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소된 승전절 퍼레이드와 미중 정상외교는 러시아의 전략적 고립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ghostimages
러시아의 승전절은 원래 푸틴이 가장 빛나는 날이었다. 붉은광장 위를 질주하는 전차와 대륙간탄도미사일, 군악대의 굉음, 그리고 세계 각국 정상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등장하는 크렘린의 절대 권력자. 소련 붕괴 이후에도 러시아가 여전히 “강한 제국”임을 과시하는 정치적 무대였다. 하지만 올해 모스크바는 달랐다. 너무 조용했다. 너무 초라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불안해 보였다.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은 이제 국경지대가 아니라 러시아 심장부를 노린다. 심지어 붉은광장에서 불과 몇 마일 떨어진 고급 아파트까지 타격했다는 보도는, 푸틴 체제의 상징적 안전지대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세계에 보여줬다. 과거 러시아가 “원거리 정밀타격”을 자랑하던 시절, 우크라이나는 방어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다. 방어 자세에 들어간 것은 모스크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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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푸틴은 승전절 퍼레이드를 축소했다.
탱크도 줄고, 전략무기도 줄고, 국제 지도자들의 존재감도 희미했다. 거대한 군사국가의 축제가 아니라, 체면만 유지하려는 방어적 의식처럼 보였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영국 애버리스트위스대의 러시아 연구자 제니퍼 매더스는 이번 행사를 두고 러시아가 “두렵고, 왜소해졌으며, 고립돼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 장면이 더욱 뼈아픈 이유는, 같은 시기 세계 시선이 트럼프-시진핑 회담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동시에 세계 질서를 결정하는 양대 축이다. 그런데 러시아는 이제 그 축 바깥으로 밀려난 듯한 모습이다. 한때 푸틴은 중국과의 전략 동맹을 통해 미국 중심 질서를 흔드는 핵심 플레이어처럼 행동했다. 그러나 현실은 점점 더 냉혹해지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를 필요로 하지만, 러시아 때문에 세계 경제 질서를 통째로 포기할 생각은 없다.
트럼프 역시 중국과 충돌하면서도 동시에 “거래”를 시도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거래 대상이 아니라 리스크가 되어가고 있다. 푸틴 입장에서는 가장 두려운 그림이 바로 이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면서도 러시아를 ‘관리 가능한 주변 변수’ 정도로 취급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그림자는 카스피해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국제사회 시선은 호르무즈 해협에 집중됐지만, 정작 조용히 전략적 가치가 폭증한 곳은 카스피해다. 세계 최대의 내륙해인 이곳은 이제 러시아와 이란을 연결하는 비밀 동맥이 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동안 이란은 카스피해를 활용해 러시아에 샤헤드 드론을 공급했다. 그리고 이제 러시아는 반대로 이란에 군사·기술 지원을 제공하는 흐름까지 거론된다. 단순 무역이 아니다. 제재 회피, 무기 이동, 비밀 물류망, 회색 경제가 이 바다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러시아와 이란 모두 국제 제재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식 세계경제” 바깥의 새로운 생존 루트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카스피해는 단순한 지리 공간이 아니라, 서방 질서 밖에서 움직이는 또 하나의 그림자 글로벌 네트워크가 된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연결망이 강대국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립된 국가들의 생존 본능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한때 소련은 세계 질서를 양분했다.
지금 러시아는 드론을 피해 승전절 규모를 줄이고, 제재를 피해 카스피해 물류망에 의존한다.
이 차이는 단순한 군사력 문제가 아니다. 체제 자신감의 문제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러시아의 부활을 꿈꿨지만 결과적으로 러시아를 중국 의존 경제와 제재 우회 네트워크 안으로 더욱 밀어 넣고 있다는 점이다. 제국 재건을 외쳤는데 현실은 “거대한 고립 국가”에 가까워지고 있는 셈이다.
붉은광장의 침묵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탱크 숫자가 줄어든 것이 핵심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러시아가 이제 더 이상 세계를 압도하는 국가처럼 행동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리고 푸틴은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참고문헌
The Conversation, Why Putin will have been watching the Trump-Xi summit nervously
The Conversation, Fearful, diminished and isolated: what this year’s Victory Day parade in Moscow tells us about Russia’s war against Ukraine
The Conversation, Why the Caspian Sea has become so important in both the Ukraine and Iran wars
미·중의 화려한 만찬 뒤 숨겨진 타이완 위기와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고차방정식/ghostimages
베이징에서 열린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겉으로는 랍스터와 베이징 카오야(북경오리)를 곁들인 화려한 만찬과 미소로 가득 찬 듯 보였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동아시아 전체를 집어삼킬 수 있는 가장 폭발성 높은 도화선, 즉 ‘타이완 문제’를 둘러싼 날카로운 칼춤이 추어지고 있었다. 중국 외교부의 발표에 따르면,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타이완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이슈"라고 못 박으며, 이를 잘못 다룰 경우 양국이 정면충돌(collide)하거나 무력 격돌(clash)하여 전체 관계가 극도로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직설적인 경고장을 날렸다.
재미있는 점은 회담 직후 백악관이 내놓은 보도자료의 온도 차다. 미국 측은 시진핑의 이러한 일촉즉발의 경고는 교묘히 편집한 채,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 유지,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확대, 펜타닐 원료 차단 등 철저히 자국의 경제·실리적 성과를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양국의 발표문이 서로의 우선순위를 정직하게 반영한 셈이다. 결국 무역과 기술 분야에서 표면적인 대화가 오갔음에도 불구하고, 타이완 해협을 바라보는 양국의 시각 차이는 언제든 대형 오판을 부를 수 있는 '시한폭탄'으로 고스란히 남겨지게 되었다.
이 와중에 미국 의회의 움직임은 불에 기름을 붓고 있다. 미 상원의 초당파 의원들이 트럼프에게 타이완을 향한 140억 달러(약 19조 원) 규모의 첨단 무기 수출 패키지에 즉각 서명하라고 압박하는 서한을 보낸 것이다. 국제정치 전문가 니콜라스 휠러와 마커스 홈즈의 분석대로, 미국은 이 무기 지원을 중국의 침공을 막을 ‘억제력’으로 보지만, 중국은 이 판매 행위 자체를 심각한 ‘도발’로 간주한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무기 수출을 강행한다면, 베이징에서 나눈 따뜻한 건배사는 한순간에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2026년 동아시아 정세는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기류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이처럼 타이완 해협의 파고가 가팔라지는 2026년 현재의 국제 정세는, 대한민국 이재명 정부에게 단순한 관망을 허용하지 않는다. 타이완 해협은 한국의 수출입 물동량 상당수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교통로이자, 유사시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 및 한반도 안보와 직결되는 생명선이기 때문이다. 미·중이 타이완을 두고 정면충돌의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갈 때, 이재명 대통령이 이끄는 대한민국 정부는 강대국들의 진영 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철저하게 국익을 최우선으로 두는 ‘용산의 척추 외교’를 증명해 내야 하는 엄중한 시험대에 서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평화와 안보를 동시에 잡는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표방해 왔다. 이번 타이완 발 안보 안개 속에서 이재명 정부의 과제는 명확하다. 미국의 안보 협력 기조를 존중하면서도, 중국의 레드라인인 타이완 문제에 깊숙이 연루되어 불필요한 외교·경제적 보복을 자초하지 않는 정교한 '줄타기'가 필요하다. "타이완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원칙론적 입장을 견지하되, 미·중의 군사적 오판 가능성에 대비한 자체적인 위기 관리 매뉴얼과 독자적인 외교적 공간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이재명 대통령이 마주한 당면 과제다.
과거 1983년, 미국의 군사 훈련을 실제 핵공격 준비로 오해했던 소련의 위기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저들도 우리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고 고르바초프와 손을 잡아 군비 축소의 새 시대를 열었던 역사는 오늘날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미·중 양국이 서로를 향한 공포와 불신으로 가득 찬 지금, 이재명 정부는 두 거인이 오판으로 선을 넘지 않도록 동아시아 역내 평화의 중재자이자 브레이크 역할을 자처해야 한다. 강대국의 충돌을 방어하는 방파제가 되는 동시에, 그 틈에서 한국의 반도체 공급망과 경제적 실리를 악착같이 챙기는 영리함이 절실하다.
풍자는 이 냉혹한 현실을 관통한다. 지도자들이 140억 달러짜리 미사일 계산서를 등 뒤에 숨긴 채, 앞에서는 북경오리를 썰며 "2026년을 중·미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여는 역사적인 해로 만들자"고 외치는 모습은 지독히도 모순적이다. 하지만 이 화려한 외교적 수사 이면에서 동아시아의 운명을 가를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음은 엄연한 팩트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 노선이 과연 타이완 해협의 거센 폭풍우를 뚫고 대한민국의 국익과 주권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2026년 용산 대통령실의 다음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참고문헌 (References)
Wheeler, N. J., & Holmes, M. (2026). The Danger of Misreading: Why the Trump-Xi Summit Matters for Taiwan. International Affairs Analysis.
US-China Policy Review. (2026). The Strait of Hormuz vs. The Taiwan Strait: Contrasting Press Releases of Washington and Beijing.
Wheeler, N., & Holmes, M. (2026). Trump-Xi summit: in a high-stakes meeting the two leaders can’t afford to misread each other. The Conversation.
중난하이 정원의 밀당 외교가 이재명 정부와 한반도 정세에 미칠 지각변동/ghost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베이징 방문은 할리우드식 정치 드라마와 중국식 황실 외교가 결합한 한 편의 기묘한 연극이었다. 방중 초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항 마중을 생략하고 의전 서열을 낮추는 등 이른바 ‘공항 패싱’이라는 뼈아픈 모욕을 선사했을 때만 해도 양국 관계는 급랭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회담의 막바지, 시 주석은 트럼프를 1,500에이커(약 180만 평)에 달하는 지도부 전용 밀실 권력 기지 ‘중난하이(中南海)’로 초청해 황제급 투어를 제공하며 대조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붉은 장미가 만발한 정원을 거닐며 백악관 로즈가든에 심을 장미 씨앗을 선물하는 시 주석의 모습은, 초반의 독설과 모욕을 단숨에 덮어버리는 지독히 계산된 ‘밀당(밀고 당기기)’의 정수였다.
이제 워싱턴 백악관으로 복귀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받은 장미 씨앗을 매개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거래를 성사시켰다"며 특유의 트윗과 언론 플레이로 자화자찬에 나설 태세다. 하지만 그가 백악관 정원에 삽을 뜨는 순간, 동아시아의 안보 지형은 철저하게 미·중의 이익에 따라 재편되는 냉혹한 청구서를 받아들게 된다. 시 주석이 트럼프의 자존심을 세워주며 건넨 기분 좋은 선물은 대만 문제, 기술 패권, 그리고 한반도 안보를 통째로 묶어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고도의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이기 때문이다. 미·중의 느슨한 전략적 타협은 한반도의 운명을 그들의 바둑판 위 종속변수로 전락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이 거대한 고래들의 숨 막히는 밀당을 가장 예리하게 주시하는 인물은 단연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다. 김정은은 베이징과 워싱턴이 표면적으로 악수를 나누는 틈새야말로 자신의 외교적 몸값을 극한으로 끌어올릴 최적의 타이밍임을 직감하고 있다. 미·중의 전선이 일시적으로 봉합되면서 대북 제재망의 결속력이 약해진 틈을 타, 북한은 언제든 전략적 핵·미사일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동북아의 긴장 지수를 제어하려 들 것이다. 강 대 강 대치 속에서도 미·중의 틈새를 파고들어 체제 보장과 경제적 실리를 동시에 챙기려는 김정은의 벼랑 끝 전술은 한반도의 안개를 더욱 짙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전방위적 안보 위기와 동아시아 운명의 갈림길 한복판에서, 대한민국의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가장 엄중한 시험대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간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천명하며 강대국들 사이에서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구축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가 시진핑의 중난하이 정원에 매료되어 동북아 안보 지형을 흔들고 있는 현재의 2026년 현실은, 단순한 원칙론을 넘어 당장 내일의 생존을 담보할 ‘기민하고 정교한 고차방정식’의 해법을 용산 대통령실에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번 미·중 회담의 후속 영향은 여야 정쟁의 대상을 넘어선 국가 생존의 문제다. 트럼프의 고립주의적 자국 우선주의와 시진핑의 패권적 팽창주의가 타협할 때, 한국이 배제되는 ‘코리아 패싱’의 위기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한·미 동맹의 굳건한 틀을 유지하면서도, 시진핑 정부가 한반도의 안정을 해치지 않도록 경제·외교적 지렛대를 동시 가동하는 척추 외교를 펼쳐야 한다. 김정은의 폭주를 제어할 실질적인 억제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미·중의 거대한 거래 속에서 대한민국의 안보 실리를 뜯어내야 하는 외교적 내공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치적 풍자는 때로 가장 차가운 현실을 투영한다.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이 공항에서 바람을 맞고도 비밀 정원의 장미꽃 크기에 반해 감탄하는 모습은 지독히 해학적이다. 그러나 그 픽션 같은 밀월의 커튼 뒤에서 김정은은 핵 단추를 만지작거리고, 이재명 대통령은 5천만 국민의 생명과 국익을 걸고 외교적 사투를 벌이는 것이 우리가 발을 붙이고 있는 냉혹한 현실이다. 미·중이 백악관과 중난하이에서 나누는 웃음의 대가는 고스란히 한반도의 안보 부담이라는 청구서로 환산되어 배달되고 있다.
결국 베이징의 연극은 끝났고 주사위는 굴러갔다. 국제무대에서 영원한 맹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격언은 2026년 오늘날 한반도에서 가장 날카로운 진실로 다가온다. 시진핑의 장미 향기에 취한 트럼프와 그 틈을 노리는 김정은, 그리고 이 거친 파고를 정면으로 돌파해야 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현실 상황은 우리에게 단 하나의 교훈을 남긴다. 외교는 말의 성찬이나 정원의 풍경이 아니라 뼈를 깎는 국익의 산물이며, 오직 스스로의 힘과 전략만이 동아시아의 거센 안개 속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을 지켜낼 유일한 나침반이라는 사실이다.
참고문헌 (References)
Wikipedia. (2026). 2026 state visit by Donald Trump to China.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2026). Trump Wraps China Visit: Deep Dive into Zhongnanhai Meeting. CFR Expert Take.
Hindustan Times. (2026). Xi Jinping offers Trump a feel-good gift after ‘brutal insult’ in Beijing. HT World News.
대한민국 대통령실. (2026). 동북아 안보 지형 변화에 따른 국익 중심 실용 외교 안보 전략 브리핑.
재택근무와 스마트폰이 낳은 현대인의 가장 비극적인 유산은 단연 ‘거북목’과 ‘굽은 등’일 것이다. 목을 앞으로 쭉 뺀 채 모니터 속으로 들어갈 듯한 자세를 취하다가, 찌릿한 목 디스크 통증에 정신을 차리는 것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직장인들의 공통된 일상이다. 이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등장한 딥 케어(Deep Care)의 350달러(한화 약 45만~50만 원)짜리 오프라인 데스크 가젯은 그 가격만큼이나 기발하고도 도발적인 접근법을 제시한다. 모니터 위에 얹어두는 이 값비싼 기기는 인공지능(AI)을 통해 사용자의 자세와 움직임 습관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교정해 주는 일종의 ‘디지털 척추 교정관’이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이 기기가 ‘100% 오프라인’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모든 기술이 클라우드와 연결되어 개인정보를 실시간으로 퍼 나르는 디지털 감시 시대에, 인터넷 연결 없이 오직 기기 자체의 연산력(Edge AI)만으로 자세를 분석한다는 점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내 추레한 작업 자세나 사생활이 담긴 영상이 어딘가의 서버로 전송되지 않는다는 심리적 안정감은 사생활 보호에 민감한 현대인들에게 강력한 셀링 포인트가 된다. 보안과 프라이버시를 담보로 하면서도, 사용자가 등을 구부정하게 숙일 때마다 즉각적으로 "허리 펴라"는 시각적·청각적 경고를 날리니 기술적 완성도 면에서는 합격점을 줄 만하다.
기존의 자세 교정 밴드나 단순 진동 알람이 유독 실패했던 이유는 인간의 은밀한 '적응력' 때문이다. 인간은 기계의 일정한 자극에 금방 둔감해지며, 결국 밴드를 찬 채로 구부정하게 앉는 기행을 선보이곤 한다. 반면 딥 케어의 디바이스는 정적인 자세 고정만을 강요하지 않고, 인간의 자연스러운 '움직임 패턴'까지 추적한다는 점에서 한 단계 진화했다. 단순히 "가만히 똑바로 앉아라"가 아니라, 오랫동안 고정된 자세로 정체되어 있을 때 미세한 스트레칭과 움직임을 유도하는 유연함을 발휘한다. 의자에 묶인 채 서서히 굳어가는 직장인들에게는 꽤나 실용적인 실시간 코칭인 셈이다.
특히 하루 8시간 이상 모니터와 사투를 벌이는 개발자, 디자이너, 프리랜서들에게 이 장치는 단순한 가젯 이상의 '기회비용'으로 다가온다. 매번 목과 어깨 통증으로 정형외과를 전전하며 깨지는 도수치료비, 예약의 번거로움, 그리고 업무 중단으로 인한 손실을 감안하면 50만 원이라는 초기 투자 비용이 아주 황당한 액수만은 아니다. 병원 대기실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다시 목을 꺾고 있는 악순환을 끊어내고, 내 책상 위에서 실시간으로 '예방 의학'을 실천할 수 있다는 점은 일상적 구원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분명한 희소식이다.
다만, 아무리 영리한 '에지 AI'라 할지라도 결국 의자에서 일어나 몸을 움직이는 것은 온전히 인간의 몫이다. 기계가 붉은빛을 깜빡이며 경고를 보낼 때, 이를 귀찮은 소음으로 치부하고 전원을 꺼버린다면 50만 원짜리 미니멀리즘 오브제 하나를 추가한 것에 불과하게 된다. 기술은 훌륭한 페이스메이커가 될 수 있지만, 레이스를 완주하는 것은 사용자의 의지다. 비싼 장비의 힘을 빌려서라도 건강을 사겠다는 절박한 현대인들의 소비 트렌드는 씁쓸하면서도 격하게 공감 가기에, 이 잔소리꾼의 등장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딥 케어의 디바이스는 단순한 사치품과 필수 건강용품 그 경계선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다. "장비가 바뀌면 태도가 바뀐다"는 데스크테리어의 법칙을 신봉하는 이들에게는 통장을 비우고 척추를 세울 가치가 충분할 것이다. 매번 "아이고 목이야"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정작 스트레칭 한 번 안 하는 자신에게 지쳤다면, 이 지독하고 영리한 오프라인 감시관을 책상 위에 들여놓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물론 가장 완벽한 인공지능(Human AI) 해법은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 스스로 허리를 꼿꼿이 피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참고문헌 (References)
Purdy, K. (2026). The offline desk gadget that actually got me to sit up straight. Ars Technica / Core Tech Review.
Deep Care Labs. (2026). Deep Care Vision: Privacy-First Edge AI Posture Tracker Specification. Deep Care Official Documentation.
코로나19보다 더 끈질긴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할리우드의 레트로 향수와 관객들의 ‘구관이 명관’ 심리일 것이다. 이번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는 그야말로 한 편의 블랙코미디였다. 팝의 황제 전기 영화 <마이클(Michael)>이 주말 전선에 다시 등판해 700만 달러를 긁어모으며 왕좌를 탈환했다. 신작 스릴러 <옵세션(Obsession)>이 680만 달러라는 준수한 성적으로 바짝 추격했으나, 결국 ‘리빙 레전드’가 아닌 ‘데드 레전드’의 벽을 넘지 못하고 2위에 머물렀다.
참으로 흥미로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신작 영화들이 참신한 플롯과 마케팅으로 관객들에게 “나를 봐달라”며 집착(Obsession)에 가까운 구애를 펼칠 때, 이미 세상을 떠난 지 오래된 마이클 잭슨은 스크린 속에서 문워크 한 번 슥 밟아주는 것만으로 박스오피스 왕관을 다시 뺏어왔다. 700만 달러와 680만 달러, 단 20만 달러 차이로 갈린 희비극이다. 제작비 수천만 달러를 들여 피땀 눈물을 흘린 신작 감독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이러려고 영화 만들었나” 하는 자괴감이 들 법한 순간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극장가 레이스의 기묘한 속도감이다. 보통 신작이 개봉하면 기존 상영작들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양보하며 퇴장하는 것이 미덕이거늘, <마이클>은 오히려 역주행의 페달을 밟으며 신작의 앞길을 막아섰다. 이는 단순한 흥행 성적을 넘어, 현재 극장가를 찾는 관객들의 심리적 방어선이 어디에 구축되어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불확실한 신작의 신선함에 도박을 거느니, 이미 귀에 인이 박이도록 들었던 명곡의 안전함을 택하겠다는 일종의 ‘문화적 스태그플레이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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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가 이 현상을 보고 배워야 할 교훈은 명확하다. 살아있는 스타를 키우느라 골머리를 앓느니, 이미 검증된 전설의 아카이브를 탈탈 털어 스크린에 인공호흡기를 다는 것이 훨씬 가성비 좋다는 자본의 논리 말이다. 매번 새로운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보다, 가죽 재킷을 입은 대역 배우에게 춤을 추게 하는 것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더 편안하게 만든다는 이 지독한 현실은 씁쓸하기 짝이 없다. 창의성을 먹고 살아야 할 영화 공장이 사실상 '기억 재활용 센터'로 전락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관객들 역시 이러한 할리우드의 게으른 독과점에 길들여지고 있다. 새로운 서사에 도전하고 낯선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하기보다는, 익숙한 멜로디와 이미 다 아는 비극에 지갑을 여는 안전자산 투자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영화관이 시대를 앞서가는 예술의 장이 아니라, 과거를 추억하는 노스탤지어의 대피소가 되어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신작 스릴러의 ‘집착’보다 무서운 것은,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힌 극장가와 관객들의 지독한 ‘집착’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결국 마이클의 왕좌 탈환은 할리우드의 창의성 고갈이라는 씁쓸한 뒷맛을 남기지만, 어쩌겠는가. 돈이 된다는데 자본주의 스크린이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순리다. 극장주들은 이번 주말도 싱글벙글하며 팝콘을 튀겼을 것이고, 신작 제작사들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그저 빌리 진은 내 연인이 아닐 뿐(Billie Jean is not my lover)”이라고 외치기엔, 지금 극장가 매표소에게 마이클 잭슨은 그 누구보다 매혹적이고 돈을 잘 벌어다 주는 사랑스러운 연인인 것이 팩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