reuters, “Trump says deal to end war will be signed on Sunday, Iran questions timing,” June 13, 2026.
  • The Guardian, “Trump declares US-Iran peace deal ‘all signed’ as G7 leaders battle to tie up loose ends,” June 15, 2026.
  • Associated Press / Washington Post, “A tentative deal is reached to end the Iran war and Trump orders a stop to the US naval blockade,” June 14, 2026.
  • Britannica, “2026 Iran war,” updated June 2026.
  • Al Jazeera, “US-Israel attacks on Iran: Death toll and injuries live tracker,” March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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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음모론, 체육단체는 공권력 요청…장동혁 재선거 전선 격돌

 

올림픽공원 재선거 집회와 체육단체 공권력 요청, 장동혁 대표의 재선거 소청 전선을 상징하는 한국 정치 뉴스 썸네일
민주당의 음모론 공세와 체육단체의 공권력 요청 속에 장동혁
 대표와 국민의힘의 재선거 소청 전선이 격화되고 있다./ghostimages


올림픽공원 재선거 집회 정국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나경원 의원 등을 겨냥해 ‘음모론’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고, 대한체육회와 일부 종목단체들은 업무 마비와 선수 지원 차질을 이유로 경찰력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반면 장동혁 대표와 국민의힘은 이를 시민의 참정권 문제로 규정하며 재선거 소청과 현장 대응을 동시에 밀어붙이고 있다.

이번 사안을 단순히 ‘시위대와 체육단체의 충돌’로만 보면 핵심을 놓친다. 지금의 정국은 세 개의 흐름이 동시에 겹쳐 있다. 첫째,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재선거 요구다. 둘째, 민주당이 이를 선거 불복과 음모론으로 규정하는 정치 공세다. 셋째, 체육단체가 올림픽공원 내 업무 차질을 앞세워 공권력 투입을 요구한 행정·치안의 흐름이다. 이 세 흐름이 한 장소, 한 시점에 집중되면서 올림픽공원은 선거 신뢰와 공권력의 경계가 충돌하는 정치 무대가 됐다.

민주당의 논리는 비교적 분명하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있었다고 해서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지방의원 선거 전체를 다시 하자는 주장은 지나치며, 이미 행사된 다른 유권자들의 표까지 무효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재선거 소청을 ‘묻지마 소청’으로 규정했고, 장동혁 대표의 현장 행보를 부정선거 음모론에 기대는 정치 행위로 비판했다. 선관위의 부실은 따져야 하지만, 그것을 선거 전체 부정론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국민의힘과 장동혁 대표의 주장은 다른 지점에 서 있다. 이들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라 참정권 침해 사안이라고 본다. 투표할 수 있었어야 할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했다면, 선거 결과의 산술적 유불리를 떠나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이 흔들렸다는 것이다. 장 대표가 올림픽공원 현장을 ‘시민저항’의 공간으로 호명하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한 것도 이 연장선에 있다.

여기서 빠뜨릴 수 없는 질문은 ‘왜 하필 지금 체육단체가 전면에 섰는가’이다. 대한체육회와 종목단체들의 피해 호소는 현실의 문제다. 실제로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내 사무공간 출입이 제한되면 국가대표 지원, 국제대회 준비, 장비 반출, 행정 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체육단체가 업무 정상화를 요구하는 것 자체를 부당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보장되더라도, 그 자유가 다른 시민과 공공업무의 권리를 무제한으로 침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육단체의 공권력 요청이 나온 시점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하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시민단체 고발로 시작된 후원금 인센티브 차명 수령 의혹과 관련해 경찰 소환 조사를 이미 받은 상태였고, 경찰은 수사 마무리 가능성을 언급했다. 유 회장은 관련 의혹을 부인해 왔다. 따라서 이 사안을 곧바로 체육단체의 정치적 동원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수사받는 체육계 수장이, 그 직후 올림픽공원 집회 문제에서 체육단체의 피해를 전면에 세우고 공권력 요청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는 시간표는 충분히 질문의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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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이 시점은 이재명 대통령의 유럽 순방과 G7 일정 막바지와도 겹친다. 대통령이 해외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국내에서는 선관위 불신, 재선거 소청, 올림픽공원 집회, 체육단체 피해 호소, 경찰력 투입 가능성이 한꺼번에 맞물렸다.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는 순방 귀국 전후 국내 정국의 불씨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고, 야당 입장에서는 이 시점이야말로 시민들의 재선거 요구를 정치 의제로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이다.

민주당의 ‘음모론’ 공세도 이 맥락에서 읽힌다. 민주당이 선관위의 부실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선관위 개혁과 진상규명 필요성을 말한다. 그러나 동시에 국민의힘의 재선거 소청과 올림픽공원 집회를 선거 불복, 음모론 선동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문제는 이 프레임이 시민들을 설득하는 방식인가, 아니면 시민들의 문제 제기를 불법과 음모론의 영역으로 밀어내는 방식인가 하는 점이다.

공정하게 보자면, 올림픽공원 집회 참가자들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체육단체 직원의 출입을 물리적으로 막거나, 선수 지원과 국제대회 준비에 실질적 차질을 주는 방식은 정당한 문제 제기의 힘을 약화시킨다. 참정권을 말하는 시민운동이 다른 시민의 권리와 공공 기능을 막는 순간, 여론의 지지는 빠르게 흔들릴 수 있다. 장동혁 대표와 국민의힘이 시민들과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한다면, 그만큼 현장의 질서와 비폭력 원칙을 엄격하게 관리할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

동시에 정부와 여당도 조심해야 한다. 체육단체의 피해 호소가 정당하더라도, 그것이 시민들의 재선거 요구 전체를 ‘불법 시위’로 규정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실제로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투표권 침해를 호소하는 시민들이 있다면, 국가는 먼저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공권력은 가장 빠른 언어일 수 있지만, 민주주의에서 가장 위험한 언어이기도 하다. 시민이 납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찰력만 앞세우면, 갈등은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어진다.

결국 이번 정국의 본질은 ‘음모론인가, 참정권인가’라는 단순한 이분법에만 있지 않다. 체육단체의 피해는 사실이라면 보호되어야 하고, 시민의 재선거 요구도 법적 절차와 공개 검증을 통해 다뤄져야 한다. 민주당은 음모론이라는 단어 뒤에 숨지 말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원인과 책임, 제도 개선안을 더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재선거 소청을 정치 구호가 아니라 법적 근거와 증거의 싸움으로 만들어야 한다.

올림픽공원 정국은 지금 장동혁 대표의 정치적 생명, 민주당의 정국 관리, 체육단체의 생존권 호소, 경찰의 공권력 판단이 한꺼번에 얽힌 복합 전선이 됐다.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 정리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래서 더 필요한 것은 거친 낙인이 아니라 공개된 사실이다. 체육단체가 왜 지금 전면에 섰는지, 경찰력 요청은 어떤 경위로 이뤄졌는지, 시민들의 재선거 요구는 어떤 법적 근거를 갖는지, 정부와 여당은 어떤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지 모두 테이블 위에 올라와야 한다.

민주당은 음모론을 말하고, 체육단체는 공권력을 요청하며, 장동혁 대표는 시민과 함께 끝까지 가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마지막 판단은 구호가 아니라 절차에서 나온다. 시민의 질문이 음모론인지, 국가가 답해야 할 참정권 문제인지는 공권력의 투입이 아니라 사실의 공개와 절차의 검증으로 가려져야 한다.

참고문헌

  • 연합뉴스, 「유승민 체육회장 ‘잠실 시위대 책임 묻겠다…공권력 행사 요청’」, 2026.6.15.
  • 경향신문, 「경찰, ‘인센티브 차명 수령 의혹’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소환조사」, 2026.6.15.
  • 뉴시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8일 소환조사…‘차명 수령 의혹’ 수사 막바지」, 2026.6.15.
  • 경향신문, 「민주당 ‘국민의힘 재선거 소청은 선거 불복 선언’」, 2026.6.16.
  • 아주경제, 「장동혁 ‘올림픽공원 청년들에 정치가 답해야’…李에 회담 제안」, 2026.6.7.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이재명 대통령, 유럽 순방·G7 정상회의 참석」, 2026.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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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기획부동산 보도, 장동혁 재선거 소청, 올림픽공원 대치가 한꺼번에 겹친 국민의힘 정국

 

장동혁 대표를 둘러싼 TV조선 부동산 의혹 보도와 재선거 소청 정국을 상징하는 한국 정치 뉴스 썸네일
TV조선의 장동혁 대표 관련 부동산 의혹 보도는 재선거 소청과
 올림픽공원 집회 정국 속에서 정치적 파장을 키우고 있다./ghostimages-yna


정치는 사실의 싸움이면서 동시에 타이밍의 싸움이다. 같은 의혹도 언제, 어디서, 어떤 매체를 통해 나오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둘러싼 TV조선 단독 보도 논란이 바로 그렇다. 단순히 과거 부동산 투자 의혹 하나가 새로 나온 사건으로만 보기에는, 지금의 정국이 너무 뜨겁고 배치가 너무 묘하다.

TV조선은 장동혁 대표가 현직 판사 시절 가족과 함께 기획부동산 업체에 약 10억 원 가까이 투자했고, 사업 차질로 상당한 손실을 볼 상황에서 업체 측으로부터 다른 토지 지분을 넘겨받았다고 보도했다. 핵심은 이것이 단순한 피해 보전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투자자들과 달리 특별한 방식의 보상이었는지다. 경찰이 해당 토지 거래의 특혜성 여부를 수사 중이라는 대목도 보도의 무게를 키웠다.

이어 나온 보도는 더 민감했다. 장 대표가 업체 측의 법인 설립과 자산 이전 과정에서 법률 조력을 했다는 취지의 주장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사안은 더욱 조심스럽게 읽어야 한다. 장 대표는 업체 설립 과정이나 자산 이전 절차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보도의 핵심 근거가 된 인물도 과거 발언을 “실수”였다고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혹은 제기됐지만, 그 의혹을 입증할 객관적 문서와 구체적 행위가 얼마나 제시됐는지는 아직 별개의 문제다.

그래서 이 사건의 첫 번째 쟁점은 장동혁 개인의 해명 책임이다. 공당 대표이고, 과거 판사였으며, 현재 선거 제도와 공권력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는 정치인이라면 사적 거래의 경위도 공적 검증을 피하기 어렵다. 본인이 피해자였는지, 왜 다른 피해자들과 달리 토지 지분을 받았는지, 해당 거래가 어떤 절차로 이뤄졌는지, 업체 측과의 관계가 어디까지였는지 명료하게 설명해야 한다. 공적 인물에게 요구되는 기준은 법적 유죄 여부보다 넓다.

그러나 두 번째 쟁점은 보도 자체의 검증 책임이다. 의혹 보도의 힘은 제목의 강도에서 나오지 않는다. 증거의 밀도에서 나온다. “법률 조력”이라는 표현은 매우 무겁지만 동시에 넓고 모호하다. 단순한 주변 조언인지, 변호사 소개 수준인지, 계약 구조를 설계한 것인지, 자산 이전을 돕는 실질적 행위를 했는지에 따라 사안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진다. 핵심 발언자가 뒤늦게 말을 바꿨다면, 언론은 그 번복까지 포함해 독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더 촘촘한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이 보도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TV조선이라는 매체의 위치 때문이다. 진보 성향 매체의 공격성 보도라면 보수 진영은 비교적 쉽게 “진영 공세”라고 방어했을 것이다. 그러나 보수 시청층과 접점이 큰 매체에서 장동혁 대표 관련 의혹이 단독으로 나왔다는 점은 정치권에 다른 파장을 만든다. 이것이 순수한 검증 보도인지, 국민의힘 내부 권력 지형과 맞물린 압박인지, 아니면 우연히 정국의 가장 뜨거운 시점과 겹친 것인지는 앞으로 더 지켜볼 대목이다.

지금 장동혁 대표는 당 안팎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이다.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재선거 소청을 제기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서울과 경기, 인천, 부산, 울산, 광주·전남 등 6개 지역이 언급됐고, 장 대표는 충북을 포함해 소청 대상을 더 넓히겠다는 뜻까지 밝혔다. 이는 단순한 문제 제기가 아니라, 선거 이후 정국 전체를 재편하려는 정치적 승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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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공원과 잠실 현장도 정국의 또 다른 무대가 됐다. 재선거 요구 집회가 장기화하면서 체육단체들은 업무 마비와 선수 지원 차질을 호소하고 있다. 대한체육회와 종목단체들은 필수 장비와 자료 반출조차 어렵다며 공권력 지원을 요청했고, 경찰은 업무방해 혐의 적용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한쪽에서는 참정권 침해 의혹을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공공업무 마비와 현장 피해를 말한다.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모인 현장이 또 다른 공공 기능을 막는 장면, 이것이야말로 장중한 아이러니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의 유럽 순방과 G7 정상회의 일정까지 겹쳐 있다. 대통령이 해외 외교 일정에 나선 사이 국내에서는 선관위, 재선거 소청, 올림픽공원 집회, 경찰 대응, 야당 지도부 흔들기 논란이 한꺼번에 돌아가고 있다.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는 국내 정치의 불씨가 순방 성과를 덮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고, 야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이 시점이야말로 여론의 주목을 끌 마지막 창구라고 판단할 수 있다. 정국은 외교 무대와 거리 현장, 당 최고위원회의와 언론 보도가 동시에 맞물리는 복합전으로 변했다.

국민의힘 내부도 단순하지 않다. 재선거 소청을 두고 당내 비당권파와 일부 인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장동혁 대표를 향해 소모적인 재선거 주장에 당이 끌려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동훈, 이준석 등 향후 보수 재편 구도와 장동혁 체제의 생존 문제가 맞물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이런 해석은 아직 확인된 사실이라기보다 정치적 관측의 영역이다. 중요한 것은 장동혁 대표가 지금 여권과 싸우는 동시에 당내 권력투쟁의 중심에도 서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TV조선 보도는 두 갈래로 읽어야 한다. 하나는 공적 인물에 대한 정당한 검증이다. 과거 판사였던 정치인이 기획부동산 피해 또는 거래 과정에 어떤 방식으로 관여했는지는 당연히 설명되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정국의 타이밍이다. 장동혁 대표가 선관위와 이재명 정부를 정면 공격하고, 재선거 소청을 당의 공식 의결로 끌어낸 직후 개인 의혹 보도가 터졌다는 점은 정치적 해석을 피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럴 때 가장 위험한 것은 양쪽 모두의 과잉이다. 장 대표 측이 모든 의혹을 “정치 공작”으로만 몰아가면 설명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언론과 정치권이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의혹을 확정된 비리처럼 소비하면 그것 역시 검증이 아니라 공격이 된다. 국민이 보고 싶은 것은 진영의 구호가 아니라 사실의 순서다. 투자 경위, 대토 과정, 다른 피해자와의 차이, 법률 조력 여부, 경찰 수사의 범위가 차분히 공개되어야 한다.

결국 이 사건의 본질은 장동혁 대표 한 사람의 부동산 의혹만이 아니다. 선거 불복 논란, 선관위 신뢰 위기, 야당 지도부의 생존 전략, 보수 내부 재편, 언론 보도의 검증 책임이 한꺼번에 얽힌 정국의 압축판이다. 부동산 의혹이 사실이라면 장 대표는 더 무거운 설명의 문턱에 서게 된다. 반대로 근거가 빈약한 의혹 제기라면, 이번 보도는 장동혁 흔들기의 역풍이 될 수 있다.

민주주의는 의혹을 덮어서도 안 되지만, 의혹만으로 사람을 단죄해서도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더 정확한 증거다. 장동혁 대표가 선거의 공정성을 묻고 있다면,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도 같은 기준의 투명성을 보여야 한다.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겠다면, 그 감시 역시 증거와 문맥 위에 서야 한다. 정치는 타이밍의 싸움이지만, 마지막 판단은 결국 사실의 싸움에서 갈린다.

참고문헌

  • TV조선, 「장동혁, 기획부동산 10억 투자…경찰 특혜성 여부 등 수사 중」, 2026.6.15.
  • TV조선, 「‘판사’ 장동혁, 기획부동산 ‘사기’ 업체에 법률 조력…본인도 피해자인데 왜?」, 2026.6.15.
  • 한겨레, 「국힘 ‘서울 포함 6개 지역 재선거 소청’…최고위 의결」, 2026.6.15.
  • 한겨레, 「장동혁 ‘선거소청에 충북도 포함…전국 재선거가 목표’」, 2026.6.16.
  • 아주경제, 「장동혁 ‘올림픽공원 청년들에 정치가 답해야’…李에 회담 제안」, 2026.6.7.
  • 연합뉴스, 「유승민 체육회장 ‘잠실 시위대 책임 묻겠다…공권력 행사 요청’」, 2026.6.15.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이재명 대통령, 유럽 순방·G7 정상회의 참석」, 2026.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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