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소리] 독립유공자 서훈 지정은 늘 말이 많은 분야다. 일제 36년이란 긴 세월이다. 이름이 잘 알려진 독립운동 인사야 그렇다 치더라도, 잘 알려지지 않던 독립유공자 선정에 기준이 늘 문제였다.
공산주의자들이 세운 북한이란 변수이다. 공산주의자들도 독립운동에 나선 만큼, 이념에 앞서 그들의 공적을 기려야 하지 않느냐는 합리적 주장에 따라, 북한 변수를 뒤로하고, 공정하려 애쓰던 정부였다.
하지만, 가짜 독립유공자 서훈 일로 제동이 걸렸다. 북한이 핵무기 위협과 공산주의를 포기하지 않고, 남한의 체제를 붕괴시키려는 시도까지 용인할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북한 공산주의 체제에 기여하고, 남한 체제를 부정하는 세력까지, 독립유공자로 선정해야 하느냐는 모순을 가릴 때가 되었다는 정부다.
독립운동은 인정하더라도, 북한 공산주의 체제에 적극 앞장선 세력은 아직 안 된다는 기준 얘기다. 북한 공산주의자로 찬양받는 자를 반일민족주의로 포장한, 친북 반국가세력까지 독립유공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기준이다. 지난 민주당 정부 때, 평화통일 거론하며 북한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한몫했다.
심지어 북한 공산주의 체제를 찬양하고 앞장선 인물까지, 독립운동 공적이 크다며 서훈을 추진하였던 일에 대해, 차제에 정리할 때가 되었다는 판단이다. 맞는 얘기다.
한국전 때문에, 북측에 대한 전쟁 의심이 없어진 게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쏴대는 중장거리미사일과, 핵전쟁 운운하며 남쪽을 위협하는, 호전적인 북한 공산주의 체제가 변함이 없다. 독립운동가였다가 친북 공산주의자였던 인물을 껴안기엔 아직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
언젠가 통일이 된 이후에, 우리 사회 분위기가 성숙한다면, 공산주의 운동에 심취하고 북한 체제에 적극 동조하고 활동했던 인사들까지 포함할 수 있는 기준을 새로 마련하면 되는 일이다. 이도 한국전 등 전쟁 범죄까지 용인될 일은 아니다.
보훈부가 사회주의운동 평가 기준을 정립한다는 소식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어물쩍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았던 손혜원 전 의원, 김원웅 전 보훈처장 부친에 대해, 보훈 판단을 다시 한다는 정부다.
기준 정립이 우선 가장 큰 과제이지만, 서훈 판정 절차를 강화한다고 한다. 법원 체제처럼 3심제로 강화하겠다는 얘기다. 차제에 독립운동 활동과 공산주의 활동을 재조명해보겠다는 기준과 절차다.
죽산 조봉암, 동농 김가진, 한때 주목받았던 김원봉 같은 케이스다. 다소 극단적 케이스지만, 박헌영 남로당 계열, 북한 정권 설립, 조선공산당재건동맹이나 조선인민공화당 활동 이력이 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적자까지 독립유공자 지정해 서훈해야 하느냐는 논란이다.
이런저런 논란 때문에, 보훈부로 승격된 박민식 장관이 마련한 방안은, 독립운동 범위를 확대해 서훈 대상 기준을 넓게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공산주의 활동 등 과오가 있더라도 서훈 추서가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달리, 친일 행적이 있어도, 독립운동 활동에 공이 큰 인물들이 포함될 수 있는 이치다.
반공반북, 반일민족주의 분위기로 독립유공자 서훈 추서가 쉽지 않았다. 일제 경우도 아직 용서와 화해가 안 되는 국민 정서가 강해, 친일 이력 때문에 독립운동 활동을 인정받지 못한 인물들을 여권도 적극 옹호하지 못한 분위기가 남아 있다.
2019년부터 독립유공자 공적 전수조사 사업을 진행했다는 보훈부 측 발표다. 애초 7월까지 초기 서훈자 1천500여명에 대해, 1차 조사를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조사 객관성과 공정성 시비로 진행이 어려웠던 현실이다.
“그림자가 있더라도 빛이 훨씬 크면 후손들이 존중하고 교훈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방안을 밝힌 박 장관이다. 이에 따라, 누구든지 예외 없이 접근하겠다는 그의 의지다. 일제 당시, 선교사, 의사, 교사 신분으로 독립운동에 기여한 외국인들, 신사참배 거부로 옥중 순국한 인사들, 일제에 협력 형태로 독립운동 자금 지원 활동에 기여한 인사들도 독립유공자 포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얘기다.
차제에 손혜원 · 김원웅 부친 공과 또한 이 방안에 따라 재검토하겠다는 뜻이다. 따지고 보면 친북 논란이다. 대한민국 초대 농림부 장관이자 좌익 계열 독립운동가 조봉암과 임시정부 고문인 독립운동가 김가진 서훈 검토가 갈리는 대목이다.
전자 경우는 좌익에다 친일 흔적이 있다는 이유로 유족 요청이 반려된 케이스다. 후자 경우는 1846년 출생해 1922년 상하이에서 사망해 임시정부장으로 장례를 치른 케이스다. 100년이 지나도록 유해 봉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서훈도 시행되지 않아, 모두 재검토한다는 얘기다.
박 장관에 따르면, 연내 특별분과위원회를 신설해 쟁점 안건을 판단하겠다고 한다. 예비심사 제1공적심사위원회, 본심 제2공적심사위원회, 여기에 심층 논의가 필요한 사안에만 특별분과위원회를 3심제로 추가하겠다는 내용이다. 2심 인적 구성에는 역사 전공자, 정치, 사회, 법률 전문가들이 참여할 모양이다.
그간 논란이 된 독립유공자 포상, 달리 가짜 독립유공자가 포함되기도 했던 사례를 검토해, 포상 적절성 및 부실심사 등의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논란이 된 손혜원 전 의원 부친 손용우 씨 경우, 1923년에서 1999년 기간 삶에 비춰, 일제 말기 청년 시절과 해방 이후 이력이 논란이 된 케이스다. 우리 사회의 반공 이념 정책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았느냐는 항변일 수 있다.
해방 이후 조선공산당에서 활동한 이력 때문이다. 6차례나 보훈 심사를 요청해 매번 탈락했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그만큼 독립운동 활동 공적이 있었는데, 공산당 활동만으로 포상받지 못한 점이 억울했다는 뜻일 수 있다.
2018년 변경된 심사기준을 적용받아, 7번째 신청 만에 독립유공자로 선정될 수 있었다는 얘기도 잘 믿기지는 않는다. 정부가 바뀌니 기준이 달라져, 공산당 활동 이력에도 불구하고, 독립운동 활동 이력을 인정받았다는 얘기여서다.
김원웅 전 보훈처장 부모 김근수 씨와 전월순 씨에 대한 얘기도 비근하다. 김근수씨는 1992년에, 전월순씨는 2009년에 사망한 관계로, 여러 차례 보훈 신청을 했던 사례다.
김근수씨는 1963년 대통령 표창, 1977년 건국포장,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전월순씨는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공적 조사에서 출신지, 이름, 활동 시기 등이 달라 공훈 기록이 허위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때 2021년 1월 서훈 자격에 문제가 없다는 당시 보훈처 발표가 뒤따르기는 했다.
바로 사회주의운동 이력에 대한 기준이 정권에 따라 달라져서라는 정부 측 얘기가 전해졌다. 사회주의운동 이력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마르크스, 레닌주의, 주체사상을 신봉하며, 한국전쟁을 일으키고 여전히 남한에 호전적인 북한 공산주의가 가장 큰 이유다.
손혜원 전 의원 부친 경우는 허위 이력 논란도 있었다. 1970년 이전엔 보훈처가 아닌, 당시 문교부와 총무처 등에서 담당해, 중복 포상이 발생하기도 하였고, 부실 심사로 부적격자가 서훈을 받은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된다.
독립운동이 오늘날 대한민국 건국에 기여한 공이 커야 한다는 정부 측 얘기다. 공산주의 국가 건립을 위한 독립운동은 우리네 사정에 맞지 않아,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전한다.
독립유공자 공적이 온전하게 평가받고, 서훈의 영예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박 장관 다짐엔, 독립운동, 사회주의운동, 공산주의 운동, 민족운동, 건국에 대한 기여와 공적, 무엇보다 독립운동 성격에 있어 보인다.
독립운동 활동으로 일제가 망하였으면 공적이 인정받아야 한다는 논리에서, 공산주의 국가 건립 목적의 독립운동은 아직 수용하기 어렵다는, 분단국 현실이다. 태평양 전쟁을 승리로 이끈 미국 주도로 광복이 이뤄진 대목이 독립유공자 평가에도 일정 부분 작용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