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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15일 화요일

공익제보자는 누구를 두려워해야 하는가 — 한동훈이 던진 ‘내부자료’의 질문

 

한동훈 공익제보자 보호와 검찰 내부자료 공개 논란
한동훈이 검찰 내부자료와 공익제보자 보호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credit: seoul-pn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기자회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의외로 정치적 공격의 수위가 아니었다. 그가 반복해서 던진 질문은 훨씬 오래된 권력의 문제를 건드린다. 공익제보 자료가 내부에서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잘못된 것인가. 아니면 그 자료가 무엇을 드러내고 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하는가. 검찰 내부 자료와 기소유예 결정 등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한동훈은 자신이 윤석열 정부 당시 검찰을 보호하기 위해 자료를 활용한 것이 아니라며 오히려 해당 기소유예 결정 자체가 잘못됐고 특별검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의 주장에서 핵심은 ‘출처’였다. 민주당이 내부 자료의 공개를 문제 삼는 데 대해 한동훈은 공익제보란 원래 조직 내부에서 확보한 자료를 가지고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군 내부에서 비상계엄 계획 문서가 작성됐다는 사실을 내부자가 먼저 알았다면, 그것을 외부에 제보해서는 안 되는가. 국회의원이 그 자료를 받아 국민에게 공개해서는 안 되는가. 한동훈이 제시한 이 비유는 공익제보의 본질을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진다. 조직의 비밀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내부자료가 보호되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공개될 필요가 있는 내부자료가 따로 존재하는 것인지의 문제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경계가 있다. ‘공익제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서 내부자료의 취득과 공개가 자동으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자료의 진위, 취득 과정, 개인정보와 국가기밀 등 법적 보호영역, 공개의 필요성과 범위가 각각 검증돼야 한다. 따라서 출처가 내부라는 사실만으로 자료를 무조건 보호하거나 반대로 무조건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모두 위험하다. Whistler가 기록해야 할 지점은 바로 그 경계선이다. 누가 자료를 제공했는지를 추적하는 것과 자료가 드러낸 의혹을 검증하는 것은 동일한 작업이 아니다.

한동훈은 자신에게 검찰 내부자료를 제공한 것이 검찰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설령 검찰에서 받은 자료라 하더라도 공익적 목적과 내용에 따라 보호할 가치가 있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동시에 현재 검찰에는 중요한 내부자료를 외부에 알릴 결기와 배짱을 가진 검사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발언은 정치적 수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조직 내부의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침묵하는 순간, 외부에 드러나는 것은 조직의 비밀이 아니라 조직에 대한 불신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날카로운 대목은 경찰을 향한 비판이었다. 한동훈은 자신이 김민석 민주당 대표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한 사건보다 공익제보자의 신원과 자료를 겨냥한 수사가 더 빠르게 진행되는 듯한 상황을 문제 삼았다. 특히 일요일에도 고발인 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을 비꼬며 “정권의 입맛에 맞는 수사만 하라”고 비판했다. 이 주장의 사실관계와 수사 진행 과정은 별도로 검증돼야 하지만, 여기서 제기된 질문 자체는 가볍지 않다. 수사기관이 누구의 의혹을 얼마나 신속하게 들여다보느냐는 것 역시 법치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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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자회견의 마지막 부분에서 한동훈은 가장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공익제보자를 자신이 보호하겠다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제보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겠다는 취지의 선언을 했다. 정치인의 발언인 만큼 그 약속의 실제 효력과 법적 한계는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이 발언이 던지는 상징은 분명하다. 권력기관을 상대로 내부자료를 들고 나오는 사람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자료가 틀렸다는 판정을 받는 것만이 아니라, 자료를 내놓은 순간 자신이 수사의 대상이 되는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이번 논쟁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한동훈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가 아니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정권이든 야당이든, 권력 내부에서 나온 자료가 국민의 알권리와 공익에 해당하는지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자료를 가져온 사람부터 색출하고 입을 막는 사회에서는 내부고발이 사라진다. 반대로 ‘공익제보’라는 이름만으로 검증되지 않은 자료를 무차별 공개한다면 그것 역시 법치와 언론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결국 필요한 것은 제보자를 영웅이나 범죄자로 먼저 규정하는 정치가 아니라, 자료의 진위와 공익성을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제도다. 한동훈의 기자회견은 그 오래된 질문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권력의 문이 닫힐수록, 그 문 안에서 무엇이 벌어졌는지를 세상에 알리는 ‘휘슬’은 더 작아진다. 그리고 그 휘슬이 사라진 뒤에야 사회는 자신이 무엇을 듣지 못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참고문헌

  • 세계일보, 「한동훈 “허위사실 유포로, 김민석 경찰에 형사고소”」, 2026.09.10. 한동훈의 자료 출처 부인, 공익제보를 받을 수 있는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 주장, 민주당 측의 검찰 내부자료 유출 의혹 제기 등을 확인할 수 있다.
  • 뉴스핌, 「김동아 "한동훈 자료 출처는 검찰 내부...김승원 통화는 정상적 민원 전달"」, 2026.09.09. 민주당 측이 한동훈이 공개한 기소계획서 등을 검찰 내부자료로 규정하고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했다고 보도했다.
  • MBC 뉴스외전, 「맞수다 — "공익제보자? 한동훈 검사들일 듯"」, 2026.09.07. 김승원 후보자 관련 기소유예와 공익제보자 논란에 대한 여야의 상반된 주장을 확인하는 자료다.
  • YTN, 「경찰, 한동훈 '자료 유출' 의혹 수사 본격화…고발인 조사」, 2026.09. 한동훈이 공개한 검찰 내부자료를 둘러싸고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다.
  • 국무조정실·정책브리핑, 「한동훈 의원, 총리실 공무원이 기자회견장 '잠입', '사찰' 주장 보도 관련」, 2026.09.10. 한동훈 측의 기자회견장 관련 주장에 대해 국무조정실이 공개 장소에서의 우연한 질문이었다고 설명하면서도, 현직 공직자가 신분을 밝히지 않고 질문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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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23일 토요일

[피의자 수사] 홍장원 CIA 설명자료 논란, 진실 규명인가 정보기관 내부 권력전의 역류인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입건 논란을 상징하는 국정원 건물 실루엣과 특검 수사 문서, CIA·비상계엄 키워드가 겹쳐진 시사 썸네일
핵심 증인에서 피의자로 전환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사건은 내란 수사의 정밀성과 국정원 내부 권력 구조를
 동시에 묻고 있다./ghostimages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결국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정원이 미국 CIA 측에 계엄의 배경과 정당성을 설명하려 했다는 의혹, 그리고 그 과정에 홍 전 차장이 보고를 받거나 재가했다는 것이 특검의 시각이다. 특검은 국정원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른바 ‘대외 설명자료’를 확보했고, 국정원 관계자 수십 명을 조사한 끝에 홍 전 차장을 비롯한 전직 국정원 인사들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장면은 단순한 수사 뉴스로만 소비하기 어렵다. 홍 전 차장은 한때 윤석열 비상계엄 의혹의 핵심 증인이었다. 정치인 체포 지시 의혹을 폭로했고, 국회와 법정에서 그의 진술은 탄핵 정국의 결정적 장면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 인물이 이제는 같은 내란 사건의 피의자로 불려 나왔다. 한 사람의 위치가 ‘고발자’에서 ‘공범 의심자’로 뒤집히는 순간, 대중은 당연히 묻게 된다. 이 수사는 진실을 향해 가고 있는가, 아니면 정보기관 내부의 오래된 권력 싸움이 특검의 이름을 빌려 폭발하고 있는가.

홍 전 차장은 조사 전후로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계엄 정당화 메시지 전달을 지시받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고, 9시간가량 조사를 받은 뒤에는 “충분히 오해를 풀었다”는 취지의 말을 남긴 것으로 보도됐다. 이 말은 묘하다. 법적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홍 전 차장 본인은 이번 의혹이 사실관계의 착오 또는 과잉 해석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셈이다. 반대로 특검은 단순 오해가 아니라 조직적 실행의 흐름을 들여다보고 있다. 양쪽의 간극은 작지 않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홍장원을 영웅으로 만들 필요도, 악역으로 단정할 필요도 없다는 점이다. 공익제보자는 성역이 아니며, 내란 수사 역시 누구에게도 예외를 둘 수 없다. 그러나 동시에 핵심 증인을 피의자로 전환하는 수사는 훨씬 더 엄격해야 한다. 특히 국정원처럼 정보와 파벌, 기밀과 정치가 한 몸처럼 얽히는 조직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쪽의 진술, 한 장의 문건, 특정 라인의 보고 체계만으로 사건을 단순화하면 수사는 진실 규명이 아니라 내부 권력전의 연장전이 될 수 있다.

국정원은 본질적으로 그림자 속에서 움직이는 기관이다. 외부에서는 ‘국익’이라 부르고, 내부에서는 ‘라인’이라 부르는 것들이 늘 충돌한다. 정권이 흔들릴 때마다 누군가는 기록을 쥐고, 누군가는 보고 체계를 쥐고, 또 다른 누군가는 침묵을 무기로 삼는다. 이번 홍장원 입건이 불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란의 실체를 밝히는 칼이 국정원 내부 세력 싸움의 도구로 오염되는 순간, 수사의 명분은 급격히 흐려진다.

물론 국정원이 실제로 계엄 직후 미국 정보기관에 계엄의 정당성을 설명하려 했다면 이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비상계엄은 국내 정치 행위인 동시에 동맹과 국제사회에 즉각 파장을 미치는 국가적 사건이다. 국가안보실 문건이 국정원 해외 파트를 거쳐 번역되고, 미국 CIA 책임자에게 전달 또는 설명되는 흐름이 있었다면, 그 지시선과 승인선은 끝까지 밝혀야 한다. 누가 문건을 만들었고, 누가 전달을 지시했으며, 누가 이를 알고도 멈추지 않았는지는 내란 수사의 핵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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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수사는 더 정밀해야 한다. 홍장원이 실제로 재가했는지, 단순 보고 라인에 있었는지, 사후적으로 이름이 얹힌 것인지, 또는 내부 누군가가 책임의 방향을 돌리기 위해 그를 끌어들인 것인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정보기관에서 ‘보고받았다’는 말과 ‘지시했다’는 말, ‘재가했다’는 말은 법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무게가 다르다. 이 차이를 뭉개는 순간 수사는 의혹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의혹을 생산하게 된다.

민들레 기사가 짚은 불편한 뒷맛도 바로 여기에 있다. 홍 전 차장의 폭로가 순수한 정의감이었는지, 해임 이후의 감정이 섞였는지, 정권 붕괴의 흐름을 읽은 처세였는지는 지금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질문이 가능하다는 사실과, 이번 CIA 설명자료 의혹이 사실이라는 문제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 폭로자의 동기가 복잡하다고 해서 폭로 내용이 자동으로 거짓이 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폭로자가 중요한 증인이었다고 해서 그가 다른 사안에서 면책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특검의 과제는 하나다. 홍장원을 잡느냐 놓느냐가 아니라, 계엄 권력의 전체 작동 구조를 해부하는 일이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국정원장, 해외 정보라인, 대외 설명자료 작성과 번역, 미국 측 접촉 시도까지 하나의 시간표 위에 올려놓고 누가 어떤 결정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 그래야 이 사건이 ‘홍장원 개인의 배신과 처세’라는 좁은 이야기로 쪼그라들지 않는다.

내란 청산은 권력기관의 복수극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동시에 공익제보자 서사에 기대어 불편한 사실을 덮어서도 안 된다. 홍장원이 “오해를 풀었다”고 말한 뒤에도 남는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특검은 정말 오해를 풀고 있는가, 아니면 국정원의 오래된 그림자가 내란 수사의 방향까지 흐리고 있는가.

정의는 선명해야 한다. 그러나 정보기관의 세계에서 선명함은 대개 가장 늦게 도착한다. 그래서 이번 수사는 더 차갑고, 더 촘촘하고, 더 공개적으로 검증돼야 한다. 내란의 본질을 밝히려다 내부 암투의 흙탕물만 뒤집어쓰는 순간, 국민이 보고 싶었던 진실은 다시 그림자 속으로 밀려날 것이다.

참고문헌

  1. 연합뉴스, 「종합특검 “CIA에 계엄 설명, 홍장원이 재가”…洪 “거짓 진술”」, 2026.05.20.
  2. 연합뉴스, 「‘계엄 옹호 메시지’ 홍장원 9시간 특검 조사 “충분히 오해 풀어”」, 2026.05.22.
  3. 경향신문, 「특검, ‘CIA에 계엄 정당화 전달’ 혐의 홍장원 조사…홍 “걱정 시켜 드릴 일 없다”」, 2026.05.22.
  4. 한겨레, 「종합특검 “국정원, 계엄 다음날 국가안보실 자료 들고 CIA…”」, 2026.05.20 전후 보도.
  5. 동아일보, 「“싹 잡아들여” 尹 발언 폭로 홍장원, 내란혐의 입건」, 2026.05.19.
  6. MBC, 「‘CIA에 계엄 설명’…홍장원, 내란 피의자로 소환」, 2026.05.22.
  7. 민들레, 「‘내란 핵심 증인’ 홍장원 입건, 개운찮은 뒷맛」, 2026.05.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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