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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명태균 사건을 둘러싸고 엇갈린 1심과 2심의 판단, 그리고 이진관 재판부의 다른 사건 양형이 던지는 사법적 질문/credit: donga |
법정의 숫자는 때로 긴 판결문보다 더 많은 말을 한다. 명태균의 무상 여론조사 사건이 그렇다. 김건희 여사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였다. 그런데 윤석열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여론조사 14회에 대한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7일 서울고법 형사7부는 그 판결을 뒤집어 윤 전 대통령과 명태균씨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결국 같은 사건의 법정 풍경은 ‘무죄·무죄·유죄·무죄’라는 묘한 배열을 만들었다. 항소심은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씨 사이에 여론조사 제공에 관한 의뢰나 협의 등 의사 합치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고, 정치자금 기부의 고의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배열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은 1심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이진관 부장판사의 판단이다. 물론 1심과 2심이 다른 결론을 내렸다고 해서 어느 한쪽을 곧바로 오판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재판부마다 증거를 해석하고 법리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판단이 달라질 수 있고, 그래서 항소심이라는 제도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하나의 질문을 남긴다.
왜 같은 명태균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는 두 번 무죄였고,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진관 재판부에서만 유죄였다가 항소심에서 다시 무죄가 되었는가. 법원은 판결의 독립성을 말하지만, 국민은 판결 사이의 간격을 바라보며 그 차이를 묻는다. 그 질문이 더 예민해지는 것은 이진관 재판부가 그동안 보여준 양형 때문이다.
지난 1월 한덕수 전 국무총리 사건에서 특검은 징역 15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6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사건에서도 특검 구형은 징역 20년이었지만 선고형은 징역 25년이었다. 두 사건 모두 특검의 구형보다 무거운 형이 나온 것이다. 특히 박성재 사건에서는 재판부가 일부 혐의를 공소기각하는 동시에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주요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다 보니 법정 밖에서는 이진관 재판부를 두고 ‘특검 자판기’라는 거친 표현까지 등장한다. 그러나 이 표현에는 처음부터 이상한 역설이 있다. 자판기라면 주문한 만큼 나와야 하는데, 이 재판부에서는 특검이 주문한 형량보다 더 많이 나온 사건도 있기 때문이다. 한덕수 사건은 구형보다 8년, 박성재 사건은 5년이 더 많았다.
그렇다면 ‘특검 자판기’라는 말 자체가 정확한 진단이라기보다, 특검의 주장과 재판부의 판단이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는지를 두고 생겨난 정치적·사회적 풍자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그 풍자가 던지는 진짜 질문은 따로 있다. 특검의 구형보다 더 무거운 형이 반복되고, 다른 사건에서는 항소심이 1심 판단을 뒤집는다면, 우리는 그 차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더구나 명태균 사건의 2심은 1심의 논리를 정면으로 뒤집었다. 항소심은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정치자금법상 재산상 이익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으며,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씨 사이의 의사 합치 역시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김건희 여사의 1·2심 무죄 판단과 같은 방향이었다. 물론 사건별 증거와 법률적 쟁점이 다르므로 단순 비교는 위험하다.
그러나 국민의 눈에는 같은 사건, 같은 여론조사, 같은 명태균이라는 이름 앞에서 유·무죄가 갈라졌다가 다시 합쳐지는 모습으로 보인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사법부의 설명 책임이 중요해진다. 결국 문제는 이진관이라는 한 판사의 이름을 붙잡고 ‘자판기’라는 딱지를 붙이는 데 있지 않다. 판사는 판결로 말하고, 그 판결은 항소심과 상고심의 검증을 받는다.
더구나 특정 판결이 항소심에서 뒤집혔다고 해서 그 판결을 내린 판사의 법적 독립성까지 부정할 수도 없다. 그러나 법정 밖에서 이상한 별명이 만들어질 만큼 판결의 패턴이 국민의 눈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면, 법원 역시 그 현상을 단순한 정치적 공격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왜 특검 구형보다 훨씬 무거운 형이 선고됐는지, 왜 명태균 사건에서는 유독 다른 판단이 나왔는지 그 법리와 증거의 차이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설명하는 것 역시 사법부의 몫이다. 법정은 자판기가 아니다. 특검이 버튼을 누른다고 형량이 나오는 곳도 아니고, 여론이 버튼을 누른다고 무죄가 나오는 곳도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판결에는 독립성과 함께 설명이 필요하다. ‘특검 자판기’라는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왜 그런 농담이 법정 밖에서 생겨났느냐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무죄·무죄·유죄·무죄라는 명태균 사건의 숫자, 구형 15년에 23년, 구형 20년에 25년이라는 양형의 숫자가 한 화면에 놓인 순간, 법원은 국민에게 하나의 질문을 되돌려 받는다. 판결은 독립되어 있는가. 그렇다면 그 독립된 판단의 차이는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되고 있는가. 사법부가 답해야 할 질문은 바로 그것이다.
참고문헌
- 연합뉴스, 「'명태균 여론조사 수수' 尹 징역2년…김건희 '무죄'와 충돌」 — 2026.7.13. 이진관 재판부의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유죄 판단, 김건희 여사 1·2심 무죄와의 차이를 확인하는 핵심 자료다.
- 연합뉴스, 「법원 "尹·김건희 정치적 공동체…명태균 위해 김영선 공천 관여"」 — 2026.10.8. 윤석열·명태균 사건 2심 판결의 구체적인 판단 이유와, 1심과 달리 여론조사 무상 제공의 대가성과 공모를 인정하지 않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 한국일보, 「윤석열 2심 무죄로 뒤집혔다…‘명태균 여론조사, 정치적 조언에 불과’」 — 2026.10.7. 1심의 징역 2년이 2심에서 무죄로 뒤집힌 과정과 핵심 법리를 비교하는 자료다.
- 파이낸셜뉴스·뉴스1, 「구형보다 높은 형 택한 이진관 재판부…한덕수보다 박성재 중형 선고 이유는」 — 2026.6.22. 한덕수 전 총리 구형 15년→선고 23년, 박성재 전 장관 구형 20년→선고 25년이라는 양형 차이를 확인하는 자료다. 또한 한덕수 사건이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으로 감형됐다는 점도 확인된다.
- 서울신문,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수수’ 윤석열 전 대통령 항소심 무죄」 — 2026.10.7. 서울고법 형사7부의 2심 무죄 선고 및 사건 개요를 교차 확인하는 자료다.
Socko/Gho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