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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지이자 전우”가 된 이재명·정청래·김민석. 그러나 전당대회 에서 오간 말과 상처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credit: joongangdaily |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다시 손을 잡은 것처럼 보인다. 이 대통령은 8·17 전당대회에서 경쟁했던 김민석 대표와 정청래·송영길 의원을 청와대로 초청했고, 세 사람을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지”이자 국민주권정부의 책임 있는 주역이라고 표현했다. 정청래 역시 “우리는 동지이자 전우”라는 취지로 화답했다.
전당대회가 끝난 지 불과 이틀 만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정말 앙금이 풀린 것인가가 아니라, 애초에 이재명과 정청래는 서로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제 와서 ‘동지’라는 말을 다시 확인해야 했느냐는 것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정청래가 가장 부담스러웠던 지점은 대통령과의 관계였다. 정청래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강조하면서도 대통령에게 무조건적인 정치적 순응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특히 대통령을 향한 비판이나 당내 논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친명계의 공격을 받았고, 친명계 후보들은 정청래에게 지난 1년간 당 운영의 책임을 물었다. 실제 순회경선 과정에서 서미화 후보는 정청래를 향해 대통령을 향한 비난과 모욕이 이어질 때 왜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느냐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정청래 입장에서는 당대표가 대통령의 당무를 대신하는 자리도 아니며, 당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는 논리가 있었을 것이다. 정청래의 잘못이 있었다면 대통령과 당을 분리하는 원칙을 너무 정치적으로 활용했다는 것이고, 이재명의 잘못이 있었다면 당의 독립성을 요구하면서도 정청래의 재신임 문제에는 지나치게 강한 정치적 신호를 보냈다는 데 있다.
실제로 전당대회는 단순한 당대표 선거가 아니었다. 김민석·정청래·송영길의 3파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친명과 친청 구도가 형성됐고, 정청래의 연임을 둘러싼 논쟁까지 겹쳤다. 김민석은 전당대회 과정의 격정과 분노를 내려놓고 당내 갈등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했고, 정청래 측은 오히려 전당대회 과정에서 벌어진 공격과 표현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결국 승자는 김민석이었지만 정청래 역시 상당한 당원 기반을 확인했다.
이 상황에서 이재명이 정청래를 계속 밀어붙이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다. 패배한 정청래를 제거하는 순간 친청 성향 당원들의 불만이 김민석 체제와 이재명 정부를 동시에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이번 만찬은 단순한 화해라기보다 새 지도부 출범 직후 발생할 수 있는 당내 분열을 사전에 차단하는 정치적 안전장치에 가깝다.
그렇다면 정청래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큰 것은 정치적 생존 공간이다. 정청래는 당대표 연임에는 실패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공개적으로 ‘동지’라는 지위를 확인받았다. 이는 정청래가 당내에서 단순한 낙선자가 아니라 여전히 집권세력의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라는 메시지다. 반대로 이재명이 얻는 것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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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를 완전히 적으로 돌리지 않고 자신의 정부 안에 묶어두면서 친청계 최고위원들과 강성 당원층까지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 지도부에 친청계 인사들이 상당수 들어온 상황에서 정청래와의 관계가 악화되면 김민석 체제의 첫날부터 내부 권력투쟁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었다. 이번 ‘동지’ 선언은 바로 그 불씨를 일단 덮는 행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화해와 봉합은 다르다.정청래가 “동지이자 전우”라고 말한 것은 정치적 공동체를 인정한 것이지, 자신의 전당대회 패배를 둘러싼 모든 문제에 동의했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전당대회 직후 정청래는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이 대통령 역시 통합을 강조했지만 당내 경쟁 과정에서 생긴 상처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김민석 체제에서 친청계 최고위원들과 당대표 사이에 권력 배분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번 만찬의 화합 분위기는 얼마든지 다시 흔들릴 수 있다. 특히 당원 중심의 정당 운영과 지도부 장악력을 둘러싼 갈등은 개인적인 감정 문제가 아니라 당권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만찬에서 이재명과 정청래가 서로에게 해야 할 사과는 어쩌면 단순하다. 이재명은 “당의 자율성을 존중하겠다”는 신호를 줘야 하고, 정청래는 “대통령의 국정 성공을 흔들지는 않겠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 이 대통령이 당정청을 “운명 공동체”라고 표현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이재명에게 정청래는 너무 강해서 제거할 수 없는 정치적 자산이고, 정청래에게 이재명은 너무 강해서 정면으로 맞설 수 없는 집권권력이다. 따라서 둘 사이의 진짜 화해는 술잔을 함께 든 사진이 아니라 앞으로 서로의 정치적 영역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이번 ‘동지’ 선언을 그렇게 본다면 오히려 흥미로운 장면이 하나 더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청래를 눌러 완전히 승리한 것도 아니고, 정청래 역시 이재명에게 굴복한 것도 아니다. 둘 다 상대를 제거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에 가깝다. 이재명은 국정 운영을 위해 당내 강성 지지층과 친청계의 협력이 필요하고, 정청래는 향후 정치적 재기를 위해 대통령과 완전한 결별을 선택할 수 없다.
그래서 이번 화해는 감정의 화해라기보다 이해관계의 화해일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이 관계의 진짜 시험대는 인사, 개헌, 검찰개혁, 사법개혁, 당원주권 문제와 같은 권력의 핵심 의제에서 찾아올 것이다. 그때도 두 사람이 서로를 ‘동지이자 전우’라고 부를 수 있다면 진짜 화해다. 그렇지 못한다면 이번 청와대 만찬은 전당대회 앙금을 잠시 봉합한 정치적 휴전에 불과하다.
그런데 여기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것이 전당대회에서 이미 뱉어진 말은 ‘동지’라는 한마디로 회수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번 전대는 단순한 정책 경쟁을 넘어 상대방의 정치적 정체성,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 과거 행적까지 건드리는 네거티브전으로 번졌고, 실제 보도에는 ‘배신자’, ‘반명’, ‘신천지’ 등 거친 표현들이 등장했다.
특히 김민석 측이 정청래를 겨냥해 던진 공격성 발언들은 선거가 끝난 뒤 “일부 과한 표현에 대해 사과한다”는 말로 정리됐지만, 말은 회수할 수 있어도 정치적 기억까지 회수할 수는 없다. 더구나 김민석은 결국 당대표가 됐고, 정청래는 상당한 당원 지지를 확보한 채 낙선했다.
따라서 이 대통령에게도 불편한 문제가 남는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사실상 친명 진영의 대리전처럼 비쳐진 공격까지 대통령이 전부 모른 척하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그 발언을 지금 와서 대통령이 직접 거둬들일 수도 없다. 바로 이 지점이 이재명이 주워담기 힘든 정치적 상처다.
친명계 내부에서는 “우리가 무엇을 위해 그렇게 싸웠느냐”는 감정이 남을 수 있고, 정청래계에서는 “그때 우리에게 퍼부었던 공격을 이제 와서 동지라고 덮느냐”는 불신이 남을 수 있다. 결국 청와대 만찬에서 김민석이 직접 ‘과한 표현’을 사과하고 정청래가 다시 ‘동지이자 전우’라는 언어로 받아준 것은 필요했던 봉합이었다.
그러나 진짜 시험은 지금부터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당대회 당시의 공격을 어디까지 자기 정치적 책임으로 인정할 것인가, 김민석 대표가 친명계의 상처와 정청래계의 상처를 어떻게 동시에 치유할 것인가가 남았다. 화해의 사진 한 장은 갈등을 덮을 수 있지만, 공천·개헌·당원권·검찰개혁처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순간 그 상처가 다시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 대통령실 공식 브리핑— 8월 19일 청와대 만찬의 가장 중요한 1차 자료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김민석·정청래·송영길을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지”이자 국민주권정부의 책임 있는 주역으로 규정했고, 김민석은 전당대회 과정의 “일부 과한 표현”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정청래는 자신들을 “동지이자 전우”라고 표현했다. 대통령실 공식 브리핑
- 연합뉴스— 전당대회 이후 이 대통령이 불과 이틀 만에 세 후보를 청와대로 초청한 배경을 당내 갈등 봉합과 단합 차원으로 설명합니다. 특히 전당대회가 ‘심리적 분당’ 수준의 갈등으로 번졌다는 평가가 나왔다는 점이 중요하다. 연합뉴스 관련 보도
- 동아일보— 김민석의 “일부 과한 표현 사과”와 정청래의 “동지이자 전우” 발언을 상세히 보도했다. 동아일보 관련 보도
- 전당대회 당시 갈등 보도— 김민석과 정청래 사이에서 ‘배신자’ 논쟁이 실제로 벌어졌고, 김민석 측에서는 정청래의 과거 발언과 당청 관계를 공격했으며 정청래 역시 김민석의 과거 정치 행보를 역공하는 등 상당히 거친 공방이 이어졌다.
- 8·17 전당대회 득표 관련 보도— 김민석이 최종 권리당원 누적 49.91%를 기록하며 정청래를 앞섰고, 전당대회 과정에서 양측 지지층의 경쟁이 상당히 치열했다.
Socko/Gho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