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소리] 국회의원은 말하고, 장관은 행위로 답해야 하는 패턴이, 박용진 의원과 한동훈 장관 사이 설전에서 드러나 흥미롭다. 입법부와 사법부 직업 차이에서 드러난, 요즘 정치권의 전형적 단면이다 싶어 씁쓸하다.
극단적인 표현으로 바꾸면, 직업 관계상 지적질은 의원이, 대꾸하면 안 되고 행동으로 따라 줘야 하는 게 장관 모습이다. 지적질 말만 하는 게 아니겠지만, 신원보증제도를 둘러싼 설전을 보면, 외형상 그렇게 비친다.
문제의 시작은 롤스로이스 차량 사건 처리를 두고, 사고 직후 행인을 친 20대운전자 석방에 대해, 의원과 장관 사이 설전이다. 언론에서도 이 사건 화두가 20대 운전자보다, 차종인 고가 롤스로이스가 초점이 된 모양새였다.
고가의 차를 몰 정도면, 고관대작 자녀 아니면 큰 부잣집 도련님으로 여길 정도여서, 눈길을 끌었다. 사고 직후 석방되었다고 해, 사회적 지위 때문에 풀어주었구나 하는 오해는 살 수 있었다.
평소, 사회 약자 배려와 공정 사회 정의감이 남다른 박용진 의원이 개입했다. 풀어준 이유가 신원보증제도 때문이란 대목을 그냥 넘기지 않은 그다. 경찰이 풀어 준 일을 검찰을 향한 공격으로 방향을 바꿔서다.
경찰에 대한 지휘권이 검찰에 있다는 의미로 지적한 게 아니라, 지휘하던 시절 예규를 왜 그대로 두었느냐는 지적이었다는, 박용진 의원의 반감섞인 지적질이었다.
이에 대해, 검수완박 탓에 사문화된 얘기를 두고, 왜 검찰 탓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한동훈 장관 반박이 나오면서, 두 사람 설전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법을 제정하는 직업인 국회의원과, 법을 집행하는 직업인 장관 사이에, 미운털이 박힌 검찰이 끼어있었다.
설전은 실상 철 지난 검수완박과 수사준칙을 둘러 싼, 양측의 감정 섞인 공방이었다. 수사준칙 어쩌고 하더니, 경찰 지휘하던 시절에 쓰이던, 신원보증제도 하나 안 고치고 지금까지 뭐 했느냐는, 다소 거친 항변이었다.
수사권 분리와 지휘권 박탈한 검수완박 입법해놓고, 왜 검찰은 걸고 넘어지나는, 한동훈 장관의 억울한 감성이 이어졌다. 그걸로 관련 예규가 사문화되었는데, 끄떡하면 검찰을 걸고넘어진다는 반문이다.
이재명 대표 등 야권 인사들 수사로, 미운털 박힌 검찰에 대한 야권 지적질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현장 신원보증제도 때문에, 롤스로이스 20대 운전자를 풀어 준 경찰을 지휘하지 못한 일이 아니라, 관련 예규를 검찰이 선제적으로 왜 폐지하지 못했느냐는 지적질이다.
설전 당사자가 법사위 위원에 법무부 장관 사이라, 지적질과 반항이 가볍지 않다. 그것도 평소 야권에선 바른말 잘하는 선두주자에, 정부 여당에선 가장 잘 나가는 대권주자 설전이다. 볼만한 말싸움 구경거리가 되었다.
원수처럼 여겼던 검수완박 뒤에 숨나, 원색적 공격을 퍼부은 박용진 의원이다. 수사준칙보다 신원보증제부터 먼저 경찰과 협의하고 검찰도 명시적으로 폐지했어야 한다는 쓴소리가 이어졌다.
한 마디로, 한동훈 장관이 장관 직업 제대로 못하고, 나 몰라라 한다는 지적질이다. 사고 직후 롤스로이스 20대 운전자를 풀어 준 근거가 대검찰청 예규 때문이란 내용이다. 롤스로이스 어휘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 고급차를 탈 정도면, 신원이 확실하다는 얘기이다. 확실하니 경찰이 사고 직후 일단 풀어준 일을 콕 짚었던, 박용진 의원이다.
그러자, 무리한 허위공격이라고 반박한 한동훈 장관이었다. 사법부 일이니, 사법부 수장인 장관이 나서야 하지 않나 하는 의무감 때문으로 비친다. 이를 두고, 왕자병이라고 공격 수위를 높인 박용진 의원이다. 한 치 양보가 없으니, 이참에 서로 잘 걸렸다 싶은 모양새다.
검수완박을 둘러 싼, 해묵은 쟁점인 검찰 수사권과 경찰 지휘권 박탈 논란으로 번졌다. 검찰이 경찰에 석방하라고 지휘했다고, 말한 적이 없다는 박용진 의원이다. 입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한동훈 장관을 겨냥해, 자신을 의심한 저의가 검수완박 탓이란 얘기다.
뭐든 무리하게 엮어 저를 공격하고 싶은 박용진 의원 마음 아니냐는, 한 장관의 불만 섞인 한탄이었다. 야권 의원들한테, 동네북처럼 공격을 워낙 많이 당하다 보니, 맷집이 생겨선지 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았던 한동훈 장관이다. 평소 성격대로, 박용진 의원 아니라도 야권 공세엔 꼬박꼬박 대꾸해주던 모습 그대로다.
왕자병을 넘어, 과대망상 증후라는 어휘까지 동원됐다. 대체 무슨 과대망상인가 지적질이다. 할 일 제대로 하란, 국회의원 지적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인 장관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뜻이 담겼다.
국회가 만든 법체계에 맞게 수사기관 예규와 훈령을 정비하는 일이, 장관의 할 일이란 대목이 눈에 띈다. 국회의원의 법체계 이행 감시와 지적에 따라야 하는, 장관의 집행 의무를 엿보이게 한다. 한쪽은 수시로 지적질하려 하고, 반대 쪽은 집행해야 할 법체계에 대한 입법부 잘못을 지적한 반감이다.
할 일 제대로 하란 지적을 공격으로 확대해석한다는, 과대망상 지적질 대목이다. 법사위원으로서 할 말에, 장관으로서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꼬는 투의 비아냥 지적질이다.
법사위원으로서 법무부 장관 역할을 지적했을 뿐이라고 하는, 박용진 의원 변론이지만, 전체적인 흐름에 남아 있는 정서는, 의원은 지적질 말을 수시로, 장관은 지적대로 시행해야 하는, 입장 차이가 뚜렷하다.
요즘엔 국회의원이 최고 높은 지위란 얘기가 세간에 떠돌고 있다. 선출직이란 이유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데, 가장 잘 어울리는 역할이 의원이란 의미다. 대통령, 장관 탄핵 퇴출에다,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지 법까지 바꾸면 될 일이란, 사고방식이 깔려있다.
태산처럼 무거운 장관 역할을 강조하며, 가볍게 처신하지 말라는 경고도 마찬가지다. 마치 윗 사람이 아랫 사람에게 하는 훈계조에, 책임을 느끼란 지적질이다. 기세가 넘친 야권 의원의 펀치와, 젊은 장관 샌드백 사이에, 롤스로이스 20대 운전자를 풀어 준, 신원보증제도가 차지하고 있다. 부자 젊은이, 경찰, 검찰, 장관, 의원 간 사이에 벌어진 검수완박 시비, 우리 사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