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소리] 조국 교수가 마침내 서울대로부터 교수직 파면 결정을 받았다. 파면은 해임과 달리, 연금 등 수혜를 박탈당하는 형벌이다. 개인적으로는 타격이 크나, 정치 일정을 염두에 조 교수에겐 득일 수 있다.
정치적 피해자 코스프레에 파면 결정만큼 큰 효과는 없어서다. 그 배경은 지난 11일 SNS에, 2012년 대선 활동, 2015년 새정치연합 혁신위원, 2017년 5월 민정수석, 2019년 법무부 장관 이력을 일일이 언급하며,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였던 일이다.
유독 문 전 대통령과 오래된 인연을 알리려는 의도는 정치 활동을 재개하겠다는 의지 표현이었다. 그가 서울대 파면 결정이 날 것이란 얘기를 모를리 없다. 그렇게 시간별로 언급된 정치 일정 다음 행보가 예상된다.
다가오는 총선 출마 행보를 위해, 서울대 파면 결정이 있는 게 오히려 나을 수 있다. 2019년 12월 뇌물수수 등 혐의로 불구속 재판을 받는 중이라, 이를 피해자 이미지로 탈바꿈할 기회이다.
3년 5개월 만에 내려진 학교 측 조치이다. 법무부 장관 이력에 정치적 위상 때문에 서울대 측에서 파면 결정을 미뤄, 상당한 혜택을 받았던 면은 부인하기 어렵다.
기소되면 징계를 받는 규정까지 깼던 대학 측이다. 법령 위반하거나 품위 손상 교원에게 적용되던 징계 의결을 미뤘던 서울대 측이 비난을 꽤 받았다. 혐의 입증이 안 된 검찰 공소사실만으로, 징계 조치할 수 없다는 오세정 전 총장 얘기였다.
딸 조민 씨 장학금 명목 600만원 수수 혐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 선고가 이번 파면 의결에 결정적 근거로 작용한 셈이다.
취업도 어렵지만, 징역 2년 2심 선고만으로도 파면 요건은 충족되긴 하다. 조 전 장관이 이도 즉각 반발했다고 전해졌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 의도적으로 판을 키우는 모양새다.
“서울대의 성급하고 과도한 조치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정도로 반발한 조 전 장관이다. 마음에 빚을 졌다는 문 전 대통령과 독주를 마시며 주고받았던 내용이, 파면 징계 조치 이후 정치 일정 아니겠나 하는 추정이다.
파면이 최종 결정된 시점을 기다려 온 조국일 수 있다. 정치 일선에 나설 거로 예측되는 대목이다. 이낙연 전 총리 귀국과 함께, 범 비명계 움직임이 빨라질 전망이다.
이재명 사법리스크, 송영길 전 대표 돈봉투, 김남국 의원 코인 의혹, 부결 표결로 윤관석, 이성만 의원의 부정부패 파문으로, 민주당 이미지가 바닥에 떨어졌다는 명분이다.
이재명 대안 논의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발광체, 대체재, 반사체 논란이 있는 배경도, 올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 이재명을 대신할 적임자가 없어서다.
조국 사태, 조국의 강, 조국의 늪 얘기 속 주인공 조국이 나선다면, 이만한 비중 있는 카드도 없다. 제2, 제3 조국 사태 언급에다, 은유이지만 이재명 강, 이재명 늪, 김남국 늪 얘기 중심엔 늘 조국이 있다.
이낙연 전 총리, 사면이 안 된 김경수 전 지사 등이 이재명 반사체 역할을 맡고 싶지는 않을 게다. 발광체로 조국 만한 인물도 드물긴 하다. 언제 터질지 모를 대형 사건에 이재명 홀로 버티기도 한계가 있다.
이재명 대표의 가장 큰 고민은 총선 실패 시, 대표로서 져야 할 책임이다. 대선,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이 대표가, 이번 총선에 패할 경우, 정치적 생명이 끝날 거란 얘기가 나오는 마당이다.
이런 최악의 경우를 피하기 위해 이 대표가 둘 수로는, 혁신위 위주로 당 운영하다가, 사법리스크 핑계로 사퇴하고 비대위 체제 구성해, 자신은 슬며시 빠지는 구상이다.
그간 교수 신분으로서 도덕성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해, 세간의 비난 눈길이 신경 쓰였던 조 전 장관이다. 이번 파면 결정으로, 도덕성 부담에서 다소 해방되는 여지가 있다. 총선 출마를 포함해 비대위 참여를 모색하는 좋은 기회이다.
다만 그가 친문계열인 점이 친명계에게 걸림돌이다. 정치란 타협의 산물이라, 서로 조건이 맞는다면, 조국이 친명계와 손을 잡을 수도 있다. 열렬한 조국 추종자가 이재명 팬덤으로 옮긴 경우가 적지 않다.
민주당 내 세력 균형을 위해서라도, 문 전 대통령과 친문계 지지로 당이 화합해, 총선을 치른다는 그의 시나리오다. 문 전 대통령과 손잡고, 식사하는 사진을 첨부하며 SNS에 소식을 전한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내용도 2012년 대선 때 문 후보 지지 활동하던 일, 2015년엔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으로 당시 문 전 대표를 도운 일, 2017년 문 정부 출범 후 민정수석으로서 권력기관 개혁했던 일, 2019년 장관으로서 검찰 개혁 등을 주도했던 일 등. 모두가 그의 정치적 배경으로 이용되는 시점이다.
여기에 이번 서울대 파면 결정은, 그의 정치적 이미지 메이킹에 좋은 계기를 만들어 준 셈이다. 고난받는 정치인 모습 얘기를 빼놓지 않던 조 전 장관이다.
자신과 가족이 겪는 무간지옥 시련 얘기에다, “과오와 허물을 자성하고 자책하며, 인고하고 감내하고 있다”는 표현을 썼던 SNS 글이다. 시련과 탄압받는 정치인 이미지에, 서울대 파면이 극적 효과를 연출시키는 서막이다.
그의 명분은 이렇다.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이 부정되고 폄훼되는 역진과 퇴행의 시간”을 재조명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는 지점에서, 자신의 역할과 사명을 강조하게 된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를 대항해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이재명 체제를 구할, 메시아 이미지 강조도 매우 중요한 그의 일정이다.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을 가겠다”는 순례자 이미지에 자신을 맞출 거로 보여서다.
민주당에 새로운 비전을 세우는 적임자로 자처한 조국이다. 블랙홀처럼 범 비명계를 끌어안고, 열렬 팬덤이 돌아온다면, 그의 존재가 이 대표 못지않게 발광체로 빛나게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조국이다.
총선 출마 여부에 “말씀드리기 곤란하다”는 얘기도, 이젠 선언만 남은 셈이다. 다시 살펴보건데, 지난 문 전 대통령 예방이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 정치 일정 재개를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
조만간 그의 정치적 야망이 드러날 수 있다. 이재명 대항마 이미지 정도로 만족하지는 않을 거다. 민주당 이정표에 좌표를 세우고, 대선까지 탄탄대로를 걷는 행보에, 이재명과 한판 싸움은 이미 정해진 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