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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에 대한 저항은 소신인가, 공직자의 경계를 넘은 행동인가./credit: chosun |
검찰이 잘못하면 비판하고, 정권이 바뀌어도 비판하고, 자신을 중용한 것으로 여겨지는 새 권력이 들어서도 비판한다. 임은정 광주지방중대범죄수사청장의 행보를 관통하는 것은 이처럼 불편할 정도로 일관된 충돌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 검찰 내부의 문제를 제기하며 주목받았던 그가 이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신설된 중수청에서도 감찰 대상이 됐다.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를 공개 비판한 것이 발단이다. 임 청장은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상사의 백지구형 지시에 맞서다 징계를 받았지만, 이후 징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전력이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권력과 조직에 맞선 소신의 연장선인가. 아니면 과거에는 저항으로 평가받던 행동이 지금은 공직자의 직무상 경계를 넘은 것인가.
한 사람의 이력을 ‘정의로운 내부고발자’ 또는 ‘조직 부적응자’라는 두 개의 이름표로 간단히 정리하기는 어렵다. 다만 정권이 바뀌어도 충돌이 반복된다는 사실은 질문할 가치가 있다. 임은정은 권력이 바뀌어도 자신의 원칙을 지키는 사람인가, 아니면 자신이 옳다고 판단한 원칙을 조직의 절차보다 앞세우는 사람인가.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쟁점은 김지용 후보자에 대한 공개 비판이다. 임 청장은 김 후보자가 과거 대검 감찰1과장으로 재직할 당시 자신이 제기한 검사 성폭력 사건 관련 감찰·수사 요청이 묵살됐다고 주장하며, 그가 초대 중수청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 왔다. 김 후보자의 과거 처리 과정과 직무상 책임은 인사청문회에서 검증할 수 있는 사안이다.
공직 후보자의 과거 행적을 문제 삼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현직 기관장이 자신의 상급 기관장이 될 후보자를 SNS에서 거듭 공개 비판하고, 청문회 증인 채택을 요구하는 방식이 적절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문제 제기가 정당하더라도 절차와 방식에 대한 검증은 가능하다. 반대로 조직 질서를 내세운다고 해서 과거의 의혹이 저절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후보자의 책임은 후보자의 책임대로, 임 청장의 직무상 책임은 그것대로 따져야 한다. 검찰개혁을 한다면서 검증을 금지할 수는 없고, 검증을 한다면서 공직자의 모든 행동이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다. 정의를 말하는 사람에게도 절차가 필요하고, 절차를 말하는 사람에게도 설명이 필요하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이재명 대통령의 경고다.
이 대통령은 10월 5일과 9일 SNS를 통해 검찰개혁을 내세워 인사와 정책을 자기 뜻대로 하려 하거나, 뜻대로 되지 않자 내부 공격에 나서는 행태를 비판했다. 보도에서는 이 발언이 김지용 후보자 인선에 반발한 여권 강경파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추미애 경기지사와 김용민 민주당 의원, 임은정 청장 등이 후보자 인선에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는 점도 함께 거론됐다.
이 장면에서 정권의 아이러니가 드러난다. 과거에는 검찰개혁을 방해하는 세력과 싸운다는 명분으로 결집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부의 인사 판단에 맞서고 있다. 대통령에게는 국정 운영과 인사권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고, 개혁을 주장하는 이들에게는 잘못된 인선을 견제해야 한다는 명분이 있다. 양쪽 모두 자기 논리를 내세울 수 있다.
그러나 개혁의 명분이 대통령의 판단을 무조건 정당화하지도 않고, 개혁을 향한 열정이 모든 반대 행동을 정당화하지도 않는다. 대통령의 경고가 정당한 공직기강 확립인지, 불편한 비판을 누르는 신호인지는 실제 감찰과 인사 검증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 그렇다면 임은정은 배은망덕한 것인가. 이 질문은 정치적으로는 자극적이지만, 분석적으로는 조심해야 한다.
공직자는 특정 정치인에게 충성하기 위해 임명되는 사람이 아니라 법과 직무에 따라 일해야 하는 사람이다. 임 청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이나 인사에 반대했다고 해서 곧바로 배은망덕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는 없다. 반대로 공직자의 신분을 유지하면서 조직의 인사와 정책을 공개적으로 흔드는 행동이 언제나 용기 있는 소신이라고 볼 수도 없다.
여기서 필요한 구분은 충성과 책임의 차이다.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것이 공직자의 최우선 의무라면 권력에 대한 감시는 애초에 성립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공직자가 자신의 정치적 판단을 기관의 공식 입장처럼 행사할 수 있다면 행정의 일관성도 무너질 수 있다. 공직자의 독립성과 조직의 책임성을 동시에 지키려면, 무엇을 문제 삼았는지뿐 아니라,...
어떤 권한과 절차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태도는 민주주의의 자산이다. 그러나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과 자신이 속한 조직의 규칙을 따르지 않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여권 내부의 균열은 임 청장 한 사람에게서 끝나지 않는다. 추미애와 박은정, 김용민 등은 김 후보자 인선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 왔고,...
이 대통령은 개혁을 명분으로 한 내부 공격에 경고를 보냈다. 김용민 의원은 자리를 탐해 정치를 한 것이 아니라며 권한을 잃더라도 검찰·사법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이 대립을 단순히 친명과 반명, 충성파와 배신파의 싸움으로 축소하면 핵심을 놓친다. 실제 쟁점은 검찰개혁의 주도권과 인사권, 그리고 개혁의 속도와 방법을 누가 결정하느냐에 있다.
대통령은 제도와 인사를 통해 개혁을 완성하려 하고, 강경파는 자신들이 보기에 충분하지 않은 인사를 받아들이면 개혁의 취지가 훼손된다고 주장한다. 개혁이라는 같은 깃발 아래 서로 다른 목적지가 나타난 것이다. 김어준이나 이른바 개딸 등 지지층의 태도까지 하나의 방향으로 묶어 말하기는 어렵다.
온라인 지지층은 단일한 조직이 아니며, 비판적 목소리의 존재만으로 이재명 지지 기반 전체가 이탈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다만 한때 개혁의 동력으로 여겨졌던 진영 내부의 강한 비판 문화가 집권 이후에는 국정 운영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정치적 역설이다. ‘손가혁만 이재명을 추종하는가’라는 질문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특정 지지층의 열성적 옹호가 대통령의 모든 판단을 정당화하는 구조로 굳어지면, 정책과 인사에 대한 합리적 비판은 배신으로 취급될 위험이 있다. 반대로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을 모두 진정한 개혁가로 치켜세우는 것도 또 다른 진영 논리다. 김민석 총리 또는 여권 핵심 인사들이 이 대통령에게서 이탈하고 있다는 주장 역시 구체적인 발언과 행동이 확인되지 않는 한 사실로 단정할 수 없다.
정치권의 견해 차이는 곧바로 결별을 뜻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통령의 경고와 장관의 감찰 지시, 강경파의 반발이 짧은 기간에 이어진 것은 집권 세력이 내부 이견을 처리하는 방식이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정권을 지탱하는 것은 박수만 치는 지지층이 아니다. 때로는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동료와 비판자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모든 내부 반발이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 결국 판단의 기준은 누가 대통령과 가까운가가 아니라 어떤 주장이 사실에 근거하는지, 어떤 절차가 법과 원칙에 부합하는지에 있어야 한다. 임은정은 무엇을 잘못했는가. 현재 확인된 사실만으로 그가 감찰 대상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잘못을 확정할 수는 없다.
감찰은 징계 확정과 다르며, 감찰의 근거와 절차, 결과가 공개되고 나서야 구체적인 책임을 판단할 수 있다. 동시에 임 청장 역시 자신이 제기한 의혹을 증거와 절차로 입증해야 한다. 김지용 후보자의 적격성은 인사청문회와 검증 절차에서 다루고, 임 청장의 행동은 공직자의 의무와 관련 규정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자신이 강조한 개혁과 공직기강이 비판을 차단하는 방패가 아니라 제도를 바로 세우는 원칙임을 보여줘야 한다. 과거 권력에 맞섰다는 이력은 현재의 모든 행동을 면책하지 않으며, 현재 권력의 인사권 역시 모든 비판을 침묵시킬 면허가 아니다. 임은정이 끝까지 맞서면 소신의 상징이 될 수도 있고, 절차를 벗어난 행동이 확인되면 그에 따른 책임을 질 수도 있다.
어느 쪽인지는 미리 정해 놓을 일이 아니다. 권력에 저항하는 사람에게는 증거와 책임이 필요하고, 저항하는 사람을 감찰하는 권력에는 더 높은 수준의 공정성이 필요하다. 개혁의 진짜 시험은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내느냐가 아니라, 자신에게 불리한 비판에도 같은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느냐에 있다.
Socko/Gho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