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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중의 사면 요구가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 논란으로 번졌다. 사면권은 과거의 인연이 아닌 공적 원칙에 따라 행사돼야 한다./credit: chosun-ytn |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석방 요구가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으로 번지고 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으로 징역 7년 8개월이 확정돼 복역 중인 이 전 부지사 측이 가석방과 재심, 특별사면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10월 13일 임이자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 전 부지사의 성탄절 특별사면 요구 움직임을 두고 대통령을 향한 ‘빚 독촉’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서 질문 하나가 생긴다. 이화영은 왜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답을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렀으며, 이재명 대통령은 왜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한 정치적 입장을 밝혀야 하는가.
이 사안을 단순한 수감자의 구명 요청으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통령의 경기도지사 시절 핵심 참모였다는 정치적 관계에 있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및 뇌물 수수 사건으로 중형을 확정받았고, 사건을 둘러싼 법적 공방은 이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 논란과도 맞물려 왔다.
물론 두 사람의 과거 관계만으로 사면을 약속했다거나 거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거의 정치적 동반자가 중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는 동안 대통령이 된 옛 상관을 향해 구명 문제가 제기된다면, 국민이 그 관계와 책임의 경계를 묻는 것은 자연스럽다. 정치적 의혹을 해소할 책임과 의혹을 사실로 단정하지 않을 책임은 동시에 존재한다.
더욱 묘한 대목은 이화영 전 부지사의 입장 변화로 비친 일련의 상황이다. 앞서 변호인이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통령에게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다고 전한 뒤, 이 전 부지사는 자필 입장문을 통해 해당 발언이 자신의 진의와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대통령이 겪고 있다는 검찰 수사의 부당성에 공감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았다.
이제는 가석방과 재심, 특별사면 등 여러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당사자들의 발언과 변호인의 설명은 어디까지 일치하는지부터 명확해져야 한다. 옥중의 한마디가 정치권 전체를 흔드는 현실은 그 자체로 우리 정치의 취약한 지점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사면권은 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권한이다. 그렇다고 대통령 개인의 인간관계나 정치적 이해에 따라 행사해도 되는 사적 권한은 아니다. 사면은 법률이 정한 절차와 공익적 기준, 형평성에 대한 사회적 납득을 필요로 한다. 이 전 부지사에게 특별사면을 검토할 것인지, 검토한다면 어떤 원칙에 따를 것인지 대통령이 설명해야 한다는 요구는,...
정치적으로 정당한 질문이다. 반대로 사면을 단행하기도 전에 직권남용이라고 단정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사안을 범죄로 규정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지키겠다는 주장과도 어긋난다. 핵심은 사면 자체를 무조건 금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설명 가능한 기준을 적용하라는 데 있다.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도 물어야 할 것이 있다.
자신의 형사사건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고 재심을 추진하는 것은 법이 보장하는 권리다. 하지만 재심을 통한 사법적 판단을 구하는 일과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을 기대하는 일은 구별해야 한다. 판결이 부당하다고 믿는다면 새로운 증거와 법률적 근거로 다퉈야 하고, 형 집행을 앞당겨 달라고 요청한다면 법률상 요건과 절차에 따라야 한다.
정치적 인연이 있다는 이유로 대통령이 특별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상을 준다면, 오히려 사면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만 커질 수 있다. 대통령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할 수는 있지만, 그 요구가 과거의 관계를 근거로 한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국민의힘의 공세에도 정치적 계산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임이자 정책위의장이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고, 이 전 부지사에 대한 ‘맞춤형 특사’가 이뤄질 경우 정권에 치명적 타격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야당의 견제 기능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실행되지 않은 사면을 기정사실처럼 전제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약점과 거래의 가능성을 사실처럼 부풀린다면 비판의 설득력은 약해진다.
야당이 해야 할 일은 대통령에게 답을 요구하는 동시에 사면의 법적 기준과 절차를 검증하는 것이다. 의혹을 던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권력의 책임을 묻는 정치와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는 정치는 비슷해 보여도 결과는 다르다. 결국 이 사건의 본질은 누가 누구를 끌고 다니느냐는 감정적 공방에 있지 않다.
대통령이 과거의 정치적 인연과 현재의 공적 책임을 분리할 수 있는지, 수감자가 법적 절차와 정치적 호소의 경계를 지킬 수 있는지, 야당이 확인된 사실과 의혹을 구별하며 권력을 감시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화영 전 부지사의 석방 요구가 실제 특별사면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것은 섣부른 결론이 아니라 분명한 원칙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면권 행사에 관한 원칙을 밝혀야 하고, 이화영 전 부지사는 법적 구제 절차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해야 한다. 대통령의 침묵이 의혹을 키우고, 옥중의 요구가 정치적 압박으로 읽히며, 야당의 경고가 정쟁의 언어로 소모되는 순간 법치주의는 세 정치 주체 모두에게 시험대가 된다.
대통령이 누구에게 빚을 졌느냐는 의혹보다 중요한 질문은 하나다. 대한민국의 사면권은 누구의 인연이 아니라 어떤 원칙에 따라 행사되는가. 대북송금 사건이 유독 복잡한 이유는 사건의 무대가 남북관계에 걸쳐 있고, 그 실체를 둘러싼 정보가 북한이라는 닫힌 공간과도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형사사건의 언어로 말하면 결국 승부는 증거와 증언,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에서 갈린다. 만일 앞으로 북한 측 관계자의 새로운 증언이나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자료가 등장해 기존 진술과 엇갈리거나 사건의 경위를 새롭게 비춘다면, 정치권이 감당해야 할 파장은 지금과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 북한이 실제로 어떤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지,...
그러한 증언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대북사업의 성격상 당사자들의 설명만으로 모든 의문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하다. 지금의 판결을 둘러싼 법적 다툼과 향후 새롭게 제기될 수 있는 주장은 구별해야 하지만, 이 사건이 남북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장기간 정치적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누가 칼자루를 쥐었느냐를 단정할 때가 아니라,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실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며 누구의 설명을 뒤집을 수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야 할 때다. 당사자는 물론 관련 셈법이 너무 복잡하다.
참고문헌
- 대한민국 대법원, 「대법, ‘쌍방울 대북송금’ 이화영 징역 7년8개월 확정」, 2025년 6월 5일. 이화영 전 부지사의 형 확정 및 판결 관련 공식 자료.
- 중앙일보, 「‘대북송금’ 이화영, 대법서 징역 7년8개월 확정」, 2025년 6월 5일. 확정 형량과 사건의 주요 혐의 및 배경.
- 서울신문, 「‘쌍방울 대북송금’ 이화영, 총 징역 7년 8개월 확정」, 2025년 6월 5일. 항소심 형량과 대법원 판단, 사건의 법적 쟁점.
- 법률신문, 「[판결]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 ‘대북송금’ 징역 7년8개월 확정」, 2025년 6월. 확정판결의 법률적 쟁점과 판결 내용. 판결 보도
- 국민의힘 국정감사 대책회의 관련 보도 및 사용자 제공 자료, 2026년 10월 13일. 이화영 전 부지사의 성탄절 특별사면 요구 움직임과 임이자 정책위의장의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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