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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21일 일요일

국민의힘이 당명을 바꾼다고? - 무엇이 그렇게 부끄러운가

 


세상소리 ㅣ Master of Satire

[논평]

보수는 위기에 빠질 때마다 거울 대신 명패를 바꿔 달았다. 얼굴은 그대로인데, 문패만 새로 달면 다른 집이 되는 줄 안다. 신한국이든 새누리든 국민의힘이든, 그 문을 열고 들어오면 늘 같은 풍경이다. 같은 사람, 같은 언어, 같은 방식, 같은 회피. 이름만 새것이다.


정당이란 결국 사람의 집합이다. 그런데 사람을 그대로 둔 채 간판만 바꾸는 걸 ‘쇄신’이라 부르는 순간, 그 정당은 이미 자기 자신을 설득할 의지를 잃은 상태다. 몸을 단련할 생각은 없고, 유니폼만 갈아입는 선수처럼 행동한다. 경기력이 나아질 리 없다.


보수는 근본적으로 강한 지지 기반을 가지고 있었다. 선거 때마다 숫자는 증명됐다. 문제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였다. 분열했고, 등을 돌렸고, 스스로를 무너뜨렸다. 패배는 음모가 아니라 자해였다. 그런데도 책임을 인정하기보다는, 또다시 이름을 바꾸는 쪽을 택한다. 실패를 분석하기엔 용기가 부족하고, 사람을 정리하기엔 관계가 아까웠던 탓이다.


이름을 바꾸는 행위에는 늘 비겁한 계산이 숨어 있다. “이번엔 좀 속아주지 않을까.” 그러나 유권자는 바뀌었다. 몇 번의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학습했다. 간판은 바뀌어도 태도는 안 바뀐다는 사실을 말이다. 위장색을 바꾼다고 포식자가 초식동물이 되지 않는다.


정치는 세탁이 아니다. 오욕과 오명은 함께 짊어지고 가는 것이다. 씻어내려면 물을 끼얹을 게 아니라, 불을 통과해야 한다.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물러날 사람은 물러나고, 잘못된 노선은 공개적으로 폐기해야 한다. 그 고통을 피하려고 이름부터 바꾸는 순간, 그 정당은 다시 도망치는 셈이다.




정면으로 밀고 나갈 때만 판은 바뀐다. 불순물을 털어내는 과정은 언제나 거칠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정치는 그렇다. 진짜 싸움을 시작하면, 오히려 흐름이 살아난다. 경제가 그렇듯, 정치도 힘차게 뻗어 나갈 때 지지 세력은 다시 모인다. 숨을수록 더 줄어든다.


보수의 실패는 지지자가 없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판을 걷어찼기 때문이다. 차려진 밥상을 의심하며 엎고, 왜 굶느냐고 외친 꼴이다. 이쯤 되면 문제는 외부 환경도, 시대 흐름도 아니다. 기본적인 판단력의 문제다.


이름을 바꿀 시간에 사람을 바꾸고, 구호를 바꿀 시간에 태도를 바꿔라.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새 간판은 또 하나의 임시 가면에 불과하다. 유권자는 더 이상 가면극에 박수치지 않는다.


정당은 위장으로 살아남지 않는다. 살아남는 건 언제나, 끝까지 책임을 감당한 쪽이다. 이름이 아니라, 등뼈를 세울 차례다.



세상소리 ㅣ Master of Satire

Soc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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