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윤석열이 떠났다고 위기가 끝난 건 아니다. 주연만 바뀌고 막장은 그대로인 장수 드라마일 뿐이다. 채널만 돌리면, 어제까지 욕하던 사람들이 오늘은 구세주 후보를 캐스팅 중이다. 대본은 안 고치고 배우만 갈아 끼우는, 한국 정치 특유의 재탕 미학이다.
첫 번째 균열은 리더십 붕괴다. 책임은 사라지고, 사과는 ‘유감’으로 다운그레이드되고, 정치적 언어는 법률 자문처럼 말끝이 흐려진다. 국민은 대통령 이름을 바꿔가며 리모컨을 눌러보지만, 화면 속 서사는 늘 같은 제작진, 같은 작가, 같은 스폰서다.
두 번째 균열은 정당 시스템의 피로다. 정당은 이념 공동체가 아니라, 공천 기계와 여론조사 도박판이 섞인 임시 법인처럼 움직인다. 어차피 몇 년 안에 간판이 바뀔 테니, 누가 총대를 메든 “이번 시즌만 버티자”는 숏텀 생존 본능이 구조를 지배한다.
세 번째 균열이자 가장 위험한 건 ‘메시아 정치’ 중독이다. 모두가 시스템을 불신하니, 결국 한 사람에게 국가 전체의 서사를 몰아준다. 언론은 “구세주냐, 악마냐” 이분법으로 클릭 장사를 하고, 지지층은 현실 대신 신화를 택한다. 그리고 시즌이 끝나면? 또 새로운 구세주 오디션이다.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윤석열 이후 누가 구세주로 등장하느냐가 아니라, 왜 이 나라 정치가 매번 구세주를 필요로 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는가. 사람을 갈아 넣는 정치가 아니라, 사람을 덜 갈아 넣어도 굴러가는 구조를 만들 때까지, 이 드라마는 시즌 99까지도 재생산될 것이다.
세상소리 / Socko · Gho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