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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9일 화요일

‘암살자(들)’은 영화인가 문화전쟁의 탄약인가…역사를 진영의 소유물로 만들지 말라

 

영화 암살자들과 박정희 육영수 사건을 둘러싼 역사 논쟁과 한국 사회의 문화전쟁을 상징하는 이미지
박정희·육영수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한 편이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허구, 표현의 자유와 역사적 기억, 좌우 진영논쟁을
 한꺼번에 불러냈다./credit: donga-news1


1974년 8월 1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총성이 울렸다. 박정희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읽던 순간 객석에서 총을 쏜 문세광에 의해 육영수 여사가 피격됐고, 끝내 숨졌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으로 기록돼 있다. 국사편찬위원회 대한민국사연표에도 문세광의 저격으로 육영수 여사가 사망한 사건으로 기록돼 있고, 당시 특별수사본부와 이후 재판을 거쳐 문세광에게 사형이 확정·집행됐다.

다만 사건의 배후와 관련해서는 당시 한국 측의 북한·조총련 연계 판단과 일본 측의 단독범행 판단이 달랐고, 한국학중앙연구원도 사건의 세부 진상이 현재까지 완전히 규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를 싣고 있다. 바로 이 ‘역사적 사실’과 ‘아직 남은 의문’ 사이에 영화가 들어왔다.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은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하면서 박정희 대통령 측이나 중앙정보부가 사건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극중 인물의 추적과 가설로 제기한다.

제작진은 특정 인물을 배후로 확정하거나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제시한 영화가 아니며, 실존 사건에 가상의 인물과 상황을 결합한 극영화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질문은 단순하다. 이것은 역사인가, 영화인가. 그리고 영화라면 역사적 기억을 어디까지 뒤집어도 되는가. 논쟁이 뜨거워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화적 상상력에는 분명 자유가 있다. 실존 인물과 사건을 소재로 의문을 던지는 것 자체를 금지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관객은 모든 장면을 역사학자의 주석을 달고 보는 것이 아니다. 가상의 공범, 의문의 총탄, 중앙정보부의 압박, 고문과 언론탄압, 권력자의 침묵 같은 장면이 하나의 서사로 결합되면 관객의 머릿속에는 하나의 역사적 인과관계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수 있다. 영화는 “우리가 결론을 내린 것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관객이 무엇을 느끼고 어떤 역사적 이미지를 가져가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실제로 이 작품을 둘러싸고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역사적 비극을 왜곡한다며 상영 중단과 사과를 요구했고, 제작진은 다시 특정 정치적 목적이 아닌 창작의 산물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지금 벌어지는 것은 영화와 영화에 대한 비판이 충돌하는 아주 오래된 자유의 문제다. 표현의 자유가 허구를 만들 권리라면,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그 허구를 비판할 자유 역시 똑같이 보장돼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영화 한 편이 어느 순간 문화전쟁의 탄약이 된다. 박정희를 어떻게 기억하느냐는 단순한 역사관의 차이가 아니라 보수와 진보가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출발점 자체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산업화와 국가건설의 공을 기억하고, 다른 쪽에서는 유신체제와 권위주의 통치를 기억한다. 어느 한쪽의 기억만으로 1960~70년대 대한민국 전체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상대가 기억하는 역사를 전부 거짓으로 규정하는 순간 시작된다. 박정희를 무조건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독재와 인권침해를 지워버리는 것도 역사에 대한 폭력이 될 수 있고, 반대로 산업화와 경제개발의 성과를 모두 독재의 부산물로만 치부하는 것 역시 역사에 대한 축소가 될 수 있다. 영화가 이 복잡한 역사를 한쪽 방향의 서사로 압축할 수 있다면, 그 영화를 보는 사회 역시 자신의 진영에 유리한 장면만 붙잡아 다시 정치적 무기로 만들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서 ‘암살자(들)’ 논란은 사실 영화 한 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의 문제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른바 ‘내로남불’의 거울이다. 만약 누군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소재로 실제 확인되지 않은 배후설을 극적으로 만들어내고, 권양숙 여사나 당시 주변 인물이 죽음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영화가 등장한다면 진보 진영은 어떻게 반응할까.

반대로 박정희·육영수 사건을 소재로 한 허구에는 “표현의 자유”라고 말하면서 다른 진영의 역사적 성역을 건드린 영화에는 “역사모독”이라고 한다면 그 역시 같은 문제를 되돌려 받게 된다. 이 질문의 핵심은 어느 쪽의 성역이 더 신성한가가 아니다. 상대에게 허용한 표현의 자유를 자신에게도 허용할 수 있는가다. 그것을 견디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가 말하는 표현의 자유는 원칙이 아니라 진영별 허가증에 불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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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문화전쟁의 가장 무서운 지점은 영화가 아니라 관객이 자기 진영의 영화에는 역사라고 박수를 보내고 상대 진영의 영화에는 선동이라고 돌을 던지는 그 순간이다. 중국자본 논란은 그래서 더욱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29일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하이브미디어코프에 중국 중신그룹 계열로 지목된 CLSA캐피탈 관련 400억원 규모 투자가 있었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하며 배후 가능성까지 주장했다.

그러나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같은 날 중국 자본이 영화 제작에 유입된 사실이 전혀 없으며 국내 자본으로 독립적으로 기획·제작했다고 공식 반박했다. 따라서 현재 확인된 사실만으로 ‘중국자본 400억원이 암살자(들)에 투입됐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투자 협상 또는 투자 추진과 실제 영화 제작자금의 최종 유입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의혹이 제기된 만큼 투자계약, 실제 납입 여부, 펀드의 출자자 구성, 영화 제작비의 자금 흐름을 공개하면 된다.

문화전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의혹을 사실처럼 만드는 것이고, 동시에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만으로 검증 자체를 막는 것이다. 돈의 출처도 기록으로 확인하고, 영화 속 역사의 출처도 기록으로 확인하면 된다. 그게 민주사회가 논쟁을 끝내는 방식이다. 더구나 이 영화는 이미 정치권의 논쟁을 넘어 대중문화 시장의 현실까지 건드렸다. 개봉 이후 추석 연휴 동안 140만 명 이상이 관람하며 흥행했고 한때 박스오피스 1위를 달렸지만, 29일에는 ‘타짜: 벨제붑의 노래’에 밀려 2위로 내려왔다.

동시에 역사왜곡 논란이 확산하면서 온라인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렸다. 그런데 이것이 역설이다. 논란은 영화를 죽이는 것만이 아니라 오히려 영화를 보게 만든다. “도대체 무엇을 왜곡했다는 것인가”라는 궁금증이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돈을 벌고, 정치권은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온라인은 분노를 소비한다. 역사적 비극은 그렇게 또 한 번 정치적 상품이 된다.

1974년 한 사람의 죽음으로 시작된 사건이 52년 뒤 스크린에서 다시 정치적 소비의 대상이 된 셈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단순한 좌파 영화, 우파 영화라고 부르는 것조차 너무 손쉬운 결론이라고 본다. 오히려 이것은 한국 사회가 아직도 과거의 죽음과 권력의 기억을 현재의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는 사회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거울에 가깝다. 결국 ‘암살자(들)’이 던진 가장 큰 질문은 “누가 육영수 여사를 죽였는가”만이 아니다.

더 무서운 질문은 “누가 역사를 다시 죽이고 있는가”다. 영화는 허구를 만들 수 있다. 정치인은 그것을 비판할 수 있다. 관객은 믿거나 믿지 않을 자유가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에서 하나만 지켜야 한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과 영화가 새로 만든 장면을 구분하는 선이다. 그 선이 무너지면 좌파의 영화든 우파의 영화든 결국 똑같은 괴물이 된다. 오늘 박정희를 영화로 심판하고 내일 노무현을 영화로 심판하는 사회가 된다면, 우리는 역사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재편집하는 사회가 된다.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좌우 난치병이다. 한쪽의 성역을 깨뜨리는 것이 진보도 아니고, 자기 진영의 성역을 지키는 것이 보수도 아니다. 역사를 진영의 소유물로 만들지 않는 것, 허구를 허구라고 밝히고 사실을 사실대로 검증하는 것,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역사만큼 내가 싫어하는 역사의 기억에도 같은 검증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 어쩌면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문화전쟁의 종착지는 승리가 아니라 그 정도의 공정함인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 연합뉴스, 「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역사적 사실에 가상 인물 더한 극영화”」, 2026년 9월 8일. — 영화 ‘암살자(들)’의 제작 의도와 실제 사건에 가상의 인물·상황을 결합했다는 감독·제작진의 설명.
  • 연합뉴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영화 ‘암살자들’ 상영 중단·사과 요구」, 2026년 9월 28일. — 영화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역사적 사건을 왜곡했다는 기념재단 측의 문제 제기와 관련 논란.
  • 국사편찬위원회 대한민국사연표,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 기록. — 문세광의 저격으로 육영수 여사가 피격·사망한 당시 사건의 기본 역사 기록.
  •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육영수」·관련 박정희 시대 자료. —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과 당시 정치·사회적 배경에 관한 역사 자료.
  • 연합뉴스, 「주진우 “암살자들 제작사에 중국계 자본 400억원 투자 의혹”」, 2026년 9월 29일. — 중국계 자본의 투자 가능성을 제기한 정치권의 주장과 관련 의혹.
  • 연합뉴스, 「‘암살자들’ 제작사 “중국 자본 유입 전혀 없어…국내 자본으로 제작”」, 2026년 9월 29일. —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의 중국자본 투자 의혹 반박 및 국내 자본 제작 주장.
  • 연합뉴스, 「‘암살자들’ 추석 연휴 흥행…140만 관객 돌파」, 2026년 9월 29일. — 영화의 관객 수와 박스오피스 흐름 등 흥행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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