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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14일 화요일

이진관, 뭘 잘하고 있나?…판사는 심판자인가, 공소를 완성하는 주체인가

 

이진관 부장판사의 적극적 재판 운영 논란을 상징하는 법정 이미지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량 선고와 적극적인 재판 운영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gimages


내란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이진관 부장판사의 재판 운영 방식이 법조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검찰 구형을 웃도는 형량 선고, 검찰에 대한 공소장 변경 요구, 엄격한 법정 질서 유지 등 이례적인 재판 진행이 이어지면서, 법원이 어디까지 적극적으로 소송을 지휘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이진관 부장판사와 윤석열 전 대통령 사이에 개인적인 악연이 있다는 증거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출세를 위해 정권의 기류에 올라탔다거나 정치적 총대를 멨다는 직접적인 자료도 없다. 따라서 개인의 내면과 동기를 사실처럼 규정하는 것은 성급하다.

그러나 동기를 단정할 수 없다고 해서 재판 진행에 대한 질문까지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더 본질적이다. 개인적 원한도, 정치권의 주문도 없었다면 재판부는 왜 검찰이 적용하지 않은 더 무거운 혐의를 먼저 거론하고, 왜 특검의 구형을 두 사건에서 연속으로 뛰어넘었으며, 왜 법정 질서 집행 과정에서도 재판장이 직접 전면에 나섰는가.

법원은 검찰의 구형에 구속되지 않는다.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을 요구하는 것도 법률상 허용될 수 있다. 법정 소란에 감치를 명령하는 것 역시 재판장의 권한이다. 그러나 합법적인 권한도 반복적으로 한 방향을 향하고, 그 결과가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혐의와 더 높은 형량으로만 나타난다면 국민은 그 권한 행사의 균형과 절제를 물을 수밖에 없다.

판사는 내란을 응징하는 투사가 아니다. 피고인을 구해내는 정치적 방패도 아니다. 검찰과 변호인 사이에서 제출된 증거와 법률만으로 판단해야 하는 중립적 심판자다. 그런데 재판부가 공소의 빈틈을 찾아 보완하고, 검찰보다 더 무거운 책임을 구성하며, 법정 밖에서조차 집행의 전면에 서는 모습이 반복된다면 ‘재판을 하는 것인가, 사건을 완성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은 피하기 어렵다.

정부의 앞잡이나 홍위병이라는 표현을 입증 없이 사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살아 있는 권력과 정치권이 특정 판사를 ‘정의로운 판사’로 추켜세우고, 그 판사의 판결이 정권의 정치적 서사와 정확히 같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사법부 스스로 더 엄격한 거리두기와 절제된 언행을 보여야 한다. 정치권의 박수를 받는 순간에도 판사는 그 박수가 자신의 재판을 의심하게 만들지 않는지 돌아봐야 한다.

사법권 독립은 판사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무제한의 권력을 준다는 의미가 아니다. 독립만큼 중요한 것이 공정한 외관과 절차적 중립성이다. 권한이 법률에 적혀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행사가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다. 재판장의 권한이 검찰의 공소를 강화하고 피고인의 형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반복될 때, 항소심과 사법행정 차원의 검증 장치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이진관 재판부를 둘러싼 진짜 질문은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원수인지, 출세욕이 있는지, 관심을 즐기는 사람인지가 아니다. 확인할 수 없는 심리 추측보다 중요한 질문은 하나다. 대한민국 형사재판에서 판사의 적극적 소송지휘는 어디까지 허용되며, 어느 순간부터 중립적 재판을 넘어 사실상의 공소 수행으로 변질되는가.

내란죄가 중대한 범죄라는 사실과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서로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다. 국가적 분노가 클수록 재판은 더 냉정해야 한다. 역사적 사건일수록 판사는 투사가 아니라 판사로 남아야 한다. 그것이 사법 정의이며, 법의 이름으로 또 다른 법 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는 최소한의 원칙이다.

검찰보다 더 적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

법원은 검찰의 구형에 구속되지 않는다. 판사는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증거와 법률에 따라 독자적으로 형량을 결정할 권한을 가진다. 그럼에도 최근 이진관 재판부가 내란 사건에서 보여준 일련의 재판 진행은 일반적인 형사재판과 비교할 때 상당히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 사건에서는 검찰이 징역 15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사건에서도 검찰 구형인 징역 20년보다 높은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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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재판에서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연속적으로 이러한 사례가 이어진 점은 법조계에서도 주목하는 부분이다.

공소장 변경 요구도 논란

더 큰 관심은 재판부가 특검에 공소장 변경을 요구한 부분이다. 재판부는 기존 공소사실 외에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검토하도록 요청했고, 이후 특검은 실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형사소송법은 일정한 범위 안에서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이 단순한 심판자의 위치를 넘어 공소 내용 자체를 적극적으로 보완하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재판의 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법 독립과 사법 적극주의

증인 출석을 엄격히 요구하고, 법정 질서 위반에 대해 감치와 과태료를 적극 활용한 점도 화제가 됐다. 법정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재판장의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이러한 권한 행사가 반복적으로 강경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경우 피고인과 변호인의 방어권 보장 사이의 균형 문제도 함께 제기된다.

이번 논란은 특정 사건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판사는 검찰보다 더 엄격할 수도 있고, 더 관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이 궁금해하는 부분은 다른 곳에 있다. 왜 같은 방향의 적극적 재판 진행이 반복되고 있는가.

왜 검찰이 적용하지 않은 혐의를 재판부가 먼저 검토하도록 요구하는가. 왜 법정 운영 역시 가장 강경한 형태로 이어지는가. 이러한 질문은 특정 판사의 정치적 성향을 단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법부의 적극적 소송지휘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를 묻는 사법제도 전반의 질문이기도 하다.

판사는 심판자인가, 적극적 소송지휘자인가

대한민국 헌법은 법관의 독립을 보장한다. 그러나 독립은 무제한의 재량을 의미하지 않는다. 법원은 검찰도 아니고 변호인도 아니다. 형사재판에서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공정한 절차와 중립적인 심판이다.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일수록 재판부는 더욱 절제된 태도로 공정성을 보여야 한다.

이번 논란 역시 개인에 대한 평가를 넘어, 대한민국 사법부가 앞으로 어떤 재판 문화를 만들어갈 것인가를 묻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진관 재판부를 둘러싼 논쟁은 단순히 형량이 높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재판부의 적극적 소송지휘와 법원의 중립성 사이에서 어디까지가 허용 가능한 재판 운영인지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판사의 적극주의는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법정은 정치의 연장선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여론의 눈치를 보는 공간도 아니다. 헌법은 법관에게 독립성을 보장하지만, 그 독립성은 재판의 공정성과 절제 위에서만 권위를 얻는다. 최근 내란 사건을 심리하는 이진관 부장판사를 둘러싼 논란은 특정 판사의 성향을 둘러싼 공방이라기보다, 형사재판에서 법관의 적극적 소송지휘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검찰 구형을 웃도는 형량이 잇따라 선고되고, 공소장 변경을 적극 검토하도록 요구한 재판 진행이 알려지면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관의 독립적 판단"이라는 평가와 "중립적 심판자의 경계를 넘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우리 형사사법 체계에서 검찰의 구형은 법원을 구속하지 않는다. 법관은 오직 헌법과 법률, 그리고 증거에 따라 독자적으로 판단할 권한을 가진다. 따라서 구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했다는 사실만으로 재판이 잘못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공소장 변경 역시 형사소송법이 일정한 범위 안에서 허용하는 절차다. 문제는 각각의 권한이 법률상 허용된다는 사실과, 그러한 권한이 반복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행사될 때 국민이 받아들이는 공정성의 인식은 서로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법은 결과뿐 아니라 절차를 통해 신뢰를 얻는다. 그래서 재판은 공정해야 할 뿐 아니라, 공정하게 보이는 외관까지 갖춰야 한다는 원칙이 오래전부터 강조되어 왔다.

이번 논란에서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검찰이 적용하지 않은 혐의를 재판부가 적극적으로 검토하도록 요구하고, 검찰 구형을 넘어서는 중형이 이어질 경우 국민은 자연스럽게 "재판부가 심판자인가, 아니면 공소를 보완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물론 이러한 의문이 곧 재판의 위법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판결문 몇 줄이 아니라 재판 전 과정에서 형성된다. 특히 정치적 파장이 큰 사건일수록 재판부는 자신의 판단뿐 아니라 그 판단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 것인지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세계 주요 민주국가 역시 법관의 적극적 소송지휘와 중립성 사이의 균형을 중요하게 다룬다. 미국은 당사자주의를 강하게 채택해 판사가 사실관계 형성에 직접 개입하는 범위를 제한하는 경향이 있고, 독일은 직권주의 요소가 상대적으로 강하지만 그만큼 판사의 중립성과 절차적 투명성을 엄격하게 요구한다. 일본 역시 재판부의 소송지휘권을 인정하면서도, 검찰과 변호인 어느 한쪽의 역할을 대신하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신중한 운영을 강조한다. 제도는 서로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법관은 적극적으로 재판을 관리할 수 있지만, 그 적극성이 공소 수행으로 오해받는 순간 사법 신뢰는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진관 재판부를 둘러싼 논쟁도 결국 같은 지점으로 모인다. 일부에서는 법원이 국가적 중대 범죄를 엄정하게 다루고 있다고 평가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재판부가 지나치게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어느 쪽이든 최종적인 평가는 항소심과 상급심을 거치며 법률적으로 검증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특정 판사 개인에 대한 호불호가 아니다. 사법부가 국민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정치권이 갈라질수록 법원은 더 차분해야 하고, 여론이 격렬할수록 재판은 더 냉정해야 한다. 그것이 사법부가 정치와 구별되는 이유다.

사법부의 권위는 강한 판결에서 나오지 않는다. 누구도 결과를 미리 예단하지 못하고, 누구도 재판부의 의도를 추측하지 않아도 되는 절제된 절차에서 나온다. 법관의 독립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이지만, 그 독립은 국민의 신뢰를 전제로 한다. 신뢰를 잃은 독립은 권위가 아니라 고립이 될 수 있다. 이진관 재판부를 둘러싼 논쟁은 결국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사법부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국민의 신뢰를 지켜갈 것인가를 묻는 질문으로 남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1. 뉴시스, 「'또 구형보다 무거운 선고' 이진관 판사…내란 재판 형평성 논란」, 2026년 6월 23일.
  2. 대한민국 법원, 형사소송법(공소장 변경, 소송지휘, 증거조사 관련 규정), 국가법령정보센터, 최종 확인 2026년 7월.
  3. 대한민국 법원, 법원조직법(법관의 독립과 재판권), 국가법령정보센터, 최종 확인 2026년 7월.
  4. 대한민국 헌법 제103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국가법령정보센터.
  5. 대한민국 대법원, 법관윤리강령법관행동강령, 대법원 법원행정처, 최종 확인 2026년 7월.
  6.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 사법 신뢰와 공정한 재판에 관한 연구보고서, 최근판.
  7. 한국형사법학회, 『형사소송법상 법원의 소송지휘권과 공정한 재판』, 한국형사법연구, 최근호.
  8. 한국법학교수회, 『형사재판에서 공소장 변경과 법원의 역할』, 학술세미나 자료집, 최근판.
  9. 미국연방사법센터(Federal Judicial Center), Managing Criminal Trials: The Judge's Role, 최근판.
  10. 독일 연방법원(Bundesgerichtshof) 및 독일 형사소송법(StPO) 관련 해설자료, 법원의 직권주의와 소송지휘권.
  11. 일본 최고재판소 사법연수소, 형사재판 운용과 법관의 소송지휘, 최근판.
  12. 서울중앙지방법원 공개 재판기록 및 판결문(공개 범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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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23일 토요일

조태용 1심, 이재명 일변도 사법 분위기에 제동 걸었나... 사법의 체면인

 

조태용 1심 판결의 정치적 파장과 사법부의 거리두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법원, 판결문, 어두운 배경의 시사 썸네일 이미지
조태용 1심은 내란 전체를 부정한 판결이 아니라, 정치의
 대세와 법정의 증명 책임이 다르다는 점을 사법부가
 남긴 기록으로 읽힐 수 있다./ghostimages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1심 판결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누군가는 “결국 내란 프레임이 과장됐다는 뜻 아니냐”고 묻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 정도면 권력 핵심부에 또 한 번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고 반발한다. 그러나 이 판결을 그렇게 단순하게 소비해 버리면, 정작 가장 중요한 장면을 놓치게 된다. 이번 1심은 내란 전체를 부정한 판결도 아니고, 반대로 특검의 서사를 법원이 통째로 승인한 판결도 아니다. 오히려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사법부가 정권 친화적 분위기로 기울고 있다는 세간의 시선을 의식한 듯, 일부 재판부가 “우리는 여전히 정치의 속기사가 아니라 법정의 기록자”라는 선을 조심스럽게 그으려 했다는 점일지 모른다.

법원은 때로 권력보다 늦고, 여론보다 무디다. 그래서 욕을 먹는다. 그러나 바로 그 느림과 무딤이 법원의 마지막 체면이 되기도 한다. 정치가 거대한 구호를 앞세워 질주할 때, 법정은 오히려 개별 혐의와 증거, 문장의 의미와 보고 체계의 단계를 쪼개서 본다. 대중에게는 답답해 보일 수 있지만, 형사재판이란 원래 그런 장치다. 이번 조태용 1심 역시 그러한 법정의 문법을 다시 꺼내 든 판결처럼 읽힌다. 위증과 허위 답변서 제출 등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다른 핵심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을 내린 것은, 법원이 사건 전체의 정치적 무게에 휩쓸려 일괄처리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번 판결은 다소 불편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 사회는 지금 사법부를 두고도 진영의 잣대를 들이대는 데 익숙해져 있다. 누구에게 불리하면 정의의 판결이고, 누구에게 유리하면 사법 농단이라는 식의 반응이 거의 자동반사처럼 튀어나온다. 그런데 조태용 1심은 이 자동반사의 리듬을 약간 비틀었다. 정권 기류에 올라타 전면적으로 한쪽 서사를 강화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보수 진영이 기대하는 완전한 방어막을 쳐준 것도 아니다. 애매하고, 그래서 더 흥미롭다. 이 애매함은 우유부단의 흔적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거대한 정치적 사건일수록 법원은 더 작은 단위로 쪼개 판단하겠다”는 사법적 자기방어의 표현일 수도 있다.

사실 판사는 오늘의 박수보다 내일의 기록을 더 두려워하는 사람들이다. 뉴스는 하루 지나면 밀려나지만, 판결문은 오래 남는다. 정권은 바뀌고, 논객은 입장을 바꾸고, 유튜브는 다음 이슈로 갈아타지만, 법원의 문장은 훗날 그대로 다시 꺼내 읽힌다. 그래서 어떤 판결은 당장의 환호보다 후대의 심판을 더 의식한다. 조태용 1심에도 그런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우리는 지금 정치의 열기 속에 서 있지만, 기록은 훗날 냉정한 눈으로 읽힐 것이다.” 바로 그 자의식 말이다. 이 판결이 남긴 진짜 메시지는 어쩌면 판결의 결론 자체보다, 그 결론에 이르는 태도 속에 숨어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판결을 곧바로 “내란이 아니라는 뜻”으로 읽는 것은 무리다. 형사재판은 정치적 상징을 판단하는 자리가 아니라, 특정 피고인에게 적용된 개별 공소사실이 증거에 의해 입증되었는지를 따지는 절차다. 어떤 혐의가 무죄로 판단됐다고 해서 내란 사건 전체의 성격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일부 혐의가 유죄라고 해서 사건 전체 서사가 자동으로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이번 1심이 보여준 것은 내란이라는 거대한 정치 용어의 찬반이 아니라, 법정에서는 결국 하나하나 따져 묻는다는, 너무 당연해서 오히려 잊히기 쉬운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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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 판결이 정치적 의미를 갖지 않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법리적으로는 개별 사건의 1심 판결일 뿐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여러 층의 파장을 낳을 수 있다. 피고인 측은 이를 두고 “봐라, 핵심 혐의 상당수가 흔들린다”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반면 특검과 비판 여론은 “그래서 더 촘촘하게 입증해야 한다”는 압박을 키울 것이다. 다시 말해, 이번 1심은 어떤 방향으로든 사건을 끝낸 것이 아니라 다음 싸움의 언어를 새로 공급한 판결이다. 판결 하나로 전선을 정리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 다른 해석의 무기를 양쪽에 동시에 쥐여준 셈이다.

이 점에서 종합특검의 부담도 결코 가볍지 않다. 이제 특검은 단지 정치적 분노나 시대정신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 상식상 그랬을 것”이라는 분위기로는 더 이상 밀어붙일 수 없고, 누가 언제 무엇을 보고받았으며 어떤 문건이 어떤 경로로 오갔는지를 더 세밀하게 입증해야 한다. 이번 1심은 특검의 명분을 꺾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입증의 밀도를 높이라고 압박한 셈이다. 다시 말해 법원이 “이야기는 충분하다, 이제 증거를 더 가져오라”고 말한 것에 가깝다.

동시에 이 판결은 한국 사법부 내부에 쌓여온 불안도 비춘다. 최근 사법부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정권과 코드가 맞느냐, 아니냐’라는 피로한 정치적 질문이 따라붙는다. 법원이 법리보다 권력의 체온에 민감하게 움직인다는 인식이 커질수록, 사법부는 제도적 권위를 잃어간다. 그런 점에서 조태용 1심은 완벽한 정의의 판결이라기보다, 적어도 “우리가 전부 한 방향으로만 쓰이진 않겠다”는 사법부의 조심스러운 몸짓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것이 용기인지, 자기보존인지, 혹은 너무 늦은 체면치레인지는 앞으로 더 많은 판결이 말해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번 1심을 진영의 승패표처럼 읽지 않는 일이다. 조태용에게 일부 무죄가 나왔다고 해서 내란의 그림자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반대로 위증 유죄와 실형이 나왔다고 해서 모든 정치적 의혹이 법적으로 완결된 것도 아니다. 진짜 질문은 따로 있다. 법원은 지금 정권의 공기 속으로 흡수되고 있는가, 아니면 뒤늦게라도 법정의 고유한 속도를 되찾으려 하는가. 만약 이번 판결이 그 후자에 가까운 신호라면, 그것은 단지 조태용 개인의 1심을 넘어선 의미를 갖는다. 사법부가 여전히 후대를 의식하며 자기 이름을 남기고자 한다는 징후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늘 당장의 편을 찾는다. 그러나 사법은, 적어도 그래야만 하는 영역이다. 지금의 권력과 지금의 여론을 넘어, 훗날에도 견딜 수 있는 문장을 남겨야 한다. 조태용 1심이 완벽했는지는 논쟁이 가능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판결이 “내란이 아니다”라는 가벼운 구호로 소비될 수준의 장면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이 판결은 더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정치에 흔들린 법정인가, 아니면 정치와 거리를 두려 애쓴 기록의 법정인가. 사법 정의는 늘 선고 순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때로는 그 판결문이 시간이 지난 뒤에도 살아남을 때, 비로소 평가가 시작된다.

참고문헌

  1. 경향신문, 「조태용, ‘위증 혐의’로 1심 실형…‘정치인 체포조 미보고’는 무죄」, 2026.05.21.
  2. 매일경제, 「‘계엄 문건 받은 적 없다’ 조태용 전 국정원장, 1심 징역 1년 6월」, 2026.05.21.
  3. 한겨레, 「종합특검 “국정원, 계엄 다음날 국가안보실 자료 들고 CIA 만났다”」, 2026.05.20.
  4. 뉴시스(포털 재인용 보도), 「‘尹이 다 잡아들이라했다’ 폭로한 홍장원, 내란 혐의 입건」, 2026.05.18 전후 보도.
  5. 조선일보, 「특검 “국정원, CIA에 계엄 설명... 홍장원이 보고받고 재가했다”」, 202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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