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12·3 불법계엄 사태 1년을 앞두고, 한국 정치의 축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단순한 정치권 공방이 아니라,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 민심이 여론의 중심에 서면서 전국 정치 지형에 파문을 만들고 있다. 경향신문 르포는 대구를 단일 지역으로 고착시키지 않고, 인터뷰 응답자들의 체감과 반응을 통해 보수 내부의 균열, 내년 지방선거 전망, 계엄 사과 요구의 정당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문제는 이 민심이 실제로 “전체 대구” 혹은 “전체 보수층”을 의미하느냐가 아니라, 현장의 표본이 말하는 방향성—즉,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사과’에 대한 정서가 일정 부분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갤럽·한국리서치 등 최근 1년간의 조사에서도 반복적으로 나온 흐름이다. 특히 20~30대 보수층은 기존 보수정당 지지층과 다른 구조적 특성을 보인다. 대구·경북에서도 20대는 더 이상 ‘무조건적 결집’이 아니며, 사건·이미지·책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1. “보여주기식이라도 사과해야” — 보수 청년층의 기대와 불안
기사의 대학생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키워드는 매우 흥미롭다. 하나는 “사과 필요성”, 또 하나는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이다. 즉, 진정성 여부보다는 **전술·전략적 접근을 요구하는 현실주의 시각**이 강하게 배어 있다.
대구는 오랜 기간 한국 보수정치의 체력실 같은 곳이었다. 그러나 2022–2024 기간 동안, TK 청년층이 보여준 투표 성향과 여론조사 패턴은 “고정 지지층의 균열”을 시사했다. 정권 지지율이 하락할 때 TK에서의 방어력도 약화되었고, 의원·단체장의 선거 성적도 세대별로 확연히 갈렸다.
이런 흐름에서 “장동혁 대표가 사과라도 해야 판이 열린다”는 발언은 단순히 개인 의견이 아니라, 보수 내부의 실리주의적 위기감—즉 “가만히 있으면 진다”는 감각을 반영한다.
2. “사과하면 민주당이 기세등등해진다” — 전통 보수층의 보상심리
반면 중장년·노년층의 일부 반응은 정반대다. “사과하면 역공 당한다”, “프레임에 말려든다”는 인식은 2016–2018년 탄핵 국면, 2022년 이후 검찰·정치 이슈를 거치며 축적된 정치 피로감과 보상 심리의 결과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심리구조가 TK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충청·부산·강원에서도 “사과 = 패배”라는 등식이 일정 수준 존재한다는 조사 결과들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반복돼 왔다. 즉, TK 민심은 특정 지역의 특수한 성향이 아니라, 한국 보수층의 심층 정서가 응축된 형태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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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국 조사 데이터에서 본 계엄 인식: “잘못된 결정”이 다수
2024~2025년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국민의 계엄 인식은 다음과 같다:
- ① “잘못된 결정이었다” 55~63%
- ② “정치적 책임 필요” 50% 이상
- ③ “책임자 사과 필요” 40~50%
반면 “정당한 조치였다”는 의견은 전체의 20% 내외에 머물렀다. 이 수치는 진보·보수로 이분화된 결과가 아니라, **중도층과 보수층 일부가 섞인 수치**라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즉, 대구에서 나온 “사과 요구”는 ‘진보 언론이 찾아낸 특이 의견’이 아니라, 전국적 인식의 일부가 지역 현장에서 표출된 것에 가깝다.
4. 지방선거는 “사과 여부”보다 “세대 구조 변화”가 더 핵심
대구에서 지방선거 전망을 묻는다면, 정작 핵심 변수는 계엄 사과 여부가 아니다. 선거를 결정짓는 것은 다음 세 가지다:
● ① 청년층 지지율의 회복 여부 KT·대전·광주와 마찬가지로 대구에서도 20대·30대는 더 이상 자동 지지층이 아니다.
● ② 지역 공천 경쟁의 투명성 TK에서 공천 갈등은 언제나 내부 분열을 만들고, 이 분열이 곧 민주당의 기회를 만드는 구조가 반복돼 왔다.
● ③ 중앙–지방 연결 구조 정권 지지율이 30% 초반 이하일 때 TK 단체장 선거 결과는 과거보다 더 불확실하다.
따라서 대구 민심의 핵심 메시지는 단순히 “사과하라”가 아니라, “젊은 보수층을 잃지 말라”는 구조적 경고에 가깝다.
5. 보수의 심장 TK는 왜 변하고 있는가
과거 TK는 ‘결집형 지지’가 강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서면서 지역경제 침체, 지방 인구 감소, 청년층 유출이 급격히 나타났다. 이 변화는 정치 성향을 상대적 중도로 이동시키는 요인이 된다.
부동산·일자리·창업·취업 등 실질적 체감 문제가 정당 충성도보다 앞서는 세대가 확대되면서, “사과를 요구하는 보수층”이라는 과거에는 보기 어려운 현상이 등장한 것이다.
6. 결론 — 대구 민심은 ‘보수 쇄신’을 요구하는 상징적 거울
대구 민심을 ‘진보 언론의 샘플’로만 치부하면 오독이다. 대구의 목소리는 지난 5년간의 전국 흐름 속에서 반복된 보수층 내부의 자기성찰 흐름과 정확히 겹친다. 계엄 문제는 그 상징적 소재일 뿐, 실제 메시지는 다음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보수는 더 이상 예전 방식으로 이길 수 없다. 변화·책임·이미지가 미래를 결정한다.”
내년 지방선거의 관전포인트도 결국 이 하나다. 누가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선점하느냐—누가 책임 있는 리더십을 먼저 증명하느냐. 대구 민심의 변화는 그 신호탄일 뿐이다.
참고문헌
- 경향신문. 「[르포] 12·3 불법계엄 1년, 대구 민심을 듣다」(2025.11.30).
- 한국갤럽, 전국지표조사(NBS) 계엄·정치책임 관련 조사(2024–2025).
- 한국리서치. 정치 인식 및 책임성 조사(2024–2025).
- 통계청. 대구·TK 인구변동 및 청년층 유출 통계(2023–2025).
- KIPA·서울대 정부학 연구단. 지방선거 여론 구조 연구(2023–2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