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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14일 금요일

8·15 직전 푸틴의 쿠릴열도 방문...2차대전 패전, 들끓는 도쿄...제2의 러일전쟁의 발단인가

 

8·15 직전 쿠릴열도 분쟁지역을 방문한 푸틴과 러시아·일본·미국의 군사적 긴장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동북아 지정학 이미지
푸틴의 첫 쿠릴열도 분쟁지역 방문이 일본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러시아·일본의 영토분쟁에 미일동맹과 북러 군사협력이 겹치면서
 쿠릴열도가 동북아 확전의 새로운 발화점이 될지 주목된다./credit: ap


푸틴의 8월 13일 쿠릴열도 방문은 시점부터 예사롭지 않다.러시아 대통령이 일본이 ‘북방영토’라고 주장하는 남쿠릴열도의 에토로후(러시아명 이투루프)를 직접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구나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1주년을 기념하는 8·15를 불과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일본 정부는 즉각 강하게 항의했고,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방문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반대로 해당 섬에 대한 자국의 주권을 재확인했다.따라서 이것은 관광이나 지방경제 시찰 이상의 정치적 행위로 읽을 충분한 이유가 있다.쿠릴열도는 1945년 소련이 점령한 뒤 일본과 러시아 사이에서 영유권 분쟁이 계속됐으며, 이 문제는 양국의 정식 평화조약 체결을 가로막는 핵심 현안으로 남아 있다. 일본 정부 역시 2026년 공식적으로 북방 4개 섬의 귀속 문제 해결과 평화조약 체결을 여전히 기본방침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이 ‘제2차 러일전쟁’의 발단이 될 수 있을까.당장 전쟁 가능성을 말하기에는 거리가 있다. 러시아와 일본 모두 직접적인 무력충돌을 원한다고 볼 근거가 없고, 영토분쟁은 수십 년 동안 외교·경제·군사적 긴장 속에서도 관리되어 왔다. 그러나 위험한 것은분쟁 자체보다 주변의 전략환경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일본은 러시아 제재에 동참했고, 러시아와 일본의 관계는 급격히 악화됐다. 러시아는 쿠릴열도에 군사력을 배치하고 있으며, 7월에는 러시아 군용 IL-20 정찰기가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섬 주변에서 일본 영공을 침범했다고 일본 방위성이 발표해 항공자위대가 긴급 출격하기도 했다.즉쿠릴이라는 오래된 영토분쟁 위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일동맹, 일본의 방위력 강화가 겹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과거의 영토분쟁이 새로운 동북아 군사대립의 접점으로 변할 가능성은 무시하기 어렵다.

더 중요한 질문은 ‘푸틴은 왜 지금 일본을 자극하는가’다.한 가지 해석은 일본에 대한 직접적인 경고다. 일본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 제재를 가했고, 미국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했으며, 중국·북한·러시아를 둘러싼 안보환경 악화에 대응해 방위력을 확대해왔다. 러시아가 쿠릴열도에서 주권을 과시하는 것은“일본의 안보정책 변화와 대러 압박을 러시아가 좌시하지 않겠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분석에서는 푸틴의 이번 방문을 일본의 보다 적극적인 방위정책에 대한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했다.더욱이 러시아가 일본의 영토 주장을 무시한 채 정상의 직접 방문으로 실효지배를 과시했다는 것은 외교적 메시지의 강도를 높이는 방식이다.문제는 이런 신호전이 상대방의 군사적 대응을 유발하면서 안보 딜레마를 확대할 수 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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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미국을 끌어들이려는 푸틴의 전략’이라는 가설이 등장한다.물론 푸틴이 실제로 제3차 세계대전을 목표로 일본을 공격하려 한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전략적 관점에서는 생각해볼 만한 시나리오다. 러시아가 일본과 영토문제를 극단적으로 충돌시키면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미국이 일본 방어에 개입하는 순간우크라이나에 집중되어 있는 미국의 전략적 자원과 정치적 관심을 인도·태평양으로 분산시키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까지 결합한다면 미국은 유럽과 아시아에서 동시에 러시아·중국을 상대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전략적 가설이다. 푸틴이 실제로 ‘3차대전을 원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핵보유국 러시아가 직접적인 미·러 전쟁으로 가는 상황은 러시아 자신에게도 극도로 위험하다. 그렇다면 더 현실적인 목표는 전면전 자체가 아니라미국과 동맹국의 전략적 계산을 복잡하게 만들고, 상대의 군사적 비용을 높이며, 러시아의 협상력을 키우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바로 그 ‘회색지대 전략’이 언제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바뀌느냐에 있다.러시아가 쿠릴열도에서 군사훈련과 정찰활동을 강화하고, 일본이 이에 대응해 자위대의 경계태세를 높이고, 미국이 일본에 대한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작은 충돌이 발생하면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은 러시아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의 대만 압박,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북러 군사협력까지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최근 일본의 공식 안보정책에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군사활동,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상호 연결된 전략환경으로 인식되고 있다.따라서 쿠릴열도 하나만 놓고 보면 국지적 영토분쟁이지만,쿠릴–홋카이도–동해–한반도–대만해협이라는 지도를 펼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한 곳의 군사적 긴장이 다른 곳의 동맹 대응을 촉발할 수 있는 연결된 안보공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이 문제를 일본과 러시아 사이의 먼 영토분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북한은 이미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한반도에서는 DMZ의 군사적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일본은 러시아·중국·북한이라는 세 방향의 위협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미국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쿠릴열도에서 일본의 영유권을 정면으로 자극한다면 일본의 방위정책은 더욱 강경해질 가능성이 있고, 미국 역시 일본 방어와 인도·태평양 억제태세를 강화할 유인이 커진다.그 결과 한반도에서는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이, 일본에서는 러시아·중국·북한에 대한 대응이, 미국에서는 동맹 네트워크 강화가 서로 맞물리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것이 바로 동북아에서 가장 위험한 안보 딜레마다. 러시아가 일본을 압박할수록 일본이 미국에 가까워지고, 일본이 미국에 가까워질수록 러시아는 중국·북한과의 군사적 협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푸틴의 쿠릴 방문을 ‘제3차 세계대전의 시작’이라고 선언하는 것은 과장일 수 있지만, 이를 단순한 외교적 쇼로 치부하는 것도 위험하다.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푸틴의 전쟁 의도가 아니라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연결고리가 하나씩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쿠릴열도의 영토분쟁, 러시아의 극동 군사력, 일본의 재무장과 미일동맹, 중국의 군사적 부상, 북한의 핵·미사일 및 북러 협력은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전략지도에서는 하나의 공간으로 겹친다. 따라서 푸틴이 정말 미국을 3차대전으로 끌어들이려 한다기보다,미국이 유럽과 아시아에서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전략적 곤경을 만들어 자신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인지를 감시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이번 쿠릴 방문에서 가장 무서운 질문이다.제2의 러일전쟁은 푸틴이 일본에 전쟁을 선포해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작은 도발 하나가 미일동맹의 대응을 부르고 그 대응이 러시아의 재대응을 부르는 ‘확전의 사슬’에서 시작될 수 있다.2026년 동북아에서 필요한 것은 상대의 의도를 과대평가하는 것도, 과소평가하는 것도 아니다.도발에는 억제력을 보여주되 확전의 문은 닫아두는 정교한 위기관리다.

참고자료

  • 1. Reuters — Putin visits disputed Kuril Islands
  • 푸틴의 첫 분쟁 쿠릴열도 방문, 일본의 항의, 러시아의 실효지배 주장 등을 확인하는 핵심 보도입니다. Reuters 관련 보도
  • 2. 일본 총리관저 — Northern Territories 문제
  • 일본 정부가 북방 4개 섬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으며, 영토문제 해결과 평화조약 체결을 어떤 정책 목표로 삼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공식 자료입니다. Japan Prime Minister's Office
  • 3. 일본 정부 — 2026년 시정방침 연설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군사활동,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일본이 어떤 전략환경 속에서 바라보는지 참고할 수 있습니다. Japan Prime Minister's Office — Policy Speech
  • 4. Japan Times — 러시아 군용기의 일본 영공 관련 보도
  • 쿠릴열도 주변에서 러시아 군사활동과 일본의 대응이 어떻게 맞물리고 있는지를 보완하는 자료입니다. The Japan Times 관련 보도
  • 5. ISW — Putin's Kuril Islands visit
  • 푸틴의 방문을 일본의 방위정책 변화와 러시아의 대응이라는 전략적 관점에서 분석한 자료입니다. ISW 관련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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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13일 목요일

하영 파묘 논란...8·15, 친일의 그림자를 넘어 — ‘양비론’이 아니라 같은 잣대가 필요한 이유

 

배우 하영과 증조부의 친일 논란을 상징하는 그림자 이미지와 8·15 광복절의 역사적 의미를 표현한 뉴스 논평 섬네일
하영 증조부의 친일 행적 논란을 계기로 다시 제기된 역사 청산과
 동일한 잣대의 문제. 8·15는 과거를 기억하는 날을 넘어 대한민국의
 주권과 자유를 되묻는 광복절이다./image: havv_y instagram


광복절을 불과 이틀 앞두고 배우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를 둘러싼 친일 행적 논란이 터졌다. 하영은 방송에서 증조부를 유명한 의사로 소개하며 가족의 자랑처럼 이야기해 왔지만, 일제강점기 대정친목회 활동 등의 기록이 다시 조명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소속사는 처음에는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는 취지로 대응했다가 관련 자료를 확인한 뒤 입장을 바꾸었고, 하영 역시 자신이 가족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로 증조부의 삶을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다며 사과했다. 이 사건은 한 배우의 가족사 논란으로만 소비하기에는 묘한 역사적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친일의 역사를 어디까지 기억해야 하며, 그 역사적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더 근본적으로는 8월 15일을 맞아 우리가 ‘광복’이라는 말을 무엇으로 기억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먼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친일의 역사’와 ‘친일의 후손’을 같은 잣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일제강점기 일본 제국주의에 협력하거나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행위에 역사적 책임을 묻는 것은 필요하다. 실제로 영화감독 허영(許泳)의 경우처럼 조선총독부와 일본 군부의 지원을 받은 선전영화를 제작하고 전쟁 선전에 참여한 사례는 명백한 역사적 행위로 기록되어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그의 1941년작 《너와 나》를 내선일체를 강조한 대표적 선전영화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배우 하영은 그 허영 감독과 다른 인물이며, 이번 논란 역시 증조부의 행적과 후손인 배우의 현재 행위를 구분해야 한다. 역사적 책임은 행위자에게 귀속되어야지 혈통을 따라 자동으로 상속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후손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조상의 죄를 대신 갚으라’가 아니라 그 역사를 정확히 알고 기억할 책임이다.

그렇다면 친일을 판단하는 역사적 잣대도 감정이 아니라 행위와 맥락이어야 한다. 일제강점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일본어를 사용했다거나 일본에서 공부했다거나 일본식 이름을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두를 친일파로 규정할 수는 없다. 반대로 식민권력의 압력 아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협력 행위를 면책할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했는가, 누구를 위해 했는가, 얼마나 적극적이었는가, 식민지배와 전쟁동원에 어떤 역할을 했는가다. 이 기준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 안상호의 경우에도 근대 의학 발전에 기여한 경력과 대정친목회 참여라는 친일적 행적을 각각 역사적 사실로 분리해 살펴봐야 한다. 인간의 한 생애를 하나의 색깔로 칠하는 것은 역사학이 아니라 정치적 낙인에 가까워진다. 친일 청산의 목적은 사람을 영원히 처벌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식민권력에 대한 협력이었는지를 후대가 정확히 판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한국 사회의 ‘반일’이 언제부터 역사적 기억을 넘어 정치적 잣대로 변질되는가 하는 것이다. 일제 식민지배에 대한 비판과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에 대한 역사적 기억은 대한민국의 독립정신과 분리할 수 없다. 그러나 오늘날 살아 있는 일본인 전체, 현재의 일본 사회 전체, 또는 일본과의 모든 교류를 하나의 ‘친일’ 범주로 묶는 순간 역사적 반일은 다른 성격을 갖게 된다. 일본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것과 일본이라는 국가·국민을 무조건 적대하는 것은 같은 것이 아니다. 더구나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성장하고 일본 역시 전후 민주국가로 변화한 현실에서 과거의 가해국과 현재의 일본을 구별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우리가 지켜야 할 역사적 기준을 약화시킬 수 있다. 역사에서 중요한 것은 분노의 지속기간이 아니라 사실의 정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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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8·15는 ‘반일의 날’보다 훨씬 큰 의미를 가진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8·15광복을 1945년 8월 15일 일제 식민통치에서 벗어나 독립을 되찾은 사건으로 설명하면서, 광복의식이 단순한 일본 배척을 넘어 민족독립의식·국권회복의식·자주의식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한다. 특히 3·1운동 이후 광복은 왕조의 부활이 아니라 현대적 국민국가 건설과 연결됐으며, 독립운동은 시민적 민족주의와 민주공화국 건설이라는 방향으로 확장됐다. 이것이 8·15의 핵심이다. 우리가 일본을 미워해서 광복한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나라를 선택하고 스스로 통치할 권리를 되찾았기 때문에 광복한 것이다. 그러므로 광복절을 일본에 대한 적대감만으로 축소하는 것은 오히려 독립운동의 역사적 목표를 축소하는 일이다.

8·15의 더 아픈 역사는 광복과 동시에 완전한 자주국가가 완성되지 못했다는 데 있다. 해방 직후 한반도는 38선을 경계로 분단됐고, 이후 냉전 속에서 남북에 서로 다른 체제가 자리 잡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광복 관련 역사 서술 역시 8·15가 일제 지배로부터의 해방인 동시에 분단이라는 새로운 민족적 과제를 남겼음을 지적한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자주’를 말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일본을 비판하는 것만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 어떤 외세에도 우리의 판단을 맡기지 않는 것, 미국이든 중국이든 일본이든 북한이든 대한민국 국민이 스스로 국가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진정한 자주의 출발점이다. 친일을 비판하면서 중국의 권위주의를 눈감아도 안 되고, 반대로 일본과의 과거사를 이유로 현재의 자유민주주의 국가 일본과의 모든 협력까지 거부해서도 안 된다. 광복의 정신은 어느 한 나라에 대한 영구적 증오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주권과 자유를 지키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제 2026년 8·15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누가 친일파인가’를 끝없이 찾아내는 일이 아니라, 왜 우리가 광복했는지를 다시 묻는 일이다. 배우 하영의 사과는 후손에게 조상의 행위를 그대로 뒤집어씌우는 연좌제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동시에 조상의 역사적 행적을 모르고 가족의 자랑으로만 기억했던 오류를 돌아보고 역사자료를 직접 확인하겠다는 태도는 오히려 8·15의 의미에 가까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친일의 그림자를 지우지 말되 그 그림자를 후손에게 상속시키지도 말자. 과거의 협력자는 역사적 증거로 평가하고, 후손은 자신의 현재 행동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8·15의 잣대는 일본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주권·자유·민주공화국·자기결정이어야 한다. 1945년 우리가 되찾은 것은 단순히 일본으로부터의 해방이 아니라 ‘우리의 나라를 우리가 결정할 권리’였다. 그렇다면 81년이 지난 오늘의 광복절에 대한민국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도 하나다. “우리는 지금도 정말 우리 스스로 결정하고 있는가?” 이것이야말로 친일의 그림자보다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할 8·15의 진정한 의미다.

이번 하영 논란에서 오히려 눈여겨봐야 할 것은 ‘파묘’ 그 자체보다 민심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과정이다. 하영이 방송에서 ‘4대째 의사 집안’이라는 가족사를 소개한 뒤 온라인에서 증조부 안상호의 행적이 재조명됐고, 8월 12일 공개된 ‘최욱의 매불쇼’에서는 역사강사 배기성이 안상호가 참여했던 대정실업친목회의 성격을 거론하면서 논쟁이 더욱 뜨거워졌다. 하영 측 역시 처음에는 ‘사실무근’이라고 했다가 1916년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안상호의 이름이 실제로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사과했다. 이 과정은 오늘날 매체가 단순히 뉴스를 전달하는 통로가 아니라 민심의 이상징후를 포착하는 ‘파수대’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조상의 친일 행적을 확인하고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는 것과 후손에게 조상의 죄를 연좌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잣대를 현재에도 살아 있는 정치적 행위에까지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과거의 친일에는 그렇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오늘날 중국공산당이나 북한 정권의 권위주의·인권탄압·대남전략에 우호적인 태도에는 훨씬 느슨한 잣대를 적용한다면, 그것 역시 역사정의가 아니라 선택적 정치 프레임에 불과하다. 친일을 심판하는 기준이 ‘대한민국의 주권과 자유를 훼손했는가’라면, 친중·친북 문제 역시 같은 기준으로 물어야 한다. 반대로 중국인·중국문화에 우호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친중이라거나 북한 주민·한반도 평화를 말한다고 친북이라고 낙인찍어서도 안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혈통도, 국적도, 이념적 구호도 아니다. 어느 외부 권력의 이익을 위해 실제로 무엇을 했으며, 대한민국의 자유·주권·민주주의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다. 그것이야말로 친일 청산을 진정한 역사적 원칙으로 만드는 동시에, 오늘의 친중·친북 논란에도 적용할 수 있는 동일한 잣대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친일도 잘못이고 친중·친북도 잘못이다’라는 말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아무런 행위와 증거의 구분 없이 양쪽에 던지는 순간 역사적 사실을 흐리는 ‘기계적 양비론’이 될 수 있다. 친일 논란이 제기됐을 때마다 “그러면 친중은?”이라고 반문하는 것만으로 과거의 친일 행위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반대로 친일 청산을 주장하면서 오늘날 중국공산당이나 북한 정권에 대한 실제 협력·추종·선전 행위에는 침묵한다면 그것 역시 선택적 잣대다. 정의로운 기준은 좌우 어느 편에 서느냐가 아니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데 있다. 과거의 친일은 당시 식민권력에 무엇을 했는지로 판단하고, 오늘의 친중·친북 역시 중국공산당이나 북한 정권과 실제 어떤 관계를 맺고 무엇을 했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모두까기’가 공정함은 아니다. 같은 잣대를 들이대되, 다른 사실은 다르게 판단하는 것이 진짜 공정이다.

참고자료

  •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 — 「8·15광복」: 광복의 의미를 국권회복·민족독립·자주의식으로 설명하고 3·1운동 이후 현대적 국민국가 건설과 연결.
  • 한국영상자료원 — 《너와 나》(1941): 허영 감독의 작품과 조선군사령부·조선총독부·일본 육군성 보도부의 지원, 내선일체 선전 성격을 확인할 수 있는 1차에 가까운 자료.
  • 연합뉴스 — 친일인명사전 수록 예정 문화계 인사: 허영 감독의 친일영화 제작 및 일본군 선전반 활동 관련 자료.
  •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 「근대전환기 서구 근대 생리학의 수용과 변용」: 안상호의 근대 의학·과학사적 활동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학술자료.
  • 연합뉴스 — 배우 하영 사과 관련 최신 보도(2026.8.12): 하영 본인의 사과와 증조부 관련 역사자료 확인 과정.
  • 연합뉴스 — 하영 측 입장 번복 및 대정친목회 평의원 기록(2026.8.11): 이번 논란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핵심 최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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