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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7일 월요일

김어준이 화났다, 이재명 정부의 중동 파병이 왜 불편한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을 중심으로 중동 이란 전선과 한국군 파병 논란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국제정세 정치 풍자 이미지.
“강국이라면서 왜 파병부터?” — 트럼프의 요구와 대한민국
의 국익 사이, 이재명 정부의 선택은./credit: shin-donga


김어준이 화났다. 그것도 꽤 단단히 화났다. 이재명 정부의 중동 파병 가능성을 놓고 김어준을 비롯한 비판론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핵심 주장은 간단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떠밀려 한국군을 중동 전선에 보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란과 직접적인 적대관계를 만들 위험이 있고, 무엇보다 대한민국 청년 장병들이 왜 미국의 중동 전략을 위해 위험을 떠안아야 하느냐는 문제 제기다. 여기서부터 묘한 장면이 펼쳐진다.

바로 얼마 전까지 대한민국 정치권에서는 ‘자주국방’과 ‘강국 대한민국’을 이야기했다.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자고 했다. 그런데 정작 미국이 군사적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나오자 김어준이 “잠깐, 그건 아니지 않느냐”며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강국이 된다는 것은 미국 말을 잘 듣는 나라가 되는 것인가, 아니면 필요할 때 동맹국에게도 자기 계산서를 내미는 나라가 되는 것인가.

김어준의 반발이 단순한 반미론으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가 문제 삼는 것은 한미동맹 자체라기보다 한국이 왜, 어떤 명분으로, 어디까지 군사적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가깝다.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이나 에너지 수송로 보호 같은 국제적 명분과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 지원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전자는 대한민국의 경제적 이해와도 연결되지만 후자는 한국이 중동의 군사적 충돌에 직접 발을 담그는 순간이 될 수 있다. 특히 이란이 한국을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이유로 적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면 중동에 있는 한국 기업과 교민, 선박, 에너지 수송에도 새로운 위험이 생긴다. 미국의 전쟁에 참여해서 얻는 안보와, 그 참여 때문에 새로 만들어지는 위험을 동시에 계산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김어준의 반발이 더 흥미로운 이유는 이재명 정부 내부에서 이미 전혀 다른 언어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국회 연설에서 대한민국이 더 이상 약소국이 아니라며 ‘강국 의식’과 ‘대체불가 국가역량’을 강조했다. 반도체와 조선, AI와 방산을 키워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필요한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의 조선 능력을 필요로 하고, AI와 반도체에서도 한국의 역할이 커지고 있으니 한미관계도 과거와 같은 일방적 의존관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김어준의 질문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대체불가 국가라면 미국이 필요로 하는 것은 적극 활용하면서, 미국이 요구하는 군사적 부담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하지 않는가? 미국에는 군함을 만들어주고 반도체를 공급하고 AI 협력을 확대하면서, 미국이 중동에서 군사적 역할을 요구할 때는 “대한민국의 국익부터 계산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 어쩌면 이것이 김민석이 말한 ‘강국 의식’의 실제 버전일 수도 있다.

물론 여기서 김어준의 논리에도 반론은 가능하다. 한미동맹은 필요할 때만 이용하고 부담은 피하는 편의적 관계가 아니다. 한국 역시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에서 상당한 이익을 얻고 있고, 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따라서 모든 해외 군사활동을 미국의 강요라고 규정하는 것도 지나치다. 문제는 결국 ‘무엇을 위한 파병인가’다.

한국 선박 보호를 위한 임무인가. 국제 해상 안전을 위한 임무인가. 미국의 군사작전을 지원하는 것인가. 실제 전투에 참여하는 것인가. 이 네 가지는 이름은 비슷해도 국가가 부담해야 할 위험은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파병 찬성” 또는 “파병 반대”라는 구호보다 임무의 실체와 위험에 대한 투명한 설명이다. 

더구나 지금은 한반도 자체가 다시 움직이는 시기다. 김민석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다시 만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전격적으로 개선되고 북핵 문제에 ‘선동결 후해결’ 같은 방식이 등장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한국의 독자적 안보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대한민국은 상당히 복잡한 외교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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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북한과 협상하고, 북한은 핵을 가진 채 협상력을 높이고, 한국은 자주국방을 강화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한국군이 중동에서 이란과 군사적으로 얽힌다면 대한민국의 전략적 공간은 오히려 좁아질 수 있다. 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한국이 중동에서 또 다른 지정학적 위험을 떠안는 것이 과연 현명한가. 김어준이 반발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논쟁은 사실 ‘파병 찬반’보다 이재명 정부의 외교철학을 묻는 시험에 가깝다.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실용외교가 정말 “미국과 중국 어느 쪽이든 한국에 필요한 것은 취하고 불필요한 것은 거절하는 외교”라면 중동 파병 역시 그렇게 계산해야 한다.

미국의 요구라는 이유만으로 갈 필요도 없고, 반대로 국내 정치적 부담 때문에 무조건 거부할 필요도 없다. 이란과의 관계, 에너지 안보, 한미동맹, 북한 문제, 중국과 러시아의 반응, 그리고 한국군의 실제 위험까지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강국은 동맹국의 요구를 무조건 거절하는 나라가 아니라, 동맹국의 요구에도 자기 계산으로 답할 수 있는 나라다.

결국 김어준의 반발이 던지는 가장 불편한 질문은 이것이다. “트럼프가 원한다고 대한민국 청년들을 또다시 중동으로 보내야 하는가?” 이 질문에 이재명 정부가 “동맹이니까”라고만 답한다면, ‘강국 대한민국’이라는 말과 충돌한다. 반대로 “한국의 국익에 필요한 임무만 맡겠다”고 한다면 김어준의 반발은 단순한 정권 비판을 넘어 강국외교의 기준을 묻는 질문이 된다.

과거 대한민국은 미국이 요구하면 고민부터 해야 했던 나라였다. 지금 대한민국은 반도체와 조선, AI와 방산으로 미국이 필요로 하는 나라가 됐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도 바뀌어야 한다. “미국이 원하느냐?”가 아니라 “대한민국에 필요한가?” 트럼프가 화를 낼까 봐 걱정해서 결정할 일이 아니다.

김어준이 화를 낸다고 결정할 일도 아니다. 국익을 계산해서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다. ‘강국 대한민국’을 가장 크게 외치는 순간, 오히려 김어준이 묻고 있다. “그럼 강국답게, 이번에는 스스로 결정해 보시죠.” 아마 이것이 이번 중동 파병 논쟁에서 가장 불편하면서도 정확한 질문일 것이다.

결국 이재명 정부가 답해야 할 것은 ‘파병할 것인가’보다 더 큰 질문이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미국의 하위 파트너인가, 아니면 자기 전략을 가진 동맹국인가? 김민석 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강조한 것처럼 한국이 이제 대체불가의 기술력과 자주적 안보역량을 갖춰야 한다면, 그 원칙은 중동에서도 적용돼야 한다. 미국과 협력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군사적 개입이 한국의 직접적인 국익에 부합하는지, 이란과의 관계에 어떤 후폭풍을 가져오는지, 북한과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까지 따져야 한다.

한반도에서 북한 핵을 상대해야 하는 나라가 중동에서 새로운 적대관계를 만드는 것이 정말 전략적으로 현명한가? 더구나 미국이 북한과 대화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면, 한반도의 안보환경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오늘의 중동 전선이 내일의 한반도 외교에 어떤 계산서로 돌아올지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논쟁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장면은 이것이다. 한편에서는 “대한민국은 더 이상 약소국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필요한 대체불가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외친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이 필요로 하니 중동에 군대를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가 등장한다. 그렇다면 강국 대한민국의 첫 번째 시험은 어쩌면 무기나 경제력이 아니라 ‘No’라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물론 동맹국에게 언제나 “No”라고 하는 것이 강국은 아니다. 때로는 함께 가야 하고, 때로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국제사회에서 책임도 져야 한다. 하지만 왜 가는지, 어디까지 가는지, 무엇을 얻는지, 어떤 위험을 감수하는지 국민에게 설명하고 그 판단을 스스로 내리는 것이 자주국가의 출발점이다.


참고자료

  • 연합뉴스 — 속도내는 호르무즈 파병 준비…이달 중 국회에 동의안 제출하나 2026년 9월 4일 보도. 정부가 호르무즈 파병 방향을 잡고 실무작업에 들어갔으며, P-8A 해상초계기와 군수지원함 소양함 등이 거론되고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불만 표명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 연합뉴스 — 파병 준비 '숨고르기'…호르무즈 재격화에 與일각 반대론까지...9월 7일 최신 보도다. 미국의 요청으로 군 병력과 군사자산 파병 준비가 구체화됐다가 중동 충돌 재격화와 국내 반발로 정부가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이란 외무부의 한국어 경고 메시지도 전했다.
  • 중앙일보/미주중앙일보 — '파병 반대' 요청에 李 “진척 없다”…원유 공급 고민 토로...이재명 대통령이 9월 4일 시민사회 간담회에서 호르무즈 파병과 관련해 “정말 어렵다”, “진척된 것은 없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보도다. 글에서 “아직 확정된 파병은 아니다”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자료다.
  • 연합뉴스 — 국민의힘 “정부 '호르무즈 파병' 간보기 말고 투명하게 공개해야”...정부의 파병 검토 배경과 실익을 국회에 설명하라는 국민의힘의 요구 및 국방위 현안질의 요구를 다룬다.
  • 연합뉴스 — 국민 10명 중 5명 “호르무즈 파병 정부대응, 잘못하고 있다”...9월 7일 공개된 개혁신당 여론조사 관련 보도입니다. 응답자의 50.9%가 정부의 호르무즈 파병 대응을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파병 논란이 단순한 정치권 공방을 넘어 여론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자료다.
  • 연합뉴스 — 박지원 “비전투 병과라면 호르무즈 파병할 수밖에 없지 않나”...같은 날 박지원 의원이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비전투 병과 파병은 불가피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자료다. 따라서 여권 내부에서도 파병을 둘러싼 시각이 하나로 통일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김민석 “한국도 이제 강국입니다.” — 그런데 미국이 “좋습니다. 그럼 강국답게 거래하시죠?

 

김민석 민주당 대표의 강국 대한민국론과 트럼프 미국, 김정은 북한을 중심으로 한미동맹과 미중경쟁 속 한국의 전략적 선택을 상징하는 정치 풍자 이미지.
“한국도 이제 강국입니다.” — 그런데 미국이 “좋습니다.
 그럼 강국답게 거래하시죠”라고 한다면?/money-today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의 국회 연설은 꽤 대담했다. 한마디로 압축하면 “대한민국, 이제 제발 강대국처럼 생각하자”는 선언이다. 미국의 압도적 패권은 과거보다 줄었고, 한국의 반도체·조선·AI 역량은 커졌으니 더 이상 미국을 무조건적인 ‘시혜적 강대국’으로만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의 조선 능력을 필요로 하고, 반도체와 AI에서도 한국이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으니 한미관계 역시 일방적 의존관계가 아니라 거래와 협력의 관계로 바뀌고 있다는 주장이다.

꽤 그럴듯하다. 대한민국이 언제까지 “미국이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외칠 수는 없다. 이제는 “미국도 우리 없으면 곤란하지?”라고 물을 정도는 됐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서 묘한 문제가 하나 생긴다. 강국 의식을 가지라고 했더니 미국도 강국 의식으로 한국을 상대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동맹도 결국 계산서가 있는 국제정치이기 때문이다. 

김민석 대표가 특히 강조한 대목은 미국의 변화다. 그는 미국 공화당 대통령들이 적대국과 관계를 개선해온 역사를 거론했다. 닉슨과 마오쩌둥, 레이건과 고르바초프, 부시와 베트남, 그리고 트럼프와 김정은이다. 특히 트럼프가 북한과 다시 만날 가능성을 높게 보고, 미·북이 전격적인 관계 개선을 한다면 북핵 문제에서 ‘선동결 후해결’ 같은 방식이 등장할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여기에는 상당히 현실적인 질문이 숨어 있다.

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게 “김정은 만나지 마십시오”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트럼프가 그대로 들을 것인가? 국제정치에서는 동맹국의 희망과 미국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언제나 일치하지 않는다.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한다면 서울의 선택은 복잡해진다. 김민석 대표가 말한 ‘자주 안보역량 강화’가 바로 이 지점에서 등장한다. 미국이 북한과 거래할 가능성까지 계산한다면 한국도 자기 방어력을 스스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미국을 믿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선택까지 대비하기 위해 자주국방을 강화해야 하는 시대라니.

더 재미있는 것은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다. 김민석 대표는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이미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두 국가로 존재해온 현실을 고려하면 이를 평화공존에 활용할 수 있을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했다. 과거의 통일론과는 상당히 다른 접근이다. 북한을 무너뜨려 하나의 국가로 만드는 시나리오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일단 살아남고, 공존하고, 시간을 벌자”는 현실주의적 접근에 가깝다.

그런데 이 논리가 트럼프의 대북정책과 만나는 순간 묘한 그림이 만들어진다. 워싱턴이 북한을 하나의 현실적인 협상 상대방으로 인정하고, 평양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동결이나 관리 쪽으로 방향을 튼다면? 서울이 반대만 외치기는 쉽지 않다. 김정은은 핵을 들고 협상 테이블에 앉고,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고, 한국은 자주국방을 강화한다. 이것이 김민석 대표가 말한 미래의 한반도일까. 그렇다면 ‘통일’보다 먼저 등장하는 단어는 뜻밖에도 ‘관리되는 공존’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연설의 중심에는 ‘대체불가 대한민국’이 있다. 반도체, 조선, AI, 데이터센터, 방산 등에서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필요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조선은 상징성이 크다. 미국이 군함을 필요로 하고 한국은 빠르고 경쟁력 있게 건조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한미관계는 단순히 군사동맹을 넘어 산업동맹으로 진화할 수 있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의 AI 생태계와 한국의 반도체·데이터센터·제조능력이 결합하면 한국은 단순한 소비시장이 아니라 전략적 생산기지가 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상당히 현실적인 국가전략이다. 문제는 ‘대체불가’가 되면 정말 미국이 한국을 더 존중할까, 아니면 더 비싼 가격을 요구할까라는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중요하다”와 “한국이 미국 전략에 얼마나 협조하는가”는 별개의 질문이다. 반도체를 사주고 조선소를 이용하면서 동시에 방위비·무기구매·대중국 정책·주한미군 역할까지 계산할 수 있다. 강국이 된다는 것은 상대에게 요구할 권리가 생기는 동시에 상대도 더 많이 요구한다는 뜻이다.

김민석 대표가 중국 이야기를 꺼낸 것도 그래서 중요하다. 과거 국내 대기업들이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하면 오히려 중국의 자체 기술개발을 촉진해 한국이 시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는 경험담, 그리고 지금 중국의 AI·반도체·로봇·우주·희토류·자율주행 등에서 급격한 추격이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은 한 가지 현실을 보여준다. 한국은 미국 아니면 중국이라는 양자택일만으로 살아남기 어려운 나라라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필요한 기술과 생산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김 대표의 ‘대체불가 전략’은 여기서 나온다. 하지만 바로 여기서 대한민국 외교의 난이도가 올라간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고 싶고, 중국은 한국을 자기 편으로 끌어오고 싶다. 한국은 양쪽 시장과 기술, 공급망을 모두 필요로 한다. 그러니 한국이 강국이 되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워싱턴과 베이징은 박수를 치기보다 계산기를 두드릴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당신은 우리 편인가?”라는 질문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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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관계에 대한 변화도 같은 맥락이다. 김 대표는 젊은 세대가 과거 세대보다 일본에 대한 열등감과 거부감에서 벗어나 실용적 협력을 선호한다고 진단하면서 한일 경제공동체, AI 데이터센터, 해저케이블, 문화·관광 협력 등을 제안했다. 이것 역시 ‘강국 대한민국’이라는 사고방식과 연결된다. 일본과 경쟁하면서도 필요한 것은 협력하고, 미국과도 동맹하면서 당당하게 거래하고, 중국과도 경제적 이해관계를 관리하자는 것이다.

좋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국내 정치부터 강국답게 변해야 한다. 김민석 대표 스스로 연설에서 정치혁신과 품격사회를 이야기했다. 외교에서는 실용을 말하면서 국내에서는 진영이 바뀔 때마다 상대방의 정책을 전부 부정한다면 ‘강국 의식’은 결국 구호가 된다. 강국은 목소리가 큰 나라가 아니라 상대가 누구든 자기 이익을 계산하고, 자기 원칙을 지키면서 협상할 수 있는 나라다.

결국 김민석의 연설은 이재명 정부에 꽤 불편한 숙제를 던진다. 연설의 결론은 명확하다. 미국의 압도적 우위가 과거와 같지 않고, 한국의 자주 역량은 커졌으니 이제 대한민국도 자기 힘으로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부터 진짜 시험이 시작된다. 트럼프가 북한과 전격적으로 거래한다면 서울은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이 중국 견제를 요구한다면 한국의 대중국 산업은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미국이 한국 조선소를 필요로 한다면 그 대가로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미국 AI 기업과 한국 기업이 손잡는다면 데이터와 기술의 주권은 어떻게 지킬 것인가. 일본과 협력하면서 과거사 문제는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그리고 결정적으로 미국이 한국의 ‘자주’를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미국의 전략에는 더 깊이 들어오라고 요구한다면? 여기서 김민석 대표의 ‘강국 의식’이 진짜 시험대에 오른다.

강국은 미국에 반대하는 나라가 아니다. 강국은 중국에 기대는 나라도 아니다. 강국은 북한의 핵을 인정하는 나라도 아니다. 강국은 동맹을 버리는 나라도 아니다. 강국은 동맹을 가지고도 자기 계산을 하고, 중국과 거래하면서도 자기 기술을 지키며, 북한과 공존을 모색하면서도 핵 앞에 굴복하지 않는 나라다. 그러니 앞으로의 한미관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장면은 어쩌면 이것일 것이다.

한국이 “우리는 이제 강국입니다”라고 선언하는 순간, 미국이 웃으며 대답할지도 모른다. “그래? 그럼 강국답게 방위비도, 조선도, 반도체도, AI도, 중국 문제도, 북한 문제도 같이 계산해보자.” 그때 대한민국이 “예전처럼 미국이 알아서 해주시겠지”라고 말한다면 김민석의 강국론은 연설문에서 끝난다. 반대로 그때 “좋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국익도 계산서에 넣으시죠”라고 말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국이 한국을 필요로 하는 시대가 왔다면, 이제 한국도 미국의 필요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다만 한 가지는 잊지 말아야 한다. 강국 의식은 미국을 무서워하지 않는 데서 시작하지만, 미국을 만만하게 보는 순간 끝난다. 그리고 트럼프 시대의 국제정치는 그 차이를 아주 비싸게 가르쳐줄 가능성이 있다.


참고자료

김민석 교섭대표 국회 연설 — 「강국 대한민국」 논평

  • 한국의 자주적 안보역량 강화
  • 반도체·조선·AI 등 대체불가 국가역량 강조
  • 트럼프의 대북 정상회담 가능성
  • 북핵의 ‘선동결 후해결’ 가능성에 대한 대비
  •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평화공존의 현실로 활용할 가능성
  • 미·중 박빙 경쟁에 대한 국가전략
  • 한국 조선산업의 전략적 가치
  • AI 데이터센터·반도체·미래대응기금
  • 한일 경제협력 및 한일 경제공동체
  • ‘강국 의식’과 정치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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