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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이라고 하는 게 우리 국민들과 다 이해관계가 있는 일인데 이것을 비공개로 해야 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그냥 합시다."(이재명 대통령)/credit: moneytoday |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짓는 통치 행위 중에서도 '인사(人事)'는 권력의 품격과 국정 철학을 온전히 드러내는 가장 투명한 거울이다. 예로부터 인사가 만사라 일컬어졌던 까닭은, 사람을 가려 뽑고 내보내는 일련의 과정 속에 통치자의 예우와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연이어 목도되는 일련의 개각과 낙마 풍경은, 국정의 품위는 고사하고 과연 현대 민주공화국의 공식적 인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에 대한 깊은 회의와 씁쓸한 탄식을 자아낸다.
한 나라의 대외 경제 외교를 진두지휘하던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밤중에 날아든 파면 통보로 직을 내려놓더니, 이번에는 나라의 곳간과 거시경제를 총괄하는 경제부총리가 해외 순방길 공항 출국장에서 자신의 경질 소식을 접하고 발길을 돌리는 기막힌 촌극이 벌어졌다. 국가를 대표해 국제무대로 향하던 수장이 출국 게이트 앞에서 해임 통보를 받고 짐을 싸야 했던 이 비현실적인 광경은, 해외 언론과 상대국 외교가에 한국 정부의 정책 연속성과 신뢰도를 스스로 깎아내린 상징적 참사로 남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주요 직위자들의 석연치 않은 급작스러운 사퇴 파동까지 겹치면서, 국정의 요직들이 마치 소모품처럼 갈아치워지는 기괴한 풍경이 일상화되고 있다. 국정 쇄신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당사자와의 최소한의 사전 조율이나 설명조차 생략된 폭력적인 '기습 통보'만이 자리 잡고 있다. 공직자로서 국가에 헌신해 온 이들에게 주어져야 할 기본적인 예우와 절차적 존중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서슬 퍼런 단두대의 칼날만이 허공을 가르고 있다.
이와 같은 일방적 '컷오프' 방식을 두고 일각에서는 통치자의 과단성과 신속한 결단력을 보여주는 결기 어린 통치 스타일이라 치켜세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전 통지(Notice)조차 생략된 채 전격전처럼 감행되는 경질은 결단력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성과 내부 소통의 완전한 부재를 자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시스템과 규율에 기반해야 할 행정부가 오직 권력자의 돌발적인 낙점과 축출에 의해서만 움직인다면, 이는 법치와 거버넌스가 아닌 전근대적 군주의 변덕에 가까운 국정 운영이다.
더욱 심각한 역풍은 관료 사회 전체에 번져가는 극심한 보신주의와 패배감이다. 언제, 어떤 이유로 권력의 눈 밖에 나 하루아침에 내팽개쳐질지 모른다는 공포는 공직자들로 하여금 소신과 창의를 버리고 오직 맹목적인 눈치 보기와 복지부동만을 체득하게 만든다. 책임 있게 정책을 추진하던 고위 관료가 하루아침에 미아가 되는 모습을 목도한 관료들에게, 과연 국가를 위한 헌신과 책임 행정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국정 운영의 효율성과 쇄신은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과 숙의 속에서만 그 빛을 발한다. 소통을 거두어들이고 예의를 벗어던진 권력의 일방통행은 단기적으로는 서슬 퍼런 장악력을 뽐낼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통치 정당성을 스스로 갉아먹는 자가당착의 늪에 빠질 뿐이다. 한칼에 베어내는 속도감에 도취되어 국정의 안정성과 인재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것은 쇄신이 아니라 명백한 자기 파괴다.
정치는 본래 사람의 마음을 얻고 조율하는 가장 정교한 예술이어야 한다. 공항 한복판에서, 혹은 야심한 밤중에 날아드는 숙청 같은 인사 통보로 국정의 난맥상을 돌파하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라도 권력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곧 국정을 대하는 태도임을 자각하고, 최소한의 상식과 소통이 담보된 품격 있는 인사 시스템을 복원해야 할 것이다.
참고 자료
최근 정부 주요 부처 고위직(경제부총리, 통상교섭본부장 등) 및 핵심 정무직 인사 교체 보도 자료
사전 조율 및 공식 사전 고지(Notice) 부재 논란 관련 주요 일간지 사설 및 정치평론
공직 사회 내부의 복지부동 및 관료주의 심화에 관한 행정학/정책학 분석 담론
막스 베버(Max Weber)의 관료제적 절차주의 및 직업정치관 관련 논의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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