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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1일 일요일

워싱턴의 침묵, 평양의 그림자… 이재명 정부는 무엇을 놓치고 있나

 

워싱턴의 침묵, 평양의 그림자
국정원장 방미 논란, 한미 정보협력의 신뢰를
  묻다./credit: wikipedia.en

미국의 문은 닫혔는가, 아니면 한국 정부가 열려 있다고 믿었던 문이 애초부터 열리지 않았던 것인가.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의 미국 방문 및 정보기관 면담을 둘러싼 논란이 한미 정보동맹의 민낯을 드러내는 화두로 떠올랐다. 조선일보는 미국 측이 이 원장의 국가지리정보국(NGA) 방문과 정보기관 수장 면담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방미 계획 자체가 없었다며 반박했다. 한동훈 의원이 제기한 입국 거부 주장과 정부 측의 부인이 정면으로 엇갈리는 상황이다. 입국 거부와 방문 일정 불발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그런데도 논란의 본질은 사라지지 않는다. 미국이 정말 아무런 의구심도 갖고 있지 않다면, 왜 한미 정보협력의 신뢰를 둘러싼 의문이 공개적인 정치 쟁점으로까지 번졌는가.

외교에는 의전이 있지만, 정보동맹에는 신뢰라는 더 엄격한 입장권이 있다. 이쯤에서 미국의 보수 매체 FOX 뉴스가 한국의 대북정책과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비판해 온 흐름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내 일부 논객은 이 대통령의 대미·대중·대북 노선을 동맹의 관점에서 의심해 왔고, 한국의 대북송금 사건 역시 국제사회가 주목할 수 있는 사안이다.

다만 FOX 뉴스에서 최근 나왔다는 ‘병든 치아는 빨리 빼야 한다’는 발언의 정확한 원문과 문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를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나 미국 정부의 공식 메시지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그렇더라도 질문은 남는다. 미국의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 한국 정부의 노선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면, 서울은 그 경고를 단순한 보수 언론의 과장으로 치부해도 되는가.

동맹의 경고음을 듣지 않는다고 해서 경보 장치가 고장 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경보를 무시하는 쪽이 더 큰 비용을 치른다. 이종석 원장의 이력도 이 논쟁에서 빠질 수 없다. 그는 북한 연구자로서 북한 체제를 내부 논리와 역사적 조건 속에서 이해하려는 이른바 ‘내재적 접근법’을 대표해 온 인물이다. 북한을 이해하는 것과 북한 정권을 지지하는 것은 다르다.

북한을 연구했다고 친북 인사로 낙인찍는 것은 지적 태만이다. 그러나 국가정보원장은 학자의 자리와 다르다. 학자는 상대의 논리를 이해해야 하지만, 정보기관장은 그 논리 뒤에 숨은 위협까지 판별해야 한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전략적 경쟁을 벌이고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는 현실에서, 국정원장의 대북·대중 인식은 개인적 학문 성향을 넘어 국가안보의 판단 기준과 연결된다.

이 원장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고 밝혀 온 만큼, 정부는 그 실리가 동맹의 신뢰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 아니라 결과로 입증해야 한다. ‘양쪽 풀을 다 뜯어먹겠다’는 외교가 가능하려면, 적어도 어느 쪽이 우리 안보를 지탱하는 울타리인지는 분명해야 한다. 역사는 이 논쟁에 또 하나의 무거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1983년 10월 9일 미얀마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로 한국 정부 요인 17명과 미얀마인 4명 등 21명이 목숨을 잃었다. 서석준 부총리와 이범석 외무부 장관을 비롯한 국가 지도부 인사들이 희생된 참사였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공식 순방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했다. 이 사건을 기억하는 이유는 특정 정권의 공과를 다시 재단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국가안보의 실패는 정파의 손익계산서에 적히는 숫자가 아니라, 국민과 국가가 감당해야 하는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기 때문이다. 세종연구소를 비롯한 연구기관에서 북한을 연구하고 대북정책을 논하는 것은 학문과 정책의 영역이다. 그러나 연구자의 과거와 이념적 관점이 오늘날 정보기관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묻는 것 역시 정당한 공적 검증이다.

다만 학위 논문의 표절 의혹이나 개인의 과거 행적에 관한 주장은 원문과 검증 자료가 확인될 때 비로소 논평의 근거가 된다. 안보를 논하면서 검증되지 않은 의혹까지 사실로 취급한다면, 비판의 칼날은 스스로 무뎌진다. 논란의 또 다른 축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이다.

2019년 경기도의 대북사업 지원금 500만 달러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쌍방울 측이 북한에 전달했다는 것이 검찰 수사와 재판에서 제기된 핵심 내용이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유죄 판결은 이 사건을 둘러싼 법적 논쟁을 한층 무겁게 만들었다. 그러나 여기서도 구분은 필요하다. 이화영 사건에서 확정된 판단과 이 대통령 자신의 형사책임은 동일한 문제가 아니다.

또한 이 원장이 당시 관련 정책을 어떤 직책에서 담당했는지와 송금에 관여했는지도 별도로 입증돼야 한다. 이 원장이 이 사건에 공모했다거나 미국 정보당국이 그를 관련 인물로 판단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북사업과 정보기관의 신뢰를 둘러싼 질문이 함께 제기되는 것은 우연한 정치적 소음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의혹을 덮거나 상대를 낙인찍는 것이 아니라, 공개 가능한 사실과 법적 판단을 구분해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법적 책임은 증거로 묻고, 정치적 책임은 설명의 충실성으로 따져야 한다. 그렇다면 미국 정보당국은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CIA와 다른 정보기관들이 한국의 대북정책, 중국과의 관계, 북한 관련 인적·물적 흐름을 분석하고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그들이 이 원장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렸는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보고가 올라갔는지, 특정 인사를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했는지는 공개된 자료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정보기관의 판단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비밀 보고서가 이미 작성됐을 것이라고 확언하는 것은 분석이 아니라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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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미국 측이 한국 정보기관장과의 접촉이나 특정 정보협력 일정에 실제로 제약을 두었다면, 그 이유와 파장은 양국이 진지하게 설명해야 할 사안이다. 정보동맹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공개적인 설전이 벌어질 때만이 아니다. 서로의 판단을 믿지 못해 핵심 정보를 공유하지 않거나, 상대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조차 확신하지 못하는 순간이 더 위험할 수 있다.

워싱턴의 침묵이 경고인지, 일정 조율의 실패인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계획을 둘러싼 오해인지는 확인되어야 한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안보의 신뢰를 정치적 구호만으로 복구할 수는 없다. 결국 이 논란이 이재명 정부에 던지는 질문은 간단하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외교가 실제로 한국의 선택지를 넓히고 있는가.

아니면 동맹의 신뢰를 소모하면서 전략적 모호성만 키우고 있는가.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정책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문제는 대화가 억지력을 대신할 수 있다고 믿는 순간, 그리고 동맹의 우려를 국내 정치의 편 가르기로만 해석하는 순간 발생한다. FOX 뉴스의 발언 하나가 트럼프의 의중을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고, 국정원장의 미국 방문 논란만으로 정부 전체를 반미·친북으로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러나 정부가 그 모든 의문에 ‘사실무근’이라는 한마디만 남긴 채 신뢰 회복을 위한 설명을 내놓지 못한다면, 의혹은 더 큰 의혹을 낳을 것이다. 국가정보원은 정권의 정치적 방패가 아니라 국가의 눈과 귀여야 한다. 그 눈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그 귀가 누구의 경고를 듣고 있는지 국민이 물을 수 있어야 한다. 동맹은 친분으로 유지되지 않고, 안보는 충성 맹세로 증명되지 않는다.

워싱턴이 실제로 무엇을 판단했는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울이 무엇을 입증하고 있는가다. 국가안보에서 가장 비싼 오판은 적을 과소평가하는 것만이 아니다. 동맹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를 보고도 아무 일 없다고 믿는 것 역시 값비싼 오판이다.


참고문헌

  • KBS 뉴스, 2026년 10월 10일 — 미국 정부 관계자의 정보·방첩 및 동맹 기준 발언, 북한 구성 우라늄 농축시설 관련 정보 공개 논란, 한미 정보 공유 제한 관련 보도.
  • 뉴시스, 2026년 10월 10일 — 미, 한 정보·방첩 관리 불신 표출…“동맹 기준 준수해야”. 
  • 머니투데이, 2026년 10월 11일 — 미 “한국, 동맹기준 준수하고 정보 적절히 처리해야”…불신 드러냈나. 
  • SBS 뉴스, 2026년 10월 11일 — 미 “한국, 정보·방첩 분야서 동맹 기준 준수 기대”. 
  • 연합뉴스, 2026년 10월 8일 — 국힘 “이종석·정동영 자리지키면 한미관계 붕괴…즉각경질해야”. 야당의 정치적 주장과 국정원의 반박을 구분해 인용할 자료.
  •  연합뉴스, 2026년 10월 8일, 「北해킹대응 한미일 회의서 국정원 빠져…원장 방미 불발설엔 ‘사실 아냐’」. 국정원의 반박과 한미일 대북 사이버 위협 대응 협의체 관련 보도.
  • 조선일보, 2026년 10월 8일, 「[단독] 美, 국정원장의 ‘北 감시기관’ 방문 거부」. NGA 방문 및 미국 정보기관 수장 면담 불발 관련 보도. 해당 보도에 대해 국정원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 중앙일보, 2026년 10월 7일 전후, 「한동훈 ‘이종석 국정원장 美입국 거부 맞나’…국정원 측 ‘사실무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질의와 외교부·국정원의 입장.
  • FOX News, Gordon G. Chang, 2025년 4월 11일, Anti-American leftists could turn South Korea into the next Venezuela. 한국의 대미·대중·대북 노선을 비판한 미국 보수 논객의 기고. 이는 필자의 견해이지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
  • 서울기록원, 「아웅산묘역테러사건」. 1983년 10월 9일 테러의 발생 경위와 한국인·미얀마인 사망자 기록.
  • 연합뉴스, 2023년 3월 17일,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2019년 경기도지사 방북 추진 불가능’」.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에서 나온 이종석 전 장관의 증언과 대북사업 관련 쟁점.
  • SBS 뉴스, 2025년 6월 5일, 「‘대북 송금’ 이화영 유죄 확정…‘이 대통령 방북비 맞다’」. 이화영 사건의 대법원 판단 및 이재명 대통령 관련 별도 쟁점에 관한 보도.
  • FOX News — 유튜버 강신업tv 2026.10.11일. FOX 앵커의 ‘병든 치아’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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