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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5일 금요일

김의겸의 ‘선택적 외교 감각’...건진법사에는 발작적 반응, 펠로시는 피하라?



“윤석열 대통령을 칭찬하게 될 줄은 몰랐다.” 2022년 8월 4일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직접 만나지 않고 통화 방식으로 대응한 것을 두고 나온 반응이었다. 김 의원은 이를 “유일하게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평소 윤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해온 인물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기에, 이 발언은 그 자체로 정치권의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의 논리는 분명했다. 당시 펠로시 의장은 대만 방문 직후 한국을 찾았다. 미·중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던 시점이었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는 것이 “미·중 갈등에 섶을 지고 불길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면담 회피를 외교적 신중함으로 해석했다. 동아시아 정세가 흔들리는 국면에서 한국이 미국 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 보이는 장면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문제는 그다음 문장이었다. 김 의원은 “이제부터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친중 굴종 외교란 말은 입에 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펠로시 의장을 직접 만나지 않은 윤석열 정부의 선택을 문재인 정부의 대중 외교 비판과 연결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논쟁의 초점은 윤 대통령의 일정 관리나 휴가 문제가 아니라, 한국 외교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취해야 하느냐는 문제로 옮겨갔다.

그러나 이 발언은 곧바로 또 다른 질문을 낳았다. 김의겸 의원은 윤석열 후보 시절부터 이른바 ‘건진법사’ 의혹을 강하게 제기해온 인물이었다. 2022년 1월에는 김건희 씨와 건진법사가 최소 7년 전부터 교분이 있었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했고, 2월에는 2018년 충주에서 열린 ‘수륙대재’ 행사와 관련해 건진법사 전모 씨가 총감독을 맡았으며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이름이 적힌 연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 의원은 “무속과 주술에 휘둘리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는 강한 표현까지 사용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정치적 아이러니가 생긴다. 건진법사 문제에는 매우 공격적이고 도덕적인 언어를 사용했던 김 의원이, 펠로시 방한 문제에서는 윤 대통령의 선택을 ‘칭찬’했다. 물론 두 사안은 성격이 다르다. 하나는 대선 과정에서 제기된 무속·인맥 의혹이고, 다른 하나는 미·중 갈등 속 외교적 판단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 둘을 따로 떼어 보기보다, 김 의원의 메시지가 어떤 기준으로 움직이는지를 묻게 됐다.

김 의원의 입장에서 보면 일관성은 있을 수 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개인이나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에는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지만, 외교 현안에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대만 문제 직후 방한한 펠로시 의장을 대통령이 직접 만나는 장면은 중국을 자극할 수 있고, 한국 경제와 안보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런 관점에서는 윤 대통령을 칭찬한 것이 아니라, 미·중 충돌을 피한 결정을 평가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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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반대편에서는 이를 선택적 기준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윤석열 정부를 향해 건진법사, 무속, 주술이라는 자극적 단어를 동원하던 인물이 막상 미국 하원의장 방한이라는 중대한 외교 장면에서는 중국을 의식한 듯한 논리를 폈기 때문이다. 특히 보수 진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대중 저자세 외교를 비판하면 안 된다”는 김 의원의 말이야말로, 그간 민주당 외교관의 핵심 약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당시 윤 대통령은 여름휴가 중이었고, 펠로시 의장과는 직접 면담 대신 전화 통화를 했다. 이 선택은 국내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낳았다. 미국 하원의장이자 미국 권력 서열상 중요한 인물이 한국을 찾았는데 대통령이 직접 만나지 않은 것이 외교 결례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고, 반대로 대만 방문 직후의 민감한 상황을 고려하면 직접 면담을 피한 것이 현실적 판단이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김 의원은 후자의 입장에 선 셈이다.

다만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판단의 결론만이 아니다. 어떤 사안에는 원칙과 도덕의 언어를 쓰고, 어떤 사안에는 현실과 균형의 언어를 쓰는 순간, 유권자는 그 기준의 일관성을 묻게 된다. 건진법사 의혹에 대해서는 “무속과 주술”이라는 극단적 표현을 쓰고, 펠로시 문제에서는 “미·중 갈등에 뛰어들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태도는 지지층에게는 전략적 판단으로 보일 수 있지만, 반대편에게는 선택적 분노처럼 읽힐 수 있다.

그렇다고 펠로시 면담 논쟁을 단순히 친미냐 친중이냐로만 나누는 것도 위험하다. 한국 외교는 언제나 미국 안보동맹과 중국 경제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고민해왔다. 문제는 그 균형이 원칙 있는 전략인지, 아니면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진영 논리인지다. 김 의원의 발언이 논란이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 대통령의 결정을 칭찬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칭찬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친중 굴종 외교’ 비판을 봉쇄하는 논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2022년 8월의 이 장면은 짧은 SNS 글 하나로 끝난 해프닝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는 한국 정치의 오래된 습관이 들어 있다. 외교 문제도 진영 싸움의 언어로 바뀌고, 상대를 비판하던 잣대는 상황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쓰인다. 김의겸 의원의 “윤석열 대통령을 칭찬하게 될 줄은 몰랐다”는 말은 그래서 단순한 칭찬이 아니었다. 그것은 미·중 갈등, 문재인 정부 외교 평가, 윤석열 정부 비판, 그리고 건진법사 의혹까지 한꺼번에 불러낸 정치적 역설의 문장이었다.

결국 이 논쟁의 핵심은 윤석열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났느냐, 만나지 않았느냐에만 있지 않다. 더 깊은 질문은 따로 있다. 한국 정치인은 외교를 국가 이익의 언어로 말하고 있는가, 아니면 진영 방어의 언어로 말하고 있는가. 건진법사에는 발작적으로 반응하고, 펠로시에는 신중론을 펴는 정치의 이중적 언어는 그 질문을 다시 꺼내게 만든다.

참고문헌

  1. 동아일보, 「김의겸, 尹대통령에 ‘펠로시 슬쩍 피한 건 유일하게 잘한 일’」, 2022년 8월 4일.
  2. 연합뉴스TV, 「김의겸 ‘건진법사-김건희 최소 7년 전부터 교분’…영상 공개」, 2022년 1월 23일.
  3. 연합뉴스, 「김의겸 ‘건진법사 엽기굿판에 윤석열·김건희 이름 연등’」, 2022년 2월 15일.
  4. 경향신문, 「김의겸 ‘건진법사 주최 굿판에 윤석열 부부 이름 발견’」, 2022년 2월 15일.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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