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소리] 이익이나 이해 단체 경우 정치권 로비가 어디까지 합당하고 불법인가를 선 긋기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조직이나 구성원의 존속을 위해 로비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합리적 추론이다.
그만큼 정치권 로비가 보장된 미국 사회에 비춰, 한국 사회는 정치권 로비가 굉장히 까다로운 편이다. 부정부패 로비가 극심하고, 이권에 물불을 가리지 않아서다.
민노총 산하 건설노조 얘기다. 옛 민중당이고 현 진보당 관련 행사에 8000여만원 불법 후원금을 조성해 후원했다는 소식이다. 특히 ‘이석기 석방 대회’ 등에 잘 알려진 ‘쪼개기 후원 수법’이다.
많이 후원해 줄수록 생색이 나는데, 건당 최대 500만원이고, 이도 정치자금법 위반하지 않으려면, 후원금 기록에 남겨 정기적으로 선관위에 보고해야 한다. 후원금 액수에 제한이 없는 미국 사회에 비교하면, 한국 사회는 너무 엄격하다.
따지고 보면, 정치권 향한 로비가 왜 필요하냐는 의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건설노조가 지난 2019년 특별당비 명목으로 노조원 1인당 3만원~27만원씩 걷어 옛 민중당 측에 건넨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양이다. ‘불법 로비’라는데, 왜 하냐는 의문이다.
건설노조 경기북부건설지부, 서울경기북부지부, 수도권북부지역본부 등에 걸쳐 수사 대상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 24일 김모 서울지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이 조사했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노조도 자신들이 하는 정치권 로비가 불법인 줄 알고 있는지, 근거를 남기지 말고, 바로 관련 회계 장부, 컴퓨터 디스크를 삭제하라는 등, 줄곧 증거인멸을 해 온 모양이다.
돈 로비다. 주고받고 은폐하고, 흔적 지우고, 삭제하는 반복 행위다. 돈 관계 아니면 굳이 이럴 필요가 없다. 최소한 법으로라도 규제하지 않으면, 정상화된 국가 운영이 어려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우리 사회다.
그간 난장판인 국회 모습에, 의원들과 결탁해 이익을 도모하려는 단체나 로비가 극성인 이유가 있다. 김남국 의원 등 코인 로비에 나선 이익 단체가 입법 로비를 위해 국회 회관을 뻔질나게 들락거린 일, 이재명 대표 대선 출마를 위해 권순일 대법관 만나려고 대법원 출입이 잦았던 김만배 씨 등만 보아도, 로비 성격이 무엇인지 잘 말해준다.
민노총 산하 건설노조가 요즘 언론에 기사거리를 제공하는 단체로 부상했다. 시위나 집회가 신고한 내용을 넘어 불법으로 치닫는 데다가, ‘윤석열 퇴진’ 등 반정부 노선이 뚜렷한 대목도, 달리 보면 달라진 로비 방식 아닌가.
친정부, 반정부 노선을 그들이 왜 하겠는가. 이권 때문이라 보는 게 합당하다. 달리 정치권에 나서 무엇을 해달라는 로비 성격을 벗어나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려면 당사자 사이 이해관계가 떨어져야 한다.
정치인은 확실한 지지층에 이권이나, 돈까지 받으면 더 좋다. 로비하는 측은 사회 생태적 이치를 잘 알아, 돈을 줘야 움직이는 ‘악어와 악어새’ 관계를 활용한다.
이번 진보당 경우 ‘이석기 석방 대회’ 등 행사에 건설노조 지원금을 받은 적이 없다는 당연한 주장이다. 허위사실 유포로 오히려 경찰 측을 겨냥해, 진보당은 ‘불법 여론몰이’, ‘정치탄압’ 운운하며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건설노조 한 간부가 2019년 각종 행사에 노조 계좌에서 행사 관련 계좌로 수십 차례 4000여만원 송금한 정황이 드러났고, 심지어 노조비를 개인 용도로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는 경찰 측 얘기다.
법망을 피하고자, 노조 직원들이 개인 계좌 형식으로 돈을 보내고 ‘인증’하면, 노조 계좌에서 인출한 현금으로 건네는 방식이었다. 감쪽같아 보이긴 하다. 흔적이 남지 않는 현금만큼 ‘안전한 로비’는 없다.
‘로비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지’는 사회마다 영원한 숙제다. 법 그물망이 아무리 조밀해도 속이고 없애면 그만이고, 들켜도 ‘찾아 보라’며 오리발을 내밀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