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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20일 목요일

트럼프는 왜 북한 핵무기 57개를 공개했나? 미·중·북·일의 한반도 패싱 동북아 그림은?

 

트럼프가 북한 핵무기 57개를 언급한 가운데 김정은과 이재명 왕이 시진핑을 둘러싼 한반도 외교전
“57개의 핵무기”를 공개한 트럼프, 미·중·북·일의 새로운
 한반도 외교판에서 한국은 주도권을 지킬 수 있을까./turkish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매우 강력한 핵무기 57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문제는 숫자 자체보다 왜 지금, 왜 트럼프가 이 숫자를 직접 공개했느냐다. 미국 정부가 북한 핵무기 보유량을 공식적으로 57개라고 공개해 온 전례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기 때문이다. 외부 연구기관들의 추정치 역시 대체로 50~90기 수준으로 폭이 크다.

따라서 57이라는 숫자를 단순한 정보 공개로 보기보다는 트럼프가 북한을 둘러싼 협상판에 던진 하나의 정치적 신호로 읽어야 한다. Reuters도 트럼프의 발언이 이례적으로 구체적이며, 미국의 공식적인 공개 추정치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것은 북한 치켜세우기인가, 북한 조이기인가? 둘 다일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에게 북한의 핵무기 숫자를 공개하는 것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오히려 나는 당신의 핵전력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메시지를 김정은에게 보내면서 동시에 그 정도의 핵무기를 가진 당신과 직접 협상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보내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는 북한의 핵무기를 없애는 기존의 비핵화 목표를 포기했다고 선언한 것이 아니라, 김정은과의 직접 협상 가능성을 다시 열어놓고 있다. 트럼프가 올해 안에 김정은을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도 이와 맞물린다.

더 흥미로운 것은 김정은의 반응과 김여정의 반응이 엇갈리는 듯 보인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김정은으로부터 최근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올해 안에 만남이 가능하다는 기대를 내비쳤지만, 김여정은 최근 북미 간 접촉 자체를 부인하고 미국을 여전히 적대적 국가로 규정했다. 이 장면을 북한 내부의 혼선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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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김정은이 트럼프와의 협상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은 채, 김여정을 통해 미국이 먼저 더 양보하라는 가격표를 붙이는 협상술일 가능성도 있다. 특히 트럼프가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한 직후라는 점에서 북한은 미국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다음 카드를 고르는 단계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한국이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이 바로 한미연합훈련 축소다.

미국과 한국은 올해 을지 자유의 방패(UFS)의 기간을 11일에서 5일로 줄이고 야외기동훈련도 축소하기로 했다. 트럼프는 이를 북한과의 긴장 완화라는 맥락에서 밀어붙였고, 북한은 축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훈련을 도발적이라고 비판했다. 통일연구원은 이번 조치를 북미대화 재개의 신호로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 입장에서 보면 문제가 달라진다. 미국과 북한이 직접 거래하기 시작하면 한국의 역할이 오히려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평화공존을 강조하고 있다고 해서 미국과 북한 사이의 협상 테이블에 자동으로 한국의 의자가 놓이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서울을 찾아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담을 추진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공존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변화까지 촉구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한국이 미·중 양쪽의 평화외교 중심에 서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미국은 북한과 직접 대화하고, 중국은 한국과 북한 문제를 논의하며, 북한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자신의 전략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일본 역시 북핵과 미일동맹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안보 계산을 강화할 것이다. 결국 한반도를 둘러싼 4자 게임에서 정작 당사국 한국이 주변부로 밀려나는 한반도 패싱이 현실적인 위험이 된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국회 국방 관련 논의에서 트럼프의 ‘57수치를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북한 핵무기 보유량으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중요한 지점이다. 한국이 미국 대통령의 발언 하나를 곧바로 국가 공식 정보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오히려 핵탄두 숫자는 추정치보다 북한의 핵물질 생산능력, 핵탄두 소형화, 운반체계, 지휘통제 능력, 전술핵 운용능력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

실제로 한국군은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고위력 미사일과 3축체계 강화를 추진해 왔다. 따라서 57이라는 숫자를 둘러싼 논쟁에서 한국이 해야 할 일은 숫자 맞히기가 아니라 미국이 북한과 핵군축 또는 군비통제 협상을 시작할 경우 한국의 안보이익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를 묻는 것이다.

결국 트럼프의 57개 핵무기 발언은 북한을 치켜세우는 말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압박 카드일 가능성이 높다. 핵무기를 가진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공개함으로써 김정은에게 나는 당신의 힘을 인정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동시에 그 힘을 가진 상태에서 미국과 새로운 거래를 하자는 문을 열어놓은 것이다. 문제는 그 거래가 시작될 때 한국이 그 안에 들어가 있느냐이다.

이재명 정부가 평화공존을 추진하고 중국 왕이와 한반도 평화를 논의하는 사이, 트럼프는 김정은과 직접 통화하고, 중국은 서울에서 한반도 질서를 논의하며, 일본은 미국과 안보공조를 강화한다면 한국은 평화의 당사자이면서도 평화협상의 객체가 되는 역설에 빠질 수 있다.

트럼프의 57개는 그래서 북한 핵무기의 숫자가 아니라, ···일이 다시 한반도 질서를 재설계하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일 수 있다. 한국 외교의 진짜 과제는 북한을 얼마나 설득하느냐가 아니라, 미국과 중국이 북한을 놓고 새로운 거래를 시작할 때 한국 없는 한반도 협상이 다시 등장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더 나아가 트럼프의 ‘57개 핵무기발언 뒤에는 한국의 대이란전 불참, 이른바 이재명 대통령의 ‘No thanks’가 결정적 배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를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가 나온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간순으로 보면 묘하게 맞물린다. 트럼프는 한국이 이란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데 불만을 드러냈고, 직후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하면서 김정은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했다.

그렇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는 식의 트럼프식 화법은 한국에 대한 압박의 종착점이 아니라 새로운 협상판을 여는 출발점일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다시 강하게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미국이 한미연합훈련의 축소와 함께 휴전선·DMZ를 둘러싼 유엔군사령부의 역할을 다시 전면에 세우는 것은 한국의 독자적 군사주권 확대에 또 다른 변수가 된다.

결국 트럼프가 57개라는 구체적인 숫자로 북한 핵전력을 공개한 것은 북한을 핵보유 현실로 인정하면서 한국에는 동맹의 비용과 역할을 다시 요구하는 이중 압박 카드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여기서 물러설 것인가. 아니면 중국 왕이와의 한반도 평화 논의, 북한과의 긴장 완화, 전작권 전환을 묶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별도의 외교 공간을 만들 것인가.

특히 중국 역시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있는 만큼, 향후 한중 간에 공개되지 않은 전략적 조율이나 모종의 작업이 진행될 가능성까지 배제해서는 안 된다. 다만 그것이 실제 협의인지 단순한 전략적 추론인지는 구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가 한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김정은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사실이다. ‘57개의 핵무기는 북한을 향한 선물이라기보다, 이재명 정부에 한국이 빠져도 한반도 문제는 움직일 수 있다는 경고장을 보내는 카드일 수도 있다.

참고문헌

  • Reuters Trump says he plans to meet with North Korea's Kim this year
  • 트럼프가 김정은과 올해 만남을 계획한다고 밝히면서 북한이 57개의 “very powerful”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언급한 직접적인 근거다. 특히 Reuters는 미국 대통령이 북한 핵무기에 대해 구체적인 숫자를 공개한 것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 Reuters 원문
  • Washington Post Trump says he expects to meet with Kim Jong Un later this year
  •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관계를 미국과 세계를 위한 자산으로 표현하면서 57개라는 수치를 제시한 배경을 확인하는 자료다.
  • Washington Post 기사
  • Reuters Trump orders Pentagon to cut back military exercises with South Korea
  • 트럼프가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하면서 한국의 대이란 군사행동 불참과 김정은과의 관계를 함께 언급했다는 점이 이번 논평의 핵심 연결고리다.
  • Reuters 관련 보도
  • Reuters Trump says North Korea's Kim has responded to his overtures
  • 트럼프가 한미훈련 축소 이후 김정은으로부터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한 내용입니다.
  • Reuters 후속 보도
  • Reuters China's Wang Yi in South Korea for talks amid Trump push to revive North Korea diplomacy
  • 왕이 방한과 미·북 대화 재개 움직임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으며, 중국이 미국에 대북 적대정책변경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뒷받침합니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APEC 회담 추진과도 연결된다.
  • Reuters 왕이 방한 보도
  • Reuters South Korea's Lee backs stronger self-defence
  • 이재명 대통령이 독자적 방위역량 강화를 강조하고,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부분의 근거다.
  • Reuters 관련 보도
  • United Nations Command DMZ Armistice Enforcement & Recent DPRK Activity
  • 휴전협정상 DMZ 남측 지역에서 유엔군사령관이 갖는 관리·집행 권한과 유엔사 역할을 확인하기 위한 1차 자료다.
  • United Nations Command 자료
  • The Guardian Kim Jong-un’s sister casts doubt on Trump’s claims
  • 트럼프의 북·미 접촉 주장과 김여정의 부정이 엇갈리는 상황을 확인하는 자료다.
  • The Guardian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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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7일 화요일

무인기 사태에 北 향해 몸 낮춘 이재명? 평화 관리냐 저자세냐

 

이재명 대통령의 북측 유감 표명과 남북 긴장 관리 메시지를 상징하는 장면
이재명 대통령이 민간 무인기 사건으로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이 유발됐다며 북측에 처음으로 직접 유감을 표명했다./bbc


이재명 대통령이 민간 무인기 북한 침범 사건에 처음으로 북측에 직접 유감을 표명하며, 비선성 대북 도발과 남북 긴장 관리 문제를 정면으로 언급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결국 선을 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선을 긋기 위해 먼저 유감을 표했다. 4월 6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민간 무인기의 북한 침범 사건에 대해 “우리 정부의 의도는 아니지만 일부의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동으로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이 유발된 데에 대해서 북측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북측을 향해 직접 유감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이것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다. 남북관계의 불씨를 키운 사건을 두고, 국가 최고지도자가 처음으로 “정부 책임은 아니지만 그냥 넘길 일도 아니다”라고 공식 인정한 순간이다.

이번 발언이 무거운 이유는 사건의 성격 때문이다. 검찰 기소와 수사 결과에 따르면, 30대 대학원생 등 민간인 3명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여러 차례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낸 혐의를 받고 있고, 여기에 국가정보원 직원 1명과 현역 군인 2명도 관여한 혐의로 기소되거나 송치됐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은 개인들이 사적으로 북측을 도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이번 사안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민간과 국가기관 일부가 뒤섞인 위험한 비선성 대북 행위로 읽힐 수 있는 사건이다. 이런 구조는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국내적으로는 국가 통제력에 대한 의문을 낳는다.



정치적으로 보자면, 이 발언은 두 개의 메시지를 동시에 겨냥한다. 하나는 북한이다. “이건 현 정부의 의도가 아니며, 우리는 이런 방식의 긴장 고조를 원치 않는다”는 신호다. 다른 하나는 국내 강경파를 향한 경고다. 국가 전략과 무관한 개인적 대북 도발은 애국이 아니라, 자칫 전면 충돌을 부를 수 있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 잘 생각해 봐야 되겠다”고 말한 대목은 단순한 질책이 아니라, 이런 도발이 정치적 목적이나 이념적 과시에 이용됐을 가능성까지 겨눈다.

물론 반발도 불가피하다.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북측 유감 표명이 지나치게 저자세로 비칠 수 있고, 북한의 위협 앞에서 왜 서울이 먼저 몸을 낮추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국제정치의 현실은 감정이 아니라 관리다. Reuters는 이번 발언을 두고, 이재명 정부가 남북 대화 재개의 문을 열려는 가운데 이런 사건이 관계 개선을 방해해왔다는 점을 짚었다. 이미 2월 정동영 장관의 유감 표명에 대해 김여정은 “상식적인 행동”이라고 하면서도 재발 시 혹독한 대응을 경고했다. 즉, 이번 유감 표명은 굴복이라기보다 위기 통제와 오판 방지의 정치에 더 가깝다.

결국 이번 발언의 진짜 의미는 따로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둘러싼 위험을 더 이상 추상적으로 다루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누가 애국을 외치든, 누가 반북 강경을 내세우든, 국가 승인 없는 대북 도발은 한반도 전체를 인질로 잡는 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쪽에서는 “왜 북에 유감이냐”고 공격하겠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이제야 국가가 국가답게 행동한다”고 볼 수 있다. 남북관계는 늘 말의 정치였지만, 이번에는 말보다 더 큰 신호가 나왔다. 대통령이 비선적 대북 도발을 공식적으로 부정하고, 평화 관리의 책임을 직접 떠안은 것이다. 그 선택이 대화의 물꼬가 될지, 또 다른 국내 정치 전선을 부를지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험대다.

참고문헌

  • Reuters, “South Korea's Lee expresses regret to North Korea over drone incursion,” 2026-04-06.
  • 연합뉴스 영문, “Lee expresses regret over drone flights by individuals into North Korea,” 2026-04-06.
  • 다음 뉴스 전재 기사, 「이 대통령, 북측에 '대북 무인기 침투 사건' 첫 유감 표명」, 2026-04-06.
  • 조선일보, 「李대통령 ‘무인기 사건, 북측에 유감 표한다’」, 2026-04-06.
  • 조선비즈, 「정동영 ‘尹정부 무인기 침투도 北측에 깊은 유감’」, 2026-02-18.
  • AP, “Sister of North Korea's leader says South Korea's drone regret was sensible but insufficient,” 202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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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6일 월요일

김여정이냐 김주애냐… 북한 후계 구도, 미중은 왜 김주애 쪽을 더 선호하나

 

김정은 후계 구도 속 김주애와 김여정, 그리고 북한을 둘러싼 미중 전략 경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
김주애 후계 구도가 부상하는 가운데 중국은 체제 안정, 미국은 핵 통제와
 급변 관리라는 서로 다른 이유로 북한의 다음 권력 지형을 주시하고 있다./reuters

김정은의 후계 구도를 둘러싼 시선이 다시 한 번 흔들리고 있다. 다만 이번에는 단순한 관측 수준이 아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이 2026년 4월 6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보고에서 김주애를 김정은의 후계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의 평가를 내놓으면서, 북한 권력 승계 문제는 더 이상 막연한 추측만으로 밀어붙이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 최근 북한 매체가 김주애의 탱크 운전과 권총 사격 장면까지 공개한 것도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남성 중심 체제인 북한에서 여성 후계자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군 통수권 이미지까지 미리 입히려는 연출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 이유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김여정이다. 오랫동안 대외 메시지 관리와 당 핵심 라인에서 존재감을 키워온 김여정은 언제나 ‘유사시 가장 현실적인 대안’처럼 거론돼 왔다. 그러나 이번 국정원 판단은 이 흐름에 미묘한 제동을 걸었다. 김여정이 독자적 권력을 장악한 실질적 후계자라는 해석에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북한 내부에서 이름값과 존재감은 김여정이 더 클지 몰라도, 체제가 장기적으로 선택하려는 얼굴은 김주애 쪽일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여정은 변수일 수는 있어도, 상징과 혈통의 정통성을 앞세운 후계 프레임에서는 김주애보다 앞줄에 서기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왜 중국과 미국 모두, 각기 전혀 다른 이유로 김주애 쪽 후계 구도에 더 무게를 둘 수 있을까. 먼저 중국이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북한의 모험이 아니라 안정이다. 체제 붕괴도 원치 않고, 군부 폭주도 원치 않는다. 무엇보다 압록강 건너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을 가장 싫어한다. 그런 중국 입장에서 보면 김씨 혈통을 유지한 채 승계 명분을 이어가는 김주애 카드는 낯설어도 관리 가능한 카드다. 최근 중국이 북중 교역과 접경 인프라를 다시 강화하며 대북 영향력을 회복하고 있다는 보도는, 베이징이 북한의 급변보다 ‘통제 가능한 지속’을 선호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김여정이 강한 개성과 독자 노선을 가진 인물로 비칠수록, 중국은 오히려 혈통 상징성이 분명한 김주애 체제를 더 다루기 쉬운 구조로 볼 여지가 있다.



미국의 계산은 다르다. 미국은 누구를 후계자로 세울지보다, 그 후계 구도가 핵과 미사일 통제 체계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붙들 수 있는지를 먼저 본다. 미국 입장에서 최악은 북한 내부 권력 공백이 길어지거나, 군부 강경파가 핵을 앞세워 전면에 튀어나오거나, 중국이 안정 관리 명분으로 북한 영향력을 더 깊게 장악하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김주애 후계 구도는 미국에도 반드시 나쁜 카드만은 아니다. 어린 후계자는 상징성이 앞서고 실제 운영은 성인 엘리트와 후견 세력이 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즉 미국은 이를 ‘대화와 관리가 가능한 과도 체제’로 볼 수 있다. 더구나 국정원은 같은 날 북한이 이란과 거리를 두며 미국과의 대화 여지를 남기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고 평가했다. 후계 구도와 대미 전략이 동시에 관리 모드에 들어간다면, 워싱턴이 이를 완전히 부정적으로만 볼 이유도 줄어든다.

결국 중국은 안정 때문에, 미국은 통제 때문에 김주애 쪽에 더 무게를 둘 수 있다. 중국은 북한을 무너지지 않게 붙잡아 둘 얼굴을 원하고, 미국은 핵과 급변 사태를 관리할 수 있는 구조를 원한다. 셈법은 정반대지만, 결론은 묘하게 만난다. 바로 ‘김여정보다 김주애’라는 더 장기적이고, 더 상징적이며, 더 관리 가능한 후계 구도다. 물론 이것이 김주애의 권력 장악이 이미 끝났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 단계에서 김주애는 절대 권력자라기보다 체제가 미리 세워두는 미래의 간판에 가깝다. 그러나 권력은 늘 칼을 쥔 손만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때로는 누가 가장 강한가보다, 누가 가장 체제를 오래 유지하게 해줄 얼굴인가가 더 중요하다. 지금 북한 후계 구도에서 미중이 보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일 가능성이 크다.


참고문헌

  • Reuters, “South Korea says ‘credible intelligence’ indicates North Korean leader’s daughter is successor,” 2026-04-06.
  • AP, “Seoul spy agency says it’s fair to view teen daughter of North Korean leader Kim as his heir,” 2026-04-06.
  • Yonhap, “Head of spy agency tells lawmakers that N. Korean leader's daughter appears to be his successor,” 2026-04-06.
  • Reuters, “North Korea distancing itself from Iran to leave door open for US talks, Seoul says,” 2026-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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