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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14일 금요일

판문점 유엔사가 다시 움직인다 — 경비정전집행여단, 한국 압박인가 DMZ 방어선 재편인가

 

판문점 JSA와 DMZ를 배경으로 유엔군사령부의 경비정전집행여단 추진과 한국 정부의 반대 입장을 상징하는 한반도 안보 그래픽
판문점 JSA와 DMZ를 둘러싼 유엔사의 정전관리 체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경비·정전집행여단 추진을 둘러싸고 한미 간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북한의
DMZ 군사활동과 정전협정 집행권을 둘러싼 새로운 긴장이 시작되고 있다./credit: news1


판문점에서 지금 벌어진 일은 단순한 부대 증편 뉴스가 아니다. 814일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유엔군사령부는 기존 JSA 경비대대와 군사정전위원회(군정위) 기능을 통합해 경비정전집행여단이라는 여단급 조직을 신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조직은 DMZ 출입 승인, 정전협정 위반 조사, 북한군과의 연락, 판문점 JSA 경비 등을 포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이 조치에 반대 입장을 전달해왔고,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14창설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는데도 유엔사 측에서는 이미 조직을 신설했다는 보도가 나온다는 점이다. 즉 지금 판문점에서 벌어지는 것은 단순한 조직개편을 넘어 정전협정의 집행 주체와 DMZ 관리 권한을 누가 어떻게 행사할 것인가라는 오래된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사건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인가. 유엔사는 결코 유명무실한 역사적 기구가 아니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는 정전협정의 이행·관리·집행을 담당해왔고, 현재도 DMZ 출입과 군사분계선 통과, 정전협정 위반 조사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유엔사 스스로도 군정위를 통해 정전협정을 집행하고 있으며, 2025년 공식 설명에서 DMZ를 관리하면서도 실제 경찰·시설·의무후송 등 상당한 현장 업무는 한국군이 담당한다고 명시했다. 즉 한국군의 주권적 방위 역할과 유엔사의 정전관리 권한이 공존하는 이중 구조다. 이 구조가 평상시에는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DMZ 출입·조사·북한과의 연락·정전위반 판단처럼 민감한 사안에서는 곧바로 지휘권과 관할권의 문제로 바뀐다.

특히 2025~2026년 북한의 DMZ 활동은 이 문제를 다시 현실적인 안보 이슈로 만들었다. 북한은 군사분계선 북쪽에서 철책·도로 보강과 지뢰 관련 작업 등을 진행해왔고, 유엔사는 올해 6월 북한의 철책 및 도로공사가 MDL 북쪽에 머물고 중화기를 반입하지 않는 한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유엔사는 MDL 침범이나 남측으로의 지뢰 설치 의혹 등에 대해서는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DMZ를 단순히 비무장 공간으로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국경선에 가까운 형태로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정전협정의 문구와 실제 현장의 군사적 현실 사이에 틈이 생긴다. 바로 이 틈을 감시하고, 확인하고, 북한군과 소통하며,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조직의 중요성이 다시 커지는 것이다.

북한의 러시아 전쟁 학습과 휴전선의 새로운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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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의 움직임을 단순한 휴전선 긴장 고조만으로 읽기 어려운 이유는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이 북한군의 전쟁 수행능력 자체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병력과 탄약·탄도미사일 등을 제공하는 대가로 현대전 경험을 축적하고 있으며, 러시아로부터 핵·미사일, 정찰위성, 잠수함 등과 관련한 군사기술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CSISBeyond Parallel은 북러 협력이 북한의 군사위성·핵추진잠수함·ICBM 프로그램 발전에 러시아 기술이 연결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KN-23 계열 탄도미사일이 우크라이나에서 다시 사용된 정황도 보고됐다. 더욱 중요한 것은 북한군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드론·전자전·정밀타격·현대적 지휘통제와 같은 실제 전장 경험을 습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 양국 역시 817~27일 예정된 을지 자유의 방패(UFS)에서 북한의 드론·GPS 교란·사이버 공격 등 변화한 위협을 반영한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판문점과 DMZ의 정전관리 능력을 강화하는 이번 움직임은 단순히 북한의 국지적 도발을 감시하기 위한 행정적 조치가 아니라, 북한이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현대전 능력을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작은 충돌이 더 큰 군사적 연쇄반응으로 번지지 않도록 조기에 탐지·통제하는 확전관리장치로도 볼 수 있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북한의 도발에 매번 대규모 군사행동으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국지 도발에는 정확하고 비례적인 대응을 하면서도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는 임계점을 관리하는 능력이다. ·미사일을 보유한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이 심화되는 현재 한반도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도발 자체만이 아니라, 상대방의 의도를 오판한 상태에서 국지적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비정전집행여단을 북한과 싸우기 위한 새로운 전투여단으로 해석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현재 공개된 정보상 핵심은 전투력 증강보다 정전관리 기능의 통합과 현장 대응력 강화에 있다. 기존 JSA 경비대대가 담당해온 경비와 군정위가 담당해온 정전협정 관리 기능을 하나의 여단급 틀에 묶으면, DMZ 출입부터 위반 조사, 북한군과의 연락, JSA 경비까지 보다 일관된 지휘체계를 만들 수 있다. 유엔사 공식 자료에서도 JSA 경비대대는 정전협정 집행과 함께 북한군과 직접 소통하는 임무를 수행해왔고, 군정위는 24시간 북측과의 연락체계를 유지하며 DMZ 점검과 위반 조사까지 담당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유엔사가 판문점이라는 정전관리 현장을 다시 하나의 작전적·행정적 단위로 묶으려는 움직임으로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국 정부가 왜 압박을 느끼는지도 이해해야 한다. 핵심은 미국이 한국을 압박한다고 단정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DMZ 관할권에 대한 한미 간 시각 차이가 존재하느냐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유엔사와 DMZ 관할권을 공동 행사하는 방향을 요구해왔고, 유엔사 여단급 조직 신설은 이에 대해 유엔사가 자신의 정전협정 집행 권한을 보다 명확히 행사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반면 유엔사 공식 입장은 정전협정의 안정적 집행과 국제사회의 약속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이를 곧바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라고 단정하기보다, 한국의 주권적 방위 책임과 유엔사의 정전협정상 권한이 어디에서 만나는지를 둘러싼 제도적 긴장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이 움직임이 판문점에만 갇힌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유엔사령관은 미8군사령관이 아니라 Xavier Brunson 대장으로, UNC·CFC·USFK라는 세 지휘체계를 동시에 지휘한다. 8군은 별도로 Joseph Hilbert 중장이 지휘한다. 이른바 트라이커맨드구조에서 유엔사는 정전협정 유지, 연합군사령부는 한미연합 방위, 주한미군사령부는 미국의 대한 방위공약을 담당하는 서로 다른 층위다. Brunson 본인도 올해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한국을 동북아 안보와 미국의 안보·번영에 중요한 지역으로 규정하고, 유엔사·연합사·주한미군의 통합된 준비태세를 강조했다. 따라서 이번 판문점 조직개편을 ‘DMZ 경비부대 하나가 커졌다는 수준에서 볼 것이 아니라, 한반도 정전관리 체계를 미국 주도의 지역안보 네트워크 속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작동시키려는 움직임과 연결해서 볼 필요가 있다.

결국 이번 경비정전집행여단 논란의 본질은 유엔사가 한국을 압박하느냐라는 단순한 질문보다 더 깊다. 북한이 DMZ를 국경처럼 강화하고, 군사분계선 주변에서 철책·도로·지뢰 등 군사적 활동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정전협정의 현장 집행력을 누가 책임지고 얼마나 신속하게 행사할 것인가가 다시 중요해졌다. 한국 입장에서는 주권국가로서 DMZ 관리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요구가 당연히 나올 수 있다. 반대로 유엔사 입장에서는 정전협정의 법적·국제적 집행 권한을 실질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가 있다. 양쪽 모두 일리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안을 한미 갈등이나 미국의 한국 압박으로만 소비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북한의 DMZ 군사활동이 거칠어지는 시점에 판문점 유엔사가 유명무실한 기구가 아니라 정전협정 집행의 실질적 조직으로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1953년의 정전선을 2026년의 새로운 군사현실에 맞춰 누가 관리할 것인가. 이번 경비정전집행여단논란은 바로 그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참고자료

  • 연합뉴스 유엔사, 정전집행 여단 신설 추진안규백은 안 하기로 합의
  • JSA 경비대대와 군정위 등의 기능을 통합한 여단급 조직 추진 및 한국 정부의 우려를 확인하는 핵심 국내 자료입니다.
  • 연합뉴스 원문
  • 연합뉴스 한미, 유엔사 여단 창설 놓고 엇박자DMZ 관할권 이견 때문?
  • 이번 논란에서 가장 중요한 한미 간 입장 차이와 DMZ 관할권 문제를 확인할 수 있는 후속 보도입니다.
  • 연합뉴스 후속 보도
  • 유엔군사령부(UNC) DMZ Armistice Enforcement & Recent DPRK Activity
  • 유엔사가 20266월 발표한 공식 자료로, 북한의 DMZ 건설 활동과 MDL 상황, 중화기 반입 여부, 정전협정 집행 기준 등을 확인하는 데 중요합니다. 유엔사는 북한 측 건설이 대부분 1953년 합의선에서 북쪽으로 최대 약 100m 이내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UNC 공식 DMZ Fact Sheet
  • 유엔군사령부 Fact Sheets
  • 유엔사의 정전협정 집행과 DMZ 관련 공식 자료들을 모아놓은 자료실입니다. UNC Fact Sheets
  • 주한미군 Command Leadership
  • 현재 Xavier T. Brunson 대장은 UNC·CFC·USFK 사령관이며, 8군은 별도의 지휘체계를 갖습니다. 따라서 기사에서 8군사령관 겸 유엔사령관이라고 표현하지 않는 것이 정확합니다.
  • USFK Command Leadership

주한미군 USFK 공식 홈페이지
주한미군은 CFCUNC를 지원하며, 공식 지휘체계에서 Brunson 대장의 UNC/CFC/USFK 겸직과 미8군의 별도 지휘체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USFK 공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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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11일 화요일

미국 좌파의 시험장이 한국인가 — 마오쩌둥에서 안규백까지 마오이즘·통일전선·SNS 영향전의 실체

 

안규백 국방장관의 마오쩌둥 좌우명 논란과 중국공산당 통일전선 및 미국 사회 영향력 공작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정치 논평 섬네일
마오이즘과 통일전선 전략은 미국을 넘어 한국의 정치·미디어·SNS
 공간에서도 새로운 영향력 공작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가. 안규백
 국방장관의 마오쩌둥 관련 발언을 계기로 중국 영향력과 한미동맹의
 사회적 기반을 짚어본다./gimages


1. ‘마오쩌둥 좌우명논란은 단순한 사자성어 논쟁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 6월 공군사관학교에서 처변불경(處變不驚)’을 자신의 좌우명으로 소개하면서, 이를 마오쩌둥이 중국 대륙을 통치하면서 항상 가슴에 품었던 것이라며 마오쩌둥의 좌우명이 곧 내 좌우명이라고 설명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가 11“6·25전쟁 당시 중공군 참전을 결정한 마오쩌둥의 말을 국방장관이 좌우명으로 삼는 것이 맞느냐고 공개 비판했다. 국방부 측은 해당 표현이 정치권에서 널리 사용되는 표현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안 장관 개인을 마오이스트라고 단정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방장관이 사관학교 생도들 앞에서 중국공산혁명의 최고지도자였고 한국전쟁 당시 중국군 개입을 결정한 마오쩌둥을 직접 거론하며 자신의 좌우명과 연결한 행위가 군의 역사인식과 한미동맹의 관점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가 진짜 질문이다.

2. 미국의 대중국 영향력 분석은 간첩을 찾아내라는 수준에서 이미 훨씬 넓어졌다.

미국의 안보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중국공산당이 미국 정치인을 한 명씩 매수한다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다. 핵심은 사회적 결속을 흔들고, 정치적 양극화를 키우며, 미국이 맺고 있는 동맹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미국의 헤리티지재단은 중국의 해외 영향력 공작이 국내 정치·사회적 긴장을 증폭하고 정부와 선거제도에 대한 불신을 조성하며 미국과의 동맹·파트너십에 대한 지지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분석해 왔다. 이 논리를 한국에 적용하면 질문이 달라진다. “한국에 중국 간첩이 몇 명 있는가?”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어떤 균열이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는가?”가 되는 것이다.

3. 미국 측 논리를 한국에 대입했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전진기지보다 전략적 실험공간이라는 개념이다.

20262월 미국의 스팀슨센터는 중국의 영향력 공작이 한미동맹에 미칠 가장 큰 위험을 한미동맹을 떠받치는 정치·사회적 결속의 약화로 규정했다. 특히 중국이 한국을 미국의 동맹 네트워크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고리로 인식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 표현을 더 냉정하게 바꾸면 한국은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영향력 공작을 시험하기에 매력적인 공간이다. 중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하고,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으며, 정치적 양극화가 강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초연결 디지털 사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을 당장 중국의 미국 침투 전진기지라고 규정하는 것은 증거보다 앞서가지만, ‘한미동맹을 둘러싼 영향력 경쟁의 시험장이라는 가설은 미국 안보 논리로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

4. 그 시험장은 총성이 아니라 SNS와 여론에서 먼저 열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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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영향력 공작에 관한 미국의 문제의식은 이제 정보전과 인지전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6년 랜드연구소가 소개한 분석 역시 중국 인민해방군이 한국의 여론에 영향을 주고 선거에 개입하며 한미동맹에 영향을 미치려는 다양한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을 다룬다. 여기에서 마오쩌둥의 인민전쟁을 현대적으로 다시 읽을 필요가 있다. 인민전쟁은 반드시 총을 든 인민군의 행진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중을 정치적 자원으로 만들고, 사회 내부의 여러 세력을 연결하며, 적의 후방을 정치적으로 흔드는 발상이 핵심이었다. 21세기에는 그 후방이 SNS·유튜브·커뮤니티·언론·문화·시민사회가 될 수 있다. 최근 연구가 국가 배후 영향력 작전에서 증오보다 정당·집단·국가 사이의 적대감을 만들어내는 ‘manufactured divisiveness’, 즉 제조된 분열을 별도의 현상으로 분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5.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는 실제로 어디까지 들어와 있는가. 여기서는 선을 분명히 그어야 한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한국의 특정 정당·시민단체·언론·정치인을 중국공산당의 지시를 받는 조직이라고 일괄 규정할 증거는 없다. 중국에 우호적인 태도와 중국공산당의 지휘를 받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러나 영향력 공작은 원래 모든 참가자가 자신이 외부 세력의 도구라고 인식해야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 정보전 논리에서 중요한 것은 자금의 출처, 조직 간 연결, 반복되는 메시지, 플랫폼 확산 패턴, 특정 정책 목표와의 일치, 그리고 실제 지휘·조정의 증거다. 이 기준으로 보면 한국에서 조사해야 할 영역은 이미 상당하다. 정치자금과 해외자금, 중국계 기업 및 단체와의 관계, 학술·문화 교류, 언론·콘텐츠 네트워크, SNS 계정들의 비정상적 확산, 선거 시기 특정 프레임의 동시다발적 유통 등을 하나씩 분리해 검증해야 한다. ‘친중이라는 감정적 낙인보다 훨씬 정교한 방첩·투명성 프레임이 필요한 이유다.

6. 미국에서 벌어지는 CODEPINK·쿠바 논쟁도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에 중요한 비교 사례가 된다.

20267월 미국 국무부는 쿠바를 ‘21세기 공산주의의 수도로 규정하는 보고서를 내놓으며 쿠바가 미국 내 좌파·활동가 네트워크에 영향을 미치고 미국 사회 내부에 혁명적 인프라를 구축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CODEPINK와 민주사회주의자 측은 이를 강하게 반박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국내 정치적 반대세력을 외국의 악성 행위자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충돌에서 한국이 배워야 할 것은 어느 쪽이 무조건 옳다는 결론이 아니다. 외국 영향력 의혹을 조사하되 합법적인 정치적 반대와 외국 정부의 지휘·자금·공작을 동일시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에서 중국·쿠바·좌파 네트워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을 한국에 적용한다면, 우리 역시 마오이즘이라는 단어 하나로 사람을 분류할 것이 아니라 누가 누구에게 돈을 주었고, 누가 누구와 연결됐으며, 어떤 메시지가 어떤 경로로 확산됐는지를 증거로 보여줘야 한다.

7. 결국 한국이 맞닥뜨린 진짜 문제는 중국이 한국을 지배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외부 영향력의 실험장이 될 만큼 취약한가이다.

안규백 장관의 마오쩌둥 좌우명 논란은 그 자체만으로 마오이즘의 한국 침투를 증명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방장관의 역사인식, 한미동맹에 대한 사회적 신뢰, 중국에 대한 인식, 북한 문제, 온라인 정치 양극화가 서로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미국의 전략 분석처럼 중국의 궁극적인 목표를 한국을 친중국가로 만드는 것으로만 이해하면 오히려 핵심을 놓칠 수 있다. 한국 국민이 미국을 불신하고, 한미동맹을 시대착오적인 냉전 유산으로 여기며, 중국을 전략적 위협으로 인식하지 않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중국에는 상당한 전략적 이익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 지금부터 마오쩌둥 사상 침투라는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외국자금 조직 네트워크 미디어·SNS 사회적 분열 정책 여론 동맹 신뢰라는 연결고리를 실증적으로 추적해야 한다. 이것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국내 정치가 아니라 21세기형 인민전쟁의 한국적 변형일 것이며, 반대로 증거가 없다면 그러한 의혹을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는 것 역시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될 것이다. 한국의 방어선은 중국을 무조건 적으로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중국공산당이든 미국이든 북한이든 그 어느 외부 세력도 한국인의 판단과 민주적 선택을 대신하지 못하게 만드는 데 있다.

 

참고자료

  • 안규백 국방부 장관 ‘마오쩌둥 좌우명’ 논란 — 정점식 의원의 비판 및 관련 사실관계.
    동아일보 관련 보도
  • Stimson Center, “Implications of Chinese Influence Operations for South Korea and the US-ROK Alliance” (2026) — 중국 인민해방군의 한국 여론 영향, 선거 개입 가능성, 한미동맹 약화 문제를 직접 다룬 핵심 자료.
    Stimson Center 원문
  • U.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 — China’s Overseas United Front Work — 중국공산당 통일전선공작이 해외에서 잠재적 반대세력을 포섭·중화하고 외국의 정치·사회적 행위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를 분석한 자료.
    USCC 원문
  • USCC, China 201 — 현재 중국의 통일전선공작을 CCP가 중국 밖의 개인·집단을 포섭 또는 압박하여 중국공산당의 요구와 중국의 국가이익에 부합하도록 유도하는 활동으로 설명한다.
    USCC China 201
  • 한국 온라인 공간의 외국 영향력 연구 (2026) — 약 1억1200만 건의 한국 뉴스 댓글과 400만 이용자를 분석해 조직적 조작과 일관된 행동을 보인 2만3998개 계정을 식별했다는 연구. 다만 이것이 모두 중국 정부와 연결됐다는 뜻은 아니며, 연구 자체도 국내 좌우 정치인에 대한 도덕적 비난과 양극화 증폭 가능성에 초점을 둔다.
    연구 원문 — Cross-National Information Attacks
  • 한국의 온라인 정치 양극화 연구 — 2022년 대선 전후 네이버 뉴스 3,300만 건 이상의 댓글을 분석해 정치적 에코체임버와 비대칭적 정서 양극화가 나타났음을 분석한다.
  • RAND의 한국 관련 중국 영향력 공작 분석 — 중국의 여론·선거 영향 및 한미동맹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라는 미국 안보 논리를 한국에 적용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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