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소리] 국무조정실이 17일 청주 궁평2지하 차도 사망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감찰 형태인 모양이다. 집중 호우로 발생한 사망자 수가 급증해 실로 어처구니 없는 사태로 간주된다.
3년전 부산 초량 지하차도 사고 기억이 생생한데, 사고가 터질 때마다 예전 사고를 빗대, 개선이 안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사고란 예상치 않게 터지는 일이긴 하나, 사전 조치에 미흡한 당국이나 지자체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집중 호우임에도, 교통통제 부실이 꼽히고 있다. 시설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원인이, 3년전 3명 사망했던 부산 지하차도 사고와 닮았다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이때가 담당 공무원 11명 무더기 처벌 조치가 내렸던 경우다.
위기 대처에 긴급 매뉴얼 대로 조치를 제대로 했느냐가 관건이다. 매뉴얼 준수를 했다 치더라도, 급작스럽게 불어나는 집중 호우 량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어,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부산 지하차도를 반면교사 삼아, 애꿎은 공무원 처벌은 최소화해야 한다.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몰라도, 긴급하게 발생한 위급한 자연재해에 공무원이 직무상 태만하지는 않았을 거란 추정이다.
죄와 벌은 반드시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하지만, 자연재해로 발생한 책임 소재는 신중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짊어져야 할 속죄를 애꿎은 공무원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될 시민의식이 필요할 때다.
청주 지하차도 참사 사망자는 현재 13명으로 집계돼, 부산 지하차도에 비해 사망자 비율은 4배가 된 셈이라, 참사 규모론 적지 않은 사회적 손실이다. 비통한 사고라는 원희룡 장관이다. 정부가 유사 사고 방지를 위해, 부산 지자체 관련 공무원들에 대해 실형까지 부과했지만, 불시에 터지는, 소위 극한 호우 자연재해는 공무원만 탓할 일은 아니다.
현재 2심이 진행 중인 부산 초량 지하차도 사고에, 정확한 원인을 찾기 어려운 일이듯이, 이번 청주 궁평 지하차도 재난 역시,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는 쉽지 않을 게다.
관련 핵심 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시설이나 매뉴얼 준수 여부에 대해 감찰 조사에 착수해 원인 규명은 어느 정도 밝혀지겠지만, 공무상 적절한 업무에도 불구하고, 사망 피해 때문에 벌 위주로 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가장 지적되는 대목이, 적절한 교통 통제 대처 여부다. 여기에 지하차도 시설물이 극한 호우에 맞춰 제대로 시설이 되어있는 데도, 공무원 과실로 작동이 안돼, 사고가 커졌다면 책임을 물을 수는 있다.
좀 더 따져봐야 할 주요 사안이 있다. 교통 통제 대처에 나섰지만, 순식간에 불어난, 말 그대로, 극한 호우에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사안이 하나다. 다음 하나는 극한 호우에 맞춰 제대로 시설이 안 돼, 공무원이 적정한 작동을 했음에도, 급속하게 유입되는 유량과 속도에 속수무책일 수 있는 요인이다.
한데, 청주 궁평 지하차도 경우, 알려진 바로는 차량 통제가 늦었다고 지적되고 있다. 그리고 배수시설 작동이 미흡했던 점이 밝혀지고 있다. 이 얘기는 공무원 직무 태만이 유일한 참사 원인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초 단위로 순식간에 불어나는 유량에, 배수시설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라면, 본래 지하차도 시설 공사에서부터, 예상 안된 유량과 시설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극한 호우를 예상해, 지하차도 설계에 공사 규모를 맞추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설 사업계획에서부터 준공검사에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자연재해 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8월, 정부가 재난 시 국민 행동 요령 지침을 발표했던 적이 있다. 재난 시 저지대 접근을 삼가고, 조속히 몸을 피하도록 한 지침이었다. 이를 알고도, 지하차도를 통과하다 발생한 사고 또한 그냥 넘기기 어려운 일이다.
결과는 이미 사고가 났다는 현실이다. 현장 매뉴얼이 제때 제대로 지켜졌느냐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국무조정실 오늘 발표이지만, 애꿎은 공무원 벌주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자연재해로 발생한 사고 대처에 정부가 만전을 기할 때이다. 나토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예천 감천면을 방문해, 산사태 이재민을 찾은 모양이다.
울먹이는 할머니들을 향해, “저도 어이가 없다”는 대통령 표현 그대로다. 해외 순방에 지칠 만도 하지만, 급히 자연재해 피해 현장을 찾은 그다. 귀국 길에 그도 속이 탔을 것이란 느낌이다.
귀국 비행기 내, 참모진과 함께 재해 대책을 논의한 모습이 대통령실을 통해 보도된 바 있었다. 정부에서 다 복구해드리겠다는 그의 단호한 입장이 예천 이재민 회동에서 전해졌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는 그의 위로와 정부 대책을 함축한 발언이었다.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이재민 임시거주 시설까지 방문했다는 소식이다. 특히 벌방리 노인복지회관을 찾아 고령 이재민들에겐, “아이고, 얼마나 놀라셨나”라는 감성 어린 말투가 전해졌다.
듣기에 따라선, 넉살 좋은 양반이구나 하는 느낌은 준다. 다소 과장된 표현일 수 있지만, 그의 진정성을 건너기엔 그만한 표현도 쉽지 않아 보인다. “좁고 불편하지만, 조금만 참고 계시라, 식사 좀 잘 하시고요”에 담긴 그의 진정성이다.
보통 산사태가 아님을 직감한 말투다. 산들이 무너지고 민가를 덮친 상황 정도가 아니라, 몇백톤의 바위가 산에서 굴러 내려올 정도라는, 다소 극적인 표현도 눈여겨 봐진다.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 봐서 얼마나 놀라셨겠나”, 그의 표현이다.
이철우 경북지사, 김학동 예천군수, 이영팔 경북소방본부장 외에, 중앙 부처에선 한창섭 행안부 차관, 남화영 소방청장, 남성현 산림청장 등이 함께 재해 현장을 찾았던 대통령도 처음엔 놀랐던 모양이다. 잘 챙겨서 마을 복구하는데, 정부 힘을 기울이겠다는 약속이 이어졌다.
‘어이가 없다’ 대통령 위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피해 지역 할머니 하소연. 이게 불시에 들이닥치는 자연재해 피해 모습 그대로다. 애먼 공무원 벌주기에 자연재해 탓을 해선 안 되는 이유다.
재해 피해 상황판엔, 피해가 극심하므로 특별 재난지역으로 우선 선포 요망이란 문구가 적혀있었다. 문구 그대로, 길가엔 암석, 토사물, 쏟아져 내려온 가구 등, 공무원들이 할 수 있는 재해 대책엔 한계가 있다는 점이 분명하다.
하천 재방 복구 중인 군장병에게, ‘수고 많으십니다’, ‘감사합니다’ 등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다만, 왕조 시절부터 내려오는 구절이 있다. 부덕해 하늘이 이런 재앙을 내리는구나. 죽을 때까지 왕 노릇하던 왕조 시절은 지금 아니지 않는가.
환경 변화로 계절 변화가 예측할 수 없는 요즘이다. 지구 온난화로 기온도 상승해, 장마는 이제 한반도에 없어지고, 우기로 표현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미국 캘리포니아나 일본 등 태평양 연안 지역 경우, 특히 자연재해로 발생하는 피해가 급증하는 현실이다.
막긴 어렵지만, 최선을 다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며 생존을 모색해야 할, 자연과 적자생존 원리다. 공동체 생존과 안전을 위해, 모두가 각각 노력을 아끼지 않을 때다. 죄와 벌 정쟁이 아니라, 공감과 따뜻한 위로, 공동체의 지원과 대책 마련에 정치권이 노력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