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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소통의 무기가 된 대통령의 SNS. 그러나 알고리즘의 달콤한 반응이 정치적 고립과 여권 분열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credit: newsis |
이재명 대통령에게 X는 단순한 소통 수단이 아니다. 언론의 필터를 거치지 않고 지지자에게 직접 메시지를 던질 수 있고, 대통령이 직접 공유한 글 하나가 수천, 수만 개의 반응으로 증폭될 수 있는 강력한 정치적 통로다. 실제 이 대통령은 최근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유튜브 채널이 알려주지 않는다고 섭섭해하지 말자”며 댓글·메시지·SNS·좋아요까지 개혁을 위한 중요한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바로 그 다음이다. 대통령에게 직접 들어오는 정보가 많아질수록 대통령이 국민 전체의 여론을 보고 있는 것인지, 자신을 지지하는 알고리즘의 여론을 보고 있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실제 사건 하나가 이 위험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개혁 성과를 정리한 한 지지자의 X 글을 공유하며 “감사하다. 위로가 많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해당 작성자가 과거 문재인·조국·김어준·정청래·유시민 등을 겨냥해 이른바 ‘문조털래유’라는 멸칭을 사용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대통령은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작성자의 다른 글까지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었다며 유감을 표했다. 동시에 지지층에 “혐오와 비아냥, 감정적 비난”을 버리고 품격 있는 비판과 설득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대통령이 공격받은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자신도 모르게 ‘공격의 언어’를 한번 증폭시킨 셈이 된 것이다.
그래서 ‘손가혁’이라는 오래된 이름이 다시 소환된다. 손가락혁명군은 이재명 대선 후보 시절 강성 지지조직의 상징처럼 인식됐고, 이 대통령은 이번 논란을 설명하면서 자신이 과거 손가혁을 해산했던 이유를 다시 언급했다. 중요한 것은 조직의 부활 여부가 아니다. 이제는 특정 조직이 없어도 X와 유튜브, 커뮤니티와 댓글을 통해 손가혁식 정치문화가 알고리즘의 형태로 재생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명령을 누가 내렸는지보다 더 무서운 것은 명령이 없어도 서로가 서로의 적을 찾아내고, 멸칭을 만들고, 리트윗하고, 추천하고, 다시 대통령의 타임라인으로 되돌려주는 구조다. 대통령은 지시하지 않았는데 지지층은 알아서 움직이고, 지지층은 움직였는데 대통령은 그 움직임을 ‘민심’으로 착각할 위험이 생긴다. 김어준이 최근 이 대통령의 SNS를 두고 ‘알고리즘 감옥’에 갇힐 수 있다며 리트윗을 줄이고 팔로우 계정을 점검해야 한다는 취지의 조언을 내놓은 것도 그래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물론 ‘알고리즘 감옥’이 실제로 이 대통령의 정보환경을 결정하고 있다고 단정할 근거는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SNS의 구조 자체가 이용자가 많이 보고 반응한 콘텐츠를 다시 보여주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자기 생각과 맞는 정보만 반복해서 접하게 될 위험은 정치인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더구나 대통령의 한마디가 곧바로 지지층의 행동 신호로 해석되는 위치라면 그 위험은 일반 이용자보다 훨씬 커진다.
유시민의 경고도 같은 지점을 찌른다. 그는 멸칭을 사용하는 일부 이재명 지지층을 ‘신발 속 돌멩이’에 비유하면서 그들이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고립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표현의 적절성에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문제 제기 자체는 단순한 진영 싸움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대통령을 가장 열렬히 방어한다는 사람들이 오히려 다른 범여권 지지자를 공격한다면....
그 공격을 대통령의 이름으로 정당화하기 시작하면 대통령의 외연을 넓히는 지지층이 아니라 대통령 주변에 벽을 세우는 지지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지자를 잃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대통령이 누구와 대화하고 있는지를 잊는 것이다. 여기에 역설이 하나 더 있다. 이 대통령은 한편으로 멸칭과 혐오를 중단하라고 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SNS를 통한 적극적인 정보 확산과 ‘좋아요’·댓글·공유를 정치적 실천으로 강조하고 있다.
두 메시지가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확산의 속도는 빠른데 검증의 속도는 느리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공유한 글 하나가 순식간에 ‘대통령의 메시지’로 소비되고, 그 글을 둘러싼 찬반이 다시 친명·반명, 친청·반청, 친유·반유 같은 진영 언어로 번지면 어느 순간 정책보다 사람의 편가르기가 앞선다. 그리고 그때부터 SNS는 국민과 대통령을 연결하는 창구가 아니라 대통령을 특정 지지층의 반응 속에 가두는 벽이 될 수 있다.
도끼자루가 썩는 줄 모르고 달콤한 SNS에 빠진다는 말은 그래서 대통령에게 가장 불편한 경고가 될 수 있다. 손가혁이 조직으로 다시 등장했느냐가 본질이 아니다. 손가혁이 사라진 자리에 손가혁식 알고리즘이 들어서는 것은 아닌가가 더 무서운 질문이다. 대통령이 만들기는 쉽다. 지지층에게 직접 말하고, 직접 공유하고, 직접 반응하면 된다. 그러나 한번 만들어진 알고리즘의 늪에서 빠져나오기는 어렵다.
대통령을 칭찬하는 말만 올라오고, 반대자는 적으로 규정되고, 멸칭이 정치의 언어가 되는 순간 대통령은 국민 전체의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의 타임라인에 등장하는 국민의 대통령으로 축소된다. 손가혁의 해산을 기억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직은 해산할 수 있지만, 정치문화는 알고리즘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지금 여권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리트윗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싫은 말’이 도달할 수 있는 통로다. 그 통로가 막히는 순간 분열은 이미 시작된 뒤일 것이다.
참고문헌
- 한국일보. 「李, '문조털래유' 비하 지지자 글 공유했다 삭제…유시민 '신발 속 돌멩이 털고 가야'」, 2026.09.20. - 이 대통령의 게시물 공유와 삭제, 해명, 유시민의 비판을 다룬 보도.
- 서울신문. 「김어준 “李대통령, ‘알고리즘 감옥’ 갇혔다…리트윗하지 마세요”」, 2026.09.28. - 김어준의 알고리즘 편향 우려, X 계정 점검과 리트윗 자제 권고를 다룬 보도.
- 시사저널. 「김어준, 또 작심 발언 “李, 알고리즘 감옥 갇혀…피드 계정 전수조사해야”」, 2026.09.28. - 김어준이 주장한 온라인 여론 조작 가능성과 대통령의 정보환경에 대한 문제 제기.
- 데일리안. 「'문조털래유' 논란에 李대통령 “멸칭·혐오는 우군 줄이고 적 늘려”」, 2026.09.20. - 이 대통령의 멸칭 사용 자제 요청과 범여권 내부의 갈등을 다룬 보도.
- 아시아투데이. 「“멸칭 자제” 외친 민주당…공식 유튜브엔 '문조털래유'」, 2026.09.09. - 민주당 공식 채널에 멸칭을 사용한 계정의 콘텐츠가 게시된 경위와 내부 검증 논란.
- 이데일리. 「李대통령 기자회견 어떻게 보셨나요 [여론 뒤집기]」, 2026.09.19. -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지지층 결집 메시지, 유시민·김어준의 반응을 다룬 분석 기사.
Socko/Gh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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