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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12일 일요일

선관위는 뭘 그렇게 잘못했나?...IT 전문가가 선관위에 던진 일곱 질문

 

IT 전문가의 선거 전산망 검증 요구와 선관위 및 여야 정치권의 공방을 표현한 뉴스 썸네일
올림픽공원 재선거 요구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부정선거와 음모론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IT 전문가들은 전산로그 공개, 독립 보안감사와 대만식 현장
 수개표 등 검증 가능한 선거제도를 요구하고 있다./gimages



서울 올림픽공원 앞에서 시작된 재선거 요구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출발점은 거대한 음모론이 아니었다. 6·3 지방선거 당일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지연되거나 중단된 실제 사고였다.

이후 시민들은 투표함과 투표지가 보관된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주변에 모여 진상 규명과 재선거, 당일투표와 수개표를 요구했다. 6월 27일에는 시위가 23일째 이어졌고, 현장에서는 “부정선거 재선거”와 “당일투표 수개표” 등의 구호가 나왔다.

정치권은 곧바로 둘로 갈렸다. 국민의힘 일부 인사들은 참정권 침해와 재선거 필요성을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은 투표지 이송을 막는 현장 시위를 비판하며 정치적 이익을 위한 선동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올림픽공원에 보관된 투표함을 선관위로 이송해야 한다며 시민들의 협조를 요청했고, 장동혁을 비롯한 야권 인사들의 재선거 주장을 정치적 행동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양당이 ‘부정선거냐 음모론이냐’를 놓고 싸우는 동안 정작 IT 전문가들이 던진 질문은 정치권의 언어와 달랐다.

“조작이 있었다고 믿으라는 것이 아니라, 조작 여부를 누구나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라는 것이다.”

IT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은 ‘조작 확정’이 아니라 ‘검증 가능성’이다

일부 IT·보안 전문가들은 선거 전산시스템의 위험을 설명하며 통합선거인명부, 사전투표 관리, 개표 결과 전송, 중앙집계 서버, 관리자 권한과 접속기록을 핵심 검증 대상으로 지목한다.

이들의 주장은 모든 선거가 조작됐다는 결론과는 다르다. 전산시스템은 설계와 운영 권한을 가진 소수의 내부자에게 집중될 수 있고, 외부에서는 프로그램의 작동 과정과 데이터 변경 이력을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에 독립적인 감사와 원본 대조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경고다.

통합선거인명부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확정된 선거인명부의 전산자료 복사본을 이용해 하나의 명부로 작성된다. 중앙선관위는 동일인이 두 번 이상 투표하지 못하도록 기술적 조치를 해야 하며, 통합명부 자체는 전산조직을 이용해 운영된다.

전문가들이 문제 삼는 지점은 통합명부가 실제로 조작됐다는 확정적 증거가 아니라, 명부의 생성과 수정, 접속, 조회 과정이 일반 유권자나 외부 참관인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종이 명부에서는 유권자의 서명과 투표 여부를 사람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전산 명부는 관리자 권한과 로그, 서버 기록을 신뢰해야 한다. 누가 언제 어떤 자료를 수정했는지에 대한 불변 로그가 남고, 정당과 외부 전문가가 이를 독립적으로 검사할 수 있어야 의혹을 기술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관위 전산망에 취약점이 있었다는 것은 이미 확인됐다

선거 전산시스템의 위험이 단순한 상상만은 아니라는 근거도 있다.

국가정보원과 선관위, 한국인터넷진흥원은 2023년 합동 보안점검을 실시한 뒤 투·개표 시스템의 해킹 취약점과 선관위의 사이버 보안관리 부실을 확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점검은 시스템 취약점, 해킹 대응 실태, 기반시설 보안관리 등 세 분야에서 진행됐다.

이 점검 결과가 과거 선거에서 실제 득표수가 바뀌었다는 증거는 아니다. 국정원 역시 보안 취약점 점검과 실제 선거조작 입증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선거 결과를 관리하는 국가 핵심 전산망에 해킹 취약점이 다수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선관위에는 무거운 책임이 발생한다.

국민에게는 “실제 침해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어떤 취약점이 발견됐고, 언제 보완됐으며, 개선된 시스템을 누가 다시 검증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보안 전문가의 관점에서 “침해 증거를 찾지 못했다”와 “침해가 불가능했다”는 전혀 다른 말이다. 로그가 충분히 보존되지 않았거나 감시체계가 부실했다면 침해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결론만으로 시스템의 무결성을 완전히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자투표가 편리하다고 반드시 안전한 것은 아니다

일부 정치권과 행정기관에서는 인력 부족, 투표용지 수급, 기표 오류, 개표 지연 같은 문제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전산화와 전자투표 확대를 거론한다.

그러나 선거에서 편리함과 안전성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미국 사이버보안·인프라보안국은 선거를 뒷받침하는 물리적 시설과 사이버시스템 모두를 핵심 기반시설로 보고 별도의 선거보안 체계를 운영한다. 선거 장비와 네트워크가 연결될수록 악성코드, 계정 탈취, 데이터 변조, 서비스 장애와 공급망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투표가 100% 디지털 데이터로만 존재한다면 사후 검증의 기준도 프로그램과 전산기록에 의존하게 된다. 프로그램과 서버를 의심하는 시민에게 같은 프로그램에서 나온 로그만 제시한다면 의혹을 해소하기 어렵다.

따라서 전자시스템을 활용하더라도 유권자가 직접 확인한 종이 투표지, 현장 집계표, 정당 참관인이 확인한 기록처럼 전산망과 독립된 검증 수단을 반드시 남겨야 한다.

한국은 현재 종이 투표지를 사용하고 있으며 투표지분류기가 후보별로 분류한 뒤 사람이 다시 확인하는 절차를 운영한다. 이를 곧바로 ‘완전 전자투표’라고 부를 수는 없다.

다만 선거인명부와 사전투표 관리, 장비 운영, 개표 결과 집계와 전송에 전산시스템이 폭넓게 사용되는 만큼, 실물 투표지와 전산결과를 연결하는 감사 절차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선관위는 왜 “믿어달라”는 방식으로 대응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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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는 그동안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실제 조작 증거가 없고 투·개표 과정은 정당 참관인과 선거사무원, 수검표 절차를 통해 관리된다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허위 주장이 광범위하게 확산하면 선거관리기관이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선관위 대응의 가장 큰 문제는 시민들의 질문을 “부정선거가 있었느냐”라는 하나의 결론으로만 좁혔다는 점이다.

IT 전문가와 시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구체적 자료다.

선거인명부에 누가 접속했는가. 변경 기록은 얼마나 오래 보존되는가. 관리자 계정은 어떻게 통제되는가. 선거용 장비의 프로그램은 누가 검증하는가. 개표소 결과와 중앙집계 결과를 독립적으로 대조할 수 있는가. 보안사고가 발생하면 로그가 자동으로 보존되는가.

이 질문에 대해 “조작은 없었다”는 답만 반복하면 대화가 성립하지 않는다.

시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선관위의 선의가 아니라 선관위 직원에게 악의가 있더라도 결과를 바꾸기 어려운 구조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서 다시 드러난 대응의 한계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관위 불신을 다시 폭발시킨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선거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물품인 투표용지가 부족했다는 것은 전산조작 여부와 무관하게 선거관리 실패다. 유권자가 투표소에 도착했는데 용지가 없어 기다리거나 돌아가야 했다면 참정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된 것이다.

이후 국회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선거관리 개혁을 다루기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했고, 특위 위원들은 송파구 선관위와 올림픽공원 현장을 조사했다.

중앙선관위는 뒤늦게 올림픽공원에 보관된 약 247만 표를 공개적으로 검증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현행법상 선관위가 직권으로 재검표할 근거는 없지만 국정조사특위 의결을 거쳐 투표지 검증 형식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예상 비용 약 5천만 원도 선관위가 부담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공개 검증을 검토한 것은 늦었지만 필요한 변화다.

그러나 선관위가 처음부터 투표지 보존과 공개 검증, 독립 조사 일정을 제시했다면 시민들의 불신이 장기간 현장 봉쇄와 재선거 요구로 번지는 것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민주당은 왜 모든 문제를 ‘음모론’으로 돌리나

더불어민주당은 올공 시위 과정의 과격한 구호와 투표함 이송 방해, 일부 참가자들의 근거 없는 부정선거 주장을 비판했다.

실제 증거 없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가 전산을 조작했다고 단정하는 행위는 선거의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다. 폭력이나 시설 점거, 공무집행 방해 역시 허용될 수 없다.

그러나 시민 집회 전체를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규정하면 실제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하지 못했거나 선거관리 실패에 분노한 시민들의 문제 제기까지 지워진다.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선관위를 대신해 “아무 문제 없다”고 방어하는 것이 아니다.

선거 결과에 자신이 있다면 오히려 투표지 공개 검증, 전산로그 보존, 독립 보안감사와 현장 수개표 확대를 가장 먼저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검증을 거부할수록 의혹은 사라지지 않는다. 공개 검증을 통해 조작이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민주당에도 가장 강력한 정치적 방어가 된다.

국민의힘은 왜 증거보다 ‘재선거’를 먼저 외치나

국민의힘과 보수 정치권 일부는 투표용지 부족을 참정권 침해로 규정하고 재선거와 전면적 선거검증을 주장했다.

투표 기회를 상실한 유권자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책임자 문책과 법적 구제, 선거 결과에 미친 영향 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전체 선거를 다시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은 투표용지 부족 규모, 미투표 인원, 선거 결과에 미친 영향, 현행 선거법상 무효 사유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설득력을 얻는다.

전산조작 가능성을 주장하면서 정작 서버 로그, 장비 분석, 투표지 대조와 같은 기술적 증거보다 정치적 구호를 먼저 내세우면 검증 요구 자체가 약해진다.

국민의힘이 해야 할 일은 막연히 “부정선거”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독립 보안감사의 범위, 로그 공개 기준, 투표소 현장 개표 시범사업, 통합선거인명부 감사 방법을 법안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정치인은 ‘부정선거’를 말하고 IT는 ‘검증’을 말한다

현재 정치권의 문제는 양쪽 모두 결론을 먼저 정해놓았다는 데 있다.

한쪽은 선거가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은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음모론자로 규정한다.

그러나 IT 보안은 믿음이나 진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취약점이 있는가. 권한은 분리돼 있는가. 데이터 변경 이력이 남는가. 로그를 삭제할 수 있는가. 원본과 결과를 대조할 수 있는가. 제3자가 동일한 결과를 재현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선거 신뢰도 이 질문에 답할 때 회복된다.

정치인은 부정선거와 음모론을 놓고 싸우지만, IT 전문가는 누구도 믿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을 만들라고 요구한다.

대만은 왜 아직도 현장에서 손으로 표를 세나

대안으로 자주 거론되는 것이 대만식 투표소 현장 개표다.

대만 중앙선거위원회에 따르면 모든 선거에서 유권자는 선거위원회가 제공한 기표도구로 종이 투표지에 직접 표시하며 전자투표는 사용하지 않는다.

투표가 끝나면 해당 투표소를 개표소로 전환한다. 투표함을 열고 투표지를 한 장씩 꺼내 후보 이름을 소리 내어 읽으며, 참관인과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집계한다. 개표 완료 뒤 투표소 결과를 작성해 상급 선거기관으로 전달한다.

이 방식은 빠르거나 편리하지 않다. 많은 인력과 투표소가 필요하고 개표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장점은 분명하다.

투표함을 먼 개표소로 이동하는 과정이 줄고, 시민이 실물 투표지를 직접 보며, 각 투표소의 현장 집계표와 중앙 발표를 대조할 수 있다.

대만과 한국의 투·개표 방식을 비교한 국내 연구 역시 대만의 투표소 수작업 개표가 한국의 투표지분류기 중심 방식에 대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두 나라의 투표소 수, 인력, 선거 종류와 행정 환경이 달라 전면 도입 전에 한국적 적용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재선거 공방을 끝낼 일곱 가지 대안

첫째, 통합선거인명부의 접속·조회·수정 로그를 변경 불가능한 형태로 보존하고 선거 후 여야와 독립 전문가에게 감사를 맡겨야 한다.

둘째, 사전투표자 수와 실제 투표지 수, 회송용 봉투 수를 투표소 단위로 상호 대조해 공개해야 한다.

셋째, 투표지분류기와 계수기의 프로그램, 검증 절차, 장비 봉인과 반출입 기록을 정당 추천 보안전문가가 함께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

넷째, 개표소에서 작성된 최초 집계표를 촬영·공개하고 중앙집계 결과와 자동 대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다섯째, 선관위와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 보안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보안점검 결과와 개선 이행률을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여섯째, 일부 지역에서 대만식 투표소 현장 수개표를 시범 실시해 비용과 정확성, 개표시간, 시민 신뢰도를 현재 방식과 비교해야 한다.

일곱째, 투표용지 부족이나 장비 오류처럼 참정권 침해 사고가 발생하면 관련 문서와 CCTV, 전산로그, 통화기록을 즉시 동결하는 선거증거보존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선관위는 뭘 그렇게 잘못했나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통합선거인명부가 조작됐다거나 전산으로 특정 후보의 득표수가 바뀌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2년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승리한 것이 전산조작의 한계를 입증했다는 주장 역시 전문가 또는 인터뷰 당사자의 추정이지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그러나 선관위의 잘못은 실제 조작이 입증돼야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선거 전산망의 취약성을 장기간 방치했고, 국민이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검증 구조를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기본적인 행정 실패로 유권자의 참정권을 위협했고, 사고 직후 원자료 공개와 독립 검증보다 기관의 해명을 앞세웠다.

시민들의 합리적인 보안 질문과 근거 없는 부정선거 단정을 구분하지 못한 채 상당 부분을 음모론으로만 취급했다.

그리고 정치권이 선거 불신을 정쟁의 도구로 소비하는 동안, 검증 가능한 선거제도를 먼저 제안하지 못했다.

선관위가 잃은 것은 단순한 행정 신뢰가 아니다. 대한민국 선거 결과를 국민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드는 민주주의의 신뢰다.

재선거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검증 가능한 선거다

재선거를 주장하는 시민들에게 증거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 선거 결과를 무효화하려면 실제 위법행위와 결과에 미친 영향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시민들에게 증거를 요구하려면 국가도 증거에 접근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해야 한다.

로그와 원자료는 선관위가 가지고 있고, 장비와 프로그램은 선관위가 관리하며, 투표지와 명부도 선관위가 보관한다. 모든 자료를 가진 기관이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채 시민에게 먼저 증명하라고 요구하면 불신은 끝나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증거 없는 부정선거 구호에서 벗어나 검증 절차를 법제화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모든 문제 제기를 음모론으로 몰기보다 공개 검증을 통해 선거 결과의 정당성을 증명해야 한다.

선관위는 정치권 뒤에 숨지 말고 외부감사와 데이터 공개, 현장 수개표 실험을 받아들여야 한다.

선거는 믿으라고 강요해서 믿는 것이 아니다.

누구도 선관위나 정당, 정부의 선의를 믿지 않아도 같은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신뢰가 생긴다.

IT 전문가들이 요구하는 것도 특정 후보의 승리나 패배가 아니다.

결과를 바꾸기 어렵고, 문제가 생기면 흔적이 남으며, 국민이 직접 검증할 수 있는 선거다.

부정선거냐 음모론이냐는 정치적 싸움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대한민국의 선거를 더 투명하게 만드는 일이다.


참고문헌

  1. 국가정보원, 「투·개표 시스템 해킹 취약점 등 선관위 사이버 보안관리 부실 확인」, 2023년 10월 10일.
  2. 국가법령정보센터, 공직선거법 제44조의2 ‘통합선거인명부의 작성’.
  3. 미국 사이버보안·인프라보안국, Election Security 자료.
  4. 연합뉴스, 「잠실개표소 봉쇄시위 23일째…홍대 일대서도 재선거 요구」, 2026년 6월 27일.
  5. 연합뉴스, 「與 ‘올림픽공원 투표함, 선관위로 이송해야’」, 2026년 6월 18일.
  6. 연합뉴스TV, 「선관위 국조특위 전원 내달 2일 올림픽공원 현장방문」, 2026년 6월 29일.
  7. MBC, 「중앙선관위 ‘올공 투표용지 재검표 하겠다’」, 2026년 7월 6일.
  8. 조선일보, 「선관위 ‘올림픽공원 투표용지 재검표 검토’」, 2026년 7월 7일.
  9. 대만 중앙선거위원회, Characteristics of Taiwan Elections.
  10. 대만 중앙선거위원회, What is the procedure for counting votes?
  11. 대만 중앙선거위원회, What is the procedure for tabulating votes?
  12. 이준한, 「대만과 한국의 투개표 방식 비교연구: 대만식 투표소 개표방식과 한국적 도입」, 『아태연구』 제31권 제4호, 2024.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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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7일 화요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 뒤 ‘재선거’ 요구와 ‘검증 뒤 이송’ 해법...올공 시민 · 장동혁 발칵, 불신의 벽을 넘을까

 

AI 생성 삽화, 장동혁 대표의 올림픽공원 현장 행보와 중앙선관위의 투표지 재검증 발표를 상징하는 정치 뉴스 그래픽
중앙선관위는 올림픽공원 개표소에 보관된 투표지 247만 장을
 검증한 뒤 과천으로 이송하는 방안을 국조특위에 보고했다./g-images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남아 있는 247만 장의 투표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한 달 넘게 이어진 ‘올공 사태’는 이제 거리의 구호가 아니라, 국가가 선거 신뢰를 어떤 방식으로 회복할 것인가를 묻는 시험대가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7일 국회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올림픽공원 개표소에 보관된 투표지들을 이송하기 전 검증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선관위가 내놓은 핵심은 단순하다. 국조특위 의결이 이뤄지면 투표지를 육안으로 재확인하고, 후보자·정당별 분류 상태를 점검한 뒤 심사계수기로 매수를 다시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440명을 투입하면 약 9시간, 비용은 약 5000만원이 든다는 계산도 나왔다. 검증 과정에는 국조특위 위원뿐 아니라 정당·후보자 추천 참관인과 언론도 참여시키고, 검증 후에는 투표지를 과천 중앙선관위 선거홍보관으로 옮겨 특수 봉인지와 CCTV로 관리하겠다는 방안이다. 서울시장 선거분 37만 장만 먼저 확인할 경우에는 200명, 5시간, 2200만원이 필요하다는 세부안도 제시됐다.

겉으로만 보면 행정적 해법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핵심은 투표지의 물리적 보관 장소가 아니다. 국민이 묻는 것은 “누가 어디에 보관하느냐”를 넘어 “왜 투표가 멈췄고, 부족분은 어떻게 발생했으며, 개표 결과가 어떤 절차로 검증되는가”다. 투표지를 옮기는 일은 가능하다. 하지만 무너진 신뢰까지 함께 옮길 수는 없다.

사태의 출발점은 분명했다. 6·3 지방선거 당시 전국 91개 투표소에서 실제로 7194장의 투표용지가 부족했고, 26개 투표소에서는 투표가 한때 중단됐다. 투표 중단 시간의 합계는 10시간을 넘었고, 일부 투표소는 마감시각 이후까지 투표가 이어졌다.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시민의 참정권이 현장에서 흔들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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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틈으로 정치가 들어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6월 6일 국회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 특검과 선관위 개혁 논의를 요구했고, 이튿날 올림픽공원 현장을 찾아 재선거 요구가 이어지는 시민들과 함께했다. 장 대표는 올림픽공원을 “민주주의의 성지”라고 표현하며 재선거 주장을 전면에 세웠다.

여기에 더해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국민 참정권을 침해한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로 규정하며 선관위 특검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수사 범위에는 투표용지 인쇄 물량 축소 경위, 선거일 지휘부 보고의 누락·지연, 선관위 내부의 부패와 무능까지 포함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특검 추천 방식과 관련해 여야가 아닌 대한변협 등 제3자가 추천하는 방식이 선관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더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선관위가 내놓은 ‘검증 뒤 이송’ 방안만으로는 책임 규명까지 갈 수 없으며, 별도의 수사 장치가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제안에 즉각 반발했다. 장동혁 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는 민주당이 추천 과정에서 빠져야 하며, 특검의 수사 범위도 선관위 내부와 이번 사태에 한정하지 말고 과거의 의사결정 구조와 이른바 ‘선거 카르텔’ 의혹까지 폭넓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국민의힘은 위철환 중앙선관위 위원장 직무대행이 과거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장 등을 지냈고, 지난 대선에서 당시 이재명 후보를 공개 지지한 이력이 있다며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제기해 왔다. 반면 민주당은 위 위원이 당원이 아니었고, 법조인으로서의 사회활동이었다며 정치적 편향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시민들이 마주한 것은 ‘누가 특검을 추천할 것인가’라는 또 하나의 신뢰 위기다. 한병도 원내대표의 제3자 추천론은 여야 추천 특검의 정쟁화를 피하자는 취지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제기하는 위철환 직무대행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까지 겹치면서, 제3자 추천이라는 말만으로 공정성이 자동 보장되기는 어렵다. 특검 추천 주체와 후보 검증 기준, 이해충돌 여부, 수사 범위, 중간 수사 결과 공개 원칙까지 모두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부족했던 것이 설명과 신뢰였다면, 해법 역시 비공개 협상이나 정치적 거래가 아니라 공개된 절차에서 출발해야 한다.

하지만 선거의 신뢰를 되찾는 길은 정치 구호가 더 커지는 데 있지 않다. 재선거는 법률적 요건과 사법적 판단을 거쳐야 할 문제다. 반대로 선관위 역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말 뒤로 숨을 수 없다. 국민의 불신이 커진 이유는 부족한 투표용지 자체만이 아니라, 사고 이후의 설명과 검증이 충분히 투명하지 않았다고 느낀 시민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미 현장 충돌의 비용도 작지 않았다. 지난 2일 국조특위가 올림픽공원 개표소에 진입할 당시 경찰 약 1500명이 투입됐고, 봉쇄 시위 참가자들을 이동 조치하는 과정에서 60대 남성이 경찰관을 밀친 혐의로 체포됐다. 특위는 약 36분간 내부를 확인했지만, 투표함 개봉이나 투표지 수량 확인 같은 실질 검증은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선관위의 재검증안은 늦었지만 필요한 첫걸음이다. 다만 ‘검증’이라는 단어만으로는 부족하다. 검증의 전 과정은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있도록 공개돼야 한다. 어떤 상자를 열었는지, 어떤 순서로 분류했는지, 기존 개표상황표와 몇 장이 일치했는지, 이견이 발생했을 때 누가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실시간으로 남겨야 한다. 국민은 결과만 통보받는 구경꾼이 아니라, 절차를 확인할 권리가 있는 주권자다.

이번 사태를 부정선거로 단정할 근거가 현재 공개 검증에서 확인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단순 실무 착오로 축소해도 안 된다. 선거는 결과만 공정하면 되는 절차가 아니다. 유권자가 제때 투표할 수 있었는지, 투표지가 정확히 관리됐는지, 검증 과정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었는지까지 공정해야 한다.

장동혁 대표의 현장 행보는 정치권이 이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중앙선관위의 247만 장 검증안은 행정기관이 이제라도 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치가 불신을 동원하는 데 그치고, 선관위가 상자만 옮기는 데 그친다면 올림픽공원은 민주주의의 성지가 아니라 국가가 참정권 위기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장소로 남을 수 있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재선거라는 구호 하나도, 조용한 이송 계획 하나도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개된 검증, 책임 있는 설명, 그리고 다시는 투표소에서 국민이 투표용지를 기다리지 않게 만드는 제도개혁이다.

참고문헌

  1. MBC, 전국 91개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 규모와 투표 중단 현황 보도.
  2. 중앙선관위의 247만 장 재검증·참관·이송 계획 보도.
  3. 중앙선관위가 제시한 440명·9시간·5000만원 검증 추산 및 과천 이송 취지.
  4. 7월 2일 국조특위 현장 진입 당시 경찰 투입과 실질 검증 미진행 보도.
  5. 장동혁 대표의 6월 6일 특검·선관위 개혁 요구.
  6. 장동혁 대표의 6월 7일 올림픽공원 현장 방문 및 재선거 주장.
  7. 연합뉴스, 「한병도 “이번주 선관위 특검법 제출…특검, 제3자 추천이 공정”」, 2026년 7월 5일. — 한병도 원내대표의 특검법 발의 예고, 인쇄 물량 축소·보고 누락·선관위 내부 부패 등을 수사 범위에 넣겠다는 발언, 대한변협 등 제3자 추천 제안의 근거.
  8. 연합뉴스, 「국힘 “실효성 없어”…與 ‘선관위 특검 제3자 추천안’에 반대」, 2026년 7월 5일. — 국민의힘의 야당 추천 특검 요구와, 주진우 의원이 위철환 직무대행의 대한변협 회장 이력을 들어 제3자 추천안에 문제를 제기한 내용.
  9. 프레시안, 「국민의힘 “선관위 특검, 수사대상 1호는 위철환…‘제3자 추천’ 반대”」, 2026년 7월 6일. — 장동혁 대표의 ‘야당 추천·수사 범위 확대’ 요구와, 국민의힘 지도부가 제기한 위철환 직무대행 관련 이해충돌 논란을 담은 자료.
  10. 뉴시스, 「‘李 사시 동기’ 위철환 중립성 공방…與 “당원 가입 안 해” 국힘 “사퇴해야”」, 2025년 10월 1일. — 위철환 직무대행의 문재인 대선캠프 본부장·민주당 윤리심판원장 경력, 그리고 본인이 민주당 당원으로 가입하거나 활동한 바 없으며 윤리심판원은 외부 법률가 중심의 독립 합의제 기구라고 설명한 청문회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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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24일 수요일

출국은 막히고 조사는 미뤄지고…모스 탄 사건, 한국 정치의 또 다른 국제시험대

 

모스 탄 전 미국 국무부 대사의 경찰 조사 불출석과 한국 사법 절차 논란을 상징하는 국제 인권 뉴스 이미지
모스 탄 전 대사가 언론 노출 우려를 이유로 경찰 조사기일 변경을
 요청하면서, 수사 절차와 인권보호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ghost-jtbc


모스 탄 전 미국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가 경찰 조사 직전 출석하지 않았다. 주류 보도는 대체로 “사진이 찍히면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며 불출석했다”는 장면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단순한 불출석 해프닝으로만 보면 놓치는 것이 있다. 공적 권력을 비판해 온 외국 국적의 인권 전문가가,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출국이 제한된 상태에서 경찰 조사와 언론 노출을 동시에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과연 정상적 법집행의 모습인가라는 질문이다.

탄 교수 측은 경찰청 출석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 조치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청 진입 동선과 언론 노출을 둘러싼 사전 협의가 있었지만, 출석 직전 보호 조치가 달라졌다는 것이 변호인단의 설명이다. 경찰은 조사를 거부한 것으로 보지 않고 일정을 재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즉 이번 사태는 “조사를 피했다”는 한 줄보다, 수사기관과 피의자 측이 공개 노출·안전·절차적 보호를 두고 충돌한 사건에 가깝다.

물론 모스 탄의 발언은 검증 대상이다. 공적 인물과 선거, 형사 의혹을 둘러싼 주장이라면 사실관계가 확인돼야 하고, 허위사실에 따른 법적 책임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법적 책임을 묻는 절차와 비판적 발언자를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는 절차는 구분돼야 한다. 특히 그가 이재명 대통령의 사퇴와 선거 검증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해 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수사가 정치적 논쟁의 연장선으로 비쳐지지 않도록 더 높은 절차적 투명성이 필요하다.

한국 사법체제는 수사 대상자의 방어권과 인격권을 보장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경찰은 왜 비공개 출석 또는 노출 최소화 방안을 끝까지 신뢰 가능하게 설계하지 못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피의자가 언론에 노출되는 것이 곧 유죄를 뜻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누구에게나 적용돼야 한다. 사진 한 장이 문제가 아니라, 그 사진이 이미 형성된 정치적 낙인과 결합해 재판 전 처벌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 사건은 모스 탄 개인의 주장에 동의하느냐 반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더 큰 질문은 이것이다. 한국에서 대통령을 비판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문제 삼는 외국 국적 인사가 형사수사와 출국제한의 대상이 되었을 때, 국제사회는 이를 독립적 수사로 볼 것인가, 아니면 정치적 발언을 다루는 국가의 태도로 볼 것인가.

이재명 정부와 수사기관이 정말 자신 있다면 답은 강압이 아니다. 더 투명한 절차다. 혐의 사실, 적용 법리, 출국정지 필요성, 재수사 사유, 조사 과정의 인권보호 장치를 국민과 국제사회가 검증할 수 있게 공개해야 한다. 대통령 비판은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불편한 비판을 다루는 방식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수준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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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 탄의 불출석은 분명 그에게도 부담스러운 장면이다. 공적 발언을 했다면 조사 절차에 응해 자신의 주장과 근거를 설명해야 한다. 동시에 경찰 역시 피의자 조사라는 이름 아래 언론 노출과 정치적 낙인이 결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사건의 진짜 역설은 “사진이 찍히면 안 간다”는 말이 아니다. 대통령을 향해 가장 거친 비판을 던진 외국인 인권 전문가가, 한국의 법 절차 안에서 얼마나 공정하게 다뤄질 수 있는지를 세계가 지켜보게 됐다는 데 있다.

미국 국무부와 워싱턴의 시선도 이제 완전히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은 한국을 자유민주주의 동맹국으로 규정해 왔지만, 동시에 국무부 인권보고서에서는 표현의 자유 제한과 형사법을 통한 발언 규제 문제를 꾸준히 언급해 왔다. 모스 탄 사건이 단순한 개인의 명예훼손 수사로 끝날지, 아니면 정부 비판과 선거 의혹 제기를 둘러싼 절차적 권리 논쟁으로 번질지는 한국 수사기관의 태도에 달려 있다. 수사가 공정하다는 확신을 주려면, 혐의와 증거를 명확히 제시하는 것만큼이나 조사 과정에서의 방어권·언론 노출 최소화·출국 제한의 비례성까지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한다.

미셸 스틸 주한 미국대사의 부임도 이런 맥락에서 상징성이 작지 않다. 스틸은 상원 인준을 통과한 한국계 미국인 보수 정치인으로, 청문회에서 한미 동맹, 시장 접근, 투자 약속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아직 모스 탄 사건이나 선관위 논란에 대한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지만, 새 대사가 서울에 부임한 뒤 한국의 사법 절차와 표현의 자유, 선거 제도 논란이 미국 의회와 행정부의 관심사로 번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한국 내 논란이 외교 현안과 맞물릴 경우, 정부가 “국내 수사 사안”이라고만 선을 긋기 어려운 국면이 올 수 있다.

선관위 문제도 마찬가지다. 부정선거 의혹이 사실로 확정됐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며, 검증되지 않은 주장까지 국제 이슈로 과장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투표용지 부족, 자료 보존과 폐기 경위, 국정조사 증언, 선거관리기관의 설명 책임은 민주주의 국가라면 국제사회가 당연히 주목할 수 있는 주제다. 한국 정부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외부의 비판 그 자체가 아니라, 국내에서 제기된 의문에 기록과 절차로 답하지 못해 “선거의 투명성”과 “법치의 공정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상황이다.

참고문헌

  • 연합뉴스, “U.S. professor accused of defaming President Lee fails to appear for police questioning,” 2026년 6월 24일.
  • MBC, 「모스탄, ‘허위정보 유포’ 첫 조사 불출석‥‘사진 한 장이라도 안 돼’」, 2026년 6월 24일.
  • 뉴시스, 「‘모스 탄’ 첫 경찰조사 불발…‘사진 한 장이라도 찍히면 안 돼’」, 2026년 6월 24일.
  • Korea JoongAng Daily, “Professor skips Lee defamation questioning,” 2026년 6월 24일.
  • 연합뉴스, “Court denies suspension of exit ban against U.S. scholar under probe for defaming Lee,” 2026년 6월 4일.
  • Human Rights Watch, “South Korea: Human Rights Issues for New Government,” 2025년 6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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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투표용지 상자, 멈춘 증인들…올림픽공원 시민의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


올림픽공원 투표함 감시 집회와 선관위 압수수색, 국정조사 논란을 상징하는 선거 신뢰 뉴스 이미지
투표용지 부족 사태 뒤 올림픽공원 앞 시민 집회와 선관위 압수수색,
 국정조사 증인 불출석이 겹치며 선거 기록 공개 요구가 커지고 있다./ghost-kbs


올림픽공원 앞에서 시민들이 밤을 새워 지키려 했던 것은 단순한 투표함이 아니었다. 그들이 지키려 한 것은 “국민의 한 표가 어디서 부족해졌고, 누가 어떤 판단을 했으며, 그 기록은 끝까지 남아 있는가”라는 질문이었다. 그런데 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과 국정조사가 동시에 시작된 지금, 국민이 마주한 장면은 진실 규명이 아니라 또 다른 침묵의 벽에 가깝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행정 착오라는 한 줄의 설명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서울 일부 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를 하지 못하거나 장시간 대기해야 했고, 개표가 이뤄진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는 재선거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모였다. 현장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약 1만 명이 집결했고, 시민들은 투표함 반출을 막아야 한다며 출입구 주변을 지켰다.

그 장면을 단순한 집회나 정치적 소동으로만 이해하면 본질을 놓친다. 시민들이 분노한 이유는 특정 정당의 승패 때문만이 아니었다. 선거라는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절차에서, 한 표를 행사하려던 시민들이 “용지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참정권은 행정 편의보다 뒤로 밀릴 수 없는 권리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해명’이 아니라 기록의 공개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 송파·서초·강남·광진·동작구 선관위 등 7곳을 압수수색했다. 수사기관은 투표용지 인쇄계획서, 회의록, 예산서, 관련 전자정보 등을 확보해 인쇄 수량 결정과 배급 과정, 보고 체계와 고의성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제 문제는 “누가 잘못했는가”를 말로 설명하는 단계가 아니다. 인쇄 수량은 누가 결정했는지, 최소 인쇄 기준은 왜 바뀌었는지, 현장에서 부족 신호가 올라왔을 때 누구에게 보고됐는지, 보완 지시는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전자결재와 회의록과 통화 기록은 무엇을 남기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잠실7동 제2투표소 투표용지 보관상자 폐기 문제가 불거졌다. 법원은 선관위가 폐기했다고 밝힌 상자의 폐기 업체 정보, 폐기 시점, 반출 CCTV, 투표용지 준비 장부 등에 대해 증거보전 절차를 일부 받아들였다. 관련 고발 사건도 합수본으로 이첩돼 수사 대상이 됐다.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상자 폐기가 곧바로 증거인멸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선거 과정의 핵심 물건이 폐기됐고, 법원이 폐기 경위 확인을 요구했으며, 수사기관이 관련 의혹을 들여다보는 단계라면 선관위는 “통상 절차였다”는 말로 끝낼 수 없다. 언제, 누가, 어떤 근거로, 무엇을 폐기했고, 무엇은 아직 남아 있는지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국정조사는 수사 중이라는 말 뒤에 멈춰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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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본격 가동된 첫날, 핵심 증인들이 대거 불출석했다.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과 위철환 위원장 직무대행은 출석했지만, 중앙선관위원 다수와 서울·송파 선관위 관련 핵심 인사들이 빠졌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무책임하다고 질타했다.

이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수사 중’이라는 말이 모든 답변을 막는 만능 방패가 되는 것이다. 형사수사는 누가 범죄를 저질렀는지 따지는 절차다. 그러나 국정조사는 행정이 왜 실패했는지, 누가 어떤 보고를 받았는지, 제도는 왜 멈췄는지, 재발을 막기 위해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묻는 절차다. 둘은 역할이 다르다.

피의자의 방어권은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선관위의 인쇄 기준은 왜 조정됐는지, 누가 전결했는지, 현장 보고 체계가 왜 멈췄는지, 유권자에게 사과와 보상이 어떻게 이뤄질 것인지는 형사처벌 여부와 별개로 국민에게 답해야 할 행정 책임이다.

올림픽공원에서 시작된 시민의 질문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시민들은 그날 “재선거”를 외쳤다. 국회와 수사기관이 반드시 재선거라는 결론에 도달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그 요구는 국가가 선거 절차에 실패했을 때 어떤 수준의 설명과 책임을 져야 하는지 묻는 정치적 경고였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이 위기를 넘기려면 자료를 최소한으로 제출하고, 증인 출석을 늦추고, 수사 중이라는 말로 답변을 피하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 오히려 반대로 해야 한다. 투표용지, 인쇄계획, 배급기록, 현장 투표록, 서버 로그, 전자결재, CCTV, 폐기 문서와 폐기물 처리 기록까지 보존 현황을 공개하고, 국정조사에 성실하게 응해야 한다.

선거의 신뢰는 선관위가 선언한다고 회복되지 않는다. 올림픽공원 앞에서 시민들이 요구했던 것은 하나였다. “국민의 한 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록으로 답하라.” 그 요구에 답하지 못하는 국정조사와 수사는 또 하나의 상처가 될 뿐이다.

참고문헌

  • MBC 뉴스데스크, 「투표소 이어 개표소도 막아‥‘재선거’ 집회」, 2026년 6월 6일. 잠실7동 투표함 개표가 이뤄진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재선거 요구 집회와 투표용지 반출 저지 상황을 보도.
  • 연합뉴스, 「잠실개표소 봉쇄시위 사흘째…경찰 과잉진압 혐의 피고소」, 2026년 6월 7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 뒤 올림픽공원 개표소 앞 재선거 요구 시위와 투표함 반출 논란 보도.
  • 뉴스1 보도 인용 기사, 「잠실개표소 시위 1만명 모였다…모스탄도 마이크 잡고 ‘부정…’」, 2026년 6월 6일. 오후 6시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약 1만 명 집결 보도.
  • MBC 뉴스투데이, 「투표용지 상자 현장 검증 빈손‥‘하루 전 폐기’」, 2026년 6월 11일. 법원 현장검증 직전 잠실7동 제2투표소 관련 투표지 보관 상자가 폐기됐다는 선관위 설명과 현장검증 경위 보도.
  • 연합뉴스TV, 「법원, 선관위에 투표지 상자 폐기 사실 확인 요구」, 2026년 6월 12일. 법원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 핵심 증거로 거론된 보관 상자의 폐기 경위 확인을 요구한 사실 보도.
  • 경기일보, 「법원, 투표지 보관 상자 폐기 경위 들여다본다…증거보전」, 2026년 6월 12일. 보관 상자 폐기업체·폐기 시점 등 증거보전 대상과 법원 절차 보도.
  • MBC 뉴스, 「‘투표용지 부족’ 국정조사, 선관위 기관보고」, 2026년 6월 23일. 국정조사특위 기관보고와 참정권 침해·선관위 운영 전반 조사 계획 보도.
  • 한겨레, 「‘선관위, 일 안 하더니 국정조사도 안 와’…43명 불렀는데」, 2026년 6월 23일. 국정조사 특위에서 중앙선관위 비상임위원과 서울·송파 선관위 관계자 등이 대거 불출석한 상황 보도.
  • 연합뉴스, 「국조특위, 내달 1일 중앙선관위 30명 등 증인 70명 부른다」, 2026년 6월 23일. 국정조사 특위가 다음 기관보고를 위해 선관위·행안부·경찰 관계자 등 70명 증인과 5명 참고인 출석을 의결한 내용.
  • KBS 뉴스, 「‘투표용지 부족’ 국회 국정조사 시동…오늘 중앙선관위 등」, 2026년 6월 23일. 국정조사특위의 조사 범위와 핵심 증인 출석 요구 대상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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