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소리] ‘문재인 간첩설’이 단순하지 않다. 그냥 나온 얘기 정도가 아니라, 잊을만 하면 나오고, 반론이 이어 나오고 하면서, 멈출 줄 몰라서다. 이번엔 이재명 대표가 항변했다.
어제 26일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 간첩 발언했던, 박인환 경찰제도발전위원회 위원장을 향해, 이 대표가 27일 페북 글에 사과하고 물러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당 최고위에서 공식 발언하지 않고, 키보드정치 스타일로 박 위원장을 저격한 저의가 자못 궁금하다. 당론이라기 보다, 자신의 사견이라는 의미로 해석되길 바라서였을까. 당 최고위에서 당 대표 발언이 갖는 무게를 생각해서, 사견 형식을 택했으리라 여겨진다.
박 위원장이 검찰 출신이라 더 문제를 삼지 않나 싶기도 하다. 당장 망언에 대해 사과하라는 이 대표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도 경질하라는 투다.
망언이란 헛된 말이란 뜻이다. 이를 철 지난 색깔론으로 치부한 이 대표다. 색깔론이 형태는 달라도, 자신만의 색깔을 지울 수는 없다. 간첩이라고 표현한 박 위원장 경우, 문재인 전 대통령 비호가 있었기에 최근 간첩단 사건이 터지는 것 아니냐는, 다소 약한 논리 연결 고리였다.
박 위원장이 시민의 기본권 수호를 위한 경찰제도개혁을 맡고 있는 처지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는 이 대표 판단이다. 사정 기관의 연장으로 보았다. 정치 보복 수사에, 정치 퇴행에, 전직 대통령에 대해 막말까지 서슴치 않는다는 그의 비판이다.
색깔론이 역사적 퇴행이란 점에 시선이 간다. 특히 박 위원장이 검찰 출신이란 점 때문에, 색깔론과 퇴행이란 주장이 더 힘을 받고 있다. 검사 왕국 들어서더니, 간첩 낙인, 무조건 빨갱이 딱지 등 행태가, 마치 군사 독재 시절 악습이란 그의 얘기다.
인과론을 언급한 박성준 대변인 논평도 흥미롭다. 대통령이 임명한 공직자는 대통령과 색깔이 같은 거라, 대통령이 빨갱이면 검찰총장도 빨갱이었다는, 다소 논리가 약한 반론이다.
문제의 핵심은 간첩설에 있다기 보다, 전직 대통령을 걸고 넘어진 여권 처사에 분개한 야권이다. 모욕으로 요약된다. 그런 사람을 경찰제도발전위원장으로 임명한 대통령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반론도 제기했다.
인과론적 논리 주장은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제기했다. 간첩이 대통령이면 검찰총장이 간첩한테 임명된 만큼, 윤 대통령이 간첩 하수인 아니냐는 논리다. 약한 논리적 고리이긴 하다.
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간첩 얘기를 들어야 하냐에 반론이 실렸어야 했다. 이게 부족하다는 뜻이다. 다만 국가정보원 퇴직자 모임, 양지회가 개최했던 국가 안보 토론회 분위기 상, 최근 간첩사건과 문재인 간첩설이 무관하지 않다는 추론이다.
그 근원에는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위원회 이사장의 문재인 공산주의자 발언, 공산주의자 신영복 전 교수를 존경한다는 문 전 대통령을 향해,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의 대동소이한 발언이 깔려있다.
2022년 9월 16일 대법원 판결까지 진행되었던 문재인 공산주의자 발언 사건은, 결국 원고 문 전 대통령이 패소해, 고 전 이사장이 무죄 확정판결로 끝나, 여운이 아직 우리 사회에 남아 있다.
토론회에서, 70% 이상 국민이 문재인이 간첩이라는 것을 모른다는 박 위원장 얘기가 그냥 던져본 말이 아닌 셈이다. 연이어 터져 나오는 간첩단 사건에는, '문재인 비호'가 있었다는 그의 추정이었다.
간첩단 사건과 문재인 간첩설 인과론은 다소 약한 고리이긴 하다. 박인환 위원장, 이재명 대표, 박용준 의원 간 설전에 드러나 있지 않는 대목이 있다. 문재인 공산주의자 주장이 없어지지 않는 일부 사회 분위기이다.
그런 연유 때문인지 알기 어렵지만, 간첩 색출을 전담으로 맡았던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폐지한 문재인 정부 얘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찰로 이관될 날이 6개월 남았다는 우려가 가장 큰 줄기다. 간첩단 사건이 연이어 터지는 일이, 결국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때문이란 논란이다.
간첩이 넘쳐나는 사회는 바로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때문이란 주장과 함께, 그 요인엔 문재인이 간첩이라는 것을 국민 70%가 몰라서란 얘기를 박인환 위원장이 꺼냈던 터다.
박 위원장은 거침이 없었다. 정구영 한국통합전략연구원 부원장이 토론회에서, 국정원 대공수사권 존속 기한을, 여야 합의 부칙 개정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하자, “문재인 간첩 지령”인데 민주당이 듣겠느냐는, 박 위원장 말이 전해졌다.
“국정원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정치화돼 있는지 알겠다”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 얘기도 화제다. 아마도, 검찰 출신이 국정원 인사에 깊이 개입하는 추세를 지적한 듯 하다.
실제 박 전 원장이 국정원 수장으로 있을 때, 대북 간첩단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느냐는 얘기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야권 정부 때부터 간첩 활동이 꽤 알려져 있던 터이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북 관계 때문에, 설혹 인지했다고 하더라도 별 다른 조치를 하기는 어려웠을 거란 추정이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평화 통일 분위기를 임기 말까지 어떡하든 살려 보려는 문 전 대통령 의욕 때문이다.
“대북 수사했던 사람 중심으로 800명을 물갈이 했다”는 김대중 정부, 이어 “계속 물갈이시켰다”는 그 뒤 정부로 인해, “우리 스파이망 등 다 파괴되고 조직 문화가 엉망이 되었다”는, 윤희숙 전 의원 지적이 뒤따랐다.
해당 발언은 27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 출연해서다. 이어 외교관 출신인, 김규현 국정원장 유임 쪽으로, 윤 대통령이 가닥을 잡았다는 그의 얘기다. 물갈이를 최소화하고, 파벌을 정리하고,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라는 대통령 주문 아니겠냐는, 윤 전 의원 해석이다.
박지원 전 원장을 겨냥해선, 퇴직 후 정치한다고 돌아다니는 정보 기관 수장은 선진국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국정원장 시절 운운하며, 자기 정치하는 박 전 원장 때문에 국정원이 망가져 정치화되었다고 반격한, 윤 전 의원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 박탈로,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간첩은 매우 예민한 문제이다. 간첩이 색출되는 배경엔 지난 김대중 민주당 정부 때부터, 우호적 대북 분위기로 민간인들 또한 대북 접촉이 커지면서 만들어지긴 했다.
이후 간첩 얘기는 줄어들었고, 북한 다녀왔다는 인사들이 많이 늘어나긴 했다. 평화 통일 분위기가 성숙해, 정말 북한과 통일이 되나 하는 분위기가, 문재인 정부 때 연이은 트럼프-김정은 회담으로 최고점에 달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은 뜻밖이었다. 그 이후로 남북관계는 내리막길을 걸었고, 정권이 바뀌자, 간첩단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김정은의 무차별적인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가 주 원인이긴 하다.
며칠 전만 해도 핵 전쟁이 곧 발발할 거란 발언을 서슴치 않는 북한 당국이다. 들으라고 하는 얘기지만, 시도 때도 없이 쏘아 대는 고도화된 북한 무력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대로, 북한과의 우호 관계만을 고집할 수는 없게 되었다. 미국 등 우호국들과 협의해 상응하는 준비를 해야 하는 이쪽 사정도 시급해졌다. 내미는 손을 내치는 북한이 당장은 우호적인 태도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은 동북아 국제 정세다.
북중러에 대항해 한미일 동맹 관계가 엄정하고 진솔하게 강화되는 추세에다, 공산권과 자유권 싸움이 된 유럽 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를 정도로 전쟁은 길어지고 있다.
푸틴 측근으로 알려진, 바그너 그룹 수장 프리고진 주도로 러시아 용병 반란이 일어났다는 얘기가 외신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이게 내부 반란 기폭제가 되어, 또 다른 반푸틴 움직임이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 안고 있는 러시아 정권이다.
핵전쟁 발발 운운하는 북한 측 발언이, 러시아에 대한 어떤 정보를 갖고 얘기하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불안해지는 국제 정세에 한반도라고 해, 안전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인환 위원장으로 불거진 문재인 간첩설과, 오래 전부터 논란이 된 문재인 공산주의자 주장이 중첩되는 이유도 주목된다. 한치 앞을 예견할 수 없는 국제 정세 변화 때문이다.
평시라면 넘어 갈 수 있을지 모른다. 작금의 간첩단 사건이 문재인 간첩설과 직접 관련이 없을 수 있다. 다만 그런 논란이 증폭되는 사회 분위기 배경엔, 시시각각 변하는, 자유권 대 공산권 블록으로 나뉘어지는, 국제 정세가 한몫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