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소리] 법원이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이 신청했던 면직 집행정지 건을 기각했다는 소식이다. 방송 공정성, 중립성을 저해할 수 있는 데다, 잔여 임기에 비춰 시급한 방송통신 개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국회에서 만연된, ‘이재명 따라하기’ 식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위법이든 아니든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진, 전면 부인하고 무작정 버티기에 들어가는 새로운 사회적 현상이다. 사회적 이성도, 윤리도 중요하지 않다. 법대로 하자는 뜻이라, 혐의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라는 투다.
도덕도, 양심도, 체면도 없어진 사회다. 법에 위반만 안 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법 만능주의 사고다. 23일 원고 한상혁 전 위원장이, 피고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낸 면직 처분 집행정지 신청도 대동소이하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직무정지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한 일을 따라 한 것뿐인데,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는 얘기다.
다음 달 잔여 임기가 얼마 남지 않는 점도 법원이 고려했다. 잔여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직무수행 기회가 지금 박탈되어도, 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끼칠만한 사유가 되지 못한다는 판시다. 긴급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런 점이 법으로 끝까지 가보자는 투의, 사회에 만연된 법 만능주의 행태다. 그러다 보니 정작 중요한 국민의 신뢰와 공공복리 차원의 공직자 자세가 뒷전으로 밀렸다. 어떻게 얻은 완장인데, 그냥 포기하라니, 말도 안 된다고 여겼는가 싶다.
무엇보다 공직자의 공무집행 공정성이 저해될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특히 그의 직무로 볼 때, 방송 중립성, 공정성을 수호할 책무를 방임할 소지가 농후하다는 판단이다. 세부적으로는 소속 직원에 대한 지휘 감독 의무 방기를 명시했다.
위원장이 대단한 완장도 아니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방통위원회 위원 중 1인에 불과해, 위원 면직 정도 처분이지, 기관장을 면직하는 정도가 아니라는 얘기다. 방통위원장 면직 경우, 국회에 탄핵소추 권한이 부여되어 있지만, 이도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통제할 수 없는 경우로 한정되어 있다고 적시했다.
국회 개입 없이, 대통령 면직 조치 만으로도 정당하다고 한다. 방통위원장 면직이 헌법이나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할 사유도 아니고, 탄핵소추 감도 아니라는 판시다. 윤 대통령이 재가한 한 전 위원장 면직 처분이 법률상 문제없다는 거다.
사건은 2020년 3월 11일 TV조선 반대 활동해 온, 시민단체 인사를 심사위원으로 선임해 방송 평가점수를 조작했다는 혐의다. 검찰이 이런 사실을 알고 묵인했던 한 전 위원장을 불구속 기소 해, 재판에 넘겼던 터다.
본인이 무죄라고 버티면서, 재판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이재명 따라하기’ 사회 현상이 일반화되어 있는 추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 말에 알박기로 임명했던 방통위원장이, 방송 개혁을 시급하게 추진하려던 새 정부 발목 잡고 있지 않냐는 여권 판단이었다.
종편 채널 TV조선이 기질상 보수적이라, 민주당 정부에 미움을 받았는지, 아니면 방통위원장이 알아서 챙겨, TV조선을 물 먹이려고 작정해서인지, 평가점수 조작해 불이익을 주었다고 추정된다. 심하면 방송 업무정지까지 고려하지 않았나 의심되는 대목이다.
방통위법과 국가공무원법 등 위반 사유로, 한 전 위원장 면직 절차를 정부가 밟게 된, 주 배경이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면직안에 재가했다. 오는 7월 말이 사실상 임기가 만료된다고 하니, 그렇게 억울할 일은 아니라고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