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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권형 개헌은 대통령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인가, 아니면 국회와 정당으로 이전하는 것인가./gimage |
분권형 권력구조라는 말은 듣기만 하면 매우 매력적이다.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집중된 권력을 나누고, 국회와 총리에게 권한을 배분하며, 중앙정부의 권한까지 지방으로 내려보낸다면 민주주의는 한 단계 성숙할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2026년 들어서도 개헌 논의에서는 대통령 권력의 국회 분산, 국회 권력의 분산, 중앙권력의 지방분산이 주요 의제로 제시되고 있다. 국민통합위원회 역시 2028년 총선과 동시에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개헌 논의를 제안하면서 권력구조 개편을 핵심 과제로 거론했다. 문제는 ‘분권’이라는 좋은 단어 뒤에 숨어 있는 훨씬 현실적인 질문이다. 권력을 누구에게 나누는가? 그리고 그 권력을 나눠 갖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제시했던 개헌 구상은 대통령 4년 연임제와 국무총리의 국회 추천 등을 통해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당시 연합뉴스는 이 구상을 대통령의 책임성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총리 추천을 통해 권력을 분산하는 방식으로 설명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4년 연임제’와 ‘분권’은 서로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4년 연임제는 국민이 대통령을 다시 평가할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이고, 분권형 대통령제는 대통령과 총리, 더 넓게는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 실질적인 국정 권한을 배분하는 제도다. 따라서 분권을 이야기하면서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까지 함께 논의한다면 국민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 권력을 분산하는 개헌인가, 아니면 권력의 재배치를 통해 장기적인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는 개헌인가.
분권형 대통령제의 가장 큰 함정은 ‘권력을 줄인다’는 표현과 실제 권력의 이동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데 있다. 대통령이 외교·안보를 맡고 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이원정부제라면, 대통령과 총리가 서로 다른 정치적 기반을 갖게 될 경우 국정의 책임소재가 오히려 흐려질 수 있다. 반대로 대통령과 의회 다수세력이 같은 정치세력이라면 총리 추천권과 내각 구성권을 가진 국회가 새로운 권력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다. 과거 개헌 논의에서도 분권형 대통령제는 대통령과 총리가 외치와 내치를 나누는 형태로 설명돼 왔지만, 동시에 어떤 정치세력이 국회 다수를 장악하느냐에 따라 권력의 실제 중심이 달라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결국 분권은 권력의 소멸이 아니라 권력의 이전이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질문은 ‘누가 이익을 얻는가’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권력분산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권력이 여러 사람에게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행사한 사람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구조다. 대통령이 외교·안보를 책임지고 총리가 경제·사회·행정을 책임진다면 국민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구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대통령과 국회가 충돌하면 어느 쪽이 국정 실패의 책임을 져야 하는가. 반대로 여당이 국회 다수를 장악해 총리를 사실상 지명한다면 대통령의 권한을 줄였다는 명분 아래 국회 다수파의 권력이 비대해질 가능성은 없는가. 이것이 분권형 권력구조 논의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제왕적 대통령을 없애려다 제왕적 의회 또는 정당정치로 이동하는 것은 분권이 아니라 권력의 자리바꿈일 뿐이다.
특히 한국 정치에서 분권형 권력구조가 갖는 위험은 ‘국민이 직접 뽑은 권력’과 ‘정당 내부 협상을 통해 만들어진 권력’ 사이의 간극이다. 대통령은 전국민의 직접선거로 선출되지만 총리와 내각은 국회의 정치적 구도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공천권을 장악한 정당 지도부와 국회 다수파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국민이 직접 선택하지 않은 정치적 거래가 국가 운영의 핵심을 좌우할 수도 있다. 과거에도 분권형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둘러싼 논쟁에서 이러한 문제가 반복됐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면서도, 대통령 4년 중임제와 분권형 정부, 의원내각제 중 어느 구조가 적절한지를 두고 첨예하게 갈렸다. 따라서 ‘분권’이라는 단어만으로 개헌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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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재명 정부가 분권형 권력구조를 추진한다면 국민이 먼저 요구해야 할 것은 권력의 분산표가 아니라 권력의 책임표다. 대통령에게 어떤 권한을 남기고, 총리에게 어떤 권한을 넘기며, 국회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 여당 지도부와 국회의원은 어떤 통제를 받는지, 지방정부에는 어떤 재정권과 입법권을 줄 것인지가 헌법에 구체적으로 설계돼야 한다. 더구나 2028년 국민투표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개헌은 특정 정권이나 특정 정치인의 이해관계를 넘어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국가 운영체계에 대한 논쟁이어야 한다. 국민통합위원회가 권력구조의 최종 선택은 국민의 결단이며 광범위한 여론수렴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힌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분권형 권력의 본질은 권력을 나누는 데 있지 않다. 권력을 나누면서도 국민이 그 권력의 주인이 되는 데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말 분권을 원한다면 질문은 간단하다. 대통령의 권한을 얼마나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그 권한을 누구에게, 어떤 절차로, 어떤 책임과 함께 넘길 것인가를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 대통령 권력을 국회로 옮기는 것만으로는 민주주의가 진전되지 않는다. 국회 권력을 정당 지도부로 옮기는 것이라면 더 위험할 수도 있다. 지방으로 권력을 넘기되 재정과 책임을 함께 넘겨야 하고, 총리에게 권한을 넘기되 국민에게 설명하고 책임지는 구조도 만들어야 한다. 결국 진짜 분권은 ‘이재명의 권력을 줄이는 개헌’도, ‘이재명 이후의 권력을 보장하는 개헌’도 아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권력자가 국민 위에 설 수 없도록 만드는 개헌, 그것이 아니라면 분권이라는 이름은 또 하나의 정치적 권력 재편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더 민감한 문제는 대통령 재임 중 형사재판과 탄핵, 그리고 개헌이 서로 맞물릴 경우 누가 가장 큰 이익을 얻느냐는 것이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재직 중 형사상 소추가 제한된다는 해석이 실제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중단으로 이어졌고, 그 적용 범위와 위헌 여부를 둘러싼 헌법소원까지 제기된 상태다. 그렇다면 임기 중 재판이 사실상 멈추고, 국회 다수당이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방어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경우 대통령은 상당한 사법적 시간을 확보하게 된다. 물론 헌법 84조가 이미 진행 중인 재판까지 당연히 중단시키는지는 법적으로 논쟁이 계속되는 사안이므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대통령은 법 위반이 있을 경우 탄핵소추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국회의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은 형사재판과 별개의 헌법적 절차다. 따라서 ‘국회를 방패로 삼으면 탄핵을 피할 수 있다’고 단순화할 수도 없다. 오히려 핵심은 국회 의석 구조다.
대통령 소속 정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다면 탄핵소추 자체의 정치적 가능성은 낮아지고, 반대로 여소야대와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결합하면 가능성은 급격히 달라진다. 현재 특정 확률을 숫자로 제시할 객관적 근거는 없다. 다만 지금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단축해서라도 개헌하겠다”고까지 언급하면서 동시에 대통령 권한을 국회와 나누는 개헌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정치적으로는 ‘내각제 꼼수’라는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 대통령 측은 이를 명확히 부인하며 4년 중임 대통령제가 일관된 공약이고 내각제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결국 의혹의 진위를 가르는 기준은 말이 아니라 개헌안의 실제 권력배분표다. 대통령의 재판은 언제 재개되는지,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은 어떻게 나뉘는지, 국회가 어디까지 정부를 통제하는지, 대통령의 임기와 연임 규정이 현직 대통령에게 적용되는지까지 모두 공개하지 않는다면 ‘분권’은 국민을 위한 제도개혁인지, 아니면 현직 권력의 사법적·정치적 위험을 다른 제도로 우회하는 장치인지 국민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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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 국가법령정보센터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제84조), 탄핵소추 및 탄핵심판 관련 규정을 확인하는 1차 자료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 국가법령정보센터 -
연합뉴스, 2026.08.14 — 이재명 대통령 4년 중임·연임 개헌 입장
이 대통령이 4년 중임 또는 연임제, 지방자치·기본권 강화, 필요할 경우 임기 단축 수용 입장을 재확인한 내용입니다.
연합뉴스 관련 기사 -
연합뉴스, 2026.07.01 — 국민통합위원회 개헌 논의
2028년 총선과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방안과 대통령 권력·국회 권력·중앙권력의 분산 문제가 논의됐습니다.
국민통합위원회 개헌 논의 보도 -
국민통합위원회 자료
개헌 특별기구를 구성하고 대통령과 국회가 공동으로 개헌안을 제안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습니다.
국민통합위원회 공식 자료 -
연합뉴스, 헌법 84조 논란
대통령 재직 중 형사상 소추와 기존 재판의 관계가 명확한지에 대한 법적 쟁점을 다룹니다.
연합뉴스 — 헌법 84조 관련 보도
Socko/Gho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