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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공원을 둘러싼 개발과 보존의 충돌이 서울 주택공급 논쟁을 넘어 이재명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적 승부처로 번지고 있다./credit: news1 |
서울 부동산 전쟁의 전선이 용산으로 옮겨붙었다. 이재명 정부는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고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에게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용산공원 일부 활용 카드를 꺼내 들었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용산공원에 아파트를 짓는 것은 안 된다”며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오 시장은 18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어 공급을 늘리는 것이 우선이며, 한번 훼손된 도심 녹지는 되돌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흥미로운 것은 과거의 정치적 진영 구도가 뒤집혔다는 점이다. 한때 보수는 개발, 진보는 녹지 보존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지금은 이재명 정부가 공급 확대를 위해 그린벨트와 용산공원 같은 공공 토지를 바라보고, 오세훈은 오히려 개발보다 도시의 장기적 공간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이재명 정부의 논리에도 현실적인 압박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 주택 가격이 다시 민심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상황에서 정부가 가장 빠르게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이미 확보된 국유지나 개발 가능성이 있는 대규모 부지다. 재건축·재개발은 주민 동의와 인허가, 사업성 조정 등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반면, 정부가 보유한 땅은 정책적으로 공급 숫자를 빠르게 제시할 수 있다.
국토부 역시 용산공원 전체를 개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훼손된 일부 지역에 청년·신혼부부·다자녀 가구를 위한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공론화와 숙의 과정도 거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재명 정부가 노리는 것은 단순한 ‘아파트 숫자’가 아니라 시장에 “정부가 서울 도심에 공급할 땅을 가지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기대심리를 움직이는 것 자체가 정책 효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오세훈의 반론이 강해진다. 용산공원은 일반적인 개발 후보지가 아니다. 미군기지 반환 이후 서울 한복판에 조성되는 국가공원이라는 상징성이 있고, 한번 주택용지로 전환하면 다시 공원으로 되돌리기 어렵다. 오 시장은 뉴욕의 센트럴파크나 런던의 하이드파크처럼 세계 주요 도시가 도심의 대규모 녹지를 장기적인 도시자산으로 보존해 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서울의 문제를 단순히 ‘집이 부족하다’고만 보는 것은 위험하다.
서울은 주택뿐 아니라 교통, 학교, 병원, 공원, 업무시설이 동시에 부족하거나 과밀한 도시다. 용산공원에 주택을 넣어 당장의 공급량을 늘린다고 해서 서울의 구조적인 주택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주변 개발까지 겹칠 경우 교통과 생활 인프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오 시장의 지적도 무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이익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용산공원 개발이 실제로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저렴한 주택을 제공한다면 분명 수혜자가 생긴다. 하지만 도심 핵심부의 토지를 주택으로 전환하는 순간 그 땅이 갖고 있던 공공적·환경적 가치는 사라진다. 반대로 공원을 그대로 보존하면 미래세대와 서울 시민 전체가 장기적으로 혜택을 누리지만, 지금 당장 집을 구해야 하는 무주택자에게는 아무런 공급 효과가 없다.
바로 이 시간축의 차이가 핵심이다. 이재명식 공급은 현재의 주택난을 겨냥하고, 오세훈식 보존은 미래의 도시가치를 겨냥한다.따라서 어느 한쪽을 무조건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규정하는 순간 논쟁은 정치적 구호로 변한다. 중요한 것은 공공토지를 누구의 정치적 성과를 위해 사용하는가가 아니라, 그 토지가 서울 시민 전체에게 어떤 장기적 가치를 남기느냐이다.
더구나 오세훈의 대안도 단순히 “개발하지 말자”가 아니다. 그는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고 이미 도시화된 지역의 공급을 확대하자는 입장이다. 국무회의에서도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용적률, 임대주택 비율 등 정비사업 관련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서울의 주택 공급 문제를 ‘새 땅 찾기’로만 해결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 도시의 밀도를 재편’해 해결할 것인지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물론 재건축·재개발 역시 집값 상승과 원주민 내몰림, 사업 지연이라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미 도로와 지하철, 학교 등 도시 인프라가 존재하는 지역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국가공원이나 그린벨트를 새롭게 주택지로 바꾸는 것과는 다른 정책적 성격을 가진다. 결국 이 논쟁의 본질은 개발 대 보존이 아니라 어디에, 누구를 위한 주택을, 어떤 비용으로 공급할 것인가에 있다.
정치적으로 보면 이 싸움은 더 흥미롭다. 이재명 정부가 용산공원까지 공급 카드로 꺼내 든 것은 서울 부동산 민심을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신호일 수 있다. 반면 오세훈에게 용산공원은 단순한 환경정책이 아니라 서울의 미래를 상징하는 정치적 자산이다. 그는 공급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용산공원이라는 특정 공간을 희생해서 공급 숫자를 만드는 방식에 반대한다고 선을 긋고 있다.
실제로 20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 시장의 회동에서도 공원 보존이라는 원칙에는 공감했지만, 훼손된 부지의 범위와 활용 여부에서는 합의하지 못했다. 다만 오 시장이 용산공원 주변에 흩어진 유휴 국유지를 활용하자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타협의 공간은 남겨졌다. 이 지점에서 오세훈이 정치적으로 유리해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의 공급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공원은 지키고 주택은 다른 곳에 짓자”는 메시지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용산공원을 둘러싼 이재명과 오세훈의 충돌은 어느 한쪽이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다. 오늘 집값을 잡기 위해 내일의 서울을 팔 것인가, 아니면 미래의 서울을 지키기 위해 현재의 공급 압박을 감수할 것인가라는 선택이다. 이재명 정부가 정말 부동산 민심을 잡고 싶다면 용산공원이라는 상징적 공간을 밀어붙이는 것보다 재건축·재개발의 속도를 높이고, 도심 유휴 국유지와 공공부지를 정밀하게 발굴하며, 청년·신혼부부에게 실제로 체감되는 공급을 만들어내는 것이 더 설득력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오세훈 역시 공원 보존만 외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대안인 재건축·재개발 공급을 실제 숫자와 일정으로 증명해야 한다. 결국 승자는 용산공원을 차지하는 사람이 아니라 서울 시민에게 더 많은 주택과 더 좋은 도시환경을 동시에 남기는 쪽이다. 그리고 이번 격돌에서 진짜 수혜자가 되어야 할 사람은 이재명도 오세훈도 아닌, 집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해 서울의 비싼 주거비와 싸우고 있는 시민들이다.
정치적 셈법으로 들어가면 용산공원 논쟁은 한층 복잡해진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서울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정책이 아니라 향후 국정 지지율과 수도권 민심을 좌우할 핵심 전장이다. 특히 공급 확대를 통해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반대로 오세훈 시장에게는 용산공원을 지키면서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공급 확대를 주장하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브랜드인 ‘서울 도시경영’과 맞물린다.
결국 이재명은 “집을 공급하는 정부”, 오세훈은 “서울의 미래가치를 지키면서 공급하는 시장”이라는 프레임 경쟁을 벌이는 셈이다. 문제는 여기에 오세훈의 사법 리스크가 겹친다는 것이다. 현재 1심에서 시장직 상실형이 선고된 만큼 향후 항소심·상고심 결과가 그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할 변수다. 만약 2027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종적인 사법 판단이 나온다면, 용산공원 논쟁에서 누가 정책적으로 옳았느냐보다 오세훈이 실제 후보 자격과 정치적 생존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훨씬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김민석 민주당 대표 체제의 손익계산도 달라진다. 서울시장 선거는 민주당 입장에서 단순한 지방자치단체장 한 자리를 넘어 이재명 정부의 수도권 국정운영 성적표이자 차기 대선 구도의 전초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오세훈의 사법 리스크와 부동산 정책을 동시에 공략해 서울을 가져간다면 김민석 대표에게는 당 장악력과 선거 지휘 능력을 입증하는 강력한 성과가 된다.
반대로 오세훈이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고 용산공원 보존과 재건축·재개발 공급이라는 두 축으로 다시 서울 민심을 결집한다면, 민주당의 부동산 프레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더구나 여권 내부에서도 서울시장 후보군과 당 지도부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오세훈의 재판 결과가 늦어질수록 후보 구도가 오래 열리고, 예상보다 일찍 정치적 운명이 확정될수록 여야 모두 새로운 서울시장 카드를 조기에 꺼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용산공원은 지금의 아파트 몇 채를 어디에 지을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부동산 민심을 잡을 정책 카드, 오세훈에게는 정치적 생존과 차기 행보를 걸어야 하는 승부처, 그리고 김민석 대표에게는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자신의 당대표 체제의 성적표를 받아야 하는 정치적 시험장이 되고 있다. 지방선거가 현 정부와 여야 지도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갖는다는 분석이 이미 나왔다는 점에서도, 서울은 사실상 전국 정치의 축소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참고자료
- 연합뉴스 — 국토장관·오세훈, 용산공원 주택공급 입장차 확인
- 김윤덕 장관과 오세훈 시장이 8월 20일 회동했지만 용산공원 본체 부지 주택공급을 놓고 입장차를 확인했다. 정부는 훼손·기존 주거 기능 부지 등을 활용해 청년·신혼부부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문
- 연합뉴스 — 이번 주 김윤덕·오세훈 재회동 예정
- 8월 23일 보도 기준으로 양측은 이번 주 다시 만나 용산공원 및 서울 주택공급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 글은 현재 진행형 논쟁으로 다루는 것이 좋다. 연합뉴스 후속 보도
- 국토교통부 — 용산공원 관련 공식 설명
- 국토부는 ‘용산공원 전체 주택공급 검토’가 공원 전체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8월 13일 수도권 주택 23만호+α 추가 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 공식 자료
- 뉴시스/뉴스핌 계열 보도 — 오세훈의 반대 논리
- 오 시장은 용산공원을 한번 훼손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과 용산국제업무지구까지 대규모 개발될 경우 교통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시에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 오세훈 정치자금법 사건
- 오 시장은 1심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고, 형이 확정될 경우 시장직을 잃게 된다. 8월 21일 항소심 첫 공판에서 무죄를 주장했으며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한겨레 — 오세훈 1심 판결 및 향후 일정
- 연합뉴스 — 오세훈 항소심 첫 공판
재판 일정의 핵심
특검법상 신속재판 규정 때문에 항소심과 상고심도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서울시장직의 향방이 일반적인 장기 재판보다 빨리 결정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Socko/Gho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