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소리] 보수는 부패로,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우리 정치권을 가리켜 쓰는 격언 중 하나로 알려져 있지만, 이 격언도 이젠 무의미해진 사회에 살고 있지 않나 싶다.
‘나는 이제 진보 외투를 벗는다’는 노동운동가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 기고가 매일노동뉴스에 실렸다. 이 기고문 내용엔 한국 사회 진단과 작금의 정치 현실이 담겨 있어 그 실태를 짚어본다.
일단 평등가치 실현은 커녕 불평등에 안주, 심화, 일조하는 진보, 진보 논리로 대통령 부인 조롱, 여성 인권 훼손 등 주장만 선명하고, 삶은 자본에 철저하게 포섭된 진보, 반국민의힘 전선에 진보 가치를 훼손, 고작해야 ‘조중동’ 인터뷰 기피 등 화두가 주를 이룬다.
한 총장은 결론적으로 이런 진보 외투 연연하지 않고, 그 외투를 벗겠다고 한다. 그 결정을 보면, 그만큼 우리 사회가 격동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신호다.
그도 “젊은 시절 진보와 보수를 선과 악으로 구분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회주의 이름으로 이뤄지는 반인권, 반환경, 불평등 심화 등이 자본주의 못지 않다”는 그의 판단이다.
“보편복지를 진보가 아닌 보수가 열었다는 역사를 배웠다”는 한 총장이다. 따지고 보면, “이리저리 세상 경험이 쌓이면” 그 선악을 재는 잣대나 법이 자신도 모르게 녹아 없어진 것을 깨닫지 못했을 뿐이 아닌가 싶다. 남은 것은 지키고자 하는 신념이다.
‘탈진보’에 대한 얘기를 꺼내려는 순간이다. 우선 ‘87체제’를 거론했다. 탄핵 촛불과 문재인 정부를 끝으로 그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고 한다. ‘보수, 국민의힘, 반민주 상징’, 그 반대편에 ‘진보, 민주당, 민주 상징’ 구도이다. 이 대립 구도를 받치는 두 세력 상징성이 “더는 유효하지 않고”, 단지 “착시일 따름”이란 판단에 탈진보를 선택했다.
폭력만 없다면 누구나 대통령을 욕하고, 시위해도 감옥에 가지 않는 ‘시민 민주주의가 정착했다’는 그의 얘기에서, 탈진보로 가는 우리 사회의 변화가 주목되긴 하다.
결정적 인물로 조국 교수를 언급했다. ‘도덕성 상실’, ‘내로남불 상징’, ‘오염 이미지’가 점철된 그를, 일부 진보 정치인, 지식인, 언론인 등이 여전히 옹호한다는 현실이다.
‘염치 없는 집단’, ‘체제 안주’ 세력으로 바뀐 진보에게, 자신 같은 소수 진보가 “미친놈 취급받는 형국”이란 표현을 썼다. 본래는 급격한 변화도 마다하지 않고 체제를 바꾸려는, 그래서 냉철함을 특징하는 진보를 말한다.
한데 상위 10%를 분점한 진보, 하위 50%에게 양보나 나눔 의향 부재, 상위 10% 구간 증세 무개념 등을 현 진보 주소로 진단했다. 더 이상 이들과 함께 할 수 없어, 진보 외투를 벗는다는 한 총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