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소리] 한국노총이 ‘노동자-사용자-정부’ 공식 대화 협의체인 경사노위를 이탈하기로 7일 결정했다는 소식에, 사실상 민노총 등 양대 노조가 정부에 협조하지 않고 홀로 노조 활동하게 되었다.
현재 사업장별로 제3 노조 단체가 있지만, 양대 노총에 비해 세력이 적고 노조원 지원 활동도 원활치 못해, 양대 노총 힘에 밀려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경사노위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위원장이다.
전남 광양시 한국노총 광양지역본부 회의실에서 이날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경사노위 탈퇴 결정을 했다는 얘기다. 최종 탈퇴 여부는 김동영 위원장 등 집행부에 유보했다고 하지만, 그 사연이 궁금하다.
지난날 31일 광양제철 인근 도로 7m 높이 철제 구조물 농성 때, 경찰이 강경진압했던 이유였다. 경찰이 곤봉을 휘둘러 진압에 나선 장면이 고스란히 언론에 노출되었고, 당시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등 결국 경찰이 다치는 사고가 터졌다.
시위하거나 진압 과정에서 사고가 빈번했던 터라, 진압 경찰관이 다쳤다고 해서, 한국노총이 경사노위를 탈퇴할 정도인가는 의외이다. 그간 민주노총에 비해 다소 보수적이던 한국노총은 그나마 정부에 협조적이었다. 이 대목이 주목된다.
김 처장도 경찰봉에 머리를 다쳤다는 얘기가 전해져, 쌍방 피해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이 철제 구조물 추락 위험을 대비해 에어매트를 설치하기도 했던 모양이다. 금속노련 김만재 위원장이 이에 항의하다 경찰에 체포된 사건도 알려졌다.
체포될 정도이면, 김 위원장이 다소 격렬하게 경찰 측에 항의가 있었지 않나 하는 추정에다, 철제 구조물에서 대항하던 김준영 처장 경우도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등, 쌍방이 갈 데까지 갔다는 노조 측 판단인 모양이다.
굳이 경찰이 그 정도 강경 진압에 나설 필요가 있었나 의혹은 남긴 하다. 불법 시위 노조 진압하던 경찰이 피해가 발생하면 책임지는 일이 많아, 대통령이 정당한 공권력 집행 시, 그 책임을 면하게 하겠다는 발언 이후 나온 사고인 경우다.
노조 측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텐데, 강경 진압했던 경찰에 대해, 진중권 교수 경우, 대통령이 살인면허를 줬다는, 다소 거친 표현이 있긴 했다. 그래선지 몰라도, 한국노총이 정부 측에 무척 실망하지 않았나 싶다.
폭력 진압했다며 실제 한국노총 측이 경찰에 반발했다. 그것도 폭력적으로 금속노련 위원장과 사무처장을 진압하고 구속시킨, 정부에 대항하는 의미가 크다.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경사노위 탈퇴는 선언인 셈이고, 내용은 현 정부에 협조하지 않고, 반정부 투쟁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한국노총이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월 사회적 대화 참여를 거부한 적이 있었지만, 반정부 투쟁에 나설 정도는 아니었다.
취업 규칙 변경을 사측이 노조 동의 없이 가능하다는 해석 수준이었던, 다소 약한 고리여서, 반정부 투쟁 얘기 정도는 아니었다. 공정 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 등, 양대 지침 정도에 정부 대화 참여를 거부했던 한국노총이다.
당시 정부가 쉬운 해고에다 성과임금제나 임금피크제를 일방 도입한다는 이유로 반발했던 경우였다. 이를 폐기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노동계 인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 회동도 하면서, 다소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자,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에 복귀했다.
이번에 경찰이 강경 진압에 나설 거로 예상하지 못했던 한국노총이 위원장, 사무처장 구속까지 사태가 번지자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7년 5개월 만에 정부 측 대화에 불참 선언이란 얘기다.
경사노위는 예전 1998년 출범했던 노사정위원회 후신이다. 노동, 회사, 정부 3자 간 대화 채널로 회사 측과 임금 협상 등이 잘 안되고, 거리로 뛰쳐나오는 노사 간 협상 대화를, 정부가 일정 부분 역할 해오던 터다.
1년 남짓 지난 1999년 노사정위를 탈퇴했던 민주노총은 현재까지 어떤 사회적 대화 기구에 참여하지 않고, 홀로 노조 활동 해오던 참이었다. 이번에 한국노총이 경사노위를 탈퇴하겠다고 결정해, 경사노위까지 이제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실상 노동-경제-정부 간 공식 대화 채널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친정부, 반정부 노선을 걷는 민주노총에 비해, 정부에 협조적이던 한국노총마저 경사노위를 탈퇴하면, 정부 공식 대화 채널이 없어져 노사 간 갈등이 커진 경우, 정부 역할이 어떤 형태로 바뀔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노동개혁을 교육, 연금 개혁과 함께 3대 개혁 사안으로 가장 중시했던 만큼, 공식 대화 채널이 없어질 경우, 노동개혁 추진에 일단 차질이 생기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