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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5일 수요일

이재명-트럼프 본격 격돌하나…재판 모스 탄·압색 스타벅스·중징계 배재고까지 번진 ‘미중 대리전’ 그림자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미셸 스틸 주한 미국대사를 중심으로 미중 전략경쟁과 한국 사회의 정치적 충돌을 보여주는 이미지
“이재명 vs 트럼프? 미중 패권전쟁이 한반도 내부로 들어왔다”/thekoreaherald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행보가 묘한 장면을 만들고 있다. 올해 1월 첫 정상외교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고, 이후 유럽 G7 외교를 거쳐 7월 24일부터 8월 3일까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브라질·칠레·아르헨티나를 잇는 7박 11일 순방에 나섰다. 따라서 이를 단순히 ‘친중 순방’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사실관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한다. 실제 이번 미국 방문에서는 앤트로픽·오픈AI·엔비디아 등 미국 AI 기업들과 연쇄 회동했고, 샌프란시스코 AI 선언까지 내놨다. 그러나 문제는 서울이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에서 어떤 전략적 좌표를 택하고 있느냐다. 이재명 정부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강조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AI·반도체·조선·원자력·방산·공급망을 놓고 사실상 패권경쟁을 벌이는 시대에 ‘양쪽 모두와 잘 지내겠다’는 외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에도 경제·안보 부담의 분담을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에서, 한미관계는 과거처럼 선언만으로 관리하기 어려워졌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와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가 앞으로 어디에서 충돌할지가 진짜 관전 포인트다.

그 충돌의 국내 정치적 상징으로 떠오른 인물이 바로 모스 탄이다. 탄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이 어린 시절 소년원에 수감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미국에서 공개적으로 제기했고, 이 내용은 이미 국내에서 허위사실로 판명된 주장이다. 경찰은 처음 미국에서 한 발언에 대해서는 공소권이 없다고 각하했지만,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결국 경찰은 국내외 발언을 묶어 정보통신망법 및 형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탄 교수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고, 출국정지도 연장했다. 탄 교수 측은 이에 반발해 출국정지 취소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여기에 탄 교수가 ‘중국의 한국 부정선거 개입’ 주장까지 제기하면서 사건은 단순한 대통령 개인의 명예훼손 사건을 넘어섰다. 미국에서 활동했던 한국계 법학자가 한국 대통령을 둘러싼 허위정보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한국 경찰이 이를 수사하는 장면 자체가 한미관계의 민감한 경계선에 올라온 것이다. 그렇다고 탄 교수의 주장을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볼 근거는 없다. 바로 이 구분이 중요하다. 개인의 정치적 주장이 미국의 국가정책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주장이 한국 사회의 강한 보수층과 결합하면서 정치적 파급력을 갖는 것 또한 현실이다.

스타벅스의 이른바 ‘탱크데이’ 논란은 또 다른 폭발점이다. 스타벅스코리아가 5·18 민주화운동을 연상시키는 표현을 마케팅에 사용했다는 논란이 발생했고, 경찰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등을 대상으로 한 고발 사건을 수사했다. 서울경찰청은 압수수색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고, 실제로 경찰은 6월 8일 스타벅스코리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그러나 여기서 정확히 짚어야 한다. 압수수색이 실시된 것이 아니라 영장이 검찰 단계에서 반려됐다. 경찰은 신세계그룹 감사팀장을 조사하고 자체 감사자료도 제출받았지만, 강제수사 여부와 적용 법리를 놓고 난항을 겪었다. 이 사건의 본질은 단순한 커피 브랜드 논란이 아니다. 기업의 마케팅 표현 하나가 역사 인식, 5·18의 법적 보호, 표현의 자유, 기업 경영진의 책임이라는 거대한 정치적 논쟁으로 확대됐다. 그리고 이 논란을 둘러싼 보수·진보의 대립은 다시 미국과 한국의 정치문화 차이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기업의 실수와 역사적 모욕을 처벌하는 문제는 법률의 영역이어야 하지만, 그것이 정치적 진영을 가르는 ‘충성 테스트’로 변하는 순간 사법의 신뢰는 오히려 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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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고 야구부 사건 역시 같은 문제를 보여준다. 광주일고와의 경기에서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 지역 비하성 응원구호가 논란이 됐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배재고에 전국대회 6개월 출전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후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이병태 부위원장이 이를 비판하며 5·18의 ‘성역화’를 문제 삼았고,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경고하면서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졌다. 이 사안을 ‘학생 2명 중징계’라고 단순화하면 안 된다. 현재 확인되는 핵심 징계는 학교 야구부에 대한 출전정지이며, 관련 학생·지도자 개인에 대한 추가 심의는 별도로 진행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고교생의 무분별한 응원 구호를 어디까지 징계할 것인가, 역사적 비극을 조롱하는 표현을 어디까지 법적으로 제한할 것인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청소년의 표현행위와 교육적 책임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이 문제가 곧바로 ‘5·18을 인정하느냐 마느냐’, ‘보수냐 진보냐’, ‘친미냐 반미냐’의 싸움으로 확장된다. 아이들의 야구 응원석까지 거대한 이념전쟁의 전선으로 만들어버리는 순간, 한국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는 이미 일상생활 깊숙이 침투한 것이다.

이 모든 장면 위에 미셸 스틸이라는 새로운 미국의 얼굴까지 등장했다. 스틸 후보자는 6월 17일 미국 상원에서 찬성 55표, 반대 39표로 인준됐고, 한국 정부 역시 이미 아그레망을 부여했다. 1년 5개월 이상 이어진 주한 미국대사 공백이 사실상 끝난 것이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스틸이 전통적인 직업외교관이 아니라 공화당 출신 정치인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지명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서울신문은 그의 부임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직선적 외교’ 가능성을 전망했다. 그렇다면 스틸의 서울 부임을 ‘멸공 대사’라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한국에서 어떤 형태로 구현될지 지켜봐야 한다. 미국은 한국에 단순히 북한 억제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조선·반도체·AI·원자력·방산·핵심광물·공급망까지 동맹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반대로 이재명 정부는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포기할 수 없다는 현실을 갖고 있다. 결국 스틸 대사의 등장은 ‘반공 대 친공’의 상징이라기보다 미국 중심의 자유세계 공급망과 중국 중심 경제권 사이에서 한국이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인지 묻는 워싱턴의 새로운 질문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지금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단순히 ‘이재명 대 트럼프’로 보는 것도 부족하다. 더 정확한 표현은 ‘미중 전략경쟁이 한국 정치의 내부 균열을 통해 표출되기 시작했는가’일 것이다. 중국 국빈방문, 미국 AI 협력, 모스 탄 수사와 출국정지, 부정선거 의혹, 스타벅스·신세계 수사 논란, 배재고 5·18 논쟁, 그리고 미셸 스틸 대사의 등장까지 서로 직접 연결된 사건은 아니다. 그러나 이 사건들이 하나의 정치적 공간에서 소비되는 방식은 분명히 연결돼 있다. 한쪽은 이를 ‘반미·친중·좌파 세력의 확장’으로 보고, 다른 쪽은 ‘극우·반중·친미 세력의 공세’로 받아들인다. 문제는 대한민국이 이 진영전쟁의 소용돌이에 들어가는 순간 외교와 사법과 교육과 기업의 영역까지 모두 정치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와 이재명이 실제로 충돌한다면 그것은 말싸움 때문이 아니라 관세·투자·조선·방위비·주한미군·대중국 정책 같은 구체적인 국익의 충돌에서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 한국 내부에서 이미 ‘친미냐 친중이냐’라는 진영전선이 과열돼 있다면 대통령의 외교적 선택 하나가 곧 국내 정치의 폭발점이 될 수 있다. 지금 한반도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미중 갈등 자체가 아니다. 미중 갈등이 한국 사회의 내부 갈등과 결합해 ‘누가 대한민국 편인가’를 서로 심판하는 정치로 변하는 것이다. 그 순간 이재명 정부의 진짜 시험대가 열린다. 외교는 국익으로 버티고, 사법은 증거로 버티며, 정치는 헌법으로 버틸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하반기 대한민국은 미중 패권경쟁의 관찰자가 아니라 그 충돌이 직접 통과하는 전장이 될 수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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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23일 토요일

멸콩 정용진 때리기... 쿠팡 다음 스타벅스? 반미 전선의 냄새

 

스타벅스 불매운동과 정용진 신세계 회장 논란, 대통령과 여당의 기업 압박을 상징하는 정치 논평 썸네일 이미지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은 기업의 역사 감수성 문제에서
 출발했지만, 대통령과 여당·정부 부처가 가세하면서 권력형
 불매와 선거 동원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ghostimages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마케팅은 애초에 변명의 여지가 적은 사고였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라는 단어가 전면에 걸렸고, 여기에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까지 겹치면서 1980년 광주의 계엄군 이미지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동시에 떠올리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스타벅스코리아는 행사를 중단하고 사과했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책임을 통감한다는 취지로 사과와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이 지점까지는 상식의 영역이다. 역사적 상처를 건드린 기업은 비판받아야 하고, 소비자는 분노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시민의 불매와 권력의 불매는 다르다. 시민이 지갑을 닫는 것은 시장의 판단이지만, 대통령과 여당, 장관과 정부 부처가 특정 기업을 향해 한꺼번에 손가락질을 시작하면 그것은 더 이상 단순한 소비자 운동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스타벅스를 겨냥해 강한 표현을 썼고, 이후 “거기 커피는 아니지요?”라는 말까지 보도됐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사실상 기관 차원의 스타벅스 불매를 선언했고, 정부 부처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대통령의 분노, 여당의 확성기, 정부 부처의 구매 배제 신호가 한 줄로 이어지는 순간, 기업은 소비자가 아니라 권력을 상대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이 사안은 치졸하고 자잘한 정치의 냄새를 풍긴다. 부적절한 마케팅을 바로잡자는 차원을 넘어, 정용진이라는 특정 기업인을 향한 오래된 감정이 한꺼번에 분출되는 듯한 장면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과거 ‘멸콩’ 발언과 친미·보수 성향 이미지로 이미 좌파 진영의 공격 대상이 되어 있었다. 이번 사태가 터지자 일부 정치권과 진보 진영에서는 스타벅스의 마케팅 실패를 곧바로 정용진 개인의 세계관, 정치 성향, 트럼프 진영과의 친분 문제로 연결했다. 실제로 불매운동 보도에서는 ‘멸공’ ‘MAGA’ ‘정용진 사퇴’ 같은 표현들이 함께 등장했다.

이것이 위험한 이유는 명확하다. 기업의 잘못을 비판하는 것과 기업인의 정치 성향을 응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스타벅스코리아의 행사 기획이 부적절했다면 그 책임 구조를 따지면 된다. 누가 기획했고, 누가 승인했고, 내부 검수는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묻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논점은 “왜 정용진은 멸콩을 했나”, “왜 트럼프 주니어와 가깝나”, “왜 우파 기업인이 한국에서 장사하나”에 가까운 방향으로 번져간다. 이것은 역사 정의의 언어를 빌린 정치적 응징이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마음에 들지 않는 기업인을 역사 감수성 위반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서 무릎 꿇리려는 권력의 욕망이다.

트럼프 주니어와 정용진 회장의 친분이 다시 소환되는 것도 이 지점에서다.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 4월 방한 당시 정 회장의 부인 한지희 씨 콘서트 참석이 예정됐거나 실제 참석한 것으로 보도됐고, 정 회장과의 각별한 친분도 여러 매체에서 다뤄졌다. 이 사실 자체가 불법도 아니고 비난받을 일도 아니다. 민간 기업인이 미국 정치권 인사와 교류하는 것은 기업 외교의 한 방식일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국내 정치의 눈에는 “친트럼프 기업인”이라는 낙인으로 바뀌고, 스타벅스 사태와 결합하면서 “미국 쪽과 가까운 정용진을 손봐야 한다”는 식의 정서로 흐르면 상황은 대단히 위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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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스타벅스는 미국 브랜드다. 한국 법인은 신세계 계열 구조 안에 있지만, 대중이 받아들이는 상징은 여전히 미국 브랜드다. 정부와 여당이 스타벅스 불매를 사실상 정치 캠페인처럼 확산시키면, 해외에서는 이를 단순한 역사 감수성 논란이 아니라 한국 시장에서 미국계 브랜드와 친미 성향 기업인이 정치적 압박을 받는 장면으로 볼 여지가 있다. 물론 당장 미국 정부가 공식 대응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외국 기업과 투자자는 분위기를 본다. 법보다 더 무서운 것은 권력자의 말 한마디로 시장이 얼어붙는 공기다.

쿠팡 사례가 함께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쿠팡은 미국계 자본과 연결된 대표적 플랫폼 기업이고, 한국 시장에서 노동·소비자·공정거래 이슈로 거센 규제와 비판을 받아왔다. 쿠팡에 대한 비판이 언제나 부당하다는 뜻은 아니다. 문제는 특정 기업의 문제를 따질 때마다 “외국 자본”, “미국식 기업”, “반서민 플랫폼” 같은 정치적 딱지가 먼저 붙는 흐름이다. 쿠팡에 이어 스타벅스까지 ‘미국 냄새 나는 기업’이 여론전의 표적이 되는 장면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반일 운동의 성공 공식을 반미 정서 쪽으로 살짝 비틀어 지방선거판에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부를 수밖에 없다.

특히 지방선거 국면이라는 점은 더 민감하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스타벅스 출입 자제를 제안했고, 관련 보도에서는 후보 캠프의 스타벅스 물품 퇴출 움직임도 소개됐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선거운동 관계자들에게 스타벅스 출입이 국민에게 나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보도됐다. 여기까지 오면 불매는 시민운동이 아니라 선거 캠페인의 도구가 된다. “역사를 모욕한 기업을 심판하자”는 구호가 “우리 편은 스타벅스 안 간다, 저쪽은 간다”는 진영 식별표로 바뀌는 것이다.

선거법 위반 여부는 단정할 문제가 아니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가 특정 기업 불매를 외쳤다고 해서 곧바로 공직선거법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 삼을 지점은 있다. 공직자와 정부 부처가 사실상 특정 기업의 상품 배제를 유도하고, 여당 선거 조직이 이를 선거운동의 도덕적 기준처럼 활용한다면, 이는 최소한 공권력의 정치적 중립성과 시장 중립성 문제를 낳는다. 법 위반이냐 아니냐보다 더 본질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대통령과 장관의 말이 민간기업의 매출과 평판을 직접 흔드는 나라에서, 선거판은 과연 공정한가.

역사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방식도 문제다. 5·18은 한국 민주주의의 가장 깊은 상처이자 자산이다. 그러므로 기업이 이를 가볍게 다뤘다면 혹독한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5·18이 선거철마다 특정 진영의 도덕적 몽둥이로 동원된다면, 그 숭고한 기억은 오히려 권력의 도구로 훼손된다. 역사적 상처를 지키자는 명분이 기업을 때리고, 정치적 반대자를 낙인찍고, 미국 브랜드를 몰아세우는 데 쓰이는 순간, 그것은 추모가 아니라 동원이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초라한 장면은 권력의 크기에 비해 공격의 방식이 너무 자잘하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커피 브랜드를 콕 집어 비꼬고, 장관이 불매를 선언하고, 여당이 후보자들에게 출입 자제를 권고한다. 이것이 과연 국정을 책임지는 권력의 품격인가. 기업의 잘못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 최고 권력이 특정 프랜차이즈와 기업 총수를 상대로 대중 감정의 불을 키우는 장면은 품격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질서의 문제다. 대통령의 언어는 시민의 분노와 다르다. 대통령이 말하면 그것은 지침이 되고, 장관이 따라 말하면 그것은 행정 신호가 되며, 여당이 받아 적으면 그것은 선거 구호가 된다.

정용진 회장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기업 총수라면 정치적 발언의 파장과 브랜드 리스크를 관리할 책임이 있다. ‘멸콩’ 같은 표현이 소비자 일부에게는 통쾌했을지 몰라도, 기업 전체에는 장기적 정치 리스크를 남겼다. 스타벅스 사태도 단순한 실무자의 실수로만 넘기기 어렵다. 조직 문화가 역사 감수성을 제대로 검수하지 못했다면 그 역시 경영 책임이다. 그러나 책임을 묻는 것과 기업인을 정치적으로 사냥하는 것은 다르다. 하나는 시장의 규율이고, 다른 하나는 권력의 보복이다.



이 사태의 가장 큰 위험은 반일 운동의 문법이 반미 전선으로 옮겨붙는 조짐이다. 한국 정치에서 반일은 오랫동안 선거 동원의 쉬운 도구였다. 역사 감정, 민족주의, 소비자 불매가 한데 묶이면 강력한 캠페인이 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대상이 일본 기업이 아니라 미국 브랜드와 친미 이미지의 국내 기업인이다. 만약 여권이 이 공식을 선거에 활용하려 든다면, 이는 국내 정치의 단기 이익을 위해 한미 경제 신뢰를 갉아먹는 자해가 될 수 있다. 반일 선동의 달콤함을 반미 정서에까지 적용하려는 순간, 그 비용은 선거가 아니라 외교와 투자, 통상에서 청구된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스타벅스는 잘못했는가. 그렇다.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특정 기업을 겨냥해 불매의 깃발을 들고 선거판으로 끌고 가는 것은 정당한가. 그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소비자가 분노하면 시장이 답한다. 하지만 권력이 분노하면 기업은 엎드린다. 민주주의 국가는 바로 그 차이를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정의는 강해야 하지만, 권력의 손에 들린 정의는 늘 조심해야 한다. 역사적 상처를 지키겠다는 명분이 기업 죽이기와 정치 갈라치기로 변질되는 순간, 그 정의는 스스로를 배반한다. 스타벅스 사태는 기업의 무감각이 부른 사고로 시작됐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더 깊이 봐야 할 것은 그 사고를 이용해 정용진을 때리고, 신세계를 흔들고, 미국 브랜드를 몰아세우며, 지방선거의 진영 표식으로 삼으려는 권력 정치의 본능이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커피 브랜드를 조롱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감수성과 시장 질서가 함께 설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여당이 해야 할 일은 불매 인증 경쟁이 아니라, 기업 책임과 정치 동원을 구분하는 일이다. 그리고 기업이 해야 할 일은 정치권 눈치만 보는 사과가 아니라, 다시는 역사적 상처를 판촉 문구로 소비하지 않겠다는 내부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이번 사태가 남긴 진짜 교훈은 이것이다. 기업의 실수는 비판받아야 하지만, 권력의 보복은 더 경계해야 한다. 스타벅스의 탱크데이는 분명 어리석었다. 그러나 그 어리석음을 빌미로 대통령과 여당과 정부 부처가 한 기업을 정치적으로 몰아세우는 장면은 더 위험하다. 커피 한 잔의 문제가 아니다. 시장을 권력의 감정 아래 세울 것인가, 아니면 잘못은 바로잡되 기업 활동의 자유와 정치적 중립성은 지킬 것인가. 바로 그 시험대가 지금 스타벅스 컵 위에 올라와 있다.

참고문헌

  1. 한겨레, 「스타벅스, 책상에 탁! 5·18 ‘탱크 데이’ 논란…“제정신인가”」, 2026.05.19.
  2. MBC, 「‘5·18에 탱크데이·책상에 탁?’…스타벅스 결국 사과」, 2026.05.18.
  3. YTN, 「‘탱크 데이’ 논란 불매운동 확산…‘정용진 사퇴 촉구’」, 2026.05.21.
  4. 연합뉴스, 「행안부, 스타벅스 불매 선언…관가 전반 확산하나」, 2026.05.21.
  5. MBN, 「이 대통령 ‘거기 커피 아니죠?’…행정안전부, ‘스타벅스 불매’ 선언」, 2026.05.22.
  6. MBC, 「‘커피는 스벅’ 극우 폭주…불매운동 비웃듯 ‘역주행’」, 2026.05.20.
  7. MBC, 「민주당, 스타벅스 출입 금지령…침묵하던 국힘 ‘잘못된 행동’」, 2026.05.20.
  8. 한겨레, 「‘다신 보지 말자’ 스타벅스 텀블러, 캡슐 버려…불매운동」, 2026.05.20.
  9. 조선일보, 「트럼프 장남, 정용진 회장 부인 콘서트에서 ‘MAGA’ 모자에…」, 2026.04.29.
  10. 아이뉴스24, 「한국 온 트럼프 주니어…‘정용진 회장 부인 콘서트’ 참석 계획중」, 2026.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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