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계엄 1년이 지나며, 한국 정치의 여러 면들이 분명해졌지만 그중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이 드러낸 구조적 약점이다. 그의 정치 방식은 단순히 강단이 세거나 승부욕이 강한 차원을 넘어, 측근의 주기적 소모와 충성의 반복적 갱신을 요구하는 특수한 권력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구조는 누군가가 오래 살아남기 어렵다는 특징을 가진다. 오히려 오래 남아 있을수록 위험은 커지고, 결국 제거되거나 스스로 물러나는 형태로 귀결된다.
문제는 이 패턴이 오랜 기간 반복되었다는 점이다. 경기지사 시절, 당대표 선거, 대선 캠프 모두 공통적으로 측근들이 등장해 활약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갈등·제거·거리두기로 정리되는 전형적인 궤적을 보였다. 이재명은 늘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과 멀어졌고, 끝내 그들을 정치적 부담으로 전환하거나 ‘정치적 거리 확보’를 선택했다. 이것은 개인적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그의 정치 스타일에 내재한 구조적 리스크다.
특히 계엄 1년 동안 드러난 사건들은 이러한 패턴을 더욱 뚜렷하게 보여준다. 리더 주변에 안정된 권력 서클이 형성되지 못하고, 충성 경쟁이 내부 갈등으로 재편되며, 결국 측근과 참모는 ‘교체 가능한 자원’으로 소모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리더십의 축적이 아니라 소모를 반복하는 형태로, 장기적인 국정 운영 체계와는 충돌한다.
VON 채널이 지적한 역사적 비유는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 프랑스 혁명기의 로베스피에르는 공포정치를 정당화하며 동료를 제거했고, 마지막에는 자신이 만든 단두대 앞에 서게 되었다. 혁명 동료였던 당통은 죽음 앞에서 “너도 곧 우리 뒤를 따라오게 될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는 권력이 공포에 기반할 때, 그 구조가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교훈이다.
이재명 정치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측근 제거의 순환’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권력 구조가 가진 한계의 표출이다. 측근이 오래 버티지 못한다면, 핵심 의사결정 체계는 불안정해지고, 조직 내부는 지속적인 긴장 속에 놓이게 된다. 이는 리더에게 단기적으로는 유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폭적 구조로 작동한다.
계엄 1년, 한국 정치의 불안정성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발생한 이 구조적 불안이었다. 충성의 재발급을 강요하는 정치 모델은 어느 순간부터 시스템을 지탱하는 힘이 아니라, 시스템을 마모시키는 힘으로 바뀐다. 인적 기반의 약화, 정책 추진의 단절, 내부 공포의 확산은 결국 자신에게 향하는 화살이 된다.
이 지점에서 약한 풍자 하나만 덧붙이자면, 혁명기의 단두대가 항상 칼날을 갈며 기다렸듯이, 정치의 구조적 패턴도 언젠가 그 주인을 향해 되돌아온다. 공포정치는 오래 유지될 수 없고, 충성 경쟁은 끝내 지도자를 고립시킨다. 역사는 반복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윤곽’ 정도는 비슷한 법이다. 그 윤곽 속에서, 누가 단두대의 뒤편에 서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칼날은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대략 짐작은 가능하다.
정치란 결국 구조의 문제이고, 구조는 습관보다 강하다. 그리고 그 구조가 스스로를 잠식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순서의 문제일 뿐이다. 계엄 1년은 우리에게 그 사실을 다시 보여주었다.
참고문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